불새 8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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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는 누구한테서 배워?
 [만화책 즐겨읽기 125] 데즈카 오사무, 《불새 (8)》

 


  놀이는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서 즐깁니다. 놀이는 아이들이 서로서로 어울리는 동안 스스로 생각해서 즐깁니다. 놀이는 아이들이 둘레 어른을 말끄러미 바라보며 배운 그대로 생각해서 즐깁니다.


  놀이책에 이런 놀이 저런 놀이가 실리니까, 이 책을 읽으며 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놀이교사가 놀이를 이모저모 가르쳐 주니까, 교사한테서 배운 대로 놀이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스스로 놉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놉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터전에 알맞게 놉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누리는 마을과 보금자리에 따라 예쁘게 놉니다.


- “이쿠오, 잘 지냈니?” “응, 엄마.” “자, 선물. 열흘 간 얌전히 집 잘 지킨 상이란다. 이 스위치를 눌러 보렴. 어서. 50 종류의 그림이 스크린에 나타나지. 조합을 통해서 마음대로 얘기를 바꿀 수 있어. 어때? 재미있지?” “좋아요. 엄마. 그런데 언제 놀아 줄 거예요?” “글쎄, 언제가 될까? 호키, 내 스케줄이 어떻죠?” (15쪽)
- “로비타는? 나, 로비타가 보고 싶어. 로비타한테 갈래.” “이쿠오, 그렇게도 로비타가 좋으냐? 우리들이 네 부모잖아? 로비타는 인간이 아니야. 어째서? 이쿠오!” (31쪽)

 

 


  사랑은 사람들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나눕니다. 어떤 책에 적힌 대로 사랑을 나누는 일이란 없습니다. 연속극이나 영화를 보고서 사랑을 꽃피우는 일이란 없습니다. 마음으로 우러나오며 꽃피우는 사랑입니다. 생각이 살아숨쉬고 마음이 자라나며 이루는 사랑입니다.


  사랑을 들려주는 책이 있기에, 이 책 몇 권 읽고 나서 사랑을 불태우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 가슴에서 싹을 틉니다. 사랑이란, 사랑을 바라는 사람들 손길에서 자라납니다. 사랑이란, 사랑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 몸짓에서 잎을 틔웁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합니다. 내 어버이를 사랑하고 내 아이를 사랑합니다. 내 마을을 사랑하고 나를 둘러싼 너른 들판과 멧자락과 바다를 사랑합니다.


  날마다 먹는 밥을 사랑합니다. 날마다 마시는 바람을 사랑합니다. 날마다 누리는 물을 사랑합니다. 날마다 받아들이는 햇살을 사랑합니다. 날마다 곱게 드리우는 나무 그늘을 사랑합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갓난쟁이 기저귀 빨래를 사랑합니다.


- “와, 로비타.” “도련님, 또 외톨이이십니까?” “저기, 로비타. 여러 가지 놀이 방법을 알던데 누구한테서 배웠어?” “놀이는 누구한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내는 겁니다.” (18쪽)
- “너, 너를 여기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럼 그 할아버지가 약속대로 나를 네 몸속으로 보내준 건가?” “레오나, 이제 우리들은 함께예요.” “물론이지. 마음이 하나니까. 자아, 치히로, 네 마음속에 내 마음을 잘 붙여 줘.” (106쪽)

 

 


  책을 읽으니 이야기를 꽃피우지 않습니다. 학교를 오래오래 다니니까 이야기가 샘솟지 않습니다. 극장에 가거나 놀이공원을 드나들었으니 이야기가 자라나지 않습니다. 큰 회사에 다니거나 공장에서 땀을 흘렸으니 이야기가 쏟아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놀이를 빛낼 때에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스스로 기쁘게 사랑을 나눌 때에 이야기가 거듭납니다.


  내가 내 옆지기랑 나누는 이야기는 서로 돌보며 일구는 삶에서 비롯합니다. 우리가 아이들하고 나누는 이야기는 다 함께 좋아하며 아끼는 삶에서 얻습니다.


  갓난쟁이 죽을 끓이며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아이들 밥상을 차리며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걸레질을 하고 비질을 하며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이들 씻기고 옷가지 빨래하는 사이 이야기가 날갯짓 합니다. 나란히 서서 들길을 걷는 동안 이야기가 노래합니다. 파랗게 물드는 하늘에 하얗게 스며드는 구름을 올려다보며 이야기가 흐드러집니다. 나뭇잎을 스치고 풀잎을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이하며 이야기가 춤춥니다.


  내 삶이 좋은 삶입니다. 좋은 삶이 내 삶입니다. 내 삶이 좋은 이야기입니다. 좋은 이야기가 내 삶입니다.

 

 


- “젊은이, 나는 아직 내 연구를 완성시키지 못했네. 그 완성이란, 인간끼리 합체시키는 것이지! 두 인간의 육체를 섞어 새로운 인간을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내 최후의 목표라네! 지금 그것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준비가 끝났네! 자네와 보스는 내일이면 하나로 합쳐진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거다! 내가 이 멋진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데! 너무 두근거려서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라고!! 헤헤헤! 헤헤헤!” (96쪽)
- “알겠나, 선생? 이것만은 말해 두겠어. 어떤 과학의 힘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쳇, 위대한 철학자 나섰군!” “우주를 방황하다 보면 도를 터득하게 되거든. 인간의 생명이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 거야.” (119쪽)


  사랑은 삶에 뿌리를 내리고, 놀이는 삶에 깃을 둡니다. 말은 삶에서 태어나고, 꿈은 삶에 손길을 내밉니다. 아이는 기계 부속품이 아니기에 어머니가 몸속에 열 달을 곱게 품습니다. 아이는 공장 톱니바퀴가 아니기에 어머니가 온 사랑을 들여 낳습니다. 아이는 어른들 놀잇감이 아니기에 어머니가 피와 살을 낸 젖을 물립니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마을 다 다른 보금자리에서 다 다른 어머니들 젖을 물며 씩씩하게 자랍니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사랑을 다 다른 빛깔로 받아먹으면서 다 다른 이야기를 품에 안습니다. 그런데, 다 다른 아이들을 다 다른 빛깔이 어리는 다 다른 사랑으로 돌보아야 할 어머니와 아버지가 으레 잊거나 잃습니다. 다 달리 사랑할 아이들을 다 똑같이 틀에 가두고 말아요. 다 다른 아이들이 품으며 누려야 할 아름다운 누리에서 아이들이랑 오붓하게 살아가려 하지 않아요.


  어른들은 돈을 벌려고 합니다. 어른들은 일하느라 바쁘다 합니다. 어른들은 문화를 누리고 예술을 즐기며 사회에서 복닥이며 정치를 지키고 경제를 건사하며 철학을 빚고 운동경기로 고단함을 풀다가는 할인마트에서 시름을 달래요. 어른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노래하는 마실길을 잊습니다. 어른들은 자가용을 몰며 텔레비전을 봅니다. 어른들은 조그마한 손전화로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습니다. 어른들 스스로 아이들이랑 목소리 곱게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어른들 스스로 재미나게 놀이를 새로 빚으며 아이들이랑 어깨동무하지 않습니다.

 

 


- “여보, 당신 말대로라면, 당신 나라에서 큰 전쟁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났고, 한 번 쏘면 몇 만 명도 넘는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서? 게다가 바다는 독이 퍼지고, 산과 들고 말라 버렸다면서?” (168쪽)
- “딸아, 불쌍한 내 딸아. 이 엄마는 1500년 후 미래에서 살고 있었단다. 그곳엔 모두 죽고 죽이는 전쟁이 일어났고, 고아였던 이 엄마는 수용소에 들어갔었지. 그 시대를 증오했어. 그리고 인간을. 그때, 엄마는 이상한 새를 봤지. 꿈이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 새의 몸은 불처럼 타오르고 있었어. 그리고 내 소원대로 옛날로 보내주겠다고 하더군. 그리고 돌아오고 싶어질 때까지 있어도 된다고 했어. 믿을 수 없었단다. 그 대신 과거의 역사를 바꾸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엄마의 옷이, 이 시대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면 섬유의 역사가 변한다. 그리고 딸이 태어났고, 만약 네가 자라나면, 엄마는 미래인이 낳은 아이가 하나 생기는 거야.” (180쪽)


  놀이를 스스로 빚지 못하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빚으려 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채 빚지 못한 때에 일찌감치 틀에 가둡니다. 보육원과 어린이집과 유치원이라는 틀에 아이들을 가둡니다. 이윽고 초등학교라는 틀에 가둡니다. 시험공부와 영재교육과 조기교육과 독서함양이라는 틀에 가둡니다. 아이들은 곧바로 대입시험이라는 틀에 사로잡힙니다. 푸르디푸른 넋을 꽃피울 꿈을 스스로 접고야 맙니다. 대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마치 살아갈 값어치가 없기라도 한 듯 스스로를 옥죕니다. 어른은 곁에서 아이를 부채질합니다. 어른은 옆에서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어른은 둘레에서 아이를 다그치고 채찍질합니다. 사랑으로 놀이하고, 사랑으로 일하며, 사랑으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 《불새》(학산문화사,2002) 여덟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어른들 스스로 아이로 태어나 푸른 꿈과 맑은 사랑을 빛낸 나날을 누린 적이 있는 줄 떠올리지 못합니다. 어쩌면, 오늘날 어른들부터 당신이 아이였을 적에 푸른 꿈을 못 누리고 맑은 사랑을 못 빛냈는지 몰라요. 오늘날 어른들부터 당신이 아이였을 적에 슬픈 사슬에 매이고 고단한 틀에 사로잡히고 말았는지 몰라요. 오늘날 어른들은 스스로 아름다운 누리를 일군다든지 사랑스러운 터전을 보듬으려는 꿈을 안 꾸는지 몰라요.


  나한테 꿈이 없대서 아이들마저 꿈이 없어도 되지 않아요. 나한테 사랑이 없다지만 아이들까지 사랑이 없는 채 살아도 되지 않아요.


  죽음을 앞둔 사람한테 돈을 잔뜩 갖다 안길 때에 기뻐하지 않겠지요. 이제 막 태어난 아이한테 자가용이나 아파트를 선물한다면 좋아하지 않겠지요. 다섯 살 아이는 누구하고 어디에서 무얼 하며 놀고 싶을까요. 열다섯 살 아이는 어디에서 누구랑 어깨동무하며 땀흘려 일하고 싶을까요. (4345.3.8.나무.ㅎㄲㅅㄱ)


― 불새 8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최윤정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2.4.25./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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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소니 드 멜로 님 책들은 꽤 예전에 나온 책들이 예쁘장하게 생겼다. 요사이 다시 나오는 판은 겉그림부터 영 어설프다. 왜 새로 꾸미는 책은 아리따운 빛이 사라질까. 이번에 다른 한 권 새로 나오며 옷 한 벌 곱게 차려입은 모습을 본다. 반가우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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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가는 길-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마지막 명상들
앤소니 드 멜로 지음, 이현주 옮김 / 삼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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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장난감 1 - 애장판
오바나 미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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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아이들한테
 [만화책 즐겨읽기 28] 오바나 미호, 《아이들의 장난감 (1)》

 


  봄을 맞이했지만, 잠을 자는 방에는 늘 이불을 깔아 놓습니다. 밤에도 자고 새벽에도 자며 아침이나 낮에도 한숨 꼭 자야 하는 갓난쟁이가 있으니까요. 갓난쟁이를 언제라도 눕히도록 방 한켠은 늘 이부자리입니다. 더욱이 아직 추위가 말끔히 가시지 않은 만큼, 방바닥이 따스하도록 이불을 깔아 놓습니다.


  저녁이 되고, 밤이 가깝습니다. 두 아이는 지칠 줄 모르며 노느라 바빠 도무지 잠자리에 들려 하지 않습니다. 고단하니까 그만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지만, 어버이인 나부터 조금 더 일을 마치고 잠들자 생각하니, 아이들이라고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옷장 문을 열고 이불더미로 콩콩 뛰는 첫째 아이처럼, 나도 옷장 안쪽에서 이불더미로 콩콩 뛰며 놀던 어린 나날이 있었다고 깨닫습니다.


  이렇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지 못했다면 내 어린 나날을 앞으로도 못 떠올리며 살지 않았을까요. 나도 내 어버이한테는 ‘졸리면서 끝끝내 잠은 안 자고 더 놀려 하던 아이’가 아니었을까요. 졸리건 안 졸리건 고단하건 안 고단하건 놀 수 있는 만큼 더 신나게 놀며 하루를 즐기는 아이였겠지요.


- “지금 너희들의 모습을 거울에다 비춰 보지 그래? 아주 한심의 극치야. 오히려 원숭이 떼가 더 똑똑해 보일 정도라니까.” (22쪽)
- “넌 지금 네가 무슨 깡패 집단의 보스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넌 우리 3반의 쓰레기야! 내가 머지않아 고성능 청소기로 싹 쓸어버릴 테니까 각오해 둬!” (28쪽)
- “아프잖아!” “우리 여자들의 하트는 훨씬 더 아프단 말야! 큐티 하니처럼 욱씬욱씬! 그래! 진심으로 사과해!” (92쪽)

 

 


  더 놀고 싶은 아이한테 내 어버이는 어떤 말을 했을는지 궁금합니다. 더 놀려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내 어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내가 내 아이들한테 하는 말하고 같이 내 어버이가 말했을까요. 오늘 이곳에서 내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결처럼 내 어버이가 느꼈을까요.


  봄꽃이 핍니다. 봄비가 내립니다. 봄바람이 붑니다. 봄햇살을 쬡니다. 온 들판은 온통 봄누리입니다. 아이들은 봄을 맞이해 더 개구지게 놀 만합니다. 바야흐로 따사로운 봄철 온 집안 문을 다 열고는 봄기운을 맞아들여 예쁘게 놀 만합니다.


  봄까치꽃에 이어 별꽃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논둑이랑 밭둑에는 이 두 가지 들꽃이 맨 먼저 찾아오는데, 멧자락에는 어떤 꽃들이 옹기종이 피었을까요. 마늘밭마다 독새기풀 뽑느라 할머니들 허리가 구부정한데, 독새기풀처럼 냉이와 달래도 곳곳에 새 줄기를 올리겠지요.


  우리 집 둘레나 마당에 새 쑥이 오릅니다. 들꽃 사이사이 쑥잎이 앙증맞습니다. 좋은 풀내음이 푸르게 퍼집니다. 맑은 풀냄새가 집안으로 스밉니다. 이 따사로운 봄날, 이 나라 아이들은 어디에서 누구랑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요. 이 포근한 봄철, 이 나라 푸름이와 젊은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새롭게 꿈과 이야기를 빛낼까요.


- “하야마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한 마리 외로운 승냥이 같아. 아무에게도 마음을 안 여는 느낌이야. 난 친구들이랑 엄마, 레이 같은,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하야마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어. 아니, 일부러 만들지 않는 것 같아. 그런 사람이 있다니, 화가 나기보단 오히려 슬퍼지는 거 있지.” (96쪽)
- “나는 그 애에게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그 애 덕분에 기운을 낼 수 있었거든. 어린애라 하더라도 상대가 진지하다면, 나도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 (225쪽)

 


  오바나 미호 님 만화책 《아이들의 장난감》(학산문화사,2004) 첫째 권을 읽습니다. 첫째 권에 나오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아마 이 만화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사이 아이들 읽으라고 그렸겠지요. 고등학생이나 어른들은 이 만화가 좀 어리거나 재미없다 여길 수 있겠지요.


  나는 내 어린 나날 나이로 돌아가 만화책을 읽습니다. 나 또한 열세 살 어린이였던 모습을 그리며 만화책을 읽습니다. 집일을 하느라 등허리가 결려 방바닥에 엎드린 채 읽습니다. 첫째 아이는 아버지 등을 타고 올라와 방방 뜁니다. 이 녀석은 제 아버지 등짝이 앞마당이라도 되는 양 두 다리 쪽 펴고 서서 체조나 곡예라도 부리는 듯합니다.


  그야말로 온몸이 쑤실 때에는 아이가 건드리기만 해도 아픕니다. 참으로 온몸이 뻑적지근할 때에는 아이가 등뼈를 자근자근 밟아 주니 시원하기도 합니다. 아픈 날은 아버지가 골을 부리고, 시원한 날은 가만히 있습니다. 아픈 날은 아이가 부디 밖에 나가 신나게 뛰놀기를 바라고, 시원한 날은 너무 오래 밟지는 말고 조금만 밟고 내려오기를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내 어린 나날 내 아버지는 아이들 어리광이나 놀이를 거의 안 받아 주었다고 느껴요. 어릴 적에 아버지하고 놀았던 모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집에서 아버지는 늘 무섭고 지쳤으며 혼자 쉬는 분이었습니다. 제삿날에 맞추어 작은아버지가 찾아오면, 작은아버지 품에 안겨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놀곤 하던 일은 떠오르지만, 내 아버지 수염을 만지작거린다든지 등에 올라탄다든지 하는 일은 꿈조차 못 꾸었지 싶어요.

 

 


- “자기 엄마 좋아하는 게 뭐가 나쁘지?” (119쪽)
- “아니, 그것 때문이야? 그 이유 때문에 너희 집이 이 모양이냐고? 11년씩이나? 이상해. 미안하지만 너희 집은 정말 이상해. 엄마가 애써서 낳아 주신 거잖아?” (137쪽)


  갓난쟁이는 언제나 어머니 바짓가랑이나 치잣자락을 붙잡고 늘어집니다. 어린 아이도 으레 어머니 뒤를 졸졸 좇습니다. 집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 즐거이 노는 사이라면 아이들은 아버지 품도 좋아하고 아버지 품에서 새근새근 달게 잠들기도 합니다.


  아주 마땅히, 아이들은 제 어버이를 좋아합니다. 아주 마땅히, 어버이는 제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서로 아끼고 서로 믿습니다. 서로 보듬으며 서로 기댑니다.


  온힘뿐 아니라 온사랑 기울여 아이를 몸속에 보듬다가 낳습니다. 숱한 나날뿐 아니라 수없이 흘리는 땀방울로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보살핍니다.


  좋아하기에 낳는 아이요, 사랑하기에 보살피는 아이입니다. 좋아하기에 함께 노는 어버이요, 사랑하기에 나란히 손을 잡고 마실을 다니는 어버이입니다.


- “그래, 난 아무것도 말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알고 싶다고, 힘이 되고 싶다고 했던 건데. 죽고 싶다는 소리나 하고, 다 필요없어. 바보. 멍청이. 나쁜 놈!” (130∼131쪽)
- “아가, 엄마는 말이지, 널 사랑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낳은 거란다. 그러니까, 엄마 몫까지 열심히 살아 주렴.” (166쪽)


  어버이 스스로 예쁜 넋으로 살아갈 때에 아이들은 언제나 예쁜 웃음과 낯빛과 몸짓입니다. 어버이 스스로 아픈 생채기로 그늘질 때에 아이들까지 노상 아픈 앙금을 쌓으며 그늘지는 눈물과 몸빛과 매무새입니다.


  아픈 아이들한테는 사랑만 한 손길이 없습니다. 아픈 어른들한테도 사랑만 한 손길이 없습니다. 아픈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 사랑을 받아먹으며 기운을 되찾아야 합니다. 아픈 삶으로 얼룩지며 시름시름 앓는 사람들 누구나 고운 사랑을 해맑게 받아들여 따사로이 씨앗 하나 품으며 우람한 나무로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예쁜 얼굴 어머니나 돈 많은 아버지를 바라지 않아요.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밥상을 차려 주고, 기쁜 낯빛으로 함께 어우러져 놀 어버이를 바라요. (4345.3.8.나무.ㅎㄲㅅㄱ)


― 아이들의 장난감 1 (오바나 미호 글·그림,최윤정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4.9.25./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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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순이 어부바 자전거 어린이

 


 어머니가 동생을 업을라치면, 첫째 아이 사름벼리는 꼭 콩순이 인형을 업겠다며 아버지나 어머니를 부른다. 아직 저 혼자 인형 포대기를 묶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 스스로 요리조리 얼추 묶었다. 꽤나 허술하지만, 아이 스스로 처음으로 묶었다고 할까. 맨 처음이라 할 수는 없으나, 스스로 포대기를 묶겠다는 굳센 다짐으로 꽤 야무지게 묶은 첫 손길이라 할 만하다.

 

 노란 빛깔 가득한 웃옷을, 알고 보면 잠옷이지만, 예쁘게 입고는 노란 인형 포대기로 콩순이 인형을 안고는 제 신발 한 켤레는 자전거 바구니에 담고 마당을 빙빙 도는 아이가 그야말로 환하다. 콩순이가 자꾸 흘러내린대서 아버지가 포대기 끈을 제대로 여며 준다. (4345.3.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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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3-09 11:49   좋아요 0 | URL
ㅎㅎ 큰애가 벌써 인형을 매면서 노는 군요.그나저나 요즘 서울에는 어린이들이 저처럼 자전거타고 놀 골목이 없어져서 큰일이네요.골목길에서도 차들이 쌩쌩다니니 아이들이 놀 공간이 너무 없어져 안탔깝습니다.

파란놀 2012-03-09 16:2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서울 아이들은 자전거랑 인라인 많이 타지요.
그것밖에는 할 놀이가 없으니까요... ㅠ.ㅜ
 


 산들보라 누나 따라

 


 누나 가는 곳 졸졸 따라가는 산들보라. 그러나 누나만 따라다니지 않는다. 같이 놀 만하다 싶으면 어머니도 따라가고 아버지도 따라간다. 저녁이 되어 온몸 쿡쿡 쑤시다며 곯아떨어지려는 아버지는 같이 안 놀아 주고, 졸음에 겨운데 꾹꾹 참으며 노는 누나를 마냥 좇는 산들보라. 오늘은 세 차례 응가를 누고, 세 차례째 밑을 씻기고 나서 한동안 기저귀를 풀어 놓는다. 누나 따라 이불을 밟으며 같이 논다. (4345.3.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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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08 14:47   좋아요 0 | URL
아이들 넘 귀여워요. 아이고 푸른 엉덩이도 귀엽고.
옷장도 참 이쁘네요

파란놀 2012-03-08 22:20   좋아요 0 | URL
네, 참 어여쁩니다.
잘 때 좀
잘 자 주면 더... -_-;;;

카스피 2012-03-09 11:47   좋아요 0 | URL
태어난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벌써 누나를 쫒아다니네요.두 아이의 모습니 넘 정겹습니당^^

파란놀 2012-03-09 16:23   좋아요 0 | URL
둘이 참 잘 놀아서,
때로는 일손을 덜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