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역사를 바꾸려는 손길
 [따순 손길 기다리는 사진책 29]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1987)

 


  198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사진으로 찍은 사람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오래도록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사슬에다가 치안유지라는 허울이 너무 무시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시인 박용수 님이 사진책 《민중의 길》(분도출판사)을 내놓은 적 있으나 1989년이요, 사진기자 신복진 님이 《광주는 말한다》(눈빛)를 내놓았으나 2006년입니다. 1980년 광주를 말하는 ‘한국사람이 찍은 사진’은 아홉 해가 지나서야 겨우 조금 빛을 보고, 스물여섯 해를 훌쩍 지난 뒤에야 가까스로 이럭저럭 빛을 본 셈입니다. 이때 한국에 와서 취재를 하던 외국 기자들이 찍은 사진은 언제쯤 사진책 하나로 묶여 빛을 볼 수 있을까요. 한국사람이 미처 못 담은 모습, 한국사람한테는 꽁꽁 막혀 바라볼 수 없던 모습을 담은 외국 기자들 사진은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쯤 뒤에는, 또는 서른 해나 마흔 해쯤 뒤에는 빛을 볼 만할까요.


  박도 님이 미국 어느 도서관에서 고이 잠자던 사진을 깨워 《지울 수 없는 이미지》(눈빛)를 내놓은 때는 2004년입니다. 한국전쟁 무렵 한국땅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인데, 이 사진들은 자그마치 쉰 해를 훌쩍 지나 빛을 봅니다. 그러니까, 1980년 광주 이야기라면 앞으로 2030년쯤은 되어야 어디에선가 먼지를 털며 겨우 빛을 드러내지 않으랴 싶어요. 다만, 이 모습을 잊지 않은 누군가 있어야 하고, 이 모습을 되찾으려는 누군가 있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에서 풀려난 한국은 기나긴 해를 군사정권 독재 그늘에 가려진 채 보내야 했습니다. 땅덩이는 남과 북으로 갈렸으나, 사람들 마음은 더 잘게 쪼개어져야 했습니다. 서로 믿고 서로 돕는 따스한 사랑보다는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노려보는 끔찍한 총부리가 으르렁거려야 했습니다. 평화도 통일도 민주도 자리잡기 힘들었습니다. 사랑도 믿음도 꿈도 섣불리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아픔과 응어리를 그대로 눌러둘 수 없기에 조금씩 불씨가 피어났고, 1980년대 끝무렵에는 남녘땅 사람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몇 마디 아우성을 터뜨렸어요.


  이즈음, 붉은 빛으로 감싼 사진책 하나, 펴낸곳 이름 따로 없이, 어느 사진을 어디에서 얻어 누가 오리고 잘라 엮었는가 하는 이름 또한 없는 채, 조용히 태어났습니다. 개인이나 단체나 출판사 이름 어느 한 가지조차 쓸 수 없던 그무렵, ‘종교는 건드리지 않는다’라 하는 금 안쪽에서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름을 붙인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1987)이 나옵니다.


  여기저기에서 오려 붙인 사진을 그러모았으니, 오늘날로 말하자면 ‘저작권 도둑질’이라 할 만하겠지요.


  글로도 그림으로도 사진으로도, ‘하고픈 말’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던 때에 나온 사진책이니, 가슴에서 북받치며 터져나온 책 하나라 할 만하겠지요.

 

 

 


  펴낸곳도 지은이도 엮은이도 따로 없는 만큼, 이 책은 여느 새책방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여느 도서관에도 이 책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주 숨죽인 채, 사람들 사이사이 손과 손을 거쳐 눈시울을 적시며 몰래 읽고 읽혔습니다.


  나는 이 사진책을 헌책방에서 만났습니다. 자칫 헌책방 일꾼마저 ‘이런 책을 다룬다는 대목 때문에 경찰한테 붙들릴’ 수 있는데, 적잖은 헌책방 일꾼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 책을 조용히, 슬그머니 드러내어, 가만히, 말없이 번듯하게, 적잖은 사람들이 되읽고 돌려읽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군사정권 독재자들은 왜 글·그림·사진을 송두리째 걸어 잠갔을까요. 군사정권 독재자들은 왜 신문과 방송과 책이 자유롭지 못하게 얽어맸을까요. 걸어 잠긴 글·그림·사진인데, 우리들은 이를 얼마나 느끼거나 생각했을까요. 얽어매인 나머지 제목소리 못 내던 신문과 방송과 책이었는데, 우리들은 이를 얼마나 알거나 깨달았을까요.

 

 

 


  사진은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요. 그림은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요. 글은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요.


  나는 생각합니다. 사진도 그림도 글도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바뀝니다. 왜냐하면, 사진이 역사를 바꾸지 못하지만, 사진 한 장에 온 눈물과 꿈과 사랑과 믿음을 담을 수 있으면, 이렇게 눈물을 담고 꿈을 담으며 사랑을 담는데다가 믿음을 담은 사진 한 장은 역사를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찍는 사진마다 내 온 눈물과 꿈과 사랑과 믿음을 담으려 해요. 집안에서 뒹구는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든, 마당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든, 언제나 내 마음속 모든 기운이 솟구쳐오르도록 이끌어 사진 한 장으로 영글어 놓고 싶어요.

 

 

 


  나한테 사진을 찍는 힘은 내가 살아가는 힘입니다. 나한테 사진을 읽는 눈길은 내가 사랑하는 눈길입니다.


  사진책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한 권이 이 나라 역사를 바꾸었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진책을 들여다본 사람들 가슴은 바꿀 수 있었다고 느낍니다. 그날 그곳 그때 그이를 이 사진책 하나로 가만히 그리면서 함께 웃고 같이 울며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꿈 한 자락을 끌어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워하지 말자. 그러나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한 마디로 끝맺은 사진책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을 넘기면, 여느 동네 여느 아주머니들이 시민군이 먹을 밥을 스스로 해서 스스로 챙기는 사진이 있습니다. 시민군한테 음료수 병을 갖다 안기는 사진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총칼을 무섭게 빼든 군인한테 밥 한 그릇이나 물 한 모금 선선히 갖다 바치는 모습은 어떠한 사진으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민군도 계엄군도 모두 사람인데, 계엄군이라는 허울을 쓰고 광주땅 사람들 수천을 아무렇지 않게 끔찍히 죽인 이들은 누가 심어 거두고 누가 차려서 내미는 밥을 먹었을까 궁금합니다.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일는지 궁금합니다. 정권이란 무엇이고 독재란 무엇이며 정치란 무엇일는지 궁금합니다. 민주와 평화와 통일과 자유란 어떠한 모습과 이야기일는지 궁금합니다.


  왜 권력을 손아귀에 쥐려 하나요. 왜 돈뭉치를 뒷주머니에 챙기려 하나요. 왜 총칼로 사람들을 무릎 꿇리며 함부로 다루나요. 누구라도 하루 세 끼니 밥을 먹어야 하는 목숨이에요. 누구라도 논밭에 씨앗을 뿌려 알뜰히 건사해서 가을날 흐뭇하게 곡식과 열매를 얻어 어깨동무하며 누려야 할 이웃이에요. 살림을 즐거이 꾸리는 데에 마음·품·겨를·돈을 쓸 노릇이라고 느껴요. 군대를 만들거나 무기를 만들거나 4대강 삽질을 하는 데 따위에 어떠한 마음·품·겨를·돈조차 쓰지 않아야 한다고 느껴요.


  사진 한 장은 역사를 바꾸었을까요. 사진책 한 권은 삶을 바꾸었을까요. 사진기를 쥔 사람들은, 사진으로 담긴 사람들은,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사진책을 돌려읽는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요. (4345.3.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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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3-0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9년에는 가톨릭 사제들의 증언집인 <저항과 명상>(빛고을 출판사)이 나왔습니다.부록으로 독일 기자가 광주항쟁에 대해 쓴 글 세 편이 있죠.

파란놀 2012-03-09 17:21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음... 저희 집에도 있나 싶기도 한데
가물가물하네요 @.@
 
홀가와 놀기 - 환상을 담는 토이 카메라
현정민 지음, 한인규 사진 / 시공아트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놀이 즐기는 삶이란
 [찾아 읽는 사진책 81] 현정민·한인규, 《홀가와 놀기》(시공아트,2009)

 


  ‘홀가’라 하는 사진기가 있습니다. 영어로 ‘토이카메라’ 갈래에 든다는 사진기입니다. 꼭 ‘장난감’이라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이 사진기는 가벼운 장난감이 아닙니다. 놀이하듯 가벼이 즐길 수 있는 사진기입니다. 그래서 ‘토이카메라’를 한국말로 옮긴다면 ‘놀이하는 사진기’, 곧 ‘놀이사진기’로 적으면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른바 ‘사진놀이’에 꽤 잘 어울리는 사진기라 할 만합니다.


  나는 ‘놀이사진기’를 따로 쓰지 않습니다. 나는 일부러 빛샘을 즐기지 않거든요. 나는 일부러 사진 테두리가 까맣거나 뿌옇게 나오도록 하지 않아요. 나도 ‘사진놀이’를 즐기는 사람이요, 집에서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을 때에 즐겁게 담습니다만, 애써 ‘꿈 같아 보이는 모습’을 만들 마음은 없습니다. 내 아이들을 바라보면 언제나 꿈과 같고, 늘 사랑스럽기 때문에, 여느 사진기로 이 꿈 같으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꾸밈없이 담습니다.


  현정민, 한인규 두 분이 함께 글을 쓰고 사진을 담은 《홀가와 놀기》(시공아트,2009)를 읽다가 생각합니다. 두 분은 “아주 기본적인 장치로만 이루어진 저렴한 카메라 홀가 덕분에 일반인들도 중형사진에 좀더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다(11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값이 얼마나 싸기에 이렇게 말하는가 궁금하지만, 이래저래 값이 싸기에 이렇게 말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사진놀이는 값싼 사진기로만 즐기지는 않아요. 대형사진기로도 사진놀이를 즐기면 됩니다. 디지털사진기로도, 1회용사진기로도, 똑딱이디지털사진기로도, 값싼 필름사진기로도 얼마든지 사진놀이를 즐기면 돼요. 값싼 사진기를 쓴대서 더 사진놀이를 마음껏 누리지 않습니다. 사진을 하는 마음이 홀가분할 때에 비로소 사진놀이를 신나게 누립니다. 사진기를 쥔 손이 홀가분하고, 사진기로 들여다보는 온누리를 맑게 헤아릴 때에 바야흐로 사진놀이가 빛납니다.

 

 


  그나저나, 《홀가와 놀기》라 한다면, 이 사진책에 담은 ‘사진기 홀가 모습’부터 ‘홀가 사진기로 찍어서 보여주’면 한결 그럴듯하리라 생각합니다. 곰곰이 보건대, ‘사진기 홀가’는 ‘다른 사진기’로 찍어서 보여주는구나 싶어요. 아무래도 ‘사진기나 필름이나 부품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데에서는 홀가로는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기 때문이라 할 텐데, 참말 “홀가와 놀기”를 이야기하는 책이 된다면, 이런 대목부터 “홀가와 놀기”를 마음껏 선보일 때에 더 재미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파노라마사진기를 이야기하는 사진책은 아예 모든 사진을 파노라마사진기로 찍는 셈입니다.


  “일반 카메라에서 빛샘 흔적이 보인다면 카메라를 수리해야겠지만 홀가는 이러한 단점조차 개성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14쪽).”고 합니다. 너무 마땅해서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만, 홀가뿐 아니라 어떠한 사진기라도 ‘좋고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모든 대목이 그저 좋기만 한 사진기는 한 가지도 없습니다. 질감이나 빛느낌이 대단히 좋다지만, 장비가 너무 무겁다든지, 사진 한 장 찍기까지 품이나 손이 많이 간다든지 하잖아요. 가볍게 들고 다니며 잽싸게 찍을 수 있다지만 질감은 좀 떨어진다든지 하고요.


  사진을 찍는 사람한테는 사진기가 대수롭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는 연필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한테는 붓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연필이든 볼펜이든, 하얀 종이가 되든 앞쪽은 광고종이요 뒤쪽은 빈종이가 되든, 책 귀퉁이가 되든 껌종이가 되든, 글을 쓰는 사람은 어디에라도 글을 씁니다. 글을 쓰려는 사람 넋을 온통 불사르며 글을 씁니다.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든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든 다 좋습니다. 1b이든 2b이든 3b이든 hb이든 대수로울 까닭이 없어요. 아무 연필이든 손에 쥘 수 있으면 돼요.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라는 아이는 물감이 없어 숯이나 목탄으로만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요.


  홀가이든 펜탁스이든 미놀타이든 캐논이든 롤라이이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로모면 어떻고 후지6×17이면 어떻습니까.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실으며,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사진기라면 어떠한 사진기라도 좋습니다. 내 꿈을 담는 사진이고, 내 빛을 선보이는 사진입니다. 내 길을 걷는 사진이고, 내 뜻을 나누는 사진이에요.

 


  《홀가와 놀기》를 내놓은 두 분은 “언제부터인가 내 사진 촬영에서 노력의 흔적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마음에 드는 컷은 취하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지워 버리는 일들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 쉽게 찍힌 사진이 아무 거리낌없이 버려지는 것을 자주 보는 나에게는 잘 나온 사진이든 그렇지 못한 사진이든 내 기억을 대신해 줄 훌륭한 저장소가 필요했다(79쪽).” 하고 말합니다. 적잖은 이들이 이러한 갈림길에 빠진다고 하는데, 참 딱하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어쩌는 수 없어요. 삶이 재미없을 때에는 사진 또한 재미없습니다. 삶이 사랑스럽지 않을 때에는 사진이라고 사랑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해요.


  “내 사진을 더 땀흘려 잘 빚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내 삶부터 얼마나 땀흘려 슬기로이 빚는가” 하고 돌아보아야 합니다. 삶을 추슬러야 합니다. 삶을 다스리는 꿈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헤아려야 합니다.


  사진기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사진기 아닌 두 손과 두 다리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맨눈으로 온누리를 살피고, 맨몸으로 이웃과 동무를 사귀어야 합니다. 맨마음으로 집일과 바깥일을 알뜰히 보살펴야 합니다. 삶을 먼저 사랑할 수 있는 몸가짐을 되찾고서 다시 사진기를 손에 쥐어야 합니다.


  “홀가처럼 정사각형 필름 안을 채우는 경우는 기존과는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99쪽).”는 말마디로는 모자랍니다. 어떤 사진기이든 사진기마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틀’이 다릅니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사진기라 하더라도 제품에 따라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틀’이 바뀝니다.

 

 


  무딘 칼로 도마질을 할 때랑 날카로운 칼로 도마질을 할 때에는 손놀림이 바뀝니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만질 때에는 손길이 달라집니다. 여느 옷가지를 빨래할 때하고 똥기저귀를 빨래할 때에는 사뭇 다릅니다.


  먼저 내 마음을 가다듬은 뒤 사진기를 손에 쥘 우리들입니다. 홀가를 쥐어 놀든, 다른 사진기를 쥐어 놀든, 나 스스로 어떤 꿈을 꾸면서 어떤 길을 걷는 어떤 삶을 사랑하려 하느냐 하는 대목을 환하게 깨달은 다음 사진기를 쥐어야지 싶습니다. 꿈과 길과 삶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나날이면서 사진기만 먼저 달랑 손에 쥔다면, 어떠한 사진기를 손에 쥐더라도 아무 사랑이 깃들지 못하는 맨숭맨숭한 복제품만 잔뜩 쏟아질 뿐이에요.


  슬픔을 담는 사진인지 기쁨을 담는 사진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삶을 사랑하는 사진인지 삶이 고단한 사진인지 살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싣는 사진인지 가슴 저린 이야기를 싣는 사진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남한테 보여주려 하는 사진인지, 나 스스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진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나저나, 사진책 《홀가와 놀기》는 똑같은 사진을 되풀이해서 쓰는군요. 작은 사진책에 같은 사진을 되풀이해서 쓰는 일은 썩 보기 좋지 않습니다. 다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는 더 많은 사진을 실을 때에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홀가와 놀기》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정작 ‘얼마나 신나게 노느냐’ 하는 이야기는 책 끝자락에 몇 쪽 없습니다. 이 책은 ‘중형필름 쓰는 사진기 다루기’하고 ‘찍은 사진을 스캐너로 긁어 파일로 다루기’를 이야기하느라 너무 긴 자리를 써 버립니다. ‘홀가 입문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책을 엮었는지 모르나, ‘기계 다루기’는 ¼쯤으로 간추리고, 나머지는 온통 ‘홀가랑 아기자기하고 멋스러이 논 이야기’를 담았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4345.3.9.쇠.ㅎㄲㅅㄱ)


― 홀가와 놀기 (현정민·한인규 글·사진,시공아트 펴냄,2009.9.21./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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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잡지 '함께살기' 2호로 <동시집 할머니>를 곧 내놓습니다.

오늘 드디어

겉그림에 넣을 글씨를

손으로 다 적었어요.

 

아이들이랑 복닥이며

겨우 살짝 짬을 내어

크레파스로 적었습니다.

 

 

 

여기에 아이가

지난해 11월,

곧 아이 네 살 적에

그린 그림을 넣어요.

 

예쁘게 나오면 좋겠다고

꿈을 꿉니다.

 

'함께살기 2호' <동시집 할머니>는

딱 120권만 찍고,

잡지 구독자랑

도서관 도움이한테만

부칩니다~~ ^^

 

(그림 1)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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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0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지세요

파란놀 2012-03-09 08:50   좋아요 0 | URL
에구 고맙습니다~
 


 느낌글 쓰는 마음

 


  내가 내놓은 책을 기쁘게 장만해서 즐거이 읽은 누군가 곱게 살아가며 느낌글 하나 살가이 쓸 수 있을까 하고 꿈을 꿉니다. 내가 쓰는 느낌글이 내가 장만해서 읽은 책을 내놓은 누군가한테 좋은 말꽃이 되어 나 또한 새롭게 고운 꿈을 꾸며 서로서로 즐거이 살아가며 나누는 말꽃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내 삶꽃을 책 하나로 갈무리해서 내놓습니다. 내가 느낌글을 쓰도록 이끈 책은 내 아름다운 이웃이 이녁 아름다운 삶을 꽃피우며 내놓았겠지요. (4345.3.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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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밤을 지나 새벽으로
봄비 한 줄기
온 들판
따사로이 적신다.

 

마늘밭이 젖고
세멘기와 지붕이 젖고
앙상한 모과나무가 젖고
꽃봉오리 터뜨리려는 후박나무가 젖고
세멘으로 닦은
길바닥과 마당이 젖는다.

 

아침과 낮과 저녁
집식구 옷가지와 기저귀
차근차근 손빨래 한다.

 

우리 집에
아직
빨래기계 없다.
내가 늘 집에서 일하니
내 몸이
빨래 예쁘게 건사한다.

 

체르노빌
드리마일
후쿠시마

 

여기에
영광 고리 월성 기장
또는 새로 어느 곳
이름 몇 글자
더하지 말란 법 있을까.

 

전기 없는 날
틀림없이 찾아올 테니
전기 없는 삶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온 하루 축축한 집안에
불을 넣는다.
깊은 새벽에 겨우 마른
기저귀를 갠다.

 


4346.3.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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