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3. 좋아하니까 사진으로 담아요 - 골목책방 2011.1207.38

 


 다큐멘터리 사진을 으레 흑백필름이나 흑백디지털로 찍으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진은 그예 사진이어야 할 뿐이에요. 사진은 필름이나 디지털이 아닌 사진이에요. 사진은 흑백이나 칼라가 아니라 사진이에요. 사진은 대형이나 중형이나 소형이 아니에요. 사진은 사진이에요. 사진은 캐논이나 라이카나 니콘이나 후지나 펜탁스가 아니에요. 사진은 오직 사진이에요.

 

 한국사람들이 ‘결정적 순간’ 같은 일본 번역말로 사진을 헤아리는 일은 너무 슬퍼요. 한국사람들이 ‘흑백-칼라’라는 외국말로 사진을 바라보는 일은 몹시 안타까워요.

 

 나는 ‘바로 이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요. 나는 ‘까망하양-무지개’를 사진으로 담아요.

 

 내가 사랑하는 바로 이 모습을 좋아하니까 사진으로 담아요. 내가 바라보는 무지개빛을 사랑하기에 사진으로 찍어요.

 

 가난한 사람한테는 가난한 빛이 있겠지요. 그래, 이 빛은 틀림없어요. 다만, 가난한 빛이란, 사람을 돈에 따라 살피는 빛일 뿐이에요. 사랑스러운 사람한테는 사랑스러운 빛이 있을 테지요. 그래, 이 빛 또한 어김없어요. 그러니까, 사랑스러운 빛이란, 사람을 사랑으로 돌아보는 빛이랍니다.

 

 헌책방마실을 하면서 언제나 똑같이 느껴요.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터에서 가장 사랑할 만한 책을 찾아요. 헌책방을 사진으로 담는다 할 적에는, 내가 가장 사랑할 만한 사진을 가장 사랑할 만한 빛으로 그리려 해요. (4344.12.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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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2. 읽지 않는 책은 찍지 못해요 - 뿌리서점 2011.1206.39

 


 사람들은 흔히 물어요. 내가 사들인 책을 다 읽느냐고. 이런 이야기가 궁금할 만한 값어치가 있을까요. 책 십만 권을 사들이는 사람이 십만 권을 다 읽든 열 권만 읽든 궁금할 만한 값어치가 있나요. 책 열 권을 사들인 사람이 열 가지 책을 백 번쯤 읽거나 즈믄 번쯤 읽는다면, 이러한 이야기가 궁금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가요.

 

 어떤 사람은 책 하나를 만 번쯤 읽어요. 어떤 사람은 죽는 날까지 책을 가까이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만 권에 이르는 책을 알뜰히 읽어요. 어떤 사람은 글을 배우지 못한 채 흙을 일구면서 살아요.

 

 문학을 짓는 사람이 있고, 문학을 말하는 사람이 있으며, 문학을 즐기는 사람이 있어요. 더 나은 사람은 없고, 더 못난 사람 또한 없어요. 더 거룩한 문학이나 더 몹쓸 문학이란 없어요. 저마다 누리는 문학이에요. 저마다 사랑하는 문학이에요.

 

 나는 나한테 주어진 책을 저마다 다 다른 꿈을 담아 좋아해요. 나는 내가 찾아가는 헌책방을 저마다 다 다른 빛으로 느끼며 사랑해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만나는 책을 읽어요.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아끼는 헌책방을 사귀어요.

 

 읽지 않는 책은 건사하지 못해요. 읽지 않을 책은 사진으로 담지 않아요. 사랑할 수 없는 사람하고 한집에서 살아가지 못해요. 좋아하지 못할 아이들하고 예쁜 삶꿈을 이루지 못해요. 사진은 내 넋이에요. (4344.12.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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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1. 내 사진은 흔들릴 수 없어요 - 흙서점 2011.1206.12

 


 내 사진은 흔들릴 수 없어요. 집안에서 아이들 담는 사진이라 하든 집밖에서 내 사진감 헌책방을 담는 사진이라 하든, 어느 사진이든 흔들릴 수 없어요. 때로는 살짝 흔들리거나 초점이 어긋났다 하지만 한결 따스하거나 사랑스러운 사진이 태어나곤 해요. 흔들리지 않고 초점 잘 맞는 사진만 내 마음에 차거나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거든요.

 

 나는 사진기를 처음 쥐어 내 사진길을 걷던 1999년부터 다짐했어요. 딱히 대학교 사진학과를 다니지 않았고, 나라밖 어디로 배움길 다닌 적 없으며, 어떤 이름난 사진쟁한테나 이름 안 난 사진쟁한테나 사진을 배운 적은 없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혼자 사진기를 들고 사진찍기를 하며 사진을 배우면서 다짐했어요.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초점이 어긋났다면 다시 찾아가서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즈믄 번이고 다시 찍어서 다시 얻어야 한다고.

 

 그저 찍고 또 찍고 다시 찍어요. 같은 자리에서 수없이 찍지만, 올해 지난해 다음해 언제까지나 찍고 또 찍고 다시 찍어요. 연대기 같은 사진을 생각하면서 찍지 않아요. 늘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이야기를 담으려는 사진을 찍어요. 언제나 가장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이야기를 실으려는 사진을 찍어요.

 

 나한테 1/20초라면 무척 빠르게 찍는 사진이에요. 1/15초나 1/10초도 제법 느긋한 사진이에요. 헌책방 살짝 어두운 불빛에서는 감도 1600으로 맞추고도 1/8초나 1/4초로 찍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리 넓지 않은 헌책방이니까, 아니, 퍽 좁은 헌책방이니까 세발이를 놓고 찍은 적이 없어요. 맨몸으로 안 흔들리며 찍을 뿐이에요. 다른 책손이 책읽기 할 때에 헤살 놓으면 안 되니 불을 터뜨리지 않아요. 오직 내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나한테 무지개 같은 꿈빛을 베푸는 헌책방 책빛을 담아요. (4344.12.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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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못 일어나며 못 쓰는 글

 


 새벽에 일어나야 글을 쓸 수 있는데, 요 며칠 새벽에 통 일어나지 못한다.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나더라도 온몸이 찌뿌둥하니까 아침 글쓰기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고단할 때에는 고단한 생각에 사로잡혀 고단한 글이 나올 뿐. 홀가분할 때에는 홀가분한 넋으로 홀가분한 글을 빚고. 사랑스러운 삶이 되도록 애쓰면서 사랑스러운 내 몸과 꿈과 매무새일 때에 내 눈가를 적시고 내 웃음꽃을 피우는 글 하나를 일군다.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기는 했으나 쑤시고 결리는 몸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도로 눕는다.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나 밤새 밀린 빨래를 하고 마당에 넌다. 시골집에 마실 온 형이 빨래널이를 돕는다. 첫째 아이가 뽀르르 좇아나와 빨래널이를 거든다. 둘째는 방바닥을 기다가 똥을 뽀지작 눈다. 밑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다. (4344.12.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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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2-11 14:07   좋아요 0 | URL
몸이 힘들어 마음을 못따라갈 때에는 몸이 하는 말을 먼저 들어줘야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내 몸이 그리 좋지 않을 때에는 글에도 알게 모르게 그런 기분이 녹아들어가는 것 같아요. 느낀 그대로 쓰기보다는 어떤 결의가 강하게 드러나보이는 문장들을 나도 모르게 쓰게 되더라고요 저의 경우에는 말이지요.
날도 추워지는데 몸부터 달래주세요. 건강하셔야지요.

파란놀 2011-12-11 19:20   좋아요 0 | URL
넵, 고맙습니다~
친형이 시골집으로 마실와 주면서
여러 가지 일을 거들어 주어
크게 힘이 된답니다~~
 


 우리 말도 익혀야지
 (925) 얄궂은 말투 91 : 많은 돈을 벌다

 

.. 햅굿의 부모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통조림 공장을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다 ..  《커트 보네커트/김한영 옮김-나라 없는 사람》(문학동네,2007) 23쪽

 

 “햅굿의 부모(父母)는” 같은 말투는 사람들 입에 찰싹 달라붙습니다. 이렇게 ‘-의’를 붙이는 말투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헤아리는 사람이 자꾸 줄어듭니다. 어떻게 말해야 알맞을는지를 찬찬히 돌아보는 사람은 눈에 뜨이도록 줄어듭니다. “햅굿네 부모는”이나 “햅굿 씨 부모는”이나 “햅굿네 어버이는”으로 손질합니다. “공장을 운영(運營)해”는 “공장을 꾸려”나 “공장을 해서”나 “공장을 차려서”로 손봅니다.

 

 많은 돈을 벌었다 (x)
 돈을 많이 벌었다 (o)

 

 옳게 가눌 말투를 헤아리지 않는 오늘날 흐름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일을 가리킬 때에도 ‘어떻게 버는가’를 적바림하는 틀을 옳게 깨닫지 않습니다.

 

 돈은 ‘많이’ 벌거나 ‘적게’ 법니다. “많은 돈”을 벌거나 “적은 돈”을 벌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돈을 적게” 법니다.

 

 곧, “사랑을 많이” 받거나 “사랑을 적게” 받는다고 말해야 알맞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거나 “적은 사랑”을 받는다고 말할 때에는 알맞지 않아요.

 

 많은 사랑 보내 주셔요 (x)
 많이 사랑해 주셔요 (o)

 

 그런데 이렇게 적으면서 다시금 헤아리면, “많이 사랑해 주셔요”라는 말마디가 올바른지 아리송합니다. 방송에 나오는 어느 분이 여느 사람들한테 무언가 바라면서 외칠 말마디라면, “널리 사랑해 주셔요”나 “더 사랑해 주셔요”나 “아낌없이 사랑해 주셔요”나 “더 많이 사랑해 주셔요”처럼 말해야 올바르지 않나 싶어요. 아니, “사랑해 주셔요”라고 말해야 할 노릇 아니랴 싶어요.

 

 많은 책을 읽었다 (x)
 책을 많이 읽었다 (o)

 

 한 자리에 많이 있는 무언가를 어찌저찌 했다고 할 때에는 “많은 책” 꼴이 틀리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 서재에 꽂힌 “많이 있는 책”을 둘러보면서 “이 많은 책을 다 읽었어요?” 하고 여쭐 때에는 틀린 말투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어느 한 사람이 “읽은 책이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에서는 “책을 많이 읽었다”처럼 말해야 맞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밥을 먹었다”는 틀린 말입니다. “밥을 많이 먹었다”가 맞는 말입니다. “많은 일을 했다”가 아니라 “일을 많이 했다”입니다. 다만, 이때에도 일거리가 그동안 아주 많이 쌓였는데 한꺼번에 많이 쌓인 일을 해냈다 한다면 “많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있어요. “그 많은 일을 했다”처럼. (4344.12.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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