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차는 어린이

 


 아이가 공을 꽤 잘 찬다. 발끝으로 겨우 밀던 때가 엊그제 같으나, 이제는 발에 잘 맞으면 퍽 멀리까지 높이 떠서 날아간다. 오늘은 드디어 아이가 공을 스스로 마당으로 들고 나와서 이리저리 뻥뻥 차며 한 바퀴를 돈다. 방에서 아버지랑 마주보며 공을 차서 주고받은 지는 꽤 오래되었으나, 너 혼자 마당에서 공을 차며 빙빙 돌기로는 오늘이 처음이구나. 네가 일곱 살쯤 되어야 네 동생이랑 서로 공을 차며 놀 수 있겠네. (4344.12.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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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장인 클로드 2 - 배려해주는 여자
오제 아키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기
 [만화책 즐겨읽기 86] 오제 아키라, 《술의 장인 클로드 (2)》

 


 면내나 읍내에 나가 먹을거리를 장만할 때에 보리술을 두 병쯤 사곤 했습니다. 요 며칠은 보리술은 안 사고 다른 먹을거리만 가볍게 장만하고 돌아옵니다. 술 두 병쯤 가방에 넣지 않으면 그만큼 가방 무게가 가볍습니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도 단출합니다. 하루에 보리술 500들이 두 병을 마시면 2500∼2600원쯤이니, 이틀 안 마시면 5000원, 나흘 안 마시면 1만 원입니다.

 

 마시면 나쁘고 안 마시면 좋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마시면서 ‘아, 좋다.’ 하고 느끼거나 안 마시면서 ‘아, 안 마셨다.’ 하고 느끼는 일은 바보스러운 줄 압니다. 그런데, 이렇게 느끼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아요. 다만, 이런 대목을 느끼거나 생각한다면, 그만큼 내가 더 마음을 기울여 사랑할 내 삶을 느끼거나 생각할 틈이 줄어듭니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아직 바보스러운 줄 잘 느끼면서 바보스러운 버릇을 털지 못하는 셈입니다.

 

 어제 낮,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백나무 옷장 두 짝이 들어왔습니다. 편백나무 옷장을 짜신 분이랑 일꾼이랑 저랑 셋이 낑낑대며 가운뎃방에 옷장을 들입니다. 시원하고 미더운 옷장이 떡하니 들어선 모습을 대견스레 바라보면서 막걸리라도 한 잔 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몰고 면에 다녀올까 싶어 자전거를 몰다가, 아니야, 면을 다녀오자면 혼자서 십 분이면 넉넉하지만, 옷장 들이느라 예전 옷장 빼고 짐을 잔뜩 널브러뜨렸는데, 오늘 저녁 잠을 어떻게 자려고,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얼른 집으로 돌아옵니다. 옷장을 들이느라 미룬 빨래를 합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방을 치웁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조금 가지런히 놓고 방바닥에 어질러진 물건을 치웁니다. 끝방은 이듬날 치우기로 하고, 잠자는 방부터 말끔히 해 놓습니다. 방바닥을 쓸고 방바닥 깔개를 마당으로 들고 나와서 텅텅 텁니다.


- “쌀을 술로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좋은 술로 만드는 건 기적이지.” (8쪽)
- ‘한 됫 병의 준마이슈는 3kg의 쌀. 6만 개의 쌀알. 두 평의 논!’ (87쪽)


 하루 일을 즐거이 마무리하면서 마시는 술 한 잔은 시원합니다. 하루 일을 기쁘게 마감하면서 마시는 차 한 잔은 개운합니다. 하루 일을 보람차게 끝내고 마시는 물 한 잔은 달콤합니다.

 

 무엇을 마시든 좋습니다. 내 몸을 제대로 돌아보면서 내 마음을 알뜰히 돌볼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내 몸을 사랑스레 보살피지 못하거나 내 마음을 어여삐 건사하지 못하면 슬픕니다.

 

 내 몸을 생각합니다. 나는 냄새를 잘 못 맡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냄새를 잘 못 맡으며 살았습니다. 냄새를 잘 못 맡으니, 맛을 잘 못 느낍니다. 너무 어린 날부터 코가 나쁘다 보니, 냄새랑 맛하고는 무척 동떨어진 채 살았고, 이렇게 살아오면서, 아무래도 내 몸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사랑하는 길도 자꾸자꾸 잊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도 내 몸에 살가이 스며들 좋은 밥이라 한다면 냄새를 아주 못 느끼지 않습니다. 코와 혀가 너무 무디어 맛은 못 깨닫지만, 느낌으로 ‘참 좋구나’ 하고 받아들이거든요. 어린 날 어머니가 당근물을 내어 주실 때에, 요즈막 옆지기가 당근물을 내어 건넬 때, 이 당근물이 내 몸에서 얼마나 좋게 스며드는가를 느낌으로 알아챕니다. 다만, 이 당근물을 예나 이제나 어떤 맛 어떤 내음인가는 도무지 깨닫지 못합니다.


- “히로,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 줘. 나는 반성하고 있으니까. 이 쿠라에서 만들어지는 술의 80%는 보통주잖아? 이 쿠라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술이야. 그리고 존경하는 주임님이 겨울 내내 만든 술이기도 하고. 물론 나는 양조용 알코올을 많이 사용한 술은 화학적인 맛이 나서 싫어하지만, 그런 내 취향을 강요할 필요는 없었던 거야.” (11쪽)
- “한 됫 병 안에는 술뿐만 아니라 만든 사람의 정성도 담겨져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146쪽)


 오늘 하루 고단했지만 힘껏 움직여 주어 고맙게 여기는 내 몸을 달래면서 술 한 병 마시는 날, 내 코와 혀는 술맛을 딱히 헤아리지 못합니다. 술을 맨 처음 마시던 때부터 내 코와 혀는 술맛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그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싸한 느낌만 압니다. 그러나, 좋이 빚은 술과 좋지 못하게 빚은 술을 잘 느낍니다. 가만히 살피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좋은 느낌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할 때에는, 굳이 술이 아닌 맑은 물 한 모금이어도 반갑습니다. 신문배달로 먹고살며 지내던 때, 이른새벽부터 골목을 내달리며 신문을 돌리고 나서 지국에서 물 한 잔 마시며 아주 시원했습니다. 고된 군대에서 틈틈이 마시던 강원도 깊은 멧골짝 샘물은 참으로 시원했습니다. 네 식구 살아가는 전남 고흥 시골집 물 또한 내 몸을 다스리는 좋으면서 시원한 마실거리가 되겠지요.

 

 좋은 물은 좋은 물 그대로 시원합니다. 좋은 물로 밥을 지으면 좋은 밥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좋은 물로 푸성귀를 얻으면 좋은 먹을거리로 새삼스럽습니다. 좋은 물로 술을 얻으면 좋은 마실거리로 거듭납니다.

 

 만화책 《술의 장인 클로드》 2권을 읽습니다. 내가 술을 즐겨 마시니 이 만화를 읽는다 할 테지만, 오제 아키라 님 만화는 ‘술 이야기’만 들려주는 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즐거이 읽습니다. 술에 담는 넋을 밝히고, 술이 이루어지는 길을 보여주며, 좋은 술을 얻고자 좋은 삶을 일구는 사람들하고 어깨동무하는 꿈을 들려주기에 고맙게 읽습니다.


- ‘가게는 조금씩 변화시켜 가자. 서두를 필요없어. 맛있는 니혼슈도 적당히 늘렸지만 손님에게 강요하지 않을 거야. 모두 내가 직접 매일 밤 마셔 보고 좋아진 술뿐인걸. 좋아질수록 자신이 생긴다. 데운 술도 시험해 봤다. 잔뜩 뜨겁게 해야 맛있는 술, 미지근해야 차분히 안정되는 술, 맛있었다. 일 때문에 시작했지만 매일 밤이 즐거웠다.’ (13쪽)
- ‘‘맛있다’라는 한 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33쪽)


 술을 빚는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술을 다루는(사고파는) 훌륭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술을 다루는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술을 마시도록 하는 좋은 술집 돌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는 훌륭한 사람이 있겠지요.

 

 좋은 책 하나 빚으려는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좋은 책 다루려는 훌륭한 책집 사람이 있으며, 좋은 책 맞아들이려는 훌륭한 사람이 있어요.

 

 좋은 흙을 바탕으로 좋은 흙일꾼과 좋은 살림꾼이 있습니다. 좋은 아이를 사이에 두고 좋은 어버이와 좋은 동무와 좋은 이웃이 있습니다.


-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에 갈 거야!” (142쪽)


 바깥이 아주 깜깜합니다. 아, 오늘이 동짓날인가. 동짓날 맞이하는 깊고도 깊은 어두운 밤인가.

 

 부엌에서 물 한 잔 마십니다. 방바닥에 불을 넣습니다. 그야말로 까만 시골마을을 가만히 내다 봅니다. 조용히 방으로 돌아옵니다. 식구들은 새근새근 꿈나라를 누립니다. 나는 이 식구들하고 언제까지나 새근새근 꿈나라를 함께 누리면서, 곧 동이 터 새 하루 맞이하면 즐거이 햇살을 받아먹겠지요.

 

 아 참. 동짓날은 팥죽이던가. 우리 집에 팥이 있던가. 팥죽은 어떻게 쑤지. 아이들 어버이라 한다면 팥죽을 집에서 쑤어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오늘은 아이들하고 어떤 이야기를 빚으며 보낼까.

 아침에 일어나서 부엌을 뒤졌을 때에 묵은 팥이 빼꼼 고개를 내밀어 주기를 빌어 봅니다. 집일을 맡아 한다면서 팥이 있는지 없는지, 오늘이 동짓날인지 아닌지조차 헤아리지 못하며 살아갑니다. 참 바보스럽습니다. (4344.12.22.나무.ㅎㄲㅅㄱ)


― 술의 장인 클로드 2 (오제 아키라 글·그림,임근애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11.15./3800원)

 

(겉그림 사진을 안 긁고 책을 도서관에 갖다 놓았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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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과학은 내친구 25
고바야시 미노루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박숙경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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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비행기를 접으며 논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20] 하야시 아키코·고바야시 미노루, 《종이비행기》(한림출판사,2008)

 


 나는 국민학생이던 때에 종이비행기를 즐겁게 날렸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던 때에도 종이비행기를 즐겁게 날렸습니다. 국민학생 때에는 종이가 아주 드물지는 않았으나 아주 흔하지도 않았어요. 종이가 있다 하더라도 딱지접기를 하느라 빠듯하니까 종이비행기까지 접지 않곤 했어요. 좋다 싶은 종이를 얻는다면, 이를테면 달력 종이라든지 포장종이를 얻을 때에는 뒤집어서 교과서를 싸는 데에 쓰고, 때로는 종이비행기를 접곤 했습니다.

 

 잘 접은 종이비행기 하나는 여러 날 가방에 곱게 챙기고 다니면서 날립니다. 집에서도 학교 운동장에서도 교실에서도 길에서도 날립니다. 힘껏 던지듯 날리기도 하고, 살살 손을 놓듯 날리기도 합니다. 동무들하고는 공차기나 공치기뿐 아니라 제기차기나 돌놀이나 구슬놀이나 땅놀이나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나 갖은 놀이가 많으니,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기 하나에만 마음을 쏟지 않아요. 이 놀이를 하다가 저 놀이를 하고, 저 놀이를 하고는 그 놀이를 합니다.


.. 종이비행기예요. 모양도 가지가지. 어떤 모양으로 날아갈까요? ..  (3쪽)


 중·고등학생 때에는 그만 ‘동무들과 마음껏 놀기’가 꽉 억눌립니다. 국민학교를 마치기 무섭게 ‘더는 놀 나이가 아니’라고 못박힙니다. 무슨 놀이를 할라치면 ‘너희가 애들이냐’는 핀잔을 듣습니다. ‘아이도 아니요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가 되고 맙니다. 말이 좋아 청소년이요 사춘기이지, 정작 푸른 삶 푸른 꿈 푸른 빛을 북돋우는 일은 몹시 드물었습니다. 오직 하나, 더 일찍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들볶습니다.

 

 중학생이 되고부터 학교 가는 길에 학원 광고 하는 쪽글을 많이 받습니다. 국민학생 때에는 구경을 못하던 종이가 넘칩니다. 국민학생 때라면 딱지를 접느니 개구리를 접느니 종이비행기를 접느니 모자를 만드느니 하면서 종이 하나 얻으려고 손을 벌려야 하는데, 중학생 때부터 종이가 남아돕니다.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버려지는 종이가 매우 많아요.

 

 메마른 시험공부와 팍팍한 대학바라기에 진절머리를 내면서 광고종이를 접습니다. 종이비행기로 하나하나 다시 태어납니다. 큼지막한 종이로는 큼지막한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종이비행기를 잔뜩 만들어 여럿을 한꺼번에 날리기도 합니다. 어차피 교실 안팎 청소는 우리가 하니까, 일부러 교실 뒤쪽 빈터로 종이비행기를 잔뜩 날립니다. 교장선생이나 교무주임이 무어라 떠들건 말건, 종이비행기 날린 ‘범인’을 잡아내겠다며 으르렁거리든 말든, 감옥처럼 갑갑한 곳에서 몰래몰래 종이비행기를 날립니다.


.. 날개가 넓은 비행기. ‘휘잉’ 하고 날아가요. 원을 그리며 날아가요 ..  (7쪽)


 한창 신나게 날리면서 놀던 종이비행기는 어느새 하나둘 사라집니다. 개골창에 빠지고, 찻길에 떨어져 자동차가 밟으며, 높은 울타리 너머로 날아갑니다. 교사들한테 빼앗기며 꿀밤을 맞거나 얼차려를 받고, 소지품검사 때 빼앗기며 쓰레기터에서 불에 탑니다.

 

 그림책 《종이비행기》(한림출판사,2008)를 펼치면서 옛일을 떠올립니다. 나는 언제부터 종이비행기를 더는 안 접고, 더는 날리지 못하며, 더는 헤아리지 못했는가를 되새깁니다.

 

 군대에서는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렸다가는 고참이나 하사관이나 소대장이나 중대장한테 신나게 얻어터집니다. 아니,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릴 만한 틈조차 없고, 빈종이 하나 얻을 구석이 없지만, 마음을 놓거나 마음을 쉴 겨를이 없습니다. 신문배달을 하거나 출판사에서 일하던 무렵에도 종이비행기를 접지 못합니다. 여느 길이란 없이 온통 찻길투성이라, 느긋하게 종이비행기를 날리지 못해요. 어른인 나도, 동네 아이들도, 종이비행기는 날리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회사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며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껏 종이비행기를 접을 만해요. 네 식구 조용히 지낼 시골집이고, 첫째 아이는 열흘 뒤 새해를 맞이하면 다섯 살이거든요. 첫째 아이하고 신나게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며 놀 수 있어요. 이제는 종이 많고, 빈터 넓으며, 아이가 어버이랑 좋은 놀이동무입니다.


.. 비행기 두 개를 겹쳐서 날리면 어떻게 될까요? ..  (20쪽)


 일본에서 1973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 《종이비행기》입니다. 하야시 아키코 님 퍽 예전 빛느낌과 무늬와 결을 느끼는 그림책입니다. 한국에서는 2008년에 옮겼으니, 서른다섯 해 묵은 그림책을 옮긴 셈일 텐데, 일본에서는 1973년부터 오늘날까지 꾸준하게 사랑받겠지요. 모르는 노릇이지만, 한국에서 1973년에 누군가 그림책을 내놓거나 글책을 내놓거나 사진책을 내놓았다 할 때에, 2011년 오늘 돌아보면서 ‘참 좋고 애틋하며 아름답구나’ 하고 여기어 새롭게 찍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더없이 예쁜 그림책이니까 일본에서 1973년에 나온 녀석이지만 2008년에 한글판으로 나올 만합니다.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꿈같으며, 한편으로는 슬픕니다. 한국 어른들 스스로 종이비행기 날리며 놀 말미가 거의 없는 채 살아가니까, 한국 어른들 스스로 한국 아이들한테 종이비행기 이야기를 살포시 물려줄 만한 그림책을 빚지 못하거든요. 아니, 아이들한테 물려주기 앞서 어른들 스스로 예쁘게 놀 줄 몰라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보고 신나고 즐겁게 놀라며 《종이비행기》 같은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겨 선물한다지만, 막상 어른들 스스로 즐거우며 신나게 놀도록 이끌거나 돕거나 북돋우는 이야기책이 퍽 드뭅니다.

 

 너무 바쁜 하루라 한다면, 너무 벅찬 하루라 한다면, 너무 고단한 하루라 한다면, 아이들이랑 그림책을 천천히 넘기다가 종이비행기를 접어 보셔요. 굳이 그림책을 들추지 않더라도 아이하고 종이 한 장 나누어 쥐면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보셔요. 길에서 날려도 좋고 집안에서 날려도 좋습니다. 종이 한 장에 글월 곱다시 적어 비행기로 날려 보셔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누군가한테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셔요. (4344.12.22.나무.ㅎㄲㅅㄱ)


― 종이비행기 (하야시 아키코 그림,고바야시 미노루 글,박숙경 옮김,한림출판사 펴냄,2008.6.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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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할아버지 묵은 동시집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묵은 동시집이 아니라, 권정생 할아버지 어린 날 이야기를 적바림해 놓고는 고이 묻어둔 옛글이겠지. 발굴된 시가 아니라 할아버지 가슴에 고이 묻어둔 이야기를 끄집어 낸 셈이겠지. 다음에 책 주문할 때에 함께 주문하자고 생각하며 보관함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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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삼베 치마- 권정생 동시집
권정생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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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12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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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12-2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를 읽는 아저씨?란 어떤 분일지... 대충 감이 잡히는데요. ㅋㅋ 너무 맑은 생각으로 사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스 쳐 요.

파란놀 2011-12-21 20:56   좋아요 0 | URL
좋은 시라면 좋은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요.
에고고 ^^;;;
 


 고운 사람들 고운 삶을 고운 사진으로
 [따순 손길 기다리는 사진책 23] 한금선,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안목,2009)

 


 여느 책방에서는 팔지 않는 사진책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안목,2009)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장만합니다. ‘류가헌’은 2011년 12월 한 달 동안 ‘사진책잔치(포토북페어)’를 열어요. 작지도 크지도 않게 알맞춤한 사진쉼터 류가헌에서 씩씩하게 꾸리는 사진책잔치는 어여쁩니다. 이 사진책잔치에 마실하는 길에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를 만났습니다. 반갑게 펼치고 기쁘게 장만합니다.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는 이 사진책 내놓은 안목 출판사 누리집(http://anmoc.com)에서 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인터넷 아닌 책방에서 손으로 만지작거린 다음 장만하고 싶어 책이 나온 지 이태 만에 비로소 구경하면서 책장을 넘깁니다.

 

 흑백사진으로 이루어진 꽃무늬 몸빼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모습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는, 책끝에 붙은 만나보기 글을 읽습니다. 권은정 님이 한금선 님을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 가운데 “한참 전에는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사진이 따뜻하다고 해요. 더러는 같은 사진을 두고도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141쪽).”라는 대목을 찬찬히 곱씹습니다. 모르기는 몰라도, 지난날 한금선 님 사진은 ‘사람들이 슬프게 여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찍었’기에 지난날 한금선 님 사진을 읽을 때에 ‘슬프구나’ 하고 느낄 만할 수 있어요. 2009년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에서는 사람들이 슬프게 여기기를 바라지 않는 사진이었으니까, 곧 ‘사람들이 내 살가우며 가까운 이웃이요 동무요 한식구라고 여기며 받아들이기를 바라면서 찍었’기에 2009년 이 사진책은 ‘따뜻하다’고 느낄 만하구나 싶어요.

 

 한금선 님은 잇달아 “시설 안에 있는 이들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우리 모두에게 그 정서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은 거지요. 그분들에게는 한 공간의 주인공이 되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만들어 지난한 우리 삶의 한 단면을 채워 왔던 그분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 드리려고 해요(142∼143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참말 이 이야기 그대로 한금선 님은 ‘남다르지 않은 사람’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남다르지 않은 사람들 남다르지 않은 삶을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남다르지 않기에 남다르게 바라볼 까닭이 없는 사람들 수수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옮깁니다.  꾸밈없이 마주하고 즐거웁게 어우러질 좋은 사람들 꿈을 사진으로 빚어요.

 

 사진책을 덮습니다. 며칠 뒤 사진책을 다시 펼칩니다. 또 사진책을 덮습니다. 이러고 며칠 뒤 사진책을 거듭 펼칩니다. 보름 남짓 이러기를 되풀이합니다. 아이가 먹을 밥을 차리고, 아이가 입을 옷가지를 빨래하며, 아이와 드러누워 잠잘 집안을 쓸고닦습니다. 두 손에 물기 마를 겨를이 없다고 늘 느끼면서 문득 생각합니다. 고운 사람들 고운 삶을 고운 사진으로 담는다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사랑스러운 삶을 사랑스러운 글로 엮는다고. 좋아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삶을 좋아하는 그림으로 선보인다고.

 

 사진기를 쥐며 어떤 사진이야기 하나 빚으려는 분들 누구나 이 생각을 예쁘게 건사하면 반갑겠습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좋아하는 사진을 찍어야 해요. 가난하거나 불쌍하거나 슬픈 사람을 애써 만나며 가난하거나 불쌍하거나 슬픈 이야기를 보여주려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할 사람을 사귀면서 사랑할 이야기를 글·그림·사진·춤·노래·연극으로 빚으면 즐거워요.

 

 함께 말을 섞고픈 사람들을 만나고 말을 섞으면서 사진을 찍으면 돼요. 같이 밥을 먹고 나란히 밤별을 올려다보고픈 이와 얼크러지면서 사진을 찍으면 돼요.

 

 사진은 고발하지 않아도 돼요. 고발하고프다면 고발사진을 찍으면 되겠지요. 기사로 내보내고 싶으면 보도사진을 찍으면 되고요. 내 사진이 고발사진이라면 고발사진 느낌을 물씬 살리면 됩니다. 내 사진은 보도사진이라 할 때에는 그야말로 신문이나 잡지에 번쩍 하고 실려 번쩍 하고 놀래키도록 보도사진을 찍으면 돼요.

 

 시골집에서 두 아이랑 옆지기하고 살아가는 나는 고발사진을 찍을 일이 없고 보도사진을 찍을 까닭 또한 없습니다. 나는 네 식구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언제나 즐거이 사진꿈으로 북돋우면 넉넉해요. 나는 사진기를 손에 쥐면서 사진꿈에 젖어요.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면서 사진빛을 누려요. 즐거이 찍은 사진을 다달이 한 차례쯤 종이에 뽑아 음성에서 살아가는 내 어버이와 일산에서 지내는 옆지기 어버이한테 편지를 적어 띄우면서 사진길을 걷습니다. 내 사진을 가장 좋아할 사람은 누구보다 우리 아이요 옆지기이며 어버이예요. 그래서 나는 내 사진삶을 ‘이야기사진’으로 일구어요. ‘사랑사진’으로 빚고 ‘시골사진’이랑 ‘살림사진’으로 여깁니다.

 

 사진책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를 생각합니다. 한금선 님이 붙인 이름처럼 “꽃무늬 몸뻬”가 “막막한 평화”로 마무리됩니다. 아, 이 사진책 ‘남다르지 않은 사람들 남다르지 않은 이야기’는 “꽃무늬 몸뻬” “어여쁜 하루”가 아닌 “막막한 평화”로 마무리할밖에 없군요.

 

 이 사회가 이렇게 이끌기 때문일까요. 우리 스스로 이처럼 바라보기 때문인가요.

 

 사진책과 사진이야기에 붙는 이름이 “꽃무늬 몸뻬”이기만 했다면, “꽃무늬 몸뻬” “꽃내음 밥상”이었으면, 꽃무늬가 꽃송이 꽃누리 꽃내음 꽃열매 꽃빛 꽃꿈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으면, 참 아리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4344.12.21.물.ㅎㄲㅅㄱ)


―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 (한금선 사진,안목 펴냄,2009.12.22.)

 

 

 

 

 

 

 

 

 

 

 

 

 

 

***

한금선 님 다른 사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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