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주렁주렁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9
아놀드 로벨 지음, 애니타 로벨 그림, 엄혜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꽃이 사랑나무에 주렁주렁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26] 아놀드 로벨·애니타 로벨, 《돼지가 주렁주렁》(시공주니어,2006)

 


 아이들하고 즐거이 살아가는 나날이란 어떤 삶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두 아이가 새근새근 잠들고 나서야 비로소 잠드는 밤에, 또는 아이들보다 먼저 곯아떨어질 만큼 지치고 힘든 밤에, 아이들 모두 일찍 깨어 아침부터 부산스레 떠들고 노는 아침에, 언제나 아침이면 똥을 두어 차례 누며 속을 비우는 갓난쟁이 둘째 밑을 씻기고 기저귀를 빨며, 나 스스로 아버지다이 아이들하고 예쁘게 어울리는 나날인가 하고 찬찬히 생각에 잠깁니다.

 

 무얼 먹어야 좋을까, 먹을거리는 어디에서 얻을까, 내 땅뙈기는 어떻게 돌보거나 건사할까, 이 아이들이랑 무슨 이야기 길어올리는 삶을 돌보는가, 하나하나 짚으면서 좋은 나날인가 하고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들은 놀고 뛰고 먹고 자고 칭얼대고 웃고 웁니다. 아침이 찾아오고 낮이 환하며 저녁이 저물다가는 밤이 깊습니다. 새벽이 밝고 동이 틉니다. 늘 되풀이하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몸피와 키가 무럭무럭 클 테며, 어른들은 하루하루 늙는다 하겠지요. 늙는다고 생각하기에 참말 늙을 수 있고, 늙는다는 생각 없이 날마다 고마운 삶이라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날마다 좋은 날로 삼으며 날마다 좋은 살붙이하고 날마다 좋은 꿈을 빚는구나 하고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고요.

 

 오늘 아침 하루를 하나하나 짚어 봅니다. 오줌을 눈 둘째가 아침에 깨며 아버지랑 어머니가 나란히 깹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5초쯤 먼저 깨어 기저귀랑 바지를 갈아 줍니다. 기저귀를 채웠어도 다시 잠들지 않고, 곧이어 똥을 눕니다. 졸린 몸이면서 버티더니 어머니 등에 업힙니다. 둘째가 내는 시끄러운 소리에 첫째도 그예 일찍 깹니다. 첫째는 아버지 말을 듣고 쉬를 눈 다음 긴치마를 입습니다. 어머니가 마련한 뜨개치마를 입으며 신나게 춤을 춥니다. 이에 앞서 어제 빨아서 다 말리고는 아직 개지 않은 옷가지를 하나씩 잡아 뽑습니다. 첫재는 옷가지 가운데 제 옷가지를 잡아당기며 “내 바지, 내 팬티.” 하면서 하나씩 갭니다. 아직 서툴지만 제법 모양 나게 갭니다.

 

 아침에 조용히 마음을 다스려 글 한 줄 쓰려 하던 아버지는 조용히 마음을 다스릴 수 없습니다. 마땅한 일이에요. 네 식구 복닥이는 삶인데, 어쩌 혼자 조용히 마음 다스릴 꿈을 꾸나요. 복닥이니까 복닥이는 대로 이 삶을 어여삐 즐기면서 글을 쓰든 말든 해야지요. 그래, 셈틀은 끄고 아이하고 옷가지를 갭니다. 한숨 폭폭 쉬면서.


.. 어느 날 농부와 아내가 장에 갔단다. 거기서 팔려고 내놓은 돼지들을 보았어. “통통하게 살찐 돼지로군. 저 돼지들을 사야겠어.” 농부가 말했지. 그랬더니 아내가 말했어. “이 돼지들을 키우려면 할 일이 엄청 많을 거예요.” “그리 힘들지 않을 거요. 우리 둘이 같이 하면 되지 않소.” ..  (7쪽)


 빨래를 다 개고 오늘 하루 읍내에 다녀와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아이들이 이렇게 일찍 깨어 부산을 떠는 모습이 고맙다 할 만합니다. 이렇게 아침부터 옷가지 개고, 어젯밤 나온 빨래를 하고, 아이 어머니는 당근물을 짜고 해야, 비로소 아침 열한 시 십오 분 버스를 탈 수 있거든요. 아이 아버지가 하는 글쓰기란, 읍내마실을 마치고 나서도 할 수 있어요. 아이들하고 예쁘게 놀고 나서도 할 수 있어요. 빨래를 다 마친 뒤에도 할 수 있어요. 아니, 오늘 못하면 이듬날 하면 되지요. 이듬날도 못하면 그 이듬날 하면 돼요. 나한테 주어진 일이기에 애써 억지스레 해야 하지 않아요. 즐거이 받아들여 즐거이 누려야 좋아요.

 

 게으름을 피우며 미적미적 미루어도 좋다는 말이 아니에요. 할 수 있는 만큼 신나게 해야 좋아요. 좋은 일이니, 좋은 마음으로 좋게 즐기면서 할 수 있어야 해요. 아이들과 좋은 밥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면, 좋은 먹을거리를 내 좋은 땀을 흘려 마련한 다음, 내 좋은 손길을 담아 예쁘게 차려서 내놓을 수 있어야 해요.

 

 입으로 넣으면 배를 채우는 똑같은 밥이지만, 밥은 배를 채우려고 먹지 않아요. 하루하루 사랑할 내 삶을 빛낼 좋은 목숨으로 받아들이는 밥이에요. 곧, 우리 살붙이들은 날마다 부대끼거나 복닥이면서, 아이고 힘들어, 소리 절로 나오지만, 이런 소리 절로 나오도록 어여쁘며 즐거운 삶동무입니다.


.. 아침에 농부가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어. 돼지들이 마당에 꽃처럼 활짝 피어 있었지. 하지만 농부는 다시 베개를 베고 내처 잠을 잤어. “우리 남편은 너무 게을러!” 하고 말하고, 농부 아내는 혼자 옥수수를 심었지 ..  (11쪽)


 아놀드 로벨 님이 글을 쓰고, 애니타 로벨 님이 그림을 그린 《돼지가 주렁주렁》(시공주니어,2006)을 읽습니다. 그림책 《돼지가 주렁주렁》은 그야말로 돼지들이 능금나무에 주렁주렁 맺혔다는 이야기를 담는데, 참말 돼지들은 능금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요.

 

 돼지들은 꽃밭에 예쁘게 핍니다. 돼지들은 비처럼 쏟아집니다. 그러다가 이 돼지들은 감쪽같이 사라져요. 어찌 된 일일까요.


.. “우리 남편은 너무 게을러!” 하고 말하고, 농부의 아내는 혼자 구멍을 파고 진흙을 채워 넣었지. 머지않아 농부의 아내가 농부에게 와서 말했어. “여보, 우물에 가서 양동이로 물 긷는 걸 도와줘요. 그래야 우리 돼지들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어요.” 농부가 말했어. “당신이 오늘 양동이로 물을 긷는다면, 나는 언젠가 다른 날 당신을 도와주리다.” “그게 언제예요?” 농부의 아내가 물었어. “돼지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주룩주룩 내릴 때 말이오. 그때는 당신을 도와주지.” ..  (16쪽)


 그림책 《돼지가 주렁주렁》에 나오는 아주머니는 참 바지런합니다. 아니, 바지런하다기보다 당신 삶을 예쁘게 누릴 줄 알아요. 날마다 할 몫을 기쁘게 생각하고, 날마다 치를 일을 즐거이 헤아립니다.

 

 기쁘게 밥을 먹고, 기쁘게 밥을 차립니다. 기쁘게 돼지들 돌보고 기쁘게 돼지들 보살핍니다. 더구나, 이렇게 온갖 일을 치르면서 “꽃밭에 돼지꽃을 피우고, 능금나무에 돼지열매를 맺히며, 지붕을 따라 돼지비가 쏟아지게끔” 하기까지 해요.

 

 아, 이런, 놀라운 사랑이란.

 

 늦잠을 잘 뿐더러, 일은 하나도 안 하려는 옆지기한테 윽박지른다거나 빗자루로 두들겨팬다거나 모진 말을 퍼붓는다든가 …… 아무런 해코지 다그침이 없어요. 오직 보드라운 손길로 비추는 따순 사랑을 나눕니다.


.. 농부 아내는 바깥으로 달려 나가 지하실 문을 열었어. 돼지들이 모두 햇살 아래 팔짝팔짝 뛰어올랐지 ..  (29쪽)


 나그네 옷을 벗긴 이는 비바람이 아닌 햇살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들으며 썩 내키지 않았어요. 왜 억지스레 나그네 옷을 벗기는 놀이를 해야 했을까요. 나그네는 옷을 벗고 싶지 않은데, 비구름과 해는 왜 서로 잘난 척 겨루기를 해야 했나요.

 

 굳이 겨루기를 하지 않아도 나그네는 옷을 벗을 수 있어요. 비구름은 시원스러우면서 맑은 골짜기 물을 빚으면, 나그네는 이 사랑스러운 골짜기에 옷 훌렁 벗고 기쁘게 뛰어들겠지요. 해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아름다운 햇살 받아 아름다운 밭을 일구는 보금자리를 빚으면, 나그네는 이 아름다운 시골마을 시골집 시골 아가씨하고 사랑에 빠져 거추장스러운 옷 훌렁 벗고는 아름다운 살림을 꾸리겠지요.

 

 차가움보다는 따스함이 훨씬 좋다는 이야기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아니, 못마땅해요. 차가운 손길보다야 따스한 손길이 좋다 하지만, 그저 온도만 높은 손길로는 즐겁지 않아요. 사랑이 감도는 손길일 때에 즐거워요. 손이 차서 으스스 떨린다 하더라도 이 손이 사랑이 어리는 손길이라면 즐거우면서 고맙습니다.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 내미는 찬손이라지만, 이 손이 사랑이 가득한 손길이라면 눈물과 웃음이 함께 쏟아져요.

 

 그림책 《돼지가 주렁주렁》에 나오는 아저씨는, 당신 아주머니가 베풀고 나누며 빛내는 사랑을 날마다 듬뿍듬뿍 받습니다. 빛나는 사랑을 날마다 널리널리 받으면서, 시나브로 사랑꽃을 안 피울 수 없습니다. 사랑으로 살아가고, 사랑으로 생각하며, 사랑으로 꿈꿉니다. (4345.1.18.물.ㅎㄲㅅㄱ)


― 돼지가 주렁주렁 (아놀드 로벨 글,애니타 로벨 그림,엄혜숙 옮김,시공주니어 펴냄,2006.4.30./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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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8 11:51   좋아요 0 | URL
돼지가 열리는 나무인건예요, 아님 돼지를 달아놓고 키우는거예요?
그림 참 예쁜데... 신기하네요.

그리고, 글을 읽다보니 그렇네요. 왜 겨루기를 해야 할까에서 잠시 갸우뚱합니다.
겨루지 않는다면, 다투지 않는다면 훨씬 평온하고 행복한 세상일텐데 말이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날 되셔요.

파란놀 2012-01-18 12:17   좋아요 0 | URL
잘 보시면,
아줌마가 끈으로 돼지를 묶어서
주렁주렁 매달았어요 ㅋㅋㅋ

게으른 아저씨를
달래려고요~
 


 '-적' 없애야 말 된다
 (1645) 상호적 1 : 상호적인 게 아닌가

 

.. 나의 작가활동은 어머니가 하고 있는 일과 아주 비슷한데, 부모가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에 부모도 관심을 갖는 상호적인 게 아닌가 싶다 ..  《아이카와 아키코/장희정 옮김-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 210쪽

 

 “나의 작가활동(作家活動)은”은 “내 작가활동은”이나 “내가 하는 작가 일은”이나 “내가 글을 쓰는 일은”이나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으로 다듬습니다. “어머니가 하고 있는 일과”는 “어머니가 하는 일과”로 손질하고, “흥미(興味)를 느끼고”는 “재미를 느끼고”나 “즐거움을 느끼고”로 손질하고, “관심(關心)을 갖는”은 “눈길을 두는”이나 “마음을 기울이는”이나 “마음이 가는”으로 손질합니다.

 

 상호적 : x
 상호(相互)
  (1) 상대가 되는 이쪽과 저쪽 모두
   - 상호 이해 / 상호 신뢰 /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다
  (2) 상대가 되는 이쪽과 저쪽이 함께
   - 상호 밀접한 영향 관계 / 상호 빈번한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부모도 관심을 갖는 상호적인 게 아닌가
→ 부모도 서로
→ 부모도 함께
→ 부모도 나란히
→ 부모도 같이
→ 부모도 서로서로
→ 부모도 다 함께
 …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는 한자말 ‘상호적’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북녘에서는 ‘상호’라는 한자말을 안 쓰고 ‘호상’이라 해서 한자 앞뒤만 바꾸어 쓴다고 합니다. 남녘과 북녘이 저마다 달리 살아가는 틀과 결에 따라 한자말 또한 달라지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남녘이나 북녘에서 지식인 자리에 선 이들이 ‘서로’라는 한국말은 도무지 못 쓰는구나 싶어 슬퍼요.

 

 이쪽과 저쪽 모두를 가리키는 낱말은 예부터 ‘서로’입니다. ‘서로’를 힘주어 가리키는 낱말로 ‘서로서로’가 있어요. 둘이 함께 하니까 ‘함께’나 ‘같이’라는 낱말을 쓰면 잘 어울립니다. 둘이 함께 한다는 뜻으로 ‘나란히’라는 낱말을 쓸 수 있어요.

 

 앞에 꾸밈말을 붙여 “다 함께”라든지 “다 같이”라 쓸 수 있고, “모두 나란히”라든지 “모두 함께”라 할 수 있어요. “너도 나도”라든지 “너와 나도”라든지 “너와 우리”처럼 쓸 수 있습니다.


 상호 이해 → 서로 헤아림 / 서로 살핌
 상호 신뢰 → 서로 믿음 / 서로 믿기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다
→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을 나누다
→ 서로 좋아하는 일을 이야기하다

 

 서로서로 살피고 헤아리는 삶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나날입니다. 다 함께 좋아하면서 어깨동무하는 누리예요.

 

 말도 뜻도 꿈도 사랑도 알뜰살뜰 여미면서 서로 나눕니다. 글도 생각도 믿음도 이야기도 오순도순 일구면서 서로서로 나눠요.

 

 좋은 말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꿈을 피웁니다. 좋은 글을 나누면서 좋은 넋을 북돋웁니다.

 

 상호 밀접한 영향 관계
→ 서로 가까이 얽히는 사이
→ 둘이 함께 살가이 얽히는 사이
 상호 빈번한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 서로 자주 얘기하며 만나야 한다
→ 다 같이 자주 만나 얘기해야 한다

 

 국어사전에 안 실렸기에 안 쓸 만하다 여기는 ‘상호적’이 아닙니다. ‘상호’라는 한자말부터 우리한테 얼마나 쓸 만한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느껴요. ‘서로’와 ‘서로서로’라는 한국말을 알맞고 바르게 쓰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느껴요. 이와 함께, 때와 곳에 따라 슬기롭게 쓸 한겨레 말글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북돋우면 한결 즐거우리라 느껴요.

 

 서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다 함께 슬기를 엮어야 합니다. 서로서로 뜻을 모두어야 합니다. 모두 나란히 꿈을 담아 내 말과 우리 말을 빛내야 합니다. (4345.1.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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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말 손질 331 : 일, 노동, 작업

 


..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하느라 손에는 물집이 생기고 늪을 이리저리 헤맨 탓에 허리와 다리가 저려 오는 것을 이겨내야 한다. 평균 나이가 삼사십 대인 ‘좋은 사이’ 부모들에게는 중노동임에 틀림없다. 일한 뒤에 먹는 밥맛은 꿀맛이 따로 없다 ..  《아이카와 아키코/장희정 옮김-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 163쪽

 

 “다리가 저려 오는 것을”은 “다리가 저리지만”이나 “다리가 저려도”로 다듬습니다. “평균(平均) 나이가 삼사십(三四十) 대(代)인”은 그대로 둘 수 있지만, “나이가 줄잡아 서른이나 마흔을 웃도는”으로 손볼 수 있어요. ‘부모(父母)’는 ‘어버이’로 손질하고, “중노동임에 틀림없다”는 “중노동이다”나 “틀림없이 중노동이다”로 손질합니다.

 

 작업(作業)
  (1) 일을 함
   - 노동력이 대단히 부족한 데다 작업 진척이 늦어져 한시가 급합니다
  (2) 일정한 목적과 계획 아래 하는 일
   - 전산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다 / 수년간의 작업 끝에 이루어 낸 노작
 노동(勞動)
  (1)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 노동과 임금은 정비례하지 않나 보다
  (2) 몸을 움직여 일을 함
   -  그는 노동으로 생계를 꾸린다 / 오랜 노동으로 단련이 된 다리

 

 한국말 ‘일’하고 한자말 ‘작업’이랑 ‘노동’이 섞갈려 쓰이곤 합니다. 요즈음은 여기에 미국말 ‘워크(work)’까지 섞갈려 쓰입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살뜰히 헤아리지 못하는 셈인데, 학교를 비롯해서 사회 구석구석에서 한국말을 옳거나 바르게 쓰거나 다루는 일이 거의 없는 탓이라 할 만해요. 더욱이, 사람들 스스로 한국말을 살뜰히 돌아보지 못해요. 학교나 사회 탓만 할 수 없어요. 사람들 스스로 내 말글을 알뜰히 아끼지 않으면 한국말은 아름다이 빛나지 않아요.

 

 국어사전에서 ‘일’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이라고 풀이합니다. 국어사전에서 ‘작업’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일을 함”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노동’도 “일을 함”을 뜻한다고 나와요.

 그러니까, “작업 = 일”이요, “노동 = 일”이에요. 아주 마땅하지만, “워크 = 일”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하느라
→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느라
 중노동임에 틀림없다
→ 틀림없이 힘든 일이다
 일한 뒤에 먹는 밥맛 (o)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생각하는 말’을 가르쳐야 합니다. 사회에서는 사람들한테 ‘생각하는 말’을 들려주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몫을 맡는 사람부터 ‘생각하는 말’로 삶과 꿈과 사랑을 들려주어야 합니다. 사회에서 서로서로 얼크러지는 사람들은 스스로 삶과 꿈과 사랑을 빛낼 ‘생각하는 말’을 살가우며 보드라이 나눌 수 있어야 즐거워요.

 

 좋은 말로 좋은 넋을 가꾸면서 좋은 일을 합니다. 좋은 글로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일을 누립니다.

 

 좋은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면, 내 좋은 보금자리에서 좋은 사랑을 빛냅니다. 좋은 일을 함께하면서 좋은 이웃과 동무를 사귀면, 내 좋은 마을에서 좋은 꿈을 함께 이뤄요. 좋은 말은 모든 좋은 삶을 튼튼히 받치는 밑돌입니다. (4345.1.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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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기 울리는 소리 기다린다

 


 전화기 울리는 소리 기다린다. 지난주 화요일에 나온다고 하던 내 열한째 책을 우리 시골집으로 몇 부쯤 부치면 좋을까요, 하는 이야기 담은 전화를 거는 출판사 일꾼 목소리 실릴 전화기 울리는 소리 기다린다.

 

 내가 먼저 전화를 걸까, 싶다가도 기다리자 기다리자 하면서 하루 흐르고 이틀 지나 이레가 된다. 며칠 뒤면 설인데 설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을까. 인쇄소에는 지난 12월에 넘겼다는데 새해 1월 17일이 되도록 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찌된 셈일까.

 

 아마, 책마을 일꾼도 눈이 빠지게 기다릴 테지. 눈이 빠지게 기다리지만 영 깜깜해서 도무지 전화를 걸 수 없겠지. 인쇄소 일꾼은 너무 바빠 스무 날 넘도록 책을 찍을 수 없을까. 인쇄소 일꾼은 너무 바쁘니 집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땀을 뻘뻘 흘릴까.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조마조마 기다리는데, 낮 네 시, 드디어 전화가 온다. 출판사 일꾼 목소리가 썩 좋지 않다. 지난 12월 끝무렵부터 올 1월 17일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을까. 반가운 책이 나와 기쁠 테지만 너무 오래 기다린 나머지 속이 끄응 탔겠지. 이렇게 오래 기다린 보람을 부디 예쁘며 신나게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5.1.17.불.ㅎㄲㅅㄱ)

 

..

 

 아무튼, 아직 책방에는 안 들어갔고, 이번 주말에는 책이 들어가리라 믿어요... 이궁...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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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시집 다시 읽기

 


 옛 시집을 가만가만 들추며 다시 읽는다. 아,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사랑하며 새로운 시를 내놓아 새로운 시집이 환하게 빛나는데, 나는 어이하여 책시렁 먼지를 슥슥 털면서 옛 시집을 꺼내어 읽는가.

 

 새롭다는 날을 맞이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은 고스란히 서슬 퍼렇기 때문인가. 새롭다는 사람들이 새롭다는 대학교를 마쳐 새롭다는 글을 빛내어 새롭다는 문학상을 받더라도 경제개발은 예나 이제나 거침없고 끊임없기 때문인가. 새롭다는 날을 맞이하고 사람들 가방끈은 길어진다지만, 옛날이든 오늘날이든 고등학교만 마치며 집식구 벌어먹이려고 땀흘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가. 새롭다는 온누리에 새롭다는 손전화 쏟아지더라도 흙을 파고 흙을 다루며 흙을 만지는 할매와 할배들 시골마을 곱다시 건사하기 때문인가.

 

 새 시집을 장만해서 읽자. 나는 새롭게 살아갈 사람이 아닌가. 옛 시집을 거듭 읽자. 예나 이제나 한결같이 사랑할 내 삶이니까. 새 시집을 빛내는 새 사람 삶을 돌아보자. 나는 오늘 하루 또 고맙게 새로 맞이할 수 있으니까. 옛 시집에 내리는 먼지를 말끔히 털어 새삼스레 또 읽자. 나는 어제가 쌓여 오늘이 되고, 오늘이 흘러 앞날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이니까. (4345.1.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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