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그림책 읽는 어린이

 


  삐삐 그림책을 읽는다. 삐삐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 말한다. 삐삐처럼 머리를 두 갈래로 핀 꼽는다. 삐삐처럼 여러 동무들과 놀고 싶다 말한다. 삐삐처럼 짝양말을 신는다. 삐삐는 그림책과 영화에서 홀가분하게 웃고 떠들며 꿈꾸고 생각한다. 삐삐는 아이들 마음속으로 곱게 스며들어 신나게 날고 기고 노래하고 어깨동무한다. 삐삐를 빚은 할머니는 어떤 꿈이었을까. 어떤 넋을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이 빚으며 삐삐 이야기를 내놓았을까. 아버지가 삐삐 그림책을 펼쳐 읽으니 아이가 손가락으로 요모조모 짚으며 무얼 하네 말하고 저건 뭐야 하며 묻는다.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며 삐삐 그림책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코를 후비는 까닭이, 그림책 삐삐가 손으로 턱을 괸 모습이 마치 코를 후비는 모습 같아 보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4345.5.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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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선 사진집 - 사진으로 남은 1950-60년대
이해선 지음 / 눈빛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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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고마운 삶, 즐겁게 사진찍기
 [찾아 읽는 사진책 93] 이해선, 《이해선 사진집》(눈빛,2005)

 


  1905년에 태어나 1983년에 숨을 거둔 이해선 님이 빚은 사진들로 꾸린 《이해선 사진집》(눈빛,2005)을 읽습니다. 오랜 나날 사진과 함께 살아온 이해선 님이지만, 막상 당신 이름 석 자를 아로새긴 사진책은 1980년에 처음 냈습니다. 이때에 내놓은 사진책 두 가지는 ‘비매품’이었고, 2005년에 이르러 비로소 누구나 쉽게 찾거나 만날 수 있는 판으로 태어납니다.


  사진일을 하거나 사진공부를 하는 이라면 여러모로 ‘이해선 님 비매품 사진책’을 구경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진일을 하거나 사진공부를 하더라도 ‘이해선 님 비매품 사진책’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으며, 따로 누가 건네어 보여주지 않는다면 살펴보거나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느낍니다.


  2005년에 빛을 본 《이해선 사진집》에 실린 머리글을 읽습니다. “백오 선생께서는 흑백사진은 사물이 지닌 모든 고유색을 흑백만의 추상세계로 바꾸어 표현하기에 좋다며 흑백사진만을 고집해 오셨습니다. 그래서 아호도 ‘백오(白烏)’로 지으셨습니다(5쪽/안준천).”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새깁니다. 이해선 님이 사진을 하던 지난날 한국에서는 무지개빛 필름을 쓰기 아주 힘들었습니다. 매우 비쌌거든요. 비싸다고 못 쓸 무지개빛 필름은 아닙니다만, 매우 비싼 필름을 함부로 쓰기는 참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무지개빛으로도 찍고 흑백으로도 찍는데, 어느 빛을 살펴 찍더라도 내 빛을 헤아리며 찍을 수 있어야 이른바 ‘빛그림’이라 하는 사진을 이룹니다. 돈이 있어 무지개빛 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내 눈으로 스며드는 빛살을 내 마음으로 아로새기며 새 빛으로 엮으려는 사랑이 없다면 사진을 이루지 못해요. 이때에는 빈 껍데기 복사품만 만들어요. 돈이 없기에 까망하양 빛깔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스스로 제 까망하양 빛깔을 빛살과 빛무늬와 빛결과 빛내음과 빛소리와 빛느낌을 살리지 않는다면, 애써 사진기를 놀린다 하더라도 사진을 이루지 못합니다.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누리는 빛입니다. 햇볕을 먹는 민들레는 스스로 민들레로 자랍니다. 햇볕을 받는 제비꽃은 스스로 제비꽃으로 자랍니다. 햇볕을 누리는 엉걸퀴는 스스로 엉겅퀴로 자랍니다. 햇볕을 즐기는 해바라기는 스스로 해바라기로 자랍니다. 햇볕을 머금는 벼는 스스로 벼로 자랍니다. 저마다 다른 씨앗은 저마다 다른 삶에 맞추어 햇볕을 받아먹으며 스스로 자랍니다. 저마다 다른 나무는 저마다 다른 목숨에 걸맞게 햇볕을 나누어 받으며 스스로 자라요. 같은 졸참나무라도 생김새와 키와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다릅니다. 같은 뽕나무라도 잎사귀와 꽃과 열매가 달라요. 한 형제나 자매라 하더라도 사진을 배워 사진을 찍을 때에는 다른 이야기를 빚을 테지요. 한 학교에서 같은 교수한테서 사진을 배우더라도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눈길과 손길로 사진을 보여줄 테지요.


  사진은 무지개빛으로 이루지 않습니다. 사진은 까망하양으로 이루지 않습니다. 사진은 그저 사진으로 이룹니다. 무지개빛으로 바라보며 담겠다면 무지개빛 무늬와 결과 소리와 내음을 살포시 내 느낌으로 담습니다. 까망하양으로 바라보며 싣겠다면 까망하양 무늬와 결과 소리와 내음을 가만히 내 느낌으로 실어요.


  이해선 님은 이해선 님이 받아들이는 빛을 이해선 님이 사랑하는 사진으로 빚습니다. 누군가 이해선 님하고 똑같은 기계와 필름을 쓴다 하더라도, 누군가 이해선 님하고 똑같은 셔터값과 조리개값으로 사진기 단추를 누른다 하더라도, 이해선 님이랑 다른 사람은 다른 사진을 빚어요. 다른 빛그림을 이루어요. 다른 빛살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이해선 사진집》 끝자락에 실린 붙임글을 읽습니다. “선생께서는 성의없이 찍어 온 사진은 용서하지 않았다. 육십대의 제자가 가져온 사진이라도 생각없이 쉽게 찍어 온 사진은 집어던지며 호통을 치곤 하셨다(150쪽/안장헌).” 하는 이야기를 곰곰이 새깁니다. 이해선 님은 사진모임 지도위원이라든지 사진공모 심사위원 자리를 으레 맡았다고 하지만, 사진학과 강의를 펼치며 수강생을 모은다든지 사진교재를 빚는다든지 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아마추어 사진길’을 걸었다 할 텐데, 사진에 아마추어와 프로가 따로 있는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쓰기에 아마추어와 프로가 따로 없고, 집살림에 아마추어와 프로가 따로 없습니다. 언제나 나 스스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삶이면서, 날마다 새롭게 누리는 고마운 삶입니다. 더 솜씨있게 펼치는 사진이라든지 더 빼어나게 선보이는 살림은 없어요. 더 재주있게 찍는 사진이라든지 더 훌륭하게 쓰는 글은 없어요.


  언제나 내 삶만큼 이루는 사진이요 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삶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삶 그대로 사진이나 글을 이룹니다. 내가 못마땅해 하거나 나 스스로 어딘가 어수룩하거나 모자라다고 여긴다면, 내 사진과 글은 나부터 느끼기에 어수룩하거나 모자랍니다. 내가 즐기면서 내가 기쁘게 받아들이는 삶이라면 내가 즐기면서 기쁘게 받아들일 만한 사진과 글이 돼요.


  다른 사람 생각이나 눈길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비평이나 비판이나 평가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내 생각으로 이루는 삶이듯, 내 생각으로 이루는 사진입니다. 내 마음에 따라 누리는 삶이요 하루이듯, 내 마음에 따라 누리는 사진이요 빛입니다.

 

 


  사진책 《이해선 사진집》을 찬찬히 되읽습니다. 이 사진책은 ‘1950∼60년대 모습’을 아련히 떠오르도록 이끈다고 합니다. 아마, 어느 대목에서는 이런저런 옛모습을 되새기도록 이끌리라 봅니다. 그러나,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이해선 님이 1950년대를 살아가며 1950년대 한삶을 사진으로 갈무리할 때에는 1950년대 어느 해 어느 날 어느 곳 삶을 사랑하며 찍은 사진이지, 쉰 해나 예순 해 뒤에 살아갈 사람들이 ‘옛모습을 되새기도록(추억하도록)’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1960년대에는 1960년대대로 이무렵 삶을 사랑하고 즐기며 찍은 사진입니다. 그날그날 하루를 즐깁니다. 그때그때 삶자리를 누립니다.


  우리 집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는 제 손길은 오늘 하루 이 아이들이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진으로 담는 손길입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고 자라 앞으로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 될 무렵 ‘옛다, 네 옛모습(추억)이다. 잘 보렴.’ 하고 갑작스레 툭 던지는 선물이 아니에요. 어버이로서 이 아이들과 하루하루 즐겁고 사랑스럽다 느끼기에 찍은 삶, 곧 ‘현실’이자 ‘현장’이며 ‘웃음빛’입니다.


  웃음빛을 눈빛으로 느껴 사진빛으로 앉힙니다. 눈물빛을 마음빛으로 되새겨 글빛으로 영글어 놓습니다. 날마다 고마운 삶이라 웃습니다. 날마다 즐겁게 웃으며 사진을 찍습니다. 날마다 재미난 삶이라 춤춥니다. 날마다 신나게 춤추며 사진을 찍습니다. 날마다 빛나는 삶이라 노래합니다. 날마다 흐뭇하게 노래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4345.5.13.해.ㅎㄲㅅㄱ)

 


― 이해선 사진집 (이해선 사진,눈빛 펴냄,2005.10.21./35000원)

 

 

 

 

이해선 님 사진책

사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셔요.

 

 

 

아이들 놀이를

잘 담은 사진들이

아주 좋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좋아하는 모습을

담으면 모두 사진입니다.

 

 

 

가난한 삶이든 넉넉한 삶이든

스스로 좋아하며 누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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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뒷모습

 


  잠을 자는 아이 모습을 바라볼 때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그저 잠을 자기 때문에 사랑스럽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잠에 빠져들며 한창 뛰놀 꿈나라가 그윽하게 아름다우리라 느끼기 때문에 사랑스럽습니다.


  잠을 자는 사람은 아이가 되건 어른이 되건 맑고 귀엽습니다. 얼굴에 주름이 지지 않습니다. 이맛살을 찡그리지 않습니다. 고요하고 정갈합니다. 제아무리 모진 짓을 일삼는다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는 모습은 더없이 아늑하고 예쁩니다. 예쁜 사람도 예쁘고, 미운 사람도 예쁜 잠자리 모습입니다.


  그런데, 예쁜 짓을 하건 미운 짓을 하건, 잠자리 모습뿐 아니라 밥자리 모습도 누구나 예쁘구나 싶어요. 밥을 차릴 때를 비롯해서 밥을 먹을 때와 밥그릇 치울 때 모습을 살피면, 여느 때에 예쁜 짓을 하건 미운 짓을 하건, 그지없이 맑으며 곱구나 싶어요. 또한, 뒷간에서 볼일을 볼 때라든지, 호미를 들고 밭고랑에서 김을 맬 때라든지, 낫을 들고 논에서 벼를 벨 때라든지, 아이를 안고 들길을 거닐 때라든지, 어느 누구라도 어여쁜 빛 한껏 뿜는 아리따운 얼굴이 된다고 느낍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인다면, 어느 누구라도 책을 읽으며 이야기에 폭 빠져들 때에는 가없이 어여쁘구나 싶습니다. 내 마음 사로잡는 책 하나 손에 쥐어 가만히 눈알을 굴릴 때에는 구부정한 허리가 곧게 펴지고, 흐트러진 매무새가 정갈해지며, 흐리멍덩하던 눈에 무지개빛이 감돈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은 잠을 자야 합니다. 툭탁툭탁 다툼질이 그치지 않는다면 모두 한숨 자고 일어나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사람들은 밥을 먹어야지 싶습니다. 치고받는 싸움질이 끊이지 않는다면 모두 한자리에 둘러앉아 밥을 먹어야지 싶습니다. 사람들은 똥을 누고 오줌을 누어야지 싶습니다. 전쟁터 군인들이 뒷간에 나란히 앉아 똥오줌을 누어야지 싶습니다. 사람들은 밭일을 하고 논일을 하며 들과 숲 품에 안겨야지 싶습니다. 돈도 이름값도 주먹힘도 내려놓고, 다 함께 작은 연장 하나 손에 쥐며 흙을 만지고 햇살을 누리며 바람을 쐬어야지 싶어요. 즐겁게 사랑하며 빛낼 좋은 지구별 한삶이에요. (4345.5.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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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인 《삶말》 2호를 그제 맡겼어요.

 아마 오늘 나올 듯합니다.

 다음주에 우편으로 부칠 텐데요,

 집으로 택배 오면 사진과 함께 소식 띄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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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날 좋은 책 (도서관일기 2012.5.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니 좋은 마음이 될까. 나 스스로 좋다고 여기는 책을 읽으며 나 스스로 좋은 삶으로 거듭날까. 첫째 아이와 함께 서재도서관으로 나와 책을 갈무리하며 생각한다. 내 마음이 좋은 날씨를 부를는지 모르며, 좋은 날씨가 다시금 나한테 좋은 넋을 북돋울는지 모른다. 내 생각이 좋은 삶을 부를는지 모르고, 좋은 삶이 새삼스레 나한테 좋은 얼로 책을 마주하도록 이끌는지 모른다.


  좋은 얼거리는 천천히 이어진다. 궂은 얼거리 또한 천천히 이어진다. 좋은 꿈은 차근차근 이루어진다. 얄궂은 꿍꿍이 또한 차근차근 얽히고 설킨다.


  내 삶을 어떻게 아로새기며 누리려 하는가는 내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내 삶에 아름답다 싶은 책을 꽂으려 하는지, 내 삶에 이렁저렁 따분하거나 부질없는 책을 꽂으려 하는지, 내 삶에 사랑스러운 책을 꽂으려 하는지, 내 삶에 지식조각 책을 꽂으려 하는지, 나 스스로 생각하고 갈무리할 노릇이다.

 


  꿈을 꾼다. 이 땅에서 사랑스러운 이야기 꽃피우는 꿈을 꾼다. 꿈을 꾼다. 모과가 익고 매실이 익으며 오디가 익는 꿈을 꾼다. 꿈을 꾼다. 감자가 자라며 당근이 자라고 오이랑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리는 꿈을 꾼다. 꿈을 엮고 꿈을 빚으며 꿈을 들려주는 책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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