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글을 쓰는 어린이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잠자리에 들려고 눕는다. 하루 지낸 나날 곰곰이 돌이키며 글 몇 줄 적는 아버지 곁에서 아이 또한 제 조그마한 빈책에 무언가를 꼬물꼬물 그린다. 옆에서 동생이 칭얼칭얼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제 첫째 아이는 동생이 칭얼거리든 낑낑거리든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다. 씩씩하구나. (4345.1.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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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1-26 09:28   좋아요 0 | URL
이 사진 보고 지난 번에 지나쳤는데, 생각해보니 글자를 빨리 배웠네요. 저렇게 쓸 정도면. 저의 큰애는 학교 들어갈 때까지도 한글 80%정도 알고 들어갔거든요.

파란놀 2012-01-26 09:49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는 글을 쓰지는 않고요
그냥 아버지 하듯 따라하며 꼬물꼬물 기어가는 그림만 그려요 ^^;;;

아이가 글을 배우고 싶어 할 때에 가르칠 생각이지만,
언제가 될는 지는 몰라요 ^^;;

오오, 큰애가 한글을 꽤 일찍부터 읽을 줄 알았군요~

기억의집 2012-01-26 19:56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그린다란 표현을 하셨구나. 저는 글씨가 서툴러서 그린다는 표현을 쓰신 줄 알았어요.

파란놀 2012-01-26 20:12   좋아요 0 | URL
^^;;;
그냥 말 그대로 그림을 그려요.
그런데 '글씨 같은 그림'을
줄에 맞추어 아주 빼곡하게 그려서 놀래킨답니다~
 


 줄줄 흘리는 어린이

 


 당근을 갈고 감알을 넣으며 요구르트를 탄다. 아이가 아무 말 없이 그릇을 비운다. 참 바지런히 먹으면서 줄줄 흘리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그야말로 아뭇소리 없다. 천천히 천천히 야무지게 먹으렴. 네 몫은 네가 다 먹으면 되고, 그릇을 다 비운 다음 더 먹고프면 더 달라고 하렴. (4345.1.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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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
박현정 글.그림 / 초방책방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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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살이, 살림살이, 흙살이, 사랑살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28] 박현정, 《새색시》(초방책방,2004)

 


 옛날 옛적 할머니들 가운데 꽃치마 두르고 꽃가마 타며 시집을 가던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옛날 옛적 할머니들 가운데 꽃치마 한 벌 없이 시집을 가서 애면글면 작은 풀집에서 아이들 낳아 건사하며 살림을 일구던 분들이 퍽 많습니다.

 

 꽃치마 두르고 꽃가마를 타면 기쁠까, 하고 곰곰이 헤아려 보지만,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사내로 태어났으나 가시내 삶을 몰라서 참말 모를 만한지, 아니면 이제는 멀디먼 옛이야기가 되었으니 모를 만한지, 시집장가라 하는 삶을 모르니까 그예 모를 만한지 알쏭달쏭합니다.

 

 번쩍번쩍 빛나는 옷을 차려입고 예식장에 서는 일이란 얼마나 흐뭇하거나 보람찰까 잘 모르겠습니다. 혼례상을 차리고 혼례잔치 벌이는 일이란 얼마나 기쁘거나 어여쁠까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알 길이 없지만, 이 나라에서는 가시내들이 시집을 간다며 꽃치마 두르고 꽃가마를 탄다 하면, 꽃가마에 실려 하루나 이틀 구비구비 멧길과 들길과 물길을 지나 새터로 가는 동안만 꽃다이 모셔질 뿐, 꽃가마에서 내려 꽃치마를 벗으면, 그야말로 ‘세 해 장님 세 해 귀머거리 세 해 벙어리’가 되어 시집살이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나는 어릴 적에 이 얘기들, 그러니까 꽃치마랑 시집살이 얘기를 나란히 들으며 곰곰이 생각했어요. 끔찍하며 고된 시집살이를 해야 한다면 꽃치마 꽃가마는 무슨 보람이 있겠느냐고. 게다가,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 또한 꽃치마 두르고 꽃가마를 타셨을 텐데, 왜 이렇게 아픔과 눈물과 슬픔을 되물림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아픔과 눈물과 슬픔이 아니라, 기쁨과 웃음과 보람을 새로 빚어 새로 일구어 새로 사랑해야 아름다운 나날 아닐까요.

 

 무척 어린 나날, 시집장가 이야기를 듣거나 그림을 보거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을 볼 때면 늘 혼자 조용히 생각했습니다. ‘이런 시집장가 삶이라면 나는 장가갈 마음이 없다’고. 또한, ‘사람들이 말하는 시집장가 이야기는 하나같이 조선 때부터 내려온 모습인데, 조선에 앞서 고려 때에는 어떠했고 고구려와 백제와 가야 때에는 어떠했으며 옛조선 때와 발해 때에는 어떠했는지 들려주는 사람은 왜 없을까’ 하고 궁금했어요.

 

 나로서는 조선 때부터 이어오는 혼례잔치나 혼례옷이나 혼례 예절이나 격식이나 문화 모두 못마땅했어요. 고려 때에도 시집살이가 있었나 궁금하고, 백제나 가야이던 때 시골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림살이를 돌보았는지 궁금했어요. 집일은 여자한테만 고되게 시켰는지, 아버지 어머니 나란히 집일을 건사하면서 삶을 일구었는지 궁금했어요. 남녀 따로 없고 시집살이라는 말이나 굴레가 몽땅 없었을 어느 옛날이라 할 때에는 어떠한 혼례마당이었을까 몹시 궁금했어요.

 

 옆지기를 만나 사랑을 지어 아이들 낳으며 함께 살아가면 누구나 느낄 뿐 아니라 똑똑히 헤아릴 수 있어요. 집안에서 아이들하고 뒹굴고 집밖에서 아이들하고 뛰놀 적에는 꽃치마이든 꽃바지이든 부질없을 뿐더러 쓸모없어요. 아이들한테 예쁜 옷을 입힐 수 있을 테지만, 옷이란 겉보기로만 예뻐서는 그야말로 부질없고 쓸모없어요. 살결이 쓸리지 않으며 바람 잘 들고 땀 잘 식으며 홀가분한 옷이어야 좋아요. 흙에서 뒹굴기 좋고, 빨래해서 말리기 좋으며, 가벼운 옷이 좋아요. 흙에서 얻어 흙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옷이 좋아요. 어머니 입던 옷을 딸아이한테 물려주고, 아버지 입던 옷을 아들아이한테 물려줄 때에 좋은 옷이라고 느껴요. 어머니 하는 일을 딸이건 아들이건 아이들이 물려받고, 아버지 하는 일을 아들딸 가리지 않고 늘 함께할 수 있을 때에 아름답다고 느껴요.

 

 박현경 님 그림책 《새색시》(초방책방,2004)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책장을 하나하나 찬찬히 넘기면서, 이 그림책을 아이하고 함께 읽기에는 퍽 아쉽다고 느낍니다. 아니, 아이한테 ‘사물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주거나 보여줄’ 때에는 여러모로 도움이 될 만할 수 있어요. 그러나, 사물 모습도 통으로 느끼도록 할 수는 없기에 썩 좋지 않아요. 무엇보다 새색시 아름다움을 옷가지로만 바라보고 싶지 않아요. 얼굴이 고울 때에 고운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고울 때에 고운 사람이라고들 하면서, 막상 혼례옷이든 꽃치마이든, 다들 왜 껍데기만 바라보거나 헤아리는지 모르겠어요. 새색시 모습이나 삶을 꽃치마랑 꽃가마를 들며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새색시 모습이나 삶이라 한다면, 더 깊고 더 넓으며 더 환한 이야기와 삶과 꿈과 사랑이 있을 텐데요.

 

 이를테면, “솜을 두어 한땀한땀 곱게 누빈 무명버선”이라면서 버선 모습만 달랑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버선 한 벌 바느질하자면 얼마나 긴 품과 나날과 땀을 들여야 하는지를 함께 보여주고 싶어요. 버선 한 벌 바느질하기 앞서 실과 바늘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고, 하루 가운데 언제쯤 버선 한 벌 바느질할 겨를을 마련해서 어떠한 몸가짐과 웃음으로 옷을 짓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고운 빛깔 고이 물들이는 실은 어디에서 얼마만큼 품을 들여 얻을까요. 실을 잣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이 가고 얼마나 깊은 품이 들까요. 하나하나 살피자면, 무명버선 한 벌 짓는 이야기로도 두툼한 그림책 여러 권 나올 법해요. 버선 한 켤레이든 치마 한 벌이든, 옷가지 하나 마련하기까지 사랑과 땀과 꿈과 이야기가 아주 그윽하며 어여삐 얼크러져요.

 

 그림책은 《새색시》예요. 그림책 이름은 “새색시”이지 “새색시 꽃치마”나 “새색히 혼례옷”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림책 《새색시》는 오로지 “새색시 꽃치마”랑 “새색시 혼례옷” 테두리에서 머물고 말아요. 더구나, 다 지은 옷가지를 그림으로 가볍게 하나 보여주고 그쳐요.

 

 새색시 혼례옷이란, 마냥 예쁘게 바라보기만 하면 될까요. 그림책 《새색시》에 나오는 옷가지는 어떤 새색시가 입던 옷이었을까요. 시골마을에서 흙을 만지며 풀집에서 살아가는 여느 새색시도 이러한 옷을 입었을까요.

 

 그림책 《새색시》가 엉성하거나 나쁘다고 느끼지 않아요. 참 곱게 엮고 참 예쁘게 그린 이야기꾸러미라고 느껴요. 다만, 우리 옛 문화나 삶을 비추어 오늘 우리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그림책은 언제나 이 틀에 고이거나 갇히거나 머물기만 하니 안타깝습니다. 꽃가마를 타고 시집을 가면 고된 시집살이가 기다리는데? 남자는 집일을 아예 안 하고 여자만 죽어라 집일을 하는 굴레를 뒤집어씌우는데? 이 눈부신 혼례옷은 어느 신분 어느 계급이 입을 수 있는 옷이지? 조선 때 아닌 고려 때나 가야 때나 발해 때에는 시집장가를 어떻게 들었지?

 

 생각하고 싶어요. 살아가고 싶어요. 사랑하고 싶어요.

 

 내 옆지기하고 곱게 생각하고, 우리 아이들하고 즐거이 살아가며, 서로서로 해맑게 사랑하고 싶어요.

 

 흔히들 한겨레 아름다움으로 “빈자리 남기는 아름다움(하얗게 비우는 아름다움)”, 일본사람 입을 빌자면 “餘白の美”를 들곤 해요. 아마, 빈자리 남기는 아름다움도 한겨레 아름다움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겠지요. 그림책 《새색시》는 혼례옷 모습을 찬찬히 한 가지씩 정갈히 보여주면서 그림책 넓은 자리를 하얗게 비우는 “餘白の美”를 보여준다 할 만하겠지요.

 

 그림책 덮으며 다시금 생각합니다. 우리 겨레 아이들이 수많은 무지개빛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흰옷을 입었다고 하지만, 조선 때 앞서 살아가던 한겨레는 딱히 흰옷만 입지 않았다고 했어요. 더구나 흰옷 입던 한겨레라 하더라도 누런 흙땅에서 푸른 푸성귀와 곡식을 돌보고 온갖 빛깔 꽃과 열매 흐드러지는 멧등성이를 타면서 나무를 하고 나물을 뜯었어요. 하얀 천으로 짓는 옷이라지만, 누런 흙물이 드는 옷을 입고, 누런 흙물이 손발에 깊이 스며들며, 환한 햇살 머금으며 흙빛 살갗이 되던 한겨레였다고 느껴요.

 

 흙을 밟고 흙을 먹으며 흙으로 집지어 살았어요. 나는 한겨레 빛깔은 짙누른 흙빛이 아닌가 하고 느껴요. 포근하고 따사로우며 촉촉한 흙기운이 한겨레를 먹여살였으리라 느껴요. 누런 흙과 누런 짚과 누런 살결로 누런 쌀알(현미) 먹으며 누런 똥 누고 누런 거름 삭여 누런 사랑 나누던 나날이었구나 싶어요.

 

 오늘 하루도 좋은 햇살 아리땁게 온누리를 비추며 새날이 밝습니다. 멧새도 들짐승도 흙을 밟고 흙에서 먹이를 찾으며 흙에 보금자리 마련하며 사람들과 나란히 새날을 맞이합니다. (4345.1.25.물.ㅎㄲㅅㄱ)


― 새색시 (박현정 글·그림,초방책방 펴냄,2004.4.20./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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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그만둔 아이 이야기가 하나 또 나왔다. 곰곰이 돌아보면, 내가 쓴 내 책 <책 홀림길에서>도 대학교를 그만둔 사람이 쓴 책이라 할 수 있다. 아주 마땅하지만, 몇 해 앞서 김예슬 님 책이든 이분 장혜영 님 책이든 나로서는 그닥 재미나다 싶은 이야기를 찾아보기는 어려우리라 느낀다. 살아가는 뜻이란,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지만, 스스로 어떤 굴레에 갇히면 어디에서도 삶뜻을 찾을 수 없기 마련이다. 미리읽기로 몇 꼭지 살폈을 때에는, 그리 가슴이 촉촉히 울릴 만한 이야기를 찾아보지 못하겠다. 스물 몇 해를 살며, 장혜영 님 스스로 가슴 촉촉히 적시도록 들려줄 만한 이야기는 이 굴레를 넘어설 수 없을까. 오래도록 학교 울타리에 갇혔기 때문에 상상과 창조와 사랑과 믿음과 꿈을 홀가분하게 꽃피우지 못했다고만 말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부디, 이제부터 차근차근 홀가분해질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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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사랑하고 있습니까- '이별 선언문'을 남기고 대학을 떠난 장혜영의 못다한 이야기들
장혜영 글.그림 / 새잎 / 2012년 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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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책읽기로 그치지 않고, 삶을 바꾸는 자리로 나아갈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자가용을, 석유를, 대학교를, 도시를, 회사원이라는 일자리를, 하나하나 버리거나 내려놓으면서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저 책만 읽고 그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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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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