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신문 읽기 1 : 1만 원입니다

 


 네 식구 면으로 마실을 다녀온다. 우체국에 들를 일이 있어 열두 시 반 즈음 길을 나선다. 열두 시 반에는 읍내에서 우리 마을 앞을 거쳐 면내로 가는 버스가 떠나니, 조금 걷다 보면 군내버스를 만나리라 생각하며 시골길을 걷는다. 동백마을에서 신기마을 거쳐 원산마을 앞을 지날 때까지는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한 낮. 원산마을 지나 호덕마을로 들어설 무렵에는 바람이 싱 분다. 아이, 차갑구나. 문득 뒤를 돌아보니 군내버스가 싱싱 달려온다. 옳거니, 아이들 태우고 버스에 타자.

 

 버스삯 1100원씩 2200원을 내고 탄다. 우체국에 들러 아이들 세뱃돈을 통장에 넣는다. 둘째 아이 통장 뒤쪽이 읽히지 않아 새로 해야 한다며 서류를 떼야 해서 면사무소에 가기로 한다. 면사무소에서 서류를 떼며 〈고흥신문〉 한 부 얻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군내버스를 타며 2200원을 낸다. 마을 어르신을 버스에서 뵙는다. 아침에 버스 타고 나와서 동창모임 사람들하고 어울려 논 다음 낮 즈음 해서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오신다고, 2200원이면 즐거이 놀 수 있다고 말씀한다.

 

 아이들과 복닥이며 지친 몸을 두 시간 즈음 드러누워 풀고는, 낮에 면내에서 챙긴 〈고흥신문〉을 읽는다. 오로지 고흥군에서만 받아서 읽을 수 있는 이 신문에는, 〈농어민신문〉 같은 데에서조차 읽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실린다. 생각해 보면, 전라남도 지역신문이더라도 고흥이나 장흥 이야기를 알뜰히 담지 못한다. 광주에서 나오는 지역신문이라지만 고흥이나 화순 이야기를 알차게 담을까. 서울에서 나온다는 중앙일간지에서는 고흥이든 담양이든 시골마을 이야기를 어느 만큼 담으려나.

 

 “한우파동, 사료값 인상 생산비도 못 건져”라는 이름이 붙은 글을 읽는다. 마을 어르신들 모인 자리에서 ‘소값이 3만 원이니 어쩌니’ 하는 말을 곧잘 들었기에, 뭔 소리인가 했다. 신문글을 읽으니, 참말 소값이 지난 12월부터 폭삭 주저앉아, 젖소 수컷은 지난 2011년 12월에는 2만 4천 원이었고, 새해 1월부터는 1만 원이란다. 한우 암컷은 아직 360만 원이라지만 지난해에는 438만 원이었고 그러께에는 630만 원이었단다. 그러면, 세 해 앞서나 네 해 앞서는 얼마였을까. 틀림없이 해마다 떨어지는 소값이었으니까, 다섯 해 앞서나 여섯 해 앞서는 더 높았겠지. 그리고, 해마다 소값이 폭삭 주저앉는다며 시골마을 어르신들 모두 눈물을 흘렸겠지.

 

 이러한 이야기가 얼마나 중앙일간지에 실리나 궁금하기에 인터넷을 켜고 살펴본다. 중앙일간지에서는 소값이 얼마에서 얼마로 떨어졌는가 하는 이야기를 찾아볼 길이 없다. ‘소값 폭락’이나 ‘소값 파동’이라는 말마디는 보여도, 정작 소값이 얼마나 되는가를 옳게 알아보고 제대로 다루는 글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다.

 

 그러면, 중앙일간지를 읽을 도시사람은 소값이 어떠한가를 어느 만큼 알까. 소 한 마리를 ‘고기를 얻을 만큼’ 기르기까지 사료를 얼마나 먹여야 하고,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를 어느 만큼 살갗으로 헤아릴까.

 

 그래, 젖소 수컷 한 마리에 1만 원. 그러면, 이 젖소 수컷 한 마리를 잡을 때에 돈을 얼마나 치러야 할까. 젖소 수컷을 팔아야 하는 시골사람은 돈 한 푼을 쥐기는커녕 외려 돈을 물어야 하는 판이다. 그렇다고 구덩이를 파고 날목숨을 죽일 수 있을까. 시골마을에서 스스로 소를 잡아 먹도록 할 수 있을까.

 

 소값이 떨어지는 까닭은 딱 하나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 하는 까닭은 경제발전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을 꾀하는 이 나라인 까닭에 자동차 공장은 밤새 불을 밝히고, 손전화 만드는 공장 또한 쉴새없이 돌아간다.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쓰는 전자제품을 집안 가득 들이고, 회사에서 달삯쟁이로 한삶을 누린다. 고기집에서 고기값이 떨어질 일은 없다. 아마, 고기집에서는 수입 소고기 아닌 한국 소고기를 다룬다면 훨씬 적은 값으로 장만해서 더 비싼 값으로 팔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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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기다리는 마늘밭
 [고흥살이 5] 시골바람·겨울바람·살랑바람

 


 가을걷이 끝낸 논은 겨우내 쉽니다. 가을걷이 마친 밭은 겨우내 마늘밭이 됩니다. 날이 추운 시골마을에서는 겨우내 마늘을 심지 못합니다. 날이 포근한 시골마을에서는 가을걷이를 마치기 무섭게 바지런히 두레를 하면서 마늘을 심습니다. 마늘을 심고는 비닐을 씌웁니다. 비닐을 씌우지 않으면 마늘 아닌 다른 풀이 돋을 때에 김매기 할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골마을에 일흔 여든 아흔 할머니 할아버지만 남은 채 흙을 일구지 않는다면, 겨우내 마늘밭에 비닐을 안 씌울 수 있을까요. 시골마을에 스물 서른 마흔 젊은 사람들 오순도순 모여 겨우내 마늘밭을 건사한다면, 마늘밭이든 파밭이든 보리밭이든 무슨무슨 밭이든, 저마다 두레를 하면서 김을 매고 막걸리 한 사발 즐거이 나눌 만할까요.

 

 여덟 달째 함께 살아가는 갓난쟁이 아이를 안거나 업히고, 새해에 다섯 살이 된 아이는 걸려 면내로 마실을 갑니다. 우리 시골집 앞자락 밭에는 이웃 할머니들이 알뜰히 심은 마늘이 자랍니다. 우리 시골집 옆자락 밭에도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함께 심어 돌보는 마늘이 자랍니다. 오가는 자동차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시골길을 걷습니다. 이웃마을 밭뙈기에도 마늘이 자랍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늘이 몸에 좋다느니 마늘을 어떻게 먹으면 맛있다느니 하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마늘을 어떻게 심고, 어찌저찌 돌보는 줄 헤아리지 않습니다. 마트에 비닐로 수북히 쌓인 ‘깐마늘’ 값을 어림하거나, 고기집에서 접시 내밀어 ‘마늘 더 주셔요’ 하고 말하기만 합니다.

 

 마늘 또한 풀입니다. 마늘 또한 풀이기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며 잎을 틔웁니다. 꽃을 피우고 푸른 빛깔 흐드러지게 뽐내요.

 

 

 

 마늘은 마늘꽃, 배추는 배추꽃, 벼는 벼꽃, 보리는 보리꽃, 능금은 능금꽃, 배는 배꽃, 무는 무꽃, 복숭아는 복숭아꽃을 피워요. 살구는 살구꽃이 지면서 맺는 열매입니다. 앵두는 앵두꽃이 지면서 맺는 열매예요. 매실은 매화가 지며 맺는 열매입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흙땅에 씨앗을 떨구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립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고우면서 기름진 흙이 있어야 하고, 맑으면서 따사로운 햇살이 있어야 하며, 밝으면서 싱그러운 바람이 있어야 해요. 우리들이 먹는 마늘이건 배추이건 벼이건 보리이건 능금이건 배이건 무이건 복숭아이건, 흙이랑 햇살이랑 바람이랑, 여기에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있을 때에 알차게 여물어요. 곧, 사람들은 마늘만 먹지 않아요. 사람들은 마늘을 먹으며 흙과 햇살과 바람과 물을 함께 먹어요. 흙과 햇살과 바람과 물을 먹으며 사람들 목숨을 이어요. 크고작은 도시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가득 덮이지만, 시골마을 논밭만큼은, 또 멧자락만큼은 오직 흙으로 덮인 땅에 풀약이나 비료가 흩날리지 않아야 모두들 사랑스레 목숨을 돌볼 수 있어요.

 

 시골바람이 불어 시골마을을 감쌉니다. 겨울바람은 마늘밭을 훑고 지나며 마늘잎이 더 튼튼하도록 다스립니다. 살랑바람은 마늘알이 옹글게 여물도록 재촉합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늘밭 앞에 다섯 살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마늘잎을 쓰다듬습니다. 우리가 심은 마늘이 가득한 밭뙈기는 아니지만, 우리 이웃들 예쁘게 심어 알뜰히 가꿀 흙자락이에요. 여덟 달 갓난쟁이는 마늘밭 스치는 따순 바람을 느끼고, 아이들과 마실하는 어버이는 앞으로 장만해서 돌보고 싶은 텃밭을 생각합니다. (4345.1.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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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1-27 12:29   좋아요 0 | URL
와우, 이런 곳에서 사시는군요.
가슴이 탁 트이는 게 좋아보입니다.^^

파란놀 2012-01-28 00:15   좋아요 0 | URL
새로 들어와 여러 달 지내며 너무 어지럽고 고단해
마실을 제대로 못 다녔는데,
이제, 다섯 살 맞이한 아이하고
날마다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뒤꼍 땅뙈기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곰곰이 헤아립니다..

마녀고양이 2012-01-28 12:40   좋아요 0 | URL
글쿠나,, 겨울에는 마늘밭이 되는거군요.
첨 알았어요... 마늘꽃, 마늘알이 영글어 가는군요.

춥진 않으셔요? 경기도보다 남쪽이라 좀 따스하시려나요?
마지막 사진, 참 좋아보입니다. 모녀가 무엇을 저리 가리킬까요?

파란놀 2012-01-28 13:24   좋아요 0 | URL
경기도나 서울 같은 데보다 10도는 따스해요~
ㅋㅋ

냇물에 가득한 물고기를 바라보다가
물고기 잡아먹는 해오라기를
나란히 보는 모습이에요~

oren 2012-01-29 00:43   좋아요 0 | URL
시골 풍경사진이 참 아름답고 청명해 보입니다.

작년 11월 하순에 목포,영암,해남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봤는데, 서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너무 따스해서 '따스한 남쪽지방'에서 사는 사름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된장님께서 그런 포근하고 따스한 동네에서 사시는군요.

파란놀 2012-01-29 06:41   좋아요 0 | URL
오~ 다음에는 고흥도 마실해 보셔요.
고흥이나 장흥은 또 다르기도 해요.
고흥보다 북쪽인 벌교는
고흥과 달리 눈이 많고 조금 춥기도 하지만,
참 재미나답니다~
 


 “돈 좀 많이 벌어요.”

 


 옆지기가 말한다. “돈 좀 많이 벌어요.” 돈을 좀 많이 벌어야, 당근 신나게 심어 거둘 땅뙈기를 장만하고, 집숲을 일굴 5000평 폐교를 사들이며, 사람들 예쁘게 어우러지며 살아간다는 부탄이라는 나라에 마실을 가거나 아예 부탄으로 옮겨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돈을 좀 많이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한 권째 새로 나온 내 책이 올 한 해에 15만 권쯤 팔리면 될까. 나는 다른 일자리를 얻어 살아가지 않으니까, 내가 써서 내놓는 책이 쏠쏠하게 팔려야 돈을 번다. 또는, 내 사진을 다달이 백만 원어치 사 주는 사람이 열 사람 있다면 돈을 좀 많이 버는 셈이 될까.

 

 당근밭 장만할 돈, 집숲을 일굴 5000평 폐교를 사들일 돈, 우리 네 식구 부탄으로 여러 달 마실을 다닐 만한 돈, 이렇게 쓸 수 있게끔 올 한 해 돈 좀 많이 벌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 내 글이 나부터 내 살붙이와 내 이웃들한테 고운 사랑 불러일으켜 저마다 스스로 고운 살림을 일구는 밑돌이 될 수 있게끔 바지런히 땀흘리며 살아가자고 꿈꾼다. (4345.1.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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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2-01-26 14:23   좋아요 0 | URL
된장님 오천평 폐교 사들이시면 놀러가고 싶네요.
새해 뜻하신바 모두 이루시길 바래요.

파란놀 2012-01-26 16:58   좋아요 0 | URL
하루빨리 사들여
널리널리 좋은 이웃들
모시고 싶어요~~~ @.@
 

청소년 문학잡지는 거의 씨가 마르는데, 이 청소년 문학잡지는 아직 나올까. 장바구니에 담기는 했는데, 책이 올는지 안 올는지 궁금하다 @.@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상띠르 제9호- 청소년 문예지, 2008
상띠르편집위원회 엮음 / 심미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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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1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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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으로 살림집을 옮기면서 고흥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는데, 막상 고흥이라 하는 작은 군 이야기를 다루는 책은 찾기 어렵다. 여행 길잡이책에서도 겉훑기로 그친다. 아마, 이곳뿐 아니라 다른 군도 비슷하리라. 이러한 책 하나 있으니 반가우며 고맙다.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고흥 월포농악
이경엽 외 지음 / 심미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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