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 피는 꽃은 작다. 나무에 달리는 꽃도 그닥 크지 않다. 그러나, 그림책에 나오는 꽃은 어쩐지 모두 너무 크다. 들판에서 바라보는 내 눈에 예쁘게 담기는 꽃들을 그림책에 담아 아이들하고 나눈다면 가장 즐거울 테지만, 그래도... 이 그림책은 어떠할까 하고 믿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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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꽃밭 한락궁이
김춘옥 글, 한태희 그림 / 봄봄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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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3
야마모토 켄조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길지연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과 어떤 삶을 꾸리고 싶은가요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29] 이세 히데코·야마모토 켄조,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봄봄,2011)


 어버이가 쓰는 말이 아이가 쓰는 말입니다. 어버이는 이녁이 아이였을 적에 이녁을 낳아 함께 살아가던 어버이가 쓰는 말을 고스란히 물려받아서 씁니다. 처음에는 이녁 어버이가 쓰던 말로 생각하고 꿈꾸며 살아가지만, 차츰차츰 이녁 스스로 부대끼는 삶터에서 듣고 보며 읽는 말마디로 생각하고 꿈꾸며 살아갑니다. 천천히 자라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을 무렵, 이제는 이녁 나름대로 새로 갈고닦은 말과 지난날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말을 이녁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이녁 아이는 앞으로 스스로 갈고닦을 말에다가 이녁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말을 어우르면서 새로운 말삶을 돌보겠지요.

 

 어버이가 꾸리는 삶이 아이가 배우는 삶입니다. 어버이 자리에 선 나는 나 스스로 꾸리는 삶 그대로 아이한테 하나하나 가르칩니다. 나무를 바라보고 풀이랑 흙을 쓰다듬으며 밥이랑 옷이랑 집을 건사하는 매무새 모두 어버이가 아이한테 차근차근 가르칩니다. 씨앗을 심어 알뜰히 돌보는 삶을 가르칠는지, 노래와 놀이와 이야기 모두 판에 박은 울타리에 갇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삶을 가르칠는지, 죽은 글과 지식을 책이나 텔레비전으로 가르칠는지, 모두 나 스스로 판가름합니다.

 

 어버이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아이는 배우는 사람입니다. 어버이는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며 또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살림을 꾸립니다. 아이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픈가를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제 어버이하고 사랑을 나눕니다.

 

 좋은 삶을 바란다면 좋은 삶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좋은 삶을 이루는 길을 어떻게 갈고닦아야 하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좋은 삶을 함께 꾸리는 나날은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목숨을 잇는 밥은 어떻게 마련해서 어떻게 차리는가를 생각합니다. 목숨을 돌보는 옷은 어떻게 지어 어떻게 입고 간수하는가를 헤아립니다. 목숨을 다스리는 집은 어떻게 세워 어떻게 돌보는가를 살핍니다.


.. 세발이는 이 길을 마음대로 돌아다녀. 그 누구도 세발이를 가둬 두지 못해. 어느 날은 거리를 온통 굴러다니기도 하지. 그러면 온몸이 쓰레기투성이가 돼 … 세발이는 마음이 아주 넓어.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가면 반갑다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그건 “같이 놀래?”라고 하는 인사야. “당장 꺼져!” 같은 말은 절대 안 해 ..  (4쪽)


 아이들은 초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다이 자라면서 살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야 동무를 사귀거나 이웃을 만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야 머리가 트거나 생각이 열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야 일자리를 얻거나 돈을 벌 수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가슴속에 샘솟는 사랑을 아끼면서 스스럼없이 나누는 길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제 다리로 디딘 터전을 곱게 돌보는 길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목숨을 살찌우는 밥을 찾아야 합니다. 목숨을 북돋우는 옷을 알아야 합니다. 목숨을 빛내는 집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돈으로 되는 밥이 아니요, 돈으로 이루는 옷이 아니며, 돈으로 만드는 집이 아닙니다. 사랑도, 꿈도, 생각도, 이야기도, 어떠한 돈으로도 일구지 못합니다. 사랑도, 꿈도, 생각도, 이야기도, 바로 나 스스로 일구는 삶으로 빚습니다.

 

 아이 스스로 생각길을 여는 밑돌이 되기에 글을 가르칩니다. 아이 스스로 생각문을 여는 밑거름이 되기에 씨앗을 만져 심도록 합니다. 아이 스스로 생각날개 펴는 밑바탕이 되기에 실과 바늘을 놀려 옷을 짓도록 합니다. 아이 스스로 생각결 추스르는 밑자락이 되기에 온몸을 움직여 신나게 뛰고 달리고 구르고 노래하게 이끕니다.


.. 세발이는 킁킁거리며 내 몸 냄새를 맡아. 혹시 내 마음이 변하지 않았을까 살피는 거야. 간지러웠어 ..  (10쪽)


 누구나 내 보금자리가 배움자리입니다. 어느 아이나 ‘나를 낳은 어버이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삶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아이라도 ‘나를 낳은 어버이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사랑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아주 좋다 하는 배움자리를 찾으려 한다면, 내 삶자리 또한 이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아주 훌륭하다 하는 배움자리가 있다면, 내 삶을 꾸리는 일을 이곳에서 찾아야 합니다.

 

 또는, 내 삶을 꾸리는 일을 찾는 데에서 아주 훌륭한 배움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은 데에서 아주 좋은 배움자리를 일구어야 합니다.

 

 목숨을 누이는 집이고, 목숨을 싱그러이 보살피는 집입니다. 교통이 좋다거나 문화시설이 가까이 있다거나 하대서 마련하는 집이 아닙니다. 언제까지나 살아갈 집이요, 언제나 내 몸을 추스르는 집이며, 언제라도 쉬고 일하며 살림을 이루는 집입니다.

 

 나무를 심어 쓰다듬는 집입니다. 씨앗을 뿌려 내 몸을 살찌울 밥을 얻는 집입니다. 아이들하고 나눌 사랑을 펼치는 집입니다.

 

 학습능력이나 수행평가란 무엇일까요. 행동발달이나 학력신장이란 무엇일까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한테 시험문제 쇠사슬을 덮어씌워 바보가 되도록 내몰까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한테 시험문제 가득한 책을 쑤셔넣어 멍청이가 되도록 만들까요.


.. 언제부터 이렇게 있었을까?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내가 몇 번을 부르자 세발이는 눈을 뜨고 나를 봤어. 초롱초롱한 눈이야 ..  (24쪽)


 야마모토 켄조 님 글에 이세 히데코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봄봄,201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발이 셋인 개와 ‘말 없는 말을 나누’며 사귄 ‘나(주인공)’는 어버이를 잃고 다른 집에 맡겨집니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움을 받습니다. 삶을 누리지 못하고, 눈칫밥을 먹습니다. 꿈을 키우지 못하고, 내동댕이쳐집니다. 미움받고 버림받는 내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삶을 누리지 못하고 눈칫밥을 먹는 내가 집(얹혀 사는 집)에서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요. 꿈을 키우지 못하고 내동댕이쳐지는 내가 마을에서 어떻게 어깨동무를 할 수 있을까요.

 

 세발이는 세 발로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두 발로 서서 살아갑니다. 다리 하나 잃어 외발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다리 넷 멀쩡해 네 발로 살아가는 개와 고양이가 있습니다.

 

 몸뚱이는 멀쩡하다지만 마음이 메마르고 마는 사람이 있습니다. 몸뚱이는 다치거나 아프지만 마음이 너그럽고 따사로운 사람이 있습니다. 삶이란 어떠할 때에 삶이고, 사랑이란 어떠할 때에 사랑일까요. 나는 내 아이하고 어떤 삶을 함께하면서 어떤 사랑을 꽃피울 때에 아름다울까요.


.. 차를 탔어. 세발이가 나를 보았어. 나는 손을 흔들지 않았어. 수없이 눈으로 말했으니까 손을 흔들지 않은 거야 ..  (30쪽)


 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습니다. 내 아이를 낳기 앞서까지 아이였던 나도 스스로 길을 찾습니다. 나를 낳은 어버이도 나를 낳기 앞서까지 아이로 살아가며 길을 찾습니다. 서로서로 삶을 함께하면서 무언가를 가르치고 무언가를 배우며 무언가를 나란히 들여다봅니다.

 

 그림책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에 나오는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즐겁거나 아름다웁거나 사랑스러울까요. 그림책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에 나오는 들개는 어떻게 지내야 즐겁거나 아름다웁거나 사랑스러울까요. 어버이 잃은 나를 맡은 다른 집 어버이와 아이는 서로서로 어떻게 바라보며 삶을 꾸려야 즐겁거나 아름다웁거나 사랑스러울까요. 외톨이로 지내는 나를 바라보는 학교와 마을 동무들은 서로서로 어떻게 어깨동무해야 즐겁거나 아름다웁거나 사랑스러울까요. 놀림받고 따돌림받고 미움받는 세발이인데, 이 세발이를 바라보는 마을사람들은 왜 놀림과 따돌림과 미움으로 세발이를 바라보아야 할까요.

 

 나는 아이들과 좋은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옆지기와 좋은 사랑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우리 보금자리는 사랑이 자라는 터가 되기를 꿈꿉니다. 우리 삶자리는 사랑이 열매를 맺는 누리로 아름다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4345.1.27.쇠.ㅎㄲㅅㄱ)


―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이세 히데코 그림,야마모토 켄조 글,길지연 옮김,봄봄 펴냄,2011.3.10./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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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시스터즈 6
쿠마쿠라 다카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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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보고 싶어요
 [만화책 즐겨읽기 110] 쿠마쿠라 다카토시, 《샤먼 시스터즈 (6)》

 


 내가 이제껏 즐긴 만화책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어릴 적에는 만화책이라 하면 그저 다 좋았습니다. 순정만화이든 명랑만화이든 딱히 가릴 까닭이 없었습니다. 어린 나날 만화책 가짓수가 얼마 없었으니까요.

 

 내 어린 날 일본만화 번역은 몇 가지 안 되었습니다. 가만히 살피면 일본만화를 훔쳐서 이름만 바꾼 만화가 적잖이 있기도 했으나, 어린 나날 즐긴 만화책은 으레 한국만화였습니다.

 

 중학생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드래곤볼〉이나 〈북두의 권〉이나 〈슬램덩크〉가 해적판으로 나옵니다. 이제 와 돌이키면, 국민학생 때에는 〈도라에몽〉이 〈동짜몽〉이라든지 다른 이름으로 바뀐 채 해적판으로 나왔고, 〈권법소년〉과 〈용소야〉 또한 해적판으로 나왔어요. 〈바벨2세〉와 〈캔디〉도 조그마한 해적판으로 나왔는데, 출판사를 알 수 없는 데에서 나와 문방구에서 파는 만화책이 쏠쏠히 있었습니다.

 

 이제 일본만화는 해적판으로 나오는 일이 없습니다. 이제 일본만화는 어엿하게(?) 정식번역판으로 나옵니다. 정식번역판이 나오면서 한국만화 볼 일이 무척 줄어듭니다. 굳이 일본만화를 훔치거나 베끼거나 흉내내는 한국만화를 볼 까닭이 없기도 하고, 그림결이나 짜임새나 줄거리나 고갱이가 얕은 한국만화를 돈 주고 장만할 뜻이 사라지기까지 합니다.

 

 일본에서 만화를 그리는 모든 사람이 ‘전담 편집자’가 따로 있다든지, 도움이가 따로 있다든지, 심부름꾼이 따로 있다든지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전담 편집자랑 도움이랑 심부름꾼을 거느리는 만화가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느끼기로는 한국에서 만화를 그리는 분들은 그림결부터 많이 엉성할 뿐 아니라, 만화를 이루는 짜임새가 허술하고, 줄거리가 홀쭉하며, 고갱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만화는 웃기는 그림과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만화 또한 사람들한테 웃음꽃을 베풀 수 있으나, 그저 웃기려고만 한대서 만화가 되지 않아요. 무거운 이야기도 가볍게 풀어낼 수 있고, 가벼운 이야기도 무겁게 돌아보도록 이끌면서, 언제나 내 삶을 사랑스레 아끼는 맑고 푸른 넋을 보여주는 데에 만화가 뽐내는 기운이랑 빛줄기가 있구나 싶어요.


- “앞으로 너희들도 바깥세상에 나가야 하니까, 조금씩 현실적인 일을 생각해야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응.” … “할아버지는 제가 센신(기숙사 고등학교)에 가는 게 좋겠어요?” “글쎄다. 하지만 치토세(네 어머니)의 생각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언제까지나 같은 생활이 계속되지는 않으니까. 넌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으냐?” (11∼13쪽)
- “멀리 떨어지는 건 쓸쓸해.” “그럼 이치 고(등학교)에 가면 되잖아. 엄마가 뭐라든 관계없어. 같이 있자. 언니!” (26쪽)


 혼자 살아가며 만화책을 읽는 동안 내가 고른 만화책은 나 혼자 두고두고 건사할 만화책입니다. 옆지기와 만나 살아가며 만화책을 읽는 동안 내가 살피는 만화책은 둘이 함께 볼 만한 만화책입니다. 아이들 낳아 살아가며 만화책을 읽는 동안 내가 사들이는 만화책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스스로 읽을 만한 만화책입니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아이들한테 동시책과 동화책만 사 주는 어버이가 좀 괜찮다 싶은 어버이라 했습니다. 얼마 앞서부터는, 아마 열 몇 해 앞서부터는 한국 창작그림책이 곧잘 태어났기에, 이제 아이들한테 그림책 사 주는 어버이가 썩 괜찮다 싶은 어버이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한테 아름다운 동시책과 동화책과 그림책을 사 주던 어버이들이 그만 ‘영어책’ 사서 읽히는 슬픈 굴레에 빠집니다.

 

 아이들 스스로 영어를 돌아보면서 더 너른 누리를 바라보도록 이끄는 영어책이 아니라, 오직 더 일찍 영어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이른바 ‘조기교육 학습 도구’가 되는 영어책이기만 해요.

 

 아이들한테 굳이 책을 읽히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 좋은 삶을 바라보면서 무럭무럭 자라면 됩니다. 아이 어버이로서 당신 좋은 삶을 일구는 길동무 가운데 책을 정갈하게 사랑한다면, 아이들 또한 저희 좋은 삶을 돌보면서 책 또한 좋은 길벗으로 삼아요.

 

 동시책과 동화책과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닙니다. 아이들부터 누구나 읽는 책입니다. 나이 어린 아이만 읽는 책이 아니라, 푸름이도 읽고, 젊은이도 읽으며, 늙은 할매 할배도 함께 읽는 책이에요. 가만히 살피면, 오늘날 문학책이라 하는 책은 ‘읽히는 나이 테두리’가 너무 좁아요. 게다가 ‘읽히는 학력 울타리’ 또한 너무 높아요.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이나 미당문학상을 받는다는 작품을 푸름이나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선뜻 선물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할머니한테 읽으라 내밀 만한지 궁금해요. 지하철 공사를 하는 일꾼이나 삽차와 짐차를 끄는 일꾼한테 이러한 문학책을 선물해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 “3학년은 좋다 이거야. 엄격하지만 막무가내는 아니야. 2학년들이 너무 심해. 게으름 필 구실로 1학년을 가르치면서 당치 않은 연습만 시키고, 3학년이 못 보는 곳에서 때리고, 기술 시험 상대로 쓰지, 잔심부름 시키지, 아 진짜 열받아.” “그런 사람은 많든 적든 어디에나 있지. 정말 싫어졌음 그만두는 게 어때?” (60쪽)
- “뭔가 사악한 것의 눈에 들었어. 그 녀석은 네가 밉다고 생각한 자에게 나쁜 짓을 한다.” “어떻게 안 돼요? 이대로는.” “쫓을 수는 있지만, 너 하기 나름이다. 진심으로 어떻게든 하고 싶으냐? 지금 상태라면 쫓아낸 시점에서 바로 또 다른 것에 홀릴 게다.” (70쪽)


 책 하나에서 아름다운 꿈을 바라볼 수 있다면, 동시책과 동화책과 그림책을 비롯해서 만화책과 사진책과 노래책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만화책은 아이들한테뿐 아니라 어른들한테 좋은 마음밥이 됩니다. 사진책은 어른들한테뿐 아니라 아이들한테 좋은 생각밥이 됩니다.

 

 삶을 느끼고 사랑을 헤아리며 꿈을 돌아보도록 돕는 이슬떨이 노릇을 하는 책이어야 합니다. 문학이어야 하거나 소설이어야 하거나 인문학이어야 하거나 사회과학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아름다운 책’이어야 합니다. 아름다이 일구는 땀방울이 스미는 책이어야 합니다. 아름다이 살아가는 넋을 실은 책이어야 합니다.

 

 지식을 쌓는 책이 아니기에, 지식을 얻는 만화가 아닙니다. 정보를 나누는 책이 아닌 만큼, 정보를 살피는 만화가 아닙니다. 재미나게 읽는 책이 아닌 터라, 재미나게 읽을 만화가 아니에요.

 

 재미이든 즐거움이든 바로 내 삶에서 비롯합니다. 내 삶이 재미날 때에는 만화를 읽든 시를 읽든 인문책을 읽든 재미납니다. 내 삶이 즐거울 때에는 그림책을 읽든 사진책을 읽든 수필책을 읽든 즐거움이 피어납니다.


- “난 어렸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불리던 시기가 있었어. 조마경. 마물과 본성을 비춘다는 거울. 그게 우리들의 눈이야. 많은 어른들이 어린 나에게 온갖 물건을 보였지. 난 수상한 도구로서 찬양받고, 경멸당하고, 버림받았어.” “…….” “넌 왜 여기 왔어?” “아, 저기, 엄마의 권유로.” “그래. 너도 부모에게서 버림받았구나. 그래서 여기에 버려졌구나.” “아냐! 그런.” “그럼 여기 오기 전엔 어땠어?” “이, 일 때문에 부모님과는 떨어져 있었지만, 할아버지와 여동생과.” “여동생도 비슷한 뭔가가?” “웅.” “역시. 귀찮은 아이를 할아버지한테 억지로 맡겼구나.” “네가 뭘 아니?” “알아. 난 잘 알아. 너의 거울인걸.” “넌 괴로워하며 지내 왔구나. 구름이 꼈어.” “너한테도 꼈어.” (115∼117쪽)
- “게다가 난 네가 아니야! 옛날에 조마경에 대한 얘기를 할아버지께 들었어. 마물을 거울이 비추는 게 아니라, 비추는 거울이 마물인 경우도 있대.” “내가 마물이라는 얘기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얘기야. 그리고 조마경이라면 태양도 비출 수 있는 거잖아. 밝게 비추는 태양도 될 수 있어.” (120∼121쪽)


 쿠마쿠라 다카토시 님 만화책 《샤먼 시스터즈》(대원씨아이,2007) 여섯 권째 읽습니다. 《샤먼 시스터즈》 여섯 권째에서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삶과 죽음이 여느 사람들 여느 자리에서 어떻게 스며드는가 하는 대목을 짚습니다.

 

 ‘여느’ 사람이라 했지만, 나도 여느이고 너도 여느입니다. 대통령도 여느이고 군수도 여느입니다. 법관도 여느이지만 4대강사업 밀어붙이는 홍보부장도 여느입니다.

 

 누구나 여느이기 때문에 누구나 남다른입니다. 누구나 남다른 삶을 남다른 사랑으로 남다른 꿈을 일굽니다.

 

 모두들 가장 착하게 살아갈 나날입니다. 모두들 가장 참다이 누릴 나날입니다. 모두들 가장 아름다이 꽃피울 나날입니다. 삶도 아름답고 죽음도 아름답습니다. 삶도 기쁘고 죽음도 기쁩니다.


- “가르쳐 줘. 어떻게 하면 쉽게 홀리지 않는지, 피할 수 있는지. 잠시라도 좋으니까.” “홀리게 하는 존재에게 그걸 묻다니. 재밌는 아가씨네. 좋아. 상대해 주지.” (147쪽)


 내가 살갗으로 쓰다듬는 코앞에서 마주해야 삶이 아닙니다. 내가 두 다리를 흙에 디딜 때에만 삶이 아닙니다. 내 몸은 스러져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내 넋은 홀가분하게 온누리를 떠돌 수 있습니다. 내 몸은 흙에 묻혀도 내 넋은 온 별나라를 누비면서 마음껏 빛날 수 있습니다.


- “언니, 할머니는?” “아.” “할머니. 할머니! 야스시! 우리 할머니 어디 갔는지 알아?” “무슨 소리야? 우리끼리 왔잖아. 할머니라니 무슨 소리야?” “아, 너야말로 무슨 소리니?” (198∼199쪽)
- “할머니도 나은 지 얼마 안 됐으니, 쉬세요.” “그래. 고맙다.” “어디 가?” “미즈키가 일어났다고 모두에게 알려줘야지.” “안 그래도 돼! 여기 있어요.” “계속 있을 거란다.” (204∼206쪽)


 사랑스러운 님은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님은 코로도 느끼고 귀로도 느끼며 살갗으로도 느낍니다. 사랑스러운 님은 마음으로도 느끼고 생각으로도 느낍니다. 가슴으로도 느끼는 사랑스러운 님이요, 꿈으로도 느끼는 사랑스러운 님이에요.

 

 좋은 기운은 늘 내 곁에 있습니다. 나쁜 기운 또한 노상 내 곁에 있어요.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좋은 기운으로 감쌀 수 있고, 나는 내 몸과 마음을 형편없이 나쁜 기운으로 망가뜨릴 수 있어요.

 

 내가 바라는 대로 내 삶을 이룹니다. 내가 뜻하는 대로 내 삶을 이끕니다.

 

 나는 나부터 가장 좋은 길을 걷고 싶습니다. 가장 좋다고 여기는 일을 찾으면서, 가장 좋다고 꿈꾸는 자리에 서고 싶습니다. 아름다이 웃는 내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해맑게 노래하는 내 옆지기를 보고 싶습니다. 즐거이 춤추며 어깨동무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싶습니다. (4345.1.27.쇠.ㅎㄲㅅㄱ)


― 샤먼 시스터즈 6 (쿠마쿠라 다카토시 글·그림,정재은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3.15./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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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손으로 책을 펼친 어린이

 


 나는 몇 살부터 만화책을 읽었는지 모른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나는 만화책을 꽤 많이 보기에 우리 아이는 어린 나날부터 만화책을 곧잘 펼친다. 요즈음 함께 보는 만화영화에서 해님을 빛살이 한 줄로 죽죽 퍼지듯 그리는데, 아이가 해를 그린답시고 만화영화에 나온 모습대로 그린다. 꽤 어처구니가 없으나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예전에는 해를 이렇게 그리지 않았잖니. 옆지기가 아이더러 밖에 가서 해를 보고 오라 이야기한다. 아이는 바깥에서 해를 바라보더니, 아이 눈부셔, 하고는 방으로 돌아와서 제 눈으로 바라본 대로 해를 그린다. 예전과 같은 해 그림이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그림책을 장만할 때면, 줄거리도 줄거리이지만 그림이 어떠한가를 살필밖에 없다. 마냥 예쁘게 그리려 하는 그림책은 도무지 손이 닿지 않는다. 참 어여쁘다 싶은 그림이기에 장만하는 그림책이 있기도 하지만, 억지스레 예쁘게 그리는 그림은 하나도 달갑지 않다.

 

 아이는 아톰 만화책이랑 도라에몽 만화책을 참 자주 들여다본다. 글을 모르니 그림만 볼 텐데, 이제 그림만 보면서 줄거리를 퍽 알아채는 듯하다. 제 아버지가 책을 읽을 때에 으레 한손으로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볼펜을 쥐니, 아이는 제 아버지 모습을 고스란히 따라한다. 한손으로 자그마한 만화책을 들어 펼치려 한다. 그래, 한손으로 읽어도 좋기는 한데 잘 잡아야 책이 안 망가진단다. (4345.1.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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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1-27 01:27   좋아요 0 | URL
된장님~~외람된 말이지만 육아일기를 묶어 펴내셔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아이를 잘 키우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파란놀 2012-01-27 08:05   좋아요 0 | URL
바지런히 그러모아서 잘 해 봐야지요 ^^

이구궁, 어쩌면, 아직 못 하는 대목이 많고
어설픈 대목이 잦아,
이런저런 날들을 모아 이렇게 적을 수 있는지 몰라요.

마녀고양이 2012-01-28 12:37   좋아요 0 | URL
벼리가 아톰을 읽고 있군요?
그런데 일본 원서책인가 봐요... 집중해서 읽는 저 모습 좀 봐. ^^

파란놀 2012-01-28 13:23   좋아요 0 | URL
만화책은
일본판이
한국판보다 훨...씬
예쁘고 보기 좋답니다 ㅠ.ㅜ

그림책을 보아도 그래요.
일본에서 만든 그림책은 빛느낌도 종이느낌도
참 좋아요... 이궁... ㅠ.ㅜ
 

알라딘 첫 화면에 떴기에, 소노 아야코 님 새로운 책이라고 여겼는데, 2002년에 나왔던 <중년 이후>가 새옷을 입고 나왔구나. 새로 나온 책에는 사진이 겉에 들어갔네. 예전에 읽은 책인데 다시 사고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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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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