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어른 2

 


어른 손바닥은
얼굴을 죄 덮고

 

아이 손바닥은
볼을 살짝 덮네

 

어른은 밭 갈고
빨래 주무르고

 

아이는 노래하고
흙마당 뒹굴고

 


4345.4.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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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보는 마음

 


  사람을 볼 때에는 이름표를 보지 않습니다. 누군가 당신 이름표에 어떤 이름을 적어 넣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누군가 당신 이름표에 ‘진보’나 ‘혁명’이라는 낱말을 적어 넣었대서 대단하지 않습니다. ‘평화’나 ‘자유’나 ‘민주’라는 낱말을 당신 이름표에 적어 넣었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볼 때에 주민등록증을 보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보다 한 해 일찍 태어났대서 우러를 만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보다 한 해 늦게 태어났대서 얕볼 만하지 않습니다. 띠가 같은 웃나이라 하든 아랫나이라 하든 조금도 남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을 볼 때에 주름살이나 눈썹을 보지 않습니다. 사람을 볼 때에 종아리나 목덜미를 보지 않습니다. 사람을 볼 때에 귓불이나 발가락을 보지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을 오롯이 봅니다. 그예 그 사람 삶과 넋과 사랑을 봅니다.


  어떤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어느 한 사람을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력서나 소개서가 어느 한 사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든 이녁이 들려주는 말마디마다 삶이 묻어나고 사랑이 깃들며 꿈이 드러납니다. 어느 한 사람이든 이녁이 보여주는 몸짓마다 생각이 샘솟고 믿음이 퍼지며 빛이 번집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킨텍스에서 모임을 하건, 전남 고흥 시골마을 밭둑에서 모임을 하건, 사람들 스스로 살아가는 매무새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도시 한복판 커다란 시멘트 건물에서 모임을 하기에 더 나쁘지 않습니다. 시골 한복판 들자락에서 모임을 하기에 더 좋지 않습니다. 생각을 하는 사람일 때에 생각이 빛납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일 때에 마음이 빛납니다. 사랑을 나누려는 사람일 때에 사랑이 따스합니다.


  입으로 이루어지는 진보는 없다고 느낍니다. 땀방울로 이루어지는 진보가 있을 뿐이요, 온몸으로 흙내음 누리며 빚는 진보가 있을 뿐이라고 느낍니다. 이 나라에는 온통 기름밥 진보와 아스팔트 진보만 판칩니다만, 기름밥이건 아스팔트이건 날마다 몸속에 밥 한 그릇 넣어 주지 않으면 목숨을 건사하지 못합니다. 책상물림이건 노동조합이건 햇볕을 누리고 바람·물·흙이 없을 때에는 삶을 거느리지 못합니다.


  아름답다고 느낄 때에 무엇이든 이루어집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며 바라볼 때에 내가 좋아하며 사귀는 사람이구나 싶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나 스스로 내 살림집을 마련할 마을을 찾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동안 내 하루 내 온 기운 쏟아 예쁘게 돌봅니다. 밤새 내 가슴에 엎디어 자던 아이가 새벽부터 내 무릎에 누워 잡니다. 이 아름다운 잠보 얼굴을 살살 어루만집니다. 새벽을 부르는 들새와 멧새는 우리 집 둘레에서 기쁘게 노래합니다. 새날 새 볕살이 스밉니다. 따스한 기운이 집안으로 깃듭니다. 진보운동이든 평화운동이든 민주운동이든 하는 분들이 도시에서 더 많은 사람을 일깨워 더 빨리 온누리를 바꾸려고 땀흘리는 일도 좋으리라 느끼지만, 이에 앞서 진보와 평화와 민주를 바라는 꿈 그대로 이녁 스스로 날마다 좋게 누릴 삶을 빛낼 삶터를 찾아 호젓하게 웃음꽃 피울 수 있기를 빕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슬픈 일 되풀이되는 데에서는 진보도 평화도 민주도 없습니다. 자가용을 버리고 두 다리와 자전거로 예쁜 이웃이랑 오순도순 살아갈 만한 데에서, 진보모임이나 평화모임이나 민주모임을 꾸린다면 참 홀가분할 텐데 싶습니다. (4345.5.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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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15 07:03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이네요. 오늘따라 마음에 와닿습니다.

파란놀 2012-05-15 10:14   좋아요 0 | URL
통합진보당인지 진보통합당인지... 쳇바퀴 도는 모습이 온갖 매체에 시끌벅적한 모습을 떠올리면서 쓴 글이에요... 이분들이 부디 입으로 떠드는 진보 굴레를 털어낼 수 있기를 빌어요.

고흥 옆 순천에서 진보당 국회의원이 된 분조차 '당권파'로 막말과 폭력을 한몫 거든 모습이 참 안쓰럽습니다...

pourquoi28 2012-06-11 16: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 드립니다.
된장님의 서재 드나들며 아껴가며 글 잘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그날 실황중계 지켜보며 느꼈던 아픔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거 같은데..
마음의 상처에 약이 되는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다.

파란놀 2012-06-11 18:03   좋아요 0 | URL
우리 스스로 좋은 삶을 사랑하며
재미나게 살아가면
가장 좋은 길이라고 느껴요.

언제나 좋은 날 누리시기를 빌어요
 


 무화과 책읽기

 


  무화과나무에 꽃송이 달립니다. 무화과나무 꽃송이는 다른 나무 꽃송이하고 사뭇 다르게 생깁니다. 언뜻 보기에는 ‘꽃 같지 않다’ 여길 만합니다.


  무화과는 따로 꽃이 피지 않는다 하고 딱히 열매를 맺지 않는다면서 ‘無花果’처럼 한자를 써서 이름을 지었다고 하지요. 사람이 바라보는 눈으로는 ‘꽃이 따로 없고 열매 또한 딱히 없다’ 할 터이나, 무화과나무 삶으로 돌아보면, 사람 눈으로 볼 때에는 느낄 수 없는 꽃송이요, 사람 넋으로 헤아릴 때에는 알 수 없는 열매라 하리라 느낍니다.


  무르익는 한여름에 먹는 무화과 꽃송이(또는 꽃주머니)는 오월 한복판에 들어서자 통통하게 물이 오릅니다. 언제 이만큼 꽃송이(또는 꽃주머니)가 부풀었나 싶어 놀랍니다. 내가 날마다 틈틈이 들여다보더라도 무럭무럭 자랄 테고, 내가 따로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씩씩하게 자라겠지요.
  아이들은 날마다 자랍니다. 튼튼하게 잘 크는 첫째 아이 키를 다달이 재 보는데, 다달이 잴 때면 1센티미터씩 높아집니다. 따로 줄자로 키를 재지 않더라도 아이를 안거나 재울 때면 이 아이 키가 느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딱히 아이를 안지 않더라도 가만히 바라보며 이 아이 키가 자란다고 느낍니다.


  어른이 되면 키가 더 늘지 않습니다. 어른은 몸뚱이가 더 커지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면 바야흐로 마음이 자랍니다. 어른이 되었다 할 때에는 날마다 새삼스레 마음이 깊어지거나 넓어집니다. 아니, 마음이 자라고, 깊어지며, 넓어질 때에, 시나브로 ‘어른’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하다 싶습니다. 마음을 가꾸고, 돌보며, 사랑할 때에, 참말 ‘사람’이라는 이름이 걸맞다 싶습니다.


  햇살을 먹고 바람을 마시며 물을 받아들이는 흙땅에서 무화과나무가 자랍니다. 새잎이 돋습니다. 새 꽃봉우리 터집니다. 비가 멎은 새 아침 하늘은 파랗고, 들새와 멧새는 새벽 일찍부터 신나게 노래하며 먹이를 찾아 마을과 들판을 날아다닙니다. (4345.5.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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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15 07:06   좋아요 0 | URL
꽃 '봉우리'가 맞는가요? 저는 봉오리로 알고 있었는데...
무화과 꽃송이가 꼭 포도씨 확대해놓은 것 처럼 생겼네요.

파란놀 2012-05-15 10: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때때로 잘못 적어요.
산봉우리, 꽃봉오리,
이렇게 생각하면 틀릴 일은 없는데,
새벽에 아기 안고 글을 쓰며 졸음을 참다가
잘못 적었네요 @.@

에구구~

기억의집 2012-05-15 13:40   좋아요 0 | URL
무화과는 꽃이 없다고 해서 무화과라고 알고 있었는데,
꽃송이가 피는군요. 색깔을 보니 나뭇잎하고 색이 같아 언뜻보면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알고 있던 지식을 수정해야겠는데요.
근데 왜 아직까지도 무화과로 이름지을까요?

파란놀 2012-05-15 15:44   좋아요 0 | URL
수술이며 암술이며, 저 '주머니' 같은 푸른 싸개 안쪽에만 옹크린 채 있어요. 그러니, 따로 꽃이 없다고도 말하고, 이 '수술 암술 덩어리'라 할 뭉치가 그대로 '열매' 노릇까지 하지만, 이 또한 이 모습 그대로 바알갛게 익으니, '무화과'라는 이름으로 말할 수도 있으리라 느껴요... @.@

노이에자이트 2012-05-15 14:34   좋아요 0 | URL
무화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입니다.광주는 오래된 주택가에서 가끔 볼 수 있죠.우리동네 주변에도 있는데 무화과 딸 때 하얀 액이 나오죠.저는 껍질이고 뭐고 다 먹습니다.그런데 무화과 못먹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고흥에도 대량재배하는 곳이 있나요?

파란놀 2012-05-15 15:44   좋아요 0 | URL
글쎄, 잘 모르겠어요. 어디엔가 있을는지 모르나, 다들 집에서 먹을 만큼만 몇 그루 두시지 싶어요~

인천에도 골목집마다 무화과나무가 꽤 있답니다~
 
일본의 작은 마을 - 앙증맞고 소소한 공간,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
서순정 지음 / 살림Life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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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같은 사진은 어떤 내음일까
 [찾아 읽는 사진책 94] 서순정, 《일본의 작은 마을》(살림Life,2009)

 


  2009년 11월에 처음 나온 서순정 님 여행사진책 《일본의 작은 마을》(살림Life,2009)을 내가 언제 장만했는가 곰곰이 떠올려 봅니다. 지난해였는지 그러께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이 여행사진책을 애써 장만한 그무렵 내 보금자리를 새 곳으로 옮겨야 했기에, 이 책은 다른 책들하고 한데 묶이며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새 곳으로 옮긴 보금자리에서 날마다 조금씩 책짐을 끌르며 갈무리를 하다가 뒤늦게 알아보고는 뒤늦게 천천히 읽습니다.


  서순정 님은 “도쿄에만 빠져 있다 교토를 알게 되니 단박에 그 엄격하고 단정한 모습에 매료되었다. 도쿄가 일본의 전부인 양 도쿄밖에 몰랐던 내가 새로운 일본을 알게 된 것이다(4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도쿄가 ‘모든 일본’이라 할 수 없지만, 도쿄마실만 하면서 ‘일본마실’을 했다고 여긴다 해서 잘못되거나 틀리거나 어긋났다 할 수 없습니다. 꼭 도쿄부터 훗카이도와 류우큐우까지 골고루 돌아야 ‘모든 일본마실’을 다 했다 하지는 않거든요. 나 스스로 내가 가장 좋아할 만한 곳을 내가 다닐 수 있는 만큼 다니면 가장 좋은 마실이 돼요.


  한국에서 마실을 다닐 때에도 이와 같습니다. 서울에서 살아가며 서울마실만 해도 즐겁습니다. 인천에서 살아가며 서울마실을 해도 즐겁고, 춘천에서 살아가며 서울마실을 누려도 즐겁습니다. 누군가는 서울에서 살아가며 인천마실을 즐길 테고, 춘천마실이나 대전마실이나 부산마실을 즐기겠지요. 그런데, 서울마실을 하더라도 서울 시내 모든 구와 동을 골고루 다닐 수 있지만, 어느 구와 동 한두 군데를 더 샅샅이 돌아다닐 수 있어요. 어떻게 다니든 ‘내가 좋아하는 다리품을 팔면서 내가 사랑하는 하루를 누리’면 가장 좋은 마실입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잘 정비되지도 않은 허름한 배경에 흐르는 물은 풍성하지 않지만, 그 깨끗하고 말간 물빛은 감동이다(16쪽).”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 곳은 이런저런 시설을 잘 갖춘 모습이 좋다고 느낄 만합니다. 어느 곳은 이래저러 허름하거나 허술해 보이는 모습이 좋다고 느낄 만합니다. 어느 곳은 푸른 들판 넓게 펼쳐진 숲과 멧자락이 좋다고 느낄 만합니다. 어느 곳은 아기자기한 골목동네가 좋다고 느낄 만합니다.


  다 다른 삶터는 다 다른 결로 다 다른 아름다운 빛입니다.


  다 다른 삶터를 돌아다니는 ‘다 다른 사람 가운데 하나’인 나는, 내 나름대로 내 사진빛을 마음껏 누리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릅니다.


  그래서, “관광지의 유람선은 시시하다. 시답잖은 유람선을 타고 슬쩍 돌아본 후나야 마을의 진가는 마을을 걸어다녀 봐야 알 수 있다 … 여행자에게는 창이 되는 이 공간이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그늘진 거리보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이곳에 빨래를 널기도 하고, 오징어나 생선을 말리기도 하고, 가을이면 예쁘게 깎아 둔 감을 껍질과 함께 걸어 두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는 당연하고 의례적인 광경이지만 여행자에겐 아기자기한 감동이다(108, 110쪽).” 하고 느끼며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내가 아기자기하게 가슴 뭉클히 느끼면 즐겁습니다. 내가 햇살 고운 하루를 느끼면 사랑스럽습니다. 내가 감알 마르는 내음을 느끼면 기쁩니다. 내가 천천히 걸어다니며 이 길을 아끼고 저 길을 어루만질 수 있으면 어여쁩니다.

 

 


  다만, “사실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해 전체 일정을 자동차로 움직였다. 자전거를 타고 비에이의 초원을 달리는 이들을 볼 때마다 무척이나 부러웠다 … 그 아쉬움은 튼튼한 두 다리로 메운다.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자전거보다는 두 발로 걸어다니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보게 한다(247쪽).” 하고 읊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갸웃합니다. 자동차로 움직인다고 나쁠 까닭은 없습니다. 자전거로 움직인다고 더 좋을 까닭은 없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 본다고 가장 좋을 까닭은 없어요.


  자동차로 달릴 때에는 자동차로 달리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내 깜냥껏 내 빛으로 누리면 됩니다. 자전거를 탈 때에는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내 깜냥껏 내 빛으로 나누면 됩니다. 두 다리로 걸을 때에는 두 다리가 느끼는 삶을 내 깜냥껏 내 빛으로 삭히면 돼요.


  좋고 나쁨을 가를 수 없는 삶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일본으로 갈 때에 헤엄을 쳐서 바다를 건너야 가장 좋을까요. 어쩌면, 헤엄을 쳐서 바다를 가르며 일본으로 건너간다면, 그 누구도 겪거나 느끼지 못한 새삼스럽거나 놀라운 사랑을 느낄 테지요. 조각배 한 척 스스로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널 때에도 대단히 새삼스럽거나 놀라운 사랑을 느낄 만합니다. 그러니까, 헤엄을 치든 배를 젓든 비행기를 타든, 온 하루를 내 삶으로 받아들여 즐기면 넉넉합니다. 자동차로 달릴 때에는 자동차로 달리는 길을 누리면 됩니다. 굳이 꺼리거나 숨기거나 싫어할 까닭이 없습니다. 얼마든지 달리고, 얼마든지 쉬며, 얼마든지 다시 달리고, 얼마든지 다시 쉬면 좋아요.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거세게 붑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드세게 붑니다. 바람이 붑니다. 아주 보드랍게 붑니다. 바람이 붑니다. 봄에는 봄내음 가득 묻은 꽃빛과 풀빛을 싣고 붑니다. 바람이 붑니다. 여름철 싱그러운 푸른 빛깔 온통 실으며 붑니다. 여름바람에는 따스한 날씨를 찾아 한국으로 날아온 제비들 노랫가락이 살포시 실립니다.


  나는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도, 보드랍게 부는 바람도, 꽃내음 실은 바람도, 나뭇잎 간질이는 바람도, 아주 조용한 바람도, 햇살을 살포시 실은 바람도 좋습니다. 구름을 움직이는 바람도 좋고, 빗줄기를 흔드는 바람도 좋아요. 어느 한때 가장 좋다거나 가장 빛난다 하는 바람이란 따로 없다고 느낍니다.


  바람 같은 사진은 어떤 내음일까 생각해 봅니다. 여행하는 사람은 ‘스치는 바람’과 같다고 하는데, 알래스카에서 ‘바람 같은 이야기’를 느끼며 글이랑 사진으로 적바림한 호시노 미치오 님은 어떤 삶을 어떤 이야기로 적바림했을까 헤아려 봅니다. 서순정 님이 두루 돌아보았다 하는 일본땅 작은 마을은 어떤 삶 어떤 이야기로 아로새겨지는가 곱씹어 봅니다.


  ‘더 많은 작은 마을’을 더 오래 더 자주 더 깊이 더 넓게 돌아다닌다 해도 즐겁고 좋습니다. 몇몇 작은 마을을 한두 번 슬쩍 들렀다 해도 즐겁고 좋습니다.


  굳이 이 마을 저 마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아요. 꼭 이 마을 저 마을 맛집 밥집 멋집을 알려주거나, 차편을 밝혀야 하지 않아요. 이 마을에서 느낀 고운 사랑을 곱게 적바림하면 넉넉합니다. 저 마을에서 나눈 맑은 꿈을 맑게 아로새기면 흐뭇합니다.

 


  작은 마을 이야기를 왜 적어야 할까 생각합니다. 작은 마을 이야기는 왜 작고 얼마나 작으며 어떻게 작을까 헤아립니다. 작은 마을 이야기가 애틋하거나 살갑거나 푸근하면 내 가슴으로 어떻게 스며들어서 애틋하거나 살갑거나 푸근할까 곱씹습니다. ‘총정리’가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으나, ‘표준 교재’나 ‘표준 지침서’ 같은 이야기는 사진으로도 글로도 그닥 어여쁘지 않아요. 해맑은 날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사진기를 들어 바라보는 각도와 손짓과 몸짓에 따라 셔터값이랑 조리개값은 그때그때 달라지고, 사진으로 담기는 모습 또한 그때그때 바뀌어요. 서순정 님은 서순정 님 나름대로 ‘어느 한길로만 곧게 다니지’ 않았을 테고, 서순정 님처럼 또는 서순정 님과 다르게 일본 작은 마을을 사랑하며 돌아다닐 사람들은 ‘서순정 님이 다닌 길을 똑같이 또는 비슷하게 다닐’ 까닭이 없겠지요. 그러니까, 스스로 가장 좋았다고 느끼고 가장 사랑스럽다고 여긴 대목만 기쁘게 들려주면 아기자기하게 빛나겠지요.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분 스스로 가장 즐기며 누린 이야기가 그닥 드러나지 않고, ‘길잡이책이 되려는 매무새’가 짙게 보여 퍽 아쉽습니다. (4345.5.14.달.ㅎㄲㅅㄱ)

 


― 일본의 작은 마을 (서순정 글·사진,살림Life 펴냄,2009.11.16./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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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 나왔다고 하는 만화책인데, 다른 무엇보다 '전업주부'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라 하기 때문에 눈길이 쏠린다. 이렇게 가장 가까이에서 흔히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 사람은 왜 이렇게 드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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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씨 주부 전업중! 1
하나코 마츠야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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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5월 1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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