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서면서, 된장네 서재에 찾아오신 분이 부쩍 늘었다.

그야말로 부쩍 늘었다 @.@

한 해치를 주욱 돌아보면

참말로 어쩌다 이런 일이?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2011 서재의달인'에 다시금 뽑힌 탓일까?

애써 찾아와서 글을 읽는 분들한테

좋은 사랑과 믿음과 꿈을 나눌 수 있도록

내 삶을 찬찬히 더 보듬자고 다짐한다.

 

남녘나라 온 고을이 어디나 춥고 눈바람 매섭다

시끄럽다지만,

남녘나라 가운데 남녘땅에 깃든 고흥은

그럭저럭 가을내음 물씬 풍긴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으나,

올겨울 영도 아래로 떨어진 적이란

밤에 한두 차례 있었지 싶다.

 

이제껏 따스한 곳에서는 살아 본 적 없는데,

따스한 곳에서 처음으로 살며,

날씨가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내 글이 날씨와 같도록 땀을 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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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2-01 08:35   좋아요 0 | URL
ㅎㅎ서재의 달인 효과가 어는 정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된장님의 글들이 서재를 방문한신 분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런것이 아닐까요^^
저는 4년에 걸쳐 서재의 달인이 되었지만 작년 상반기까지 5천명 수준에 왔다갔다 했습니당.

파란놀 2012-02-01 10:44   좋아요 0 | URL
이궁... 참 부끄럽고 쑥스러운 숫자예요...

stella.K 2012-02-01 11:44   좋아요 0 | URL
된장님처럼 부지런히, 열심히, 꾸준히 쓰면 늘게 되어있어요.
더구나 된장님은 작가시잖아요. 그러니 늘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서재는 따로 있습니다.
된장님 서재처럼 조용한 서재.ㅋㅋ
댓글러가 많아지면 잘 안 나타날지도 몰라요.ㅋㅋ3=3=33

파란놀 2012-02-01 15:33   좋아요 0 | URL
음... 그렇군요.
참 제 서재는 조용하다 할 만해요 ^^;;;

댓글이 적으니,
저도 더 제 글 쓰기에
한결 마음을 기울일 수 있는지 모를 일이에요~

울보 2012-02-01 12:18   좋아요 0 | URL
저는 매일매일 찾아오지만 자꾸 눈으로만 읽고 가게 되네요, 자주 발자취를 남겨야 할텐데,
전 님의 글이 참 좋습니다,,

파란놀 2012-02-01 15:33   좋아요 0 | URL
에공... 자취를 남기지 않아도 좋은걸요.
좋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스스로 좋은 삶을 누린다고 느껴요.
오늘도 식구들과 좋은 하루 보내시겠지요~

기억의집 2012-02-03 09:28   좋아요 0 | URL
저는 많은 사람들이 제 서재에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어서.....댓글 달아주시는 것도 어떨 때는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렇다고 은둔형도 아닌데.

파란놀 2012-02-03 11:35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그런데 이 글을 적고 나서...
방문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어요 @.@

ㅋㅋㅋ
저도 방문자 숫자가 갑자게 네 곱으로 뛰어서
너무 놀란 한 달이었는데
이제 좀 차분해지는구나 싶으면서
한결 홀가분해졌어요~~~ @.@
 


 쓰고 싶은 글, 읽고 싶은 글

 


 깊은 밤이나 새벽에 부시시 일어나 글을 쓸 때면 자꾸자꾸 ‘내가 혼자 살던 나날’이 떠오른다. ‘네 식구 함께 살아가는 나날’에는 이 책 저 책 눈에 뜨이는 책들이 있어도 선뜻 손에 쥐어 읽지 못한다. 더욱이, 이러한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어도 막상 쓸 겨를이 없다. 그러나, 네 식구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내가 혼자 살던 나날에는 옳게 들여다보지 못하던 대목을 찬찬히 들여다보곤 한다. 혼자 살던 나날에는 애써 장만하지 않아도 될 만한 책을 이냥저냥 장만해서 이냥저냥 읽었을 테지만, 네 식구 함께 살아가는 나날에는 그야말로 복닥복닥 바쁘고 벅찬 틈바구니에서 나와 살붙이들 삶을 나란히 밝히거나 보듬을 만한 책을 가려서 읽자고 생각하곤 한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저희 아버지가 쓴 글을 읽을 날이 있으리라. 그렇지만, 굳이 아이들한테 읽히려고 쓰는 글이 될 수는 없다. 아이한테 읽힐 수 있는 글이기도 하겠지만, 이보다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며 마음으로 우러나 기쁘게 온 사랑 쏟는 글이 되어야지 않겠느냐 싶다. 참말 먹고 싶은 밥을 먹고, 참말 꾸리고 싶은 삶을 꾸리며, 참말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겠지. 착하게 사랑하는 길을 즐거이 걷고, 맑게 살림하는 길을 신나게 거닐며, 예쁘게 글을 쓰는 길을 차근차근 가자. (4345.2.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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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1.31.
 : 시골집 달밤 촉촉한 길

 


- 해 떨어진 저녁나절 첫째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면에 다녀오기로 한다. 오늘은 집에서 저녁밥 차리지 말고 바깥밥을 먹자고 생각한다. 시골마을 면내에서 사먹을 만한 바깥밥은 마땅하지 않아, 중국집과 닭집과 빵집, 이 셋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 중국집과 닭집은 전화로 시킬 수 있고, 빵집은 자전거를 타고 다녀와야 한다. 어느 쪽으로 할까 하다가 빵집으로 고른다.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마실한 지 퍽 되었다고 느껴, 한겨울 1월 저녁나절이지만 자전거를 몰고 싶다. 겨울철 자전거마실은 찬바람 듬뿍 마셔야 하지만, 전라남도 고흥은 한겨울에도 꽤 따스하다. 오늘 저녁은 바람이 그닥 안 부니까, 낮까지 비가 흩뿌려 길바닥이 젖었어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예전에 쓰던 수레에 달린 등불을 뗀다. 새로 쓰는 수레에 등불을 달려 한다. 그런데, 등불 받침대가 톡 하고 부러진다. 드라이버로 받침대를 풀어 새 수레에 달려고 조이다가 이 모양이 되다니. 자전거에 붙이는 등불 받침대가 쇠붙이라면, 또는 스테인리스라면 얼마나 좋을까. 플라스틱은 너무 잘 부러진다. 하는 수 없이 등불만 수레 뒤쪽에 유리테이프로 붙인다.

 

- 밤길을 달린다. 한겨울이라 하지만 이곳은 늦가을과 같다. 살짝 서늘하면서 손이나 얼굴이 얼어붙지는 않는다. 풀벌레 소리는 듣지 못하나, 자전거 달리는 소리만 듣는다. 수레에 탄 아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기 달이 떴네. 구름이가 깜깜하지 말라고 달이 하얗네.” 하고 말한다. 자전거가 달리니 “달이 따라오네.” 하고 말한다.

 

- 굽이진 길에서 뒷거울로 아이를 살피다가 깜빡 굽이를 놓치며 미끄러질 뻔하다. 옆으로 미리 꺾어야 했는데, 등불 없는 시골길을 달리면서 굽이에서 미리 돌지 못한 탓에 서둘러 꺾다가 살짝 삐끗했다. 마주 달리는 자동차이든 뒤따르는 자동차이든 하나도 없기 때문에 건너편 찻길까지 넘어가면서 오른돌이를 한다.

 

- 수레에 앉은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등불 없이 깜깜한 시골길에 아이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혼자서 마실을 한다면 그냥 싱싱 빨리 달리겠지만, 이처럼 아이를 태운 저녁나절 마실길이니 느긋하게 달리면서 노래를 즐길 수 있다.

 

- 면에 닿아 빵집에서 빵을 산다. 가게에 들러 마실거리를 산다. 집으로 천천히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등불은 없다. 아이는 이 깊은 시골 저녁 자전거마실을 어떻게 느끼려나. 우리 시골에서는 이맘때, 그러니까 저녁 일곱 시를 살짝 넘은 이맘때만 되어도 그냥 깜깜한 밤이다. 도시에서라면 저녁 일곱 시는 한창 불 밝히며 번쩍번쩍할 때라 하겠지. 아침을 빨리 열고 저녁을 일찍 닫는 시골 터전이, 풀과 나무와 사람과 들짐승 모두한테 가장 걸맞다 할 보금자리가 아니겠느냐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 집으로 돌아가는 깜깜한 찻길에 마주 달리는 자동차를 둘 만난다. 이 자동차는 어쩐 일로 이 외진 시골을 구비구비 돌며 달릴까. 그나저나, 이 자동차 두 대는 등불을 위로 치켜든 채 달린다. 앞에 자전거가 마주 달리는 줄 뻔히 알면서 등불을 밑으로 내리지 않는다. 왼손으로 눈을 가린다. 마주 달리는 자동차가 불을 치켜들면 자전거를 모는 이는 길을 볼 수 없다. 길이 더 깜깜해진다. 밤에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마주 달리는 자동차나 자전거가 있을 때에 마땅히 불을 내리깔아야 한다. 걷는 사람이 있을 때에도 불을 내리깔아야 한다. 마주 달리는 자전거와 사람을 가장 헤아리는 이라면 아예 불을 끈다. 예전에 여덟아홉 시간쯤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아주 드물게 ‘등불을 끈 채 마주 달린’ 자동차를 만났다. 이처럼 마음을 살뜰히 쓰는 운전자는 한국에서 만나기 너무 힘든가. 아니, 자동차를 모는 이로서 밤에 등불을 내리까는 일은 ‘밑마음’이 아닐까. 등불을 내리깔 줄 모르는 운전자라 한다면,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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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희 님이 쓰거나 옮긴 책을 되도록 거의 모두 사서 읽는다. 아직 내가 못 찾은 번역책이 있을는지 모르나, 사진 이야기를 오롯이 들려주는 참 반가우며 고마운 분이다. 이분이 스스로 연 안목 출판사 사진책은 참 남다르다. 지난겨울에 새로운 책 하나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책이 무엇인가는 오늘 비로소 알았다. 즐겁게 장만해서 즐겁게 읽고 즐겁게 널리널리 소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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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책- 한 사진가와 살아온 14권의 사진책들
박태희 지음 / 안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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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2-02-0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트로 담아두셔서 땡스투를 할 수가 없어요.
페이퍼로 써주시면 안될까요?

저도 박태희님이 쓰거나 옮긴 책을 다 사서 읽어요^^

파란놀 2012-02-02 10:19   좋아요 0 | URL
아, 이번 주에 주문하려고 여기에 이렇게 적었어요 ^^;;;
에구궁~
저는 땡스투를 안 받아도 괜찮답니다~
목록을 죽 살피니,
저도 여태껏 박태희 님 책을 모두 사서 읽었더라구요~
 

 

 산들보라 새근새근

 


 한낮, 졸음에 겨운 나머지 응애응애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어르며 돌아다니다가는 자리에 앉아 살살 달래니, 아버지 무릎에서 눈을 살살 감고 잠듭니다. 고요히 잠든 아이를 무릎에 더 누입니다. 무릎이 뻑적지근할 즈음 아이를 안고 자리에 눕힙니다. 아이가 깨지 않습니다. 이불을 여밉니다. 따순 햇살 한 조각 아이 누운 자리로 예쁘게 스며듭니다. (4345.1.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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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1-31 13:46   좋아요 0 | URL
화아~! 정말 사랑스럽군요.
정말 예쁘시겠어요.
저렇게 살 땐 예쁜데 깨어나면 좀 덜 예쁘시죠?ㅋㅋ

파란놀 2012-01-31 14:05   좋아요 0 | URL
음... ^^;;
두 시간쯤 자고 일어나면 예쁩지요!!

마녀고양이 2012-01-31 14:12   좋아요 0 | URL
보라 얼굴, 정말 편안하네...
아빠 생각해서 두시간 쯤 자고 일어나길! ^^

파란놀 2012-01-31 18:13   좋아요 0 | URL
오늘은 어김없이 1분도 안 자고 두 번이나 일어나더군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