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은 2012년 1월 3일.

출판사에서는 12월 끝무렵에

책이 나오도록 한다면서

지난해에 일찌감치

인쇄소에 넘겼는데,

인쇄소에서는

새해 새 교과서 인쇄한다며

이 책 인쇄를 미루고 미뤄

설을 앞두고 겨우 책이 나왔다.

-_-;;;;

그리고, 알라딘 배본은 드디어 오늘!!

오늘은 1월 30일.

한 달 넘게 기다려 겨우 책소식을 알릴 수 있다.

 

..

 

책 하나 나오기까지 몇 해나 몇 열 해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한 달 반 기다린 일이란 아무것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도 기운이 빠진다. ㅠ.ㅜ

 

..

 

책에 넣은 머리말을 옮겨적는다... 이궁...

 

머리말 : 뿌리깊은 글쓰기


  《생각하는 글쓰기》와 《사랑하는 글쓰기》에 이어 《뿌리깊은 글쓰기》입니다. 《생각하는 글쓰기》에서는 ‘살려쓰면 좋을 우리 말’을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글쓰기》에서는 ‘잘못 쓰는 겹말’을 살피면서 내 말글을 사랑하는 길을 찾으려 했습니다. 《뿌리깊은 글쓰기》에서는 ‘한겨레가 영어를 예쁘게 사랑하는 길’을 돌아보면서, 영어 아닌 한국말로 놀이를 즐기듯 착하고 어여삐 말삶을 일구는 꿈을 헤아리고 싶습니다. 한겨레 스스로 한국말을 예쁘게 사랑하면서 영어 또한 예쁘게 받아들이는 길을 살피고 싶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사람한테 가장 모자란 대목을 짚으면서 한국말과 한국글을 톺아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에 글을 씁니다. 처음에는 ‘생각’이 모자라다고 느꼈고, 다음으로는 ‘사랑’이 모자라다고 느꼈으며, 이제는 ‘뿌리’가 모자라다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에 동주민‘센터’라는 이름이 생깁니다. 사랑이 모자란 탓에 영어시험점수가 높게 나온다지만 막상 영어로 ‘어떤 내 이야기와 꿈과 사랑’을 나라밖 사람하고 나누어야 즐거운가 하는 대목을 깨닫지 못합니다. 뿌리가 모자란 나머지 영어 배우는 데에는 품과 겨를과 돈을 쏟아붓지만, 정작 내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틈이 거의 없는 삶흐름이에요.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온다든지, 우리 말글 강좌를 찾아 듣는다든지, 좋거나 훌륭한 ‘우리 글 바로쓰기’ 책을 장만하여 읽는다 해서 내 말솜씨가 늘지 않습니다. 대학교 졸업장이나 강좌나 책은 내 말삶을 북돋우지 않습니다.

 

  대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생각하는 삶일 때에는 내 말을 살찌웁니다. 강좌나 강의를 찾아 듣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넋일 때에는 내 글을 보살핍니다. 책을 읽지 않는달지라도 내 보금자리 따사로이 돌보는 뿌리를 알 때에는 내 이야기를 일굽니다.

 

  부디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겨레이면 좋겠습니다. 조용히 내 보금자리와 내 마을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툼이나 미움이나 치고받기가 아닌 어깨동무나 사랑이나 믿음이면 좋겠습니다. 점수따기나 1등싸움이나 공무원 되기를 바라는 영어공부에 휘둘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내 벗님하고 사랑을 나누려는 예쁜 몸짓으로 내 말과 넋을 어루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쁜 몸짓 그대로 예쁜 말짓과 글짓을 다스리는 길을 천천히 함께 찾으면 좋겠습니다. 더 잘나거나 더 못난 말이 아니라, 더 아름답거나 더 슬기로운 말을 보듬고 싶습니다.

 

  저는 이 작은 책 《뿌리깊은 글쓰기》에서 모든 말길이나 삶길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108가지 자그마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입니다. 이 108가지 이야기가 밑돌이 되어 108만 가지 말마디를 저마다 다 다른 자리에서 저마다 다 다른 빛깔과 무늬와 내음으로 아름다이 돌보며 가꿀 수 있기를 꿈꿉니다.

 

  시골집에서 둘째 똥기저귀를 빨래하다가 살짝 일손을 쉬면서 적습니다. 후박나무 잎사귀 스치는 보드라운 바람이 네 살 첫째 아이 머리결을 스치며 포근한 이야기 한 자락 베풉니다.

 

딸 사름벼리와 아들 산들보라 아버지 최종규.

 

..

 

어쨌든,

책이 책방에 들어갔으니,

만세!

만쉐!

만만세~ㅇ!

 

 

 

 

 

 

 

 

 

 

 

 

 

 

 

요런 책들하고 어깨동무하는 <뿌리깊은 글쓰기>예요.

 

 

 

 

 

 

 

 

 

 

 

 

 

 

요런 책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뿌리깊은 글쓰기>입니다.

 

이제 바람 따사로이 부는 봄이 곧 찾아오겠지요.

봄바람처럼 사람들 가슴에

고운 봄글과 봄말을 베푸는 책들로

스며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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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2-01-3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께서 정말 많은 책을 쓰셨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고 더군다나『모든 책은 헌책이다』라는 '유명한' 책을 쓰신 분인지도 몰랐구요. 저 책을 직접 사보지는 않았지만 '관련글과 사진들'을 오래 전에 몇번 읽어본 기억이 납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책이 엄청나게 많이 팔리기를 빕니다.

파란놀 2012-01-31 07:42   좋아요 0 | URL
이제 고작 열한 권째예요 ^^;;;
한결 부지런히 걸어야지요~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새판으로 다시 쓴 다음
절판시킬 생각이에요. 너무 오래되고 만 ㅠㅜ 이야기가
되었거든요. 이궁...

마녀고양이 2012-01-3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나왔네요.
저는 장바구니로 일단 쏘옥~, 꼬옥 많은 분들이 읽고 함께 뿌리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파란놀 2012-01-31 07:41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발판으로
사람들 스스로
저마다 좋은 말꽃을 피울 수 있으면
참으로 기쁘리라 생각해요.
고마워요~~~~ :)

순오기 2012-01-31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우리말로 끌어안는 영어 뿌리깊은 글쓰기'라니 영어를 섞지 않으면 말과 글이 안되는 요즘,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쓰는데 도움이 되겠네요.

파란놀 2012-01-31 07:41   좋아요 0 | URL
조금이나마 사람들한테 좋은 사랑으로 스며들 수 있기를 꿈꿔요~~
고맙습니다 ^^

페크pek0501 2012-01-3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드리고, 저도 응원합니다.
많이 많이 팔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진짜로요. ㅋ

파란놀 2012-01-31 23:54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
많이많이 사랑받으리라 믿어요~

stella.K 2012-01-3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이름을 한글로 지으셨나 봐요.
뜻이 뭔지 궁금하네요.ㅋ

파란놀 2012-01-31 23:55   좋아요 0 | URL
한글 이름이 아닌
우리 말 이름이에요.
한글로 적으면 다 한글 이름이니까요~

사름벼리 = 사름 + 벼리
산들보라 = 산들 + 보라

가만히 생각해 보셔요~ ^^
'사름'과 '벼리'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시면 되고,
산들보라는 쉬운 이름입니다~

감은빛 2012-01-3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연말에 인쇄를 걸면 그런 일이 종종 생기더라구요.
그래도 한 달이라면 좀 많이 기다리셨네요.
서점에 가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파란놀 2012-01-31 23:56   좋아요 0 | URL
제 책들은 이런 일이 꽤 자주 걸리더라구요...
나중에 제가 '잘 팔리는 이름난' 작가가 되면
인쇄소들이 어쩌자고 이러시는지... -_-;;;;
ㅋ~ㅋ
아무쪼록 즐거이 살펴 주소서~

카스피 2012-02-01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된장님이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쓰신것은 알았지만 10권이나 책을 내셨는지는 전혀 몰랐네요.축하드립니다^^

파란놀 2012-02-01 10:44   좋아요 0 | URL
대문에 사진으로 대롱대롱 걸렸어요 ^^;;;;
고맙습니다~~

기억의집 2012-02-0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대박 나셨으면 좋겠어요. 글쓰기라 많이 팔릴 거라 믿습니다.
저도 주말에는 주문할께요. 장바구니에 주말만 기다리고 있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추가해야겠네요.

파란놀 2012-02-03 11:39   좋아요 0 | URL
아아아!!
좋은 사랑 받아
널리널리 읽히며
좋은 이야기 퍼뜨리는 씨앗 되기를 빌어요~~~
 


 시나브로 꼴을 갖춘다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1.29.

 


 이원수 님 동시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간다. 살림집과 도서관이 코앞에 맞닿는다면 새벽이나 밤에도 책 갈무리를 할 텐데, 아무리 가까이 있기는 하더라도 걸어서 2∼3분쯤 걸어가야 한다면, 이만 한 길조차 날마다 못 가기 일쑤이다. 며칠 앞서부터 이원수 님 동시책을 가지러 도서관에 가려 했으나, 자꾸 잊는다. 집에서 하는 일에 밀리고, 읍내나 면내로 마실을 다녀오며 뒤로 미룬다. 설을 쇠기 앞서부터 설을 쇤 뒤 도서관 청소조차 못했다고 생각하며, 오늘은 책도 가지러 가자 다짐하며 한낮 해가 차츰 기울 무렵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다.

 

 석 달째 그럭저럭 갈무리하고 치우면서, 사진책과 그림책과 어린이책과 교육책 두려는 교실은 꽤 꼴을 갖춘다. 인천에서 도서관을 꾸리며 만든 사진틀 꾸러미가 꽤 많아, 이 꾸러미를 어디에 두나 하고 생각하다가, 책꽂이 벽에 붙이기로 한다. 책꽂이 벽에 못 자국이 생기니 싫지만, 즐기자고 생각한다. 빛깔 고운 사진을 붙여 책꽂이도 살고 도서관도 살리자고 생각한다. 어른 눈높이에 사진틀 하나, 어린이 눈높이에 사진틀 하나. 요 밑에는 나중에 조그마한 종이쪽을 붙일까 싶다. 이를테면, 고흥군 군내버스 ‘종이 버스표’를 널따란 판에 하나씩 그러모아 붙일 수 있으리라. 인천에 살던 어린 날 모은 ‘종이 버스표’라든지 음성에서 지내며 모은 ‘종이 버스표’도 그러모아 붙일 수 있겠지. 좋은 길을 생각하자. 예쁜 꿈을 품자. 도서관은 도서관대로 살림집은 살림집대로 아름다이 일굴 사랑을 헤아리자.

 

 오늘 한 시간 반쯤 갈무리하니 제법 꼴을 갖추네,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직 어수선하거나 어지러운 잡동사니가 곳곳에 있는데, 이듬날 아이들 데리고 나와서 놀며 설레설레 치우면 되겠지. 나 혼자 흐뭇해서 사진 몇 장 찍는다. 다음에 와서 더 붙일 사진틀을 앞에 놓는다. 문간 옆 책상과 책꽂이도 다음에 올 때에는 다 치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참말 시나브로 꼴을 갖추니 시원하고 개운하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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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1-3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관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날짜 알려주세요.

파란놀 2012-01-30 16:55   좋아요 0 | URL
넵, 그러겠습니다~~
따순 날, 고흥이 얼마나 따숩고 좋은가를
사람들한테 알려서
이곳으로 살림집 옮기라고 할 만한 날을
잡고 싶어요~~~ ^^

마녀고양이 2012-01-30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이런 도서관을 꾸미시는거군요.
정리하시면 더 많은 사진 올려주셔염, 멀어서 실제는 못 봐도 사진으로나마 보고파여~

파란놀 2012-01-30 16:56   좋아요 0 | URL
나중에 신나게 마실 오셔야지요~

정안휴게소에서 갈아타면, 고흥에 더 빨리 올 수 있더라구요.

아무튼, 예쁘고 즐거이 꾸미려고 해요.
이제 이곳은 우리 집이라 여기면서 꾸미고 싶어요~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28) 회오의 1 : 회오의 눈물

 

 

.. 어떤 이는 그를 한때의 격랑일 뿐이라 하며 / 또 어떤 이는 회오의 눈물 / 굴절과 비통의 소용돌이라고도 하겠지만 ..  《송경동-꿀잠》(삶이보이는창,2006) 126쪽

 

 ‘격랑(激浪)’은 “거센 물결”을 뜻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소용돌이”로 손볼 수 있으나, 뒤에 소용돌이라는 낱말이 나오니, 앞말과 묶어 “한때 이는 거센 물결”이나 “한때 휘몰아치는 물결”이나 “한때 이는 물결”이나 “한때 부는 바람”처럼 손질할 수 있어요. “굴절(屈折)과 비통(悲痛)의 소용돌이”는 “꺾이고 슬픈 소용돌이”로 다듬어 봅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은 싯말입니다. 여느 글이 아닌 싯말이기에 이렇게 다듬자고 해도 좋을까 궁금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싯말이든 소설말이든 똑같이 말이에요. 입으로 하는 말이든 손으로 쓰는 글이든 모두 한국말입니다. 한국말이라는 테두리에서, 어떻게 적거나 읊을 때에 한결 살가우면서 사랑스러울까를 생각하고 싶습니다.

 

 회오(悔悟) : 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
   -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회오의 눈물을 흘렸다 /
     반성문은 절절한 회오로 가득 차 있었다

 

 회오의 눈물
→ 뉘우치는 눈물
→ 뉘우치며 흘리는 눈물
→ 고개 떨군 눈물
 …

 

 꼭 싯말이기 때문은 아니나, 이 싯말을 읽으며 다른 말마디는 그럭저럭 읽고 지나가다가, ‘회오’라는 대목에서 걸립니다. 다른 말마디를 그대로 둔다 하더라도 ‘회오’라는 말마디는 참말 아니지 않느냐고, 이러한 말마디를 반드시 써야 하느냐고, 하는 생각이 자꾸자꾸 납니다.

 

 국어사전에서 한국말 ‘뉘우치다’를 찾아보면, “스스로 제 잘못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가책을 느끼다”로 풀이합니다. 국어사전에서 한자말 ‘회오’를 찾아보면 말풀이가 겹말입니다. 아마, 한자말 ‘회오’만 국어사전에서 찾아본다면, 이 한자말 풀이가 겹말인 줄 알아채지 못하리라 봅니다. 한국말 ‘뉘우치다’를 함께 찾아볼 뿐 아니라, 한자말 ‘회오’가 딱히 남다르다 싶은 낱말이 아닌 줄 생각할 때에 비로소 이 얄궂은 말풀이와 말씀씀이를 깨닫습니다.

 

 회오의 눈물을 흘렸다
→ 뉘우치며 눈물을 흘렸다
→ 뉘우치는 눈물을 흘렸다
 …
 절절한 회오로 가득 차 있었다
→ 애타는 뉘우침으로 가득 찼다
→ 애끓는 뉘우침으로 가득 찼다
→ 눈물겨운 뉘우침으로 가득 찼다
 …

 

 보기글에서 밝히는 “뉘우치는 눈물”은 여러모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말뜻 그대로 뉘우치는 눈물입니다. 다음으로, 슬프다고 여기는 눈물입니다. 다음으로, 부끄러이 여기는 눈물이며, 안타까이 여기는 눈물이거나, 안쓰러이 여기는 눈물입니다. 스스로 꾸짖는 눈물이나, 스스로 나무라는 눈물일 수 있어요. 나를 채찍질하는 눈물이 되거나, 나를 다그치는 눈물이 되기도 할 테지요.

 

 잘못을 깨닫는다 할 때에는, 뉘우칠 수 있고 슬프게 여길 수 있으며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참 바보였구나 하고 여긴다거나, 나는 꽤 멍청했구나 하고 여길 수 있어요.

 

 어떤 빛, 어떤 느낌, 어떤 이야기, 어떤 결인가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어떤 말, 어떤 글일 때에 내 넋을 환하게 밝힐 만한가 곰곰이 따집니다. (4345.1.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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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2-01-31 18:37   좋아요 0 | URL
버릇처럼 쓰는 말투를 손질하거나 고치기란
참 힘들어요.

생각을 깊이 기울여야
차근차근 하나씩 가다듬을 수 있어요.

에고..
 

 

묶음표 한자말 165 : 감우(甘雨)

 


.. 문자 그대로 감우(甘雨)로구나 싶었다. 들과 풀과 나무와 내와 배꽃, 복숭아꽃이 달디달게 목을 축이고 무럭무럭 자라는 게 보이는 듯했다 ..  《박완서-혼자 부르는 합창》(진문출판사,1977) 16쪽

 

 “문자(文字) 그대로”는 “말 그대로”로 다듬고, “자라는 게”는 “자라는 모습이”로 다듬어 줍니다.

 

 이 글월에서는 ‘배꽃’이라 적지, ‘이화(梨花)’라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이름이라든지 적잖은 데에서는 ‘이화’라는 낱말을 곧잘 씁니다. 배나무에 핀 꽃은 배꽃이라 하면 될 텐데, 굳이 한자로 덮어씌우고야 말아요.

 

 이리하여, 한겨레가 예부터 쓰던 말마디는 ‘단비’이지만, 이 글월에서는 ‘감우(甘雨)’라는 한자말이 튀어나옵니다. 한글로만 적는다면 자칫 헷갈릴까 싶어 묶음표를 치고 ‘甘雨’를 달아 놓습니다. 그런데, 보기글 뒷자리를 보면 “달디달게 목을 축이고”라는 대목이 있어요. 이러한 말마디는 ‘달다’라고 적으나, 빗물이 달디달다고 하는 자리에는 왜 ‘단비’라 적지 못할까 궁금합니다.

 

 감우(甘雨) : 때를 잘 맞추어 알맞게 내리는 비
   - 7년 대한에 감우를 만나니 어찌 즐겁지 않겠느냐

 

 감우(甘雨)로구나 싶었다
→ 단비로구나 싶었다
→ 반가운 비로구나 싶었다
→ 달콤한 비로구나 싶었다
→ 고마운 비로구나 싶었다
 …

 

 ‘감우’나 ‘甘雨’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자말이요 중국말입니다. 한국사람이 쓸 말이 아닙니다. 한국사람이 주고받을 한국말은 ‘단비’입니다. 같거나 비슷한 뜻으로 “달디단 비”라 할 수 있고 “달콤한 비”라 할 수 있습니다. 글흐름을 살피면, “반가운 비”나 “고마운 비”나 “즐거운 비”나 “좋은 비”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알맞게 내리는 비”라든지 “제때에 내리는 비”라든지 “목마를 때 내리는 비”라든지 “가뭄을 씻는 비”처럼 적을 수 있어요. “목마름을 씻는 비”나 “타는 목을 씻는 비”나 “가문 땅을 적시는 비”라 해도 됩니다.

 

 알맞게 살릴 말마디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살가이 북돋울 글줄을 톺아보면 반갑겠습니다. 기쁘게 일굴 겨레말을 꿈꾸면 고맙겠습니다. (4345.1.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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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가 걷는 길

 


 옆지기와 아이들이랑 마실을 다닌다.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마실을 간다. 택시를 불러 탈 수 있지만, 바닷가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버스를 탄다. 그런데 버스는 포구로 갈 뿐, 모래밭 있는 바닷가로는 가지 않는다. 포구에서 내리니 바닷가까지는 몇 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한단다.

 

 옆지기는 둘째를 업고 나는 첫째 손을 잡고 걷는다. 첫째는 요리조리 장난스레 걷다가 졸린 나머지 안아 달라 말한다. 첫째를 안고 걷자니 처음에는 괜찮으나 이내 아이 무게가 꽤 묵직하다고 느낀다. 참 많이 컸구나, 참 튼튼히 자라는구나, 앞으로 네가 안길 날은 얼마 안 되겠구나 싶다.

 

 그나저나, 아이들과 걸을 만한 흙길이 너무 적다. 모든 길은 자동차가 다니기 좋도록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깐다. 사람들은 밑창 두툼한 신을 신는다. 멧자락을 오르든 논둑이나 밭둑을 걷든, 온통 시멘트나 아스팔트가 곱고 넓게 깔린다. 흙과 풀을 밟으며 바닷가를 거닐거나 멧자락을 오르내릴 수 없을까. 꼭 이렇게 자동차 다니기 좋도록 온누리에 시멘트와 아스팔트를 뿌려야 할까.

 

 모든 목숨이 살아갈 수 있는 밥을 얻자면 흙땅이 있어야 한다. 풀은 흙땅에서 돋는다. 풀 먹는 짐승을 잡아먹는 큰 짐승은 ‘흙에서 나는 풀을 먹는 짐승’이 있어야 살아가니까, 큰 짐승도 흙을 밟고 누려야 목숨을 잇는다. 우리에 가두어 기르는 소나 돼지나 닭 또한 풀이 있어야, 풀이 돋는 흙이 있어야 목숨을 잇는다. 풀을 즐겨먹을 사람이든 고기를 즐겨먹으려는 사람이든, 풀이 돋는 흙을 누려야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누빌 풀 돋는 흙땅이 자꾸 줄어든다. 사람들은 자동차가 씽씽 재빨리 달릴 길만 신나게 새로 닦는다. 새 다리를 놓고, 새 굴을 뚫는다. 새 기찻길을 놓고 새 찻길이 뻗는다. 자전거 달릴 길이라서 아스콘을 깔 까닭이 없다. 흙길을 반반하게 다지면 된다. 걸을 만한 길이면 자전거로 달릴 만한 길이다. 빨리 달리는 내기를 해야 하지 않으니, 아늑하거나 푸근하게 돌보면 좋은 길이다. (4345.1.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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