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 모 책읽기

 


  모내기를 앞둔 시골마을 논자락에는 모판에서 볏모가 푸르게 자란다. 볍씨에서 막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줄기를 올리는 볏모는 포근하며 시원한 논으로 옮기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더 높이 줄기를 올리겠지. 푸른 들판은 푸른 숨결을 내뿜으며 여름을 난다. 가을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몸을 살찌우며 겨울을 맞이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벼에서 알맹이를 먹는다지만, 벼 알맹이를 먹기 앞서까지 논에서 푸른 빛깔 드러내던 볏잎 숨결을 먹었다. 벼 알맹이를 먹을 때에는 한 알이 뿌리내려 수백 알이 되는 너른 목숨을 먹는 셈이다. 한 포기씩 알뜰히 건사하며 모를 낸다. 열 포기 백 포기가 모여 논자락을 이룬다. 사람들은 벼 한 포기가 긴긴 여름부터 가을까지 받아들인 햇살을 함께 먹고, 벼 한 포기가 오래오래 마신 빗물을 함께 마시며, 벼 한 포기가 언제나 쐬던 바람을 함께 쐰다. 볏포기에 스미는 사랑은 숟가락 들어 밥그릇 비우는 사람들 가슴으로 새삼스레 천천히 되스민다. (4345.5.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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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19 08:01   좋아요 0 | URL
아, 벌써 모판이...
밥 먹을 때 쌀알에 숨어 있는 그 숨결, 바람결, 햇살을 느끼며 먹을 수 있는, 그런 마음결이면 참 좋겠습니다.

파란놀 2012-05-19 08:04   좋아요 0 | URL
날마다 잘 헤아려 보셔요.
그러면 더 즐겁게 밧맛이 나요.

..

눈치가 빠른 분은 알아보셨을 텐데,
이 글은 '사름벼리' 딸아이한테 바치는 글이에요.

사름벼리 이름 가운데 '사름'은 바로
모내기하고 얽힌 말이거든요~ ^^
 
새는 새는 나무 자고 우리시 그림책 7
전래동요, 정순희 그림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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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삶 노래하는 하루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66] 정순희·전래동요, 《새는 새는 나무 자고》(창비,2006)

 


  내 국민학생 때를 떠올립니다. 국민학교라는 이름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내가 다닌 학교는 ‘국민학교’라는 이름이었기에 국민학교로 떠올립니다.


  나는 국민학교를 걸어서 다녔습니다. 그리 먼 길이 아니기도 했지만, 걸어서 다니고 싶었기에 걸어서 다녔습니다.


  내 동네 동무들 가운데 집부터 학교까지 걸어서 다닌 아이는 없습니다. 동무들은 학교에서 집을 오가며 늘 버스를 탔습니다. 나 혼자 길을 걸었습니다. 동무들이랑 동네에서 놀기로 한 날, 나는 달리기를 합니다. 학교부터 집이 있는 동네까지 쉬잖고 달립니다. 땀을 비죽비죽 내며 달리는데, 동무들은 버스를 기다린다며 정류장에 선 동안 내가 먼저 동네에 닿기도 하고, 동무들이 버스를 타는 모습을 보며 달린 때에도, 버스가 신호등에 걸리면 내가 앞지르기도 하는 만큼, 내가 동무들보다 동네에 늦게 닿는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걸어서 동네로 돌아와도 늦지 않는데, 나와 함께 이 길을 걸어서 돌아가자고 하던 동무가 없었어요. 모두들 그냥저냥 버스를 탑니다. 모두들 버스삯 120원(편도 버스삯은 60원)을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이무렵 라면 한 봉지가 100원이었고, 편지 한 통 우표값이 30원이었는데, 이런저런 돈값을 헤아리는 동무가 꽤 드물었습니다.

 

 


.. 자장자장 잘 자거라 ..  (10쪽)


  혼자 길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혼자 하늘을 올려다보고, 혼자 동네를 바라보며, 혼자 땅을 내려다봅니다. 내가 국민학생 때에 걷던 길은 도시 한복판인 터라, 풀이나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온통 아스팔트이고 온통 시멘트입니다. 빈터가 마땅히 없고, 흙땅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길에서 느낄 날씨나 철이 없습니다. 햇살이나 바람으로 느끼는 하루가 아니라, 달력으로 느끼는 하루입니다.


  국민학교를 마친 지 스물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이제 나는 시골마을에서 살아가고, 우리 아이들은 시골에서 자라나는 삶입니다. 내가 어릴 적 걷던 길은 철이나 날씨를 알 수 없던 길이지만, 이제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은 철 따라 냄새와 빛깔과 무늬와 소리가 온통 다른 길입니다.


  새벽 세 시부터 일어나서 움직입니다. 첫째 아이가 새벽 세 시에 쉬 마렵다며 아버지를 불렀기에 일어납니다. 이윽고 둘째 아이는 기저귀에 오줌을 푸지게 눕니다. 새벽에 일어난 김에 아이 오줌을 누이고 기저귀를 갑니다. 눈이 번쩍 뜨여 잠이 다시 오지 않으니 셈틀을 켜고 글을 씁니다.


  지난날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내가 새벽 서너 시, 또는 두어 시부터 일어나 지낸 지 얼마나 되었나 헤아립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갈 무렵 신문배달을 하며 밥벌이를 했으니, 이무렵부터 새벽 일찍 하루를 열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고단하게 잠들며 쉴 두어 시가 나로서는 두 눈 번쩍 뜨고 말짱한 넋으로 일할 때입니다. 사람들이 부시시 잠을 깨기 앞서인 새벽 너덧 시 무렵이 내가 하루 일을 마치고 신문사지국으로 돌아가 몸을 씻고 아침신문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 무렵입니다.

 

 


.. 새는 새는 나무 자고 ..  (14쪽)


  도시에서 신문배달 일을 하던 새벽 두어 시는 아주 조용합니다. 찻길을 오가는 자동차가 없으면, 도시는 그야말로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그렇다고 별이 흐르는 소리나 달이 구르는 소리를 듣지는 못해요. 참말 몽땅 잠들었다 싶은 한밤이요 깊은 새벽이에요.


  네 식구 시골에서 살아가는 요즈음을 떠올립니다. 시골에서는 밤낮 소리가 그치지 않습니다. 낮에는 바람소리, 풀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여기에 이웃 할매 할배 일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밤에는 별소리, 도랑물 흐르는 소리, 개구리소리, 여기에 새소리와 나뭇잎 소리를 듣습니다. 나뭇잎 소리가 무언가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 텐데, 겨울을 난 잎사귀가 봄을 맞이해 톡톡 떨어져 가랑잎이 되어 마당에서 구르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새벽 다섯 시 앞뒤로 들새와 멧새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오늘은 새벽 네 시 오십칠 분부터 들새와 멧새 소리를 듣습니다. 새벽 다섯 시 십 분 무렵에는 이웃 할배가 경운기 몰며 들일 하러 나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 우리 아기 어디 자나 / 엄마 품에 잠을 자지 ..  (32∼34쪽)


  지난날 신문배달 일을 하며 먹고살던 때, 나는 새벽 두어 시에 자전거를 몰며 신문을 돌릴 때에 노래를 불렀습니다. 달리는 자전거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는 고요한 도시 한복판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슥슥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는 자동차 바퀴소리에 파묻히기 일쑤입니다. 전봇대에 걸친 전깃줄에서 내는 웅웅 소리보다 크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살며 첫째 아이를 낳았을 무렵, 우리 식구는 날마다 전철 오가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창문을 꼭꼭 닫고 새로 덧창을 달아도 전철 소리는 무척 큽니다. 데시벨로 치면 100을 넘어갈 만한 소리가 온 집안을 울립니다. 전철 소리 때문에 말소리도 주고받기 힘드니, 도시에서 아이들과 지낼 때에는 저녁에 잠들며 아이들한테 고즈넉히 자장노래 불러 주기 힘들었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네 식구 살림은, 저녁을 맞이하여 아이들을 꿈나라로 보낼 때에 목청껏 자장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음대로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자장노래를 마치고 나도 고단한 몸을 쉴라치면, 창호종이문을 거쳐 개구리소리와 새소리를 듣습니다. 벌레소리와 별소리와 달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소리와 풀소리를 들어요.


  온통 노래예요. 온통 사랑이에요. 온통 즐거운 이야기예요.

 

 


..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몸소 보여주던 어머니들께 드립니다 ..  (3쪽)


  그림책 《새는 새는 나무 자고》(창비,2006)를 읽습니다. 정순희 님이 전래동요에 맞추어 그림을 넣은 그림책을 읽습니다. 새는 새는 참말 나무에 둥지를 마련해 잠을 잡니다. 이 가운데 제비는 처마에 둥지를 마련해 잠을 잡니다. 들쥐도 다람쥐도 저희 보금자리에서 잠을 잡니다. 메뚜기도 사마귀도 저희 보금자리에서 잠을 잘 테지요. 개구리도 뱀도 저희 보금자리에서 잠을 잘 테고요.


  고요한 저녁나절, 먼먼 옛날부터 아이들과 어버이들은 풀과 바람과 해와 달과 물과 흙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습니다. 서로서로 고운 벗이 되어 한삶을 누렸습니다.


  빨래를 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논밭을 갈고 김을 매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밥을 짓고 아기를 업으며 노래를 부릅니다. 따로 텔레비전이 없더라도 노래를 부릅니다. 애써 학교를 다니지 않더라도 노래를 부릅니다.


  좋은 삶이기에 좋은 노래를 부릅니다. 좋지만 고단한 삶이라 좋지만 고단한 노래를 부릅니다. 좋으면서 기쁜 삶이기에 좋으면서 기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에는 이야기가 실립니다. 노래에 실리는 이야기는 하루하루 살아내는 모든 꿈이자 사랑입니다. 꿈은 맑은 빛깔이곤 합니다. 사랑은 지친 땀방울이곤 합니다. 꿈은 푸른 들판이곤 합니다. 사랑은 너른 바다이곤 합니다.


  들길을 거닐면 저절로 노래가 샘솟습니다. 텃밭에서 일하면 저절로 노래가 솟구칩니다. 아이들과 복닥이고 옆지기와 부대끼며 흥얼흥얼 노래합니다. 귀에 걸거치는 소리가 없기에 노래를 부릅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없으니 마음껏 노래합니다. 삶을 노래합니다. 사랑을 노래합니다. 꿈을 노래합니다. 아이들이랑 오순도순 놀며 노래합니다. 한 아이는 무릎에 누이다가 가슴에 얹어 재우고, 한 아이는 팔베개를 하며 재우며 노래합니다. 고단하지만 즐겁고 기쁜 하루를 노래합니다. 예쁜 아이처럼 예쁜 어버이 삶을 누리는 하루를 노래합니다. (4345.5.18.쇠.ㅎㄲㅅㄱ)

 


― 새는 새는 나무 자고 (정순희 그림,전래동요,창비 펴냄,2006.5.30./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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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8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2-05-18 21:23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마음이 될 수 있으면
어떠한 일이든 즐겁게 빛을 보리라 믿어요~
 
한씨네 삼남매 - 그리고 세상의 아이들 한치규 사진집 1
한승원 글, 한치규 사진 / 눈빛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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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빚고픈 사랑을 담는 사진
 [찾아 읽는 사진책 95] 한치규, 《한씨네 삼남매, 그리고 세상의 아이들》(눈빛,2012)

 


  세 아이 삶자리를 사진으로 찬찬히 돌아본 사진책 《한씨네 삼남매, 그리고 세상의 아이들》(눈빛,2012)을 읽고 나서 사진쟁이 한치규 님 해적이를 살피다가 흠칫 놀랍니다. 한치규 님은 1979년부터 ‘보안사’에서 대령 신분으로 일했기 때문입니다. 직업군인일 뿐 아니라 여느 직업군인, 이를테면 하사관이나 소위·중위가 아니라 보안사 직업군인이라니, 적잖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어떤 신분이나 계급을 앞세우며 찍을 수 없습니다. 어떤 신분이나 계급은 외려 사진을 사진다이 찍는 길을 가로막거나 흐트린다고 느껴요. 이런 이름이 있거나 저런 겉모습이 있대서 사진이라 하거나 사진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사진은 오직 사진으로 바라보며 누리거나 느낄 뿐이에요. 대통령도 이녁 아이를 사진으로 찍고, 여느 흙일꾼도 이녁 아이를 사진으로 찍어요. 신문기자도 동네 아이를 사진으로 담고, 여느 공무원이나 교사도 동네 아이를 사진으로 담아요.


  사진책을 찬찬히 넘깁니다. 한치규 님이 박정희 군사정권 때에 보안사에서까지 직업군인으로 일한 까닭에 한치규 님네 세 아이 사진은 퍽 남다르다 할 만합니다. 한치규 님네 세 아이는 지난날을 어떻게 느꼈을는지 모르지만, 사진으로 드러나는 세 아이 살림살이는 그무렵 여느 아이들 살림살이하고 견주면 ‘매우 가멸찹’니다. 1960년대인데, 집에 텔레비전이 있고 전화기가 있어요. 1960년대인데, 막내아이 생일선물로 세발자전거를 새것으로 받아요. 아이들은 군인옷을 걸친 채 놀기도 합니다.

 

 

 


  사진책을 살짝 덮고 생각에 잠깁니다. 1970년대도 아니고 1960년대에 집안에 텔레비전과 전화기와 아이 세발자전거가 있습니다. 여느 집살림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한치규 님네 집에는 ‘사진기’까지 있어요. 이무렵 여느 살림집 살림살이로 사진기를 갖추기란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이때에 갖춘 사진기부터 퍽 대단하다 여길 만합니다.


  사진책을 다시 넘깁니다. 집안에 텔레비전이며 전화기가 있지만, 서울 내수동에 있었다는 살림집 벽종이나 장판이 참 수수합니다. 창호종이 바른 나무문입니다. 아이는 창호종이에 구멍을 큼지막하게 내고는 얼굴을 들이밀며 웃습니다. 마당 있는 기와집이지만, 마당이래 봤자 개수구 구멍을 막아 아이들 몇이 물놀이를 할 만큼 아주 조그맣습니다. 아이들 어머니가 아이를 씻기는 통은 여느 살림집에서 어머니들이 아이를 씻기는 통하고 같습니다. 따순 물을 받아 방에서 아이를 폭 담그며 씻깁니다. 나 또한 내 아이들을 이렇게 씻겼어요. 우리 아이들이 어머니젖을 먹고 자랐듯, 한치규 님네 아이들도 어머니젖을 먹고 자랍니다.


  주말이면 이곳저곳 신나게 나들이를 다녔다 하는데, 나라안 곳곳을 다니기는 했어도 나라밖으로 비행기 타고 나가지는 않았겠지요. 어느 모로 보면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집안이라 할 테지만, 어느 모로 보면 ‘좀 먹고살 만하다’ 싶어도 ‘먹고살기 팍팍한 달동네 이웃’보다 ‘아주 넉넉하게 살림을 꾸리는 나날’은 아니로구나 싶어요. 무엇보다, 한치규 님 사진에는 아이들과 즐거이 누리던 사랑이 살포시 묻어납니다. 사진기를 들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일 뿐, 직업군인이라든지 보안사 대령이라든지 하는 허울이 사진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손에 사진기를 쥔 채 아이들을 살가이 복닥이는 어버이일 뿐, 제법 먹고살 만한 살림이라거나 무언가 더 움켜쥔 사람이라는 껍데기가 사진에 스미지 않습니다.

 

 

 


  “1959년에 카메라를 처음 장만한 아버지는 일본의 카메라 상점에 우리 나라 김을 사서 보내시곤 했다. 그러면 상점 측에서는 그것을 환산한 액수만큼의 필름과 현상약품을 보내 왔다. 외환 사정이 어려웠던 시절, 일종의 물물교환 형식의 교류였으리라(7쪽/둘째 딸 한승원).” 하는 말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며 사진을 즐길 수 있던 사람은 흔하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한편, 이렇게 하며 사진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적바림하기에, 우리 나라 사진 발자취 한쪽 모습을 환하게 밝히며 기쁘게 사진읽기를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삼남매는 행복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 갔다. 주말이면 가족 모두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변하는 세상 모습도 찍었다. 아버지는 그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기셨다(8쪽/둘째 딸 한승원).” 하는 말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한치규 님은 당신이 거머쥔 어떤 이름(신분이나 계급)으로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한치규 님은 그저 아버지로서, 어버이로서, 어른으로서, 사람으로서 사진을 찍습니다. 한치규 님은 당신이 누리던 어떤 돈(이무렵 여느 사람들보다 퍽 넉넉한 살림)으로 사진을 빚지 않습니다. 한치규 님은 사랑으로, 믿음으로, 꿈으로, 이야기로 사진을 빚습니다. 사진마다 이야기 한 자락 가득 담습니다. 세 아이한테는 세 아이대로 지난 한때를 즐거이 그리는 사진이 되고, 세 아이하고 딱히 이어지지 않는 여느 사람한테는 ‘참 사랑스러운 삶을 담은 사진’이로구나 하고 느끼도록 이끕니다.


  아이들이 놉니다. 아이들이 다툽니다. 아이들이 잠듭니다. 아이들이 먹습니다. 아버지 한치규 님은 이런 모습 저런 웃음 그런 빛깔을 사진으로 알록달록 담습니다. 그지없이 싱그럽고 참으로 보배롭습니다. 다만, 사진책 《윤미네 집》(전몽각 사진,포토넷 펴냄,2010)처럼 주말 아닌 여느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하고 복닥이는 모습이 찬찬히 담기지는 않아요. 세 아이를 낳아 돌보던 어머니는 하루하루 어떠한 살림이요 삶이며 모습이었을까요. 하루 내내 세 아이가 어머니하고 복닥이던 모습은 어떠한 웃음이며 눈물이었을까요. 《한씨네 삼남매》이든 《윤미네 집》이든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은 ‘남자(아버지)’입니다. 집에서 살림을 꾸리는 여자(어머니)가 사진기를 손에 쥐는 일은 아주 드물거나 아예 없기 일쑤입니다. 부엌에서 도마질을 하다가, 씻는방에서 빨래를 하다가, 마루에서 걸레질을 하다가, 방에서 아이들 기저귀를 갈고 토닥토닥 재우다가, 살짝살짝 사진기를 손에 쥘 때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하는 이야기는 담기지 못합니다. 마당에 빨래를 너는 아침, 마당에서 빨래를 걷는 한낮, 걷은 빨래를 곧장 개지는 못하고 저녁이 되어 겨우 개면서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며 하루를 마감하는 삶 들이 사진으로 소록소록 스미지는 못합니다.

 

 

 

 


  1960∼70년대에 사진기를 누릴 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터이나, 그렇다고 아예 없지 않았습니다. 가난하게 사진기를 누리더라도 사랑을 담지 못한 사람이 있고, 가멸차게 사진기를 누리면서도 사랑을 담은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날 사진기는 아주 손쉽게 참 많은 사람들이 누립니다. 이제 ‘돈이 없어 사진기를 못 누린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그마한 손전화로도 사진을 찍어요. 자그마한 손전화로도 아이들 어여쁜 빛깔을 사진으로 빚어요.


  곧, 한치규 님이 조금 더 넉넉한 살림이었기에 사진을 찍을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한치규 님이 조금 더 가난한 살림이었다 하더라도 사진을 찍으며 예쁜 넋을 누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진으로 내 한삶 어떻게 즐기거나 누릴 때에 더 빛나는가를 일찍부터 깨달은 한치규 님이라고 봅니다. 사진으로 서로서로 어떠한 사랑을 어떠한 꿈결로 따사로이 이루는가를 오래도록 느낀 한치규 님이구나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날을 사진으로 찍는 어버이는, 사진에 ‘아이들 웃음’을 담지 않습니다. 아이들 어버이는 사진에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 마음’을 담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웃음이 아니라, 아이들과 활짝 웃으며 살아가고픈 마음을 담습니다. 아이들과 떠들며 놀다가 사진을 찍는 어버이는, 사진에 ‘아이들 어떤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습니다. 아이들 어버이는 사진에 ‘아이들과 얼크러지며 이루고 싶은 어버이 사랑’을 담습니다.

 

 

 

 


  마음을 기울이기에, 골목길에서 동네 꼬마들을 이녁 아이하고 나란히 세워 사진으로 찍습니다. 사랑을 쏟기에, “한씨네 삼남매”에 이어 “세상의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빚습니다.


  좋은 꿈과 맑은 사랑과 따사로운 이야기를 엮은 사진을 떠올리며, 우리 집 두 아이와 살아가는 나날을 되새깁니다. 내가 빚고픈 사랑을 담는 사진입니다. 내가 누리고픈 삶을 싣는 사진입니다. 내가 즐기고픈 꿈을 갈무리하는 사진입니다.


  사진책 《한씨네 삼남매》를 여러 차례 더 읽습니다. 사진책에 실린 사진이 더없이 맑습니다. 사진책에 못 실린 사진이 퍽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살아온 모든 나날을 자그마한 사진책에 몽땅 담을 수 없어, 알맹이만 간추렸을 테니까요. “한씨네 삼남매”와 “세상의 아이들”을 따로 낱권으로 묶어 두 권으로 냈으면 더 좋았겠다 싶습니다. 《한씨네 삼남매》에 실린 사진으로도 흐뭇하지만, 무언가 더 이야기가 있겠구나 싶어요. (4345.5.18.쇠.ㅎㄲㅅㄱ)

 


― 한씨네 삼남매, 그리고 세상의 아이들 (한치규 사진,눈빛 펴냄,2012.5.8./25000원)

 

 

 

 

..

 

이 밑은 "세상의 아이들" 사진입니다.

<한씨네 삼남매>는 두 갈래로 나눈 사진을 보여줍니다.

 

..

 

 

 

 

 

 

내 아이들 아끼는 마음은

이웃 아이들 헤아리는 마음으로 이어져

고운 사진으로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맨발로 달리기 하는 모습입니다

 

 

 

 

학부모인 어머니들도 맨발이나 양말바람으로 달리기를 하셨어요

 

모르는 분은 '시골 학교'로 생각하실는지 모르지만,

이 사진 두 장은 '인천 주안초등학교 1960년대 운동회' 사진입니다

 

 

 

 

이 사진 또한 시골마을로 여길 분이 있을는지 모르나,

'서울 태능'에서 신문배달 하는 아이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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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부터 7권까지 한꺼번에 나왔다. 아이구 깜짝이야 할 만한 소식이다. 늑장 부리며 감칠맛 내듯 나오는 만화보다는 한결 낫기는 한데, 한꺼번에 네 권이라니, 천천히 하나씩 장만해서 읽자 @.@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우리 마을 이야기 7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5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2012년 05월 18일에 저장
절판
우리 마을 이야기 6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5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2012년 05월 18일에 저장
절판
우리 마을 이야기 5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5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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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마을 이야기 4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5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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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4권까지 사 놓고 더디 읽는데, 어느새 15권이 나왔다 @.@ 이제 천천히 마무리 이야기로 나아가는 셈일까. 어서 <아나스타시아>부터 마저 6권을 읽고 이 만화책도 즐거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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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닿기를 15
시이나 카루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4,800원 → 4,32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2012년 05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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