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놀이 어린이

 


  큰아이가 그렸다 지울 수 있는 판에 그림을 가득 채워 그리고는, 이내 그림을 지우며 다른 것을 그린다. 애써 그리고는 지우니 아쉽다 싶다가도, 아이가 그림을 그리자면 날마다 수없이 많은 종이를 써야 할 텐데, 이렇게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지우면 종이가 안 들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나 어릴 적에 흙땅에 나무작대기나 돌멩이로 그림을 얼마나 많이 자주 그렸던가. 나는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흙땅을 마련해 주지 몹시 서운하다. 나는 어려서 흙땅에서 늘 뒹굴고 놀았지만, 내가 크는 동안 흙땅을 지키지 못한 나머지 아이들한테 아직 흙땅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 아이들이 더 크기 앞서 어여쁜 흙땅을 내 보금자리로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다. (4345.10.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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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신문 책읽기 2 (고흥 나로호 어민 피해)

 


  2012년 10월 26일에 전남 고흥 봉래면 나로도에 있는 우주기지에서 우주선을 쏜다고 한다. 신문이나 방송마다 그날 우주선을 제대로 쏠 수 있는지를 다룬다. 그러나 나는 처음 고흥에 들어와 살려고 할 적부터 우주기지에는 눈길을 안 두었다. 아니, 눈길을 안 두지 않았다. 고흥에서 살아가려 한다면, 우주기지하고는 적어도 20킬로미터쯤은 떨어진 데에 살아야 한다고 여겼다. 더없이 마땅하지만, 우주선을 쏘려고 하면 방사능이라든지 먼지라든지 매연이 얼마나 많이 생길까. 우주기지를 전남 고흥과 같은 외진 시골에 짓는 까닭이 있고, 전남 고흥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있는 봉래면 나로도 맨 끝자락에 세운 까닭이 있다. 그만큼 우주기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터’에 나쁘기 때문이다. 우주기지를 일찍부터 세운 나라들은 우주기지를 으레 사막에 세운다. 그만큼 환경피해가 크니까. 그런데, 한국은 우주기지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인 봉래면 나로도에다 세웠다. 이렇게 되면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은 어떻게 될까. 이 국립공원 바다에서 마을 고기잡이(어부)들이 낚아올릴 물고기는 어떠할까.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인 갯벌에서 얻을 갯것은 얼마나 싱싱하거나 푸르다 할 만할까.


  중앙 언론매체뿐 아니라 전라도 언론매체에서는 ‘우주선을 잘 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야기만 다룬다. 어느 언론매체도 ‘우주선을 쏠 때에 일어나는 환경피해’를 다루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주선을 쏘며 고흥 나로도 어민이 입는 피해’는 밝히지 않는다. 나로도 어민은 ‘우주선을 쏘면 여러 날 진동 피해’가 있어, 물고기가 모조리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진동 피해도 있지만, 우주선을 쏘기 앞서 ‘어업 통제’를 하느라 일을 못한단다(아직 바닷사람들은 ‘진동 피해’만 따질 뿐, 다른 피해는 따지지 않는다). 나라에서는 고기잡이배 한 척마다 하루 30만 원 보상을 해 주겠다 하고, 바닷사람은 고기잡이배 한 척마다 하루 100만 원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밝힌단다는데, 정부 보상규정은 2011년에야 겨우 마련했단다. 고흥군청이든 교육과학기술부이든 누구이든 모두 ‘잔치판’을 벌이려 하지만, 고흥 바닷사람은 나로도 둘레에서 ‘해상시위’를 벌인다.


  시골마을 인터넷신문을 읽는다. 시골신문 가운데서도 시골마을 인터넷신문에서만 ‘고흥 나로호 어민 피해’ 이야기를 다룬다. 아무래도 시골마을 이야기는 시골신문이 아니고서야 안 다루겠지. 서울 이야기는 서울신문이 아니고서야 안 다루겠지. 도시 이야기라든지 정치 이야기 또한 도시신문이 아니고서야 안 다루겠지. 그러나, 가을철 시골마을 사람들 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시골신문에서조차 다루지 않는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여느 어버이가 아이들 낳고 돌보며 살아가는 이야기 또한 도시신문이든 시골신문이든 다루는 일이 없다. 시골하고는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펴내는 신문은 ‘새로 나오는 책’을 어떤 눈썰미로 바라보면서 다룰까.


  밤바람이 스산하게 분다. 초승달은 차츰 반달로 바뀐다. 별을 노래하던 시인을 우러르지 않을 지식인도 비평가도 기자도 없을 테지만, 정작 지식인이나 비평가나 기자는 스스로 별을 노래하지 않는다. 전남 고흥은 밤별이 아름다운 시골이다. 다만, 고흥 읍내나 면내에서는 밤별을 보지 못한다. 시골 군에서도 읍내나 면내를 벗어나야 비로소 밤별을 누린다. (4345.10.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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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뽑고
지심 매는
이웃 할머니
열 손톱
흙알갱이 곱게
물들인다.

 

고부장하면서
굵은 손가락마다
튼튼하고 씩씩한
숨결 빛나
한여름 땡볕에
풀바람 쐬며
아이들 생각한다.

 

할머니 먹고
손자 손녀 먹는
노랗게 빛나는
열매.


4345.8.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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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여우비

 


  한가을로 접어든 뒤 처음으로 비가 내린다. 가을비가 찾아온다. 그런데, 하늘 저쪽과 이쪽은 해가 환하게 비춘다. 아침햇살 노랗게 빛나는데, 요 한쪽에서는 빗줄기 쏴아 퍼붓는다.


  뭔 일이니. 봄도 여름도 아닌 가을에 여우비라니. 그러나 겨울에도 여우비는 올 수 있겠지. 때로는 여우눈도 있는걸. 틀림없이 하늘에서는 밝게 따순 햇살이 노래하더라도 한쪽에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기도 하잖아.


  엊저녁 자정이 되도록 마을 한켠에서 벼베는 기계 구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오늘 가을비 쏟아질 줄 알고 밤새도록 벼를 베었구나 싶다. 가을걷이 바쁜 일손 하루쯤 쉬라는 비일까. 아무리 가을이라 하더라도 너무 가물지 말라며 살그마니 숲과 들을 적시는 비일까. 아이들은 빗소리를 듣고는 마당에서 긴신 신고 우산 들며 논다. (4345.10.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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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11] 맛있는 밥상

 


  ㅇ시에 있는 고등학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퍽 머나먼 길을 고속버스를 타고 찾아갔습니다. 네 시간에 걸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를 타는데, 버스에 타기 앞서 밥 먹을 데를 살핍니다. 길가에서 맨 먼저 보이는 밥집으로 들어갑니다. 무엇을 시킬까 따로 생각하지 않고 ‘맛있는 밥상’이라고 적힌 밥이 무엇인가 여쭈어 두 그릇 시킵니다. 이른바 여느 밥집에서 ‘백반(白飯)’이라 이름을 붙여 내놓는 밥이 이곳에서는 ‘맛있는 밥상’입니다. 조금 기다리니 국과 반찬 몇 가지를 내옵니다. 살짝 허술하구나 느끼면서도 이름은 ‘맛있는 밥상’인 만큼 맛있게 먹자고 생각하며 맛있게 먹습니다. 어찌 되든 고맙게 받아서 먹는 밥이기에, ‘고마운 밥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맛은 있지 않더라도 ‘즐거운 밥상’이나 ‘반가운 밥상’이 될 수 있겠지요. 밥집마다 그날그날 새 국과 반찬을 내놓기도 하니까, 이때에는 ‘오늘 밥상’이나 ‘오늘밥’처럼 이름을 붙여도 어울려요. 때로는 가장 수수하면서 투박하게 ‘밥 한 그릇’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고, 더 단출하게 ‘밥’이라고만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4345.10.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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