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꽃 사진 하나씩 바라본다는 책이라고 한다. 재미있다. 날마다 아름다운 빛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생각을 품도록 이끄는 셈일 테지. 생각이 부르는 생각이니,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은, 저마다 아름다운 꿈을 길어올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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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아름다운 동행 : 출발- 하루하나 묵상 캘린더
송기엽 지음 / 새순기획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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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 - 테마여행 그곳에 가면 1
송기엽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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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배우는 길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49] 송기엽,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진선,2005)

 


- 책이름 :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
- 글·사진 : 송기엽
- 펴낸곳 : 진선 (2005.10.30.)
- 책값 : 12000원

 


  예쁘게 찍는대서 ‘꽃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꽃은 꽃 그대로 마주하면서 찍어야 비로소 ‘꽃 사진’으로 살포시 담깁니다. 왜냐하면, 꽃은 꽃 그대로 예쁘거든요. 꽃이 어떻게 예쁜가를 마음 깊이 느끼지 못한 채 ‘그럴듯하게 보이는’ 모습을 찾으려 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럴듯하게 보이는’ 모습만 사진으로 찍고 맙니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예쁘다고 느끼는 모습을 찍고 싶으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예쁜 느낌을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꽃을 사진으로 찍는 어떤 이는 ‘남한테 보여주려는 생각’을 품습니다. 남한테 사진을 보여주는 일이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한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거 보라구, 잘 찍었지?’ 하며 뽐내는 매무새라 한다면, 제아무리 멋스럽게 찍은 사진이라 하더라도 ‘자랑하는 사진’이 되고 말아요.


  사진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사진 찍는 넋’을 슬기롭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왜 찍는가, 무엇을 찍는가, 어떻게 찍는가, 언제 찍는가, 어디에서 찍는가, 하고 하나하나 짚으며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에, 어떤 넋과 몸가짐과 손길로 사진을 찍으려 하는가를 아울러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진에는 아무 생각이 안 담깁니다. 생각하는 사진에는 생각이 담깁니다.


.. 디지털 카메라의 선택은 주로 촬영할 대상과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에 따른 화소수와 카메라의 크기를 고른다. 꽃만을 소재로 한정짓는다면 400∼500만 화소도 충분하다. 물론 화소가 높아서 나쁠 것은 없으나 경제적인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촬영자의 실력 문제가 아닌 장비의 부실함 때문에 사진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면 적당하다 ..  (173쪽)


  사진을 배우는 길은, 삶을 배우는 길입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생각할 때에, 어떻게 사진을 찍고 싶은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삶을 배울 노릇입니다. 삶을 어떻게 일굴 때에 하루가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를 느껴야 합니다. 어떻게 일구는 삶일 때에 하루가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 하고 느낀다면, 어떻게 찍는 사진일 때에 하나하나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 하고 느낄 수 있어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진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삶을 사랑하지 못할 적에는, 사진도 사랑하지 못합니다. 사랑이 깃들 때에 삶이 빛납니다. 사랑이 깃들 때에 사진이 빛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참으로 사랑스러운 손길을 건네야 서로 즐겁겠지요. 사랑하는 사진을 찍는다 한다면, 더없이 사랑스러운 손길로 사진기를 다룰 뿐 아니라, 내 사진기로 바라보는 ‘사람·자연·대상’을 사랑스레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삶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삶은 어디에서 배우는가요. 삶은 누구한테서 배우지요. 삶은 왜 배워야 할는지요.


  삶을 스스로 튼튼하게 세울 줄 아는 사람은, 사진을 스스로 튼튼하게 세울 줄 압니다. 삶을 스스로 씩씩하게 가다듬을 줄 아는 사람은, 사진을 스스로 씩씩하게 가다듬을 줄 압니다. 삶을 스스로 알차게 보살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진도 스스로 알차게 보살피지 못할 뿐 아니라, 곁에서 누가 도와준대도 이녁 사진은 알맹이가 빠진 쭉정이가 되고 맙니다. 삶을 스스로 곱게 빛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진 또한 스스로 곱게 빛내지 못해요. 둘레에서 여러 비평가들이 손가락 치켜들며 손뼉을 쳐 준다 하더라도, 이런 사진은 텅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 야생화 사진은 다른 풍경사진과는 달리 개화기가 있어 그때를 놓치면 촬영할 수 없으므로 개화기를 미리 알고 촬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산이나 들 어디나 봄이 오면 온갖 야생화들로 흐드러져, 나서기만 하면 촬영이 가능하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그렇게 촬영에 나서면 실패하기가 쉽다. 따라서 전문가의 조언이나 관계서적을 참고하여 가능한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야, 놓치는 야생화 없이 촬영할 수 있다. 한 가지 꽃일지라도 산마다 또는 그 높이에 따라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므로, 여러 산의 야생화를 고루 촬영해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은 공부가 되리라 생각한다 ..  (176쪽)


  학교는 삶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는 교과서 지식을 차근차근 가르칩니다. 학교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는 시험을 치러 교과서 지식을 얼마나 잘 외웠는가를 따집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제도권학교이기 때문에 ‘삶을 가르치지 못하는 모습’일는지 모릅니다. 이와 달리 참다운 학교라면, 교과서 지식 아닌 삶을 가르칠는지 모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 제도권학교는 입시지옥에 얽매이는 나머지 ‘사랑을 가르치지 못하는 모습’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이와 달리 올바른 학교라면, 시험공부 시험지식 졸업장 따위에 끄달리지 않겠지요. 올바른 학교라면, 아이들이 스스로 사랑을 찾아나설 뿐 아니라, 언제나 사랑을 느끼고 나누는 빛나는 삶을 누리도록 북돋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사진학교나 사진교실이나 사진강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사진을 가르친다고 하는 곳에서는 사진을 얼마나 슬기롭게 바라보거나 다루거나 껴안을까요. 사진학교에서는 ‘사진’에 앞서 ‘삶’과 ‘사랑’을 얼마나 따사롭게 바라보거나 슬기롭게 다루거나 넉넉히 껴안을까요.


  송기엽 님은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진선,2005)이라는 사진책을 내놓습니다. 1937년에 태어나 1960년대부터 사진 한길을 걸어오는데, 송기엽 님은 어디에서 누구한테서 어떤 사진과 삶과 사랑을 어떻게 배우거나 물려받았을까요. 그리고, 이제 송기엽은 우리들한테 어떤 사진과 삶과 사랑을 어떤 넋과 몸짓과 꿈결로 물려주려고 할까요.


.. 야생화는 자연과 어울려 그 속에서 함께 자란 매력이 으뜸이므로, 조금만 건드려도 그 조화로운 표정을 잃게 된다. 처음 발견한 모습 그대로를 살리는 장소를 찾아야 진정한 야생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178쪽)

 

 


  사진책 《꽃길》은 지리산·명지산·화악산·금산·광덕산·동강·광릉·울릉도·제주도·한라산·북한산·대암산·독도·설악산 같은 곳에서 송기엽 님이 즐겁게 만난 들꽃을 사진으로 담아서 보여줍니다. 어떤 들꽃을 어느 철에 얼마나 만날 수 있고, 들꽃을 만났을 적에 어떻게 사진기를 다루면 한결 예쁘장하게 ‘꽃 사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길을 밝힙니다. ‘꽃 사진 나들이’를 하도록 도와주는 길잡이책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 사진책을 보면서 ‘길잡이’ 구실보다는 다른 모습에서 반갑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주말에 틈틈이 사진여행 떠나는 분한테는 길잡이 구실을 톡톡히 할 텐데, 시골에서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이한테는 이 사진책이 그다지 길잡이 구실을 못 합니다. 왜냐하면, 시골사람한테는 따로 ‘들꽃’이 아니거든요. 시골사람한테는 ‘꽃이 피기 앞서’ 나물로 즐겨먹는 ‘들풀’입니다. 시골사람은 해사한 꽃 모양을 보기 앞서 싱그러운 풀빛을 먼저 바라보곤 합니다. 꽃이 피고 나면 못 먹는 풀이 꽤 있으니, 시골사람은 꽃 구경에 앞서 풀잔치를 누립니다. 때로는 자운영꽃이나 광대나물꽃처럼, 꽃이 피더라도 꽃까지 함께 먹는 들풀이 있어요. 사진책 《꽃길》은 꽃을 한결 잘 알아보면서 한껏 곱게 사진으로 담도록 돕는 책이니, 시골사람한테는 썩 도움이 안 된다 할 텐데, 그러니까, 나로서는 그리 도움이 안 될 만한 사진책이라 할 텐데, 들꽃 한 송이 바라보는 눈길과 들꽃 핀 들판을 마주하는 매무새가 살갑구나 싶어서 이 사진책이 즐겁고 반갑습니다.


  꽃 사진 잘 찍도록 돕는 이야기보다, 꽃 한 송이 만나기까지 어떤 매무새로 살아갈 때에 ‘사진을 찍는 우리들’이 삶을 즐거이 누릴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길》이라고 할까요. 꽃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사진쟁이 스스로 꽃다운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북돋우는 사진책이라고 할까요. 꽃길을 걷는 우리들이 사진길을 걷는 ‘꽃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이끄는 어여쁜 길동무책이라고 할까요.


..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해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은 과분한 축복이다. 또, 촬영을 위해 야생화를 찾아나서고 어렵사리 발견한 야생화를 이리저리 촬영하면서 느끼는 꽃과의 교감은 마음속에 큰 비밀처럼 간직하고픈 묘미라 할 수 있다 ..  (178쪽)

 


  이웃사람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다 다른 마을 다 다른 보금자리’에서 ‘다 다른 삶’을 꾸리면서 ‘다 다른 얼굴’로 ‘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느낍니다. 이와 같아요. ‘이웃꽃’이나 ‘이웃풀’을 사진으로 담으면서도 다 다른 들판 다 다른 숲에서 다 다른 한살이를 누리는 다 다른 빛깔로 다 다른 이야기를 살포시 품어 나누어 주는 모습을 느껴요.


  사람들은 모두 다릅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품에 안으며 살아갑니다. 풀과 꽃은 모두 다릅니다. 풀과 꽃은 모두 다른 숲에서 모두 다른 빛깔로 곱게 빛납니다. 구절초라 해서 똑같이 생긴 구절초는 없어요. 괴불주머니꽃이라 해서 똑같은 꽃잎은 하나도 없어요. 똑같이 생긴 사람 없고, 똑같이 생긴 풀 없어요. 골목동네에서 사진을 찍으며 아무렇게나 휘젓고 다녀서는 스스로 못난이가 되고 말듯, 숲이나 들에서 풀과 꽃을 사진으로 찍으며 함부로 휘젓고 다닌다면 스스로 못난이가 되고 맙니다.


  작품으로만 예쁘장하게 보인대서 사진이 아름답지 않고, 사진쟁이 한삶이 즐겁지 않습니다. 작품으로 빚는 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려는 만큼, 사진을 찍는 매무새와 몸가짐과 넋과 얼을 아름답게 돌보아야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삶을 누리면서 아름다운 사진을 찍습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사랑스러운 삶을 즐기면서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습니다. 착한 사람이 착한 삶을 빛내면서 착한 사진을 찍습니다. 참된 사람이 참된 삶을 밝히면서 참된 사진을 찍습니다.


  겉치레로 삶을 흘려 보낸다면, 겉치레 가득한 사진만 나옵니다. 손재주로 삶을 스쳐 보낸다면, 손재주 가득한 사진만 나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요. 어떤 사진을 배우고 싶나요. 어떤 사진을 나누고 싶나요.


.. 기술적으로 능숙한 작가가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꽃을 꺾거나 옮겨 촬영한 작품은 그 노력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결여된 점이 바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야생화에 대한 사랑과 교감이다. 정리되지 않은 그대로, 꽃이 피어 선 본래의 모습 그대로 담아내야 야생화의 생명을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다. 그렇게 경험을 쌓아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앵글도 안정이 되고, 사진 속에서도 산이나 들에 핀 야생화의 싱그러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 그래서 야생화 촬영에서는 집안에 앉아 꽃을 들고 하는 연구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더라도 아침이슬을 한 번 더 맞는 것이 보다 빠른 공부 방법이다 ..  (179쪽)


  예쁘게 말한대서 예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예쁜 마음이 우러나올 때에 예쁜 말이 됩니다. 목소리만 예쁘장하게 뽑는대서 예쁘장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마음속 깊은 데에서 예쁜 사랑을 길어올릴 때에 비로소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사진을 즐겁게 배워서 아름답게 찍는 한길 걷고 싶은 모든 사진벗들이 즐거우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삶을 늘 돌아볼 수 있기를 빕니다. 삶이 사진이 되고, 생각이 사진이 되며, 마음이 사진이 됩니다. 꿈이 사진이 되고, 사랑이 사진이 되며, 믿음이 사진이 돼요.


  하늘을 품에 안아요. 햇살과 빗물과 눈송이를 품에 안아요. 흙과 바람과 바다와 들을 품에 안아요. 나무와 숲과 멧골과 냇물을 품에 안아요. 맑게 빛나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온누리를 둘러보아요. 밝게 비추는 따사로운 눈빛으로 온누리를 살펴보아요. 삶과 넋과 사진이 한동아리 되도록 사랑춤을 함께 추어요. 4345.12.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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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꽃 붉은 그 길 신생시선 4
윤상운 지음 / 신생(전망)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밤에 꽃을 보다
[시를 노래하는 시 38] 윤상운, 《배롱꽃 붉은 그 길》

 


- 책이름 : 배롱꽃 붉은 그 길
- 글 : 윤상운
- 펴낸곳 : 신생 (2006.12.25.)
- 책값 : 6000원

 


  언제나 좋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 좋은 마음이 바로 ‘책’이고 ‘신문’이며 ‘글’이 된다고 느껴요. 스스로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지 못하면, 제아무리 이름나거나 훌륭하다 하는 책을 손에 쥐더라도 사랑스레 읽지 못하고,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요.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책 하나를 살포시 품으면서 이야기꽃을 누릴 수 있어요.


  언제나 좋은 마음으로 살아갈 때에, 들판에 흐드러지는 크고작은 들꽃을 알아봅니다. 스스로 좋은 마음이 아닐 적에는, 들판 아닌 꽃밭에 서더라도 크고작은 꽃들이 얼마나 곱게 얼크러지는가를 살피지 못해요. 마음가짐에 따라 눈썰미가 달라져요. 마음그릇에 따라 눈매가 바뀌어요.


  한국에도 아름다운 숲이 곳곳에 있지만, 스스로 어떤 일에 치이거나 바쁠 때에눈 숲내음을 맡지 못하기도 하지만, 숲으로 나들이를 가지 못합니다. 애써 비행기를 타고 멀리멀리 ‘두멧시골’ 같은 나라로 찾아가서야 비로소 드넓은 들판과 숲과 하늘을 만나려고 해요.


..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 가로수 밑에서 너를 만났다 / 먼지를 뒤집어 쓴 네 모습이 안쓰러워 / 너에게 다가서자 / 너는 예쁜 모습으로 변해 나를 보았다. / 그 이후로 나는 딸에게 말하는 법을 / 새로 배웠다 ..  (패랭이꽃에게)


  스스로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에, 아름다움이 찾아옵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지 못하면 아름다운 일이 찾아오지 않아요. 스스로 이것저것 어두운 무엇인가 걱정한다면, 어두운 무엇인가 자꾸 찾아옵니다. 어두운 것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씩씩하게 일구면, 우리 둘레에 어두움이 깃들 자리가 없어요. 늘 즐거운 꿈 꾸는 삶이 돼요.


  웃는 사람은 웃습니다. 웃음꽃 피우는 사람은 웃음꽃 누립니다. 웃음열매 맺는 사람은 웃음열매 나누어 줍니다.


  우는 사람은 웁니다. 울음꽃 피우는 사람은 울음꽃에 젖어듭니다. 울음열매 맺는 사람은 둘레에 울음열매를 퍼뜨려요.


  생각이 곧 삶입니다. 삶은 다시 생각이 됩니다. 어떤 삶을 누리고 싶은지 찬찬히 생각할 노릇입니다. 스스로 누리고 싶은 삶을 언제나 즐겁게 생각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삶’을 누리려면 ‘내가 오늘 이곳에서 어떤 일을 어떤 몸가짐으로 하면 되는가’ 하는 길을 찾을 노릇입니다.


.. 모든 소리에 먹물을 끼얹은 듯 / 산이 온통 조용하고 깜깜한 밤이 있다 ..  (반딧불)


  밤에 꽃을 봅니다. 마음속에 꽃 한 송이 품고 지내니, 밤에 꽃을 봅니다. 어느 꽃은 밤에 꽃잎을 살며시 닫습니다. 어느 꽃은 밤에도 꽃잎을 안 닫습니다. 어느 꽃은 밤에 꽃잎을 가만히 벌립니다.


  논둑에 쪼그려앉아 들풀 사이사이 소담스레 피어난 들꽃을 바라봅니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까만 하늘 하얗게 빛내는 별을 올려다봅니다. 땅에는 들꽃이요, 하늘에는 별꽃입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들꽃은 들바람을 마시며 들꽃내음을 나누어 줍니다. 별꽃은 별바람 되어 지구별로 드리웁니다. 아이들은 사랑바람과 같이 나를 감돌면서 마음밭에 예쁜 씨앗으로 안깁니다.


.. 가을비 한번씩 내릴 때마다 / 숲은 점점 고요해지고 / 무밭이며 강둑에 서리꽃 하얗다 ..  (가는 가을)


  윤상운 님 시집 《배롱꽃 붉은 그 길》(신생,2006)을 읽으며 문득 생각합니다. 나는 낮이고 밤이고 꽃을 봅니다. 나는 시골에서고 도시에서고 꽃을 봅니다. 나는 우리 아이한테서고 옆지기한테서고 이웃한테서고 꽃을 봅니다. 꽃은 언제나 꽃답게 피어 찾아옵니다. 꽃은 어디에서나 꽃내음 풍기며 마음을 적십니다. 꽃은 늘 꽃빛 되어 눈을 밝힙니다.


.. 진달래 꽃이 피었습니다 / 복사 꽃이 피었습니다 / 박태기 꽃이 피었습니다 / 이름 아는 이쁜 것은 다 / 피었습니다 / 당신의 눈에 피었습니다 / 당신의 가슴에 피었습니다 ..  (꽃)


  우리 식구 살아가는 전남 고흥에는 후박나무가 많습니다. 언제부터 후박나무가 고흥에서 많이 자랐는지 잘 모르지만, 후박나무가 고흥에 퍽 많습니다. 이곳을 가도 저곳을 가도, 멧골에 가도 바닷가에 가도, 후박나무는 들바람과 바닷바람을 마시면서, 햇볕과 햇살을 머금으며, 푸르게 푸르게 자라며 나뭇가지를 뻗습니다.


  후박나무는 겨울 어귀에 자그맣게 몽우리를 냅니다. 몽우리는 추운 겨울 씩씩하게 견디며 한결 단단해지고, 새봄 찾아와 따순 날 이어지면 아주 천천히 봉오리를 벌립니다.


  후박꽃 봉오리는 한꺼번에 터지지 않습니다. 보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열립니다. 그리고, 열린 봉오리에서 작은 꽃망울이 저마다 따로따로 작디작은 꽃잎을 벌려요. 꽃잎 또한 아주 천천히 벌려요. 후박꽃이 소담스레 흐드러지는 모습을 보자면, 봉오리가 막 벌어지려 할 때부터 얼추 한 달을 기다립니다.


.. 담에 핀 별을 닮은 호박꽃이 나를 불러 그 곁에 서자 어린 시절의 꿈이 되살아나고 가슴이 따뜻해왔다 ..  (오해에서 벗어나다)


  갓난쟁이는 돌 무렵에 서기도 하지만, 두 돌 즈음 되어 서기도 합니다. 아이는 일찍 말문을 열기도 하지만 서너 살 때까지 말문을 안 열기도 합니다. 어린이는 무럭무럭 자랍니다. 다섯 해 열 해 열다섯 해 튼튼하게 자랍니다. 푸른 넋을 가슴에 품으며 몸이랑 마음이 나란히 자랍니다.


  하루아침에 피어나는 후박꽃 아니듯, 하루아침에 ‘어른 되는’ 어린이는 없습니다. 어린이는 저마다 마음밭에 고운 삶씨·사랑씨·꿈씨·믿음씨를 심어서 돌봅니다. 삶씨와 사랑씨와 꿈씨와 믿음씨가, 여기에 생각씨와 이야기씨와 웃음씨와 눈물씨까지 골고루 보살피면서 하루하루 누립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하고 어떤 씨앗을 우리 텃밭에 심어 예쁘게 보살피는 어버이일까요. 나는 내 어버이하고 어떤 씨앗을 내 보금자리에 심어 예쁘게 보살피던 아이였을까요.


  아이 가슴에서 피어나는 꽃을 보듯, 내 가슴에서 피어날 꽃을 봅니다. 살가운 동무들 가슴에서 피어나려는 꽃을 봅니다. 내가 알거나 모르는 수많은 이웃들 가슴에서 피어날 꽃을 봅니다.


  누구나 가슴에 꽃을 품습니다. 누구나 가슴에 씨앗 한 알 있습니다. 누구나 가슴에서 이야기 한 자락 샘솟습니다.


.. 이름 모를 들꽃들은 / 이름을 몰라도 아름답다 ..  (들꽃)


  하늘이 파랗습니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이 좋습니다. 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싱그럽게 흐르는 바람이 좋습니다.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좋습니다.


  추운 겨울 이기고 새봄 기다리는 들풀이 골골샅샅 웅크리며 힘을 모읍니다. 작은아이 큰아이 내 무릎을 갈마들며 낮잠을 잡니다. 무릎이 남아나지 않겠네 싶지만, 막상 두 아이를 무릎에 갈마들어 누이고 보면, 나날이 무릎이 튼튼해지기도 하는구나 싶습니다.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면소재지나 읍내로 마실을 다니고 보면, 나이 마흔 살에도 허벅지는 하루가 다르게 굵어지거든요.


  내가 품을 좋은 마음을 떠올립니다. 내가 아낄 좋은 생각을 보듬습니다. 내가 즐길 좋은 사랑을 두 손길에 담아 기쁘게 나누어 줍니다. 4345.12.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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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바지 입고 가

 


  오줌을 누어 젖은 기저귀를 벗기는데, 기어다니며 놀고픈 산들보라는 바지를 아직 다 안 올렸는데 볼볼볼 마루를 긴다. 산들보라야, 바지는 입고 가야지. 그렇게 궁둥이 다 까고 어디를 가니. 4345.12.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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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창호종이 바르는 나무문은 동그란 쇠고리로 문을 닫는다. 아이들은 문을 열고 닫으며 놀다가 크레파스통을 문고리에 슬그머니 얹는다. 예쁘네. 이 귀여운 녀석들 해 놓은 짓 좀 보라지. 사진 두 장 찍는다. 한 번은 가로로, 한 번은 세로로. 내가 밥을 차리고 빨래를 하는 동안 저희끼리 놀면서 남긴 자국을 나중에 알아채면서 빙긋 웃는다. 4345.12.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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