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울타리 책읽기

 


  아이들이 돌울타리 돌을 집으며 논다. 놀아도 될 만하지. 그런데 돌울타리 돌을 하나씩 쥐어 어디론가 던진다. 엥? 너희 어디다 던지니? 가뜩이나 낮은 돌울타리인데 너희들이 어느새 몰래 하나씩 던지고 놀며 낮추었구나. 옆지기가 두 가지를 말한다. 울타리 얼른 제대로 쌓아야겠다고. 아이들 뛰놀 밭흙 얼른 마무리지어야겠다고.


  서울마실 다녀오고, 샛자전거 붙인 자전거수레 끌어 아이들 태우고 하느라, 몸이 퍽 고단하지만, 뒷밭에서 골라낸 큰돌을 날라 대문 옆 울타리부터 조금 쌓는다. 옆밭 울타리도 조금 가지런하게 손질한다. 이쁘장하게 쌓고 손질해 놓으면, 아이들도 울타리는 안 건드릴 테지. 아이들이 뒹굴고 파헤칠 빈터 흙땅이 있으면, 아이들은 돌을 아무 데나 휙휙 던지는 놀이는 안 할 테지.


  놀 자리가 있어야 즐겁게 논다. 놀 거리가 있어야 기쁘게 논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매한가지이다. 홀가분하게 즐길 삶이어야 한다. 맑으며 밝게 노래하면서 빛낼 삶이어야 한다. 학교 졸업장을 반드시 따야 할 까닭 없다. 베스트셀러이니까 꼭 읽어야 할 책이란 없고 꼭 봐야 할 영화란 없다. 해야 할 한 가지라면 딱 하나, 사랑뿐이다. 4346.3.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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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

 


  2013년 3월 8일 낮, 큰아이가 웃통을 벗고 마당에서 논다. 그래, 노는구나. 벌써 한여름인 줄 아니? 그래도, 낮에 마당에 서거나 앉고 보면, 봄볕이 따사롭기는 무척 따사롭다. 너희들 곧 얼굴 까맣게 타겠구나. 손도 타고 발도 타고, 웃통까지 벗고 뛰놀면 웃통까지 몽땅 까맣게 타겠구나. 네 아버지가 뒷밭 옆밭 파헤친 흙을 쟁기와 가래로 뒤집어 고르게 펴 놓으면, 이제 밭뙈기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흙이랑 뒹굴면서 까망둥이가 되겠네. 놀아라. 놀자. 놀아. 놀고 또 놀아. 4346.3.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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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3-03-09 21:50   좋아요 0 | URL
헉! 벼리는 벌써 여름이네요. 종규님, 춘천으로 이사 안하길 참 잘하셨어요. 추워도 너무 추워요. 이제야 조금 살 것 같아요. 꽁꽁 닫아 놓았던 창문도 열고, 더불어 마음도 열리고요~~

파란놀 2013-03-10 02:27   좋아요 0 | URL
ㅋㅋ 어쩌면 그러할 수도 있어요 ^^;;;
그러나, 삶이란 모르는 일이니까요.
머잖아 남녘과 북녘 골고루
따스한 바람 불어
모두한테 좋은 이야기 불러일으켜 주리라 생각해요~~~
 

꽃과 꽃

 


  큰아이한테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해 주고픈 꿈을 여섯 해만에 이룬다. 곰곰이 따지면, 이룬다기보다 기다렸다고 해야 맞다. 세발자전거는 으레 플라스틱덩어리이기만 하고, 퍽 잘 만든 세발자전거는 지나치게 비싸서, 꼬마바뀌를 떼면 곧장 탈 만한 두발자전거 키높이까지 큰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렸다. 큰아이 키가 1미터를 넘은 뒤 좀처럼 더 뻗지 못한다 느껴 언제나 두발자전거 장만해 주려나 했더니, 아이들은 서로서로 씩씩하게 놀고 튼튼하게 뒹굴면서 무럭무럭 자란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저희 깜냥껏 재미나게 자란다. 읍내 자전거집에서 참 예쁘구나 싶은 자전거를 보고는, 저 자전거가 예쁘기만 할는지 튼튼하며 야무지게 만들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자 됐어 이 녀석으로 장만해서 들고 가자고, 하고 생각했다.


  큰아이 두발자전거 몸통에는 꽃무늬 한 가득. 큰아이 두발자전거 안장에도 꽃그림 한 가득. 큰아이가 입은 겉바지 정강이에도 꽃무늬 소담스레 하나. 꽃과 꽃이다. 봄을 맞이한 시골 들판은 곳곳에 아기자기한 작은 꽃이 흐드러지고, 아이들은 서로 어여쁜 꽃웃음 되어 논다. 들꽃은 들꽃대로 어여쁘고, 너희 어린이꽃은 어린이꽃대로 어여쁘구나. 모두 꽃이 되는 아름다운 봄이네. 4346.3.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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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서재 어느 분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고 싶었으나, 댓글을 쓸 수 없어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나서, 문득 이것저것 떠올라, 그 방명록에 남긴 글에 살을 입혀 글 하나를 적어 보았습니다. 책과 삶과 사랑과 이야기를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

 

‘종이책’을 넘어서는 책

 


  종이책을 넘어서려는 전자책이 춤을 춥니다. 책과 얽힌 일을 다루는 중앙정부에서는 앞으로 ‘전자책’을 더 크게 북돋우려고 애씁니다. 중앙정부가 아니더라도, 종이책을 내려놓고 ‘책이야기잔치(북콘서트)’라든지 ‘책방송’을 꾀하는 이들이 있어요. 한 사람 두 사람 저마다 손에 쥐고 읽을 때에는 종이책이라지만, 라디오에서 누군가 책을 읽어 주어도 ‘소리책’이에요. 누군가 종이책을 읽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줄 때에도 ‘말책(이야기책)’이 돼요.


  우리 삶 어느 자리에나 책이 있어요. 나무를 베어 만든 종이책만 책일 수 없어요. 문화학자는 어려운 한자말 써서 ‘구비문학’이라고 하지만, 옛사람은 늘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물려주었어요. 종이에 담기는 옛이야기는 모두 입에서 입으로 대물림한 ‘문학’이에요. 곧, 종이책으로 앉히지 않아도 늘 ‘책’이던 이야기요, 이 이야기는 고스란히 삶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즐거워요. 구름 흐르는 빛을 올려다보며 마음이 트여요. 냇물 소리 듣고 냇물 한 줌 떠 마시면서 온몸이 시원해요. 유채잎 뜯어먹으니 배가 불러요.


  온누리에는 얼마나 많은 ‘책’이 있을까요. 누군가 개구리를 사진으로 찍고, 개구리 한살이를 들여다보고서 글과 사진으로 갈무리해야 책이 되지 않아요. 개구리를 늘 들여다보고, 개구리 노랫소리 즐기며, 개구리하고 논밭에서 뛰놀면 신나는 ‘개구리 책읽기 놀이와 삶’이 돼요. 불교를 다룬 책, 철학을 다룬 책, 인문학자가 주고받은 말 담은 책,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어야 책이지 않아요. 할머니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치 담그고 반찬 빚는 솜씨 익힐 때에도 책읽기예요. 아이들과 뒹굴며 함께 놀 때에도 책읽기예요. 한편으로는 책쓰기가 되기도 해요. 밥 한 그릇 지어 식구들과 함께 먹을 때에도 책쓰기가 되고, 아이들한테 자장노래 불러 줄 적에도 책쓰기가 돼요.


  삶이 즐거울 때에 책이 즐겁고, 책이 즐거우면서 삶 또한 즐거웁구나 싶어요.


  여섯 살 된 큰아이한테 오늘 처음으로 ‘외발 샛자전거’를 제 자전거와 자전거수레 사이에 붙이고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왔어요.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다니다가, 이제 큰아이가 많이 커서 20킬로그램 넘다 보니, 두 아이를 나란히 수레에 못 태우겠더군요.


  일찍 장가간 동무들은 아이들이 어느새 대학생인데, 우리 아이는 큰아이가 여섯 살이랍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늘 들여다보고 함께 복닥이면서, 저 스스로 새롭게 배우고 나눌 수 있어 즐거워요.


  책이라 하면, 나무를 베어 빚은 종이책만 책일 수 없다고 느껴요. 종이책 10만 권을 읽는다 하더라도, 사람책은 거의 안 읽는다면, 사랑스러운 벗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푸른 나무와 풀과 꽃으로 이루어진 책 또한 못 읽는다거나, 하늘책 별책 달책 구름책 바람책 흙책 물책 …… 온갖 책들을 골고루 사랑하지 못하면, 얼마나 따분하고 아쉬운 나날이 될까요. 온누리 온갖 책 찬찬히 즐기면서 하루하루 누릴 때에 비로소 오롯이 한 사람 되는구나 싶어요.


  눈이 어두워지면서 글을 읽기 어렵다면, 아름다운 노래 들려주는 소리책이 있어요. 이를테면, 제비라든지 귀뚜라미라든지 풀무치라든지 참새라든지. 참새도 노랫소리 참 곱잖아요.


  즐거운 삶책으로 하루하루 아름다운 이야기 여밀 수 있어요. 고운 봄날 천천히 저물어 저녁 다가옵니다. 밥 맛나게 먹어요. 서로서로 기쁘게 노래하고, 살가운 노래 들으며 밥 맛있게 나눠요. 4346.3.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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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55) -의 삶 1 : 거의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

 

유대의 엄격한 전통을 좇는 매우 신심 깊은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내의 다른 사람들과 거의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
《캐시 케이서/최재봉 옮김-클레피, 희망의 기록》(푸르메,2006) 22쪽

 

  “유대의 엄격(嚴格)한 전통(傳統)”은 “엄격한 유대 전통”으로 손보면 토씨 ‘-의’가 떨어집니다. 생각을 기울여 보면, “오랫동안 이은 유대겨레 삶”이나 “예부터 이어온 유대겨레 삶”으로 새롭게 적을 수 있어요. “신심(信心) 깊은”은 “믿음 깊은”으로 다듬습니다. ‘대부분(大部分)은’은 ‘거의 모두는’이나 ‘거의 모두’로 손질하고, “시내의 다른 사람들과”는 “시내에서 사는 다른 사람들과”나 “시내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로 손질해 줍니다.

 

 거의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
→ 거의 마찬가지 삶을 누렸다
→ 거의 마찬가지 삶을 즐겼다
→ 거의 마찬가지로 살았다
 …

 

  오늘 하루 살아갑니다. 어제 하루 즐거이 누렸습니다. 모레도 글피도 반가이 맞이합니다. 즐기는 삶이고, 누리는 삶입니다. 빛내는 삶이요, 반가운 삶이에요.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스스로 아름답다 여기는 길을 걷습니다. 이러한 삶이든 저러한 삶이든 스스로 생각과 사랑을 보듬는 길을 걷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 삶을 꾸립니다. 어머니는 어머니 삶을 일굽니다. 나는 나대로 살아가고, 내 이웃과 벗은 내 이웃과 벗대로 살림을 빚습니다. 삶이요 살림입니다. 살고 살아갑니다. 4339.12.22.쇠./4346.3.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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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유대겨레 삶을 좇는 매우 믿음 깊은 이들도 있었지만, 거의 모두는 시내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거의 마찬가지로 살았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65) -의 삶 2 : 걸레의 삶을 산다

 

나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 필사적으로 걸레의 삶을 산다 / 검은 때와 퀴퀴한 냄새를 끌어안고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의 생을 산다
《이경임-부드러운 감옥》(문학과지성사,1998) 82쪽

 

  ‘필사적(必死的)으로’는 “죽음을 무릅쓰고”나 “죽을힘 다해”나 “죽도록”으로 손볼 낱말입니다. 이 뜻을 살려 “악을 쓰고”나 “악에 받쳐”나 “온힘 다해”나 “모든 힘 쏟아”로 손질할 수 있고, “이를 악물고”라든지 “갖은 힘을 쏟아”라든지 “악착같이”로 다듬어 볼 만합니다. “삶을 산다”나 “생(生)을 산다”라는 말마디는 겹말로 잘못 썼다 할 만하지만, “잠을 잔다”를 헤아리면 이렇게도 쓸 만합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말투도 널리 자리잡을 수 있다고 느껴요. 그러나, 아직은 ‘산다’나 ‘살아간다’라 적거나 ‘삶을 꾸린다’나 ‘삶을 누린다’처럼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필사적으로 걸레의 삶을 산다
→ 악을 쓰고 걸레처럼 산다
→ 이를 악물고 걸레마냥 산다
→ 온힘 다해 걸레와 같이 산다
→ 죽도록 걸레 되어 산다
 …

 

  보기글은 시입니다. 싯말 흐름을 살피면 조금 다르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의 삶을 산다” 꼴만 다듬어도 되고, 아예 새롭게 시를 쓴다는 마음으로 “나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 악착같이 걸레가 된다”라든지 “나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 온힘 다해 걸레 되어 산다”라 적을 수 있어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걸레가 된다고 할까요.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바보가 된다고 할까요. 시를 쓴 분 삶이 어떠한 모습인가를 곰곰이 되새기면서, 이 마음을 가장 알맞게 담고 가장 슬기롭게 빛내며 가장 사랑스레 꽃피어날 말마디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 삶을 산다”에서 ‘삶’만 한자 ‘生’으로 바꾼 다른 대목 “어둠의 생을 산다”도 여러모로 살피며 손질해 봅니다.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의 생을 산다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을 산다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으로 산다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 되어 산다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과 같이 산다
 …

 

  앞 대목에서 “-을 산다”고 했으니 뒷 대목에서도 “-을 산다”로 마무리지을 수 있어요. 앞 대목을 “-이/가 된다”로 손보면, 뒷 대목에서도 “-이/가 된다” 꼴로 손봅니다. 또는 앞과 뒤를 살짝 달리 적을 수 있어요. 느낌을 살리면서 이야기를 빛내고, 이야기를 밝히면서 말결을 살찌웁니다.


  스스로 빛이 되려고 할 때에 빛나는 말이에요. 스스로 꽃이 되려고 할 적에 꽃과 같이 피어나는 말이에요. 한 마디 두 마디 사랑스럽고 따사로이 보듬기를 빕니다. 4346.3.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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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 죽을힘 다해 걸레처럼 산다 / 검은 때와 퀴퀴한 냄새를 끌어안고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 되어 산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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