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옆구리 삽 한 자루
바구니에 호미 두 자루
짐받이에는 어머니.

 

봄바람 살랑살랑
포근한 햇볕 받으며
들길 달린다.

 

논흙 뒤집고
논둑 나물 캔다.

 


4346.4.2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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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장미꽃

 


  우리 집 장미꽃 핀 지 며칠 된다. 장미나무는 퍽 조그맣지만, 이 장미나무 곁에 서면 장미내음 물씬 풍긴다. 아직 많이 어린 우리 아이들은 장미나무하고 키가 엇비슷하니, 아이들은 그저 선 채로 장미내음 한껏 들이켤 만하다.


  장미꽃송이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릴 적에 장미나무 있는 집을 떠올린 적 있던가. 장미내음 향긋하며 아름답다고 느낀 적 있던가. 장미는 서양나무로 여겨 안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나는 꽃나무를 썩 안 좋아했다고 떠오른다. 나무를 심자면 열매나무 심을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고 스무 살 서른 살 먹으며 아이들과 하루 이틀 지내는 동안 생각을 새롭게 가다듬는다. 열매나무를 심어도 꽃이 피고, 꽃나무를 심어도 꽃이 핀다. 열매나무는 사람들 먹을 만큼 제법 커다란 알맹이 낳는다면, 꽃나무는 멧새가 즐겁게 먹을 만한 나무열매 맺는다. 멧새는 나무열매뿐 아니라 꽃봉오리도 먹고, 꽃가루도 먹는다.


  숲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 목숨을 돌아본다. 나무를 어떻게 돌보거나 아낄 때에 즐거을까. 오월 해님 기울어 차츰 저무는 저녁나절, 마을 참새 예닐곱 마리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아서 논다. 너희들 무얼 찾으러 우리 집에 왔니. 초피꽃 먹으러 왔니. 초피꽃 지면서 맺는 아직 푸른 열매 먹으러 왔니. 후박나무 새 잎사귀 먹으러 왔니.


  나무가 있어 사람이 있고, 나무가 자라 새들이 있다. 나무 둘레로 풀이 우거지고, 나무와 함께 바람이 상큼하다. 4346.5.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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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물결

 


  찔레나무 오월에 하얗게 꽃을 피우며 하얀 물결 이룬다. 해마다 찔레꽃 물결 더 하얗고 환하게 넘실거린다. 해마다 새 찔레열매 땅에 드리워 어린 찔레나무 하나둘 늘어난다. 내가 찔레나무 심은 적 없지만, 찔레 울타리 차츰 넓어진다. 이곳에 이 나무들 곱게 자라도록 지켜보면 앞으로 쉰 해 백 해 오백 해 무럭무럭 자라 우람한 찔레나무로 설 수 있겠지. 우리 나라 곳곳에 오백 해나 천 해나 삼천 해쯤 자란 나무들 튼튼하고 씩씩하게 우거지는 날 손꼽아 기다린다. 얘들아, 조그마한 찔레꽃들아, 너희가 오백 살 찔레나무 되는 첫 걸음마 당차게 내딛어 주렴. 4346.5.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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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잎과 찔레꽃

 


  찔레잎을 뜯어서 먹으면 찔레맛이 난다. 찔레꽃을 톡 따서 먹으면 찔레빛이 혀끝에 어린다. 푸른 잎사귀도 하얀 꽃잎도 모두 찔레나무 이루는 고운 숨결이다. 잎사귀는 푸른 맛과 숨결을 나누어 준다. 꽃은 하얀 맛과 숨결을 베풀어 준다. 아이들은 맑은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를 나누어 주고, 어버이는 깊은 사랑과 너른 믿음을 베풀어 준다.


  살랑 오월바람 불어 찔레잎 건드린다. 푸른 잎사귀는 한껏 푸르게 자라고, 하얀 꽃잎은 더 하얗게 빛난다. 찔레꽃 하얗게 흐드러지는 둘레에 곧 딸기알 붉게 맺혀 하얗고 붉은 오월빛 펼쳐 보이겠구나. 4346.5.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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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15 10:52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글과 찔레꽃이 어우러져,
오늘도 찔레꽃들이 하얗고 깨끗하게 피어있군요. ^^
장사익님,의 '찔레꽃'을 꺼내 들어야겠습니다. *^^*

파란놀 2013-05-16 00:11   좋아요 0 | URL
오월에는 푸른 물결 사이에
하얗게 넘실거리는
찔레꽃이
곧 다가올
여름을 알리는구나 싶어요
 


 환경책 (도서관일기 2013.5.1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2007년 4월에 인천에 처음으로 ‘사진책도서관’을 열면서 가장 깊이 살핀 책 갈래는 사진책보다 환경책이었다. 사진책을 알뜰히 갖추는 도서관으로 꾸리려는 마음이면서도, 사진과 책과 사진책 헤아리는 사람들 마음밭에 ‘환경책 돌아보고 아끼는 숨결’ 깃들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우리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손이 맨 먼저 들여다보는 책꽂이에는 환경책을 꽂았고, 사진책을 보여주기 앞서 환경책을 보도록 이끌었다.


  전남 고흥에서 씩씩하게 잇는 도서관에서는 예전처럼 환경책을 맨 먼저 보여주지 못한다. 인천에서는 마흔 평쯤 되는 건물 한 층만 쓸 수 있었고, 고흥에서는 옛 흥양초등학교 교실 넉 칸을 쓰기에, 이제 환경책은 두 번째 교실로 들어오고, 두 번째 교실에는 환경책과 문화책과 예술책과 종교책과 국어사전과 한국말 자료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곳에 있다.


  새로 들인 나무책꽂이에 환경책을 옮겨 꽂는다. 환경책과 등을 맞댄 나무책꽂이에는 ‘묵은 책’을 꽂는다. 쉰 해를 묵는다든지 일흔 해를 묵는다든지 하면서 오랜 나날 살아낸 ‘묵은 책’을 등 맞댄 자리에 꽂는다.


  환경책을 한 자리에 널따랗게 꽂고 보니 시원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는지 모르나, 나로서는 시원하다. 갓 나올 적에 장만한 환경책, 판이 끊겨 사라진 녀석을 헌책방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환경책, 나라밖에서 나온 환경책, 여러 가지 골고루 섞는다. 나무책꽂이 한쪽은 너비가 좁아, 이곳에는 책을 안 꽂기로 한다. 이것저것 아기자기한 물건을 놓자고 생각한다.


  이라크에 군인 보내지 말자고 외치던 분들이 ‘밥굶기싸움’을 하던 때 나누어 주던 노란 수건을 나무책꽂이 두 칸 빈틈에 박는다. 이 노란 수건을 여러 해 자전거에 매달고 다니기도 했다. 오래도록 비바람 맞으며 애썼으니 도서관 책꽂이 한쪽에서 조용히 쉬렴.


  큰아이는 바퀴칠판에 그린 그림을 지웠다가 새로 그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꽁무니 졸졸 좇으며 논다. 큰아이가 동생한테 그림책 읽어 주기도 한다. 아버지 눈치 슬슬 보면서 무언가 개구진 장난을 치기도 한다. 다 좋은데 마실 물은 엎지르지 말자. 아직 우리 도서관에서는 전기도 물도 못 쓰잖니. 물 엎으면 다시 길어와야 해. 게다가 너희들 도서관에서 물놀이 하다가 물잔 하나 깨뜨렸어.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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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1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 오늘따라 더욱 환하고 시원합니다.~
벼리와 보라는, 오늘도 여전히 즐겁고 기쁘게 놀고 있군요.~^^
정말 행복한 아이들이에요. ^^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야되는데요..
ㅎㅎ 산들보라는 오늘 누나의 머리띠를 했네요~? 하얀 고무신도 이쁜 궁둥이도 너무 귀여워요. ㅋㅋ

파란놀 2013-05-16 00:10   좋아요 0 | URL
모든 아이들도,
모든 어른들도
즐겁고 가벼운 마음 되어
하루 누릴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