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4. 2013.6.3.

 


  “배고파요. 밥 주세요.” 기다리렴. 하나하나 줄 테니, 천천히 기다리면서 하나씩 먹으렴. 풀도 먹고 국도 먹으렴. 오이도 먹고 가지도 먹으렴. 밥상에 그릇 하나씩 얹으니, 이것저것 골고루 즐겁게 먹으렴. 모두 너희 숨결이 된단다. 너희 마음을 살찌우는 밥이란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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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꽃 책읽기

 


  시골 읍내나 면내에 공무원이 갖다 놓은 꽃그릇 있다. 서양 꽃씨 심어 울긋불긋 꽃빛 보여준다. 꽃을 좋아해서 서양 꽃씨 심어서 꽃내음 나누어 주려는 뜻일는지 모르는데, 이 나라 이 땅에서 스스로 씩씩하게 자라며 피어나는 꽃씨를 받아서 시골 읍내나 면내, 또 도시 한복판에 곱게 심어 돌보는 공무원을 만나기는 몹시 어렵다.


  유월로 접어든 시골마을 고흥에 석류꽃 하나둘 붉게 피어난다. 감잎에 노란 기운 가시며 짙푸른 빛깔로 바뀌는 이즈음, 석류나무는 짙붉은 꽃송이 단단하고 야무지게 맺는다. 이 석류꽃 지면 굵고 통통한 석류알 맺겠지. 그래, 전라남도라면, 또 고흥이라면, 석류나무를 길가에 줄줄이 심으면 참 곱겠다. 여름내 붉은 석류꽃 보여줄 테고, 여름 저물 무렵 굵직한 석류알 맺어 눈과 마음과 배를 넉넉히 부르도록 북돋아 줄 테지. 4346.6.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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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살아가며 글쓰기

 


  아이들과 살아가며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언제나 등허리 뻑적지근하다. 그리고, 아이들과 살아가며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지 늘 웃고 떠들 이야기 넘친다. 아이들과 살아가기에 내 말미 마련하기란 아주 빠듯하지만, 아이들과 살아가기에 날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몇 가지 갈무리해서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과 살아가지 않았어도 나는 내 나름대로 온누리를 바라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자전거로 이 마을 저 고을 두루 누볐으리라 느낀다. 아이들과 살아가며 자전거마실을 멀리 다니지 못한다. 시골집에서 두 아이 자전거에 태우고 나가는 길만큼 다시 돌아와야 하니까, 한 시간 반 즈음 달리기는 하더라도 더 나아가지는 못한다. 아이들을 걷게 하며 나들이를 하더라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올 길을 헤아리며 나들이를 다닌다.


  아이들과 살아가니 내 가방은 으레 아이들 옷가지로 가득하다. 아이들 먹을 주전부리와 아이들 마실 물을 꼭 챙긴다. 아이들은 개구지게 뛰어노니 아이들 신을 한 켤레 더 챙긴다. 아이들은 거침없이 뛰노느라 곯아떨어지고, 어버이는 아이들 옷이랑 신이랑 먹을거리랑 챙기며 돌아다니느라 후줄근하다.


  아이들은 밤새 이불을 걷어찬다. 아이들은 밤새 이리저리 뒹군다. 작은아이는 아직 밤오줌을 못 가린다. 날마다 아이들 빨랫거리 잔뜩 나온다. 그런데 이런 삶 틈바구니에서 빛이 한 줄기 있으니, 삶길과 꿈길과 사랑길이다. 개구진 아이들 손발을 씻기고 손발톱을 깎인다. 이불 걷어찬 아이들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이불깃 여민다. 자장노래를 부르고, 다리 고단한 아이를 번쩍 안는다. 힘들면 힘든 대로 새힘 솟고, 고단하면 고단한 대로 새넋 북돋운다. 슈퍼맨이나 슈퍼우먼 아니라, 아버지요 어머니이다. 어버이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른다운 눈길 되어 어른다운 손길로 어른다운 글 한 줄 쓸 수 있구나 싶다. 4346.6.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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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라는 책을 읽다가, 제주섬 사람들 이야기를 더 들여다본다. 이러면서 <제주 유배인과 여인들>이라는 책으로 이어진다. 삶이 남고 이야기가 남아, 오늘날 책 하나 태어난다. 어느 한편으로 보면 유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새삶이다. 아름다운 이야기 남긴 이들은 모두 유배 아닌 새삶 이루면서 스스로 씩씩하게 빛날 길을 찾았구나 하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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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배인과 여인들- 최악의 변방 절해고도에서 절망했던 유배인들의 그늘에는 제주 여인들이 있었다
김순이.표성준 지음 / 여름언덕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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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2

 


  아이들은 달리기만 해도 즐겁다. 마실을 가니 마니 그닥 대수롭지 않다. 아이들은 배부르기만 하면 즐겁다. 아버지가 차리는 밥이든 바깥에서 사다 먹는 밥이든 그리 대단하지 않다. 아이들은 노래하면 즐겁다. 이름난 노래꾼이 불러 주는 노래가 아니어도 좋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함께 부르며 웃는 노래가 반갑다.


  하늘에 갈 수 있는 마음이란, 어른 마음 아닌 어린이 마음이라고 했다. 너무 마땅하다. 아이들처럼 달리기만 해도 즐겁고, 배부르기만 해도 즐거우며, 노래하고 춤추며 깔깔 하하 웃는 기쁨 한껏 누리는 마음일 때가 아니라면 어찌 하늘에 갈 수 있겠는가.


  이웃돕기를 많이 한대서 하늘에 가지 못한다. 혁명이나 쿠테타 일으킨대서 하늘에 가지 못한다. 다만, 혁명을 하려면 총칼 든 혁명 아닌, 아이들과 같은 혁명이라면 하늘에 가겠지. 곧, 자동차를 몰 적에도 어린이 마음과 눈높이 되어 몰 때에 예쁘다. 자전거를 달릴 적에도 어린이 마음과 눈높이 되어야 아름답다.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어린이 마음과 눈높이일 때에 사랑스럽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에도,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릴 때에도, 늘 어린이 마음과 눈높이 되어 온누리 따사롭게 바라보고 포근하게 껴안을 수 있으면, 하늘마음 되고 하늘사랑 된다. 4346.6.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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