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산 벗어나 안동으로 간다. 부산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안동 시골마을 가면 우리 고흥 시골집에서처럼 실컷 노래하고 뛰며 놀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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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흥을 떠나 부산에 닿았다.

도시에서도 똑같이 더운데,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큰길에는

나뭇가지 제법 우거져 나무그늘 있고,

이럭저럭 지낼 만한데,

시골집처럼

아이들 틈틈이 씻기거나 올 갈아입히기에

만만하지 않다.

 

무엇보다 시골에서는 풀숲 어디에나 쉬를 누던 아이들이

도시에서 오줌 마려울 때마다

쉬 할 곳 찾기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까지 이곳 부산에서 잘 놀고

이틀쯤 바깥마실 누리고

시골집으로 씩씩하게 돌아가자.

 

시골집으로 돌아갈 무렵

항공방제 농약들

비 한 줄기 내려 씻어 주기를 바란다.

 

옆지기한테서 전화 온다.

공부를 더 하고 오느라

이달 끝무렵에 온다고 한다.

열흘 남짓 늦추는 셈이고,

250달러에 이것저것 또 더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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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8-16 01:39   좋아요 0 | URL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참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물론 지갑에 두둑히 채워넣고 가면 더욱 좋겠죠. 아벨서점도 가보지 못한지가 벌써 6년이 넘었네요. 덥고 습한 여름은 특히 건조한 곳에서 20년을 살아온 저로서는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한국의 여름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어요. 장대비가 내리는 소리, 빗속을 지나 집에 들어온 뒤의 안도감, 물냄새, 이런 것들이요. 그때와 지금은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파란놀 2013-08-18 08:36   좋아요 0 | URL
요즈음은 요즈음대로
재미있고 즐거운 삶자리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마음속에 깃든 이야기를
새롭게 누릴 수 있는 날
곧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책을 쓰는 동안

 


  책을 쓰는 동안 생각합니다. 오늘까지 내가 살아온 나날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책 한 권에 깃들 글 한 줄은 내 숨결입니다. 책 한 권을 쓰는 동안 길어올리는 생각꾸러미는 내 꿈입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일구는 삶을 깊이 생각하고 넓게 바라봅니다. 오늘까지 살아온 길과 앞으로 살아가는 길이 어떤가 하고 찬찬히 짚습니다. 나 스스로 즐겁게 여긴 대목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운 웃음은 어디에 있는가를 깨닫습니다.


  책이란 책입니다. 삶이란 삶입니다. 우리 시골마을 조그마한 보금자리 처마로 찾아오는 제비는 제비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뿌리는 농약은 농약입니다. 농약바람 불 때마다 미리 알아채고는 멀리멀리 무리지어 꽁무니를 빼는 잠자리는 잠자리입니다. 농약을 맞고 타죽은 고들빼기와 비름나물은 고들빼기요 비름나물입니다.


  책을 깎아내릴 까닭이 없으면서, 책을 거룩하게 섬길 까닭이 없습니다. 제비를 모른 척할 까닭이 없으면서, 제비를 우러를 까닭이 없습니다. 농약이 없으면 흙을 못 일군다고 여길 까닭이 없으면서, 농약이 곡식과 푸성귀뿐 아니라 우리 마을과 숲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를 모르쇠 할 까닭이 없습니다. 벼멸구가 농약에 맞아 죽는다면, 잠자리도 농약에 맞아 죽습니다. 누군가는 고들빼기 김치를 담기도 하고 비름나물을 맛나게 무쳐서 먹는다 하더라도, 이 풀(나물)을 뜯어서 먹을 일손이 없으면 그저 잡풀로 여길 만합니다.


  누군가는 책에서 길을 찾지만, 누군가는 책에서 길도 삶도 뜻도 못 찾아요. 누군가는 책 하나 고맙게 가슴에 안아 아름다운 이야기 길어올리지만, 누군가는 책 만 권 거머쥐어도 가슴을 북돋우는 사랑스러운 넋 살찌우지 않아요. 책을 읽기에 더 대단하지 않습니다. 책을 모르기에 덜 떨어지지 않습니다. 삶이 있으면 사랑과 꿈과 책이 나란히 있어요. 삶이 없으면 사랑도 꿈도 책도 아무것도 없어요. 스스로 배우려 할 때에 배웁니다. 스스로 가르치려 할 때에 가르칩니다. 스스로 글을 쓰려 하니까 글을 씁니다. 스스로 책에서 길을 찾으려 하는 만큼 책에서 길을 찾아요. 책을 쓰는 동안 생각을 깨우고 마음을 일으킵니다. 4346.8.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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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안 온 날

 


시골서 버스 손님
얼마 없어
군내버스 곧잘
큰길로만 휙 지나가고
고을 안쪽 굽이길은
안 들어오기도 한다.

 

마침 오늘
땡볕 내리쬐는 한여름
팔월 칠일 저녁 다섯 시,
아이 둘 비지땀 흘리며
마을 어귀서 노는데
이십 분 지나도록
버스도
아무 자동차도
안 지나간다.

 

아이들 큰아버지 찾아오는 오늘
아이들과 읍내로
마중가는 길인데
한참 기다리다가
택시를 부른다.

 

단골 택시삯은 13000원.
군내버스를 탔다면 1500원.

 


4346.8.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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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8-13 11:19   좋아요 0 | URL
참 좋은 시입니다.^^
탐 나네요.

파란놀 2013-08-18 08:37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
 

군내버스 꾀꼬리

 


  시골집 떠나 마실을 나오는 길, 큰아이가 군내버스에서 조잘조잘 노래를 부른다. 스스로 가락과 노랫말 지어 부르다가는, 즐겨부르는 몇 가지 노래를 이어서 부른다. 군내버스는 오늘 따라 조용하다. 할매들도 할배들도 그저 조용히 타고 읍내로 간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마음 되어 이렇게 노래를 한껏 부르면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이 아이들한테 어떤 빛을 물려주고, 이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어떤 꿈을 이어주는 하루일까. 4346.8.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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