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여치 베짱이 풀무치 귀뚜라미
함께 살아가는 풀밭에는
방동사니 고들빼기 쑥 민들레
사이사이
사마귀 고개 내밀고
개구리 노래 한 마디.

 

가랑잎 구르는 마당에
동백꽃 몽우리 차츰 굵고
찬바람에 힘 잃는 잠자리 하나
붓꽃 씨주머니에 앉아 쉰다.

 

겨울에는 거미도 개미도
고이 잠들까.

 

이슬 내린 풀밭은
열 시를 넘으며 따뜻하다.
나락 베어 빈 논 그득하다.
고샅마다 한길마다 나락내음 감돈다.

 

시월은 노란 동이 트며
누런 들숨 햇밥으로 먹는 달,
가을볕 머금은 골짝물 반짝반짝 차갑다.

 


4346.10.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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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20 11:51   좋아요 0 | URL
<가을날>을 읽으며 마음이 참 좋습니다.
눈으로도 읽고, 소리 내서도 읽으니 더욱
가을날의 모습이, 골짝물처럼 반짝반짝 하네요~*^^*

파란놀 2013-10-21 08:06   좋아요 0 | URL
가을이 무르익는 요즈음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모두들 따사로운 마음 되기를 빌어요~
 

책아이 50. 2013.10.12.

 


  아이가 책을 넘긴다. 한손으로 책을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종이를 한 장 두 장 넘긴다. 아이는 손으로 책종이를 느끼면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이루는 종이는 숲에서 왔고, 아이는 책을 읽는 동안 숲소리를 들으면서 숲내음을 맡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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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6] 시읽기

 


  꽃이 피고 지는 삶과 구름이 흐르는 하늘은
  머리로는 헤아릴 길 없는 빛이며 사랑입니다.
  글 한 줄은 머리 아닌 가슴으로 읽습니다.

 


  “시를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할 수 없어요. “시를 알”려고 하더라도 알 수 없습니다. 시는 읽어서 느낄 뿐입니다. 소설이나 수필도 그렇고요. 그저 읽고 느끼며 즐기면서 사랑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 눈빛을 어떻게 이해하거나 알 수 있나요. 이해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어요. 그저 살포시 안고 따사로이 어루만지며 너그러이 사랑하면 아름다운 삶입니다. 4346.10.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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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의 벌레들 - 가만히 앉아서 찾아보자 과학은 내친구 21
고바야시 토시키 지음, 다카하시 기요시 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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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6

 


집 곁에 무엇이 있나요
― 집 근처의 벌레들
 다카하시 키요시 그림
 고바야시 토시키 글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5.11.5.

 


  일본사람 다카하시 키요시 님이 그리고 고바야시 토시키 님이 글을 쓴 그림책 《집 근처의 벌레들》(한림출판사,2005)을 읽습니다. 일본에서는 1980년에 나왔다고 합니다. 참 어여쁜 책이로구나 하고 느끼며 찬찬히 읽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집 둘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벌레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움직한 이야기라 할 수 있으나, 오랜 옛날부터 집과 마을에서 늘 마주하면서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사귀는 ‘놀이동무와 같은’ 벌레들 이야기입니다.


.. 지렁이의 먹이는 가랑잎입니다. 햇빛을 싫어하는 지렁이는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가 먹이가 있는 장소를 찾습니다. 손도 발도 없는데 어떻게 흙을 파고 들어갈까요 ..  (8쪽)


  모두 흙을 일구고 만지면서 살던 지난날에는 이런 그림책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런 그림책 없어도 어린이 모두 지렁이를 알고 달팽이를 알아요. 학교에서 지렁이나 달팽이를 안 가르치고 안 보여주어도, 아이들 누구나 집과 마을에서 지렁이를 보고 달팽이를 보았어요.


  어른들이 시골을 떠나고, 아이들이 흙을 만질 수 없는 때부터 《집 근처의 벌레들》 같은 그림책이 태어납니다. 아이들이 적어도 이 그림책에 나오는 벌레들만큼은 알고 사귀며 함께 놀 줄 알아야 한다고, 어른들 나름대로 생각했지 싶습니다. 적어도 이런 벌레쯤은 알아야 살아갈 수 있고, 이렇게 작은 벌레를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지 못한다면, 사람살이에서도 내 여린 이웃과 동무를 살가이 마주할 수 없다고 느끼리라 봅니다.


  참말 하찮은 벌레란 없습니다. 어느 벌레이든 모두 대수롭습니다. 개미도 거미도 쇠똥구리도 달팽이도 지렁이도 지네도 모두 대수롭습니다.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지구별을 이룹니다. 모두 함께 사이좋게 지내면서 지구별에 푸른 숨결 가득합니다.


  생각해 보셔요. 어느 벌레 한 가지 지구별에서 사라지면 어찌 될까요. 개미가 없으면? 지렁이가 없으면? 파리가 없으면? 지네가 없으면? 달팽이가 없으면?


  오늘날 시골 흙지기는 논이며 밭이며 고샅이며 농약을 너무 함부로 뿌립니다. 논밭에 심은 곡식과 푸성귀 아니면 모조리 죽이려 합니다. 중앙정부 산림청 일꾼과 토목 부서 일꾼은 틈틈이 숲나무를 밀고 자릅니다. 숲에 길을 내고 숲에 시멘트를 덮어 큰물이 나도 멧자락이 안 무너지게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숲에서 나무를 함부로 베고 숲과 멧자락에 시멘트 함부로 들이붓기 때문에 멧자락이 무너지지요. 온 나라 냇물줄기에 온통 시멘트 퍼붓는 4대강사업은 이 나라 냇물과 마을과 숲을 얼마나 망가뜨린 짓이었을까요. 이런 끔찍한 짓을 한 나라는 지구별에 어디에도 없어요. 미국조차 안 하고, 일본이나 중국이나 인도나 독일이나 프랑스나 영국이나 네덜란드나 모두 안 합니다. 독일은 갯벌을 메꾼 땅을 다시 갯벌로 돌려놓으려고 진작부터 애썼어요. 바다를 메워 뭍으로 만든 네덜란드도 앞으로 이 뭍을 다시 바다로 돌리려고 찬찬히 애씁니다. 한국만 지구별에서 남달리 땅을 망가뜨리고 숲을 무너뜨립니다. 한국만 지구별에도 도드라지게 도시에서도 흙이 사라지고 시골에서도 흙길을 온통 시멘트길로 바꿉니다. 게다가 싱그러운 냇물과 골짝물 흐르는 두멧자락에까지 댐에 가둔 수돗물 마시게 한다면서 법석을 떨어요.

 

 


.. 집 근처의 정원이나 공원 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벌레를 찾아봅시다. 돌이나 낙엽을 치우면 이런 벌레가 보일지도 모릅니다 ..  (24쪽)


  오늘날 도시 아이들은 벌레를 거의 모릅니다. 숲에서 살거나 들에서 살아가는 벌레를 제대로 아는 도시 아이란 거의 없습니다. 더 따지면, 도시 어른부터 벌레를 거의 모릅니다. 벌레가 무엇인지조차 모릅니다. 새가 무엇이요 짐승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알아듣거나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를 찬찬히 살필 줄 아는 어른은 몇이나 있을까요. 오늘날 시골에서도, 시골 어른들은 숲바람과 들바람을 얼마나 잘 알까요. 새를 알거나 풀을 알거나 나무를 아는 시골 어른은 앞으로 모조리 사라지고 말까요.


  그림책 《집 근처의 벌레들》은 아주 조그마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 데 찾아가지 않더라도, 흙이 있고 풀이 있는 데에서 ‘놀이동무와 같은’ 벌레들을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이웃인 벌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 목숨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몫을 맡는지 곰곰이 생각하도록 이끕니다.


  모든 일은 우리 집에서 비롯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일도 슬픈 일도 우리 집에서 비롯하기 때문입니다. 지구별을 살리고 우리 나라 살리는 첫 걸음도 바로 우리 집에서 비롯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곁을 돌아봐요. 어떤 벌레가 있나요? 어떤 새가 사나요? 개구리나 매미가 있나요? 나무는 얼마나 있고, 어떤 나무가 어떻게 살아가나요? 어떤 풀이 자라고, 어떤 꽃이 풀밭에서 피고 지나요?


  작은 벌레 알아보는 눈썰미라면, 작은 이웃 사랑할 수 있습니다. 힘이 여리거나 살림이 어려운 작은 이웃을 사랑하는 슬기롭고 넉넉한 품은, 바로 우리 곁 작은 벌레 한 마리를 살가이 마주하며 곱게 아끼는 몸짓에서 비롯합니다.


  그런데, 이 번역그림책에서 번역말이 아쉽습니다. 일본사람은 글을 쓸 적에 으레 ‘の’를 붙입니다. 이 그림책은 “집 근처의 벌레들”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집 둘레 벌레들”이나 “집과 가까운 벌레들”이나 “집 가까이 사는 벌레들”처럼 옮겨야 알맞습니다. 우리 집 아이하고 이 그림책을 읽기 앞서, 나는 다음처럼 몇 가지 글월을 손질합니다. 우리 둘레 작은 이웃들을 사랑스레 바라보고 싶은 마음처럼, 아이들과 주고받을 말과 글을 아름답게 돌보고 싶습니다.


화분에 은빛 줄이 붙어 있습니다 → 화분에 은빛 줄이 있습니다
은빛 선을 발견했습니다 → 은빛 줄을 보았습니다
달팽이가 붙어서 기어다닌 자국인 것입니다 → 달팽이가 붙어서 기어다닌 자국입니다
달팽이는 육지에 살고 있지만 → 달팽이는 뭍에 살지만
습기 찬 곳을 → 축축한 곳을
작은 껍데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 작은 껍데기가 있습니다
껍데기가 붙어 있는 부분에 있습니다 → 껍데기가 붙은 곳에 있습니다
자기 집을 알고 있는 걸까요 → 제 집을 알까요
뿔의 역할도 → 뿔이 하는 일도
알이 10개에서 60개 정도 들어 있는데 → 알이 10개에서 60개쯤 있는데
머리가 있는 앞부분에서 → 머리가 있는 앞쪽에서
지렁이의 먹이는 가랑잎입니다 → 지렁이 먹이는 가랑잎입니다
돌이나 낙엽을 살짝 치우면 → 돌이나 가랑잎을 살짝 치우면
지네의 몸에는 많은 마디가 있어 → 지네 몸에는 마디가 많이 있어
이렇게 해서 알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 이렇게 해서 알을 지킵니다
봄이 오는 것을 기다립니다 → 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짙은 녹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벌레 → 짙푸르게 빛나는 아름다운 벌레
목에는 광택이 있어 빛나 보입니다 → 목은 반들반들 빛나 보입니다


  ‘줄’이라고 잘 쓰다가 왜 ‘선(線)’이라고 적을까요. ‘가랑잎’이라 잘 쓰다가 왜 ‘낙엽(落葉)’이라고 적을까요. 쉽고 고운 한국말을 쓰면 됩니다. 어른도 어린이도 즐겁고 쉽게 읽으면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마음 북돋울 수 있도록 글을 쓰면 됩니다. 한국말다운 말투를 찾고, 한국말다운 낱말을 알뜰살뜰 여미는 책이 싱그러이 태어나기를 빕니다. 4346.10.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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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70] 납작산

 


  충청북도 충주 무너미마을에 있는 이오덕학교로 찾아가는 길에, 금왕읍 옆을 지납니다. 벌판이던 곳에 아파트를 높직하게 올리느라 부산합니다. 이 시골 읍내에 이렇게 높다란 아파트를 지으면 누가 이곳에서 살까 궁금하지만, 이곳으로 와서 살려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높직하고 커다랗게 많이 짓겠지요. 차를 얻어타고 아파트 공사터 옆을 지나가는데, 저를 태워 준 분이 “저기가 예전에는 납작산이래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멧자락이 하나 있었는데 높지 않고 납작하게 있대서 ‘납작산’이라 했다고 합니다. 이제 아파트숲으로 바뀔 저곳이 지난날에는 나즈막한 멧자락이었고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푸른 모습이었다고 떠올릴 만한 시골사람이 얼마나 될까 잘 모르겠습니다. 지도책에도 안 나오는 이름이니 가뭇없이 사라지겠지요. 땅이름 숲이름 사라진 곳이 여기뿐이겠습니까. 시골사람이 오랜 겨레말로 수수하게 붙인 땅이름 숲이름 마을이름 모두 신라와 고려와 조선과 일제강점기 거쳐 한자말 이름으로 바뀌었어요. 오늘날에는 영어 이름으로 바뀌지요. 4346.10.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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