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3] 어린이 표

 


  시골 읍내에서 버스표를 끊으며 ‘어른 표’ 하나와 ‘어린이 표’ 하나, 이렇게 달라고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세 살이고 큰아이는 아직 여섯 살이라 ‘어린이 표’를 따로 안 끊어도 되지만, 시외버스에 때때로 자리가 꽉 찰 날이 있기에 두 장을 끊습니다. 옆지기까지 네 식구 나들이를 하면 어른 표 둘하고 어린이 표 둘을 끊습니다. 버스표를 끊거나 기차표를 끊을 때 살피면 ‘어린이 표’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초등학생 표’만 있어요. 그러나 모든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지 않고 가야 하지 않아요. 모든 푸름이가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아 ‘푸름이 표(청소년 표)’라는 이름을 써야 올바르듯, 아이들도 ‘어린이 표’라는 이름을 쓰고, 어른은 ‘어른 표’라는 이름을 써야 알맞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끊는 표도 ‘어른 표’ 아닌 ‘성인 표’예요. 우리들은 이 나라에서 언제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름인 ‘어른·푸름이·어린이’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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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Eugene Smith (Hardcover)
W. Eugene Smith / Distributed Art Pub Inc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67

 


사진을 찍는 눈빛
― W. William Eugene Smith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사진
 la Fabrica, 2011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가장 크며 아름다운 빛이리라 느껴요. 작품으로 찍으면 그저 작품이 되는 사진이고, 삶을 누리면서 찍으면 삶이 빛나는 이야기가 되어요.


  언제나 내 삶이 바로 나한테 가장 크며 아름다운 빛이로구나 싶어요. 내 삶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삶을 내 손으로 일굽니다. 내 삶을 내 마음으로 헤아리고, 내 삶을 내 사랑으로 가꿉니다.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 스스로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일구는 삶이 스스로 빚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흑백이 되어도 되고, 칼라가 되어도 됩니다. 까만 빛과 하얀 빛이 얼크러지는 무늬가 싱그럽도록 할 수 있고, 고운 무지개빛이 흐르며 눈부시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모습이나 빛깔이나 무늬가 되어도 다 즐거워요. 왜냐하면, 삶이니까요. 눈물도 삶이고 웃음도 삶인걸요. 기쁨도 삶이요 슬픔도 삶인걸요.


  언제나 찍는 사진입니다. 어떤 일이 있건 늘 찍는 사진입니다. 어디에서나 찍는 사진입니다. 어떤 모습이라 하든,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하든, 신나게 찍는 사진입니다.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님이 남긴 사진으로 그러모은 두툼한 사진책 《W. William Eugene Smith》(la Fabrica, 201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1918년에 태어나 1978년에 숨을 거둡니다. 길다면 길게 살았고 짧다면 짧게 살았어요. 그런데, 길든 짧든 유진 스미스 님은 이녁 눈빛으로 바라본 삶을 이녁 손빛으로 가다듬어 사진으로 일구었어요.


  다른 모습을 찍지 않습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유진 스미스 님 삶에 맞추어 이녁 삶빛을 사진빛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본 모습을 찍지 않아요. 늘 스스로 바라본 모습을 찍어요.


  스스로 선 자리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걷는 길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사람이 저곳에서 사진을 찍는대서 굳이 저곳으로 가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쪽에서 찍은 사진이 널리 알려지거나 사랑받는다 해서 애써 저쪽으로 가야 하지 않아요.

 

 

 

 

 


  눈빛이 싱그러이 살아날 만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넉넉합니다. 마음빛이 고우면서 맑게 드리우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즐겁습니다. 우리들이 찍는 사진은 현대사진이 아닙니다. 우리들 사진은 ‘우리 사진’이요 ‘내 사진’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찍는 사진이고,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기념사진도 좋고 스냅사진도 좋습니다. 어떤 이름을 앞에 붙이더라도, 스스로 삶을 즐기며 사랑하는 마음결로 찍으면 다 좋습니다. 스스로 삶을 즐기지 못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는 채 기록하거나 돈을 벌거나 예술을 하려는 뜻이 되어 찍는 사진이라면, 재미없고 부질없습니다.


  내가 먹을 밥을 손수 차립니다. 식구들과 따스하게 나눌 밥을 즐겁게 차립니다. 내가 입을 옷을 손수 빨래합니다. 식구들과 오붓하게 지낼 살림을 즐거이 일굽니다.

 

 

 

 

 


  사진을 찍는 까닭은 눈빛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까닭은 생각빛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까닭은 마음빛을 북돋우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까닭은 사랑빛을 살찌우기 때문입니다. 춤을 추는 까닭은 몸빛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삶을 사랑하는 길을 걷습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가 하고 깨닫습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내 자그마한 사진기 하나를 손에 쥘 적에, 작은 사진 하나 일구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꽃 피어나는가 하고 느낍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사진기 하나로 밝히는 눈빛을 이야기합니다. 사진 한 장으로 빛내는 삶을 노래합니다. 사진책 하나 남아 꿈꾸는 사랑을 속삭입니다. 사진은 바로 우리 가슴속에 있어요. 사진은 늘 우리 가슴속에서 샘솟아요. 사진은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우리 가슴속에서 곱게 빛나요.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미국에 가는 아는 이웃이나 동무 있으면

유진 스미스 님 사진책을 사 달라

부탁하고 싶습니다.

 

..

 

 

 

 

 

..

 

이 사진들을

'선집'이 아닌

다 다른 '낱권 사진책'으로 볼 수 있으면

훨씬 더 가슴 깊이 울리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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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1-0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함께살기 님의 글을 읽으니 문득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일기' 한 대목을 다시 읽는 느낌도 듭니다.

* * *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이나 타인(관찰자이든 이웃이든 아니면 시인이든 친구이든)에게 가장 가치가 있을 때는 그가 가장 만족스럽고 편한 곳에 있을 때이다. 거기에서 그의 인생은 가장 강렬해지고 순간들을 놓치는 경우도 가장 적어진다. 친숙한 주위의 대상들이 인생 최고의 상징이자 그의 인생을 나타내는 최고의 예증이다.

파란놀 2013-11-05 19:06   좋아요 0 | URL
유진 스미스 님이라든지 로버트 카파 님이라든지,
이런 분들 좋은 사진책을
돈이 있는 출판사에서 씩씩하게 번역해서 선보인다면
우리 사진빛(사진문화)은 무척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이 책을 옆지기가 미국에 갔을 적에
책값 비싸더라도 꼭 사서 한국으로 돌아오라 해서
어렵게 장만했어요. 아무튼... 책값이 만만하지 않은데...
이 사진들을 다른 분들이 거의 보실 수 없으리라 여겨
서른한 장을 붙였어요.

아무튼, 잘 읽어 주셔서 고마워요, oren 님~ ^^
 

삽질놀이 어린이

 


  아버지나 어머니가 삽을 쥐어 땅을 파면 아이도 삽을 쥐어 땅을 파며 놀고 싶다. 집에 삽이 두엇 있으니, 아이한테도 삽자루 하나 맡긴다. 아직 손발에 힘이 모자란 아이는 땅을 파는 시늉을 할 뿐이다. 콕콕 땅을 쪼기만 한다. 이렇게 놀다 보면 어느 날엔가 너도 삽질순이 될 수 있겠지.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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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11-05 08:41   좋아요 0 | URL
가카의 삽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귀엽고 아름다운 '삽질'이네요.ㅎ

파란놀 2013-11-05 09:05   좋아요 0 | URL
네, 예쁘게 잘 노는 삽질이에요~
 

아이는 무엇을 배우는가

 


  아이는 언제나 스스로 살아갈 길을 배운다. 아이는 씩씩하게 살아갈 길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 싶다. 아이는 즐겁게 노래하는 길을 배운다. 아이는 사랑스럽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어버이한테서 나누어 받고 싶다.


  호미질을 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호미순이’나 ‘호미돌이’ 된다. 자가용 으레 모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자동차순이’나 ‘자동차돌이’ 된다. 책을 즐겨읽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책순이’나 ‘책돌이’ 된다. 자전거 나들이 좋아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자전거순이’나 ‘자전거돌이’ 된다.


  어버이는 이녁 삶을 노상 아이한테 물려주거나 가르친다. 어버이는 이녁 생각을 노상 아이한테 보여주면서 알려준다. 어버이는 이녁 사랑을 노상 아이와 함께 가꾸거나 일군다. 어버이는 스스로 바라는 대로 삶을 이루고, 아이는 어버이 곁에서 앞으로 살아갈 꿈을 천천히 헤아린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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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에 한 줄, 아름답게 읽는 책

 


  이오덕 님이 2003년 8월에 흙으로 돌아가신 뒤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삼인,2005)라는 책 하나 나왔습니다. 이 나라 아이와 어른 모두를 생각하면서 꾹꾹 눌러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 첫머리인 12쪽을 보면, “나는 지금 생각한다. 내가 배운 학교 공부, 내가 읽은 책들, 도시와 문명이란 것, 그것이 얼마나 나를 해쳤는가! 내가 만약 보통학교에도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마을 사람들과 같이 땅 파고 짐 지면서 일을 몸에 붙이고 자랐더라면 나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찌감치 삶의 진리를 얻어 가졌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오덕 님은 아이도 어른도 “삶의 진리”를 찾아야 한다고, ‘거짓교육’ 아닌 ‘참교육’을 해야 하고, 아이와 어른 모두 ‘거짓삶’ 아닌 ‘참삶’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환하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햇살이 마을마다 곱게 드리울 무렵 우리 마을 포근히 감싸는 멧자락에 깃들며 살아가는 새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 마을 둘레 풀숲에서 깃을 부비는 작은 새들도 이무렵 일어나서 노래를 합니다. 작은 새도 큰 새도 저마다 아침노래를 부릅니다.


  새들도 먹이를 찾고, 새들도 똥을 눕니다. 새와 마찬가지로, 벌레도 먹이를 찾고, 벌레도 똥을 누어요. 짐승들도 그렇지요. 지렁이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습니다. 지구별에 깃든 모든 목숨들은 ‘밥을 먹고 똥을 눕’니다. 그런데, 사람을 뺀 모든 목숨들은 밥을 먹거나 똥을 누며 지구별을 더럽히지 않아요. 새똥도 벌레똥도 지렁이똥도 물고기똥도 모두 지구별을 촉촉하게 적시며 살찌웁니다. 새도 벌레도 지렁이도 물고기도 모두 지구별에 쓰레기를 내놓지 않습니다. 오직 오늘날 물질문명 사람들만 쓰레기를 내놓고, 지구별을 더럽히며 갖가지 전쟁무기를 만들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윽박지릅니다.


  짐승과 벌레와 물고기는 서로 먹고 먹히지만, 무기를 들며 싸우는 일이 없습니다. 무기를 만드는 목숨은 오직 사람입니다. 게다가,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여느 시골사람은 무기를 안 만들어요. 낫과 쟁이와 가래가 있을 뿐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서울에 사는 임금님과 신하만 무기를 만들어 군대를 거느려요. 먼먼 옛날부터 고을마다 사대부와 권력자와 부자만 돈으로 사람을 사서 무기를 갖추고 지킴이(군인 노릇 하는)를 두어요.


  살아가는 빛, “삶의 진리”란 무엇일까요. 무기를 갖추어 재산과 이름과 권력을 지키는 일이 “살아가는 빛”이 될까요. 대학교나 아파트나 은행계좌가 “살아가는 빛”이 될 만할까요.


  아라키 노부요시 님이 쓴 《천재 아라키의 애愛정情 사진》(포토넷,2013)이라는 책을 읽다가 27쪽에서 “찍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잖아요. 찍는 사람도 대상이 어느 때보다 행복해 하는 모습,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찾고 또 찾아요. 신기한 건 결국 그런 장면을 찾게 된다는 사실이에요.”와 같은 글월을 봅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찍고 싶다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찾는 사진가는 끝내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기 마련이고 이녁 사진으로 담는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찍히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일군다고 합니다.


  흙을 기름지게 가꾸겠노라 생각하면서 흙을 기름지게 가꿉니다. 아이들과 살가이 얼크러지면서 삶을 즐겁게 짓겠노라 생각하면서 참말 아이들과 살가이 지내고 삶을 즐겁게 짓습니다.


  책을 아름답게 읽고 싶기에 스스로 아름답다 싶은 책을 알아봅니다. 책을 사랑스럽게 읽고 싶기에 스스로 사랑스럽다 싶은 책을 살핍니다. 말을 곱게 하고 싶은 사람은 늘 고운 말을 생각하고 찾고 살피면서 이녁 말씨를 곱게 가다듬습니다. 밥을 구수하게 지어 기쁘게 나누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은 늘 밥차림과 밥짓기를 구수하게 추슬러 기쁘게 나눕니다.


  참삶이란 참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참배움(참교육)입니다. 참배움은 참빛입니다. 참빛은 참사람입니다. 참답고 착하며 고운 빛은 스스로 마음과 생각을 참답고 착하며 곱게 다스릴 때에 이룹니다.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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