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지음, 레나 안데르손 그림, 오숙은 옮김 / 미래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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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9

 


손맛이란 사랑과 꿈과 빛
―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레나 안데르손 그림
 오숙은 옮김
 미래사 펴냄, 2003.10.10.

 


  즐겁게 차린 밥을 먹으면 즐겁습니다. 노래하며 차린 밥을 먹으면 노래가 절로 샘솟습니다. 웃음꽃 피우는 밥상맡에 앉으면 웃음이 스멀스멀 피어납니다.


  밥상맡 흐름이 어두우면 모래알 씹는지 밥알 씹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개밥과 똑같이 퍼주는 군대에서 먹는 밥을 우걱우걱 뱃속으로 집어넣으면 마치 내가 개가 되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매운 밥을 먹은 날에는 어쩐지 짜증이나 골이 자주 납니다. 삼삼하거나 보드라운 밥을 먹은 날에는 아무래도 삼삼하거나 보드라운 마음이 됩니다.


  몸으로 들어온 밥 그대로 삶이 달라진다고 느낍니다. 몸으로 받아들이는 밥 그대로 삶을 받아들이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떤 밥을 먹으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어떤 넋으로 삶을 지으려 하느냐가 달라지는구나 하고 느껴요.


  손수 밥을 차려서 먹을 적하고, 누군가 차리는 밥을 먹을 적은, 삶이 같을 수 없습니다. 밥을 함께 차려서 먹을 적하고, 돈을 치러 바깥밥집에서 으레 사다가 밥을 먹을 적에는, 여러모로 삶이 갈리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밥뿐 아니라 물과 바람도 이와 같아요. 어느 마을 어느 고장에서 살며 어떤 바람을 마시느냐에 따라 삶이 바뀌어요. 냇물 마실 적하고, 우물물 마실 적하고, 샘물 마실 적하고, 수도물 마실 적 삶을 헤아려 봐요. 자동차 배기가스 넘치는 바람을 마실 적하고, 공장 굴뚝 매연을 마실 적하고, 핵발전소 방사능 바람을 마실 적하고, 연탄공장 탄가루 바람 마실 적하고, 우거진 숲에서 푸른 바람 마실 적하고, 삶이 같을 수 없어요.


.. 정말 슬픈 일이죠. 불쌍한 스텔라 할머니, 아치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울기라도 하시면 어쩌나……. 그러나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엘리엇, 배고프지? 부엌 곁방에 뭐가 있는지 가서 보렴.” “여기엔 감자 한 자루밖에 없는대요.” “잘됐구나! 감자 몇 개와 버터 조금만 있다면 얼마든지 만찬을 준비할 수 있단다.” ..  (4쪽)


  아침부터 저녁까지 버스나 택시나 전철이나 기차를 몰아야 하는 일꾼은 늘 웅웅거리는 소리에 덜덜거리는 떨림을 겪어야 합니다. 우람한 기계를 다루어야 하는 공장에서도 시끄러운 소리와 온갖 기름내를 마셔야 합니다. 농약과 비료를 뿌리는 시골에서도 농약과 비료를 고스란히 마셔요.


  우리 어른들은 스스로 어떤 몸이 되도록 살아간다고 할까요. 우리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어떤 삶터를 물려받아 삶을 가꾸는 셈일까요. 우리 어른들은 스스로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밥을 누리면서 삶을 짓는다고 할 만한가요. 우리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고운 꿈과 맑은 사랑과 즐거운 빛을 물려받는다고 할 만한가요.


  얼마 앞서까지, 임금과 권력자와 양반을 빼고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흙을 일구어 밥과 옷과 집을 손수 마련했어요. 아이들은 어버이 곁에서 함께 흙을 만지며 놀다가 흙을 다루는 매무새를 익히고는, 시나브로 밥과 옷과 집을 마련하는 흙일과 숲일과 들일을 깨달았어요.


  오늘날은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참말 거의 모든 사람이 스스로 흙을 안 만질 뿐 아니라, 흙을 만지더라도 밥과 옷과 집을 손수 마련하지 않아요. 물레를 잣거나 베틀을 밟는 사람 없어요. 방아를 찧거나 키를 까부르는 사람 없어요. 바느질은 하지만 실을 흙과 풀에서 얻지 않아요. 경운기와 트랙터와 이앙기는 몰지만 짚을 삼거나 엮어 신이나 바구니나 둥구미나 섬을 빚지 않아요.


  어느새 삶에서 밥이 사라졌어요. 어느덧 삶에서 옷과 집이 사라졌어요. 어느 때부터 삶에서 손품과 다리품이 자취를 감추어요. 오로지 돈으로 사회가 굴러가고, 오직 돈으로 삶과 사람을 따지거나 재는 흐름이 되어요.


.. “풀로 우유를 만든다고 생각해 봐. 그런데 젖소는 그렇게 하거든. 정말 근사하지 않니?” 내가 말해습니다. “하지만 젖소가 모든 우유를 다 만들 순 없어. 공장에서 만드는 우유도 있잖아?” 아서가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아니, 세상의 우유는 전부 젖소가 만드는 거란다. 어떤 공장에서도 우유를 만들진 못해.” 스텔라 할머니가 대답하셨습니다 ..  (12쪽)


  나는 어릴 적에 ‘열 살이면 스스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밥상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동무 가운데에는 열 살 아닌 여덟아홉 살에 밥짓기를 배우기도 해요. 머스마한테는 김치를 안 가르치기 일쑤였지만 가시내는 여덟 살부터 김치를 배우기도 해요. 밥물 맞출 줄 모르거나 밥을 못 짓는다면 부끄럽고, 손쉬운 국 몇 가지나 반찬 여러 가지 차릴 줄 모른다면 창피했어요. 학교공부 잘 한다 하더라도 밥을 못 지으면 사람 구실 못한다 여기고, 학교성적 높다 하더라도 바느질 못하면 사람 노릇 아니라 여겼어요. 학교에서 상장 수두룩하게 받더라도 할매와 할배 짐을 거들지 않을 적에는 됨됨이가 그르다고 여겼어요. 바르게 인사하고 착하게 말하며 곱게 삶을 가꿀 때에 비로소 사람답게 잘 큰다고 여겼어요.


  밥 한 그릇이란, 참사람으로 가는 길에 처음으로 마주하는 빛이에요. 무엇을 먹느냐, 무엇을 마시느냐, 또 어떤 바람과 물을 맞아들이느냐, 어떤 마을과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일구느냐, 이런 여러 가지를 알뜰히 살피고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고 여기던 우리네 삶길이라고 느껴요. 먼먼 옛날부터, 그러니까 고려 적이든 고구려 적이든, 옛조선 적이든 오천 해나 오만 해 앞서이든,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살 때에 아름답다고 여겼다고 느껴요.

 

 


.. 12분이 지나자 빵이 다 구워졌습니다. 위쪽은 햇볕에 탄 것처럼 되었지만 손으로 들어 보니 가벼웠습니다. 우리는 그 빵들을 행주 하나로 전부 싸서 바구니에 넣어 식혔습니다. 그러는 동안 부엌을 치우고 차를 준비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빵을 반으로 잘라 버터를 발랐답니다. 세상에, 갓 구워낸 빵이 그렇게 맛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  (29쪽)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님 글과 레나 안데르손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이야기책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미래사,2003)을 읽습니다. 이 그림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몇 살쯤 될까요. 열 살 언저리일까요? 열두어 살쯤 될까요? 열세 살은 안 넘는 듯하고, 열 살은 넘었지 싶어요.


  그림이야기책을 이끄는 아이는 ‘엘리엇’이에요. 엘리엇은 머스마입니다. 어느 날 열쇠를 깜빡 잊고 연립주택 문간에서 하염없이 어머니를 기다려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 이야기가 안 태어났을 수 있어요. 멀뚱멀뚱 문간에 앉아서 ‘집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기다리던 아이 엘리엇은 이웃 할매가 와 주어서 고맙게 연립주택 대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집에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직 안 계시니 할매 댁으로 갔어요. 배가 고프지요. 무언가 먹고 싶어요. 엘리엇은 아직 할매하고 살가이 지내지 않는 사이예요. 무얼 얻어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다 만들어서 차려 놓은 먹을거리’라고는 하나도 안 보이는 할매 댁에서 배고픔 가시게 할 주전부리란 없겠다고 여겨요. 그런데, 할매는 감자 몇 알로 뚝딱하면서 예쁘고 맛난 먹을거리를 마련해 주어요. 엘리엇은 깜짝 놀라요. 이제껏 흐리멍덩하던 삶에 빛 한 줄기를 만나요. ‘아니, 감자 몇 알로 이런 맛있는 먹을거리가 어떻게 태어나지?’


.. “미래에는 식량이 넉넉한 세상을 만들려면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나요?” 아서가 물었습니다. “글쎄다, 그건 뭐라고 말할 수가 없구나. 지금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먹고 남을 만큼 식량은 충분해. 하지만 우리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땅을 좀더 잘 가꿀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하면 모두가 충분히 먹을 식량을 얻으려고 지금처럼 많은 식량을 재배할 필요도 없단다.” “하지만 콩과 쌀은 맛이 별로잖아요?” 아서가 투덜거렸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작물은 얼마든지 많아.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식물 단백질을 먹는 습관을 길렀다면 고기가 맛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을 거야.” ..  (45쪽)


  가시내만 밥하기를 배워야 하지 않아요. 가시내도 머스마도 스스로 밥하기를 할 수 있어야지요. 머스마 혼자 살건 머스마랑 가시내랑 둘이 살든, 저마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 스스로 새롭게 익힌 밥하기를 실컷 뽐내야지요.


  머스마 엘리엇은 ‘감자 몇 알’과 ‘할매 손길’에 크게 놀라며 스스로 삶을 짓기로 합니다. 스스로 밥을 차리면서 새로운 삶을 짓기로 합니다. 누가 차려서 건네는 밥을 기다리지 않기로 해요. 스스로 이것저것 ‘놀랍게 만들’고 ‘재미나게 즐기’기로 해요. 누가 보면 아무것 아니라 할 만하고, 요리사 자격증하고도 한참 동떨어진 밥짓기이지만, 날마다 빙그레 웃으며 먹고, 동무와 이웃을 불러 함께 밥잔치를 벌일 수 있어요. 이제껏 얼추 배만 채우고 뛰놀기만 할 생각이었지만, 이제부터 밥 한 그릇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운가를 알아요.


  풀 한 포기가 베푸는 선물을 깨달아요. 햇볕 한 줌이 베푸는 선물을 알아채요. 바람 한 줄기와 물 한 모금이 베푸는 선물을 느낍니다. 흙과 숲과 들이 엘리엇한테 베푸는 선물을 차근차근 배워요.


  엘리엇은 ‘엘리엇 요리책’을 손수 공책에 써서 꾸립니다. 우리들은 저마다 ‘내 요리책’을 내 나름대로 요모조모 써서 꾸릴 수 있습니다. 어버이한테서 ‘어버이 요리책’을 물려받을 만하고, 어버이 요리책에 내 손길을 더해 ‘내 요리책’을 빚은 다음, 이 요리책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해요. 할머니 손맛과 할아버지 손맛에 이어, 어머니 손맛과 아버지 손맛을 아이들한테 물려주어야지요. 손맛이란 바로 사랑이고 꿈이면서 삶입니다. 4346.1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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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06 10:47   좋아요 0 | URL
아~이 책, 저번에 새롭게 알려 주신 그 책이군요!
담아만 두었는데 이렇게 함께살기님의 좋은 글로 다시 읽으니
오늘은 꼭 사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3-12-06 11:38   좋아요 0 | URL
갑자기 반값으로 팔기에, 어쩌면 재고를 다 판 뒤에
절판이 될까 걱정스러워
좀 서둘러 이 책 느낌글을 썼어요.

ㅠ.ㅜ
부디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빌고 또 빕니다....

후애(厚愛) 2013-12-06 13:53   좋아요 0 | URL
저도 나중에 꼭 봐야겠어요~ ^^
근데 절판이 되면 안 되는데...ㅠㅠ

파란놀 2013-12-06 14:56   좋아요 0 | URL
절판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내가 올 한 해 알라딘에서 장만한 책이 400권은 넘는 듯한데...

그리고 내가 올 한 해 쓴 느낌글 가운데 '별 다섯'을 찍은 책이 적지 않은데,

막상 내가 알라딘에서 샀고,

알라딘서재에 '별 다섯' 찍은 책들 가운데

'알라딘 내 올해 책'으로 오르지 않은 책이 너무 많다.

'별 둘'이나 '별 하나' 또는 '별 셋'을 붙인 책이

엉뚱하게 '내가 올해 책으로 뽑을 목록'으로

잔뜩 들어갔다.

연작으로 나오는 만화책들은 여러 권이 겹치기로 들어간다.

 

 

 

..

 

어느 책을 '별 하나'로 찍었는지 말하지 않겠지만,

왜 이런 책까지 이렇게 '내가 산 책 목록 대표'에 들어가야 할까?

 

..

 

 

 

 

..

 

내가 만화책을 곧잘 사서 읽고 느낌글 쓰기는 하지만,

왜 연작 권을 여럿 올려야 할까.

 

내가 페이퍼나 리뷰에서 그토록 자주 다룬

'데즈카 오사무' 만화책은

어떻게 한 권도 이 목록에 안 들어갈 수 있을까?

 

..

 

 

 

 

 

 

..

 

다른 어느 페이퍼에서 '내가 뽑은 2013년 돋보이는 사진책' 글에서

몇 손가락으로 손꼽은 수많은 책들은

이 목록 가운데에 세 권 들어간다.

그나마 안승일 님 사진책과 <독수리 사냥>이 있으니 고맙다고 해야겠다.

 

..

 

그러고 보니,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나츠코의 술>이라든지 <칠색 잉꼬>라든지 <불새>라든지

<우리 마을 이야기> 같은 만화책은

왜 '내 올해 책'이 안 될까.

이 책들은 몽땅 알라딘에서 샀는데.

 

..

 

1. 할 말 없다

2. 싫다

3. 인기투표란 재미없구나

4. 내 목록을 왜 내가 만들지 못하나??? 내 목록을 왜 알라딘이 만들어 주나?

5. '내 목록'은 나 스스로 만들어 넣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6.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결과를 바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7. 내가 아주 좋아하는 그림책은 우째 이렇게 하나도 안 넣어 주는가

 

..

 

이 목록에서는

다음 책들만

내가 추천할 만한 '알라딘에서 산' 올해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안 산 책은 '내 올해 책'이 될 수 없나 보구나.

 

 

- 식물 어디까지 아니?
-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 백산백화
- 무민, 도적을 만나다
- 은빛 숟가락
- 경계의 린네
- 동물의 왕국
- 독수리 사냥
- 리넨과 거즈
- 여자의 식탁
-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 알래스카 이야기
-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 나의 오늘
- 푸르게 물드는 눈
- 알록달록 초록빛
- 내 이름은 욤비
- 구름과 점 사이를 걸었다
- 스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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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2013-12-06 10:25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저는 고3 딸이 사달라고 했던 수능관련 EBS교재가 몽땅 떠서 좀 당황했습니다 --;;

파란놀 2013-12-06 10:45   좋아요 0 | URL
헉!
@.@
우째... 수험교재를 올해책으로 할 수야 없지요 @.@
이궁...

그렇게혜윰 2013-12-06 14:32   좋아요 0 | URL
단순한 저는 올해 내가 책을 적게 샀나?착각했네요ㅠㅠ

파란놀 2013-12-06 14:5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다가,
아닌데 싶어
구매내역을 보니...
500권쯤, 또는 더?
잘 모르겠지만, 최소 400권은 샀더라구요 ^^;;;;;

재는재로 2013-12-06 20:53   좋아요 0 | URL
저도 막상산 책중 내가이것밖에 안샀나싶은 그것도 최근산책위주로 올라온

파란놀 2013-12-06 21:58   좋아요 0 | URL
애써 뜻있는 제도를 마련한 듯하지만...
더 깊이 살피지 못하고 함부로 하면
여러모로 엉뚱하거나 뜻조차 빛이 바래리라 느껴요...

하루빨리 알라딘에서는 '올해 내 책 목록'으로 올라오는 책들
선정기준이나 틀을 고치거나 '독자 스스로 고르도록'
바꾸어야지 싶어요.
 

작은아이 기다리기

 


  이틀을 인천에서 묵으면서 서울 볼일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전철과 시외버스에서 책을 너덧 권 즈음 읽고, 이듬해에 선보일 그림책에 넣을 글을 하나 공책에 쓴다. 이틀을 묵으면서 잠을 거의 제대로 못 잤는데, 시외버스에서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집일을 하고 청소와 빨래를 한 뒤, 큰아이와 놀고 자장노래를 불러 주고서야 비로소 온몸 그득 뻑적지근하구나 하고 느낀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주 힘들 적에는 외려 잠을 못 잔다. 손끝으로 머리를 꾹꾹 누른다. 등허리뿐 아니라 온몸 구석구석 주무르고, 내 몸을 주무르는 손가락을 왼손이 오른손을 오른손이 왼손을, 서로 갈마들며 주무른다. 이럭저럭 힘들면 쉬 곯아떨어지지만 몹시 힘들면 오히려 잠을 못 이루는데, 오늘 꼭 그런 모양새가 된다.


  마음속으로 ‘그래도 자야지, 그래도 자야, 이튿날 아이들한테 맛난 밥 차려 주고 즐겁게 놀지.’ 하고 생각한다. 그래, 자야 할 텐데, 어떻게 잘까. 말똥말똥 뜬눈으로 있다가 한 가지 떠올린다. 아버지 돌아오기 앞서 잠든 작은아이 틀림없이 밤오줌 마렵다고 낑낑거릴 테니까, 작은아이가 낑낑거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가, 작은아이 쉬를 누이고 아무튼 잠자리에 드러누워 눈을 감자.


  밤 열두 시가 넘은 뒤 작은아이가 낑낑거린다. 옳지, 잘 되었다. 쉬 누어야지. 왼어깨에 작은아이를 포옥 안고 마루로 나온다. 마루에 작은아이 세우면서 왼어깨로 받치고, 오른손으로 오줌그릇 들어 “쉬. 쉬.” 하고 말한다. 작은아이는 눈 감으 채 아버지 어깨에 기대어 밤오줌 쪼르르 눈다. 많이 누네. 많이 마려웠나 보구나. 오줌그릇을 제자리에 놓고 작은아이를 안아 잠자리에 누이고 이불 여민다. 큰아이는 이불 몽땅 걷어차고 옹크린다. 큰아이도 이불 여미어 준다. 이불 여미니 큰아이는 옹크린 몸을 풀고 반듯하게 쪽 편다. 녀석아, 너 스스로 이불 걷어차서 추우니 옹크렸구나. 아이들 오줌이 찬 오줌그릇 들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별빛 환한 밤하늘 올려다본다. 기지개를 켠다. 잘 자자. 너희들도 아버지도 즐겁게 포옥 자고, 새 하루 새로운 사랑 되어 즐거이 누리자. 4346.1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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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봄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이면서 이 땅에 봄이 제대로 흐르기를 바라던 문익환 님 한삶을 아이들한테 들려주려고 하는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이다. 그런데, 입시지옥과 취업지옥이 끔찍하게 흐르고, 엄청난 자본주의 물질문명이 떠도는 이 땅에서 우리 아이들이 남북녘 하나되어 일구는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 북녘을 헤아리기 앞서 남녘에 참다운 민주와 평등과 사랑이 감돌지 못하는 마당인데,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갈 길을 여는 빛을 품을 수 있을까. 아무 빛이 없다 할 만한 데에서 빛을 생각하고 씨앗을 뿌리려 한 문익환 님이니, 이러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면 아이들한테 빛이 될 만하리라 본다만, 뭐랄까, 참 갑갑하고 답답하며 아득하다. 4346.12.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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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김남일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02년 10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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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테야 목사님- 통일 운동가 문익환 이야기
조은수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7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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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와 통일의 선구자 문익환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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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문익환 지음 / 돌베개 / 2003년 1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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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12.5. 큰아이―야무진 놀이

 


  아버지가 바깥일 보느라 큰아이가 사흘 동안 혼자서 글놀이를 했다. 큰아이 글놀이 자국을 슬그머니 들여다본다. 글놀이 하면서 조금씩 한글쓰기를 익숙하게 하는 터라, 그림을 그리다가도 글이 조금 들어가고, 그림놀이에서도 글빛이 살며시 감돈다. 올봄에 숫자를 열과 스물 넘어 서른과 마흔과 백까지 익히려 할 무렵 적어 준 숫자표 둘레에 큰아이가 슬그머니 그린 그림들 바라본다. 재미있게 놀았네. 이렇게 빈자리를 네 그림으로 꾸며 주고 싶었지? 이 종이를 잘 건사해서 네 동생 글놀이 할 적에 쓸 수 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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