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86. 2013.12.12.ㄴ 문득 책에 사로잡혀

 


  누나가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붙잡으면 곁에서 알짱거리며 책은 내려놓고 저랑 놀자고 하는 작은아이인데, 문득 책에 사로잡힌다. 누나는 누나대로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저도 저대로 그림책을 들여다본다. 가끔은 이렇게 차분하게 앉아 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살풋 누릴 수 있겠지. 놀다가도 쉬고, 또 쉬다가도 놀면 돼.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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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85. 2013.12.12.ㄱ 능금빛 책읽기

 


  아이들한테 능금을 잘라 준다. 집에서는 껍질을 그대로 준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밥그릇에 얹은 능금을 받고는 밥상 앞에 앉는다. 큰아이는 “나, 책 보면서 먹어야지.” 하면서 도라에몽 만화책을 가지고 온다. 책을 보면서 아주 천천히 능금을 씹는다. 보고 또 보며 다시 본 만화책이지만, 볼 적마다 새롭게 빨려든다. 배고프다 하면서 막상 능금은 아주 느릿느릿 깨문다. 만화책 넘기느라 바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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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3-12-15 02:23   좋아요 0 | URL
능금이 뭔지 들어보기는 했지만 실물은 한번도 본적이 없네요. 저도 능금 한입만.....주세요.

파란놀 2013-12-15 02:36   좋아요 0 | URL
'사과'는 일본 품종이름 가운데 하나이고요,
그러니까, '홍옥'이나 거석거석 이런저런 것들과 같이
그저 품종일 뿐이에요.

우리말은 '능금'이고,
능금보다 오래된 옛말은 '멋'이랍니다~ ^^

그런데 '멋'은 너무 오래된 말이고,
시골에서는 '능금'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에
저도 '능금'이라고 써요.
 

자전거쪽지 2013.12.10.
 : 나도 이제 구를게요

 


- 바람이 살짝살짝 불어도 해가 걸리면 따스한 겨울이다. 남쪽 끝자락 고흥은 영 도 밑으로 거의 안 떨어지니 겨울에도 포근하지만, 다른 고장에서는 눈발이 날리겠구나 싶다. 아이들한테 옷을 두툼하게 입으라고 얘기한다. 자전거를 마당으로 꺼낸다. 안장 조임쇠를 살핀다. 안장 조임쇠 고무가 거의 다 닳았다. 아슬아슬하지만 한두 차례 더 탈 수는 있겠구나 싶다. 읍내 자전거집에 가서 안장 조임쇠를 장만해야겠는데 읍내에 나갈 일이 좀처럼 없다. 따로 일거리를 만들어서 얼른 나들이를 해야지, 이래서야 아이들과 자전거마실 못 다니겠네.

 

- 작은아이는 수레에 앉히니 곧 잠들 낌새이다. 큰아이는 모자와 장갑을 씌우고 샛자전거에 앉힌다. 오늘은 여느 날보다 더 천천히 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마을 어귀 벗어날 즈음 큰아이가 “나도 이제 구를게요.” 하면서 자전거 발판을 굴러 준다. 고맙구나. 너도 제법 키가 자랐으니 발판을 구르면 참말 고맙지. 그런데 큰아이가 자전거 발판을 구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뒷거울로 살피니,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자꾸 밑으로 내려간다. 뭘 하나? 또 샛자전거에서 이래저래 노는가. 얼마 뒤 큰아이 발이 길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난다. 뒤를 돌아보니 큰아이가 몸을 아래로 내리며 놀다가 그만 팔에 힘이 없어 다시 위로 못 올라오며 대롱대롱 매달린다. 서둘러 자전거를 멈춘다. 조금 큰 소리로 큰아이를 나무란다. 달리는 자전거에서 위험한 짓을 하면 되니.

 

- 꾸지람을 들은 큰아이 얼굴이 꾸물거린다. 큰아이한테 말한다. “벼리야, 달리는 자전거에서 놀더라도 위험하게 놀면 안 돼. 그렇게 위험하게 하다가 떨어지면 크게 다쳐. 그러니 그렇게 놀지 말라고 말하잖아. 아버지가 소리를 쳤으면 미안해.” 큰아이는 그대로 꾸무룩한 얼굴이다. “벼리야, 자전거 타지 말까? 집으로 돌아갈까? 자전거에서 시무룩한 얼굴 하면 아버지도 자전거 달리기 싫어.” 자전거를 세우고 묻지만 아무 말을 않는다. 더 말을 않고 우체국으로 간다. 우체국 앞에 선다. 자전거에 내린 큰아이가 꼼짝을 않는다. 안으려 하면 팔을 빼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눈물을 흘린다. 자전거에서 떨어질까 봐 무서웠는데 다독이지 않고 소리만 질러서 아이가 마음을 다쳤나. 한참 있다가 아이를 왼어깨로 안는다. 큰아이를 안은 채 소포꾸러미를 오른손으로 들고 들어간다. 이십 킬로그램 가까운 아이를 왼어깨에 안은 채 소포를 부치려니 두 팔이 다 저리다.

 

- 면소재지 가게에 들른다. 달걀과 김을 사는데 큰아이가 면소재지 가게에 있는 ‘폴리 장난감’을 보더니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저것 사 달라고 조른다. “벼리야, 우리는 장난감 사러 여기 나오지 않았어. 저 장난감은 안 사.” 큰아이는 큰소리를 내며 사 달라며 떼를 쓴다. 문득 저것 사 주며 달랠까 생각해 보다가, 그것과 이것은 아주 다른 일인 만큼 장난감은 장난감을 사기로 하고 나올 때에 사고, 오늘은 다른 볼일로 나온 날이니 지나치기로 한다. 벼리야, 우리 집에 있는 장난감들은 어쩌고 왜 새 장난감을 바라니.

 

- 면소재지 빵집에 들러 빵 한 점 집으니 큰아이 마음이 조금 풀린 듯하다. 살짝 한숨을 돌린다. 작은아이는 잘 잔다. 찬바람이 불건 말건 옆으로 살짝 기댄 채 새근새근 잔다. 네 누나도 그 수레에서 참 오래 많이 잠을 잤단다.

 

- 동오치마을 지나 동호덕마을로 접어들 무렵, 큰아이가 춥다 말한다. 그러게, 옷을 제대로 챙겨 입으라 했잖니. 겨울에는 해가 올라온 낮에도 자전거를 달리면 춥단다. 내 겉옷을 벗어 큰아이 가슴에 두른다. “아버지는 어떡하고요?” “아버지는 너희 태우고 자전거 달리면 땀이 나니 괜찮아.” 반소매 차림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찬바람을 맞바람으로 받으니 땀이 흐를 겨를이 없다. 손과 팔뚝과 팔이 모두 발갛게 언다. 그래도 겨울에는 이렇게 살짝 어는 느낌이 좋아 자전거를 달린다. 아이들도 이런 찬바람 바알갛게 어는 느낌을 몸으로 받아들일까.

 

- 빈들 사이를 지나 마을에 닿는다. 큰아이더러 대문 열어 달라 말한다. 작은아이는 집에 닿을 무렵 잠에서 깬다. 더 자지 벌써 일어나니. 작은아이 수레에서 내리고 자전거를 제자리에 놓는다. 대문을 닫고 마당을 치운다. 기지개를 켠다. 후박나무한테 인사를 하고 수레에서 짐을 꺼내 방으로 들어간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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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4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12-15 00:06   좋아요 0 | URL
에고고, 쑥스럽습니다 ^^;;;
 

마흔 살과 스무 해

 


  나한테 새해는 마흔 살이 되는 해이다. 나는 스무 살부터 어버이 집에서 따로 나와서 혼자 살림을 꾸렸으니, 살림을 꾸린 지 꼭 스무 해째 되는 해가 되기도 한다. 마흔 살 가운데 반토막을 집일을 나란히 하는 삶으로 누린 셈이다.


  아침에 마룻바닥을 맨손으로 쓸다가 그만 오른손 셋째손가락을 크게 벤다. 핏물이 똑똑 떨어진다. 웬만큼 베어서는 손가락이든 다리이든 어느 곳이든 아무것도 안 바르고 안 붙이는데, 오늘만큼은 빨간약으로 소독을 하고 밴드를 두른다. 그런데 퍽 성가시다. 안 하다 하니 그런 듯하다. 푼다. 그런데, 풀자마자 벤 자리가 벌어진다. 다시 피가 날 듯하다. 이번에는 하얀 그물천을 대고 돌돌 감는다. 더 도톰하다.


  설거지는 할 수 있을까. 빨래는 할 수 있을까. 밥은 지을 수 있을까. 에휴 한숨 한 번 쉬다가 그대로 자판을 두들기고 빗질을 하고 밥을 짓는다. 설거지는 왼손으로 한다. 칼질을 하고 고구마를 헹군다. 무를 썰고 국을 끓인다.


  지난날 돌이키면 손가락이든 발가락이든 이곳저곳 곧잘 다쳤다. 제대로 마음을 쓰지 않아 다치고, 몸을 함부로 굴리다가 다쳤다. 손끝이 살짝 베더라도 신문을 돌리려 자전거를 몰 적에 번거롭다. 무릎을 다치거나 어깨를 다쳐도 신문배달뿐 아니라 글쓰기와 청소와 밥하기 모두 고단하다. 어느 한 곳 다칠 때에는 다음에 이렇게 다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다치면 아파서 안 좋다기보다 집일과 집살림 모두 여러 곱 힘을 들여야 하니까.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그물천은 젖어서 벗긴다. 벤 자리는 아직 아물지 않는다. 넓직한 밴드를 새로 붙인다. 저녁까지 이대로 두고 잘 때에 벗겨야겠다. 밥은 알맞게 익고 국도 이럭저럭 익는다. 달걀도 다 삶았으니, 조금 뒤 아이들 부엌으로 불러 밥을 먹여야지.


  다른 사내들은 혼인을 하면 집일을 거의 안 하거나 아주 적게 할 텐데, 나는 혼인하기 앞서부터 언제나 집일을 혼자 맡아서 했고, 혼인한 뒤로도 집일을 도맡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모든 살림을 고만고만하게 다스리면서 하루를 누린다. 집일과 집살림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한테 제대로 마음을 쏟지 못하는 곁님과 지내니 여러모로 일거리가 그득그득 쌓인다. 이렇게 지내니 책방마실은커녕 집에서 느긋하게 책을 펼칠 겨를조차 모자란다. 그러면 나는 슬프거나 힘든 삶일까. 아무것도 못하는 삶일까. 틈이 없어 글을 못 쓸까.


  집일을 도맡으니 외려 더 글을 많이 쓸 수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늘 새롭게 글을 쓰고 책을 읽기도 한다고 느낀다. 밥을 짓는 글을 쓰고, 국을 끓이는 책을 읽는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글을 쓰고, 아이들 놀이를 함께 누리는 책을 읽는다. 손가락이 다치면 다치는 대로 재미난 글을 쓸 만하고, 손가락이 나을 무렵 새삼스러운 책을 읽는구나 싶다.


  내 나이 스무 살이던 지난날은 우리 어머니가 이녁 작은아이와 누린 스무 해였겠지. 그무렵 어머니는 어떤 넋과 삶과 말로 하루를 누리셨을까. 앞으로 우리 아이들 스무 살 나이가 되면, 내가 우리 어버이와 제금을 나며 살던 무렵 어머니가 느꼈을 마음이 될까. 이제 천천히 첫 걸음 내디디는 삶이 아닐까 하고 돌아본다. 4346.12.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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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7) 존재 167 : 속도의 차이가 존재

 

속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 인간의 생활은 어디를 둘러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호시노 미치오/김욱 옮김-여행하는 나무》(갈라파고스,2006) 247쪽

 

  ‘속도(速度)’는 ‘빠르기’로 다듬고, ‘차이(差異)’는 ‘다르다’로 다듬습니다. “속도의 차이가”는 “빠르기가 다른”이나 “다른 빠르기”로 손보면 됩니다. “인간(人間)의 생활(生活)”은 “사람살이”나 “사람들 삶”이나 “우리 삶”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속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
→ 빠르기가 다를 뿐
→ 빠르거나 느릴 뿐
→ 빠르거나 느리기만 할 뿐
 …

 

  이 글월에서는 ‘존재할’을 ‘있을’로 고쳐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존재’만 다듬어서는 말짜임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속도의 차이”란 무엇일까요. 빠르기가 다르다는 소리인데, 사람들 삶에서 빠르기가 다르다 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문명이 빠르게 달라지거나 천천히 달라진다는 뜻일까요. 바쁘게 살거나 느긋하게 산다는 뜻일까요.


  곰곰이 생각하면, 이 글월은 일본글에서 한자만 한글로 바꾸고 ‘の’는 ‘-의’로 고친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速度の差異が存在”를 껍데기만 한글로 옮겨적은 꼴입니다.


  무늬만 한글이어서는 한국말이 안 돼요. 겉모습이 아닌 알맹이로 한국말이 되어야 알맞습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분들이 한국말을 조금 더 깊고 넓게 살피는 한편, 한국말을 알뜰살뜰 새롭게 익혀야 한다고 느낍니다. 4346.12.14.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빠르거나 느릴 뿐 사람들 삶은 어디를 둘러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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