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2.24. 큰아이―봄날 평상에서

 


  달력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날씨는 봄이다. 볕이 좋고 바람이 달콤하다. 이런 날은 집안에 있을 수 없다. 할배도 아이도 모두 바깥에서 지낸다. 일흔 여든 늙은 분들은 흙을 만지면서 일하고, 일곱 살 어린이는 마당에서 한참 뛰놀다가 평상에 엎드려 글씨쓰기를 익힌다. 봄볕을 보고 봄바람을 들으면서 글씨 하나마다 이야기를 담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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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2.24. 큰아이―물감 그림 재미있네

 


  크레파스나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문득 ‘물감놀이’를 알아본다. 이것저것 잔뜩 들쑤시면서 온 집안을 제 장난감으로 어지럽히다가 알아본 ‘물감놀이’를 들고는 어머니더러 병에 물을 담아 달라고 얘기한다. 곁님은 빈 잼병에 물을 따라 주고, 두 아이는 그림종이를 넓게 펼쳐서 붓을 놀린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며 논다. 일곱 살 큰아이는 일곱 살 들어 처음으로 물감그림을 그리는데, 석석 부드럽게 그린다. 크레파스나 크레용은 힘을 꼬옥 주고 수없이 비벼야 빛깔이 묻어나지만 물감은 보드랍게 스윽 지나가면 고운 빛이 흐른다. 무척 오랫동안 아주 천천히 알록달록 온갖 무늬와 이야기를 그림종이에 담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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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13] 겉모습

 


  꽃내음은 언제나 꽃내음
  씨앗은 어디서나 씨앗
  삶은 한결같이 삶.

 


  내가 누군가를 겉모습으로 바라보면서 따진다면, 누군가는 나를 겉모습으로 바라보면서 따집니다. 내가 누군가를 속마음을 따사롭게 읽으며 사랑하면, 누군가는 나를 속마음을 따사롭게 읽으며 사랑합니다. 콩을 심기에 콩이 나고, 팥을 심기에 팥이 납니다. 꽃내음을 맡고 싶은 사람은 꽃내음을 맡습니다. 씨앗을 심어 돌보고 싶은 사람은 어디서나 씨앗을 심으며 돌봐요. 내가 남한테 겉모습으로 보여지기를 바라기에, 나 스스로 남을 겉모습으로 바라봅니다. 내가 이웃하고 따순 사랑을 나누며 어깨동무를 하기에, 내 이웃들도 즐겁게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따순 사랑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4347.2.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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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장만한 책을 선물하기

 


  책을 장만하는 까닭은 누구보다 나 스스로 읽고 싶기 때문이다. 곁님도 아이들도 없이 혼자 책빛을 누리던 지난날에도 ‘나 혼자만 읽을 책’보다는 ‘뒷사람한테 물려줄 책’을 생각했는데, 곁님과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오늘은 더더욱 또렷하게 ‘아이와 나중에 함께 읽을 책’을 생각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아버지 책을 좋아할 수 있고 안 좋아할 수 있는데, 어느 쪽이든 아이들 몫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해 주건 안 좋아해 주건 ‘책이 있어야’ 좋아하거나 안 좋아할 수 있다. 오늘 널리 읽히는 책이라 하더라도 스무 해 뒤에는 사라진 책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나 스스로 즐겁게 읽는 책을 고이 건사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일을 생각한다. 아이들이 나중에 책짐이라 여긴다면 둘레에 나누어 줄 테고, 아이들이 나중에 책빛이라 여긴다면 기쁘게 읽어 주겠지.


  헌책방을 애써 찾아가서 책을 장만한다. 새로 나오는 책이 날마다 무척 많지만, 굳이 예전 책을 찾으러 헌책방마실을 한다. 판이 끊어졌을 뿐 아니라 까맣게 잊힌 책을 찾으러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간다. 천 사람도 아니고 백 사람도 아닌 열 사람조차 제대로 사랑해 주지 못했을 책이라 하더라도 내가 사랑해 주면 즐거운 책이다. 만 사람이나 십만 사람이 사랑해 줄 때에 빛나는 책이 아니다. 내 책은 내가 사랑해 줄 때에 빛난다.


  오래오래 읽으면서 두고두고 물려줄 책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헌책방마실을 하다가 재미나고 예쁜 책들을 본다. 나는 예전에 읽은 책이지만, 오늘날 새책방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책이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지나치지 않기로 한다. 새롭게 장만한다. 다시 읽으려고 장만하기도 하지만, 고운 책이웃한테 선물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이웃이 생일도 아니고 다른 어떤 기림날도 아니라 하지만, 엽서에 짤막하게 편지를 써서 슬그머니 책선물로 부치자고 생각한다.


  헌책방에서 장만하는 책을 선물하는 일은 돈으로는 못 한다. 돈값으로 치면 천 원이나 이천 원짜리 책일 수 있고, 돈값으로 치면 삼천 원이나 사천원 짜리 책일 수 있다. 새책방에서 만 원이나 이만 원짜리, 때로는 오만 원이나 십만 원짜리 책을 장만해서 선물할 수 있다. 책선물이라 한다면 책값은 대수롭지 않다. 아름답게 읽을 만한 책인가 아닌가를 살필 노릇이다. 두고두고 간직하면서 아름다운 빛과 노래와 내음을 누릴 수 있을 만한 책인가 아닌가를 들여다볼 노릇이다.


  선물할 만한 헌책 한 권을 만나 살살 쓰다듬는다. 서른 해 남짓 쌓인 책먼지를 손바닥으로 살살 닦아낸다. 오늘 읽기에 오늘 마음밥이 되는 책이다. 오늘 만나면서 오늘 사랑노래가 되는 책이다. 책이 있으니 책을 읽고, 책방이 있으니 선물할 책을 장만한다. 4347.2.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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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02-2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에는 헌책방이 없어서 더 정겹게 느껴지는 페이퍼입니다...
헌책 냄새도 그립구요 ㅎㅎ
학교 다닐때 쪼그려 앉아 읽었던 만화책도 그립구요 ^^ ㅎㅎ
책 사이로 보이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ㅎㅎㅎ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파란놀 2014-02-25 13:25   좋아요 0 | URL
고흥에도 헌책방은 없답니다.
읍내까지 나간 뒤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까지 가야 비로소 헌책방이 있어요.

고흥서 헌책방마실을 하자면, 세 시간에 걸쳐 오가야 하고
찻삯도 이만 원 즈음 들어요 ^^;

그래도, 이렇게 가끔 마실을 할 수 있으면
재미난 책들이 찾아들면서
예쁜 이야기가 샘솟더라구요 ^^

드림모노로그 2014-02-25 14:24   좋아요 0 | URL
아휴 장난이 아니네요
말그대로 헌책 찾아 삼만리길이네요...
함께 살기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
다시 한번 존경을 ~!! 보냅니다 ㅎㅎ

파란놀 2014-02-25 20:35   좋아요 0 | URL
멀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책방이니
언제나 즐겁게 마실을 다녀요.
순천도 부산도 인천도 서울도~ ^^

대단하다기보다... 책내음이 저를 이끈다고 할까요~
 

꽃밥 먹자 58. 2014.2.23.

 


  작은아이가 조그마한 요리책을 들고 와서 밥상에 올려놓더니 “이거 먹고 싶어.” 하고 말한다. 응? 너 고것이 무언지 아니? 이쁘게 차린 밥을 먹고 싶다는 뜻인지, 고기로 차린 밥을 먹고 싶다는 뜻인지 살짝 헤아려 본다. 우리 집 아이들이 고기를 맛본 지 제법 되었다고 떠오른다. 가끔은 고기밥도 해야 할까. 아니, 날마다 먹는 밥을 한결 예쁘게 차려야지. 아이들이 보는 눈이 있으니 말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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