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14] 어울림

 


  풀은 흙 품에 안겨 푸르다
  숲은 바람 사이로 빛난다
  사람들은 꿈꾸면서 사랑한다

 


  서로 어우러지는 삶일 적에 저절로 웃음과 노래가 피어난다고 느낍니다. 내 땅이 있으면 하루 네 시간쯤 논밭에서 지내면서 즐겁습니다. 네 시간쯤 숲에 깃들어 나무를 주으면서 숲바람을 마시고, 네 시간쯤 천천히 밥을 지어 천천히 먹으면서 기쁩니다. 네 시간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는 여덟 시간쯤 느긋하게 잠들면서 하루가 싱그럽겠지요.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삶이 된다면, 여덟 시간을 자고 여덟 시간을 돈벌이를 하더라도, 남은 여덟 시간을 사랑스레 누리지 못하지 싶습니다. 4347.2.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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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글 하나로 살아나는 책읽기

 


  2013년 11월에 나온 사진책이 있다. 이 사진책을 책상맡에 한참 둔 끝에 2014년 1월에 느낌글을 썼고, 2014년 3월에 나오는 사진잡지에 사진비평으로 느낌글을 실었다. 십일월과 십이월, 여기에 일월과 이월까지 더한 넉 달이 있기에 느낌글이 태어난 셈이다.


  어느 책은 책방에서 장만한 그날 곧장 다 읽어내어 느낌글까지 새삼스레 쓰곤 한다. 어느 책은 장만한 지 여러 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느낌글을 쓰곤 한다. 어느 책은 처음 장만한 뒤 열 해나 스무 해쯤 지난 뒤 드디어 마음으로 읽혀 느낌길을 쓰곤 한다.


  모든 책은 읽는 때가 있다. 모든 글은 쓰는 때가 있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내 책상맡에 놓은 책이 마음으로 스며들 때를 조용히 기다린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 책상맡에서 쓰고픈 글이 샘솟을 때를 천천히 기다린다.


  배고플 때에 밥을 차려서 먹듯이, 마음이 바랄 적에 책을 읽는다. 배고플 때를 헤아려 흙을 일구어 씨앗을 심어 돌보듯이, 마음이 따사롭게 부풀 수 있게끔 아름다운 책을 미리 장만해서 집안에 둔다. 책읽기는 밥먹기와 같다면, 책을 장만하는 일은 씨앗심기와 같다. 책읽기는 삶읽기와 같다면, 책을 장만하는 일은 삶을 아름답게 북돋우려는 손길과 같다. 그리고, 책읽기와 삶읽기는 ‘책을 즐겁게 읽고 난 느낌’을 글로 갈무리하면서 새롭게 살아난다. 느낌글을 쓰면서 책 하나를 새삼스레 헤아리고, 느낌글을 마무리짓고 나서 오늘까지 가꾼 내 삶을 새롭게 깨닫는다. 4347.2.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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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웃으며 노래하는 사람은 웃음이 담긴 노래와 같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과 웃을 줄 모르거나 아이와 함께 노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웃음도 노래도 없이 메마른 얼굴이 됩니다. 웃음이 없는 삶은 따분합니다. 노래가 없는 사람은 고단합니다. 웃음이 있기에 삶이 밝고, 노래가 있기에 서로서로 즐겁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책을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그림책에는 아이만 나오지만, 아이가 혼자서 집을 보는 설렘과 두근거림 못지않게 아이만 혼자 집에 두고 마실을 다녀오는 어버이 마음이 애틋하게 어우러져 흐릅니다. 이런 그림은 어떻게 그릴 수 있었을까요.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엮을 수 있었을까요. 아이를 따사롭게 바라보는 눈길이기에 이런 그림을 그릴 테지요. 어릴 적 어머니와 아버지를 따사롭게 바라보던 이야기를 돌이켜보면서 이런 그림을 그릴 테지요. 아름다움은 언제나 여느 우리 삶에서 태어납니다. 사랑스러움은 늘 수수한 우리 삶에서 자라납니다. 4347.2.28.쇠.ㅎㄲㅅㄱ

 

..

 

  느낌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림책을 읽으며 감도는 즐거움을 더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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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집 보기- 치히로 아트북 3,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2년 1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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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잡지 《포토닷》 4호(2014.3.)가 나왔다. 다달이 정기구독자가 얼마나 느는지 궁금하다. 아무쪼록 ‘종이책’으로 된 사진잡지가 오래오래 사랑받으면서 우리 사진밭을 알뜰살뜰 가꾸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이달치 《포토닷》에도 사진비평을 하나 써서 실었는데, 다음달치에도 사진비평을 새로 하나 써서 싣고 싶다. 사진을 찍고 읽으며 즐기는 이웃들한테 ‘사진하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들려주고, ‘사진 나누는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이번 《포토닷》 4호는 앞선 책과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사진을 하는 이들 이야기와 한국에서 사진을 하는 이들 삶이 잘 어우러진다. 사진이 좋고 사진잡지가 반가운 까닭을 곰곰이 돌아본다. 시골에서 살면서도 먼 도시에서 펼치는 사진잔치 소식을 볼 수 있는 한편, 이렇게 기록으로 남은 사진을 언제라도 다시 들추어 새록새록 되새길 수 있으니 즐겁다. 마음이 따스할 적에 눈길을 따스하게 보듬는 사진이 태어나고, 마음이 고울 적에 눈길을 곱게 다스리는 사진이 샘솟는다고 느낀다. 모두들 사진 한 장과 함께 웃고 춤출 수 있기를 바란다. 4347.2.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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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닷 Photo닷 2014.3- Vol.4
포토닷(월간지) 편집부 엮음 / 포토닷(월간지) / 2014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3% 적립)
2014년 02월 2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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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집 보기 - 치히로 아트북 3,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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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9

 


하루는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 비 오는 날 집 보기
 이와사키 치히로 글·그림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펴냄, 2002.10.10.

 


  아침 일찍 곁님이 집을 나섭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픈 곁님은 이녁 몸과 마음에 깃든 아픈 뿌리를 스스로 찾아서 달래려고 애씁니다. 쉬운 일일는지 어려운 일일는지 모릅니다. 다만, 곁님한테 아픔이 찾아들었으면 아픔이 찾아든 까닭이 있을 테지요. 내가 아픈 사람하고 같이 살아간다면, 나도 아픈 사람하고 같이 살아가는 까닭이 있을 테지요. 우리 집 두 아이가 아픈 이를 어머니로 두었으면, 아이들로서도 아픈 이를 어머니로 둔 까닭이 있을 테지요.


  아이들이 깊이 잠든 이른아침에 집을 나섭니다. 곁님은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첫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갑니다. 읍내에서는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탈 테고, 순천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구례로 갈 테며, 구례에서 이웃을 만나 함께 공부할 곳으로 갈 테지요.


  아이들은 어머니가 아침에 집을 비운 줄 느즈막하게 알아차립니다. 어머니 없이 지낸 나날이 제법 길기도 해서, 어머니가 또 ‘공부하러’ 나간 줄 깨닫습니다. 두 아이는 마당에서 뛰놀면서 멧새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두 송이 핀 동백꽃을 바라봅니다. 몽오리 단단하고 발그스름하게 맺힌 후박나무 밑에 있는 평상에 앉아서 그림놀이도 합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붓에 물감을 묻혀 “어머니 사랑해 좋아해” 하고 파란 빛깔로 글씨를 적습니다.


.. 엄마가 어디까지 갔는지 보고 올래 ..  (2쪽)

 


  거의 모든 사람들 귀에는 멧새와 들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노래’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 귀에는 풀벌레와 개구리와 맹꽁이가 우는 소리가 ‘노래’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 귀에는 물결소리도 ‘노래’요, 바람소리도 ‘노래’입니다.


  그러면, 자동차나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도 노래가 될까요? 비행기 날아가거나 손전화 울리는 소리도 노래가 될까요?


  어떤 사람은 손전화 울리는 소리를 ‘대중노래’로 바꾸곤 하는데, 이렇게 바꾸면 손전화 울리는 소리는 언제나 노래라고 할 만할까요?


.. 빗방울도 노래를 하고 있네. 참 엄마가 손가락 빨면 안 된댔지 ..  (10쪽)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책 《비 오는 날 집 보기》(프로메테우스 출판사,2002)를 읽습니다. 어머니가 바깥일을 보러 집을 비우는 동안 아이 혼자 집을 보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제 아이는 제법 컸기에 혼자서 집을 봅니다. 웬만하면 어머니와 함께 마실을 갈 법한데, 처음으로 혼자서 집보기로 한 듯합니다. 아이로서는 어머니와 따라 마실을 가는 일도 즐겁지만, 두근두근 설레면서 혼자서 집보기를 하는 일도 즐겁습니다. 처음 겪는 새롭고 재미난 놀이요 삶입니다.


.. 유리창에 내 소원을 써 보았어 ..  (21쪽)


  언제나 아이와 함께 마실을 다니거나 저잣거리에 가셨을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이만 혼자 집에 두고 나서는 길’이 얼마나 설렜을까요. 아이가 집에서 혼자 잘 있는지 얼마나 두근거리면서 궁금할까요. 어머니도 웬만하면 아이와 함께 마실을 가고 싶었겠지요. 어머니도 아이와 함께 마실을 갈 적에 훨씬 즐거웁겠지요.


  그러나, 어머니도 아이도 자라야 합니다. 어머니도 아이도 스스로 씩씩하게 살아야 합니다. 아이는 어버이 품에서 벗어나 씩씩하게 두 다리로 섭니다. 어버이도 아이를 살그마니 놓아 주면서 씩씩하게 두 팔로 기지개를 켭니다.


  새끼 제비는 날갯짓을 익혀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합니다. 어미 제비는 다 큰 새끼 제비한테까지 먹이를 물어다 주지 않습니다. 어미 제비라면 훨씬 쉽고 빠르게 먹이를 잡을 테지만, 아이가 크기를 바라니, 눈물을 삼키면서 고개를 홱 돌립니다. 어버이는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니, 아이 혼자서 집보기를 시킵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뛰놀기만 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가 저희끼리 마당에서 스스로 놀이를 찾아내거나 만들어서 놀기를 바라면서 살그마니 지켜봅니다.


  유리창에 꿈을 손가락으로 적어 봅니다. 마음밭에 사랑을 가만히 씨앗 한 톨로 심습니다. 하얀 종이에 우리 이야기를 그림으로 곱게 그립니다. 가슴속에 부푼 이야기를 그득그득 담습니다. 하루는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4347.2.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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