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24. 대문을 드디어 열다 (2014.5.24.)



  수레를 붙인 자전거를 타려면 대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큰아이는 껑충 뛰어도 대문 위쪽 걸쇠를 열지 못한다. 손이 안 닿으니까. 대문을 타고 오르면서 손을 뻗어도 안 닿는다. 그런데 받침대를 놓고 올라가니 까치발을 해서 겨우 손이 닿는다. 얼마 앞서까지도 이렇게 했으나 손가락이 안 닿더니 이날 드디어 처음으로 대문을 연다. 누나가 대문 윗 걸쇠를 여니 작은아이는 아랫걸쇠를 열며 대문을 손으로 밀어 함께 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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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23. 잘 붙잡아 주렴 (2014.5.24.)



  자전거마실을 가려다가 집에 놓고 온 한 가지를 떠올린다. 큰아이를 부른다. “벼리야, 자전거 좀 붙잡아 주렴.” “얼른 갔다와요.” 빠뜨린 짐을 챙겨서 돌아온다. 큰아이는 동생을 불러 함께 붙잡으라고 말한다. 둘이 나란히 자전거를 붙잡는다. 이쁜 손길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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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30] 웃보



  작은 일에도 으레 우는 아이가 있습니다. 울음이 많은 아이를 가리켜 ‘울보’라 합니다. 작은 일에도 으레 웃는 아이가 있습니다. 웃음이 많은 아이를 가리켜 곧잘 ‘웃보’라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울보’는 실어도 ‘웃보’를 안 싣습니다. 우는 아이를 가리키는 이름은 한국말사전에 나오지만, 웃는 아이를 가리키는 이름은 한국말사전에 안 나옵니다. 예부터 누구나 흔히 웃으면서 살아가니 “잘 웃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은 따로 없을까요. 누구나 웃으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잘 웃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 있을 만하지 않을까요. 아이와 살을 부비면서 놀면 아이는 끝없이 웃습니다. 웃고 또 웃으며 자꾸 웃습니다. 웃다가 눈물이 찔끔 나옵니다. 너무 웃은 탓에 힘들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서로 웃보가 되어 하루를 즐깁니다.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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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말괄량이 삐삐 (6disc)
올레 헬봄 감독, 잉거 닐손 외 출연 / 엠앤브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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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

Pippi Longstocking, 1968



  아이들과 〈말괄량이 삐삐〉를 볼 적마다, 이 영화가 자그마치 쉰 해를 넘은 작품인 줄 깨달으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쉰 해가 훨씬 더 묵은 영화이지만, 언제 보아도 새로우면서 새삼스럽다. 삐삐가 하늘을 나는 까닭은 삐삐 스스로 하늘을 날겠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삐삐 스스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알기 때문이다. 삐삐네 동무인 토미와 아네카는 ‘사람은 하늘을 못 날아’ 하고 생각하니까 하늘을 못 난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갑갑하거나 메마른 학교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삐삐는 억지스레 학교에 붙잡히지 않아도 된다. 삐삐가 학교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교사는 차분하게 아이들을 마주한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삐삐 같은 아홉 살짜리 아이가 신을 신고 책상에 발을 척 올리면 무어라 할까? 예전이라면 교사가 손찌검을 하며 거친 말을 일삼을 테지만, 오늘날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으리라 느낀다.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살아가는 삐삐이다. 삐삐와 동무가 되는 아이들도 삐삐와 함께 노래를 하면서 논다. 놀 적에는 늘 노래가 뒤따른다. 아니, 노니까 노래를 부른다. 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은 대중노래나 유행노래에 매달리기만 한다. 삶을 빛내는 노래는 즐거운 놀이에서 태어나고, 즐겁게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아름답게 사랑을 밝히는 길을 걷는다.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


나는 디브이디 넉 장 있는 상자로 장만했는데

디브이디 여섯 장짜리가 새로 나왔네.

여섯 장짜리와 넉 장짜리는 얼마나 다를는지 모르겠으나

둘은 똑같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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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일반판 - 아웃케이스 없음
와이드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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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 Memories Of Matsuko, 2006



  어느 날 곁님이 문득 말한다. “〈마츠코〉 봤어요?” 나는 한 마디로 말한다. “아니.” “그럼 봐요. 당신이 무척 좋아할 영화예요.” 곁님 이야기를 듣고 이레쯤 지나서 비로소 이 영화를 본다. 곧바로 볼 수도 있으나, 집일을 도맡으며 지내다 보니, 이래저래 바쁘고 힘들어서 이레가 지나고서야 비로소 숨을 돌리며 보았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려면 틈을 낼 수 있지만, 곁님이 이래저래 보라고 알려준 영화라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을 때에 보고 싶었다.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본다. 영화를 한 시간 반쯤 볼 무렵, 큰아이가 잉잉댄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영화를 조용히 보는데 일곱 살 큰아이가 쉬가 마려운가 보다. 어쩌나. 영화를 끊고 쉬를 잘 누여서 재워야지.


  이틀 뒤 비로소 나머지를 마저 본다. 이틀이 지나기까지 이래저래 집일을 하느라 참 바빴다. 이틀 동안 이불도 여러 채 빨았고, 영화를 다 본 오늘은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제법 먼 나들이를 다녀오기까지 했다.


  영화 〈마츠코〉는 무엇을 말할까.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삶을 누렸을까. 시시하다고 보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 아름답다고 보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 내 삶과 네 삶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오늘 누리는 삶과 네가 오늘 누리는 삶은 서로 어떻게 잇닿는가. 아픈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읽는가. 기쁜 사람들 웃음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웃고 노래할 적에 즐겁다. 웃음은 남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 노래는 남이 불러 주지 않는다. 웃음도 노래도 언제나 스스로 빚고 가꾸며 누린다. 마츠코는 살고 싶었고, 고운 마음이고 싶었으며, 여린 동생과 사이좋게 꿈꾸고 싶었다. 이리하여 이 길대로 새 빛이 된다.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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