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에 《가부키초》라는 사진책이 한국말로 나왔다. 이런 사진책을 한국말로 옮길 수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짝 궁금했다. 권철이라는 이름을 사진가로 알린 책은 《가부키초》라기보다 《てっちゃん》이다. 그런데, 《てっちゃん》보다 《가부키초》를 먼저 한국말로 옮기다니? 곰곰이 살펴보니, 권철이라는 분 사진이 깃든 책으로 2005년에 《우토로》가 나온 적이 있다. 사진책 《우토로》는 일찌감치 판이 끊어졌다. 한국사람은 정작 한국 이야기에 눈길을 덜 둔다고 할까. 한국사람은 막상 한국 이야기에 따순 손길을 못 뻗는다고 할까. 《てっちゃん》이라는 사진책을 한국말로 옮기면 얼마나 ‘팔릴’ 만할까. 여러모로 헤아렸을 적에 한국에서는 《가부키초》가 한결 잘 ‘팔릴’ 만하다고 여길 수 있겠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 나온 사진책’ 《てっちゃん》을 주문해서 보름 남짓 기다린다. 책을 받는다. 찬찬히 넘긴다. 사진책 《てっちゃん》을 보면 ‘고빗사위’로 여길 만한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주 수수한 모습을 찍을 뿐이다. 도드라진 구비나 고랑을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여느 자리에서 여느 삶을 일구는 사람들 모습이라면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저 곁에서 동무가 되어 함께 있거나 지켜보면 넉넉하다. 굳이 이런 모습을 하거나 저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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てっちゃん: ハンセン病に感謝した詩人 (單行本)
權徹 / 彩流社 / 2013년 11월
25,190원 → 23,420원(7%할인) / 마일리지 71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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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강제 철거에 맞선 조선인 마을
우토로를지키는모임 지음, 배지원 옮김, 권철 사진 / 민중의소리 / 2005년 7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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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부키초
권철 지음, 안해룡 옮김 / 눈빛 / 2014년 3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43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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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글이 된다



  무엇을 쓰든 글이 된다. 이야기를 담으면 글이 된다. 이야기가 없어도 글은 글이다. 이를테면, 종이팩에 담긴 우유를 ‘누르는 곳’에 적힌 글도 글이고, 과자 봉지에서 ‘뜯는 곳’에 적힌 글도 글이다.


  사람 가운데 사람이 아닌 사람은 없다. 모두 사람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한결 낫거나 덜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모두 같이 나아갈 아름다운 빛이라고 생각한다.


  나무를 볼 적에도 이와 같다. 한결 나은 나무라든지 덜 떨어지는 나무가 있을 수 없다. 모두 아름다운 나무이다. 다만, 아픈 나무가 있고 튼튼한 나무가 있다. 아파서 죽으려고 하는 나무가 있고, 씩씩하게 줄기를 올리는 나무가 있다. 이와 맞물려, 아픈 사람이 있고 튼튼한 사람이 있다. 괴롭고 힘들어 죽으려는 사람이 있고, 씩씩하게 기운을 내면서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글은 모두 글인데, 글은 어떤 글일까. 아름다운 글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안 아름다운 글이 있다고 할 만할까. 아픈 글과 튼튼한 글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이 감도는 글이랑 사랑이란 터럭만큼도 없는 글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좋은 글과 나쁜 글은 없다고 느낀다. 그저 느낌과 생각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글이 있고, 내 살갗에 와닿는 빛이 다른 글이 있지 싶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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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4) 존재 184 : 지켜야 하는 존재

죽을 힘을 다해 지켜야만 하는 존재도 없었다. 베티를 보호하는 내 역할은 이미 끝났다
《호즈미/조은하 옮김-결혼식 전날》(애니북스,2013) 120쪽

 지켜야만 하는 존재
→ 지켜야만 하는 사람
→ 지켜야만 하는 동생
→ 지켜야만 하는 한식구
→ 지켜야만 하는 사랑
 …


  이 자리에서 말하는 ‘지켜야만 하는’ 누군가는 ‘한식구’입니다. 내 ‘동생’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한식구’나 ‘동생’이라고 적으면 됩니다. 또는, 한식구나 동생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담아 ‘사랑’이라 적을 수 있어요. 수수하게 ‘사람’이라 적어도 돼요.

  ‘님’이라든지 ‘고운 님’이라든지 ‘사랑하는 님’으로 적으면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낱말 하나에 따라 뜻과 느낌과 이야기를 한결 깊거나 넓게 밝힐 수 있습니다. 4347.7.18.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죽을 힘을 다해 지켜야만 하는 사람도 없었다. 베티를 보살피는 내 몫은 이미 끝났다

한자말 ‘보호(保護)하다’는 ‘지키다’나 ‘보살피다’를 뜻합니다. 보기글을 보면, 앞쪽은 ‘지켜야만’으로 써요. 뒤쪽도 ‘지키는’으로 쓰면 됩니다. 또는 ‘보살피다’를 넣을 수 있어요. ‘역할(役割)’ 같은 일본 한자말은 ‘몫’이나 ‘노릇’이나 ‘구실’이나 ‘일’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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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3) 존재 183 : 한계는 존재


경계와 한계는 넘어가기를 멈추는 자리에만 존재한다 … 너머는 모든 방향으로 무한히 펼쳐 있다 …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한 우주가 있을 뿐이다

《마이클 A. 싱어/이균형 옮김-상처받지 않는 영혼》(라이팅하우스,3014) 198, 199쪽


 멈추는 자리에만 존재한다

→ 멈추는 자리에만 있다

→ 멈추는 자리에만 찾아온다

→ 멈추는 자리에만 생긴다

→ 멈추는 자리에만 나타난다

 …



  경계이든 한계이든 있거나 없습니다. 생기거나 안 생깁니다. 나타나거나 안 나타납니다. 드러나거나 안 드러나며, 서거나 안 섭니다. 한자말 ‘존재’를 쓰면, 이 보기글에서 경계나 한계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는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겠구나 싶습니다. 또렷하게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곰곰이 따지면, 이 보기글에서 “무한히 펼쳐 있다”도 “무한히 존재한다”처럼 적을 만했어요. 아무 데나 ‘존재’를 집어넣을 수 있지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아무 데나 넣을 수 있는 ‘존재’ 같은 낱말은 어디에도 넣을 만하지 않습니다.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 한계는 있지 않다

→ 한계는 없다

→ 한계는 있을 수 없다

 …


  쓰려고 하기에 쓰는 낱말입니다. 아름답게 쓰려고 하면 아름답게 쓰는 낱말입니다. 딱딱하게 쓰려고 하면 딱딱하게 쓰는 낱말이고, 길들거나 익숙한 대로 쓰려 하면 언제까지나 길들거나 익숙한 대로 쓰는 낱말입니다.


  한국말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한국말을 어떻게 쓸 때에 아름다울까요. 내 마음을 나타내고 내 넋을 드러내려면 어떤 낱말을 고를 때에 가장 또렷하면서 즐거울까요. 4347.7.18.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경계와 한계는 넘어가기를 멈추는 자리에만 나타난다 … 너머는 모든 곳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 끝은 있지 않다. 가없는 우주가 있을 뿐이다


‘한계(限界)’는 “미칠 수 있는 곳”을 가리킵니다. 이 한자말은 그대로 쓸 수 있으나, 글흐름에 따라 ‘끝’이나 ‘막다른 곳’이나 ‘마지막’으로 손볼 수 있어요. ‘경계(境界)’는 “나뉘는 곳”을 가리킵니다. 이 한자말도 그대로 쓸 수 있으나, 글흐름에 따라 ‘갈림길’이나 ‘울타리’나 ‘금’으로 손볼 만합니다. “모든 방향(方向)”은 “모든 곳”으로 손질하고, ‘무한(無限)히’는 ‘끝없이’로 손질하며, “펼쳐 있다”는 “펼친다”나 “펼쳐진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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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천하장사 마돈나 : 초회 한정판
CJ 엔터테인먼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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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

2006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2008년 무렵에 보았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여겨서 극장에서 안 보았다. 뒤늦게 디브이디로 이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다가 1995년부터 인천을 떠났고, 2007년에 비로소 다시 돌아왔다. 이러다가 2010년 가을에 다시 인천을 떠나 시골에서 지내는데, 2008년은 한창 인천 골목동네를 돌아다니던 무렵이다. 어릴 적에는 그리 눈여겨보지 않았으나 어른이 되어 새롭게 돌아보는 고향 골목이라고 할까.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사내로 태어났으나 가시내로 살고 싶은 아이’가 나온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지내는 골목동네라든지, 이 아이가 운동부 연습을 하며 달리는 동네라든지, 이 아이가 머리를 움켜쥐면서 달음박질을 치다가 주저앉는 동인천 한복판이라든지, 하나같이 애틋하면서 아련한 빛이 흘렀다. 영화 줄거리는 줄거리대로 아기자기하게 잘 짰구나 싶은 한편, 영화를 이루는 온갖 무대와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살리면서 보여준다고 느꼈다. 아버지와 아이가 한판 붙은 그 골목 한켠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영화를 볼 적에 누군가는 줄거리를 따진다. 누군가는 연기 솜씨를 따진다. 누군가는 웃음이나 눈물을 따진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그림을 따진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따질 수 있다고 깨달았다. 바로 ‘영화를 찍은 무대가 내 고향’이라고 한다면, ‘내 고향을 영화가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하면서 담아내느냐’ 하는 몸짓과 눈썰미를 따질 수 있구나 싶다.


  인천사람한테 〈천하장사 마돈나〉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만한 작품이라고 느낀다. 다른 고장에서 나고 자란 사람한테는 그 다른 고장을 잘 그리거나 나타낸 애틋한 작품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 느낀다. 이를테면, 〈집으로〉 같은 영화도 어느 시골마을 삶터를 애틋하게 잘 나타낸다고 느낀다. 영화는 영화대로 아름답고, 영화로 찍은 무대도 무대대로 아름답다고 할까. 인천을 잘 모른다거나 인천을 알고 싶다는 이웃이 있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천하장사 마돈나〉를 꼽는다. 잘 헤아려 보면, ‘사내로 태어났으나 가시내로 살고 싶은 아이’ 모습이란 바로 ‘인천이라는 도시가 오늘날 놓인 모습’하고 꼭 닮았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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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7-19 09:5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화를 즐겁게 보았어요~
이야기의 얼거리도 재미있었지만 저는
류덕환,이라는 배우를 인상깊게 만나게 된 영화였어요.^^

파란놀 2014-07-19 10:47   좋아요 0 | URL
영화에 나오는 배역들 연기도 좋았고
여러모로 마음에 많이 남은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