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61] 고운소금



  나는 왜 언제부터 ‘가는소금’이라고 말했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퍽 어릴 적이었지 싶은데, 불쑥 ‘굵은소금·가는소금’을 말하다가 동무가 퉁을 놓았지 싶어요. “얘, ‘가는소금’이 어디 있니? ‘고운소금’이지!” 이러구러 몇 해 지나 어느 날 또 ‘가는소금’이라고 말했는데, 어머니가 ‘고운소금’으로 바로잡아 줍니다. 얼마 뒤 또 ‘가는소금’을 말하고, 이웃 아주머니가 ‘고운소금’으로 바로잡아 줍니다. 한참 여러 해가 흐르고 흐른 요즈음, 우리 집 곁님이 ‘고운소금’ 이야기를 꺼냅니다. 곰곰이 돌이키니, 나는 어릴 적부터 참 끈질기게 ‘가는소금’이라 말했구나 싶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곱다’라는 낱말을 ‘아름답다’라는 뜻으로만 써야 한다고 잘못 알기 때문일까요. 어쩌다 입에 한 번 붙은 말씨가 안 떨어지기 때문일까요. 소금도 밀가루도 잘게 빻을 때에는 ‘곱다’라고 가리킵니다. ‘가늘다’라 가리키지 않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굵은소금·가는소금’이 올림말로 나오고, ‘고운소금’은 올림말로 없습니다. 그러나, 내 어릴 적 동무와 이웃을 비롯해 우리 곁님과 곁님 어머니 모두 ‘고운소금’만 말합니다.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해 보지만 실마리를 알 길은 없습니다. 4347.8.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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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부터 어느 겨레나 ‘풀’을 먹고, ‘풀’로 옷을 짓고, ‘풀’로 신을 삼고, ‘풀’로 그릇과 바구니를 짜며, ‘풀’로 집을 짓기까지 하면서, 모두 ‘풀’로 온 삶을 이루었다. 요즈음은 따로 ‘약초’라는 말을 쓰지만, 약초라는 이름은 부질없다. 모든 풀이 다 약이 되고 밥이 되기 때문에 ‘풀’을 쓰면 될 뿐이다. 풀마다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쓰이는가를 스스로 느끼고 헤아려서 다룰 수 있으면 된다. 오늘날 사람들이 왜 아플까? 풀을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왜 고달플까? 풀을 가까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도시나 시골이나 풀을 짓밟아 없애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책 《누구나 할 수 있는 멋진 바법》은 ‘마법의 정원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데, 다섯째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는 ‘풀(허브)’을 다루어 이웃과 동무를 돕는다. 이웃과 동무뿐 아니라 숲 요정까지 돕는다. 풀에 어떤 기운과 숨결이 있는가 찬찬히 헤아리면서 씩씩하게 삶을 짓는다. 이야기책에서는 아주 가볍게 ‘차를 끓이’고 ‘약을 짓는’ 모습으로만 나오지만, 이 아이가 하는 일은 스스로 숲에 깃들어 풀내음을 먹으면서 풀숨을 마시고 풀빛을 가꾸는 삶노래이다. 4347.8.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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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는 멋진 마법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송소영 옮김 / 예림당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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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정원이야기 시리즈 (전23권 세트) 본책1~21권 + 허브레슨북 2권- 신간 20.허브정원의숨겨진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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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195 : 산(山)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안도현-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2008) 10쪽


 산(山)벌

→ 멧벌



  한라산은 ‘한라산’이지 ‘한라山’이 아닙니다. 북한산은 그저 ‘북한산’입니다. 구태여 한자 ‘山’으로 적을 까닭이 없습니다. 산에 사는 토끼는 ‘산토끼’이지 ‘山토끼’가 아니에요.


  보기글을 보면 ‘산벌’이라 안 적고 ‘산(山)벌’로 적습니다. 왜 이렇게 적어야 했을까요? ‘산벌’이라고만 적으면 헷갈릴까 봐 이렇게 했겠지요? 그렇지만, 바로 뒤에 ‘날갯짓소리’라 나오니까, “산벌 날갯짓소리”라 적는들 헷갈릴 까닭이 없습니다. 헷갈릴 만하다 싶으면 “멧벌”로 적으면 됩니다.


  멧토끼, 멧나물, 멧골, 멧골짝, 이렇게 ‘멧’을 넣으면 되지요. 한국말 ‘메’에 사이시옷을 붙이면 어느 낱말하고도 골고루 어울릴 뿐 아니라, 뜻이 아주 또렷합니다. 4347.8.27.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싸리꽃을 어루만지는 멧벌 날갯짓소리 일곱 근


‘애무(愛撫)’는 “주로 이성을 사랑하여 어루만짐”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 쉽게 한국말로 ‘어루만지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또는 ‘쓰다듬다’나 ‘보듬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산벌의 날갯짓소리”에서는 토씨 ‘-의’만 덜어도 되고, “산벌이 날갯짓하는 소리”로 다듬어도 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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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미리, 미리 쓰는 글



  나는 글을 늘 미리 쓴다. 누군가 글을 써서 달라고 바라면 곧장 글을 써서 보낸다. 내가 앞으로 책으로 엮고 싶다고 꿈꾸는 글도 미리 쓴다. 미리 차근차근 쓴다. 그런데 어제 전화 한 통을 받고는 혀를 내둘렀다.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사에서 글 한 꼭지를 써 주십사 하고 전화를 하셨는데, 어제가 8월 25일인 만큼 ‘시월호’로 넣을 글을 써 주십사 하고 이야기하려는구나 하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십일월호’에 넣을 글을 써 주십사 하고 이야기한다. 잘못 들었나 하고 여겼는데, 곧바로 받은 누리편지를 여니 ‘시월호에 실을 글’이 아닌 ‘십일월호에 실을 글’이 맞다. 그렇다면,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사는 벌써 시월호 편집까지 마쳤다는 뜻이리라. 대단하구나. 참으로 빈틈이 없구나. 이렇게 일을 하고 글을 받으니 아주 많은 사람들을 독자로 이끌면서 잡지를 선보일 수 있구나. 내가 하는 일이 한국말사전 만들기인 터라, 한글날이 있는 시월을 헤아려 ‘한국말 이야기’를 써 주십사 하고 물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시골살이 이야기’를 써 주십사 하고 묻는다. 그래서, 재미나게 글을 쓰기로 했다. 미리 미리 미리. 4347.8.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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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놀이 1 - 버스 온다!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언제 올까? 곧 오지. 이제 오나? 그럼. 부릉부릉 멀리서 버스 소리가 난다. 두 아이가 모두 벌떡 일어서며 달려온다. “버스야! 버스 온다!” 마을 어귀 버스터에서 두 아이가 방방 뛰면서 춤을 춘다. 너희들은 버스 한 번 탈 뿐인데, 아주 좋아서 춤과 노래가 샘솟는구나. 언제나 춤이요 노래이지. 4347.8.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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