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94. 2014.8.28. 책보다 잠자리



  만화책을 보던 사름벼리가 갑자기 만화책을 내버려 두고 동생 옆으로 붙는다. 동생이 잠자리를 보면서 외쳤기 때문이다. “누나! 저기 잠자리!” “어디? 어디?” 만화책보다 잠자리가 재미있다. 만화책 보기보다 잠자리 보기가 마음을 끈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도 누군가 “고양이가 마당에 있네.” 하고 말하면, 사름벼리는 만화책을 내려놓고 후다닥 마루문 앞에 붙어서 마당을 살피며 고양이를 찾으려고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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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말’ 16호 보내기 (사진책도서관 2014.8.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소식지 《삶말》 16호를 이달 첫머리에 엮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비가 거의 그치지 않고 내렸다. 비가 멎어 땅이 마른다 싶은 날은 주말이 끼어 우체국에 가지 못했고, 비가 안 온 여느 날에도 다른 일을 하느라 소식지를 도서관 지킴이한테 미처 못 보내면서 지냈다. 8월이 저물 무렵 비로소 봉투에 주소를 적어 우체국으로 간다. 빗물이 들을랑 말랑 하는 날에 자전거를 몰고 다녀온다.


  큰아이는 도서관에서 둘리 만화책을 꺼내어 읽는다. 골마루 나뭇바닥에 폴싹 주저앉는다. 우리 집 마루도 나뭇바닥이니, 도서관 나뭇바닥도 집과 똑같이 여겨 주저앉는다. 작은아이는 신을 벗고 맨발로 다닌다. 집에서 마룻바닥을 늘 맨발로 뛰어다니니, 도서관 골마루에서도 맨발로 뛰어다니고 싶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아이들이 신을 벗고 맨발로 다닐 수 있으면 아주 좋겠구나. 바닥에 폴싹 주저앉아서 읽다가, 엎드려서 읽다가, 뒹굴면서 놀 수 있으면 아주 좋겠구나.


  아이들은 책만 읽으면서 지낼 수 없다. 삼십 분쯤 책을 읽었으면 삼십 분쯤 뛰놀 만하다. 어느 도서관이든 ‘책 읽는 자리’와 함께 ‘노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구나 싶다. 또는, 도서관 앞마당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면 될 테고, 도서관 앞마당에 냇물이 흐르거나 샘물이 솟아, 아이들이 뛰놀다가 흘린 땀을 씻을 수 있으면 아주 좋으리라 느낀다.


  그나저나 비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올해 여름에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이 이틀이나 사흘 내리 잇지 못하기 일쑤이다. 비가 잦으니 농약을 뿌리는 사람도 꽤 줄기는 했지만, 비가 잦은 만큼 비구름이 걷힌다 싶으면 어김없이 어디이든 농약을 뿌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쉰 해 넘게 농약치기에 길든 어르신들은 농약에서 벗어나기 힘들리라 느낀다. 스무 해나 서른 해 넘게 농약치기를 지켜보고 자란 시골 젊은이도 농약에서 헤어나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이는 도시에서도 엇비슷하다. 아름다운 삶이 아니라 쳇바퀴 얼거리에 갇힌 채 쉰 해 넘게 일에만 파묻힌 이들이 새로운 삶을 꿈꾸기 힘들다. 쳇바퀴 얼거리에 갇힌 채 일만 하는 어버이를 스무 해나 서른 해 남짓 보고 자란 젊은이가 새로운 사랑을 가슴에 품으면서 키우기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라고 느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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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놓고 훌륭하다 말할 만할까. ‘-사’가 붙은 의사가 판사가 되어야 훌륭할까. 아니면 ‘-사’가 붙은 운전기사나 공장 정비사가 되면 훌륭할까. 어느 자리에 있는 사람을 놓고 훌륭하다고 하는가. ‘-부’가 붙는 농부나 가정부나 주부나 일용잡부는 안 훌륭한 사람이 될까. 표성배 님 시집 《기찬 날》을 천천히 읽는다. 시를 쓴 표성배 님이 공장 일꾼으로 지내면서 식구들을 먹여살리는 이야기를 곰곰이 읽는다. 표성배 님은 연장을 손에 쥐고 공장에서 돈을 버는 동안, 정작 이녁 아이들을 제대로 눈여겨보지 못했고, 아이들 손목을 쥐어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아마 오늘날 수많은 노동자는 표성배 님과 비슷한 하루를 누리리라 느낀다. 그러면, 여느 노동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여느 노동자는 안 훌륭한 사람일까. 여느 노동자가 쓴 시는 안 훌륭한 시나 노래나 글일까.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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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날
표성배 지음 / 애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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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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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책 한 권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에 걸쳐 책 한 권을 썼다. 꼭 닷새가 걸렸다. 원고지로 330장이 조금 넘는다. 이만 한 길이야 닷새가 아닌 하루나 이틀 동안 쓸 수도 있지만, 책 한 권으로 여밀 글을 닷새 만에 쓰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닷새 만에 글을 마무리짓고 출판사로 보내면서 온몸이 찌뿌둥하다. 달력에 적힌 날짜로는 닷새이지만, 내 마음이 느끼는 날짜는 다섯 살쯤이지 싶다. 다섯 달에 걸쳐서 쓸 만한 이야기를 딱 닷새에 걸쳐서 썼다.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참말 책을 이렇게 쓸 수 있는가?


  나는 ‘그렇다!’ 하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스스로 이렇게 가다듬었기 때문이다. 지난 스무 해 남짓 꾸준히 하던 일을 돌아보면서 틀을 잡고 글머리를 여니, 입으로 말하듯이 글이 쏟아졌다. 다 쓴 글을 차근차근 되읽으면서 다듬느라 닷새가 걸렸지, 글을 쓴 겨를만 따지면 훨씬 짧은 사이에 글꾸러미를 마무리지었다.


  나 스스로 어떤 글을 썼는지 되새긴다. 나 스스로 어떤 삶을 누리는지 헤아린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아름답고 싶다면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에 아름다운 빛이 퍼진다. 사랑스럽고 싶다면 사랑스러움을 그릴 적에 사랑스러운 숨결로 자란다. 공을 잘 차고 싶으면 그야말로 공을 다루는 솜씨에 모든 힘과 기운과 슬기와 마음과 숨결을 불어넣겠지. 나무를 깎아 걸상을 만들든, 나무를 베어 집을 짓든, 우리는 늘 온 힘과 슬기와 마음과 숨결을 기울일 노릇이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고마운 하루가 흐른다.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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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2
미시마 에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61



네 꿈은 뭔데?

―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2

 미시마 에리코 글·그림

 강동욱 옮김

 미우 펴냄, 2010.9.15.



  “니 꿈은 뭐고?” 하고 묻는 어른은 매우 드뭅니다. 어른들은 “니 꿈은 뭐고?” 같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쳇바퀴처럼 도는 온갖 소식과 정보를 말밥으로 삼을 뿐입니다.


  “너는 꿈이 뭐야?” 하고 묻는 아이들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코앞으로 다가오는 대학입시에 얽매여 좀처럼 꿈을 펴지 못합니다. 꿈을 한 자락 펼 겨를이 있으면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고 하는 윽박지름이나 다그침을 들어야 합니다.


  어른이 되든 아이로 살든 꿈을 꾸거나 생각하거나 나누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굳은 한국 사회이지 싶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꿈을 입밖으로 좀처럼 안 꺼내는 꽉 막힌 한국 사회로구나 싶어요.



- “야, 모리구치! 저 녀석은 어떻게 연습 후에도 미묘하게 좋은 냄새가 나냐, 아앙?” “아, 아야야야. 몰라요. 저도!” “보통은 찬물로 씻어 봤자 땀 냄새도 안 가시는 거 아냐?” (14쪽)




  미시마 에리코 님이 빚은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미우,2010)를 읽으면, 고등학생이면서 야구선수인 ‘가시내 자와’가 나옵니다. 일본에 어떤 법이나 규칙이 있는지 모르지만, ‘남자 선수’ 아닌 ‘여자 선수’는 대회에 나올 수 없다고 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학교 야구부’이기는 하더라도 ‘자와’는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그저 연습만 합니다.


  처음부터 알면서 야구선수로 뛰는 가시내입니다. 처음부터 알지만 야구선수로 지내는 하루가 즐거운 가시내입니다.


  머스마는 무엇을 느낄까요. 솜씨가 모자라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머스마라면 무엇을 생각할까요. 가시내보다 솜씨가 떨어지더라도 머스마이기 때문에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아이라면 무엇을 생각할까요.


  나갈 수 없는 대회인 줄 알면서 언제나 연습을 하는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요. 아이한테도 대회에 나가고픈 마음은 있지만,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한다는 즐거운 웃음과 노래가 가득할까요.



- “여, 여어. 자와. 여기서 뭐 하냐? 너도 새해 참배 왔어?” “아니. 그냥 집에서부터 뛰다 보니까.” “진짜? 너희 집 여기서 꽤 멀지 않냐?” (27쪽)

- “새해 첫날 아침부터 러닝을 하는 여자가 있다니 말이야. 그치?” “댁조 좀 그렇게 열심히 해 보시지?” ‘어차피 그 녀석. 아무리 열심히 해 봤자 시합에도 못 나가는데.’ (30쪽)





  우리는 밥을 먹으려고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고픈 때가 찾아오기를 바라면서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졸릴 때까지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잠을 잘 만한 곳을 얻는 돈을 벌려고 일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똥오줌을 누며 잠을 잔다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을 사귀며 어떤 집에서 살림을 꾸린다면, 모두 뜻이 있습니다. 어디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에 이 삶을 누립니다.


  무엇을 하고 싶나요. 무엇이 되고 싶나요. 꿈이 무엇인가요. 어떤 사랑으로 꿈을 지었나요. 무엇을 할 때에 온몸에 새롭게 기운이 솟으면서 즐거운가요. 무엇이 되겠다는 꿈을 품을 적에 싱그럽게 웃으면서 맑게 노래가 샘솟는가요.



- “야구부는 좋겠다.” “응? 뭐가? 전혀 안 좋거든? 연습도 오래 하고, 규칙도 엄하고, 선배도 짜증나고.” “그런 게 아니라 미야코자와 말이야, 미야코자와! 솔직히 너희들 같이 연습하면서 슬쩍슬쩍 몸을 만지고 그러잖아.” “뭐어? 연습 중에 그런 생각할 여유도 없거든요. 여자니 뭐니 신경도 안 써!” (44∼45쪽)





  야구가 좋다면, 선수로서 대회에 나가도 좋습니다. 야구가 좋다면, 야구 연습을 해도 좋습니다. 야구가 좋다면, 동무들과 야구 놀이를 해도 좋습니다. 야구가 좋다면, 경기장에 가서 구경을 해도 좋습니다. 야구가 좋다면, 텔레비전을 켜거나 라디오를 틀어 야구 소식을 보거나 들어도 좋습니다. 야구가 좋다면, 신문에 실린 야구 기사를 읽어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읽는다면,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가시내’가 야구 부원으로 신나게 연습을 하고 땀을 흘리면서 지내는 하루가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가를 알아차립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안 읽는다면? 좋아하는 마음을 못 읽는다면?


  그저 따분하겠지요. 그저 재미없겠지요. 그저 심심하겠지요.



- “그 촌스러운 블레이저 코트가 마음에 들어? 그거 입는 사람은 미야코자와랑 오타쿠 같은 여자애뿐인걸. 흰 거 입어, 흰 거! 얼마나 예쁜데.” “흰 거는 더러워져서 싫어.” “야구부야말로 매일 흰옷을 더럽히지 않아?” (144∼145쪽)



  이녁은 어떤 꿈을 꾸는가요. 이녁은 어떤 꿈을 지으면서 하루하루 누리는가요? 이녁은 어떤 꿈을 키우면서 즐겁게 사랑을 나누는가요? 이녁은 어떤 꿈을 가꾸면서 아침마다 새롭게 일어나서 활짝 웃는가요?


  우리 모두 즐겁게 살기를 바라요. 우리 모두 기쁘게 웃기를 바라요. 우리 모두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이좋게 어울리기를 바라요. 높고 낮음은 없습니다. 잘나고 못남은 없습니다. 모두 같은 숨결이고, 모두 예쁜 눈빛입니다.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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