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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ㅣ 상추쌈 시집 2
서와(김예슬) 지음 / 상추쌈 / 2020년 11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6.18.
노래책시렁 501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서와
상추쌈
2020.11.25.
멀리 바깥일을 보러 다녀올 적에는 밤을 새거나 이른새벽부터 움직입니다. 안개가 폭 덮은 첫여름 새벽에 씻고서 빨래를 합니다. 마당에 옷가지를 널려는데 발밑에 개구리가 있습니다. 간밤에 실컷 노래하고서 느긋이 쉬려는 때 같습니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한참 마주봅니다. 눈밝은 멧새라면 흙빛으로 몸빛을 바꾼 개구리를 알아챌 테고, 여름이라 다른 먹이가 많으니 굳이 개구리를 안 노릴 수 있습니다.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는 단출히 꾸린 하루노래입니다. 시골에서 밭흙냄새를 맡는 하루가 어떻게 스스로 북돋우면서 가꾸는가 하고 속삭입니다. 손끝에 닿는 흙과 풀과 비와 바람과 해를 고스란히 그립니다. 발끝에 닿는 나무와 돌과 물과 마당을 그대로 담습니다. 노래라고 한다면 온빛입니다. 더하거나 덜지 않으면서 속빛을 그릴 적에 노래입니다. 입히거나 씌우거나 꾸미려고 한다면, 노래가 아닌 노래시늉이게 마련입니다. 생강도 감자도 수박도 호박도 ‘가꾸는 시늉’이 아닌 ‘가꾸는 손’으로 자랍니다. 아이도 어른도 ‘아끼는 시늉’이 아닌 ‘아끼는 손길’이 닿으면서 즐겁습니다. 이제는 밤빛을 누리고서 느끼는 작은사람 작은노래가 작은누리에 작은씨앗으로 퍼지기를 바라요. 큰고장 큰노래는 참 덧없습니다.
ㅍㄹㄴ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 오늘 본 밤하늘을 //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오늘부터/13쪽)
예슬아, 개구리다! / 온몸이 흙투성이인 것 보니까 / 막 겨울잠 자고 일어났는갑다 (개구리는 다 안다/42쪽)
이른 아침부터 / 생강밭 좁은 고랑 사이 / 바짝 쪼그려 앉아 풀 매다 보면 / 어느새 생강 잎 사이로 / 저녁놀이 고개를 내민다 (풍경/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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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서와, 상추쌈, 2020)
그때마다 “저한테는 농사가 공부예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으로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한테서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을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짓기를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4쪽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저에게는 농사였어요
→ 저는 흙을 지을 적에 살아갈 수 있어요
→ 저는 흙을 가꿀 적에 살아숨쉴 만해요
4쪽
농부가 되고 작은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어요
→ 흙꾼이 되고서 작은숨결을 바라보는 눈이 생겨요
→ 흙지기가 되니 작은이웃을 바라보는 눈이 생겨요
5쪽
금요일만 기다리게 되더라
→ 쇠날만 기다리더라
15쪽
농부는 월요병 같은 거 없지?
→ 논밭꾼은 달날앓이 없지?
→ 논밭지기는 첫날앓이 없지?
15쪽
아쉬운 인사 나눈다
→ 아쉽게 손을 흔든다
→ 아쉽게 헤어진다
26쪽
부추전 부쳐 먹고
→ 부추부침 먹고
→ 부추지짐 먹고
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