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내가 잘하는



나는 잘하는 것 없이

다 못한다고 느꼈다

아마 열 살 즈음인데

어느 날 동무가 한 마디 한다

“뭘 벌써 잘하려고 해?”


이 말을 듣고서 놀랐다

“그냥 놀면 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못하는 투성이인 줄 아는 나도

한 가지쯤 잘하는구나 하고


2025.6.24.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나비를



겨울잠에 드는 나비를

겨울끝에 보고서 놀란다

네가 새봄을 알리는구나


봄을 지나 여름에 일어난

나무꽃과 풀꽃마다 다르게

가벼이 내려앉는 나비를 만나면

하던 일을 멈춘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본다


2025.6.24.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7.22. 팔꿈치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집안일을 하고, 바깥일을 하고, 저잣마실에 책집마실을 하는 사이에 온몸을 실컷 쓰는데, 이 가운데 발바닥과 팔꿈치는 더욱 기운차게 한몫을 맡습니다. 서울마실길을 하면서 책을 잔뜩 장만했고, 등짐으로 메고 앞짐으로 안으면서 이틀을 걸어다녔습니다. 이러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니 왼팔꿈치가 저립니다. 느긋이 집으로 책짐을 부쳐서 읽어도 될 텐데, 굳이 길과 길손집과 버스에서 읽겠다며 너무 많이 땀을 뺀 탓입니다.


  바보가 바보인 까닭은 스스로 바보짓을 자꾸자꾸 되풀이하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책벌레는 책바보이기까지 합니다. 책바보는 저절로 책벌레입니다. 욱씬거리는 왼팔꿈치를 쓰다듬고 주무르면서 이 바보짓을 앞으로 또 할는지, 아니면 이제는 그야말로 바보짓은 멈추고서 ‘책보’나 ‘책사랑’으로 거듭날는지 생각해야겠습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보석의 나라 13
이치카와 하루코 지음 / YNK MEDIA(만화)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8.7.

책으로 삶읽기 1033


《보석의 나라 13》

 이치카와 하루코

 신혜선 옮김

 YNK MEDIA

 2025.6.16.



《보석의 나라 13》(이치카와 하루코/신혜선 옮김, YNK MEDIA, 2025)을 읽었다. ‘님(신)’이 되었다는 ‘포스포필라이트’가 끝맺는 줄거리이다. 그런데 ‘님’이라기보다는 그저 ‘남은 사람’일 뿐으로 보인다. 마지막에 남아서 ‘옛이야기’를 긴긴 나날에 걸쳐서 들려준다고 하지만, ‘님’이라든지 ‘남은 사람’한테는 ‘길이(시간 한계)’가 없다. 곰곰이 보면, 이 그림꽃을 여민 분은 ‘사람’이 그저 싫어, 사람 가운데 ‘사내’가 더없이 미운 마음을 그대로 옮겼다고 느낀다. 그런데, ‘사랑’이 없거나 ‘사랑’을 잊을 적에는 ‘사람’이 아닌 ‘사람흉내·사람척’일 뿐이다. 사랑이 없이 사람척하는 허수아비를 부대끼노라면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사람인가?”라는 길부터 찾아볼 노릇이지 싶다. 가시내이건 사내이건 스스로 사랑을 잊으면 ‘사람탈’을 쓴 껍데기이다. 마음에 삶이라는 이야기를 담아서 살림하는 사랑을 푸른숲으로 일구기에 비로소 ‘사람’이라는 이름이다. 굳이 한자말 ‘인간(人間)’이라고 적어야 할 까닭이 없다. 우리는 이 땅에서 먼먼 옛날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라는 살림씨앗을 심어서 살아온 나날을 들려주고 나눌 적에 비로소 ‘생각’을 샘물처럼 일으켜서 깨어나게 마련이다.


《보석의 나라》는 열석걸음을 거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붓을 쥐면 무엇이든 다 그려도 된다고 여긴 듯싶은데, 우리는 ‘마음대로’ 그리는 굴레가 아니라, ‘마음을 그대로’ 그리는 샘물을 틔우는 길을 갈 노릇 아닐까? 이미 끝내도 될 만한 줄거리를 한참 늘어뜨렸구나 싶다.


ㅍㄹㄴ


“하지만 움직일 수 있다면 편할 텐데요. 어디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요.” “난 너와 다를지 몰라도 지금 이대로도 문제없어.” (18쪽)


“당신에게는 어떻게 느껴지나요?” “그는 언제나 노래하고 있어. 반짝반짝 반짝반짝.” (23쪽)


“넌 안정이 필요해.” “그런가요.” (87쪽)


“그들이 오래도록 애써 온 이 아름다운 임무를 저는 반드시 완수하고 싶어요.” “있잖아, 네 안의 인간을 우리가 소중히 키우면 착한 아이가 되지 않을까?” (138쪽)


#寶石の國 #市川春子


+


독자적인 언어를 습득했나 보네요

→ 따로 말을 익혔나 보네요

→ 스스로 말을 깨쳤나 보네요

17쪽


머나먼 밤의 오랜 빛은

→ 머나먼 밤에 오랜 빛은

37쪽


구슬픈 말로를 맞이한

→ 구슬프게 끝난

→ 구슬프게 죽은

63쪽


과한 걱정이 현실이 돼서 인간을 만들어 낼지도

→ 걱정이 지나쳐 삶이 돼서 사람을 낳을지도

→ 걱정이 넘쳐 삶이 되면 사람이 태어날지도

87쪽


아름다움과 선함을 추구한 자들이 존재한 건 사실이니까요

→ 아름답고 착하게 산 사람은 틀림없이 있었으니까요

91쪽


근처에 있는 별에 불시착할게

→ 가까운 별에 내려앉을게

→ 옆에 있는 별에 내릴게

173쪽


누군가의 마음을 밝게 만들어주면 좋겠네

→ 누구라도 마음을 밝게 틔우기를 바라

→ 누구나 마음을 밝게 열기를 바라

→ 누구 마음을 밝힐 씨앗이기를 바라

→ 누구 마음을 밝히는 빛이기를 바라

19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뉘앙스 - 성동혁 산문집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7.

인문책시렁 438


《뉘앙스》

 성동혁

 수오서재

 2021.12.3.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고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태어난’ 누구나 노래님이자 수다꾼이거든요. 태어난 사람은 모두 이녁 삶을 노래하는 하루를 살면서, 스스로 이 하루를 도란도란 재잘재잘 이야기꽃으로 피웁니다.


  우리는 저마다 삶지기요 살림꾼입니다. 다 다르게 태어난 하루를 배웁니다. 언제나 다르게 흐르는 오늘을 사랑합니다. 늘 새롭게 마주하는 이 삶을 차곡차곡 가꾸고 돌봅니다.


  《뉘앙스》는 글님이 보낸 아픈날을 차곡차곡 여민 꾸러미입니다. 아프고 앓기에 으레 드러눕습니다. 드러누워서 기다리는 몸이지만, 숱한 이웃과 동무가 손길을 나누면서 예전에는 알 길이 없던 나날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웃는 하루는 웃음길입니다. 우는 하루는 울음길입니다. 이 삶에는 꽃길과 가싯길이 나란합니다. 꽃길이기에 늘 웃지 않고, 가싯길이라서 늘 울지 않아요. 어느 길에서건 스스로 노래님인 줄 알아보기에 웃고,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 수다꾼인 줄 알아채기에 울음꽃을 피웁니다.


  바깥말 ‘뉘앙스’는 우리말로 ‘말결’이나 ‘말가락’이나 ‘말느낌’이나 ‘말씨’나 ‘말품새’를 가리킵니다. 낱말 한 마디에 흐르는 숨결을 읽으면서 물결처럼 노래가 번집니다. 낱말 두 마디에 감도는 가락을 헤아리면서 바람처럼 노래가 피어납니다. 낱말 석 마디를 가만히 느끼면서 스스로 노래씨앗을 낳고, 낱말 넉 마디를 짚는 동안 둘레를 고루 품는 푸른길을 걷습니다.


  걷기에 읽습니다. 안 걸으면 못 읽습니다. 아프고 앓기에 잇습니다. 아프거나 앓는 곳이 없으면 몸과 마음을 잇는 길을 모릅니다.


ㅍㄹㄴ


어쩌면 나는 정말 시인이 되기 위해 여전히 걷는 사람일 수도 있다. (114쪽)


이제 꽃을 사지 않는다. 꽃을 사지 않은 지 꽤 된 듯하다. 꽃을 사는 일은 원고료로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이었다. (148쪽)


출판사는 편당 15만 원, 10만 원, 5만 원으로 시의 가치를 책정했다.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존칭을 쓰지만 그들이 나의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나는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듣고 싶은 게 아니다. (152쪽)


하지만 저는 이제 조금 지쳤고 그저 조용히, 누군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해 서점을 들르고 싶었어요. 작가의 말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쓴 문장을 조용히 읽고 싶었어요. (158쪽)


창작기금을 탄 기념으로 엄마에게 선물을 해 준다고 했더니 엄마는 그 돈 아껴 일 년 동안 잘 쓰라며 됐다고 했다. 그러던 엄마가 핸드폰 케이스가 고장 났다며 선물로 케이스 하나 사 달라고 했다. (200쪽)


+


《뉘앙스》(성동혁, 수오서재, 2021)


주인분께서 제게 한 말이었습니다

→ 지기님이 제게 한 말입니다

4쪽


많은 것이 피곤했고 쌓이는 자극들이 불편했습니다

→ 여러모로 지치고 쌓인다고 느껴 힘들었습니다

→ 이래저래 고단하고 쌓이네 싶어 거북했습니다

4쪽


지상이 가을을 담는 커다란 그릇이 될 것이다

→ 땅이 가을을 담는 커다란 그릇이 된다

15쪽


우는 슬픔보다 울지 않는 슬픔이 더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 우는 슬픔보다 울지 않는 슬픔이 더 슬플 때가 있다

→ 울 때보다 울지 않을 때 더 슬프다고 느끼기도 한다

16쪽


누구에게나 친구는 특별한 존재겠지만

→ 누구한테나 동무는 남다르겠지만

→ 누구한테나 벗은 대단하겠지만

→ 누구한테나 동무는 다르겠지만

18쪽


많은 불가능 속에서 살고 있다

→ 거의 못 하며 산다

→ 못 하는 일에 싸여 산다

→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20쪽


원고지에 편지를 쓰는 게 나를 평온케 했다

→ 글종이에 글월을 쓰면 따사롭다

→ 종이에 글월을 쓰면 고즈넉하다

→ 종이에 글을 쓰면 차분하다

22쪽


누군가와 같은 공간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 누구랑 같은 곳을 쓰는 뜻은 무엇일까

→ 누구하고 같은 곳을 쓰는 삶은 어떠할까

25쪽


투고한 날에는 근사한 식당에 가서

→ 글보낸 날에는 멋진 밥집에 가서

31쪽


마비가 왔고, 숨이 점점 안 쉬어지다가 기절을 했어

→ 굳었고, 숨을 차츰 못 쉬다가 뻗었어

→ 뻣뻣했고, 숨을 더 못 쉬다가 쓰러졌어

38쪽


나름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잘 지내려 하고 있다

→ 이럭저럭 하루하루를 잘 지내려 한다

→ 그냥그냥 하루하루를 잘 지내려 한다

57쪽


많은 배려 속에서 살고 있다

→ 곁에서 늘 돌봐준다

→ 둘레에서 많이 봐준다

→ 헤아려 주는 분이 많다

59쪽


상대를 감싼 모든 것이 그의 언어임을 알고 풍경을 눈여겨볼 때가 있다

→ 그를 감싼 모두가 그이 말이기에 둘레를 눈여겨볼 때가 있다

→ 그대를 감싼 모두가 그대 말이라서 빛을 눈여겨볼 때가 있다

67쪽


여전히 슈트가 어울리지 않고 직장도 없어

→ 아직 갖춘옷이 안 어울리고 일터도 없어

→ 아직 차린옷이 안 어울리고 일자리도 없어

124쪽


쓰레기는 시간을 갖기 마련이다

→ 쓰레기는 하루를 담게 마련이다

→ 쓰레기는 삶을 품게 마련이다

164쪽


비성수기의 텅 빈 바다를 혼자만의 것처럼 누렸었다

→ 뜸한철에 텅빈 바다를 혼자만 누렸다

→ 쉬는철에 텅빈 바다를 혼자만 누렸다

171쪽


기저질환을 가진 어린이들과 보호자들 또한 긴장 속에서 지내고 있다

→ 밑앓이인 어린이와 어버이도 애태우며 지낸다

→ 속앓이인 어린이와 엄마아빠도 떨면서 지낸다

189쪽


미니멀리스트를 꿈꾸지만 호더에 더 가깝다

→ 작은이를 꿈꾸지만 자꾸 긁어모은다

→ 단출하기를 꿈꾸지만 또 쌓고 만다

→ 조촐하기를 꿈꾸지만 쟁여놓고 만다

195쪽


슬픈 일이 많았지만 감사 헌금을 낸다

→ 슬픈 일이 많았지만 꽃돈을 낸다

→ 슬픈 일이 많았지만 꽃바침돈을 낸다

206쪽


누군가에게 문학은 액세서리이고, 누군가에겐 지금 여기의 좌표이며

→ 누구한테 글은 노리개이고, 누구한텐 오늘 여기 눈금이며

→ 누구한테 글은 겉멋이고, 누구한텐 오늘 여기 길눈이며

219쪽


기억이 안 날 만큼 휘발된 얼굴 또한 많다

→ 안 떠오를 만큼 사라진 얼굴 또한 많다

→ 생각 안 날 만큼 스러진 얼굴 또한 많다

22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