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공부란 벼슬자리 : 글밥 먹는 이는 으레 ‘공부’라는 한자말을 즐긴다. 손수 일하고 살림짓는 이는 늘 ‘배우다’라는 쉬운 우리말을 쓴다. 지난날에는 아이들 누구나 “공부란 골아프게 외우며 힘들다”고 느꼈는데 “배운다면 즐겁고 멋지고 새롭고 신난다”고 외치곤 했다. 이제 요즈음 아이들은 ‘공부’하고 ‘배우다’가 왜 어떻게 다른지 까맣게 모른다고 느낀다. 요즈음 어른들도 두 낱말을 못 가리기 일쑤이다. 책이나 학교가 없더라도 ‘집·밥·옷·말’ 넷을 스스로 가꾸고 지으며 살림하던 예전 시골사람은 “아무나 못 가르치지만 누구나 배우는” 줄 몸마음으로 알았다. 한마디로, 공부란 벼슬자리요 벼슬따기요 벼슬바라기이다. 배우기란 사랑이고 살림이고 숲인 삶이다. 그래서 벼슬이 아닌 서로 눈빛을 마주하며 오늘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함께 배우기를 꿈꾼다. 공부로 욱여넣는 학교·졸업장·자격증이 아니라, 온몸으로 들숲메바다를 품고서 온마음으로 풀꽃나무랑 노래하는 이웃님을 그린다. 2025.8.9.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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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9. 부끄러운 줄



  부끄럼짓을 일삼는 사람이 늘 보인다. 나부터 으레 부끄럼짓을 하니까 그대로 느끼는가? 곰곰이 돌아본다. 나는 참으로 어릴적부터 모두 부끄럽고 창피하고 수줍었다. 말소리가 새고 혀짤배기라서, 공을 못 차서, 고삭부리라서, 코머거리라서, 힘없으니 날마다 매바심으로 집과 마을과 배움터에서 시달려서, 용을 써도 100점은 거의 없이 96이나 97에서 넘어져서, 중학생 무렵부터 오래달리기는 노상 첫째였으나 시험에서는 첫째를 해본 일이 없어서, 짐을 나르다가 떨어뜨려 깨뜨려서, 굶는 주제에 책은 끝없이 사읽으며, 모두 부끄럽고 창피하고 수줍을 뿐이었다.


  쉰이라는 나이를 넘어서며 생각한다. 부끄러운 줄 알면 스스로 밝히면서 찬찬히 씻을 수 있더라. 창피하다고 말하기에 어느새 손수 털더라.


  남이 나를 바꾸지 않는다. 남이 나를 돌보거나 가꾸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나를 보고 바꾸고 가꾸고 돌본다. 너는 너를 보살피고, 나는 나를 보듬는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는 그윽한 눈길로 스스로 북돋우고 일으킨다. 우리가 서로 미워한다면 서로 할퀴는 눈길로 몸소 갉아먹는다.


  오늘 어디로 가는지, 오늘 어떻게 눈을 뜨려는지, 오늘 무슨 말을 하고 들으려는지 곱씹는다. 다시 비날을 맞이한다. 등짐을 씌우고서 맨몸으로 걷는다. 빗물은 뺨을 타고서 흐르면 된다. 빗방울에는 구름맛이 감돌고 바다맛이 서리고 바람맛이 가득하다.


  부끄럽지만 나는 온살(100살)이나 두온살(200살)에도 맨몸으로 비를 누리면서 걸으려고 한다. 혼쇠(무인자동차)가 나오더라도 걸으려고 한다. 나는 팔다리로 온삶을 즐기면서 하루를 노래하는 길을 가려고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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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빗살 2025.7.17.나무.



비가 올 적에 빗방울을 하나하나 볼 수 있겠니? 빗방울은 듬성듬성 내리면서 땅바닥을 듬성듬성 적시는데, 어느새 모든 땅바닥을 촉촉하게 고루 적신단다. 빗방울은 서로 부딪히며 깔깔대다가, 한덩이를 이루어 몰아치다가, 여러 조각으로 흩어지며 춤추기도 하지. 빗줄기는 빗금으로 내리되 가지런해. 사람이 ‘빗’으로 머리카락을 고를 적에, 1벌로 슥 내리면 끝날까? 아니지? 빗질은 1벌만 하지 않아. 빨리빨리 하지 않고, 차분하게 곧게 긋듯이 내리지. 온누리를 적시면서 살리는 빗질(빗방울질)은 고르게 꾸준하게 차분하게 참하게 빗기에 싱그러워. 온머리칼을 펴면서 까맣게 반짝이도록 살리는 빗질(머리빗질)도 마찬가지야. 빗자루를 쥐고서 먼지를 쓸어낼 적에도 같아. 1벌만 슥 비질(빗자루질)을 했기에 먼지가 다 쓸릴까?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빗질과 비질을 하니 빛날 수 있어. 빗살은 너무 성기지 않게, 알맞게끔 촘촘하고 가지런히 흐른단다. 언뜻 보면 나무줄기에는 “잎이 안 돋은 자리”가 훨씬 넓어. 뜸(틈)을 두되 알맞게 잎자리를 벌려 놓고서 푸르게 우거지는 나무란다. 뜸(틈)이 하나조차 없이 잎이 돋으면 가지는 찢어지고, 줄기도 못 버텨. 꽃송이가 맺고 나서 모두 열매를 맺으면 가지는 또 찢어지고 줄기마저 못 버텨. 잎은 꽤 느슨히 떨어져서 돋고, 숱한 꽃송이는 바람과 새와 나비가 톡톡 떨군단다. 그리고 빗방울이 이따금 떨구어 주지. 빗살은 느긋이 비우면서 빛내는 부드러운 숨줄기라고 여길 만해. 빛살을 받으면서 차츰 밝고, 빗살이 닿으면서 차근차근 깨어나. 아침저녁과 밤낮으로 스미는 빛줄기를 한 가닥씩 느껴 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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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8.6. 샛노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처음 매를 보고서 매울음을 듣던 날은 벌써 마흔 해 즈음 지났어도 아직 눈앞에 생생합니다. 처음 박쥐를 보고서 함께 숨바꼭질을 하던 날도 어느새 마흔 해 즈음 지났는데 여태 눈앞에 반짝입니다. 처음 꾀꼬리를 본 때는 스무 해 즈음 되는데, 오늘까지도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작은아이가 드디어 꾀꼬리를 봅니다. 샛노란 깃빛이 눈부신 새인데 어쩜 이렇게 나무 사이에 잘 숨는지 아직 찰칵 못 찍었다고 합니다. 우리집에 꾀꼬리가 열 해 남짓 자주 찾아들어 노래하지만 참말로 꾀꼬리 모습을 찾아내기란 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노란몸이라서 더더욱 잘 숨는구나 싶기까지 합니다.


  여러 해 앞서 대구마실을 하며 꾀꼬리노래를 듣고서 깜짝 놀란 적 있는데, 대구 골목마을에서 제비를 여러 마리 만나기도 했으니 아주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둘레에서는 대구라는 고장을 다르게 바라보지만, 저는 ‘제비에 꾀꼬리가 철마다 찾아드는 푸른고장’ 가운데 하나로 여깁니다.


  어떤 눈으로 둘레를 보려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어떤 눈길로 보금자리를 가꾸려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눈을 뜨려 하면 보고, 눈을 안 뜨려 하면 끝끝내 안 배우느라 못 깨어납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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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불시착 不時着


 불시착이 가까스로 성공하다 → 가까스로 내려앉는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 사랑이 앉아서 / 사랑이 내려와서

 이세계에 불시착을 했다 → 딴누리에 자빠졌다


  ‘불시착(不時着)’은 “[교통] 비행기가 비행 도중 기관 고장이나 기상 악화, 연료 부족 따위로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예정되지 않은 장소에 착륙함 = 불시 착륙”을 가리킨다지요. ‘꽈당·빠지다’나 ‘내려가다·내려서다·내려앉다·내려오다·내리다’로 다듬습니다. ‘떨어지다·떨구다·떨어뜨리다·떨어트리다’로 다듬고, ‘날아앉다·날아내리다’나 ‘엎어지다·자빠지다·고꾸라지다’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언어의 숲에 불시착한 탐험가

→ 말숲에 떨어진 마실님

→ 말숲에 자빠진 마실벗

→ 말숲에 빠진 마실꾼

《詩누이》(싱고, 창비, 2017) 36쪽


불시착한 것은 대체 훗카이도의 어디쯤이었을까

→ 잘못 내린 곳은 참말 훗카이도 어디쯤일까

→ 꽈당 한 데는 훗카이도 어디쯤일까

《먼 아침의 책들》(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9) 121쪽


근처에 있는 별에 불시착할게

→ 가까운 별에 내려앉을게

→ 옆에 있는 별에 내릴게

《보석의 나라 13》(이치카와 하루코/신혜선 옮김, YNK MEDIA, 2025)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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