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감촉


 비의 감촉을 상상하면서 → 비느낌을 떠올리면서 / 비맛을 그리면서

 너의 감촉을 → 네 손길을 / 네 숨결을 / 네가 만지는

 돌의 감촉은 → 돌에 닿으면 / 돌을 만지면 / 돌느낌은


  ‘감촉(感觸)’은 “외부의 자극이 피부 감각을 통하여 전해지는 느낌 ≒ 촉감(觸感)”을 가리킨다고 해요. ‘-의 + 감촉’ 얼개라면 ‘-의’를 털고서 ‘결·느낌·늧’으로 고쳐쓸 만하고, ‘닿다·만지다·쓰다듬다·자라다’로 고쳐써도 됩니다. ‘길·끗·맛’이나 ‘손·손길·손맛·손매’로 고쳐쓰지요. ‘손때·손타다·손살림·손차림’으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숨·숨결·숨빛·숨꽃·숨통·숨소리’로 고쳐쓸 만하고요. ㅍㄹㄴ



풀의 감촉이 달라지고 점점 무성해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강가에 도착했다

→ 풀결이 달라지고 차츰 짙어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냇가에 닿았다

→ 풀 느낌이 달라지고 더 우거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냇가에 이르렀다

《우리 이웃 이야기》(필리파 피어스/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11) 89쪽


바람의 감촉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걸지

→ 바람결로 우리한테 말을 걸지

→ 바람 숨결로 우리한테 말을 걸지

《해수의 아이 5》(이가라시 다이스케/김완 옮김, 애니북스, 2013) 302쪽


나무의 감촉을 느꼈습니다

→ 나무결을 느꼈습니다

→ 나무를 느꼈습니다

《달팽이》(에밀리 휴즈/윤지원 옮김, 지양어린이, 2024)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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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아내의


 아내의 소원인데 → 그이가 바라는데 / 곁님이 비는데

 아내의 과거를 회상한다 → 각시 옛일을 떠올린다 / 곁씨 지난일을 돌이킨다

 아내의 일을 분담해서 → 짝지 일을 나눠서 / 곁사랑 일을 갈라서


  ‘아내’는 “혼인하여 남자의 짝이 된 여자 ≒ 규실·내권·처·처실”처럼 풀이하는데, 이제는 ‘안사람(안해)’이라는 뜻으로만 묶는 일이 안 어울린다고 여길 만합니다. ‘아내 + -의’ 얼개라면 ‘-의’를 털고서 ‘각시·곁가시내·곁각시·곁순이’나 ‘곁님·곁씨·곁사랑’으로 손볼 만합니다. ‘지어미·그이·이녁·이분·이이·이님’이나 ‘보시오·보게나·여보·이보’로 손보고요. ‘사람·사랑·한사랑’으로 손보며, ‘사랑꽃·사랑날개·사랑나래’나 ‘짝·짝꿍·짝님·짝지’로 손보면 됩니다. ㅍㄹㄴ



〈인생은 아름다워〉는 아내의 추천으로 결혼 전에 함께 봤고

→ 〈삶은 아름다워〉는 곁님이 보자고 해서 예전에 함께 봤고

→ 〈오늘은 아름다워〉는 짝지가 얘기해서 옛날에 함께 봤고

《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안재구·안영민, 아름다운사람들, 2003) 49쪽


번번이 인생의 변곡점에서 아이들이 발목을 잡았다고 투덜댔던 아내의 입술에

→ 삶 갈림길마다 아이들이 발목을 잡았다고 투덜댔던 곁사랑 입술에

→ 삶이 굽이질 적마다 아이들이 발목을 잡았다고 투덜대는 곁님 입술에

《무명시인》(함명춘, 문학동네, 2015) 34쪽


사랑스러운 아내의 미소를 볼 것이다

→ 사랑스레 웃는 곁님을 보리라

→ 사랑스레 웃음짓는 짝을 보리라

《고양이 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 24》(나가오 마루/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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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전쟁의


 전쟁의 참화를 딛고서 → 불바다 잿더미를 딛고서

 전쟁의 의미란 → 싸우는 뜻이란 / 죽음길 뜻이란

 전쟁의 상처가 깊다 → 피바다 생채기가 깊다


  ‘전쟁(戰爭)’은 “1.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 군려·병과·병혁·전역·전화 2. 극심한 경쟁이나 혼란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대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를 합니다. ‘전쟁 + -의’ 얼개라면 ‘-의’부터 털고서 ‘싸우다·싸움판’이나 ‘겨루다·겨룸판’이나 ‘다투다·다툼판’으로 고쳐씁니다. ‘사납다·사납터·아귀다툼·물고물리다’나 ‘쏘다·쏘아대다·찌르다’로 고쳐쓸 만하고, ‘불구덩이·불굿·불마당·불수렁·불바다·불바람’이나 ‘불타오르다·타다·잿더미’로 고쳐쓸 만해요. ‘맞서다·맞붙다·붙다·옥신각신·티격태격·치고받다·치다·쳐내다’나 ‘죽음길·죽음빛·수렁’이나 ‘피비린내·피바다·피무덤·피밭·피투성이·피다툼·피싸움’으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적을 섬멸시켜 버리는 데 있어서는 악마적일 만큼 철저한 작전을 구사해 나가는 전쟁의 천재

→ 놈을 무찔러 버릴 적에는 무시무시할 만큼 꼼꼼히 펼쳐 나가는 싸움꾼

→ 놈을 박살내 버릴 적에는 무서울 만큼 빈틈없이 다잡아 나가는 싸움꽃

→ 놈을 족쳐 버릴 적에는 끔찍할 만큼 구석구석 꾀를 내는 싸움바치

《안녕! 미스터 블랙 3》(황미나, 서화, 1991) 101쪽


선전포고도 없이 점차 참화 속으로 빨려들어간 그 전쟁의 첫 해가 1937년입니다

→ 말도 없이 차츰 불바다로 빨려들어간 싸움터 첫 해가 1937년입니다

→ 한마디 없이 어느새 싸움불밭으로 빨려들어간 첫 해가 1937년입니다

《십대를 위한 다섯 단어》(요시모토 다카아키/송서휘 옮김, 서해문집, 2015) 16쪽


박정희는 성장이라는 전쟁의 맨 선두에 서서 이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 행세를 했다

→ 박정희는 잘살기라는 싸움 맨 앞에 서서 이끌었다

→ 박정희는 크게 된다는 싸움에서 가장 앞에 선 우두머리였다

→ 박정희는 발돋움이라는 싸움 꼭대기에 서는 꼭두쇠 노릇을 했다

《촛불철학》(황광우, 풀빛, 2017) 22쪽


전쟁의 희생자를 기리는 평화의 전당을 짓고 싶었습니다

→ 불바다 죽음을 기리는 나눔터를 짓고 싶었습니다

→ 불굿에 죽은 넋을 기리는 쉼터를 짓고 싶었습니다

《달팽이》(에밀리 휴즈/윤지원 옮김, 지양어린이, 202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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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고래의


 고래의 바다에 도착했다 → 고래바다에 닿았다

 이곳은 고래의 섬이다 → 이곳은 고래섬이다


  ‘고래 + -의’ 얼개라면 ‘-의’를 털어냅니다. “고래의 바다”가 아닌 ‘고래바다’요, “고래의 등”이 아닌 ‘고래등’이에요. 고래가 싸우면 ‘고래싸움’이요, 고래가 노래하면 ‘고래노래’입니다. ㅍㄹㄴ



이제 신화가 된 고래의 늑골 하나 빼내어

→ 이제 까마득한 고래 갈비뼈 하나 빼내어

→ 이제 아득한 고래 갈비뼈 하나 빼내어

《말향고래》(정영주, 실천문학사, 2007) 12쪽


바다 수면 위로 고래의 등이 살짝 보였고요

→ 바다 너머로 고래등이 살짝 보이고요

→ 바닷물낯에 고래등이 살짝 보이고요

《비밀의 크기》(김세희, 상상, 2025) 4쪽


고래의 마을을 지나

→ 고래마을을 지나

《걸었어》(이정덕·우지현, 어떤우주, 202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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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싱싱칸



  2012년에 싱싱칸(냉장고)을 처음 들였다. 싱싱칸 없이 살아가려고 하다가 장만했다. 어떻게 싱싱칸 없이 살아가느냐고 묻던 이웃한테 “저희는 빨래틀(세탁기)도 쇠(자동차)도 들이지 않는걸요?” 하고 되물었다. 작은아이가 두돌을 지날 즈음 언니한테서 돈을 빌렸고, 220만 원을 들여 부엌에 처음 놓는데, 혼자 바깥일을 다녀야 할 적에는 집에 있는 사람이 써야 한다고 느꼈다.


  이러고서 열네 해가 흐른 2025년에 싱싱칸을 새로 들인다. 155만 원이 든다. 우리 언니는 가난한 살림에 목돈이 드는 싱싱칸을 어찌 들이겠느냐면서 새삼스레 목돈을 빌려주겠다고 말한다. 올해에는 깃새지기(상주작가)로 부산을 자주 오가면서 일한 삯을 조금 모았기에 우리 살림돈으로 장만할 만하겠거니 여긴다.


  요사이는 싱싱칸이 없으면 안 된다고 여겨 버릇하지만, 사람들이 싱싱칸을 갖춘 지 고작 마흔 해가 안 된다. 마흔 해 앞서 1985년을 떠올리면, 그무렵에 싱싱칸 없이 살던 사람이 꽤 많았다. 내가 어린날을 보낸 인천 중구 신흥동 골목마을로 친다면, ‘싱싱칸 있는 집’이 손에 꼽을 만했다. ‘집전화’조차 돈 많이 든다며 못 놓은 골목집이 많았다. 그래서 그무렵에는 ‘전화’가 아니라 ‘어린이’가 심부름꾼이 되어 이웃집으로 달려가서 알렸다. 1985년 무렵을 돌아보면, 인천이라는 큰고장이었어도 마당이나 빈터를 파서 김치독을 묻었다. 된장독과 고추장독과 간장독도 으레 따로 건사하던 무렵이다.


  우리 어버이집은 큰집이요 다달이 비나리(제사)를 한두 벌쯤 치러야 하고, 여러모로 손님치레를 해야 하느라 1983년 언저리에 싱싱칸을 들였지 싶고, 싱싱칸을 들였어도 김치독에 된장독에 고추장독에 간장독도 따로 두었다. 어머니는 모두 손수 담갔고, 언니랑 나는 으레 어머니 일손을 도왔다.


  바쁜 서울살이를 하는 사람이기에 싱싱칸 없이는 못 살지 않는다. 텃밭까지는 못 하더라도, 또 텃밭을 할 땅뙈기가 없더라도, 저잣마실을 할 틈을 못 내는 삶이라면, ‘너무 바쁜 돈벌이’를 그치거나 멈춰야 하지 않을까? ‘바빠서 저잣마실을 못 한다’거나 ‘바쁘고 힘들어서 집밥을 못 차린다’고 말하고 싶다면, 그냥 이 삶을 그만두는 쪽이 낫지 않을까? 우리가 이 삶을 누리는 뜻이라면, 쳇바퀴로 ‘돈벌이(회사생활)’에 갇힌 굴레가 아니라, ‘바쁘건 힘들건 내가 나답게 살아가고 살림하며 사랑하는 길’을 걸을 노릇이라고 본다.


  한 사람이라도 일찌감치 서울을 떠나야 이 나라와 서울과 시골이 다 바뀐다. 남이 떠나길 바라지 말고, 나부터 떠나서 시골에서 조용히 보금자리를 가꿀 적에 마을과 나라와 우리별이 나란히 빛날 만하다.


  걷거나 두바퀴를 달려서 저잣마실을 다녀오면 된다. 나는 시골에서 두어 시간마다 하나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 저잣마실을 다녀오기도 한다. 읍내를 오가는 길은 30km인데, 시골버스에서는 이 길을 오가는 동안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시골버스를 내려서 가게를 드나들 적에는, 걸으면서 읽고 쓴다.


  싱싱칸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밥살림을 꾸린다. 싱싱칸이 있으면 있는 대로 알맞게 건사하면서 누리면 된다. 싱싱칸을 안 두던 무렵에, 두 아이를 두바퀴에 태우고서 저잣마실을 다녀오면 아이들이 언제나 반기며 신난다. 어버이는 두 아이 몸무게에 저잣짐을 실어나르느라 땀을 빼지만, 아이들 웃음노래를 즐기면서 천천히 발판을 구르면서 언덕을 오르고 내리막을 가른다.


  일곱 해를 쓸 수 있다는 싱싱칸을 열네 해나 썼으니, 우리집 싱싱칸은 참으로 애썼다. 새 싱싱칸이 들어오면 고이 쉬기를 바라면서 고맙게 보내려고 한다. 새 싱싱칸도 앞으로 열네 해를 쓰고서 보낼는지 모르는데, 이다음에 싱싱칸을 새로 들여야 한다면, 부피를 확 줄이려고 한다. 2025.9.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냉장고를 다룬 책이

꽤 많다.

앞으로 더 늘어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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