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9.6. 동트는 구름과 전주길



  새벽에 후두두 소나기가 가볍게 지나간다. 조용히 길을 나서려 했는데, 큰아이도 곁님도 작은아이도 새벽빗소리에 잠을 깬다. 이러면서 배웅까지 한다.


  동트는 논두렁을 슬금슬금 걷는다. 오늘만큼은 안 달린다. 하늘빛하고 구름결을 살피면서 걸어간다. 새벽을 여는 새소리가 자꾸 사라지는 시골이요, 풀죽임물이 넘실대며 살림길을 등지는 나라이되, 나는 늘 이 길을 곧게 거닐며 오늘을 노래하면 된다. 그들을 모르쇠하기보다는 그들 민낯을 지켜보면서, 나랑 우리집이 일굴 새길을 내다볼 노릇이지 싶다.


  옆마을 첫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나온다. 아침으로 접어든다. 제비 한 마리가 높이 난다.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난다.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순천에 닿으면 기차로 갈아타서 전주로 건너가려고 한다.


- 2025.9.6. 14-16시

- 전주 책보책방 : 마음을 그리는 시쓰기.

말 마음 마실, 셋을 하나로 묶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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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9.6.

숨은책 1074


《금희의 여행》

 최금희 글

 민들레

 2007.8.28.



  2025년에 나라일꾼을 맡은 어느 분은, 굶주리는 북녘을 떠나서 중국이며 남녘에 깃드는 한겨레를 ‘반도자(배반자)’라 일컫는 글(논문)을 써서 ‘중국 대학교’에 낸 바 있습니다. 이이뿐 아니라 나라지기도, 숱한 사람들도 “아오지에서 서울까지 7000km”처럼 작은이름이 붙은 《금희의 여행》 같은 책을 읽은 바 없지 싶습니다. 배곯기 싫을 뿐 아니라, 헛죽음으로 목숨을 버리지 않으려고 ‘외곬사슬(일당독재)’을 오래 잇는 나라를 떨치려는 사람들과 만나거나 말을 섞은 바도 없지 싶습니다. 그런데 북녘을 떠나서 남녘으로 깃든 적잖은 사람이 다시 남녘을 떠납니다. 화살과 손가락질도 버겁고, 속임질에 거덜나서 다시 떠나는 셈인데, 이른바 ‘탈북망명자’가 되어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서 다시 한집안이 모인 ‘최금희’ 님 삶자취를 2024년에 〈인간극장〉에 ‘아오지 언니’ 이야기로 다룬 적 있습니다. 우리 곁에는 누가 이웃일까요? 왜 북녘은 사람들을 꼭두각시로 부리는 얼음나라에 갇힐까요? 우리는 왜 ‘북녘사람’이 아닌 ‘김정은 집안’만 바라봐야 할까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길을 가로막거나 끊은 채 ‘우두머리끼리 뒷손질’을 하는 나라에서는 어떤 살림길도 없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더 놀라운 것은 미술 학원이 끝나면 바로 피아노 학원에 가고 수학 학원에 가는 것입니다. 내가 이 어린 친구들 나이엔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숨바꼭질도 하고 쌔감지놀이도 하고 강변에 물고기 잡으러 다니며 놀았는데. (216쪽)


‘나도 고등학교를 다녔다면 교복도 입고 친구들도 생겼겠지?’ 그러나 고3 시절 얘기를 들으면 고등학교를 안 다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세 시간도 못 자고 코피까지 쏟아 가며 공부했다는 것입니다. (229쪽)


북한에서는 한국사람을 ‘미군앞잡이’로, 남한에서는 북한을 ‘빨갱이’로 부르면서 서로가 서로를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며 증오의 싹을 키운 지 50년. 이제는 내게 ‘빨갱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반공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어머니 세대의 어른들은 북한사람을 보는 눈이 많이 달랐습니다. (233쪽)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62/0000004828?sid=100

(신동아) [집중추적] “우리가 떠나면 속 시원할 텐데 왜 우리를 찾나?”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311/0001574314

'아오지 최초 탈북' 최금영 "들키면 공개 처형, 父에 돌아가자 애원" (세치혀)


https://blog.naver.com/nuacmail/223484445923

“호주로 떠난 아오지 언니” 최금영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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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발상 發想


 발상의 전환 → 틀 바꾸기 / 얼개 돌리기 / 판 고치기 / 새 짜임새

 시대착오적 발상 → 때를 거스르는 짓 / 어리석은 길 / 거꾸로 가는 셈

 케케묵은 발상 → 케케묵은 길 / 케케묵은 머리

 그런 발상은 → 그런 머리는 / 그런 길은 / 그런 뜻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상한 것이다 → 길을 풀려고 헤아렸다


  ‘발상(發想)’은 “1. 어떤 생각을 해냄 2. [음악] 악곡의 곡상(曲想), 완급(緩急), 강약(强弱) 따위를 표현하는 일”을 뜻한다 합니다. ‘생각·셈·머리’나 ‘뜻·길·판’으로 손질합니다. ‘얼개·얼거리·틀·틀거리·짜임·짜임새’나 ‘보다·돌아보다·살피다·살펴보다·헤아리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발상’을 두 가지 싣는데, ‘발상(發祥)’은 ‘나타나다·비롯하다·태어나다’로, ‘발상(發喪)’은 ‘머리풀기(머리를 풀다)’로 손볼 만하지 싶습니다. ㅍㄹㄴ



발상(發祥) : 1. 상서로운 일이나 행복의 조짐이 나타남 2. 천명(天命)을 받아 천자가 될 조짐이 나타남 3. 제왕이나 그 조상이 태어남 4.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가질 만한 일이 처음으로 나타남 5. [음악] 조선 세종 때에 창작된 무악(舞樂)의 하나

발상(發喪) : 상례에서, 죽은 사람의 혼을 부르고 나서 상제가 머리를 풀고 슬피 울어 초상난 것을 알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자유로운 발상을 못했던 거야

→ 생각이 갇혀 홀가분히 헤아리지 못했어

→ 틀에 박힌 생각 탓에 널리 살피지 못했어

→ 틀에 갇혀서 마음껏 생각하지 못했어

→ 스스로 갇혀서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어

《맛의 달인 2》(테츠 카리야·아카리 하나사키/장수영 옮김, 대원씨아이, 1997) 103쪽


정말 단세포적인 발상이네

→ 참말 생각이 얕네

→ 참 어리석네

→ 아주 바보같네

《사랑해 Ⅱ 6》(김세영·허영만, 채널, 2001) 23쪽


일본인의 발상은 언제나 내 상상력을 가볍게 능가하곤 한다

→ 일본사람은 언제나 내가 생각지 못한 일을 생각한다

→ 일본사람은 언제나 대단하게 생각한다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정재승·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2009) 106쪽


정말 이와마 선배다운 발상이긴 한데, 무진장 촌시러

→ 참말 이와마 씨다운 생각이긴 한데, 무척 시골시러

→ 참말 이와마 씨다운 생각이긴 한데, 너무 시골시러

《술 한 잔 인생 한 입 2》(라즈웰 호소키/김동욱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 27쪽


평화롭고 정상적인 출산을 원하는 부부라면 마치 공장의 조립 라인과도 같은 데서 아기를 낳겠다는 발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 아늑하게 제대로 아기를 낳고픈 어버이라면, 짜맞추는 데서 아기를 낳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아기를 낳고픈 두 사람이라면, 끼워맞추는 데서 아기를 낳겠다고는 하지 않는다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메리 몽간/정환욱·심정섭 옮김, 샨티, 2012) 60쪽


지금 생각해도 신선한 발상이었던 것 같다

→ 이제 와 헤아려도 새로운 듯하다

→ 오늘날 살펴봐도 산뜻했구나 싶다

《책》(박맹호, 민음사, 2012) 85쪽


농가 민박은 어떤 의미에서는 혁명적인 발상인지도 모른다

→ 시골 손님집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생각인지도 모른다

→ 시골 나그네채는 훌륭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 시골 길손채는 놀라운 생각인지도 모른다

《반농반X의 삶》(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 더숲, 2015) 97쪽


먼저 알려주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 먼저 알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 먼저 알려주면 어떨까 하는 뜻에서 비롯한 생각이다

《동네서점》(다구치 미키토/홍성민 옮김, 펄북스, 2016) 74쪽


아이디어 발상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 번뜩이는 생각으로 우리가 즐겁다면

→ 새로운 길로 사람들이 기쁘다면

→ 새로 헤아려 모두 기쁘다면

《교토대 과학수업》(우에스기 모토나리/김문정 옮김, 리오북스, 2016) 6쪽


먹을거리가 곧 생명이라는 발상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먹을거리가 곧 목숨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 먹을거리가 곧 목숨이라고 여겨야 합니다

→ 먹을거리가 곧 숨결이라는 길로 달라져야 합니다

→ 먹을거리가 곧 숨결이라고 헤아려야 합니다

→ 먹을거리가 곧 목숨이라는 볼 줄 알아야 합니다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곽선미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17) 34쪽


더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 해낸 발상이라는 점이다

→ 더 값지다면 아이 스스로 해낸 생각이다

→ 더 뜻있다면 아이 스스로 생각해 냈다

→ 아이 스스로 해낸 생각이라 더 뜻깊다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폴 록하트/박용현 옮김, 철수와영희, 2017)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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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발상 發祥


 발상의 땅이었다 → 태어난 땅이다

 인류의 발상 → 사람이 나옴 / 사람이 섬

 고대 문명의 발상이 이루어진 곳이다 → 옛살림이 깨어난 곳이다

 민족의 발상지 → 겨레 첫터 / 겨레 첫자리

 조선의 발상지는 → 조선이 선 곳은 / 조선 첫터는


  ‘발상(發祥)’은 “1. 상서로운 일이나 행복의 조짐이 나타남 2. 천명(天命)을 받아 천자가 될 조짐이 나타남 3. 제왕이나 그 조상이 태어남 4.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가질 만한 일이 처음으로 나타남 5. [음악] 조선 세종 때에 창작된 무악(舞樂)의 하나”를 가리키고, ‘발상지(發祥地)’는 “1.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어떤 일이나 사물이 처음 나타난 곳 2. 예전에, 나라를 세운 임금이 태어난 땅을 이르던 말”을 가리킨다지요. ‘나타나다·나다·낳다·나오다’나 ‘비롯하다·이루다·이룩하다’로 고쳐씁니다. ‘일다·일구다·일어서다·일어나다·있다’로 고쳐쓰지요. ‘서다·세우다·새로짓다·새로서다’로 고쳐쓸 만하고, ‘깨어나다·태어나다’나 ‘처음·첫·첫터·첫자리·첫길’로 고쳐쓰면 됩니다. ㅍㄹㄴ



쌀은 명이 발상지이며 애초에 서양에는 없던 식재료입니다

→ 쌀은 명에서 나타났으며 워낙 하늬에는 없던 밥감입니다

《노부나가의 셰프 13》(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04쪽


무언가의 발상지라는 말은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 무언가 태어났다는 말에 어깨를 으쓱한다

→ 무언가 처음이라는 말에 어깨를 으쓱인다

《우리 동네, 구미》(임수현·이진우·남진실, 삼일북스, 2022) 24쪽


깡깡이 마을은 근대 조선산업의 발상지이다

→ 깡깡이마을에서 오늘날 배무이가 비롯한다

《깡깡깡》(이영아, 빨간콩, 20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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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자동 自動


 자동 응답기 → 저절로 받기 / 스스로 받기

 자동으로 꺼진다 → 절로 꺼진다 / 그냥 꺼진다

 자동 포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 곧장 그만둔 셈이다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이다 → 바로 없던 일이다


  ‘자동(自動)’은 “1. 기계나 설비 따위가 자체 내에 있는 일정한 장치의 작용에 의하여 스스로 작동함. 또는 그런 기계 2. 일, 행동 따위가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짐. 또는 어떤 절차 없이 바로 이루어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저절로·절로·스스로’나 ‘알아서·몸소·맨몸으로·뼛골’로 손볼 만합니다. ‘바로·막바로·댓바람’이나 ‘그대로·그냥·덩달아·두말없이’로 손보아도 됩니다. ‘곧바로·곧장·곧·이내’이나 ‘바야흐로·고스란히·어느새·시나브로’나 ‘으레·늘·언제나’로 손보아도 어울리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자동(紫銅)’을 “[공업] 구리에 약간의 금을 더한 합금. 녹청, 황산 구리, 백반, 물 따위를 섞은 다음 끓이면 검은 보라색을 띠게 된다. 예로부터 불상, 장식품 따위의 금속 공예에 썼다 = 적동”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뚝새풀을 보면 자동으로 소가 떠오른다

→ 뚝새풀을 보면 저절로 소가 떠오른다

→ 뚝새풀을 보면 바로 소가 떠오른다

→ 뚝새풀을 보면 소가 스르르 떠오른다

→ 뚝새풀을 보면 어느새 소가 떠오른다

《꽃을 기다리다》(황경택, 가지, 2017) 284쪽


대학에 들어가면 그런 게 자동으로 되냐고

→ 큰곳에 들어가면 저절로 되냐고

→ 큰터에 들어가면 절로 되냐고

→ 큰배움터 들어가면 바로 되냐고

→ 열린배움터 들어가면 곧장 되냐고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4》(네무 요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 173쪽


그야말로 자동 기술적으로 나온 동어반복이라 할 수 있겠는데

→ 그야말로 저절로 되풀이했다고 할 수 있는데

→ 그야말로 그냥 똑같이 말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인간의 교사로 살다》(윤지형, 교육공동체벗, 2019) 19쪽


자동으로 고쳐지는 거죠?

→ 저절로 고쳐요?

→ 스스로 고쳐요?

《오줌 단짝》(한은선, 브로콜리숲, 2020) 65쪽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 꽃소리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 멋스럽다는 말이 바로 떠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황진희, 호호아, 2022)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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