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9.


《작으면 뭐가 어때서!》

 마야 마이어스 글·그림/염혜원 옮김, 비룡소, 2023.1.5.



시골은 지난이레 사이에 참깨를 말리고 터는 철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깨내음’이 안 나더라. 갈수록 깨내음이 줄어드는데, 처음 시골에 깃들어 열 해 즈음 보내는 동안에는 참깨꽃이 피든, 참깨씨가 굵어가든, 참깨대를 길바닥에 말리든, 참깨내음이 온마을에 번졌다. 올해는 들길을 걷거나 두바퀴로 달려도 나락내음이 옅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보면, 이 시골에 거미·풀벌레·나비·제비(철새)·참새(텃새)가 아주 눈에 띄도록 줄었다. 온갖 숨결이 어우러지던 무렵에는 깨내음도 나락내음도 유채내음도 마늘내음도 곤드레내음도 쑥내음도 도라지내음도 흐드러졌지만, 풀죽임물과 죽음거름(화학비료)이 자꾸자꾸 늘면서 흙내음도 시골내음도 사라진다. 《작으면 뭐가 어때서!》를 되새긴다. 작으면 작고, 크면 크다. 덩치이든 키이든 대수롭지 않다. 주머니에 깃든 돈이건, 드날리는 이름값이건 그저 아무것이 아니다. 우리가 볼 대목은 마음이요, 이 마음을 돌보는 넋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넋인데 서로 다른 몸(순이돌이)을 입더라도 숨빛에는 ‘둘을 하나’로 품고서 함께 있는 길을 바라보아야지 싶다. 작은순이는 작은돌이를 알아보고서 다가선다. 작은돌이도 작은순이를 알아채고서 마주본다. 둘은 겉몸이 작아 보일 수 있되, 마음과 넋과 숨빛은 하늘과 바다만 하다.


#NotLittle #MayaMyers #HyewonYum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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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30.


《허송세월》

 김훈 글, 나남출판, 2024.6.20.



볕날을 후끈후끈 잇는다. 씻고 빨래하고 밥하고 쉰다. 이러고서 씻고 일하고 책읽고 글쓴다. 이런 다음에 아직 낮에 노래하는 매미를 지켜본다. 이제 하룻내 노래물결을 베푸는 풀벌레를 헤아린다. 기지개를 켤 틈조차 없이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저물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숨돌리면서 집안일에서 손을 떼는 듯싶지만,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하고서야, 또 아이들하고 하루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서야, 등허리를 반듯하게 편다. 《허송세월》을 돌아본다. 예전에 낸 《밥벌이의 지겨움》이나 《라면을 끓이며》에 못지않게 덧없는 푸념과 하소연을 그득그득 담았구나 싶다. 푸념과 꿈글은 한끗처럼 다르되, 오늘과 앞길을 보는 눈이 다르다. 하소연과 살림글은 한끗이 어긋나되, 사랑을 보느냐 안 보느냐로 다르다. 이미 늙을 만큼 늙은 김훈 씨인 만큼 스스로 바뀌기는 어려울 만하지 싶다. 그렇지만, ‘늙몸’이 아닌 ‘나이(낳는 임)’라는 말빛을 곱씹으면서 거듭나는 하루를 살려고 한다면, 아무리 늙몸이라 하더라도 시나브로 ‘나이를 읽는 어진 눈’으로 바뀔 만하다고 본다. 숱한 꼰대는 집안일을 도맡지 않으니 꼰대로 머문다. 여태 꼰대였더라도 일흔 살부터라도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손자)를 도맡아서 돌볼 줄 안다면, 아기 똥오줌 천기저귀를 갈고서 손빨래를 할 수 있다면, 이때부터는 ‘꼰대 먹물’이 말끔히 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란,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숲빛으로 펴며 배우고 익히는 길’이다. 다시 말하자면, 집안일과 집살림 이야기가 없이 쓰는 글(문학)이라면, 모두 ‘글흉내’나 ‘글인 척’에서 쳇바퀴라고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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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31.


《코끼리를 새롭게 만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이지원 글, 피스북스, 2024.10.10.



아침에는 구름이 짙다. 가랑비가 듣는가 했으나 해가 난다. 낮에 이르니 소나기가 한 줄기 스친다. 다시 해가 나고 저녁에 새롭게 빗줄기가 우렁차다. 이제 밤에 이르러 풀벌레 노래잔치로 휩싸니, 더 비는 안 올 듯싶다. 오늘은 맵밥(카레)을 끓인다. 맵밥은 밑감을 손질하느라 품이 들 뿐 매우 쉽다. 여러모로 보면 다른 밥차림도 비슷하다. 밑감을 손질하는 길에 품을 들여야 비로소 이모저모 가다듬어서 밥을 수월히 짓는다. 《코끼리를 새롭게 만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를 읽었다. ‘구경하는 들숲메짐승’이 아닌 ‘함께사는 들숲메짐승’으로 바라보는 길을 배우고 싶어서 멀리 ‘코끼리 보금자리’에서 땀흘린 나날을 간추린 줄거리이다. 버림받거나 팔린 코끼리를 품어서 끝삶까지 거두는 ‘보금자리(생츄어리)’가 있다고 한다. 뜻깊은 줄거리라고 느낀다. 다만, 책에 쓴 말이 너무 뒤죽박죽이다. 영어와 일본말씨가 너무 많다. 푸른길을 바란다면 푸른마음으로 푸른말을 함께 살필 노릇이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보면 ‘버림받거나 팔리는 새’가 많고, 그냥 버림받으며 괴로운 철새와 텃개도 넘친다. 우리는 ‘제비 돌봄숲’이나 ‘참새 돌봄터’를 건사할 수 있을까? ‘뜸북새 돌봄논’이나 ‘맹꽁이 돌봄늪’을 품을 수 있을까? 코끼리뿐 아니라 뭇숨결하고도 마음을 나누는 길을 헤아리고 이을 적에 비로소 푸른빛을 밝히리라고 본다.


코끼리를 새롭게 만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 코끼리를 새롭게 만나는 길동무 . 코끼리를 새롭게 만나는 길잡이 . 코끼리를 새롭게 만나는 길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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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경비 처리할 수 없습니다! 1 - ~경리부 모리와카 씨~
아오키 유코 외 지음, 반기모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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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9.12.

만화책시렁 775


《이건 경비 처리 할 수 없습니다 1》

 아오키 유코 글

 모리 코사치 그림

 반기모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5.7.15.



  우리는 꽤 알쏭달쏭하게 일하는지 모릅니다. 굳이 안 해도 되지만 일터에 몸담은 삶이라 하기 일쑤요, 일터를 그만둔 뒤에는 아주 등돌리기도 합니다. 어느 곳에 몸담지 않았으니 쳐다볼 까닭이 없다고 여기기 일쑤요, 어느 곳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모두 쳐다보아야 한다고 억누르기도 합니다. 《이건 경비 처리 할 수 없습니다 1》는 어느 일터에서 돈셈(회계)을 맡은 아가씨가 빈구멍을 모조리 틀어막는 하루를 보여주는 듯싶더니, 어느새 밀당으로 짝을 맺는 얼거리로 바뀝니다. 두 사람이 눈이 맞으면서 조금씩 마음이 맞아간다는 줄거리를 굳이 안 짜도 될 텐데, 이런 밀당을 그리면 그릴수록 자꾸 삽질을 하는 줄거리로 기울 듯싶습니다. 우리는 어느 곳에서 일하든 ‘사람’이라는 빛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알뜰히 일하건 설렁설렁 일하건 ‘삶’이라는 길은 매한가지입니다. 누구는 짝을 찾아서 꽁냥거리는 하루를 즐길 수 있습니다. 누구는 호젓하고 느긋이 하루를 마감하면서 즐거울 수 있습니다. 짝맺기는 안 나쁜 일이되, 억지로 짝을 맺으려고 한다면 엉성하게 마련입니다. 이 삶에서 마음과 눈은 따사로이 만나고 어울리면서 새롭게 틔울 수 있습니다. 밀어붙이거나 몰아세울 적에는 ‘믿음(종교)’이 되고 맙니다.


ㅍㄹㄴ


‘휴일에 여자친구랑 회사 차량 쓰지 마! 싸울 거면 회사명이 적힌 종이가방부터 숨겨! 데이트 비용을 경비로 충당하지 마!’ (46쪽)


‘뻔히 보이는 잔꾀를 부리는 사람 중엔 ‘좋은 사람’이 많다. ‘나쁜 사람’은 더 교묘하게 사기를 친다.’ (81쪽)


“안내 데스크 직원은 안내 데스크 일을 하세요. 오오타니 사키 씨.” (118쪽)


#これは經費で落ちません


+


《이건 경비 처리 할 수 없습니다 1》(아오키 유코·모리 코사치/반기모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5)


야근수당을 받으니까요

→ 밤삯을 받으니까요

→ 밤일삯을 받으니까요

8쪽


설마 여죄가 있는 건 아니겠지

→ 설마 덧잘못이 있지 않겠지

→ 설마 덤잘못이 있지 않겠지

39쪽


나 때문에 누군가가 직장을 잃는 건 너무 싫은데

→ 나 때문에 누가 일터를 잃으면 너무 싫은데

8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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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4
마츠무시 아라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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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9.12.

책으로 삶읽기 1050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4》

 마츠무시 아라레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7.31.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4》(마츠무시 아라레/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을 보면, 서로 다른 마음이 만나서 즐겁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마음이 부딪혀서 서운하고 아프기도 한 하루가 흐른다. 나하고 다르기에 눈길이 가고, 나하고 다르지만 닮기에 마음이 가며, 나하고 다르기에 엇갈리는 듯하지만, 나하고 다르지만 닮기에 어느새 아물면서 반짝인다. 모든 풀과 나무는 꽃을 피우지만, 모든 꽃에 씨앗이나 열매를 맺지는 않는다. 그저 꽃을 피우면서 즐거운 길이기도 하고, 씨앗이며 열매를 맺으면서 기쁜 길이기도 하다. 숱한 갈래인 숱한 길을 마주하기에 숱한 목소리로 숱한 오늘을 살아낸다.


ㅍㄹㄴ


‘왜 이렇게 서운한 기분이 드는 거지? 그에겐 그의 인생이 있는 것뿐인데.’ (39쪽)


“니가 부정 안 하면, 토모짱도 비하당하게 되는 거다이가!” (94쪽)


“사과는 할머니가 해야지. 우리 코짱은 너무 착해서, 할머니가 증손주 보고 싶다라고 말할 때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내가 몹쓸 짓을 했다는 걸 깨달아서 슬픈 거야.” (150쪽)


+


왜 남의 집 현관에서 애정행각이고

→ 왜 다른 집 길목에서 꽁냥거리고

→ 왜 남집 앞에서 간드러지고

22쪽


왜 이렇게 서운한 기분이 드는 거지?

→ 왜 이렇게 서운하지?

39쪽


뭐고, 여긴? 마계 입구가?

→ 뭐고, 여긴? 불굿 앞이가?

→ 뭐고, 여긴? 불늪 어귀가?

112쪽


역시 신원이 확실한 사람과 사귀는 게

→ 참말 누군지 뚜렷한 사람과 사귀어야

→ 참으로 잘 알 만한 사람과 사귀어야

135쪽


누군가가 좋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 누가 좋다고 말하지 않고

137쪽


아마도 동성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 아마도 나란히 더 좋아하는 듯해

→ 아마도 사내를 더 좋아하는 듯해

14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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