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직성 直星


 일이 직성에 맞지 않는지 → 일이 마음에 맞지 않는지

 예나 지금이나 직성이 변하지 않았다 → 예나 이제나 마음결이 안 바뀌었다

 헐뜯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위인이었다 → 헐뜯어야만 속이 풀리는 놈이었다


  ‘직성(直星)’은 “1. [민속] 사람의 나이에 따라 그 운명을 맡고 있는 아홉 별. 제웅직성, 토직성, 수직성, 금직성, 일직성, 화직성, 계도직성, 월직성, 목직성이 있다. 열 살에, 남자는 제웅직성이 들기 시작하고 여자는 목직성이 들기 시작하여 차례로 돌아간다고 한다 2. 타고난 운명 3. 타고난 성질이나 성미”처럼 풀이합니다. ‘아홉별’이나 ‘마음·맘·마음결·마음새·마음속’으로 고쳐씁니다. ‘속·속마음·속넋·속얼·속생각’이나 ‘성’으로 고쳐쓰고요. ‘뼛골·뼛속·뼛속들이’나 ‘뒤·뒤쪽·뒤켠·뒷자락’으로 고쳐쓸 만해요. ‘숨은넋·숨은얼·숨은마음·숨은생각·숨은빛’이나 ‘살림결·살림길·삶결·삶길’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직성’을 둘 더 싣지만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직성(直省) : [역사] 고려 시대에, 중서문하성과 상서도성에 둔 구실아치. 문종 때에 두었다

직성(直城) : [역사] 적을 막기 위하여 직선으로 길게 쌓은 성벽



언제까지 기다려야 직성이 풀리는 거냐고

→ 언제까지 기다려야 속이 풀리느냐고

→ 언제까지 기다려야 마음이 풀리느냐고

《심야식당 6》(아베 야로/조은정 옮김, 미우, 2011) 184쪽


언제쯤 직성이 풀리는 거야

→ 언제쯤 성이 풀려

→ 언제쯤 뒤켠이 풀려

→ 언제쯤 속마음이 풀려

《여름눈 랑데부 2》(카와치 하루카/김유리 옮김, 삼양출판사, 2012) 120쪽


있잖아 조무래기니 삼류니, 말끝마다 상대를 깎아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거니

→ 있잖아 조무래기니 우스우니, 말끝마다 깎아내려야 성이 풀리니

→ 있잖아 조무래기니 주접이니, 말끝마다 깎아내려야 속이 풀리니

《모브사이코 100 2》(ONE/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4) 98쪽


한번 관심이 생기면 거기에 관련한 책은 직성이 풀릴 때까지

→ 눈여겨보면 이와 얽힌 책은 속이 풀릴 때까지

→ 눈이 가면 이 갈래 책은 마음이 풀릴 때까지

《책이 좀 많습니다》(윤성근, 이매진, 2015) 17쪽


어디 직성이 풀릴 때까지 해봐

→ 어디 속이 풀릴 때까지 해봐

→ 어디 마음이 풀릴 때까지 해봐

《키테레츠대백과 2》(후지코 F. 후지오/오경화 옮김, 미우, 2018) 130쪽


무엇이든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 무엇이든 다 가져야 속이 풀렸다

→ 무엇이든 다 가져야 하는 마음보였다

→ 무엇이든 다 가지려 했다

《동남아시아사》(소병국, 책과함께, 2020)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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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백전백승



 지피지기이면 백전백승이다 → 서로 알면 다 이긴다 / 모두 알면 늘 이긴다

 유비무환이면 백전백승이다 → 미리 해두면 다 이긴다 / 미리 하면 다 잘된다

 백전백승을 원한다면 → 다 잘되기를 바란다면 / 다 이루기를 바란다면


백전백승(百戰百勝) : 싸울 때마다 다 이김 ≒ 백전불패



  싸울 때마다 이기니 ‘싸우면 이기다·싸움으뜸이’나 “안 지다·지지 않다”라 하면 됩니다. ‘꺾다·뚫다·이기다·지우다’나 ‘누르다·내리누르다·찍어누르다’라 할 만하고, ‘넘다·넘어뜨리다·넘어트리다’나 ‘무너뜨리다·무찌르다·물리치다’라 할 수 있어요. ‘부수다·쳐부수다·깨부수다·때려부수다’라 하면 되어요. “늘 이기다·노상 이기다·마냥 이기다·언제나 이기다”나 “다 이기다·모두 이기다·잇달아 이기다·내내 이기다”라 해도 어울립니다. ‘내쫓다·때려눕히다·쫓다·쫓아내다’나 ‘박차다·휩쓸다’라 할 만하고, ‘꽃가마·꽃가마 타다’라 하면 되어요. ‘반짝길·반짝꽃·빛길·족족’이나 ‘가운꽃·가운빛·가운별·가운임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ㅍㄹㄴ



백전백승의 강철장군

→ 늘 이기는 무쇠님

→ 다 이기는 무쇠님

→ 싸우면 이기는 든든님

《남북한 현대사》(하야시 다케히코/최현 옮김, 삼민사, 1989) 67쪽


모서리만 약간 깎았는데 백전백승이군요

→ 모서리만 좀 깎았는데 때려눕히는군요

→ 모서리만 살짝 깎았는데 무찌르는군요

《건방진 천사 13》(니시모리 히로유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 84쪽


상대가 아무리 봐도 백전백승 같은데

→ 저쪽이 아무리 봐도 다 이길 듯한데

→ 저쪽이 아무리 봐도 늘 이길 듯한데

《앤의 마고마고 도서랜드 1》(히구치 타치바나/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6)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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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2025.9.13. 손땀



  부산 북구에서 영화와 책과 살림을 나누는 〈무사이〉가 있다. 오늘 살짝 마실을 하고서 나오는 길에, 책 앞자락에 손글씨를 담을 수 있느냐고 물으셔서 기꺼이 딤아 본다.


  다섯 자락 책에 적을 손글씨이니, 다섯 자락 여는말을 조금씩 바꾸어서 다섯 가지 넉줄노래를 꾸린다. 열 자락이라면 열 가지 노래를 쓰고, 스무 자락이라면 스무 가지 노래를 나눈다.


  소낙비도 오고 가랑비도 오고 벼락비도 오는 즐거운 날이다. 가문 땅은 더 적시고, 더운 땅은 보드랍게 적시고 나면, 이윽고 구름이 걷히고서 파랗게 갤 테지. 뚜벅뚜벅 걸어서 연산동 쪽으로 넘어간다. 걷다가 땀나면 버스를 타지. 걸으며 책을 읽고, 길나무와 골목꽃을 마주한다.


  손바느질처럼 손글씨도 손땀이다. 손빨래처럼 손수 가꾸고 돌보고 빚는 모든 일은 손땀이다. 손수 애쓰며 흘리는 땀방울마냥, 손길이 닿는 곳마다 이슬방울처럼 맑게 숨결이 흐른다. 예부터 누구나 집과 옷과 밥을 손수짓기라는 살림길로 여미었다. 손땀집과 손땀옷과 손땀밥인 셈이니, 지난날 사람들은 손빛이 흐르는 집밥옷을 누리면서 누구나 튼튼하고 즐거웠다고 느낀다.


  손빛을 잊으니 스스로 바랜다. 손길을 들이지 않으니 스스로 무너진다. 손땀을 잃으니 언제나 스스로 남을 쳐다보거나 구경하거나 노려보느라 삶이 사라진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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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커피가 싫어



  어제(2025.8.14.) 낮에 두바퀴를 달려서 논둑길을 가르는데, 고흥제비 100마리 남짓 날개춤을 베풀었다. “엄청 줄었구나!”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올가을 고이 돌아가서 따스히 누리고서 새해에 보자!” 하고 외친다. 손전화를 켜서 담으려 하니 이동안 모두 옆논 하늘로 사라진다.


  오늘 고흥서 부산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서 쉼터를 거치는데, 버스지기님이 거듭거듭 말씀한다. “제발 버스에서 커피 다 마시고 내려주세요. 버스가 흔들릴 적에 미끄러져서 흘리면 버스 바닥에 냄새가 배고 힘듭니다. 기사들은 커피 들고 타는 분들을 보면 노이로제에 걸려요.” 그러고 보니 부산 시내버스에서도 버스지기님이 커피잔 들고 타는 손님을 다 막더라. 곰곰이 보면, 시외버스는 덜 흔들리지만 시내버스는 서서갈 수 있고 훨씬 흔들린다.


  첫가을로 넘어서려는 흰구름은 아직 몽글몽글하다. 늦장마에 적잖은 사람이 죽고 다쳤는데, 나라지기는 멀쩡히 논다. ‘싸이’란 사람까지 부르며 신난 듯싶다. ‘무안공항 떼죽음(대참사)’은 아직까지 특검이건 진상조사를 할 낌새이건 없다. 이렇게 뭉개지만 우리 스스로 목소리조차 안 낸다. 떼죽음을 놓고도 갈라치기를 하는 벼슬자리라면 ‘민주’란 그저 허울이다. 깃발만 꽂으면 그냥 뽑히는 전라도는 ‘경선 여론조사’를 앞두고서 ‘당원등록’이 엄청 늘어난다.


  버스지기님은 졸음과 잠을 쫓으려고 커피를 노상 달고 사는데 커피앓이를 할 만큼 숱한 젊은분이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어지럽힌다. 늙은 아재는 버스나루를 꽁초나라로 더럽히고 젊은분은 커피쏟기를 선보이고, 할매는 쉼터에서 너무 느긋하고, 여러모로 보면 재미난 별이다. 2025.8.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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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하직인사



 하직인사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절을 올립니다

 저의 마지막 하직인사입니다 → 제 마지막절입니다

 이렇게 하직인사를 하게 되어 → 이렇게 마무리말을 하여


하직인사 : x

하직(下直) : 1. 먼 길을 떠날 때 웃어른께 작별을 고하는 것 2. 무슨 일이 마지막이거나 무슨 일을 그만둠을 이르는 말 3. 어떤 곳에서 떠남 4. [역사] 서울을 떠나는 벼슬아치가 임금에게 작별을 아뢰던 일 5. [역사] 벼슬아치가 당직이 끝나 집으로 가던 일

인사(人事) : 1.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2.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3.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림.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니 ‘마지막말·막말’입니다. 마치면서 ‘마침말·마감말·마무리말’을 하고요. 마지막으로 절을 하기에 ‘마지막절·마감절·막절’이에요. 마지막이란 끝이기도 하니 ‘끝말·끝절·끝소리’이기도 하고, ‘떠남말·헤어짐말’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하루분의 생명을 건네받고 오늘도 나는 하직인사를 했다

→ 하루치 목숨을 건네받고 오늘도 나는 떠나는 절을 했다

→ 하루몫 목숨을 건네받고 오늘도 나는 물러났다

《雅歌》(신달자, 행림출판, 1986) 40쪽


무슨 하직인사라도 하러 왔어?

→ 무슨 마지막말 하러 왔어?

→ 무슨 헤어짐말 하러 왔어?

→ 무슨 끝말이라도 하러 왔어?

《건방진 천사 15》(니시모리 히로유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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