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16 : 가장 -ㄴ 변화 시작 것


선우 스스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 선우는 스스로 달리기를 한다

→ 선우는 달리기를 하며 스스로 바꾼다

《마지막 레벨 업》(윤영주, 창비, 2021) 190쪽


옮김말씨인 “가장 큰 변화”를 임자말로 삼고서, 일본옮김말씨인 “-를 시작했다는 것이다”를 풀이말로 삼은 보기글입니다. 통째로 뜯어고칠 노릇입니다. 이 글이라면 임자말은 ‘선우는’으로 잡아야 맞습니다. “선우는 + 달리기를 하며 + 스스로 바꾼다”쯤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선우는 + 스스로 + 달리기를 한다”로 손보아도 되고요. ㅍㄹㄴ


변화(變化) :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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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17 : 묵음 침묵


섬은 묵음이다 침묵이 있어야 섬이 된다

→ 섬은 고요하다 말이 없어야 섬이 된다

→ 섬은 조용하다 가만 있어야 섬이 된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손택수, 창비, 2020) 78쪽


한자말 ‘묵음’하고 ‘침묵’을 잇달아 적어야 노래(시문학)가 된다고 여기는 보기글입니다만, 우리말 ‘고요’하고 “말이 없다”로 나란히 손볼 만합니다. 우리말 ‘조용’하고 “가만 있다”로 나란히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묵음(默音) : [언어] 발음되지 아니하는 소리

침묵(沈默) : 1.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2. 정적(靜寂)이 흐름 3. 어떤 일에 대하여 그 내용을 밝히지 아니하거나 비밀을 지킴 4. 일의 진행 상태나 기계 따위가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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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28 : 그 일기 만들어진


그 일기가 책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 하루글을 책으로 묶은 적이 있다

→ 하루쓰기를 책으로 낸 적이 있다

《심심과 열심》(김선희, 민음사, 2020) 44쪽


이야기를 묶은 꾸러미는 모두 하루하루 여미거나 쓴 글을 모읍니다. 책을 놓고서 여러 이름을 붙입니다만, 모름지기 모든 책은 하루쓰기입니다. 날마다 꾸준히 써서 매듭을 짓기에 줄거리를 챙겨서 두루 나눠요. 나날이 차곡차곡 써서 갈무리하기에 고루 펴는 이야기꽃이자 이야기씨앗입니다. 우리가 쓴 글은 우리가 땀흘려서 내놓습니다. 남이 ‘만들’지 않고, 남한테서 ‘만들어지’지 않아요. 일본옮김말씨인 ‘만들어진’을 걸러낼 노릇입니다. ㅍㄹㄴ


일기(日記) : 1.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2. = 일기장 3. [역사] 폐위된 임금의 치세를 적은 역사. 폐주이므로 실록에 끼이지 못하고 달리 취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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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파란노래 (읽고 잇고 있다)

읽잇있 1 생각하는 너와 나



  이미 사라지고 없는 책이란, 이제 더는 읽히지 않으면서 잊히는 책일 텐데, 새책집에서 새것으로 안 사고팔 뿐, 헌책집에서는 다리품을 팔아서 찾아내어 새롭게 읽을 책이게 마련입니다. 책자취에 ‘100쇄’나 ‘200쇄’쯤 찍히는 책을 굳이 읽어야 우리 스스로 숨결을 살리지 않습니다. ‘30쇄’나 ‘50쇄’에 이르지 못하는데다가 ‘초판’으로 멈춘 책을 읽기에 우리 숨결을 못 살리지 않습니다. 그저 “늘 새롭게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이라는 씨앗’을 우리 스스로 빚어서 심도록 북돋우는 책”을 손에 쥘 적에, 누구나 숨결과 숨빛과 숨꽃을 고스란히 살립니다.


  책에는 ‘새책’과 ‘헌책’이 있습니다. 우리 살림살이도 ‘새살림’과 ‘헌살림’이 있습니다. 왜 둘만 있느냐고 물을 까닭이 없습니다. 워낙 이 별누리는 ‘둘’로 이루거든요. ‘둘’이란 ‘하나 + 하나’인데, 하나에 하나를 더해서 둘을 이룬 숨결이 새롭게 ‘하나’를 낳으면 언뜻 ‘셋’으로 서는구나 싶으면서 새삼스레 ‘하나’로 뭉칩니다. 둘인 ‘하나와 하나’가 낳은 ‘또다른 하나’는 겉몸으로는 셋이되, 마음으로는 ‘그저 하나’요, 사랑으로도 ‘언제나 하나’입니다.


  한걸음을 떼기에 내 곁에 있는 너를 알아보면서 한걸음을 새로 뗍니다. 두걸음인 셈인데, 두걸음을 떼고서 둘이 하나로 피어나면, 어느새 우리는 새록새록 ‘한걸음(첫걸음)’을 떼면서 스스로 새롭게 눈뜨고 깨어납니다. 하나는 둘로 가서 셋을 이루고는 즐겁게 하나로 돌아갑니다.


  이 얼거리를 ‘두하나(모두하나)’라 할 텐데, ‘양자물리학’이라 일컫습니다. ‘하나’하고 ‘하나’로 모두를 그리면서 ‘둘’로 피어나고 깨어날 적에 어쩐지 ‘하나’로 돌아가는데 크기도 부피도 빛깔도 고스란히 하나이되 뭇(무한대)입니다. ‘한길’이 ‘뭇길’인 셈이고, ‘한길 = 뭇길’은 곧장 ‘샘·샘물’로 만나서 흐릅니다.


  두멧숲에서 졸졸 솟는 가장 맑고 싱그러운 물줄기가 ‘샘’입니다. 샘물은 많이도 적게도 솟지 않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똑같이 솟습니다. 가물든 장마이든 샘물은 늘 같아요. 더욱이 샘물을 이루자면 비가 내려서 땅으로 스며야 하고, 비가 내리자면 바다가 하늘빛을 담아서 새파랗게 싱그러울 노릇입니다. 그러니까 바다가 비요, 비가 샘이며, 샘이 내요, 내는 다시 바다인데, 우리는 다 다르지만 하나인 물방울을 몸으로 받아들여서 목숨을 이루고 숨빛을 펴며 눈뜨고 깨어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사랑으로 살림을 하는 숲빛인 목숨입니다. 사람이란, 샘물을 받아들이는 나(내·냇물·가시내·사내)입니다. 사람은, 샘물을 받아들여서 내를 이루어 흐르는 숨붙이라서 언제나 스스로 새롭고, 늘 저마다 새롭기에 ‘생각’을 씨앗으로 빚어서 마음에 가만히 묻고는, 생각씨가 싹틀 적마다 꿈을 이루고 삶을 누리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지내요.


  생각이란, 새롭게 가는 길이요, 샘처럼 솟는 물빛이요, 하늘(사내)과 땅(가시내) 사이를 이으며 노래하는 새(멧새·철새)이면서, 틔워서 해바람비가 드나드는 자리인 ‘틈’과 닮되 다른 ‘새(사이)’입니다. 사내(머스마·아들)는 ‘작은땅(아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논밭을 살찌우는 비를 뿌리는 ‘하늘’과 같다면, 가시내(갓·딸)는 ‘별(크게 하나인 땅·딸)’이라는 이름에 알맞게 온누리를 통틀어 품고 살리는 숲빛과 같습니다. ‘땅(딸)’이라는 낱말은 별(지구)을 통째로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샘물과 같은 ‘내’라는 말씨를 나란히 붙여서 다르며 닮은 사람길인 ‘가시내·사내’라 일컫습니다. 늘 맑고 밝게 흐르는 내처럼 흐드러지는 사랑으로 만나는 사이인 ‘가시내·사내’이기에, 한결같이 새롭게 눈망울을 반짝이면서 하루를 짓고 빚고 가꾸고 일구는 길에 함께 기운과 힘을 기울입니다.


  생각이란, 눈으로는 못 본다고 여기지만, 늘 우리 몸마음에 흐르는 ‘빛나는 씨앗’입니다. 우리는 마음을 늘 ‘말’로 나타내지요. 남이 시키는 대로만 심부름을 한다면 ‘마음·말·삶’은 그저 딱딱하게 굳어서 아무 싹을 못 틔우지만, 아무리 작든 크든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서 씨앗 한 톨을 심으려는 꿈을 키울 적에는 이 꿈이 어느새 ‘생각씨’로 거듭나서 싹트고 자랍니다.


  생각씨를 스스로 일으켜서 마음에 심을 적에는 눈이 반짝입니다. 비록 ‘생각’을 못 본다고 여기더라도, “생각하는 사람”이 어떠한 숨결인지 ‘눈에 어리는 빛’으로 알아채요. 생각하며 말하는 사람은 눈이 별처럼 초롱초롱합니다. 생각시늉이나 생각흉내를 하면서 짐짓 꾸미거나 치레하는 사람은 눈이 안 빛나요. 마음에 두고 가꾸면서 사랑하는 별씨나 빛씨인 생각이니, 생각을 하면 나부터 살리고, 나를 마주하는 너한테 사랑빛을 베풀며, 우리가 나란히 파란하늘과 파란바다를 품는 사람으로 이곳에 섭니다. 2025.9.29.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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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27.


《웃음과 비탄의 거래》

 마크 트웨인 글/정소영 옮김, 온다프레스, 2022.1.17.



엊저녁은 범어사랑 노포 사이 멧기슭 길손집에서 묵었다. 마을끝이자 멧길 들머리에 덩그러니 있는 길손집이라서, 부산이지만 풀벌레노래만 한밤을 가르더라. 부릉부릉 시끌벅적 왁자지껄이 하나도 없다. 술에 절어 고래고래 흥얼대는 사람도 없네. 다만 길손집이 매우 작고 낡았더라. 06:20 시외버스를 탄다. 광주로 넘어간다. 광주버스나루 둘레로 뭔 삽질이 한창이다. 삽질판을 비켜서 걷다가 그만 샛길로 빠졌고, 책짐을 안고 진 채 한참 땀을 뺐다. 길을 찾으려고 다리를 쉬며 길가에 앉아서 숨돌리는데, 세 살쯤 되는 아이가 수레에 앉아서 지나가다가 나를 빤히 보며 “안녕하셔요?” 하고 웃는다. 마주 웃으며 “네, 안녕하시나요?” 하고 대꾸한다. 기운을 차린다. 언제 들어도 이름이 낯선 ‘ACC(아시아문화전당)’으로 간다. 책잔치가 있다는데, 전철에서 내려 걸어가자니 알림판이 엉성하거나 없다. 다시 한참 에돌며 땀으로 흥건하다. 《웃음과 비탄의 거래》가 나올 수 있어 반갑다. 마크 트웨인을 읽고픈 이웃이 아직 있구나. 열다섯 해쯤 앞서 ‘막내집게’라는 작은책터에서 낸 책이 떠오른다. 씨앗을 품는 사랑이라면 말빛을 나누고 글빛을 베풀며 책빛을 틔울 테지. 저녁에 모처럼 〈소년의 서〉에 들러서 책내음을 더 맡았다.


《웃음과 비탄의 거래》를 천천히 읽는다. 이미 떠난 분이 남긴 글을 모으는 책은 앞으로 더 나올 일이 없을 테니까. 그런데 우리는 “줄거리만 훑는 사람”일 수 없다. 미국사람 마크 트웨인 님은 ‘줄거리’로만 뜻깊을까? 줄거리를 비롯해서 글결과 말씨가 돋보인 사람이지 않을까? 우리는 이웃말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 적에 슬기롭고 빛나고 아름다울까? 미국영어를 우리말로 잘 옮기려면, 글쓴이 삶과 마음과 미국살림도 잘 읽고 익힐 노릇이면서, 우리말과 우리살림도 잘 읽고 익힐 노릇이지 않을까? 아직 우리나라 옮김말은 ‘줄거리’에만 치우친다. 줄거리마저 놓치는 옮김말도 수두룩한데, 삶쓰기와 삶읽기란 ‘나·너·우리’를 나란히 헤아려서 새롭게 한빛으로 녹이고 풀어가는 길일 적에 빛난다.


#MarkTwai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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