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97 : 가을 추수 농부의


가을 추수가 끝날 때까지 참새 때문에 농부의 걱정은 그칠 날이 없습니다

→ 흙지기는 가을걷이를 끝낼 때까지 참새 걱정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 흙일꾼은 가을걷이까지 참새 때문에 걱정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생명을 보는 눈》(조병범, 자연과생태, 2022) 51쪽


“가을 추수”는 틀린말씨입니다. ‘가을걷이’로 바로잡습니다. “농부의 걱정”은 일본말씨예요. ‘흙지기·흙일꾼’으로 손보면서 맨앞으로 옮기고서 “흙지기는 참새 걱정이”나 “흙일꾼은 참새 때문에 걱정이”로 가다듬습니다. ㅍㄹㄴ


추수(秋收) :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임 ≒ 가을걷이·추가(秋稼)

농부(農夫) : 농사짓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 경부·농부한·농사아비·전농·전부·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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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91 : 무언가가 변하 그것 변화 것들


무언가가 변하면 그것을 따라 변화하는 것들이 있다

→ 무엇이 바뀌면 이에 따라 바뀌곤 한다

→ 하나가 바뀌면 덩달아 바뀌기도 한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부너미, 민들레, 2019) 101쪽


‘-가가’는 틀린말씨이니 바로잡습니다. 옮김말씨인 ‘그것’은 ‘이’로 손봅니다. 무엇이 바뀌면 이에 따라 바뀌곤 하지요. 보기글에서 ‘것들’은 군더더기입니다. ㅍㄹㄴ


변하다(變-) :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다

변화(變化) :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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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어떤 꽃을



나도 꽃일까 하고

어릴적에 돌아볼 때면

난 아무래도

돌바닥에 낀 이끼일까

아니

이끼한테도 창피한

조그만 티끌일까 하다가

아니

씨앗이 웅크리며 잠들

흙을 이루는

알갱이 하나일까 하고

느끼곤 했다

오늘도 나는

흙알갱이 한 톨이지 싶다


2025.6.14.흙.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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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지 마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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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6.15.

인문책시렁 432


《눈감지 마라》

 이기호

 마음산책

 2022.9.25.



  찰칵이를 늘 쓰되 으레 헌것으로 장만합니다. 마지막으로 새것을 장만해 본 적이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언니가 장만해 준 무릎셈틀을 열 해째 쓰다가 지난해에 숨을 거두어 떠나보낸 뒤, 살림돈을 어찌저찌 헐어서 헌것으로 장만했는데, 셈틀집에서 들려주는 달콤말에 홀렸는지 자꾸 간당간당하면서 숨이 넘어가려고 합니다.


  시골집을 떠나서 바깥일을 할 적에 늘 곁에 둘 무릎셈틀입니다. 어떡해야 하느냐 한참 곱씹지만 뾰족한 길은 안 나옵니다. 지난이레에도 어제오늘도 간당간당 무릎셈틀을 붙잡고서 울지만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뻐근한 등허리를 쉬다가,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고서 빨래를 하다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지난 한 해 애쓴 무릎셈틀을 쓰다듬으면서 속삭입니다. “고마워, 애썼어. 네가 나한테 와서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기에 반가워.”


  《눈감지 마라》를 2025년 첫여름에 읽었습니다. 서울과 인천으로 일하러 다녀오는 길에 읽었습니다. 엄청나게 붐비고 시끄러운 복판마을(센트럴시티)에서 첫 쪽을 폈고, 한참 읽다가 눈을 드니 곧 시외버스를 탈 때이더군요. 한 시간 즈음 책에 파묻혔습니다. 눈을 들고 나서야 둘레가 그야말로 왁자지껄한 줄 다시 느꼈습니다.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마저 읽는 동안, 이 시외버스에서 떠드는 다른 손님 말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습니다. 마지막 쪽을 덮고서 고개를 들고 보니, 둘레 적잖은 손님이 참으로 시끌시끌 손전화로 수다를 떨더군요.


  이기호 님이 쓴 《눈감지 마라》는 아주 잘 엮었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두 젊은이는 그다지 ‘돈을 쓰는 일’이 없어 보이는데, 끝없이 곁일을 하면서도 왜 빚을 못 갚거나 목돈을 못 모으는지 꽤 알쏭달쏭했습니다. 모르는 분은 그냥 모르는데, 서울과 큰고장에서는 나절삯(시급)으로 곁일을 하지만, 시골에서는 ‘통크게’ 곁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시골에는 밥집도 술집도 찻집도 적습니다만, 요사이는 ‘이웃일꾼’이 시골에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다가 나들꾼(관광객)이 두멧시골로 꽤 찾아다녀요. 그래서 밥집과 술집과 찻집이 드물지는 않고, 이제 웬만한 시골 면소재지까지 나들가게(편의점)가 있습니다. 시골은 한 해 내내 다 다른 일거리가 줄줄이 있어요. 논과 밭뿐 아니라 공장이 되게 많은 시골이에요. 바닷가라면 김공장까지 있습니다. 젊은이가 김공장에서 한 해만 일해도 빚을 다 갚고도 목돈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젊은이가 뜻을 펴거나 꿈을 이루는 길을 열기는 만만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나라와 고을에서 젊은이를 북돋우려는 길을 여러모로 내려고 힘쓰기는 하지만, 막상 모든 젊은이한테 안 와닿기도 하고, 가난한 젊은이한테는 아주 안 와닿기까지 합니다. 또한, 차츰 ‘젊은돌이’가 설 만한 자리가 얕고 버거워요. 지난날 ‘젊은순이’가 겪어야 하던 높다랗고 까마득한 담벼락을 이제는 젊은돌이가 꽤 버겁게 맞닥뜨리면서 헤매기도 합니다.


  줄거리를 알뜰살뜰 품어내는 손끝에 ‘시골살이’와 ‘일자리’와 ‘곁일’을 조금 더 깊넓게 짚으면서 얼거리를 살피려 했다면 한결 나았겠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글을 쓰실 적에는, 겉훑기로 그려내고서 그치기보다는 몸소 여러 ‘시골일’과 ‘시골일자리’를 해보고 나서, 살갗과 삶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로 여미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ㅍㄹㄴ


대학 졸업과 동시에 그들은 대번에 채무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냥 조용히 대학만 다녔을 뿐인데도 정용은 800만 원, 진만은 1200만 원 빚이 생겼다. (19쪽)


정용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도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았다. 모두 혼자 사는 사람들이었다. 연차나 반차, 월차 같은 것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코인 세탁소를 이용하지도 않는 사람들이었다. (70쪽)


그래, 사는 게 팍팍하지 않으면 한국 현대사의 쟁점들이 궁금하기도 하겠지. 최저임금이나 고용 상황이니 하는 것들보다, 한국 현대사의 쟁점들도 만만치 않게 중요한 거겠지. (98쪽)


“너 왜 가난한 사람들이 화를 더 많이 내는 줄 알아? 왜 가난한 사람들이 울컥울컥 화내다가 사고치는 줄 아냐구!” (112쪽)


진만이 어렸을 땐 무슨 돌림노래처럼 하루건너 한 번씩 이웃집에서 악다구니가 들려왔다. 유리컵이 깨지는 소리, 누군가 서럽게 우는 소리, 또 그 사람들을 말리는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이젠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143쪽)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늘 무언가가 묻어 있거나 작은 것들이 떨어져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아이들 옆에서 계속 계속 그걸 치우다 보면 어쩐지 어떤 수치심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199쪽)


진만이 죽었다는 것,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국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 차가운 길에 오랫동안 홀로 누워 있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도무지 실감 나지 않았다. (294쪽)


“나 여기 올라와서 아직까지 한 명도 만난 사람이 없어요. 형 말고 말해본 사람도 없고.” (314쪽)


+


《눈감지 마라》(이기호, 마음산책, 2022)


엄지손가락만 해져 있었다

→ 엄지손가락만 하다

→ 엄지손가락만큼 작다

11


다른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 다른 무엇이 되어 가는 듯했다

→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듯했다

38


그게 다 자신의 기초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 이는 다 제 밑동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 다 제 밑머리가 어리숙하기 때문이라고

→ 다 제 바탕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41


가끔씩 놀라기도 했으니까

→ 가끔 놀라기도 했으니까

124


바로 고향인 무안으로 내려갔다

→ 바로 둥우리 무안으로 갔다

→ 바로 보금자리 무안으로 갔다

158


오래된 구옥 20여 채가 모여 있는 작은 동네였다

→ 오래된 집 스무 채 즈음 모은 작은 마을이다

→ 옛집이 스무 채 즈음 모인 작은 마을이다

26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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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31.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숲노래 밑틀·최종규 글·나유진 그림, 철수와영희, 2025.5.31.



새와 개구리와 바람과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가 아닌, 부릉부릉 왁자지껄 우글우글 같은 소리가 넘실거리는 부산 한복판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글살림을 여민다. 곁에 어떤 소리가 흐르는지에 따라서 글길이 바뀔 수 있겠지. 늘 푸른노래를 듣는 삶터라면 우리가 바라보는 이야기도 푸른숨결이게 마련이고, 늘 시끌소리에 갇힌 큰고장이라면 빛씨앗이 아니라 ‘옳고그름’이라는 줄거리에 기울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서울·큰고장에서 그냥그냥 하루를 온통 보내는 한해살이를 잇는다면, 애써 붓을 쥐어 글을 쓰더라도 ‘사랑으로 살림짓는 숲빛이 흐르는 마음’이 아닌 ‘이렇게 해야 옳고, 저렇게 하면 그르다는 굴레’에 마냥 휩쓸리겠다고 느낀다.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을 일곱 해에 걸쳐서 새로쓰고 고쳐쓰고 다시쓰는 길을 거쳐서 내놓는다. 얼핏 조그마해 보이는 꾸러미인데, 이레나 달포가 아닌 일곱이라는 해가 흐르는 나날을 두고서 가다듬었다. 일곱 해를 더 다듬고서 2032년에 선보일 수 있지만, 일곱 해 뒤에는 이동안 새롭게 배우고 익히는 살림말과 숲말 이야기를 쓰면 될 일이지 싶다. 지난 2018년에는 《우리말 동시 사전》을 막바지로 고쳐쓰는 동안 ‘문해력’이라는 일본말을 어떻게 풀고 품어서 우리말씨로 보듬을 적에 어울릴까 하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동안 이 낱말 저 말씨를 헤매고 짚은 끝에 ‘글힘’과 ‘글귀’를 거치고 ‘글눈·글눈길·글눈빛’을 짚으면서 글읽기·글읽는·글읽꽃’ 같은 낱말을 혀에 얹어 보았다. 꼭 한 낱말로만 풀어야 하지 않다. 여러 낱말로 풀 수 있고, 앞으로도 더 생각을 기울여서 새말을 차근차근 지을 만하다. 어린이 곁에서는 ‘어린글눈’과 ‘어린글꽃’을 피우고, 푸름이랑 어깨동무하며 ‘푸른글눈’과 ‘푸른글꽃’을 피울 수 있다. 나부터 어른으로서 ‘어른글눈’과 ‘어른글꽃’이 피어나는 길에 밑흙이 될 수 있다.


어린이와 푸름이가 하루에 한나절은 책도 손전화도 없이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새빛을 헤아리는 씨앗 한 톨을 일구는 틈을 누리기를 빈다. 우리는 누구나 어른으로서 하루에 한나절은 마음빛을 들여다보고 마음밭을 갈고닦고 마음씨를 심으면서 마음노래를 들려주는 어진 마음꽃을 피울 수 있기를 빈다. 다 다른 우리가 다 다른 삶말과 살림말과 숲말로 생각씨앗을 나눌 적에 이곳은 아름나라로 거듭난다고 본다.


“쉬운 말이 평화”이고, “쉬운 말이 사랑”이고, “쉬운 말이 숲”이고, “쉬운 말이 노래”이고, “쉬운 말이 집”이고, “쉬운 말이 삶”이고, “쉬운 말이 생각”이다. “쉬운 말이 씨앗”이니, 낱말외우기가 아닌 말익히기라는 살림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온누리를 그린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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