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8. 봄끝
해마다 다른 날씨입니다. 올해하고 지난해가 다르고, 그러께에 서너 해 앞서가 다릅니다. 열 해나 스무 해 앞서가 다르고, 앞으로 다가올 서른 해나 쉰 해 뒤가 다르게 마련입니다. 늘 다른 날씨는 언제나 새롭게 흐르는 철빛을 읽으라고 속삭이는 숲말이라고 느낍니다. 넌지시 알려주면서 부드러이 일깨우는 푸른별 숲살림입니다. 2025년 봄 석 달을 돌아보면, 지난 스무 몇 해하고 댈 수 없을 만큼 빛나는 첫봄에 한봄에 늦봄이로구나 싶어요. 오늘날 이 별은 어느 곳이건 삽질이 끊이지 않고 부릉부릉 오가는 쇳덩이(자동차)가 줄달으면서 매캐하고 지저분해요. 더구나 총칼(전쟁무기)을 더 모질게 만드는 길에 목돈을 아낌없이 쏟아붓기까지 합니다. 날씨가 널뛰거나 미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올봄은 이른더위가 오려고 할 적마다 차분히 적시는 비가 내렸고, 이튿날은 구름하루를 이으면서 토닥토닥 달래더군요. 이러다 보니 먼지바람(황사)이라든지 꽃가루바람 탓에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사라집니다. 아니, 올해에는 먼지바람과 꽃가루바람이 아예 없은 듯합니다. 사람살이를 지켜보는 하늘이 이렇게 푸른빛으로 돕는다면, 우리도 이 터전을 다시금 바라볼 노릇이지 싶어요.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새롭게 하면서 어깨동무를 하며 아름터로 가꿀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시골과 서울을 어떻게 푸른고을로 가다듬으면서 아이들한테 들숲메바다를 곱게 물려줄 만한지 헤아릴 때예요. 첫여름을 앞둔 봄끝에 이 삶과 꿈과 씨앗과 길을 노래합니다.
봄끝
가을끝에 서면
피고 지고 자는 길을
한 발자국씩 돌아보며
바람줄기 스산하다
겨울끝에 오면
쉬고 숨고 가는 삶을
한 자락씩 되새겨보며
바람빛이 서늘하다
봄끝에 이르면
돋고 트고 여는 씨를
한 톨씩 맞아들여보며
바람결이 산뜻하다
여름끝에 보면
짓고 익고 펴는 꿈을
한 자루씩 베풀어보며
바람맛이 수수하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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