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63 : 와인 잔 이상 -진다


나는 와인 두 잔 이상을 마시면 힘들어진다

→ 나는 포도술 두 모금이 넘으면 힘들다

→ 나는 포도술 두 모금부터 힘들다

→ 나는 포도술을 두 입도 못 마신다

《허송세월》(김훈, 나남출판, 2024) 12쪽


포도로 담그는 술은 ‘포도술’입니다. 능금으로 담그면 ‘능금술’이요, 진달래로 담그니 ‘진달래술’입니다. 물이나 술을 그릇에 담아서 마시는데, 얼마나 마시는가 헤아릴 적에 ‘모금’이나 ‘입’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힘들어진다’처럼 붙이는 ‘-지다’는 옮김말씨입니다. 어떤 일을 해서 힘이 든다고 할 적에는 ‘힘들다’라고 하면 됩니다. 어느 일을 하면서 어떻게 바뀌는 결도 수수하게 ‘힘들다’로 나타내는 우리말씨입니다. ㅍㄹㄴ


와인(wine) :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 서양 술

잔(盞) : 1. 차나 커피 따위의 음료를 따라 마시는 데 쓰는 작은 그릇. 손잡이와 받침이 있다 2. 술을 따라 마시는 그릇. 유리·사기·쇠붙이 따위로 만들며, 크기와 모양은 여러 가지이다 = 술잔 3. 음료나 술을 ‘1’이나 ‘2’에 담아 그 분량을 세는 단위

이상(以上) : 1.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많거나 나음 2. 순서나 위치가 일정한 기준보다 앞이나 위 3. 이미 그렇게 된 바에는 4. 서류나 강연 등의 마지막에 써서 ‘끝’의 뜻을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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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62 : -들 -의 수시로


나무들은 꽃 피고 잎 지는 때가 제가끔이어서 숲의 빛과 냄새는 수시로 바뀐다

→ 나무는 꽃피고 잎지는 때가 제가끔이어서 숲빛과 숲냄새는 곧잘 바뀐다

→ 나무는 꽃피고 잎지는 때가 제가끔이어서 숲은 빛과 냄새가 늘 바뀐다

《허송세월》(김훈, 나남출판, 2024) 8쪽


나무나 풀이나 꽃을 헤아릴 적에는 ‘-들’을 안 붙이는 우리말씨입니다. 비나 눈이나 바람을 살필 적에도 ‘-들’을 안 붙이는 우리말씨예요. 숲에서 느끼거나 마주하는 빛과 냄새라면 “숲빛과 숲냄새”입니다. “숲은 빛과 냄새가”라든지 “숲에서는 빛과 냄새가”라 할 만합니다. 철마다 피고지는 길이 다르게 마련이니, 숲에서 마주하는 숲빛이며 숲냄새는 늘 바뀌고 그때그때 새로우며 언제나 남다릅니다. ㅍㄹㄴ


수시(隨時) : (일부 명사 앞에 쓰여) 일정하게 정하여 놓은 때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름

수시로(隨時-) : 아무 때나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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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61 : 큰 게 좋은가


젖가슴이 큰 게 그리 좋은가

→ 젖가슴이 크면 그리 기쁜가

→ 젖가슴이 그리 커야 하나

→ 젖가슴이 왜 커야 하나

《즐거운 어른》(이옥선, 이야기장수, 2024) 50쪽


‘것’은 어느 하나를 뭉뚱그리듯 가리킬 적에 곧잘 씁니다. ‘거석·거시기’로 뻗고, ‘곳’으로 만납니다. 다만 외따로 쓰기보다 흔히 ‘이것·그것·저것’처럼 앞말을 붙여서 씁니다. 말끝에 달라붙는 ‘것’은 모조리 군말이라 여길 만합니다. “큰 게 그리” 같은 자리는 “크면 그리”나 “그리 커야”로 손질합니다. 그리고 ‘좋다’도 아무 자리에나 안 씁니다. 어느새 ‘것’마냥 ‘좋다’를 말끝에 자주 붙이는 말씨까지 도지는데, ‘낫다’나 ‘즐겁다·기쁘다·반갑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큰 게 그리 좋은가”를 통째로 “왜 커야 하나”라든지 “굳이 커야 하나”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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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60 : 나의 해외여행 분투기


나의 해외여행 분투기

→ 이웃마실로 애쓰다

→ 바깥마실로 구슬땀

→ 나라밖마실로 발품

《즐거운 어른》(이옥선, 이야기장수, 2024) 215쪽


지난 2004년에 “편집자 분투기”라는 책이 나온 뒤로 “무슨무슨 분투기” 같은 말씨가 훅 번집니다. 이 책이 나오기 앞서도 ‘분투·분투기’ 같은 말씨를 쓰는 분이 곧잘 있었지만, 이 책을 불씨로 ‘나의’까지 곁들여 “나의 ○○○ 분투기”를 떠돌말로 삼습니다. 아주 일본말씨인데, 애쓰거나 힘쓰는 사람 스스로 이 말씨를 쓰기에 ‘나의’는 으레 군더더기입니다. 어느 일로 애쓰거나 힘쓸 적에는 ‘땀’으로 빗댑니다. 땀을 빼고 땀을 쏟고 땀을 냅니다. ‘땀방울’은 이슬로 빗대기도 하고 ‘구슬땀’이라고도 하지요. 누가 보든 안 보든 스스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은 다리품에 발품을 들여요. 이웃마실을 하려고 애씁니다. 바깥마실로 구슬땀이에요. 나라밖마실로 발품을 팔고요. ㅍㄹㄴ


해외여행(海外旅行) : 일이나 여행을 목적으로 외국에 가는 일

분투(奮鬪) :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노력함

-기(記) : ‘기록’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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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8. 봄끝



  해마다 다른 날씨입니다. 올해하고 지난해가 다르고, 그러께에 서너 해 앞서가 다릅니다. 열 해나 스무 해 앞서가 다르고, 앞으로 다가올 서른 해나 쉰 해 뒤가 다르게 마련입니다. 늘 다른 날씨는 언제나 새롭게 흐르는 철빛을 읽으라고 속삭이는 숲말이라고 느낍니다. 넌지시 알려주면서 부드러이 일깨우는 푸른별 숲살림입니다. 2025년 봄 석 달을 돌아보면, 지난 스무 몇 해하고 댈 수 없을 만큼 빛나는 첫봄에 한봄에 늦봄이로구나 싶어요. 오늘날 이 별은 어느 곳이건 삽질이 끊이지 않고 부릉부릉 오가는 쇳덩이(자동차)가 줄달으면서 매캐하고 지저분해요. 더구나 총칼(전쟁무기)을 더 모질게 만드는 길에 목돈을 아낌없이 쏟아붓기까지 합니다. 날씨가 널뛰거나 미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올봄은 이른더위가 오려고 할 적마다 차분히 적시는 비가 내렸고, 이튿날은 구름하루를 이으면서 토닥토닥 달래더군요. 이러다 보니 먼지바람(황사)이라든지 꽃가루바람 탓에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사라집니다. 아니, 올해에는 먼지바람과 꽃가루바람이 아예 없은 듯합니다. 사람살이를 지켜보는 하늘이 이렇게 푸른빛으로 돕는다면, 우리도 이 터전을 다시금 바라볼 노릇이지 싶어요.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새롭게 하면서 어깨동무를 하며 아름터로 가꿀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시골과 서울을 어떻게 푸른고을로 가다듬으면서 아이들한테 들숲메바다를 곱게 물려줄 만한지 헤아릴 때예요. 첫여름을 앞둔 봄끝에 이 삶과 꿈과 씨앗과 길을 노래합니다.



봄끝


가을끝에 서면

피고 지고 자는 길을

한 발자국씩 돌아보며

바람줄기 스산하다


겨울끝에 오면

쉬고 숨고 가는 삶을

한 자락씩 되새겨보며

바람빛이 서늘하다


봄끝에 이르면

돋고 트고 여는 씨를

한 톨씩 맞아들여보며

바람결이 산뜻하다


여름끝에 보면

짓고 익고 펴는 꿈을

한 자루씩 베풀어보며

바람맛이 수수하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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