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1.


《생명을 보는 눈》

 조병범 글, 자연과생태, 2022.2.17.



작은아이가 우리집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다가 무화과나무 쪽으로 건너가는 꾀꼬리 두 마리를 보았단다. 작은아이가 곰곰이 보노라니, 꾀꼬리처럼 깃빛이 노랗기에 잘 보일 만한 새는 오히려 꼭꼭 숨어서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직박구리나 멧비둘기처럼 투박한 깃빛이라든지 까막까치처럼 까만새는 굳이 안 숨는 듯하단다. 작은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듣는다. 옳구나. 참새도 굳이 안 숨는다. 훤히 보인다. 작은새는 드디어 파랑새를 본 날도 “파랑새는 잘 보일 듯한데 얼마나 잘 숨는지 몰라요.” 한다. 《생명을 보는 눈》을 읽는 내내 아쉬웠다. 사람이라는 숨빛뿐 아니라, 온누리 뭇숨결을 바라볼 적에는, 말 그대로 ‘바라본’ 삶을 쓸 노릇이다. ‘바라본’ 바가 아니라, ‘서울(도시문명사회) 틀에 맞춘’ 눈으로 보려고 하면 뒤틀리게 마련이다. 어떤 새도 ‘연구대상’이 아니다. 어떤 풀꽃나무도 ‘학술대상’이 아니다. 어떤 미꾸리나 좀수수치도 ‘관찰대상’이 아니다. 그저 숨결이요 숨빛이자 숨붙이인걸. 그저 밝게 보면 된다. 그저 숲빛으로 스며들면서 나란히 보면 된다. 이리 재거나 저리 따지거나 그리 틀박지 않으면 된다. ‘학자’가 아니라 ‘이웃’이자 ‘동무’요 ‘한마을 한집안’으로 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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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11 : 덤 선물



덤으로 주는 선물이지

→ 덤으로 주지

→ 덤이야


덤 : 1.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 2. [체육] 바둑에서, 맞바둑의 경우 흑이 백에게 몇 집을 더 주는 일 ≒ 공제 3. → 우수리

선물(膳物) :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 물선



  무엇을 줄 적에 한자말로 ‘선물’이라 합니다. ‘덤’이란 “더 주는” 일이나 살림을 가리켜요. “덤으로 주는 선물”은 겹말입니다. “덤이야”라 하거나 “덤으로 주지”라 할 노릇입니다. ㅍㄹㄴ



이건 덤으로 주는 선물이지. 이번엔 특별하다네

→ 덤으로 주지. 오늘은 다르다네

→ 덤이야. 오늘은 유난하다네

《눈 내리는 날》(기쿠타 마리코/편집부 옮김, 비로소, 2001)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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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10 : 꿈에 그리던 이상형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 꿈에 그리던 님을

→ 꿈에 그리던 그분을

→ 꿈에 그리던 사랑을


꿈 :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이상형(理想型) :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



  꿈에 그리는 모습이기에 한자말로 ‘이상형’이라 합니다. 겹말인 “꿈에 그리던 이상형” 같은 대목에서는 ‘이상형’을 덜어낼 노릇이에요. “꿈에 그리던 님”이나 “꿈에 그리던 사랑”으로 손질합니다. ㅍㄹㄴ



길을 가다 우연히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을 때

→ 길을 가다 얼핏 꿈에 그리던 님을 만날 때

→ 길을 가다 문득 꿈에 그리던 그분을 만날 때

→ 길을 가다 꿈에 그리던 사랑을 만날 때

《마흔 살 위로 사전》(박성우, 창비, 2023)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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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09 : 오래된 구옥



오래된 구옥

→ 오래된 집

→ 옛집


오래되다 : 시간이 지나간 동안이 길다

구옥(舊屋) : 1. 지은 지 오래된 집 = 고가 2. 예전에 살던 집 = 옛집



  집이 오래되기에 “오래된 집”입니다. 줄여서 ‘오래집’이라 할 만합니다. 오래집이란 ‘옛집’이지요. “오래된 구옥”이라 하면 겹말이에요. “오래된 집”이나 ‘옛집’으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오래된 구옥 20여 채가 모여 있는 작은 동네였다

→ 오래된 집 스무 채 즈음 모은 작은 마을이다

→ 옛집이 스무 채 즈음 모인 작은 마을이다

《눈감지 마라》(이기호, 마음산책, 2022)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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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08 : 무남독녀 외동딸



무남독녀 외동딸

→ 외동딸


무남독녀(無男獨女) : 아들이 없는 집안의 외동딸

외동딸 : ‘외딸’을 귀엽게 이르는 말

외딸 : 1. 다른 자식 없이 단 하나뿐인 딸 2. 다른 여자 동기 없이 하나뿐인 딸



외동인 딸이라 ‘외동딸’이요, 줄여서 ‘외딸’이라 합니다. 또는 ‘외딸’을 동글동글한 마음으로 반갑게 바라보기에 ‘외동딸’이라 합니다. 이 우리말을 한자로 옮기면 ‘무남독녀’이지요. “무남독녀 외동딸”은 그야말로 잘못 쓰는 말씨입니다. ‘외동딸’이라고만 하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만도 씨의 무남독녀 외동딸입니다

→ 만도 씨 외동딸입니다

《뭉치와 만도 씨》(안미란, 창비, 20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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