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사랑씨앗



  지난이레에 이어서, 어제그제 부산일을 마친다. 다가오는 이레도 부산일부터 서울일까지 돌고서 고흥으로 쉬러갈 텐데, 이러고서 이다음날은 순천을 다녀오고, 조금 숨돌리고서 다시 부산일을 보러 움직인다.


  나를 찾아주고 얘기를 들어주는 마음은 더없이 고맙다. 그런데 말로 듣기 앞서 책부터 사읽어 주기를 빈다. 이미 책에 다 쓴 얘기를 굳이 물어봐야 하지 않다. 스스로 읽고 새겨야 스스로 배울 궁금한 실마리를 알아본다. 책부터 안 읽고서 묻는다면, “내가 찬찬히 들려주어도 속빛을 잘못 보거나 엉뚱히 듣게” 마련이다.


  말로 들려주는 모든 얘기를 굳이 그때그때 종이에 손글씨로 담는다. 둘레에서 나한테 묻는 말은 놀랍도록 너무 똑같은데, 난 똑같이 들려줄 마음이 아닌, 나부터 “내가 하는 말을 스스로 새롭게 들으며 배우”려고 한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으레 “내가 나를 맨 먼저 가르치는 생각씨에 사랑씨”라고 느낀다.


  책부터 읽고서 새기는 이웃님은 언제나 이웃님 스스로 곰삭이는 틈이 있다. 그래서 이웃님은 내 목소리까지 안 기다려도 이웃님 마음소리를 알아들으며 웃을 수 있다. 누구나 스스로 스승이고, 저마다 스스로 온님인걸. 누구나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가르치는걸. 누구나 스스로 살아내는 하루를 고스란히 배우고서, 스스로 살림하는 하루를 곱게 가르치는걸.


  작은책집 책지기님한테 드릴 노래를 부산시내버스에서 쓰고 옮겨적는다. 손길이 닿아서 손끝으로 흐르는 별빛을 그린다. 눈길이 만나서 눈빛이 반짝일 오늘 이곳을 바라본다. 모든 말은 말씨이고, 모든 글은 글씨이다. 모든 하루는 하루씨이고, 우리 삶은 삶씨이다. 스스로 심기에 스스로 거둔다. 심은 만큼 거둔다기보다, 심는 손끝에 따라서 흐르는 빛살을 기꺼이 거두면서 누구하고나 나눈다.


  글씨(글씨앗)와 말씨(말씨앗)만으로도 즐거울 텐데, 모든 글씨와 말씨가 사랑씨(사랑씨앗)로 깃들어서 피어나기를 빈다. 살림씨(살림씨앗)로 어울리고, 생각씨(생각씨앗)로 만나고, 숲씨(숲씨앗)로 춤빛이라면 그지없이 반갑다. 2025.10.19.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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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입학시험



 입학시험 준비로 정신없다 → 배움틀을 챙기며 바쁘다

 입학시험에 합격하다 → 첫겨룸에 붙다 / 셈겨룸에 붙다

 최근의 입학시험을 정리하면 → 요즈음 들겨룸을 추스르면


입학시험(入學試驗) : [교육] 입학생을 선발하기 위하여 입학 지원자들에게 치르도록 하는 시험 ≒ 입시



  일본에서 세운 틀을 그대로 들여온 우리나라인 탓에 아직 이 나라 푸름이는 불늪이며 불바다이며 불굿에서 고달픕니다. 바로 ‘입학시험·입시’라는 불판입니다. 곰곰이 보면 푸름이뿐 아니라 어른도 ‘입학시험’이라는 일본말이 무엇을 가리키려고 붙인 낱말인지 잘 모를 듯싶습니다. 대단해야 하지 않고 어려워야 하지 않은 일입니다. “들어가서 배울 만한지 미리 살피거나 가누는 자리”일 뿐입니다. 모든 일은 매한가지인데, ‘들턱(들어가는 턱)’은 낮아야 합니다. 들어가서 제대로 배우고 익히도록 북돋아서 ‘끝턱(끝나는 턱)’이 높아야 할 뿐입니다. 여러 얼거리를 헤아리면 ‘입학시험’ 같은 일본말은 ‘들겨룸·드는겨룸·들목겨룸’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배움틀·익힘틀’이나 ‘셈겨룸·셈겨루기’로 풀어냅니다. ‘앞배움길’이나 ‘첫겨룸·틀배움’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ㅍㄹㄴ



내후년엔 입학시험을 봐야 해서

→ 그담해엔 드는겨룸을 봐야 해서

→ 다담해엔 셈겨룸을 봐야 해서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2》(쓰루타니 가오리/한승희 옮김, 북폴리오, 2019)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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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제 祭


 기우제 → 비나리

 예술제 → 꽃마당 / 아름판

 위령제 → 기림판 / 넋씻이

 추모제 → 눈물자리 / 눈물절


  ‘-제(祭)’는 “‘제사’ 또는 ‘축제’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외마디 한자말을 붙이면 하나같이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마당·자리·잔치·판’이나 ‘기리다·기림꽃·기림빛·기림질’로 손볼 만하고, ‘놀이·놀이하다·놀음’이나 ‘모시다·모심·모심길·모심손’으로 손봅니다. ‘비나리·비나리판·비나리꽃’이나 ‘빌다·엎드리다·납작·넙죽’으로 손보지요. ‘절·큰절·절하다’로 손볼 만해요. ‘올리다·올림꽃·올림자리’나 ‘따르다·그저 따르다·그냥 따르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학원제에서 집사 코스프레로 우승해서 받은

→ 배움잔치에서 지킴이로 꾸미고 이겨서 받은

→ 배움마당에서 살림꾼 차림으로 이겨서 받은

《이치고다 씨 이야기 5》(오자와 마리/황경태 옮김, 학산문화사, 2011) 59쪽


팬에 대한 감사제라는 의미가 메인이잖아

→ 즐겨찾아 고맙다는 뜻이 바탕이잖아

→ 반겨 주어 고맙다는 뜻을 펴잖아

→ 즐김이 기쁨잔치라는 뜻으로 하잖아

《하루카의 도자기 2》(플라이 디스크 글·니시자키 타이세이 그림/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12) 98쪽


문화제 일일 가게에서 누가 맛을 따진다고 그래

→ 잔칫날 하루가게에서 누가 맛을 따진다고 그래

→ 온마당 오늘가게에서 누가 맛을 따진다고 그래

《사야와 함께 3》(타니카와 후미코/문기업 옮김, AK comics, 2017) 65쪽


제1회 꽁치제를 거행하겠습니다

→ 첫 꽁치잔치를 열겠습니다

→ 첫 꽁치마당을 펴겠습니다

→ 첫 꽁치한마당을 하겠습니다

《경계의 린네 26》(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 135쪽


영화도 예술제에 출품한 고상한 작품만 보지 마시고

→ 영화도 예술판에 나온 무게있는 것만 보지 마시고

→ 영화도 예술마당에 나온 훌륭한 것만 보지 마시고

《친애하는 미스터 최》(사노 요코·최정호/요시카와 나기 옮김, 남해의봄날, 2019) 54쪽


우리가 폐막제에 나갈 수 있는 건 내후년일 테고

→ 우리가 끝맞이에 나가려면 다다음해일 테고

→ 우리가 마감꽃에 나가려면 이태 뒤일 테고

→ 우리가 끝잔치에 나가려면 두 해 뒤일 테고

《평범한 경음부 5》(쿠와하리·이데우치 테츠오/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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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내후년 來後年


 내후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 이태까지 이어갈 듯하다

 후년 연말께나 내후년 초에야 → 다음해 끝께나 이담해 처음에야


  ‘내후년(來後年)’은 “후년의 바로 다음 해 ≒ 명후년·후후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다음해·그담해’나 ‘다다음해·다담해’로 고쳐씁니다. ‘이다음해·이담해’로 고쳐쓸 만하고, “두 해”나 ‘이태’로 고쳐써요. ㅍㄹㄴ



하지만, 우리들은, 내년, 내후년, 10년 후, 어떻게 변해 갈까

→ 그렇지만, 우리는, 다음해, 다다음해, 열 해, 어떻게 바뀔까

→ 그런데, 우리는, 이듬해, 이다음해, 열 해, 어떻게 거듭날까

《깨끗하고 연약한 1》(이쿠에미 료/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6) 121쪽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또 행복이 찾아올 수 있게

→ 담해에도 또 다담해에도 즐겁게

→ 이듬해도 이다음해도 즐겁게

《항구마을 고양이마을 1》(나나마키 카나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2) 186쪽


내후년엔 입학시험을 봐야 해서

→ 그담해엔 드는겨룸을 봐야 해서

→ 다담해엔 셈겨룸을 봐야 해서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2》(쓰루타니 가오리/한승희 옮김, 북폴리오, 2019) 35쪽


우리가 폐막제에 나갈 수 있는 건 내후년일 테고

→ 우리가 끝맞이에 나가려면 다다음해일 테고

→ 우리가 마감꽃에 나가려면 이태 뒤일 테고

→ 우리가 끝잔치에 나가려면 두 해 뒤일 테고

《평범한 경음부 5》(쿠와하리·이데우치 테츠오/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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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십년 十年


 십년 만의 변화이다 → 열 해 만에 바뀐다

 십년이 경과했는데 → 열 해가 흐르는데

 십년간 매일 방문했다 → 열 해 내내 찾았다


  ‘십년(十年)’은 따로 낱말책에 없습니다. 없을 만하고, 없어야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말로 “열 해”라 하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하지만, 우리들은, 내년, 내후년, 10년 후, 어떻게 변해 갈까

→ 그렇지만, 우리는, 다음해, 다다음해, 열 해, 어떻게 바뀔까

→ 그런데, 우리는, 이듬해, 이다음해, 열 해, 어떻게 거듭날까

《깨끗하고 연약한 1》(이쿠에미 료/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6) 121쪽


불쑥 튀어나오는 차들 때문에 십년감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 불쑥 튀어나오는 쇠 때문에 크게 놀랄 때가 한두 판이 아니었다

→ 불쑥 튀어나오는 쇠 때문에 죽을 뻔할 때가 한두 판이 아니었다

→ 불쑥 튀어나오는 부릉이 때문에 가슴을 자주 쓸어내렸다

→ 불쑥 튀어나오는 쇳덩이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정혜진, 녹색평론사, 2007) 223쪽


이상이 나의 밥짓기에 얽힌 지난 십 년간 소동의 기록이다

→ 여기까지 내 밥짓기에 얽힌 지난 열 해를 적었다

→ 이제까지 내 밥짓기에 얽힌 지난 열 해를 담았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히라마쓰 요코/이영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7)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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