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게 걷는다.

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걷는다.

나는 작게 읽는다.

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읽는다.


누구는 나더러 걸음이 빠르다고 하지만

누구는 나더러 걸음이 더디다고 한다.


누구는 나더러 책을 엄청 빨리 읽는다 하지만

누구는 나더러 책을 더디 자꾸 되읽는다 한다.


나는 어디에도 서지 않는다.

그저 내 발걸음대로 나아가면서

아이곁에 있고, 어른곁에 있는,

바람곁에 살고, 들숲메랑 사는,

작은씨앗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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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화장 火葬


 화장이 끝나고 → 불사르고서 / 불태우고서

 화장으로 결정했다 → 불묻이로 한다


  ‘화장(火葬)’은 “시체를 불에 살라 장사 지냄 ≒ 소산”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불묻이’나 ‘불타오르다·불타다·불태우다’로 고쳐씁니다. ‘불사르다·사르다’나 ‘타다·태우다·피우다·피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화장’을 여섯 가지 더 싣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ㅍㄹㄴ



화장(火匠) : 1. 배에서 밥 짓는 일을 맡은 사람 2. 도자기 가마에 불을 때는 사람

화장(火杖) : 아궁이 따위에 불을 땔 때에, 불을 헤치거나 끌어내거나 거두어 넣거나 하는 데 쓰는 가느스름한 막대기 = 부지깽이

화장(?匠) : 1. 예전에, 중앙 관아에 속하여 금은으로 장식한 띠를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2. 자잘한 조각(彫刻)을 직업으로 하는 장색(匠色)

화장(花匠) : 예전에, 인조(人造) 꽃을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 화아장

화장(畵匠) : 그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 화가

화장(靴匠) : [역사] 사슴 가죽으로 목화(木靴)를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무연고 시신이 모인 화장터에서

→ 나그네 주검이 모인 사름터에서

→ 모르는 송장이 모인 태움터에서

《저녁의 기원》(조연호, 최측의농간, 2017)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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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화장 化粧


 화장을 고치다 → 다듬고 고치다 / 차린멋을 고치다

 화장을 지우다 → 꽃차림을 지우다

 화장이 짙다 → 꽃꾸밈이 짙다

 짙게 화장하고 있었고 → 짙게 꽃발랐고 / 짙게 꾸몄고


  ‘화장(化粧)’은 “1. 화장품을 바르거나 문질러 얼굴을 곱게 꾸밈 ≒ 홍분 2. 머리나 옷의 매무새를 매만져 맵시를 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꾸다·꽃가꾸다·낯가꾸다·얼굴가꾸다’나 ‘가다듬다·고치다·손대다·손보다·손질’로 손봅니다. ‘그리다·그림·그림꽃·그림빛’이나 ‘깁다·기우다·꾸미다’로 손보고, ‘꽃꾸밈·꽃바르다·꽃차림’이나 ‘바르다·눈비음·비다듬다·추리다’로 손보지요. ‘다듬다·다루다·쓰다듬다’나 ‘돌보다·보듬다·보살피다·살피다·하다’로 손볼 만하고, ‘만지다·만지작거리다·매만지다·어루만지다’로 손보면 되어요. ‘멋내다·멋부리다·멋지음·차리다·차린멋·차린빛’이나 ‘빼다·빼입다·여미다·옷차림’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인형 화장시킬 때 집념이 느껴지더라니까

→ 귀염이 꾸밀 때 불꽃을 느꼈다니까

→ 꽃사람 꾸밀 때 불타오르더라니까

→ 꼭두각시 꾸밀 태 활활거리더라니까

《메종 일각 2》(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 155쪽


매일 화장을 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에 비해

→ 날마다 꾸미고 이야기를 하지만

→ 늘 꽃꾸밈에 이야기를 하는데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배나린·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 4쪽


화장을 하지 말자는 노 메이크업 운동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많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 얼굴을 꾸미지 말자는 물결이 온누리에서 널리 일어납니다

→ 꽃꾸밈을 하지 말자는 너울이 푸른별에서 두루 일어납니다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배나린·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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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였다 → 아버지네 아버지였다 / 할아버지였다

 아이의 아버지를 호명하자 → 아이 아버지를 부르자

 숲의 아버지가 깨어났다 → 숲아버지가 깨어났다


  ‘-의 + 아버지’ 얼거리라면 ‘-의’를 털어냅니다. 때로는 ‘-네’를 붙일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로 고쳐쓰고,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같은 꼴이라면 ‘할할아버지’라 하면 됩니다. ㅍㄹㄴ



호적상의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좋은 아버지를 얻은 도모는 행복할 것이다

→ 집적이에 오른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훌륭한 아버지를 얻은 도모는 즐겁다

→ 낳은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사랑스런 아버지를 얻은 도모는 기쁘다

《산촌유학》(고쿠분 히로코/손성애 옮김, 이후, 2008) 175쪽


김구의 아버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을 거야

→ 김구 아버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겠지

《독립을 향한 열정의 기록, 백범일지》(강창훈, 책과함께어린이, 2018) 25쪽


카프카의 눈에 비친 그의 아버지는 가정의 폭군이었다

→ 카프카 눈에 아버지는 집안을 마구 밟았다

→ 카프카 눈에 아버지는 집안을 깔아뭉갰다

《프란츠 카프카》(라데크 말리·레나타 푸치코바/김성환 옮김, 소전서가, 2024)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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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문학 그림책 8
권정생 지음, 김병하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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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2.

그림책시렁 1570


《소》

 권정생 글

 김병하 그림

 창비

 2025.3.7.



  권정생 님이 소 이야기를 쓴 지 아주 한참 됩니다. 오늘날하고 참으로 다른 소 이야기일 텐데, 2025년에 나온 그림책 《소》를 펼치며 한참 갸웃했습니다. 요새는 시골아이도 소를 모르거나 못 보는데, 거의 서울아이한테 읽힐 이 그림책이 무슨 보람이나 이바지를 할까요? ‘소’라 하면 ‘소고기’부터 떠올릴 테고, 소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테고, ‘굴레’나 ‘고삐’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을 테고, 논밭을 스친 적은 있을지라도 막상 논갈이와 밭갈이가 무엇인지 모를 만하고, ‘꼴’이 무엇인지 더더구나 모를 텐데, 그림만 살짝 예스럽게 붙여서 여미는 그림책으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그야말로 알쏭합니다. 권정생 님이 남긴 글은 아름다우면서 푸근합니다. 그런데 요즈음 글꾼과 그림꾼은 곁에 소가 없잖아요? 요즈음 글꾼과 그림꾼은 시골에서 아주 안 살거나 등진 채 서울에서 살잖아요? 왜 이 이야기를 굳이 다시 그릴까요? 지켜볼 수도 쓰다듬을 수도 같이 일할 수도 없는 소 이야기를 왜 2025년에 선보여야 할까요? 이제 시골조차 “소가 거닐 길”이라든지 “소가 풀을 뜯을 풀밭이나 들숲”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고작 마흔∼쉰 해 앞서까지 소몰이에 풀뜯기를 하던 시골이라지만, 풀밭이 사라지고 소똥과 소똥구리도 사라지면서 아이들이 뛰놀 빈터도 나란히 사라진 나라입니다. 이동안 붓끝도 붓빛을 다 잃어버렸구나 싶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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