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0.


《우리는 단짝 친구》

 스티븐 켈로그 글·그림/이경혜 옮김, 비룡소, 2015.2.23.



오늘 부산 〈책과 아이들〉 ‘바보눈’ 모임 열두걸음에서는 ‘돌보다·돌아보다’라는 낱말이 어떤 밑동이면서 살림을 담아낸 결인지 짚고서 ‘돌보고 싶어’를 글감으로 쪽글쓰기를 한다. 어느 곳에서 이야기를 펴든 그곳에서 잡은 틀에 맞추어 줄거리를 푼 다음, 조금 더 누리거나 즐기고 싶은 분하고는 한두 시간쯤 느긋이 더 이야기를 한다. 이른바 “일삯이 나오지 않는 덤일(시간외근무)”을 하는 셈이지만, 덤일로 덤이야기를 펴노라면 여러 고을 이웃님이 지나온 삶을 들으면서 서로 새롭게 배우고 돌아보는 빛을 익힐 수 있다. 나는 “나부터 새롭게 배우려고 이야기(강의)를 하러 다닌”다. 《우리는 단짝 친구》를 돌아본다. 무엇이든 함께 해야 한다고만 여기던 두 아이가 한동안 함께 안 하는 나날을 이으면서 어쩐지 틈이 생기고, 이윽고 ‘꼭 늘 붙어다녀야’ 하지 않는 줄 알아챈다. 놀거나 일하거나 살림하거나 어깨동무인 사이란, 옆집에 살건 멀리 떨어지건 마음으로 하나라는 뜻이다. 요새는 우리말은 꺼리면서 한자말로 ‘연대’나 ‘동지’를 외치는 분이 많다만, 어깨를 겯을 줄 알 적에 비로소 뜻을 모아서 새길을 연다고 느낀다. 서로 다른 키를 어떻게 맞춰야겠는가? 서로 다른 삶을 어떻게 함께 걸어야 할까?


#BestFriends (1986년) #Steven Kellogg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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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변 水邊


 수변의 집을 쓸어다 → 냇가 집을 쓸어다

 수변공원 → 물가쉼터


  ‘수변(水邊)’은 “바다, 강, 못 따위와 같이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 물가”를 가리킨다고 합니다만, ‘냇가·냇길’이나 ‘둔덕·둔치’나 ‘물가’로 고쳐씁니다. ‘가·가장자리’나 ‘가녘·가생이’로 고쳐쓰면 되고, ‘귀퉁이·기슭·기스락·깃·깃새’로 고쳐쓸 수 있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수변(綏邊)’을 “변경(邊境)의 백성을 편안하게 함”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우리는 수변에서 함께 논다

→ 우리는 물가에서 함께 논다

→ 우리는 냇가에서 함께 논다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실뱅 테송/임호경 옮김, 까치, 2012) 176쪽


그것에 맞게 수변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 이에 맞게 물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 이에 맞게 둔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백승우와 네 사람, 시금치, 2013) 124쪽


매 순간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수변 물빛은

→ 늘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둔덕 물빛은

→ 노상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냇가 물빛은

→ 언제나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기슭 물빛은

《그래도 일요일》(이유선, 문학의전당, 2023)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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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보법 步法


 행군하는 보법 → 나아가는 걸음

 보법을 바르게 고치다 → 걸음새를 바르게 고치다

 보법이 당당하다 → 걸음빛이 의적하다


  ‘보법(步法)’은 “걸음을 걷는 법. 또는 걸음을 걷는 모양새”를 가리킨다는군요. ‘걸음·걸음걸이’나 ‘걸음결·걸음새·걸음나비’나 ‘걸음꽃·걸음빛’으로 고쳐씁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보법’을 셋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보법(保法) : [역사] 조선 시대에, 종래의 봉족제를 고쳐 2정(丁)을 1보(保)로 하던 법

보법(補法) : [한의] 육법의 하나. 몸에 기(氣), 혈(血), 음(陰), 양(陽)이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 각종 허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보법(譜法) : [음악] 악보의 법식



물의 보법을 본다

→ 물살을 본다

→ 물씨 걸음새 본다

《그래도 일요일》(이유선, 문학의전당, 2023)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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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비몽사몽



 비몽사몽 중에 → 잠결에 / 얼결에 / 멍하다가

 잠자리에서 비몽사몽의 경지를 헤맸다 → 잠자리에서 깼다 잠들었다 헤맸다


비몽사몽(非夢似夢) : 완전히 잠이 들지도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어렴풋한 상태



  잠이 깊이 들지도 않고, 또 잠에서 깨어나서 마음이 또렷하지도 않은 모습을 두고, 네 글자 한자말로 ‘비몽사몽’이라고 적습니다. 한자말 풀이를 따르면, “잠도 잠 비슷한 것도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놓고 예부터 ‘잠결’이나 ‘꿈결’ 같은 낱말로 가리키곤 했습니다. 흐름에 따라서 ‘얼결·얼떨결·얼떨떨·어렴풋’이나 ‘졸다·졸음·멍하다’ 같은 낱말로 가리키기도 하고요. 잠이 제대로 들지 못한 모습을 가리켜 ‘선잠·겉잠·살짝잠’이나 ‘풋잠·시늉잠’이라고도 합니다. ㅍㄹㄴ



비몽사몽간에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 잠결에 뭐라고 대꾸했는지 떠올릴 수 없었다

→ 얼떨결에 뭐라고 대꾸했는지 생각해 낼 수 없었다

→ 자다가 뭐라고 대꾸했는지 떠올릴 수 없었다

→ 졸린 나머지 뭐라고 대꾸했는지 알 수 없었다

→ 꿈결에 뭐라고 대꾸했는지 떠올릴 수 없었다

→ 선잠이 들어 뭐라고 대꾸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레너드 위벌리/박중서 옮김, 뜨인돌, 2005) 61쪽


데드라인에 이끌려 피곤함을 무릅쓰고 비몽사몽 간의 ‘노가다’를 뛰는 일로 밤샘작업을 설명한다면

→ 마감에 이끌려 고단하지만 자는지 깨는지 모를 막일을 뛰듯 하는 밤샘일을 말한다면

→ 마감에 이끌려 고달파도 멍한 눈으로 닥치는 대로 하는 밤샘일을 얘기한다면

→ 마감에 이끌려 지치면서도 졸린 눈으로 마구 해야 하는 밤샘일을 이야기한다면

→ 마감에 이끌려 힘겹지만 흐리멍덩한 몸으로 마구 뛰는 밤샘일을 말한다면

《나의 디자인 이야기》(이나미, 마음산책, 2005) 17쪽


깊이 잠들지 못한 채 비몽사몽

→ 깊이 잠들지 못한 채 꿈결에

→ 깊이 잠들지 못한 채 어렴풋이

→ 깊이 잠들지 못한 채 멍하게

《동토의 여행자》(다니구치 지로/김성구 옮김, 샘터, 2008) 188쪽


제동을 거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학교 행사에도 참석했다

→ 멈추는 길을 몰랐기 때문에 잠결에 배움터 모임에도 갔다

→ 멈출 줄 몰랐기 때문에 멍한 채 배움터 일에도 갔다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사샤 마틴/이은선 옮김, 북하우스, 2016) 133쪽


깨어나면 ‘여기가 어디지’ 싶을 만큼 비몽사몽 해서

→ 깨어나면 ‘여기가 어디지’ 싶을 만큼 멍해서

→ 깨어나면 ‘여기가 어디지’ 싶을 만큼 얼떨해서

→ 깨어나면 ‘여기가 어디지’ 싶을 만큼 얼떨떨해서

《엄살은 그만》(가자마 도루/문방울 옮김, 마음산책, 2017) 37쪽


아침과 점심까지는 비몽사몽하기 때문에

→ 아침과 낮까지는 멍하기 때문에

→ 아침과 낮까지는 잠이 덜 깨기 때문에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이정하, 스토리닷, 2018) 20쪽


비몽사몽간에 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도

→ 꿈결에 배가 가까이 다가오는 줄 느낄 때도

→ 멍하니 배가 가까이 다가온다고 느낄 때도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루이스 세풀베다/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2025)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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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요일 문학의전당 시인선 361
이유선 지음 / 문학의전당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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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5.3.

노래책시렁 494


《그래도 일요일》

 이유선

 문학의전당

 2023.5.31.



  누구나 말을 합니다. 더더리인 사람이 있고, 재주꾼인 사람이 있습니다. 한 마디를 읊어도 혀가 꼬이는 사람이 있고, 온 마디를 풀어도 술술 흐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목소리로 다 다른 삶을 들려주고 듣습니다. 이때에 한 가지를 헤아릴 만합니다. 우리는 누가 듣기를 바라면서 말을 하나요? 우리는 누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나요? 《그래도 일요일》을 읽었습니다. 혼잣말 같기도 하지만, 사람들 곁에서 들려주고 싶은 말 같기도 합니다. 어디에 서서 읊거나 외거나 들려주는 말인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요즈음 흐르는 숱한 글은 ‘듣는 귀’인 이웃과 너를 그리 안 헤아리더군요. ‘말하는 입’인 숨빛과 나를 그다지 안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메마르다거나 외톨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만, ‘시’나 ‘문학’이 아니라, “서로 나눌 말”이라고 여긴다면, 낱말 하나를 어떻게 골라서 어떤 실로 엮고 여미어 옷으로 지을 적에 서로 ‘이야기’로 피어날 만한지 알아보게 마련입니다. 풋감이 지붕에 떨어질 적에 내는 소리는 ‘풋감소리’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낮을 누리고 저녁을 맞이한 뒤에 밤에 잠드는 길이란 우리가 다 다르게 보내는 삶입니다. 그저 삶을 적으면 모두 노래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서럽지도 않게 왔다가 / 서럽지도 않게 떠나가기에 바쁜 / 우리는 풀꽃이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뜯어 / 점심으로 먹고 싶은 일요일 / 오후의 귓불 느닷없이 아카시 향기에 닿았다 (어린 기억들/26쪽)


비탈길 폐지 싣고 오르는 할머니에게 / 전봇대 위에서 기다리던 비둘기 / 물똥을 쌌다 // 흥건한 이마의 땀을 닦는 할머니 / 일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 눈길 마주친 / 전봇대 위의 비둘기 / 꽃 한 송이 더 필요한가요? (낮달/68쪽)


+


《그래도 일요일》(이유선, 문학의전당, 2023)


허무주의자도, 무골호인도, 외톨박이도, 불한당도, 한량도

→ 넋빈이도, 뭉술이도, 외톨박이도, 각다귀도, 노는이도

→ 멀뚱이도, 느물이도, 외톨박이도, 날라리도, 빈둥이도

13쪽


바람 부는 날 잎들은 비워졌고

→ 바람 부는 날 잎을 비우고

14쪽


과육의 살갗은 더 이상 부풀어 오를

→ 살점도 살갗도 더는 부풀어 오를

→ 열매살은 더 부풀어 오를

14쪽


나날의 고통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 괴로운 나날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 나날이 고달파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15쪽


바퀴와 노면 사이에

→ 바퀴와 바닥 사이에

24쪽


용서와 배려라는 너의 말은 그만

→ 봐주고 살피라는 네 말은 그만

→ 눈감고 보라는 네 말은 그만

31쪽


결국엔 일족인 바람이 데리러 오겠지만

→ 끝내 한집안 바람이 데리러 오겠지만

→ 뭐 집에서 바람이 데리러 오겠지만

61쪽


나는 형용사를 버렸다

→ 나는 그림씨를 버렸다

62쪽


전봇대 위의 비둘기 꽃 한 송이 더 필요한가요

→ 빛줄대 앉은 비둘기 꽃 송이 더 바라는가요

68쪽


물의 보법을 본다

→ 물살을 본다

→ 물씨 걸음새 본다

72쪽


나그네로 머물게 하는 수상가옥이 된다

→ 나그네로 머물 물살림집이 된다

→ 나그네로 머무를 물살이집이 된다

73쪽


매 순간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수변 물빛은

→ 늘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둔덕 물빛은

→ 노상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냇가 물빛은

→ 언제나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기슭 물빛은

89쪽


직립의 시간에 눌려

→ 바로설 때에 눌려

→ 곧설 틈에 눌려

→ 곧게펼 짬에 눌려

9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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