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맹장지 盲障子


 두 개의 맹장지가 있다 → 도듬닫이가 둘 있다

 맹장지에 담은 화폭 → 미닫이에 담은 그림


  ‘맹장지(盲障子)’는 “[건설] 광선을 막으려고 안과 밖에 두꺼운 종이를 겹바른 장지”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도듬닫이·바람닫이’로 손봅니다. ‘가로닫이·세로닫이’나 ‘미닫이·여닫이’로 손보아도 됩니다. ㅍㄹㄴ



뭔가 찾고 있는 것 같았어. 이 맹장지 뒤에서

→ 뭔가 찾는 듯했어. 이 도듬닫이 뒤에서

→ 뭔가 찾는 듯했어. 이 가로닫이 뒤에서

《시오리와 시미코 4》(모로호시 다이지로/김동욱 옮김, 시공사, 2017)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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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소녀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심이슬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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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5.4.

만화책시렁 747


《운명의 소녀》

 야마시타 토모코

 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16.9.5.



  ‘바보’란 모자란 채 머무르는 사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모자란 채 머무를 적에는 ‘멍청이’라고 합니다. 아직 모자라 보이나 조금씩 스스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깨어나거나 거듭나려는 사람이기에 ‘바보’라고 합니다. 허물과 허울을 녹이면서 새로 피어날 수 있기에 바보라면, 허물과 허울을 끝까지 붙들려고 하면서 굳어버리려고 하기에 멍청이라고 할 만합니다. 《운명의 소녀》는 바보하고 멍청이 사이에 있구나 싶은 아이들이 나옵니다. 조금 더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꿈을 바라면 될 텐데, 코앞에 있는 모습에 지나치게 얽매이기에 그만 기우뚱하거나 흔들려요.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스스로 가꾸고 사랑하는 하루를 누리면 될 텐데, 바로바로 해내거나 다가서야 한다고 달리기에 그만 자빠지고 고꾸라지다가 웁니다. 씨앗은 섣불리 일찍 깨어나려고 하지 않습니다만, 그만 일찍 깨어날 적에는 갖은 비바람과 뙤약볕을 고스란히 맞아들입니다. 기꺼이 누리고 받아안으면서 새롭게 자라기에 씨앗이에요. 눈물은 이슬이면서 빗물과 같습니다. 햇살은 빛살이면서 화살로 꽂힐 수 있습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려고 하면 언제나 스스로 갈가리 찢기게 마련입니다. 두 조각으로 내려는 나누기가 아닌, 함께 누리려는 나눔으로 갈 적에 눈을 뜹니다.


ㅍㄹㄴ


“‘어떻게 이 녀석은 어쩜 이렇게 바보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요시유키 씨, 코다이가 불쌍해요.’ 그렇게 말했어요.” (14쪽)


“저기, 이런 질문, 하면서 바보 같지 않아요? 저 같은 어린애가, 여자가 그렇게 어렵고 잔혹하고 무서운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62쪽)


“너는 만약 내가 여자였으면 날 좋아했을까?” (12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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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고양이 인생그림책 9
이덕화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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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4.

그림책시렁 1577


《봄은 고양이》

 이덕화

 길벗어린이

 2021.4.20.



  그림책 《봄은 고양이》는 온통 노랗게 꾸밉니다. 봄을 노랗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정작 ‘노을 닮은 노랑’은 가을빛으로 여기게 마련입니다. 너른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시드는 풀도 노랗게 누렇게 빛을 바꾸거든요. 봄에 노란꽃도 피지만, 봄들을 가득 누비는 흰꽃이 수두룩하고, 진달래빛과 모과꽃빛과 오동꽃빛과 제비꽃빛이 파랑과 보라로 물결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새로 돋는 풀과 잎마다 옅푸르게 물들어 싱그럽습니다. 누가 저한테 “봄은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다면, “봄은 새입니다” 하고 첫마디를 터뜨릴 테고, “봄은 씨앗을 묻는 새입니다” 하고 두마디를 외칠 테고, “봄은 씨앗을 묻는 새랑 노래하는 어린이입니다” 하고 석마디를 터뜨립니다. 가으내 천천히 풀벌레가 가시면서 겨우내 바람소리가 가득한 사이사이 텃새와 겨울새 노래가 섞이지만, 바야흐로 새봄이 찾아오면 뭇새가 기쁘게 노래하고 여름새가 반갑게 어울리는데, 다시금 개구리와 풀벌레가 떼노래로 깨어나요. 오랜 텃민들레는 노란꽃과 흰꽃이 나란합니다. 앵두꽃도 멧딸기꽃도 하얗고, 늦봄에 피는 비릿나물꽃도 하얗습니다. 배추꽃이며 갓꽃이며 꽃다지와 씀바귀는 노랗고, 냉이와 잣나물은 하얗지요. 이제 다들 ‘서울에서 봄’만 바라보는 듯싶지만, 서울에서도 골목에서는 하얗고 보랗고 발갛고 푸른 봄빛물결이 너울거립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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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모드 몽고메리 리틀 피플 빅 드림즈 19
마리아 이사벨 산체스 베가라 지음, 아누스카 알레푸즈 그림,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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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4.

그림책시렁 1578


《리틀 피플 빅 드림즈 19 루시 모드 몽고메리》

 마리아 이사벨 산체스 베가라 글

 아누스카 알레푸즈 그림

 박소연 옮김

 달리

 2021.3.15.



  모든 말은 우리 마음입니다. 모든 글은 우리 길입니다. 말을 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글을 쓰면서 길을 걷습니다. 말을 마음껏 할 수 없는 곳이라면 그야말로 갑갑해서 숨이 막혀요. 글을 거리끼지 않고서 쓸 수 없는 나라라면 참으로 답답해서 숨을 못 쉽니다. 《리틀 피플 빅 드림즈 19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아주 단출하게 글순이 한 사람 삶길을 들려줍니다. 이렇게 간추려서 보여줄 수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하고, 어린이한테는 거의 노래(시)와 같이 굵고 짧게 들려주는 몇 마디로 글눈과 말눈과 생각눈과 마음눈을 틔울 만하다고도 느낍니다. 자, 이제 헤아려 볼까요? ‘모든 사내’가 마음껏 글을 쓸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가난하거나 흙을 짓는 수수한 사내는 다른 수수한 가시내하고 똑같이 붓은커녕 종이조차 만질 일이 없었습니다. ‘글을 쓸 수 있던 사내’도 알고 보면 한 줌밖에 안 되는데, ‘글돌이’는 무슨 글을 남겼을까요? 아름글을 남긴 사내도 있으나, 어쩐지 벼슬이나 돈이나 이름에 사로잡힌 글돌이가 무척 많아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 님은 붓을 쥐기까지 쉽잖은 나날을 걸어야 했으나, 오히려 이 모든 가시밭과 굴레가 ‘글을 쓰는 밑거름’이 되어서 《앤》이라고 하는 새길을 낳았어요. 다시 말해서, 사내들은 집안일과 아이돌보기를 맡아야 ‘글쓰는 사람’으로 제대로 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ㅍㄹㄴ


《루시 모드 몽고메리》(마리아 이사벨 산체스 베가라/박소연 옮김, 달리, 2021)


루시가 사랑스러운 행동을 해도 미소조차 짓지 않았어요

→ 루시가 사랑스럽게 굴어도 웃지 않았어요

→ 루시가 사랑스럽게 놀아도 안 웃었어요

6쪽


그 시간이 루시에게는 위안이 되었어요

→ 그동안 루시는 마음을 달래요

→ 루시는 그때 마음을 다독여요

8쪽


읽고 쓰는 일은 시간낭비라 여기셨죠

→ 읽고 쓰기는 부질없다고 여기셨죠

→ 읽고 쓴들 쓸데없다고 여기셨죠

→ 읽고 쓰는 일이 아깝다고 여기셨죠

10쪽


글쓰기를 허락받지 못했던 어린 루시는 앤의 이야기를 통해 그토록 바라던 멋진 작가가 되었답니다

→ 글쓰기가 막힌 어린 루시는 앤 이야기를 그려서 그토록 바라던 글님이 멋지게 되었답니다

→ 글을 쓸 수 없던 어린 루시는 앤 이야기를 지어서 그토록 바라던 글지기가 되었답니다

2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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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시절 - 가장 안전한 나만의 방에서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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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숲마실


책집지기를 읽다

26 경기 용인 〈생각을 담는 집〉과 《책방 시절》



  책집이란 잇는 쉼터입니다. 책집지기가 쓰거나 엮지 않았어도, 속에 담은 이야기가 빛난다고 여기는 책을 마을이웃하고 두루 나누려고 잇는 쉼터입니다.


  책집이란 속을 살피는 이음터입니다. 겉으로 번드레하게 꾸미는 책이 아닌, 속으로 흐르는 빛나는 씨앗을 살펴서 잇는 자리입니다.


  책집이란 들숲메를 잊거나 잃은 자리에 푸른바람을 한 줄기 일으키는 나들터입니다. 모든 종이책은 들숲메에서 왔습니다. 들이 없거나 숲이 없거나 메가 없다면 종이를 못 얻고 책을 못 묶습니다. 어느 책이건 푸른별에 들숲메가 우거지기 때문에 태어나게 마련입니다. 글 한 줄마다 푸르게 일렁이는 이야기가 깃드는 줄 알아보는 책집지기가 마을사람한테 조그맣게 푸른바람을 잇고 펴는 책집입니다.


  《책방 시절》은 경기 용인에 있는 〈생각을 담는 집〉에서 내놓은 조촐한 꾸러미입니다. 책집이면서 펴냄터인 ‘생각을 담는 집’이고, 시골에서 일구며 마주하는 하루를 자그맣게 담아냅니다. 책을 읽는 손과 책을 내려놓고서 일하는 손이 어울리는 길을 문득문득 옮겨적어요.


  ‘생각’이란 샘물처럼 새롭게 일으켜서 이곳에 생겨나는 씨앗을 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집’이란 너나없이 누구나 아우르면서 포근히 깃드는 곳을 나타내는 우리말입니다. 저마다 보금자리에서 생각을 길어올리기에 마을이 빛납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생각을 잇기에 만나고 헤어지면서 삶을 헤아리는 마음을 느낍니다.


  서울이라면 북적대는 사람들이 바쁜 일손을 쉬는 책집이 있을 만합니다. 시골이라면 철마다 어떻게 해바람비가 다르게 흐르는지 읽고 느껴서 나누고 누리는 책집이 있을 만합니다. 그리고, 종이책에 담은 삶이 아니더라도, 눈으로 담는 삶과 손으로 짓는 삶과 다리로 누비는 삶과 온몸으로 맞이하는 삶을 이야기로 들려주고 들을 만합니다.


  마을에 책집이 있기에 마을사람으로서 스스로 가꾸는 하루를 차분히 돌아보는 실마리를 나눕니다. 마을에 나무와 숲정이가 있기에 아이들이 숨을 돌리고 어른들은 일손을 쉴 수 있습니다. 마을에 이야기가 있기에 아이어른이 함께 자라면서 배우는 나날을 일굽니다.


《책방 시절》(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4.7.5.)


ㅍㄹㄴ


무는 아주 작은 씨앗 하나가 큼직하게 자라 허연 몸통을 드러내지요. 그 모습을 보다 보면 헤벌쭉 입이 벌어집니다. (11쪽)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스스로도 즐겁지 않았던 그것을 또 자식에게 시키는가 하는 일입니다. 그 자식 역시 즐겁지 않은 일을, (33쪽)


저는 책방에 있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책방은 모두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저만의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41쪽)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렇게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낯선 세상에 혼자 태어났지만 가족을 만나고 사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영행을 받아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처럼요. (106쪽)


아직 서울에서 일하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심심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서울이 그립지 않으냐고. 저는 그냥 웃었습니다. (145쪽)


돌아가신 후에야, 제가 나이들고 나서야 엄마의 삶이, 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내 부모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149쪽)


+


시골의 밤은 캄캄합니다

→ 시골은 밤이 캄캄합니다

→ 시골밤은 캄캄합니다

4쪽


밝은 햇살이

→ 밝은 해가

5쪽


사실 제가 먹는 것보다 다른 사람 주는 게 훨씬 더 많거든요

→ 막상 제가 먹기보다 다른 사람한테 훨씬 많이 주거든요

→ 정작 저보다 다른 사람한테 훨씬 많이 주거든요

12쪽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 몸을 움직이며 일하기를 즐깁니다만

→ 몸을 움직이며 일하면 즐겁습니다만

12쪽


손톱 끝이 새까매집니다

→ 손톱 끝이 새까맙니다

17쪽


초겨울 햇살이 참 좋습니다

→ 첫겨울 해가 참 따뜻합니다

35쪽


긴 설 연휴 중입니다

→ 설에 길게 쉽니다

→ 설말미가 깁니다

41쪽


누군가가 농사짓는 밭은 조심스러워

→ 누가 짓는 밭은 거리껴서

49쪽


타인에 대해 말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 남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남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59쪽


“늙은 오이 먹어요?” … 큼지막한 노각 네 개를 받아들고

→ “늙은오이 먹어요?” … 큼지막한 늙오이 넷을 받아들고

74쪽


이렇게 쓰는 것이 좋다, 라는 식의 강의가 아닌 첨삭을 하다 보니

→ 이렇게 쓰면 낫다고 들려주기보다 손질을 하다 보니

76쪽


단감일까 대봉일까 아님 토종감일까

→ 단감일까 불퉁감일까 아님 텃감일까

→ 단감일까 장두감일까 아님 텃감일까

84쪽


이제 평지가 된 길을 따라

→ 이제 반반한 길을 따라

→ 이제 고른 길을 따라

90쪽


심폐소생술을 한참 하자 검붉었던 입술이 회복됐고

→ 숨살리기를 한참 하자 검붉던 입술이 살아나고

→ 숨을 한참 불어넣자 검붉던 입술이 낫고

133쪽


무를 뽑을 때의 쾌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아요

→ 무를 뽑으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워요

→ 무를 뽑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신나요

137쪽


그 김치를 다 먹을 리 만무합니다

→ 그 김치를 다 먹을 수 없습니다

→ 그 김치를 다 못 먹습니다

13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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