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0.


《언어의 높이뛰기》

 신지영 글, 인플로엔셜, 2021.9.1.



엊저녁 가볍게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비가 더 오며 하늘을 씻을 만한데, 새로 볕날로 돌아선다. 꽃가루받이를 마친 흰민들레 한 송이는 어느새 꽃대롤 곧길게 뻗더니 동그랗게 씨공을 맺는다. 바야흐로 텃노랑과 흰민들레가 우리집을 고루 둘러싼다. 지난 열다섯 해 동안 제법 퍼뜨렸다. 멧딸기꽃도 하얗게 일어난다. 오늘도 모과꽃을 한 소쿠리 훑는다. 낮에는 꾀꼬리와 까치와 직박구리와 박새와 뱁새와 굴뚝새와 제비가 노래를 베풀고, 밤에는 소쩍새가 노래를 편다. 논개구리가 멀잖은 곳에서 깨어나서 낮에도 노래하고 밤에도 노래한다. 《언어의 높이뛰기》를 읽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말글을 이만큼 헤아려서 글로 여미고 책으로까지 내는 분이 있다니 반가우면서 고맙다. 말글을 익히고 이야기하면서 다루려면 ‘높은 저곳’이 아닌 ‘살림하는 여기’에 있을 노릇이요, ‘서울 복판’이 아닌 ‘시골에서도 들숲메바다 곁’일 노릇이다. 우리말도 이웃말(외국말)도 말글은 숲에서 태어난다. 그러니까 《언어의 높이뛰기》는 말글을 ‘말과 글’로 바라보려는 눈길이 알뜰하되 여러모로 아쉽다. ‘사람들(사회)’이 말결과 글빛을 미처 못 읽더라도, 말글지기와 글바치가 기둥을 곧고 곱게 다스려서 펴면 된다. 오늘부터 일구면 넉넉하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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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9.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글, 창비, 2020.2.20.



이제 들숲메에 들딸기 멧딸기가 하얗게 꽃을 피운다. 우리집 모과나무도 꽃망울이 줄줄이 맺는다. 모과꽃물을 낼 꽃송이를 실컷 훑는다. 작은아이가 지난겨울에 뿌린 상추씨는 이제 조물조물 올라온다. 벌써 손바닥만 하게 자란 상추가 있고, 손톱보다 조금 크게 올라오는 상추가 있다. 오늘도 쑥을 뜯어서 국을 끓인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를 가만히 읽어 보았다. 요사이는 젊거나 늙거나 어리거나 이렇게 글을 꾸미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얼핏 ‘삶’을 적은 듯한 글이지만, ‘서울에서 가난 걱정이 없이 느긋하게 아파트와 자가용을 거느린 제법 높은자리’라는 쳇바퀴를 ‘문학’으로 씌웠구나 하고 느낀다. 여러모로 보면, 우두머리라는 자리도 삶이고, 시골 논밭지기라는 자리도 삶이고, 아기라는 자리도 삶이고, 작가회의 대표나 간사나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도 삶이고, 시외버스 운전기사라는 자리도 삶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삶이되, ‘내 자리’만 볼 노릇이 아니다. 뭇숲에 뭇나무와 뭇풀과 뭇새와 뭇짐승과 뭇벌레가 있듯, ‘내가 아닌 남이 있는 자리’를 고르게 바라보고서 받아들일 수 있으 때에 비로소 붓을 쥐어야지 싶다. ‘등단’을 안 한 사람과, ‘작가회의’에 몸을 안 담은 사람들 ‘삶노래’를 듣고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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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62 : 나의 잠 속


그는 나의 잠 속까지 따라왔다

→ 내 꿈까지 따라온다

→ 내가 자도 따라온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 2020) 26쪽


‘나의’는 일본말씨이고, “잠 속”은 옮김말씨입니다. “나의 잠 속까지”는 알 길이 없이 짜맞춘 말씨일 텐데, “내 꿈까지”나 “내가 자도”로 고쳐씁니다. 첫머리에 적은 ‘그는’은 덜어낼 만합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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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73 : 외래어 -ㅁ 인상을 준다


외래어는 새로움과 함께 낯설고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 들온말은 새롭고 낯설고 어렵다고 느낀다

→ 바깥말은 새롭지만 낯설고 어렵기도 하다

《언어의 높이뛰기》(신지영, 인플로엔셜, 2021) 237쪽


“새로움과 함께 +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같은 글자락은 옮김말씨입니다. ‘새롭다’에 ‘-ㅁ’을 붙여 ‘새로움’으로 쓸 만하되, 우리말씨로는 “새로움과 함께”처럼 안 씁니다. “새롭고”나 “새롭지만”이나 “새로우면서”처럼 써요. ‘주다’를 아무 데나 붙이지 않으니,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는 “어렵다고 느낀다”나 “어렵다고 여긴다”나 “어렵다고 본다”나 “어렵기도 하다”로 손질합니다. 들온말은 새로우면서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바깥말은 새롭더라도 어려울 만합니다. ㅍㄹㄴ


외래어(外來語) : [언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 버스, 컴퓨터, 피아노 따위가 있다 ≒ 들온말·전래어·차용어

인상(印象) :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 ≒ 잔기(殘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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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74 : -의 외모 가지고 건 야비


남의 외모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야비한 짓이야

→ 남을 겉모습으로 이러쿵저러쿵하다니 몹쓸짓이야

→ 남을 겉얼굴로 이러쿵저러쿵하다니 못된짓이야

《극채의 집 3》(빗케/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9) 80쪽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섞인 “남의 외모를 가지고”입니다. 이때에는 “남을 겉모습으로”나 “남을 겉얼굴로”나 “남을 겉으로”로 다듬습니다. “-하는 건 야비한 짓이야”도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섞였어요. “-하다니 몹쓸짓이야”나 “-하면 못돼”나 “-하는 놈은 얄궂어”쯤으로 가다듬습니다. ㅍㄹㄴ


외모(外貌)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

야비하다(野卑/野鄙-) : 성질이나 행동이 야하고 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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