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99 : 호되게 혼이 났다



호되게 혼이 났다

→ 호되게 말했다

→ 꾸짖었다


호되다 : 매우 심하다

혼나다(魂-) : 1. 매우 놀라거나 힘들거나 시련을 당하거나 하여서 정신이 빠질 지경에 이르다 2. 호되게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다



  낱말풀이처럼 외마디 한자말 ‘혼나다’는 “호되게 꾸지람을 듣다”를 나타내니, “호되게 혼이 났다”는 겹말입니다. 낱말뜻을 안 살핀 탓에 겹말이 불거지기도 하고, 우리말을 수수하게 쓰면 넉넉한 줄 미처 생각하지 못 하기에 겹말이 자꾸 나타나기도 합니다. ㅍㄹㄴ



할아버지께 호되게 혼이 났다

→ 할아버지가 호되게 말했다

→ 할아버지가 꾸짖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 2020)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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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00 : 조공을 바치다



조공을 바치고도

→ 바치고도


조공(朝貢) : [역사]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추어 예물을 바치던 일. 또는 그 예물

바치다 : 1. 신이나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드리다 2. 반드시 내거나 물어야 할 돈을 가져다주다 3. 도매상에서 소매상에게 단골로 물품을 대어 주다 4. 무엇을 위하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거나 쓰다



  누구한테 ‘바칠’ 적에 한자말로 ‘조공’이라 합니다. “조공을 바치다”는 겹말입니다. ‘바치다’라 하면 될 뿐입니다. ‘드리다’나 ‘올리다’ 같은 낱말을 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왜 남자만 여자한테 조공을 바치고도 차여야 돼?

→ 왜 사내만 가시내한테 바치고도 차여야 해?

《개와 샌드백 下》(카오리 오자키/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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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01 : 간절한 바람



간절한 바람이 되었다

→ 애타게 바라다

→ 기다리다


간절하다(懇切-) : 1. 정성이나 마음 씀씀이가 더없이 정성스럽고 지극하다 2.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

바람 :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국립국어원 낱말풀이처럼, 우리말 ‘바라다·바람’은 한자말 ‘간절’을 가리키고, 한자말 ‘간절’은 ‘바라다·바람’을 가리킵니다. 낱말풀이는 돌림풀이인데, “간절히 바라다”이건 “간절한 바람”이건 겹말입니다. ‘바라다’라 하면 되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면 “애타게 바라다”라 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다’나 ‘빌다·비나라’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봄을 기다리는 김 군의 간절한 바람이 되었다

→ 봄을 애타게 바라는 마음이 된다

→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꽃에 미친 김군》(김동성, 보림, 20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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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01 :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난다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난다

→ 눈부시다

→ 아름답다

→ 빛난다


아름답다 : 1.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2.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눈부시다 : 1. 빛이 아주 아름답고 황홀하다 2. 활약이나 업적이 뛰어나다

빛나다 : 1. 빛이 환하게 비치다 2. 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거나 윤이 나다 3. 영광스럽고 훌륭하여 돋보이다 4. 눈이 맑은 빛을 띠다



  빛이 나기에 ‘빛나다’라 합니다. 빛이 나서 눈을 뜨기 어렵다고 하기에 ‘눈부시다’고 합니다. 빛이 나기에 즐겁거나 기쁘다고 여겨 ‘아름답다’고 합니다. “눈부시게 빛나다”는 틀린말씨입니다.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난다”라 하면 겹으로 틀린말씨입니다. 세 낱말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쓸 일입니다. ㅍㄹ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난다

→ 가지가지 눈부시다

→ 무지갯빛으로 아름답다

→ 반짝반짝 빛난다

《꽃에 미친 김군》(김동성, 보림, 2025)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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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18. 조세희 뿌리



  다시 못 태어나는 책이 수두룩한데, 이 가운데 하나로 《침묵의 뿌리》가 있다. ‘'이성의힘’에서 새로 내주면 고마울 텐데 언제 그날을 맞을는지 아직 알 길이 없다.


  서울에서 살며 날마다 두서너 군데 마을책집을 다니던 1995∼2003년 사이에는 해마다 한두 자락쯤 만났지만, 서울을 떠나서 시골로 옮긴 뒤에는 2024년에 이르러 부천 〈용서점〉에서 드디어 만났다. 그동안 이웃한테 드릴 책만 샀다면 스무 해 만에 스스로 되읽을 책을 장만했고, 다섯 달째 아주 천천히 곱새기며 읽는데, 읽다가 처음으로 돌아가고 또 처음으로 돌아간다.


  1970∼80년대에는 길에서 나이든 아재 아지매가 낯선 어린이나 푸름이를 마구 때리고 나무랐다. 이때 얻어맞으며 악에 받친 아이들은 저희보다 어리고 여린 또래나 동생을 두들겨패거나 밟았다. 1970∼80년대 이야기가 그득그득 흐르는 《침묵의 뿌리》를 읽으면서 지난날 하루하루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 날마다 얼마나 여기저기에서 얻어맞으며 눈물지었던가.


  예나 이제나 조세희이든 김세희이든 최세희이든, 일하는 사람보다는 책읽는 사람이 책을 읽게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뒷걸음이라면, 일하는 사람은 책을 쥘 틈도 빛나는 책을 알아볼 틈도 모자라기 때문이리라. 일하는 사람이 느긋이 나긋이 책을 쥘 때라야 이 나라가 뿌리부터 갈면서 바꾸어 갈 만하지 싶다. 일하고 살림하는 사람한테는 책 한 자락을 건네자. 책읽는 사람한테는 책을 내려놓고서 들숲메바다로 찾아가서 맨손과 맨발과 맨몸으로 들바람과 숲바람과 멧바람과 바닷바람을 쐬라고 하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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