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11.

숨은책 1037


《햇빛다솜책 20 말괄량이 여고생 비밀일기》

 조재현 글

 햇빛출판사

 1989.10.5.



  1989년을 살던 사람 가운데 몇쯤 2019년을 그려 보았을까요? 너무 까마득하다고 여겼을 만하고, 서른 해 뒤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죽을 수 있으니, 그저 오늘 이곳을 어떻게든 버티고 견디자고 여긴 사람이 아주 많았으리라 봅니다. 2025년을 사는 사람 가운데 얼마쯤 2055년을 그려 볼 만할까요? 서른 해 뒤에 바뀌거나 거듭날 이 터전을 헤아린다면,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굴레나 가시밭은 우리 스스로 갈닦는 밑거름으로 삼을 만합니다. 다만, 밑거름으로 삼더라도 꽤 괴로울 수 있는데, 괴롭기네 가시밭이요 고달프기에 굴레입니다. 고단하니 서로 손을 잡고, 힘겨우니 함께 도우면서 걷습니다. 《햇빛다솜책 20 말괄량이 여고생 비밀일기》는 전두환이 흔들거릴 즈음부터 쏟아진 ‘명랑 청소년소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1970해무렵에도 이런 글은 제법 나왔지만, 1980해무렵에 이런 글이 쏟아졌어요. 1990해무렵으로 접어드니 확 수그러들면서 2000해무렵에는 아주 사라지다시피 하는데,  2020해무렵 푸른글꽃(청소년문학)을 살피니 어쩐지 ‘전두환 무렵 명랑 청소년소설’로 돌아간 듯해서 조금 소름이 돋습니다. 우리는 지난날 우두머리가 일삼은 짓을 곰곰이 새기면서 아름누리로 나아갈 노릇이면서, 어떤 글과 책으로 오늘을 가꿀 노릇인지 늘 돌아볼 일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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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64 : 유독 -의 시간 있 시간 -졌


유독 혼자만의 시간이 붕 떠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단다

→ 혼자 있을 때 남달리 붕뜬다고 느꼈단다

→ 혼자 있으면 더욱 붕뜬다고 느꼈단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박지혜, 스토리닷, 2023) 34쪽


혼자 있을 때 아무것도 못 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 스스럼없이 온갖 일에 나설 수 있습니다. 어느 때이든 마음을 다스리기에 따라서 다릅니다. 혼자라서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고, 혼자라서 호젓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하루를 어떻게 지낼는지 그리지 않을 때라면 붕뜨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유독(唯獨/惟獨) : 많은 것 가운데 홀로 두드러지게

시간(時間) : 1.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 2. = 시각(時刻) 3. 어떤 행동을 할 틈 4. 어떤 일을 하기로 정하여진 동안 5. 때의 흐름 6. [물리] 지구의 자전 주기를 재서 얻은 단위 7. [불교] 색(色)과 심(心)이 합한 경계 8. [심리] 전후(前後), 동시(同時), 계속의 장단(長短)에 관한 의식(意識) 9. [철학]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로 무한히 연속되는 것 10. [북한어] [언어] ‘시제(時制)’의 북한어 11. 하루의 24분의 1이 되는 동안을 세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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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65 : -ㄴ 식사 준비되어 있


가벼운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가볍게 밥을 차렸습니다

→ 가볍게 밥자리가 있습니다

→ 가볍게 들고서 가십시오

《고물 로봇 퐁코 6》(야테라 케이타/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 106쪽


옮김말씨인 “가벼운 식사”일 텐데, 우리말로는 “가볍게 먹다”입니다. 한자말 ‘식사’를 마치 높임말처럼 잘못 여기곤 하지만, ‘밥’을 높이는 낱말은 ‘진지’이고, ‘먹다’를 높이는 낱말은 ‘드시다’입니다. 옮김말씨에 일본말씨이기까지 한 “가벼운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는 “가볍게 밥을 차렸습니다”라든지 “가볍게 드시고 가십시오”라든지 “가볍게 차려 놓았습니다”쯤으로 다듬을 만합니다. ㅍㄹㄴ


식사(食事) : 끼니로 음식을 먹음

준비(準備) : 미리 마련하여 갖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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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66 : 존재


저 같은 놈은 그냥 없는 존재로 생각해 주세요

→ 저 같은 놈은 그냥 없다고 여겨 주세요

→ 저는 그냥 없는 놈으로 봐주세요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마츠무시 아라레/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 56쪽


이 보기글은 ‘놈·존재’가 잇달아 나옵니다. “없는 존재”란 “없는 놈”을 가리킵니다. 또는 “없다”라 하면 되어요. “없다 = 있지 않다”이거든요. 우리말씨를 차분히 살피지 않으면서 일본말씨를 잘못 옮기기에 ‘존재’가 곳곳에 끼어듭니다. ㅍㄹㄴ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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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67 : 누군가의 문장 건 그 문장 안 거 생각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 살다 오는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 누구 글을 읽을 읽으면 이 글빛에서 살다 온다고 여긴 적이 있다

→ 어느 글을 읽을 읽으면 이 글밭에서 살다 온다고 느낀 적이 있다

《잊기 좋은 이름》(김애란, 열림원, 2019) 141쪽


“누군가의 문장”은 잘못 쓰는 일본말씨입니다. ‘누·누구’라는 낱말은 ‘누가·누구가’처럼 토씨 ‘-가’를 붙입니다. 어느 누구를 가리킬 적에는 ‘뉘’ 꼴로 “여기는 뉘 집인가?”처럼 씁니다. 글에 ‘것’을 잇달아 넣으면 글결이 망가집니다. 옮김말씨처럼 ‘안’을 마치 ‘in’처럼 잘못 쓰는 대목을 바로잡습니다. 새롭게 지피는 씨앗 같은 길이기에 ‘생각’이니, 이 글자락이라면 ‘여기다’나 ‘느끼다’나 ‘보다’로 손질합니다. ㅍㄹㄴ


문장(文章) : 1. = 문장가 2. 한 나라의 문명을 이룬 예악(禮樂)과 제도. 또는 그것을 적어 놓은 글 3. [언어]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 ≒ 문(文)·월·통사(統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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