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포근한 냥이집 (2018.4.1.)

― 도쿄 진보초 姉川書店



  며칠 동안 도쿄 진보초에 머물면서 〈책거리〉를 바탕으로 죽 돌았고, 두 시간이 조금 못 되게 바깥으로 나가는 전철을 달려 ‘도쿄 하치오지 블루룸(RISING BLU https://www.risingblu.jp)’에도 다녀왔습니다. 도쿄마실 막바지에 이른 오늘은 〈アム-ル〉를 거쳐 〈姉川書店〉에서 불꽃처럼 힘을 더 내보기로 합니다. 등이며 손에 쥔 책짐으로도 걷기가 힘든 마당이지만, 살몃살몃 기울려고 하는 해를 바라보자니, 이 해거름에 책골목 모습도 사진으로 담고,‘神保町にゃこ堂’이라고 책집에 붙인 이곳을 누리고서야 길손집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합니다.


  길가에서 보아도, 책집으로 들어서도, 참말 이곳은 ‘냥이집’입니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고양이하고 얽힌 책이며 살림을 다룹니다. 책집 한켠에는 이 냥이집을 아끼는 분들이 여기저기에서 보낸 고양이 사진도 붙었습니다.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돌며, 석 바퀴째 돌며 여러 가지 사진책을 고릅니다. 고른 책을 손에 쥔 채 일본말로 “この美しい本屋を寫眞で撮っても良いでしょうか?” 하고 여쭙니다. 책집지기 아저씨가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하셔서 종이에 적은 일본글을 보여드립니다. 냥이 아저씨는 활짝 웃음짓는 얼굴로 얼마든지 찍으라고 말씀합니다. 꾸벅 절을 하고서 다시 골마루를 돌고 돌면서 여러 고양이 사진책을 돌아봅니다. 《ちよつとネコぼけ》(岩合光昭, 小學館, 2005)처럼 그동안 장만한 이와고 미츠아키 님 사진책도 이 냥이집에 잔뜩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동안 ‘해외배송’으로 달포를 기다려서 겨우 장만하던 이런 사진책을 이곳에서 모조리 사들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다른 책집에서 장만한 책으로도 무게가 넘쳐서 이튿날 비행기를 탈 적에 아슬아슬합니다.


  한국에서도 제법 사랑받은 《みさお と ふくまる》(伊原美代子, little more, 2011)를 봅니다. 첫벌은 2011년 10월 28일에 찍고, 열세벌을 2016년 10월 27일에 찍었다고 합니다. 대단하군요. 《描のことぼ》(鹽田正幸, 池田書店, 2014)을 고릅니다. 낯빛·몸짓으로 읽는 고양이 마음말을 적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일라(Ylla) 님 여러 사진책을 새삼스레 봅니다. 한국에서는 이일라 님 사진책을 찾기가 매우 어렵지만, 여기에서는 참 흔하군요. 한국에서 꽤나 웃돈을 주고 장만했던 낡은 사진책을 이곳에서는 그냥그냥 ‘여느 새책값’으로 가볍게 만날 수 있어요.


  냥이집 〈姉川書店〉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이 조촐한 책집은 빈틈이 하나도 없습니다. 고양이를 바탕으로 모든 숨결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담은 글책하고 사진책하고 그림책을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이러한 책은 모두 일본글로 나왔지요. 일본사람이 손수 지은 책이 있고, 여러 나라에서 지은 책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고양이 책이 꽤 나오기는 합니다만, 여기 〈姉川書店〉이 건사한 뭇책을 돌아보자니 꽤 멀었네 싶습니다. 이만큼 오래 깊이 널리, 무엇보다도 사랑스럽고 포근하게, 그리고 차분하면서 참하게 어깨동무하는 삶벗으로 마주하는 눈빛으로 담아내는 글·그림·사진이 되기까지는 열 해나 스무 해라는 나날로는, 아니 쉰 해쯤 되는 나날로도 어림이 없으리라 봅니다.


  일본마실을 하며 이곳을 일찌감치 들렀다면 아마 주머니를 다 털었겠네 싶습니다. 마지막날에 들러서 그나마 다른 여러 책집을 들를 수 있었네 싶어요. 다만, 조금 앞서 다리쉼을 했어도 졸음이 쏟아집니다. 〈姉川書店〉이 품은 아름다운 책을 더 읽고 사진으로도 옮기고 싶으나, 사진기를 쥔 손에 기운이 없고 자꾸 덜덜 떱니다.


  책값을 셈하면서 책집지기 손을 찍습니다. 책집을 나선 다음 길을 건너서 책집을 바라보며 사진을 마저 찍습니다. 둘레에 커다란 책집도 가게도 잔뜩 있으니, 냥이집 하나는 무척 작아 보입니다. 밖에서 보면 이렇게 작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도 쉬울 테지만, 문득 이 냥이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깨알같은 글씨를 슬쩍 읽은 다음에,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면, 마음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는 빛살을 누릴 만하지 싶습니다. 일본 도쿄 진보초가 대단하다면 커다란 책집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이 냥이집 〈姉川書店〉처럼 단출한 책집이 사이좋게 어깨를 겯고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 때문이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책집은 책집 (2018.4.1.)

― 도쿄 진보초 アム-ル



  2018년 4월 1일을 끝으로 이튿날에는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이른아침에 길손집에서 나온 뒤 하루 내내 곳곳을 걸었어요. 진보초에서 긴자라는 데까지 걸어 보았고, 이동안 소방박물관에서 다리쉼을 했고, 널따란 숲터에서 물을 마셨고, 긴자에서 진보초로 다시 걷자니 발바닥이 싫어하는구나 싶어 전철을 탔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진 데에서는 드문드문 한국말을 들었습니다.


  긴자에 있는 ‘키노구니야’에도 들르고 싶었지만 짬을 내기 어려워 바깥에서 우람한 모습만 훑었습니다. 책집이야 잔뜩 들렀으니 일본 ‘유니클로’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겹겹이 높고 넓더군요. 옷을 사는 사람들 줄이 매우 길었습니다.


  걷고 전철을 타고 책집에 들르고 등짐이며 손짐은 온통 책인데, 이 짐더미를 이고 지기만 하지는 말자고 여기면서 볕받이 걸상을 찾아서 앉습니다. 그늘받이를 안 좋아하니 몸을 쉴 적에도 부러 볕밭이에 앉아서 고무신을 벗고 발바닥이며 발가락한테 해바라기를 시킵니다. 풀밭이 있으면 풀밭에 맨발로 서서 숨쉬기를 합니다.


  진보초로 돌아와서 책골목하고 가까우면서 조용한, 마을 한복판에 있는 가게에 들러서 주전부리를 장만하고는, 아침부터 돌아다니며 장만한 책을 읽다가 수첩을 꺼내어 동시를 새로 쓰다가, 코앞에 보이는 자전거집에 들어가 볼까 하고 생각하다가, 다시 책집으로 가자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일본마실을 할 적에는 키노구니야도, 자전거집도, 되살림가게도, 이런저런 수수한 마을가게에도 슬그머니 들어가자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책만 다루는 재미난 헌책집이 보였으나 앞에서 사진만 찍고 다음 마실을 꿈꾸면서 지나칩니다. 〈アム-ル〉란 책집이 보여 바깥에 놓은 책시렁을 돌아보는데 《日本のなかの外國人》(アラン·タ-ニ-, 三省堂, 1970)하고 《黑人大學留學記, テネツ-州の町にて》(靑柳淸孝, 中央公論社, 1964) 같은 재미난 손바닥책이 보입니다. 하나에 100엔이라 하기에 쇠돈을 둘 꺼냅니다. 안쪽도 구경할까 하고 들여다보는데 안쪽은 알몸 사진책하고 디브이디가 잔뜩 있습니다. 아, 이곳에는 사진기를 목걸이처럼 하고서 들어가면 안 되겠다고 느껴, 얼른 목에서 풀어 어깨로 옮깁니다. 사진기를 멘 채 둘러볼 수는 없는 데로구나 싶어 200엔 책값만 치르고 나오려는데, 〈はじめての神保町步き 2018年 冬〉이라든지, 《JIMBOCHO vol.8.》(神保古書店聯盟, 2018)이라든지, 〈JIMBOCHO 古書店 MAP 2018〉(神保古書店聯盟, 2018) 같은 작은책하고 길그림을 ‘그냥’ 가져가도 좋다는 알림글이 보입니다.


  이 책집도 일본 책집으로서 재미난 얼거리이니 사진으로 담고 싶기는 하지만, 진보초를 말하는 작은책하고 길그림을 고맙게 얻고서 나가자고 생각합니다.


  다음 책집으로 걸어가며 이 〈アム-ル〉를 돌아봅니다. 100엔짜리 손바닥 인문책하고 알몸 사진책이 나란히 있는 책집이란, 일본이라는 나라를 잘 보여주는 모습일는지 모릅니다. 두 가지가 어우러진, 이를 아무렇지 않게 녹여낸, 또는 이 터에 맞게 다스려서 풀어낸 삶길이라 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나즈막한 이야기를 담는 (2018.1.20.)

강원 춘천 〈경춘서점〉

.. 이곳은 2018년 겨울 언저리에 책집을 접고서 일식집으로 바뀌었습니다 ..



  춘천에 마을책집이 여럿 문을 열었습니다. 도청이 있고 교육대학이 있으며 여느 대학까지 있는 춘천이라면 곳곳에 책집이 들어설 만합니다. 이러한 춘천을 오래도록 책으로 빛낸 터로 〈명문서점〉하고 〈경춘서점〉 두 헌책집이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는 책은 새롭게 읽히고, 조용히 잠이 들다가 다시 읽히며, 찬찬히 또다른 손길을 받아서 새록새록 읽힙니다. 오늘을 새롭게 만나고, 어제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어제를 읽어 오늘에 살리고, 오늘을 읽어 어제에서 거듭난 새길을 익힙니다.


  지난날에는 마을에서 선보인 책을 마을헌책집에서 다루곤 했습니다. 서울이나 큰고장에 두루 넣는 책이 아닌, 마을이나 고장에서 조촐히 나누는 책은 새책집에 넣지 않거나 못했어요. 마을살림이나 마을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려면 헌책집에 가야 했는데, 이제 나라 곳곳 마을책집은 이처럼 작은 이야기를, 제 마을이며 고장 이야기를 살뜰히 품는 몫을 하고, 이웃 마을이며 고장에서 태어난 작은 이야기도 넉넉히 품습니다.


  고흥으로 터를 잡은 뒤 2014년에 처음 걸음한 〈경춘서점〉에 2018년에 새로 걸음합니다. 이곳을 2009년에 두 살인 큰아이를 안고서 처음 찾아왔으니 어느새 열 해가 흐릅니다. 책집 아주머니는 책집 할머니가 됩니다.


  바깥에 놓은 만화책을 먼저 둘러보는데 《드래곤 볼 3》(토리야마 아키라/아이큐점프 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3), 《드래곤 볼 6》(토리야마 아키라/아이큐점프 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3)이 보입니다. 이 만화책은 1990년에 비로소 저작권 계약을 맺어서 나왔습니다. 처음 나올 적에 형하고 살림돈을 푼푼이 모아서 1∼42에 이르는 책을 모두 장만했는데, 설이나 한가위에 찾아온 작은집 아이들이 하나둘 빌려가더니 그만 돌려주지 않아 이제 우리 집에는 처음 나온 이 만화책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들어갈 적에 교과서가 모두 바뀌었습니다. 바로 제 앞에서 바뀐 교과서인 《중학 국어 1-2》(한국교육개발원, 문교부, 1989), 《중학 국어 3-1》(한국교육개발원, 문교부, 1984), 《중학 도덕 1 상》(한국교육개발원, 문교부, 1982), 《MIDDLE SCHOOL ENGLISH BOOK 2》(한국교육개발원, 문교부, 1984)를 집어듭니다. 교과서에 적힌 말이 어떤 자취를 남기며 달라졌는가 하고 살피려고 챙깁니다. 죽 넘기다가 묵은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이런 말에 흠칫합니다. 1980년대 학교에서는 이렇게 푸름이를 길들이려 했군요.


우리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당하고도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가령, 폭력배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이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폭력 행위를 더욱 도와주는 결과가 되고, 나아가 사회적 불의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권리의 주장과 그 행사는 사회적 불의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기의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느 사회든지 그러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질서가 유지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권리와 안전이 보장될 수도 없다. (도덕 1 상/106∼107쪽)


  1980년대가 저물고 1990년대로 넘어서면서 셈틀이 퍼집니다. 타자기는 1990년대로 넘어서면서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최신 개정판 정규 학교 타자 교본》(한국타자교육협회, 유림문화사, 1985)을 보면서, 그야말로 타자기 끝물에 나온 상업고등학교 교재였네 하고 생각합니다. 《가정의례준칙》(대한민국 정부, 1969)이 있기에 들추는데, 1960년대가 얼마나 싸늘하며 매몰찼는가 하는 대목을 그무렵 우두머리 목소리로 엿볼 만합니다.


지금 우리는 모든 국민이 한덩어리가 되어 조국근대화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읍니다. 그러니 먼저 생활의 합리화, 근대화가 이룩되지 않는한 이 과업수행은 어려운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많은 국민들과 더불어 ‘가정의례준칙’의 제정과 그 실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왔던 것입니다. (머리말/대통령 박정희)


  예전에 박정희란 이는 ‘근대화’란 말을, 전두환이란 이는 ‘현대화’를, 김영삼이란 이는 ‘세계화’를 들먹였습니다. 나라지기란 일을 맡는 이들은 우리 살림살이를 깔보거나 밀어없애는 길에만 섰지 싶습니다. 하나같이 경제성장이란 이름으로 삽질을 끊이지 않아요. 이제는 눈을 바깥이 아닌 마을이며 숲이며 보금자리로 돌려서 ‘살림꽃’을 피우는 길로 갈 때가 아니랴 싶습니다.


  오늘은 어쩐지 학교에서 쓰던 책이 자꾸 손이 잡힙니다. 《조림학원론 하권》(F.S.베이카/현신규 옮김, 한국번역도서주식회사·문교부, 1960)을 집어들고 예전에 나라에서 숲을 어떻게 손대려 했는가를 들여다보고는, 《시조문학사전》(정병욱 엮음, 신구문화사, 1966)까지 쓰다듬습니다. 짤막한 석 줄로 이야기꽃을 피우던 숨결을 헤아립니다. 그래요, 굳이 길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석 줄로 얼마든지 노래할 만합니다. 눈물도 석 줄로 그릴 만하고, 웃음도 석 줄로 밝힐 만해요.


  때로는 넉 줄도 좋고, 다섯 줄도 좋습니다. 한 줄이어도 좋고, 열여섯 줄이나 여덟 줄도 좋겠지요. 노래하는 마음이라면 가벼운 어깻짓이 됩니다. 노래하는 발놀림이라면 홀가분한 얼굴이 됩니다. 노래하는 손짓이라면 날갯짓하는 오늘이 되어요. 춘천이라는 고장에 나즈막하면서 의젓한, 차분하면서 듬직한 여러 책집이 사이좋게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길을 틀다 (2011.9.2.)

― 강원도 춘천 〈경춘서점〉

.. 이곳은 2018년 겨울 언저리에 책집을 접고서 일식집으로 바뀌었습니다 ..



  작은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날 곳을 헤아리며 새로운 시골을 찾을 적에 강원도 춘천에 계신 분이 찾아왔습니다. 새터로 가려 한다면 춘천 김유정문학마을 한켠에 새롭게 집을 올려서 칸마다 다른 도서관을 꾸미면 어떻겠느냐고, 새집을 올리기까지 여러 해 걸릴 테니 그동안 춘천 시내 한켠으로 우리 도서관을 옮긴 다음에, 새집이 다 되면 시골자락 보금자리에 도서관을 누리면서 춘천에 책마을을 이루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으셨어요.


  곰곰이 생각하며 춘천을 들락거리면서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여겼습니다. 이러면서 춘천 어디쯤에 살림집을 놓고 도서관은 어디쯤이면 좋으려나 하고 자전거로 골목골목 누비기도 했습니다. 춘천에서 책빛을 밝히는 〈경춘서점〉에서는 오랜 춘천 살림을 보여주는 묵은 졸업사진책을 여섯 꾸러미나 장만했어요. 다른 터로 더 옮기지 않아도 되고, 또 우리 살림집하고 도서관을 옮길 삯을 춘천에서 대준다고 하셔서 그동안 건사한 목돈을 〈경춘서점〉을 드나들며 책값으로 신나게 썼습니다.


  일이 99.99퍼센트가 마무리될 즈음 곁님이 불쑥 한 마디를 합니다. “여보, 그런데 춘천에 그렇게 골프장이 많아요?” “(뜨끔) …….” “골프장이 그렇게 많으면 우리는 깨끗한 물을 어떻게 마셔요?” “(뜨끔) …….” “우리가 시골에서 사는 뜻은 맑은 물하고 바람하고 해인데, 물이 안 되는 곳으로 가서 살 수 없잖아요? 아이들한테 어떤 물을 먹으려고요?”


  살림집도 도서관도 새터를 찾을 수 있습니다만, 그곳 둘레에 잔뜩 있는 골프장을 우리가 치워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 보금자리를 춘천으로 옮기지 못하겠다고 깨달았습니다. 한참 헤매면서 길을 찾으려 했으나 도무지 길이 안 보이더군요. 그래서 우리를 춘천으로 데려가고 싶어한 분들한테 고개를 숙여며 손사래를 하기로 했습니다.


  춘천에 터를 잡으면 적어도 이레마다 들르리라 여긴 〈경춘서점〉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 하고 생각하며 찾아갑니다. 《이주》(박경주, 다빈치 기프트, 2005)라는 사진책도, 사진잡지 《韓日의 廣場》(한일뉴스) 20호(1986.6.)도 건성건성 봅니다. 그러나 《강원 전화번호부 75》(원주체신청, 1975)는 건성으로 지나칠 수 없습니다. ㄱㄴㄷ으로 나오는 1975년치 강원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면서 예전 〈경춘서점〉 자취를 찾아냅니다.


경춘서점 7234…중앙2-29


  1975년에는 이런 전화번호였고 주소였군요. ‘춘천 직업별’에서 ‘서점’으로는 〈제일서점〉(정음사·민중서관 지사)이 더 나옵니다. 원주는 서점 전화번호가 안 나오고, 강릉은 〈삼문사〉와 〈삼일사〉 두 군데가 나옵니다. 그러나 전화번호부에 오르지 않은 책집이 많아요. 전화를 안 놓은 데가 많았거든요. 게다가 예전에는 꽤 많은 헌책집이 간판도 이름도 없이 책을 사고팔았습니다.


  아스라한 자취를 헤아리다가 《계해생 친목회》(1982)를 넘기고, 《숭실대학교 1988 달력》을 들춥니다. 대학교에서 달력도 내놓지요. 《춘천 사범학교 14회 졸업사진책》(4290)은 1957년치인데, 학교 뒤쪽 민둥산에 새로 심은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는 모습이 새삼스럽습니다. 더욱이 한겨울에 운동장에 쌓인 눈을 치우면서 눈싸움을 하며 노는 모습이라든지, 밭을 일구는 모습, 벼싹을 심는 모습도 새삼스럽습니다. 난로를 빙 둘러싸고 앉은 교실에 나무책상과 나무걸상이 학생 몸크기에 견주어 너무 작구나 싶은 모습도 새삼스럽고요. 여기에, 하숙집이지 싶은 곳에서 아침에 일어나고 씻고 밥하는 모습까지 담았어요. 참말로 졸업사진책은 우리 수수한 자취를 간직한 꽃책입니다. 1957년에 사진기가 있는 집이 얼마나 되었겠어요. 그런데 사범학교 졸업사진책에 ‘이 대통령 81탄신 축하식’을 벌이는 모습까지 있네요. 끔찍하지만 그때 우리 모습입니다.


  사진잡지 《월간사진》 467호(2006.12.)를 넘기는데, 1979년에 나온 《현대한국사진가선-임응식》이라는 사진책을 놓고서 박평종 님이 쓴 글이 있습니다.


.. 임응식이 중심이 되어 개척한 생활주의 리얼리즘은 한국사진에 기록의 가치를 처음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사진가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과 역사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토대로, 일제시대를 풍미했던 탐미주의적 경향의 살롱사진 전통과 단절하고 적극적으로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던 태도 또한 소중하다. 생활주의 리얼리즘은 이후 60∼70년대의 한국사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기록에 중점을 둔 현대적 의미에서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꽃피울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고집하면서 사진단체와 공모전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친 탓에 사진은 발전적으로 전개되지 못한 채 50년대를 이끌었던 사진운동으로 남게 되었다. 리얼리즘을 표방했던 많은 선구적인 사진가들은 리얼리즘 사진에 부합하는 고유한 사진형식을 완성하지 못했고, 결국은 다시 조형성에 탐닉하는 공모전 형식의 사진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임응식의 생활주의 리얼리즘이 지녔던 한계이기도 하다 ..  (137쪽)


  사진비평은 으레 이렇기는 하지만 따분합니다. 사진을 읽는 멋이나 맛은 한 줄로도 못 쓰고서 이런 이야기를 읊어야 할까요? 사진 한 칸에서 눈물하고 웃음을 읽고서 비평이란 이름으로 글을 쓰기는 어려울까요?


  일본에서 썼구나 싶은 ‘생활주의 리얼리즘’이란 말을 끌어들여서 어떤 사진 이야기를 펼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언제나 삶입니다. 삶을 쓰고, 삶을 그리고, 삶을 찍습니다. 글님이건 그림님이건 사진님이건 스스로 마주하는 곳에서 그이 눈길로 오늘을 담아냅니다.


  사진님 한 사람이 담은 눈빛이 더 뛰어나거나 더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저 그이 삶입니더. 우리는 사진님 눈빛에 흐르던 마음줄기를 사진 한 칸으로 읽습니다. 그이가 걸은 곳을, 그이가 본 길을, 그이가 사랑한 하루를, 그이가 누린 꿈을. 임응식이라는 한 사람이 좀 아쉽구나 싶으면, 사진이란 사진기를 손에 쥐기만 하면 누구나 찍을 만하니, 사진비평에 앞서 사진찍기부터 하면 좋겠어요. 어느 사진님이 못 넘은 담벼락이 있다면, 비평하는 이부터 스스로 그 담벼락을 넘는 사진을 찍어서 ‘사진으로 말하’면 되리라 봅니다. 사진비평은 사진을 찍어서 하면 되거든요.


  그나저나, 춘천으로 가려던 길을 틀었지요. 길그림책을 들여다보며 어디가 맑은 물이며 바람이며 해를 누릴 터전이 될까 하고 석 달을 살핀 끝에 전남 고흥을 찍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사랑 담아 잘 익은 말 (2019.12.8.)

― 전북 전주 〈잘 익은 언어들〉

033.762.7140.

전북 전주시 덕진구 두간11길 15

https://www.instagram.com/well_books



  이곳에 이웃이 있으니 이곳에서 즐겁습니다. 저곳에 동무가 있으니 저곳으로 가는 길이 신납니다. 그곳에 벗님이 있으니 그곳으로 찾아가서 만날 벗님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그저 이곳에 조용히 있어도 아늑합니다. 저곳에 문득 나들이를 하면서 새롭게 마주하는 마을이 느긋합니다. 그곳에 며칠 머물며 어우러지는 하루가 새삼스럽습니다.


  1994∼1998년 사이에는 전주마실을 얻두를 못 냈으나 2000년대로 접어들어 살림돈이 조금 늘어 비로소 나라 곳곳 헌책집을 찾아서 다리품을 팔 만했습니다. 신문을 돌리며 살던 1999년 여름까지는 매우 빠듯한 나날이었으나, 출판사 막내 일꾼으로 들어가서 달삯 62만 원을 받으며 숨통을 텄거든요. 뭐, 그래도 그때 그 가운데 40만 원은 적금에, 22만 원은 책값으로 삼았지만요.


  그무렵 전북 전주는 저한테 ‘홍지서림 골목에 잇달아 있는 여러 헌책집’이 알뜰한 고장이었어요. 그때나 이제나 제가 ‘전주에 간다’고 하면 ‘전주에 있는 책집을 간다’는 뜻입니다. 택시를 타고서 택시일꾼더러 “홍지서림 있는 골목 어귀 헌책집으로 가 주셔요.” 하면 택시일꾼은 하나같이 “아니, 전주에 와서 한옥마을 아닌 헌책집에 간다는 사람은 기사생활 수십 년에 손님이 처음!”이라면서 놀라셨지요. “그래도 전주에 오셨으면 전주 비빔밥은 드시겠지요?” 하고 물으시면 “아니요. 밥은 굶고 책만 살 생각이랍니다.” 하고 대꾸했어요. 참말로 밥값을 아껴서 책을 샀고, 나중에는 작은자전거를 짐칸에 싣고 가서 택시삯까지 아껴서 책을 샀습니다.


  어느덧 전주 헌책집 골목은 예전만 못합니다. 그래도 여러 곳이 씩씩하게 자리를 가꾸면서 책내음을 나누기에 고마워요. 그리고 전주 곳곳에 새롭게 마을책집이 뿌리를 내리면서 ‘한옥골 전주’를 넘어 ‘책골 전주’라고도 할 만하리라 여깁니다. 참으로 그렇거든요. 전주는 그리 크지 않은 고장이어도 책집이 제법 많아요. 책읽는 고장이 살아숨쉬는 고장이랄까요. 책집이 너울대는 고장이라면 살 만한 고장이라 하겠어요. 새책집하고 헌책집이 어깨동무하는 고장이라면 그 고장 스스로 이야기꽃을 새롭게 지필 만한 멋고장이라고 봅니다.


  처음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바람결에 들은 뒤부터 찾아가고 싶던 〈잘 익은 언어들〉이 있습니다. 어쩐지 이곳이 끌렸어요. 12월 6일에 원주에 가서 하루를 묵은 다음, 이튿날 서울에서 묵고서, 새벽바람으로 기차를 타고 전주로 옵니다. 기차역에서 버스를 탈지 걸을지 망설이다가 짐이 많아 택시를 탑니다. 택시일꾼은 ‘마을 한켠 작은 책집’으로 가는 손님을 길찾기 기계에 따라 모시지만, 어쩐지 길을 한참 헤맵니다. 너무 헤매시기에 택시에서 내려 스스로 책집을 찾기로 합니다.


  겨울볕을 듬뿍 받는 책집을 이 골목 저 골목 살피면서 알아봅니다. 골목에 깃든, 아니 골목이 품은 책집이란 호젓하면서 따사롭습니다. 골목이란 사람들이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터예요. 골목이란 서로 나즈막하게 어깨를 겯으면서 도란도란 즐거운 곳이에요.


  책집지기님이 이웃나라 책집마실을 다녀오면서 장만했다는 멋진 그림책을 손으로 만지면서 넘깁니다. 그림책은 어느 나라나 꿈날개를 얼마나 펴면서, 이 꿈날개에 사랑이랑 빛을 어느 만큼 담느냐에 따라서 싱그러운 결이 달라지지 싶어요. 사랑스럽고 빛나는 그림책을 알아보고서 먼 이웃나라에서 야물게 들고 오신 책집지기님이 훌륭합니다.


  틀림없이 ‘몬스터’도 ‘괴물’도 아닌 ‘배롱이(배롱꽃 아이)’일 아이가 씩씩하게 제 길을 찾아서 나아가는 줄거리를 담은 《분홍 몬스터》(올가 데 디오스/김정하 옮김, 노란상상, 2015)가 참 예쁘구나 싶습니다. 비록 책이름에는 ‘몬스터’란 말을 넣었지만 ‘몬스터가 아니’기에 붙인 이름이겠지요.


  책집지기님이 사랑을 듬뿍 담아서 알린다는 《가드를 올리고》(고정순, 만만한책방, 2017)를 한 손에 얹습니다. 삶이라는 무게를 두 어깨에 묵직하게 올리며 걸어온 그림님 마음이 환히 보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님한테 속삭여 보고 싶어요. “가드를 올리”지 말라고요, “권투장갑을 벗자”고요. “저쪽에서 권투장갑을 끼고 달려들면 그저 빙긋빙긋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고이 안아 주자”고요. “그림님한테 달려드는 사나운 그이를 살살 달래면서 같이 테즈카 오사무 만화책을 펴고서 즐겁게 읽으면 어떻겠니?” 하고 말을 걸어 보자고요.


  여러 날 바깥마실을 하는 길에 전주에 들를 생각으로 고흥부터 챙긴 책을 하나 책집지기님한테 드립니다. 책집지기님도 저한테 그림책 《비에도 지지 않고》(미야자와 겐지 글·야마무라 코지 그림/엄혜숙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5)를 건네줍니다. 책 하나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다른 책 하나가 저쪽에서 이쪽으로 옵니다.


  책나눔이란 서로 새로운 눈으로 거듭나면서 앞으로 한결 싱그러이 꿈꾸며 살아가자는 뜻으로 내미는 마음빛 아닐까요? 책 하나를 주고받다가 혼자 생각날개를 폅니다. 대통령이 장관을 뽑으면서 임명장 말고 그림책을 하나씩 건네면 어떨까요? 학교에서 졸업장을 아이마다 하나씩 주기보다는 동화책이나 동시집을 하나씩 건네면 어떨까요?


  임명장이나 졸업장이나 표창장 같은 종잇조각을 모조리 없애고서, 서로서로 마음을 빛낼 책 하나를 가려내어 건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이를테면, 학교에서 교장샘이란 분이 모든 아이들한테 책을 하나씩 나누어 줄 적에 다 다른 책을 나누어 줄 수 있어요. 재미있지 않을까요? 똑같은 책 아닌, 모두 다른 책을 하나씩 골라서 건네기란?


  옮긴이가 제 또래인 《밤의 이야기》(키티 크라우더/이유진 옮김, 책빛, 2020)를 골라듭니다. 이 옮긴이 분은 어린이책이나 푸른책을 꽤 옮기던데 아직 옮김말이 설익습니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나눌 말씨를 잘 어림하지 못하는구나 싶어요. 이분뿐 아니라 다른 분도 비슷합니다. 어린이책을 쓰든 옮기든 어린이가 생각을 새롭게 살찌우는 밑돌이 될 가장 쉬우면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낱말을 고르면 좋겠어요. 마땅한 낱말이 없어 보인다고 아무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를 갖다 붙이지 않으면 좋겠어요. 마땅한 낱말이 없어 보이면 새로 지어서 알려주면 되어요.


  사전에는 ‘새책’이란 낱말은 없고 ‘신간’만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하고 ‘새책’이란 말을 즐겁게 쓰면 되어요. 새책을 다루니 ‘새책집’이라 하면 되고, 마을에 있으니 ‘마을책집’이라 하면 됩니다.


  잘 익은 말이란 사랑을 담은 말이라고 여겨요. 잘 익은 열매란 온누리를 따사롭게 비춘 해님이라는 사랑을 품은 빛이라고 여겨요. 이곳 전주골 한켠에서 따사로운 〈잘 익은 언어들〉을 노래하고서 부안으로 건너갑니다. 부안에 계신 이웃님을 만나러 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생 2020-02-0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 있게 읽었어요

숲노래 2020-02-09 17:3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곳에 즐거이 마실해 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