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긁어 부스럼 2025.6.28.흙.
가려우니 긁는다고 하는데, 긁기에 얼핏 시원하다고 느낄는지 모르지만 얼마 안 가게 마련이야. 긁으니까 또 긁어야 하고 다시 긁어야 하고 자꾸 긁어야 하지. 그렇다면 안 긁으면 될까? 곰곰이 보면 알 텐데, 긁든 안 긁든 같아. “긁어야 한다”고 여기기에, 이미 안 가렵지만 긁어야 해. “안 긁자”고 여기느라 ‘긁기’를 참는 탓에, 가려운 곳이 자꾸 늘고 불어서 못 견딜 판이야. 왜 “긁어 부스럼”일까? 긁기에 끝없이 긁느라, 살갗이 쉴 겨를이 없어. 살갗이 못 쉬니까 살갗 스스로 살아날 겨를이 없고, 조금씩 붓다가 부스럼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살갗이 벗겨지겠지. 그리는 대로 이루는 줄 알면 돼. ‘긁자’는 마음을 그리기에 ‘긁을’ 일에다가 ‘부스럼’을 낳아. 네가 짓고서 할 일을 그리기에 ‘할 일’과 ‘지을 일’을 이뤄. 마주하는 모든 일은 네(내) 그림이자 오늘이자 길이야. ‘아픔’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궁금하기에 아플 일을 겪어.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궁금하니까 슬플 일을 만나. 그런데 아프거나 슬플 적에 “아파서 싫다”거나 “슬퍼서 괴롭다”는 마음을 키우니까, 자꾸자꾸 아프고 슬프게 마련이야. 아파 보면서 온몸이 튼튼히 일어서고, 슬프기에 온마음이 새록새록 자랄 수 있는데, 싫거나 나쁘거나 좋다고 여기려 하면서, 늘 스스로 갉아. 너는 네 몸을 보고 네 마음을 느낄 노릇이야. 그저 튼튼하고 따사로운 몸을 보렴. 그대로 밝으며 깊은 마음을 봐야지. 네가 안 보면 사라지고, 네가 보면 고스란해. 네가 그리는 빛을 네가 이루고, 네가 긁는 만큼 부스럼이지. 따로 글을 남기거나 말로 옮겨야 하지 않아. 여기에서 보고, 여기를 보고, 여기를 돌보려 할 적에 다 나으면서 환하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