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기낳이 2025.6.27.쇠.



아기를 낳는 어머니는, 아기를 품고서 열 달을 지내다가 몸밖으로 내놓고서 몸풀이를 할 적에 새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살림을 누려. 아기를 받는 아버지는, 아기를 풀다가 푸는 짝꿍인 어머니하고 보금자리를 이루면서 온살림을 맡는 동안, 몸쓰는 일이란 무엇인지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면서 사랑을 누려. 순이(여성)라는 몸을 입은 사람은 이미 마음이며 몸이 넉넉한데, 스스로 넉넉한 마음몸을 돌보는 빛줄기를 오롯이 누리고 펴면서 깨닫지. 마음과 몸을 잇고 이루는 빛고리를 알아본단다. 돌이(남성)라는 몸을 입은 사람은 이미 몸이며 마음이 튼튼한데, 스스로 튼튼한 몸마음을 보살피는 빛살을 옹글게 짓고 빚으면서 깨닫지. 몸과 마음을 일으켜 일하는 빛그림을 알아차린단다. 순이돌이인 두 어버이는 아기를 맞이할 적에 두빛을 한빛으로 담으면서, 두 사람하고 다르지만 온하나를 이루는 숨결을 그렸어. 아기는 두 사람이 사랑으로 새롭게 이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실 한 오라기를 놓듯 이 땅에 와. 어머니는 몸으로 품다가 낳으면서 뼈·피·살을 모두 갈아입듯 튼튼하게 나아가도록 북돋아. 아버지는 몸으로 집을 가꾸고 일구며 살림하는 동안, 생각·꿈·뜻을 모두 갈아엎듯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북돋아. 새몸이란 새빛이고 새길이야. 새마음이란 새살림이고 새놀이야. 아기낳이를 안 하더라도 ‘사람’으로서 이 별에서 무엇을 하고 배우고 펴고 나누는지 잘 배우고 익힐 만해. 아기낳이라는 새길을 나서면서 ‘사람’이 스스로 바람과 바다를 한빛으로 어우르면서 두근두근 기쁘게 살리는 씨앗을 누구나 가르치고 들려줄 만해. 넌 배우고 익히면서 훌륭할 수 있고, 넌 가르치고 들려주면서 아름다울 수 있지. 훌륭하면서 아름답게 이 별을 노래할 수도 있어. 아기낳이나 아이돌봄이라는 ‘책’은 종이로 못 담을 만큼 크고 넓고 깊단다. 책으로 치자면 ‘100억 권’으로도 못 담는 이야기꽃과 이야기씨앗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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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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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긁어 부스럼 2025.6.28.흙.



가려우니 긁는다고 하는데, 긁기에 얼핏 시원하다고 느낄는지 모르지만 얼마 안 가게 마련이야. 긁으니까 또 긁어야 하고 다시 긁어야 하고 자꾸 긁어야 하지. 그렇다면 안 긁으면 될까? 곰곰이 보면 알 텐데, 긁든 안 긁든 같아. “긁어야 한다”고 여기기에, 이미 안 가렵지만 긁어야 해. “안 긁자”고 여기느라 ‘긁기’를 참는 탓에, 가려운 곳이 자꾸 늘고 불어서 못 견딜 판이야. 왜 “긁어 부스럼”일까? 긁기에 끝없이 긁느라, 살갗이 쉴 겨를이 없어. 살갗이 못 쉬니까 살갗 스스로 살아날 겨를이 없고, 조금씩 붓다가 부스럼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살갗이 벗겨지겠지. 그리는 대로 이루는 줄 알면 돼. ‘긁자’는 마음을 그리기에 ‘긁을’ 일에다가 ‘부스럼’을 낳아. 네가 짓고서 할 일을 그리기에 ‘할 일’과 ‘지을 일’을 이뤄. 마주하는 모든 일은 네(내) 그림이자 오늘이자 길이야. ‘아픔’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궁금하기에 아플 일을 겪어.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궁금하니까 슬플 일을 만나. 그런데 아프거나 슬플 적에 “아파서 싫다”거나 “슬퍼서 괴롭다”는 마음을 키우니까, 자꾸자꾸 아프고 슬프게 마련이야. 아파 보면서 온몸이 튼튼히 일어서고, 슬프기에 온마음이 새록새록 자랄 수 있는데, 싫거나 나쁘거나 좋다고 여기려 하면서, 늘 스스로 갉아. 너는 네 몸을 보고 네 마음을 느낄 노릇이야. 그저 튼튼하고 따사로운 몸을 보렴. 그대로 밝으며 깊은 마음을 봐야지. 네가 안 보면 사라지고, 네가 보면 고스란해. 네가 그리는 빛을 네가 이루고, 네가 긁는 만큼 부스럼이지. 따로 글을 남기거나 말로 옮겨야 하지 않아. 여기에서 보고, 여기를 보고, 여기를 돌보려 할 적에 다 나으면서 환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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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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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좁아터져 2025.6.29.해.



온누리는 온숨결이 온빛으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넉넉하고 넓어. 다 들어서지 못하도록 좁아터지지 않단다. 때로는 어느 무리나 사람이 저희끼리 드넓게 차지하느라, 뭇이웃과 뭇숨결이 누릴 터전을 가로채기도 하는데, 삶터를 느긋이 나누려는 마음이 없는 그들(무리)은 오히려 “넓어 보이는 가두리”에서 옴싹달싹 못하더구나. ‘더 많이’ 쥐려는 그들이 더 좁게 갇혀. ‘더 크게’ 잡으려는 그들이 더 조그맣게 잠겨. ‘더 높이’ 앉으려는 그들이 더 낮게 바닥을 긴단다. 얼핏 보이는 겉모습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라. “가두려는 그들이 늘 스스로 갇힐” 뿐이란다. 거머쥐거나 움켜잡으려는 그들은 언제나 하나조차 못 찾고 못 얻어. 높이 오르려고 할수록 더 곤두박질을 하면서 나뒹굴지. 왜 그럴까? 그들도 ‘꿈’을 그리지 않았을까? 그들도 ‘꿈’이 있을 텐데, 그들은 왜 ‘뜻한’ 바를 못 이루고서 으레 거꾸로 처박힐까? 모름지기 ‘꿈’이라고 할 적에는 ‘좁아터지지’ 않아. 모든 꿈은 작은씨앗과 같되 “크기와 부피를 잴 길이 없도록 아름답고 사랑스럽”단다. 모든 꿈은 ‘나만’ 잘되는 길일 수 없어. 모든 꿈은 ‘나부터’ 눈뜨고 깨어나고 알아보고 찾아나서면서, 노래하고 웃음짓는 바다춤이자 바람춤이란다. ‘나부터’ 사랑으로 눈뜨려는 마음인 꿈이라면 “더 많이·더 크게·더 높이”가 아닌, “나부터 사랑으로 일어서서 살림하며 살아가자”는 길을 그리지. “나만 좋으려는 마음”이란 ‘미움불씨’야. 미움불씨는 못 날아. 미움불씨는 늘 스스로 불태워서 죽이니까 잿더미로 굴러갈 뿐이야. 네가 ‘미움불씨’를 그린다면, 넌 그야말로 좁아터진단다. 마음이 좁아서 뻥 하고 터져. 네가 “사랑으로 살림하는 작은씨앗”일 적에는, 네 삶에 크기와 부피가 따로 없게 마련이라서, 너는 네 꿈을 늘 아름답게 이루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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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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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여름꺾이 2025.7.7.달.



언제나 누구나 ‘사람’이지. 그러나 사람이 사람이지 않기를 바라는 무리가 있어. 이들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람 아닌 것’으로 뒹굴기를 바라.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짓고 나누고 누리고 펴며 노래하게 마련인데, 이들 무리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를 바란단다. 그렇다고 힘으로 억지로 함부로 길들이거나 끌어들이지 않아. 달콤한 물과 떡과 고물과 돈을 베푼단다. 이들 무리가 시키는 대로 따르면 언제까지나 달콤물과 달콤떡과 달콤고물과 달콤돈을 누릴 수 있다고 홀리려고 해. 그리고 꽤 많구나 싶은 사람들이 달콤말에 사로잡히고 끌린단다. 사람이 그저 사람이라면 철이 들고 철을 알고 철을 배우고 가르쳐. 철들고 철아는 사람이기에 철눈을 읽고서 철맞이를 해. 겨울이 꺾이는 때를 알고, 여름이 꺾이는 때를 알아. 겨울로 가는 길목을 알고, 여름으로 가는 길턱을 알지. 사람이라는 몸은 입되 사람이라는 마음을 잊을 적에는 그만 사납게 뒹굴어. 사람은 살림하는 몸마음이기에, 살림눈을 틔우면 철눈이 깨어나. 살림하는 몸마음을 잊은 사람은, 살림눈을 못 틔우기에 철눈도 안 깨어나. 너는 누구이니? 너는 무엇을 하니? 너는 어디에 있니? 여름에 여름길을 읽는 몸마음인지 아닌지 살펴보렴. 겨울에 겨울길을 읽고 나누는 몸마음인지 아닌지 헤아리렴. 모든 사람은 발바닥을 땅바닥에 대면서 걷기에 사람이야. 모든 사람은 등바닥을 땅바닥에 눕혀서 잠들기에 사람이야. 모든 사람은 손바닥을 하늘에 대고서 바람을 맞이하기에 사람이야. 네가 눈뜨는 씨앗처럼 눈뜨는 사람이기를 바라. 네가 철들어 깨어나는 나무처럼 반짝이는 사람이기를 바라. 땀흘리는 여름에 땀내음으로 빛나는 사람이지.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 오들오들 떨다가도 서로 안고 품으면서 아늑한 사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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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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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퇴직 2025.7.8.불.



그만두거나 끝내는 일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네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이란 그만두거나 끝낼 수 있지 않아. 네가 ‘굴레’를 쓰거나 ‘틀’에 갇힌 채 헤맨다면, 굴레나 틀을 끝낼 수 있어. ‘일’이란 몸을 입고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일으키는 길이란다. ‘일’을 그만두거나 끝내려 한다면, 이제 몸을 내려놓고서 죽으려 한다는 뜻이고, 더 배우지 않아. 그러나 사람들은 ‘퇴직·은퇴·정년’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끝·마감’이라고 여기는구나. 이제 그만 산다는 뜻이니? 이제 안 배운다는 마음이니? 여태까지 일구고 이룬 열매를 둘레에 나누려는 뜻을 버리고서, 씨앗을 그만 심는다는 마음이니? 굴레살이라면 얼른 끝내기를 바라. 틀에 박힌 나날이라면 이제 그만두기를 바라. 모든 사람은 일을 하기에 스스로 빛나지. 스스로 빛나기에 이 하루를 사랑하면서 살림을 지어. 이 하루를 사랑하니 노래가 저절로 흘러. 살림을 지으니 한결같이 노을빛으로 춤을 춘단다. 굴레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라면 노래하고 춤추겠지? 틀을 깨거나 벗을 적에도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겠지? 일하는 사람은 바다처럼 노래춤을 펴게 마련이야. 살림하는 사람은 바람처럼 노래춤을 펼친단다. 자, 네가 무엇을 해야 할는지 알아보기를 바라. 넌 너를 여태 스스로 가둔 굴레와 틀을 떨치고서, 네가 너를 살리는 일을 찾을 노릇이야. 일을 안 하고서 굴레를 썼기에 괴롭고 힘들단다. 일과 동떨어진 채 틀에 박혀서 말글을 쏟느라 지치고 어려워. 일하는 사람은 사근사근 이야기를 해. 살림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반짝이는 눈망울로 온누리를 돌아보는구나. 네가 일할 곳은 네 보금자리이고, 네가 살림할 데는 너희 집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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