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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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74


《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박정임 옮김

 이봄

 2016.4.28.



“어른이 되니까 좋아?” “응. 하지만 처음부터 어른으로 태어났다면 재미없었을 거야.” (2쪽)


책을 찾은 기쁨에 내 눈에는 눈물이 살짝 맺혔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직원도 무척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림책은 엔화로 400엔 정도였습니다. (74쪽)



《어른 초등학생》(마스다 미리/박정임 옮김, 이봄, 2016)은 그린님이 ‘소학교(초등학교)’를 다니며 마음에 남았다고 하는 그림책 몇 가지를 더듬더듬하면서 그림하고 글로 엮는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무렵에는 그림책이라 할 책이 아예 없다시피 했고, 인천에서는 그때 하나 있던 시립도서관에는 어린이책을 찾아볼 길 없었고, 집에서 가깝던 율목도서관에는 어린이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학교에 학교도서관 따위란 없었으니, ‘어린 날을 떠올릴 책’은 형하고 푼푼이 아껴서 사다 읽은 만화책만 있다. 그나저나 《어른 초등학생》은 따분했다. 그린님이 그림책을 더없이 사랑하거나 그리워하면서 엮은 책이 아니로구나 싶으니 따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녁 어린 날을 자랑하려는 마음으로 어릴 적에 본 어린이책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면, 마스다 미리는 팬시상품으로 꾸미려고 어릴 적에 본 그림책 이야기를 책으로 묶은 듯하다. 그림책을 오롯이 그림책으로 바라보려면 어른이란 옷을 입든 어린이라는 옛생각에 잠기든, 스스로 속내를 말끔히 틔워야 한다. 그리고 매우 느긋하게 찬찬히 소리내어 숱하게 되읽어야지. 이러지 않고서 쓴 그림책 이야기는 모두 덧없는 치레질로 그친다. 덧붙여, 52쪽 ‘마쓰타니 미요코’ 님이 쓴 동화책은 진작에 한국말로 나왔는데 빠뜨리고 한국판 겉그림을 안 붙였네? 2004∼2005년에 “모모네집 이야기”란 이름을 붙인 한국말판이 나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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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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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72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5.9.15.



사전은 지도이자 나침반이 된다 ㅣ사전이 없다면 길을 잃을지 모른다. (16쪽)


예전에는 단어의 뜻을 영어로 적었다. 이젠 이탈리아어로 적는다. 그렇게 나만의 개인적인 사전, 독서의 과정이 담겨 있는 나만의 어휘집을 만든다. (41쪽)


나는 왜 글을 쓸까? 존재의 신비를 탐구하기 위해서다. 나 자신을 견뎌내기 위해서다. 내 밖에 있는 모든 것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75쪽)


“당신 혼자 번역하는 게 좋겠어. 다른 사람이 옮기는 것보다 당신이 하는 게 좋아. 당신 뜻을 온전히 번역해내지 못할 위험이 있잖아.” (96쪽)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줌파 라히리/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5)를 읽었다. 단출하게 나온 책이라 ‘이 책이 작기’ 때문에 ‘이 작은 책이 크다’고 말하는가 했더니 아니더라. 글쓴이는 좀 말을 질질 끌고, 여러모로 덧씌우는구나 싶던데, ‘사전이라고 하는 책’이 언제나 이녁보다 크다는 이야기를 펴더라. 그렇다면 사전은 뭘까? 그저 낱말을 줄줄이 엮어서 이 낱말을 저 낱말로 알려주는 책일까? 미국사람이 펴는 이탈리아사전은? 한국사람이 펴는 영어사전은? 오늘날 웬만한 사전은 사전이 아닌 ‘단어장’이기 일쑤이다. 낱말마다 서린 숨결이나 자취나 이야기를 안 담거나 못 담기 일쑤이다. 왜 일본을 빼고 사전을 읽는 사람이 드물까? 일본은 ‘사전 낱말풀이에 이야기를 담는 길’을 진작부터 걸었다. 그래서 일본은 아직 사전을 읽는 사람이 많다. 이와 달리 한국을 비롯한 꽤 많은 나라는 단어장 틀을 안 벗어나는 사전이 많은데, 그래도 옥스포드 사전이나 롱맨 사전처럼, 꾸준히 이야기라는 살을 입히는 사전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사전은 늘 우리가 스스로 우리 삶이라는 자취를 손수 담아서 누리면 된다. 남이 지은 사전도 좋으나, 늘 우리 사전을 우리가 스스로 지을 노릇이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라는 책은 ‘글쓴이 삶을 담은 글쓴이 사전을 글쓴이가 스스로 느껴서 비로소 찾아나서는 길’을 들려주는 셈인데, 같은 말을 너무 자주 되풀이하느라, 이 작은 책이 꽤 헐겁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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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 박남준의 악양편지
박남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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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71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박남준

 한겨레출판

 2017.8.21.



다 마른 곶감 어디에 담을까 여기저기 뒤적쥐적 궁리를 하다가, 보내온 선물 모두 나누어 먹은 빈 바구리가 눈에 띄었다. (14쪽)


달래꽃이 피었다. 부족한 빗방울 탓하지 않고 꽃 송이송이 이슬처럼 매달고서 감사의 고개 숙인다. (53쪽)


천 재료는 남해에서 천연염색을 하는 이가 제공한 것이다. 요새는 시도 잘 써지지 않는데, 어디 한번 바느질 연습을 더 연마해서 본격적으로 찻잔받침 장사로 나서 봐? (97쪽)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박남준, 한겨레출판, 2017)는 악양이란 고장에서 숲을 품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글쓴님은 ‘시를 쓰기 힘들다’면서, 시 말고 토막글하고 사진을 엮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드리숲에 깃든다면 시를 쓸 일이 없으리라. 거꾸로 아름드리숲에 깃들기에 숲이 들려주는 노래를 고스란히 옮겨적을 만하다. 아름드리숲에서 푸르게 빛나며 고요히 지내면 되겠지. 또는 아름드리숲에서 스스로 푸르게 빛나는 하루를 더욱 짤막하게 옮겨도 되리라. 시가 대수로운가. 한 줄도 시요, 두 줄도 시인걸. 무엇보다도 문학이나 시라고 하는 이름을 내려놓고서 마주하면 언제나 노래가 술술 흐르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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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여공의 삶 - 한 여성 노동자의 자기역사 쓰기
신순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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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50


《열세 살 여공의 삶》

 신순애 

 한겨레출판

 2014.4.18.



시간외수당을 요구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시위에 군대가 개입해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 귀와 눈을 의심했다. 내가 1970년대에 경험한 상황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17쪽)


박정희 정권의 수출 지향적 산업화 정책하에 농업 위주의 삶을 꾸려 나가던 공동체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여성들이 농촌을 떠나 서울 등 대도시로 이주하는 결과를 낳는다. (49쪽)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떻게 농촌 생활을 했는지, 형제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왜 열세 살의 나이에 내가 공순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짚어 보려 한다. (61쪽)


삼양사 시다들은 하루 종일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일했다. 미싱사에게 일감을 올려 줄 때에는 발목과 장딴지를 바닥에 댄 채로 무릎 위 허벅지를 펴면 얼굴이 미싱판 위에 닿았다. (84쪽)



《열세 살 여공의 삶》(신순애, 한겨레출판, 2014)을 처음 손에 쥘 적에는 ‘열세 살 일순이’로서 어떤 눈물이며 웃음으로 그 길을 걸어왔나 하는 이야기를 만날 줄 알았다. 그러나 글쓴님은 이녁 발자취를 담은 책이 아닌 논문을 썼더라. 대학교 학위라든지 뭔가 이름을 거머쥐고 싶어서 논문을 써도 되겠지. 그런데 “열세 살 일순이”라면서? 일하는 열세 살 가시내가 이런 말씨를 쓸까? 아닐 텐데. 열세 살 일돌이도 매한가지이다. 왜 삶하고 아주 동떨어진 말라비틀어진 어떤 삶내음도 땀방울도 흐르지 않는 멋대가리없는 학자님들 지식인들 말씨를 갖다 붙이는 책을 꾸몄을까? 이렇게 써야 이 나라 뒷그늘을 밝히거나 ‘역사 인문학’이 되는가? 아니다. 스스로 걸어온 길을 제 목소리로 담아내야 비로소 참삶이요 참걸음이 되겠지. 일하는 사람들이여, 제발 논문이나 인문책 따위를 쓰지 말자. 그저 “우리 이야기”를, 우리들 삶말로 또박또박 쓰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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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구름마 여행그림책 시리즈
윤보원 지음 / 구름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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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66


《섬진강》

 윤보원

 구름마

 2018.1.30.



손바닥을 살짝 담가 보니 생각보다 차갑지 않고 물을 떠서 마셔 보니 그냥 평범한 맛이다. 섬진강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알려진 것치고는 참으로 소박한 곳이다. (9쪽)


평사리 공원에 도착해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신발을 벗고 모래를 만난다. 집이 아닌 집 밖에서 발이 신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 아니 집에서보다도 발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 (77쪽)



《섬진강》(윤보원, 구름마, 2018)을 읽었다. 읽고 나니 매우 허전했다. 눈부신 모래밭이며 냇물을 제대로 누리고서 지은 책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제대로 누리지 않은 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냇물을 온몸으로 맞아들여 놀지 않고서 빚는 그림이나 글은 얼마나 재미날까? 뛰어들어서 놀면 사뭇 다른 그림이며 글이 태어나지 않을까? 살짝 발을 담그고 손을 넣어 보고서 빚는 그림이나 글은 겉핥기조차 안 되지 싶다. 아이마냥 놀면서 아이마냥 그리고 쓰지 않고서야 책이 되기 어렵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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