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1.22.

숨은책 840


《아웅산묘소의 증언》

 이기백 엮음

 합동참모본부

 1985.4.20.



  어린배움터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기 앞서인 ‘국민학교’이던 무렵에는 온나라 모든 아이들이 ‘반공웅변’을 해야 했고, 다달이 ‘반공독후감·반공표어·반공포스터’를 내야 했습니다. ‘산불예방 표어·포스터’라든지 ‘질서유지 표어·포스터’도 끝없이 쓰고 그려서 냈어요. 저는 푸른배움터(중학교)에서조차 이런 쓰잘데없는 짓에 품을 들여야 했습니다. 《아웅산묘소의 증언》은 1983년에 벌어진 일을 놓고서 나라에서 펴낸 알림책입니다. 1983년에 ‘반공 웅변·표어·포스터’에는 으레 아웅산 이야기를 넣어야 했습니다. 나중에는 이 알림책 91쪽에 나오는 대목을 누구나 달달 외워서 외치고 적어야 했어요. 알고 보면 이쪽(남한)이든 저쪽(북조선)이든 사슬나라(독재정권)이기에, 늘 우두머리 이름을 읊고 모든 칸(교실)에 우두머리 그림을 큼직하게 붙입니다. “1983.10.9. 북괴랭군만행의 실상과 우리의 결의”란 무엇일까요? 이제 우리는 1983년 그날 무슨 일을 누가 뒤에서 꾀했는지 밝혀야 하지 않을까요? 다만, 아웅산도 아웅산이되 2024년 무안나루 떼죽음부터 속내와 참모습을 제대로 밝혀서 차꼬에 넣을 벼슬아치는 얼른 치울 일입니다.


이때 각하께서는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1.5km 가까운 지점을 통과하여 묘소로 오시는 중이었다. 이상과 같은 우연한 몇가지의 이유가 각하를 몇분늦게 현장에 도착하시도록 하여 참상으로부터 무사하게 하였던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영도자에 대한 하나님의 가호가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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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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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849


《改正 憲法問題答案集 第1輯》

 국가시험문제연구회 엮음

 삼중당

 1961.4.10.



  헌책집에서 ‘삼중당문고’를 찾는 분이 꽤 됩니다. 그런데 ‘삼중당’이 워낙 어떻게 책을 펴냈는지 모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이곳은 일찌감치 일본앞잡이를 내세운 책을 펴내어 목돈을 쥐었고, 일본이 물러간 뒤에는 슬그머니 탈을 바꾸어 ‘배움책(수험서)’으로 길을 트는데, 하나같이 ‘일본에서 나온 배움책’을 슬그머니 들여온 책으로 장사했습니다. 글삯(저작권)이란 아예 안 쳐다보던 지난날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이 나라는 ‘법(法)’도 일본이 세우고 벼린 틀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무늬한글’로 쓸 뿐입니다. 함께 나아가는 길을 밝히는 글부터 우리 손끝으로 가다듬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물려받을 만한 얼개로 못 짜는 판입니다. 《改正 憲法問題答案集 第1輯》은 1961년에 나오기도 했지만, 토씨만 한글인 채 “그냥 일본말·일본글”은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憲法’을 ‘헌법’으로 적는들 우리말이지 않습니다. ‘改正’을 ‘개정’으로 적는들 우리글이지 않아요. 이제는 ‘첫길’을 세울 노릇입니다. 앞으로는 ‘으뜸길’을 놓을 일입니다. 손댈 곳은 손대어 고쳐야지요. 바로잡을 데는 차근차근 바로잡으면서 밝고 맑게 새길을 열어야, 비로소 아이가 태어나서 마음껏 꿈씨를 심을 나라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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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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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79


《guest artist Margot Fonteyn and Michael Somes with the Komaki Ballet Company》

 편집부 엮음

 讀賣新聞社

 1959.



  ‘발레(ballet)’는 그저 ‘발레’로 여길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에서 선보이던 길인 ‘몸짓’이면서 ‘춤’인데, 이 땅에서 예부터 흐르던 온갖 몸짓과 춤하고는 사뭇 다릅니다. 수수하게 ‘몸짓·춤’으로 나타낼 때가 있고, 손발과 몸을 쓰는 결을 새롭게 헤아려서 이름도 새롭게 붙일 수 있습니다. 마치 나비가 나풀거리듯 신나게 바람을 타거나 가르니, ‘나풀거린다’고 여겨 ‘나풀빛’이나 ‘신빛’이라 할 수 있어요. 《guest artist Margot Fonteyn and Michael Somes with the Komaki Ballet Company》를 어쩌다가 보았습니다. ‘마고트 폰테인’이라는 분이 일본에 와서 나풀춤을 선보이는 자리를 기려서 반짝반짝 꾸민 조그마한 책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만 한 춤자리라면 이만 한 작은책을 엮어서 내놓을 줄 압니다만, 1959년이라든지 1969년이나 1979년까지는 어림조차 못 했습니다. 아니, 서슬퍼렇게 꽁꽁 가둔 나라에서는 뭇길(다양성)을 못 폈습니다. 바람을 담고서 바람을 닮는 몸짓을 펴고 싶은 누구나 바람춤을 누리면 됩니다. 바람을 안고서 바람을 알고픈 누구나 바람글을 쓰면 됩니다. 바람 한 줄기가 드리우는 곳은 늘푸른나무처럼 깨어납니다. ‘전남광주특별시’ 같은 이름도 안 나쁘되, 애써 크게 하나로 묶을 뜻이라면 ‘한빛고을’처럼 수수하게 숲으로 빛나는 이름씨를 그릴 만할 텐데 싶습니다.


#마고트 폰테인 (1919∼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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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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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73


《너 정말로 한국 말 아니?》

 이어령 글

 김천정 그림

 웅진출판주식회사

 1997.6.1.첫/1997.10.20.5벌



  ‘이어령 석학교수의 생각에 날개를 달자 9’으로 나온 《너 정말로 한국 말 아니?》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열 자락으로 나오고서 사라졌는데, 2009년에 펴냄터를 옮겨서 새로 나왔어요. 우리는 늘 ‘우리말’을 쓰지만, 우리말을 가리키는 이름은 ‘한국어·한국말·국어’로 뒤죽박죽입니다. ‘우리글’이 ‘한글’인데, 왜 진작부터 ‘한말’이라 이르지 못하거나 않을까요? 떠난 분은 끝까지 ‘교수님(석좌교수)’ 같은 이름을 안 놓으려고 했습니다. ‘의사·검사·변호사’마냥 ‘-사’를 붙이려 하고, 이에 따라 ‘간호원·운전수’를 ‘간호사·운전사’로 바꾸었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한테 우리말이 없다면 우리말을 낮추거나 얕볼 수 있다지만, 숱한 고비와 가시밭과 사슬을 거쳤는데 오히려 우리말을 얕보거나 낮춥니다. ‘논밭꾼(농사꾼)’처럼 ‘-꾼’은 낮춤말로 여겨서 ‘일꾼·노래꾼’이라 이르면 하찮게 본다며 싫어합니다. 그러면 논밭일꾼은 ‘農師’여야 할까요? ‘논밭꾼·논밭지기·논밭님’처럼 우리말씨로 바라보면서 모든 ‘-사(師)’하고 ‘-가(家)’를 내려놓을 만할까요? 겉이름을 내려놓아야 속살림을 들여다봅니다. 속살림을 헤아려야 말빛을 읽습니다. 말빛을 읽어야 마음밭을 일구고 마음씨를 심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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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눈을 감으면



눈을 감으면 눈앞에 보던 모습을 잊고서, 오직 마음으로 바라보게 마련이야. 마음을 밝게 틔우고 깨우는 사람이라면, 눈을 감으며 온누리를 속속들이 밝게 알아보면서 눈뜨지. 마음을 어둡게 닫고 가두는 사람이라면, 눈을 감으며 꿍꿍이속을 키우느라 스스로 어둡게 잠기는 뒷짓으로 기우느라 끝내 눈을 못 떠. 누구나 눈뜰 수 있지만, 누구나 눈뜨지 않는구나. 눈뜨고 싶다면, 먼저 오래오래 눈감고서 속빛과 마음과 숨소리를 알아보는 넋을 밝혀야 하지. 속눈·마음눈·숨눈을 깨우지 않기에 ‘겉눈’으로 휘둘리고서 두리번두리번 갈팡질팡이란다. 속눈·마음눈·숨눈을 깨우려면 언제나 ‘몸눈’부터 차분히 다스릴 노릇이야. 겉훑기에 매인 몸으로는 겉모습부터 못 알아봐. 겉가죽은 겉모습일 뿐이요 누구나 이 삶을 입는 옷인 줄 받아들이는 머리일 때라야, 비로소 눈감고서 깨어나 눈뜨는 하루를 열 수 있어. 너는 아마 눈감고서 하나도 안 보인다고 여길 수 있지. 그러나 하나도 안 보일 수 없단다. 그저 네가 “하나도 안 보인다”는 마음으로 묶었을 뿐이야. 눈을 감기에 늘 속빛을 바로바로 다 알아보지는 않아. 너는 아직 “눈감고서 눈뜬다”는 말을 네 숨결로 맞아들이지 않거든. 흙이 품은 씨앗은 땅밑이라는 곳에서 햇빛을 못 볼 테지만, “잠든 몸을 깨우려는 작은 눈(씨눈)”을 그저 온마음으로 가꿔서 깨울 적에 ‘감은눈’으로 ‘새눈’을 이루고서 싹이 트고 뿌리가 내려서 곧게 일어선단다. 씨앗이 되어야 씨눈을 맺고, 한참 잠들고서 흙이라는 품을 온몸으로 품어야 “씨눈을 틔우”는 ‘싹트기’로 나아가지. 가만히 감고서 모든 검은빛을 거느리듯 감싸안는 눈(씨눈·싹눈)이 네 깊은속에 있어. 2025.12.28.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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