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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은 이유 - 혐오편 ㅣ 마음 튼튼 생각 탐구
박부금 지음, 전지은 그림 / 분홍고래 / 2025년 8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6.4.19.
맑은책시렁 363
《이유 없이 싫은 이유》
박부금 글
전지은 그림
분홍고래
2025.8.14.
그냥 싫을 수 없습니다. 싫다면 싫은 까닭이 있습니다. 싫어하는데 왜 싫어하는 줄 모른다면 스스로 마음을 안 돌본다는 뜻입니다. 그냥 좋을 수 없습니다. 좋다면 좋은 까닭이 있습니다. 좋아하는데 왜 좋아하는지 모른다면 스스로 마음을 안 챙긴다는 뜻입니다.
《이유 없이 싫은 이유》는 어린이 스스로 ‘싫다·밉다’처럼 느끼는 까닭을 헤아리자고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앞뒤에 ‘이유’를 일부러 나란히 넣은 책이름인데, “그냥 싫은 까닭”이나 “그냥 싫어”처럼 더 쉽고 수수하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제대로 깊고 넓게 파고들 만하지 싶습니다.
요즈음은 아이어른 모두 ‘그냥’이란 말을 아주 쉽게 뱉습니다. ‘말하기’가 아닌 ‘말뱉기’라 할 만합니다. ‘그냥’은 나쁜말이 아닙니다. 아직 갈피를 잡지 않은 터라 그럭저럭 받아들이려는 결인 ‘그냥’인데,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느끼는 셈이요, 이때에는 나쁘다고 여기더라도 그저 따라가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는 ‘들길(민주)’이라 여기고, ‘들길(민주) = 이야기(대화) + 만나기(타협)’라는 얼거리입니다. 서로 나란히 자라나서 푸르게 일렁일 들판(민주주의)이란, 서로 말로 마음을 나누는 길인 이야기를 틀 노릇이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마음과 마음이 만나서 새길을 찾을 노릇입니다. 그러니까, ‘그냥’이라는 말은 이야기를 안 했다는 뜻이며, 만나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야기를 하려고 만나든, 만나서 이야기를 하든, 두 가지를 나란히 할 적에는 ‘그냥’이 아닌 ‘함께’ 나아갈 길이 나오거든요.
왜 그냥 싫을까요? 겉모습과 겉보기만으로 이미 딱 끊거든요. 이를테면 ‘반장선거’이든 ‘대통령선거’이든 누구나 어느 쪽을 밀 수 있어요. 이쪽을 밀기에 좋거나 저쪽을 밀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르게 살아가는 길을 보여줄 뿐입니다. 이쪽을 밀기에 좋은사람이지 않고, 저쪽을 밀기에 나쁜사람이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 왜 다르게 미는지 만나서 이야기를 할 노릇입니다.
갈수록 온나라가 “우리 쪽이 아니면 다 나빠!” 하면서 끊더군요. 어느 쪽을 밀지 않는 사람은 그저 ‘악플·악담·악평’을 한다고 여깁니다. 저쪽에서 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들어 보려고 하면 ‘변절·배신’이라고까지 여깁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뜻과 길이 다르다면, 오히려 더 자주 만나서 길을 찾을 이야기를 펴야 맞습니다. 서로 어떤 마음인지 눈여겨보고 귀담아들을 때에, 비로소 ‘겉훑기’가 아닌 ‘속읽기’를 합니다.
요즈음 숱한 사람은 ‘좋아하는 책’만 읽으려 하고 ‘좋아하는 그림(영상)’만 보려고 합니다. ‘배우려는 책·그림’이 아닌, 외곬로 담을 쌓는 책·그림으로 스스로 단단히 닫아걸더군요. 그러나 이렇게 ‘좋아하는 대로’ 하기에 ‘좁’아요. ‘좋아하다 = 좁히다’이거든요. ‘좋다 = 좁다 = 졸졸 = 종(노예)’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만 좋아하느라 스스로 좁아터지는 그릇으로 바뀌고, 이 탓에 “저쪽 말이라면 한마디도 안 듣고서 ‘그냥 싫어!’ 하고 외치는 굴레”입니다. 스스로 좁히니 배움길하고는 멀고, 배우려 하지 않으니 더더욱 외곬로 치달으면서 사납습니다.
막말은 저놈만 하지 않습니다. 이놈이든 저놈이든 “안 배우려는 사람”이 일삼는 막말입니다. 마음에 든다고 여겨서 ‘좋아하는 대로’만 하려는 이들이 아주 쉽게 막말과 미움말(혐오표현)을 합니다. ‘좋은책’을 가려읽으려고 하니 좁습니다. ‘좋은책’이 아닌 ‘배움책’을 읽을 노릇입니다. 서른 살이나 쉰 살을 넘더라도 어린이책과 그림책과 만화책을 곁에 둘 줄 알아야 배웁니다. 이른바 ‘베스트·스테디·추천명작’만 골라읽는 분이 도리어 ‘좁은틀’로 스스로 가두면서 밉말과 사납말을 문득문득 내뱉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먼저 ‘푸른책’과 ‘시골책’과 ‘들숲책’을 챙기는 매무새로 거듭날 노릇입니다. 우리가 아이라면 눈밝히는 이야기밭으로 달려갈 하루요, 언제나 싱그럽게 뛰어놀 하루이면 됩니다.
ㅍㄹㄴ
이 세상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요? 6쪽
2019년 말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전 세계가 힘들었어요. 이때 특정 지역을 언급하거나 원인에 대해서 많은 억측이 생겨났죠. 더불어 백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20쪽
평소 우리가 가졌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해요. 22쪽
여러분은 이 속담(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이왕이면 다홍치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자칫 잘못하면, 예쁜 것이 좋다는 선입견을 강화할 수 있어요. 더불어 외모나 외형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편견을 부추길 수 있고요. 35쪽
내가 채소를 싫어하고 운동을 싫어한다고 해서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으니까요. 왜냐하면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이에요. 40쪽
듣는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입어. 41쪽
나와 우리 사회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무서워. 44쪽
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는 이러한 비인기 직종에서 많이 일한다고 해요. 우리 산업은 이런 분들 덕에 유지되고 있죠. 그러니 그분들이 우리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에요. 48쪽
나와 맞지 않으면 가까이 지내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혐오 대상으로 만들고 불이익을 준다면 안 되겠죠? 단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죠. 55쪽
그런데 남성을 상대로 폭력으로 연결된 사례는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보다 많지 않아요. 이런 점에서 다수자나 힘이 있는 집단에 대해서는 혐오가 성립하기 어려워요. 56쪽
+
덧.
누구나 이 별에 스스로 바라며 태어난다. ‘백신 사망자’ 앞에서도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 “보기 좋은 떡”과 “배롱치마” 같은 옛말은 더 가다듬고 가꾼다는 속뜻인데, 잘못 읽으면 어쩌나? 풀밥을 먹기에 남한테 안 나쁘다면, 고기밥을 먹을 적에도 남한테 안 나쁠 테지. 그런데 오늘날 논밭은 풀죽임물을 얼마나 많이 뿌리는지 알아야 하지 않나? 이웃일꾼을 깔보지 않을 노릇이되, 왜 이 나라에 이토록 이웃일꾼이 많고, 우리 스스로 궂은일은 멀리하거나 밀치려 하는지 읽어야 한다. 시골일을 궂다고 여기고, 이웃일꾼이 맡는 온갖 일은 처음부터 일자리로 안 가르치고 안 보여주는 학교와 사회일 텐데? 남성한테 폭력을 휘두르든 여성한테 폭력을 휘두르든 모두 주먹질이다. 더 많은 쪽이 주먹질에 시달리기에, 좀 적게 주먹질에 시달리는 사람을 뭉개듯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모든 길을 나란히 보려고 하지 않으니 밉말(혐오표현)이 언제나 춤추고 만다.
+
《이유 없이 싫은 이유》(박부금, 분홍고래, 2025)
위 내용의 핵심은 누구나 차별 없이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거예요
→ 이 말은 누구나 고르게 누리고 즐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
→ 그러니까 누구나 골고루 누리고 즐기면 된다는 뜻이에요
7쪽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 나와 다르게 말하는 사람을
→ 나와 엇갈려 말하는 사람을
→ 나와 다른 사람을
→ 나와 엇갈리는 사람을
7쪽
그렇게 되면 특정 대상에 편견을 가질 수 있어요
→ 그러면 누구를 비틀 수 있어요
→ 그때에는 누구를 꼰대로 볼 수 있어요
→ 그때에는 누구를 잘못볼 수 있어요
8쪽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는 존재가 있을까요
→ 온누리에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는 누가 있을까요
→ 이 별에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16쪽
다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 다르면 낯설 수 있거든요
→ 달라서 낯설 수 있거든요
17쪽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가상의 실험을 해 볼 수 있어요
→ 막상 얼마나 느끼는지 몇 가지를 해볼 수 있어요
→ 정작 어떻게 느끼는지 여러모로 알아볼 수 있어요
25쪽
내가 모르는 상황에서는 먼저 보게 되고, 먼저 듣게 되는 내용이 나에게 영향을 주게 되지요
→ 내가 모르면 먼저 보거나 듣는 대로 받아들이곤 하지요
→ 내가 모르면 먼저 보거나 들은 만큼 느끼곤 하지요
26쪽
객관적인 확인을 하지 않으면 다수의 영향을 쉽게 받게 된답니다
→ 여러 소리를 듣지 않으면 더 많은 쪽으로 쉽게 따라갑니다
→ 곰곰이 짚지 않으면 더 많은 쪽으로 쉽게 휩쓸립니다
30쪽
여러분은 편견이 생기기 전에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한답니다
→ 여러분은 잘못알기 앞서 살펴봐야 합니다
→ 여러분은 잘못보기 앞서 되짚어야 합니다
→ 여러분은 치닫기 앞서 돌아봐야 합니다
→ 여러분은 치우치기 앞서 되물어야 합니다
37쪽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다음 내용을 기억하세요
→ 기울지 않으려면 다음 이야기를 떠올리셔요
→ 눈감지 않으려면 다음 글을 곱씹으셔요
→ 외곬로 가지 않으려면 다음 글을 잊지 마셔요
→ 쏠리지 않으려면 다음 대목을 되새기셔요
38쪽
위의 글은 오랫동안 전해 온 속담이에요
→ 이 글은 오랫동안 이은 삶말이에요
→ 이 글은 예부터 이어온 말씀이에요
53쪽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에도 혐오 표현이 많아요
→ 뜻밖에 우리 둘레에도 막말이 흔해요
→ 안타깝지만 우리부터 궂은말을 자주 써요
→ 얄궂은데 우리 스스로 미움말을 자꾸 써요
69쪽
두려움이 커져서 마음이 힘들어요
→ 두려워서 힘들어요
→ 두려워서 걱정스러워요
→ 자꾸 두렵고 힘들어요
→ 더 두렵고 힘들어요
74쪽
이런 표현이 너무 자주 사용되면 어떨까요
→ 이런 말을 자주 쓰면 어떻게 될까요
→ 이렇게 자주 말하면 어떡할까요
76쪽
이렇게 혐오 표현이 많아지면
→ 이렇게 마구 말하면
→ 이렇게 사납게 말하면
89쪽
정확하게 이유를 확인해야 해요
→ 똑똑히 까닭을 짚어야 해요
→ 제대로 까닭을 알아봐야 해요
100쪽
지금보다 훨씬 힘이 약해질 거예요. 그리고 우리 안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겠죠
→ 요즘보다 훨씬 힘이 줄 테지요. 그리고 우리 곁에 더는 발붙이지 못하겠죠
→ 앞으로는 힘이 확 줄 테지요. 그리고 우리도 더는 휩쓸리지 않겠죠
10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