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3.16.

숨은책 1138


《동방교양문선》

 김종권 엮음

 한국자유교육협회

 1969.4.20.첫/1974.11.20.재판



  ‘교련(敎鍊)’은 나쁜 한자말이 아닙니다. 아니, 나쁜말이란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교련’이라는 이름으로 푸름이를 오지게 들볶고 길들이고 두들겨패면서 모두 옭아매는 노릇이었습니다. 말뜻은 “가르치고 갈닦다”인 ‘교련’일 테지만 ‘작은 군사훈련’이자 ‘일제강점기 제식훈련’일 뿐이었습니다. ‘교양(敎養)’도 나쁜 한자말일 수 없습니다. 말뜻으로는 “가르치고 기르다”요, 삶과 살림을 손수 기르고 북돋우는 길을 가르친다는 얼개입니다. 그런데 “표준말 : 교양 있는 사람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 여기듯, “교양 : 대학교 넘게 서울에서 배운 사람이 아는 바”라는 굴레로 오래오래 흘렀습니다. 《동방교양문선》을 이따금 헌책집에서 봅니다. 노태우가 우두머리를 맡을 즈음까지 온나라 어린배움터·푸름배움터에서 ‘웅변·독후감 교재’로 삼던 ‘교양도서’입니다. ‘한국자유교육협회’란 데에서 엮었다는 꽤 긴 꾸러미인데, 박정희가 펴는 사슬나라를 추켜세우면서 ‘애국·충성·효도·봉사’ 네 가지만 쳐다보라고 윽박지르는 줄거리입니다. 얼핏 ‘좋은말’만 가득하지만, 달달 외워서 외치거나 다달이 느낌글을 내야 하는 아이로서는 그저 끔찍한 회초리였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교양’을 내세워야 할까요? 이제 ‘교양·문화·예절’이 아닌 ‘살림’을 볼 때일 텐데요.


- 벗이여, 당신은 국민교육헌장을 알고 있을 줄 압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밝힌 것입니다. 이 현장에 나는 세가지 중요한 사상을 보았읍니다. 첫째 민족주체성의 확립이요, 둘째 전통의 계승과 창조의 정신이요, 세째 애국애족을 통한 민족중흥의 사명감입니다. (19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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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3.16.

숨은책 1137


《해외펜팔》

 메아리펜팔협회·김종곤 엮음

 청자각

 1972.8.10.첫/1976.3.10.7벌



  1988해에 열네 살을 맞이며 푸른배움터로 들어가자니, 단골로 드나들던 나래집(우표상) 아재가 “이제 영어를 배울 테니 ‘펜팔’을 해보지?” 하고 얘기합니다. ‘펜팔’이 무어냐고 여쭈니 먼나라 또래하고 글월을 주고받는 일이라고, 영어로 글월을 쓰면 영어도 저절로 는다고 덧붙입니다. 이러면서 《해외펜팔》이라는 책을 보여주었고, 꽤 비싼값이지만 장만했습니다. 그무렵 이 책 한 자락이 한 달 살림돈(용돈)이었거든요. 아직 우리말로 글을 쓰는 길을 들인 바 없는데 영어로 글월을 쓰자니 지끈지끈했지만, 덴마크에서 날아오는 놀라운 글월은 놀라웠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이미 어릴적에 영어를 배울 뿐 아니라 열네 살이면 다른 이웃말을 배우고, 적잖은 아이는 서너 가지 이웃말을 배운다니 “우리나라는 안 되겠구나!” 싶어 주눅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06∼22시를 배움터에 갇히듯 보냈고, 이런 하루(일일수업표)를 어찌저찌 영어로 옮겨서 보냈더니 “그럼 언제 놀아? 그럼 뭘 할 수 있어?” 하고 묻더군요. 배움터(학교·학원)에 오래 붙들어맨들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지 않고, 삶을 읽거나 살림을 익히지 않습니다. 이웃을 만나고 먼곳 동무를 사귀며 눈을 틔우지 않을 적에는 그만 심부름꾼이나 허수아비가 된다고 느낍니다. 지난날에는 몰랐는데 《해외펜팔》은 일본책을 통째로 베끼면서 몇 가지만 우리 글·그림로 바꿨더군요. ㅍㄹㄴ


- 釜山 靑○書林 西面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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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플랫폼platform



플랫폼(platform) : 1.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 ≒ 폼 2. [운동] 역도에서, 바벨을 드는 사방 4미터의 각재로 만든 대 3. [운동] 다이빙에서, 5∼10미터 높이의 준비대를 이르는 말 4. [컴퓨터] 컴퓨터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가 구동 가능한 하드웨어 구조 또는 소프트웨어 프레임 워크의 하나. 구조, 운영 체제, 프로그래밍 언어 따위를 포함한다 5. [컴퓨터] 정보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고 개방하여 누구나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기반 서비스

platform : 1. (기차역의) 플랫폼 2. 단, 연단, 강단 3. (장비 등을 올려놓거나 하기 위한) 대(臺) 4. (정당의) 정견[공약] 5. 정견 발표장, 의견 발표 기회; (도약의) 발판 6. 플랫폼(사용 기반이 되는 컴퓨터 시스템·소프트웨어) 7. (구두의 높은) 통굽 8. (2층 버스 뒷부분의) 승강구

プラットホ-ム(platform) : 1. 플랫폼 2. 기차역의 승강장, 폼. 3. 대형 무인 측정 위성



영어 ‘platform’은 쓰임새가 많습니다. 먼저, 타거나 내리는 곳을 가리킨다고 해요. 이때에 우리말로 ‘타는곳’을 씁니다. 타기만 하지 않고 내리기도 함께 하지만, 굳이 ‘타고내리는곳’이라 하기보다는 ‘타는곳’으로 짤막하게 씁니다. 이 말결을 헤아리면 기차나루뿐 아니라 버스나루나 하늘나루에서도 이 낱말을 잘 살릴 만해요. 또는 ‘타는터·오름터’나 ‘노둣길·노둣돌·노두·사잇목·샛목’이라 할 수 있지요. 이밖에 열린 자리를 가리키려 한다면 ‘모임·마당·터·터전·한마당·한뜰·한뜨락·한터’나 ‘다리·다릿길·다릿목·다릿돌·다릿발·다리놓기’로 풀어낼 만합니다. ‘이음길·이음돌·잇돌·잇길·이음꽃·이음새·이음매’나 ‘징검다리·징검돌·징검길’로 풀어내어도 될 테고요. ‘두레마당·두레판·두레뜰·두레터·두레길’이나 ‘두루거리·두루길·두루일’이라 할 수 있어요. ㅍㄹㄴ



그날 새벽 플랫폼

→ 그날 새벽 타는곳

→ 그날 새벽 타는터

→ 그날 새벽 오름터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손경하, 산지니, 2015) 18쪽


플랫폼을 씩씩하게 걸어가는

→ 타는곳을 씩씩하게 걸어가는

→ 오름터를 씩씩하게 걸어가는

《삼등여행기》(하야시 후미코/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2017) 19쪽


연합 후보를 낼 시민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

→ 모둠감을 낼 풀모임을 열고 싶어 하는 사람들

→ 한 밑감을 낼 들풀마당을 열고 싶어 하는 사람들

→ 어깨동무감을 낼 들꽃터를 열고 싶어 하는 사람들

→ 어깨동무감을 낼 들꽃한터를 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시민에게 권력을》(하승우, 한티재, 2017) 44쪽


플랫폼을 착각해서 탄

→ 다릿목 잘못 보고 탄

→ 노둣길 잘못 보고 탄

《북양항로》(오세영, 민음사, 2017) 97쪽


조붓한 저 플랫폼 깔아놓은 침목 따라

→ 조붓한 저 타는곳 깔아놓은 나무 따라

→ 조붓한 저 다릿길 굄나무 따라

《첫, 이라는 쓸쓸이 내게도 왔다》(이승은, 시인동네, 2020) 92쪽


플랫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 다릿목은 오늘 이곳에서도 거듭납니다

→ 다릿돌은 바로 이곳에서도 나아갑니다

→ 두렛돌은 바로 이때에도 발돋움합니다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이지현, 철수와영희, 2023)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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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삼일천하



 이거 삼일천하로 종료될 것 같아 → 사흘꿈으로 끝날 듯해

 허세만 떨었지 삼일천하일세 → 헛바람일세 / 헛짓일세 / 헛물을 켰네

 비상식적인 행보는 삼일천하로 마감했다 → 비틀거린 걸음은 사흘길로 마감했다


삼일천하(三日天下) : 1. [역사] 개화당이 갑신정변으로 3일 동안 정권을 잡은 일 2. 정권을 잡았다가 짧은 기간 내에 밀려나게 됨을 이르는 말 3. 어떤 지위에 발탁·기용되었다가 며칠 못 가서 떨어지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흘은 힘을 내거나 거머쥐지만 하늘째에는 고꾸라진다고 할 적에는 ‘사흘길·사흘꿈’이나 ‘사흘나라·사흘누리’라 하면 됩니다. ‘사흘고개·사흘고비’나 ‘나흘고개·나흘고비’라 해도 어울립니다. ‘덧없다·부질없다·하릴없다’나 “얼마 못 가다·얼마 안 가다”라 할 만하지요. ‘하룻밤·하루꿈’이나 ‘허튼·허튼것·허튼놈·허튼이·허튼말·허튼소리’라 해도 돼요. ‘허튼얘기·허튼바람·허튼일·허튼짓’이라 할 만합니다. ‘헛것·헛되다·헛말·헛물·헛바람·헛소리·헛이름·헛얘기’나 ‘헛다리·헛발·헛발질·헛심·헛일·헛짓·헛짚다·헛헛하다’라 할 수 있어요. ㅍㄹㄴ



매운 겨울바람의 일격에 그만 자지러지고 만다. 삼일천하

→ 매운 겨울바람 한칼에 그만 자지러지고 만다. 사흘나라

→ 매운 겨울바람 한주먹에 그만 자지러지고 만다. 하루꿈

→ 매운 겨울바람 댓바람에 그만 자지러지고 만다. 덧없다

《북양항로》(오세영, 민음사, 2017)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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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해도 海圖


 해도(海圖)를 참조하여 간다 → 바다그림을 살펴서 간다

 해도(海圖)도 없이 항해한다 → 바닷금 없이도 간다


  ‘해도(海圖)’는 “[지리] 바다의 상태를 자세히 적어 넣은 항해용 지도. 바다의 깊이, 바다 밑의 성질, 암초의 위치, 조류의 방향, 항로 표지, 연안의 약도 따위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총도(總圖), 항양도, 해안도, 항해도, 잡용(雜用) 해도 따위가 있다”처럼 풀이합니다. ‘바다그림’으로 손볼 만합니다. ‘바닷길·바닷금’이나 ‘바다마당·바다판’으로 손보아도 되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해도’를 셋 더 실으나 모두 털어냅니다. ㅍㄹㄴ



해도(海島) : 바다 가운데 있는 섬

해도(海盜) : 바다에서 배를 덮쳐 재물을 빼앗거나 연안 지방을 약탈하는 짓. 또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

해도(海濤) : 바다의 큰 파도



어긋난 해도(海圖) 한 장을 손에 들고

→ 어긋난 바닷길 한 자락 손에 들고

→ 어긋난 바닷금 한 쪽 손에 들고

《북양항로》(오세영, 민음사, 2017)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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