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스타벅스 (+ 5·18)
‘청소년 십지지문 강제채취’라고 있다. 이름쪽(주민등록증)을 처음 받을 적에 열손가락 손그림을 따는 미친짓이다. 푸름이가 아무 잘못한 바가 없더라도 “모든 국민은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면서 손그림을 딴다. 왜 모든 사람이 손그림을 따야 하는지 묻거나 따지면서, 이런 멍청짓을 없애는 길이 ‘사람길(인권)’을 이루는 첫걸음이라는 대목을 짚는 일꾼(공무원·국회의원)은 한 놈이라도 있을까?
2026해 늦봄 열여드레에 ‘스타벅스 탱크데이’가 말밥에 올랐다. ‘미국 스타벅스’가 아닌 ‘한국 스타벅스’에서 혼자 꾀했다고 하는데, 늦봄 열드레에 맞춘 깜짝잔치라면 ‘늦봄꽃날’로 삼아서 그야말로 반짝이는 이야기를 열 만했다. 꼭 ‘5·18’이 아닌 다른 날이었어도 ‘탱크데이’란 터무니없으며 멍청하다. 이런 깜짝잔치를 꾀한 몇몇 얼뜨기 탓에 ‘스타벅스 알바생’을 비롯한 작은사람은 난데없이 벼락을 맞은 셈이다.
끝(극단)과 끝(극단)은 만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목소리가 훌륭하더라도 끝으로 치달을 적에는 다른 끝하고 만나면서 온누리에 불을 지르는 싸움박질을 부추긴다. 멍청한 깜짝잔치를 꾀한 몇몇 사람도 얄궂고,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하자고 외치는 나리(정치꾼)도 얄궂다. 이런 판에 ‘스타벅스 인증샷’을 지르는 이는 또 얼마나 얄궂은가. 다들 싸우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듯싶다. 싸워서 ‘저놈’을 때려잡자고 여기는구나 싶다.
우리는 왼날개하고 오른날개가 어깨동무하면서 하늘을 날아올라서 아름답게 삶을 짓는 길을 가면 된다. 왼팔을 자르거나 오른팔을 자르는 짓은 스스로 죽으려는 가장 멍청한 굴레이다. 넌 저놈이 싫으니 오른눈을 도려내니? 넌 그놈이 미워서 왼눈을 파내니? 넌 왼쪽에 서니까 오른귀와 오른팔다리와 오른콩팥과 오른손발을 다 자르니? 넌 오른쪽에 서니까 왼귀와 왼팔다리와 왼콩팥과 왼손발을 다 자르니?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대통령을 나무라고, 시장이나 도지사가 잘못했으면 시장이나 도지사를 꾸짖고, 국회의원 출마후보자가 잘못했으면 이 출마후보자를 꾸중하면 된다. 그러나 ‘그사람’을 손가락질하거나 내쳐야 하지 않다. 그사람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고개숙이면서 잘못값을 치르는 길을 차분히 알려줄 노릇이다.
이른바 ‘좋은책’을 많이 사읽는다고 해서 ‘좋은사람’이지 않다. 책을 아예 안 읽기에 ‘나쁜사람’이지 않다. 무엇보다도 ‘좋은책·나쁜책’이라고 섣불리 금을 긋지 않아야 할 노릇이다. “누가 ‘좋은책’인지 ‘나쁜책’인지 가르는가?”를 짚을 노릇이다. ‘좋고나쁨’부터 모두 걷어내고서 ‘아름길’과 ‘살림길’과 ‘숲길’과 ‘사람길’과 ‘아이를 돌보는 포근길’을 헤아려야지 싶다.
‘스타벅스 5·18 이벤트’가 엉터리에 미친짓이었으면 이런 일을 꾀한 사람을 나무랄 일이다. 그사람이 잘못값을 치르면 된다. 이제 우리는 어느 만큼은 알 만하지 않은가. ‘스타벅스 말썽’이 일어났대서 ‘스타벅스 알바생’을 비롯해서 ‘스타벅스 협력업체’를 섣불리 싸잡거나 흔들지 않을 수 있는 눈길이어야 한다. 다만, 내가 살아가는 전라남도 고흥군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작은시골에는 스타벅스이건 뭐건 없으니까 그곳에 갈 일도 없고 안 갈 일도 없다. 이 작은시골에는 ‘롯데리아’는 있고, ‘맘스터치’가 한때 있다가 사라졌다가 아주 조그맣게 새로 열기는 했다. 둘레에서 나한테 ‘커피상품권’을 보내시기도 하는데, 시골에서는 아예 쓸 일이 없다.
‘이란’이란 나라가 ‘신정독재’를 하면서 숱한 사람을 마흔일곱 해에 걸쳐서 끔찍하게 괴롭히고 죽였더라도, 이란에서 보임꽃(영화)을 아름답게 찍는 일꾼이 있다. 얼뜬 우두머리(독재자)는 나무라되, 그 나라에서 살림을 짓는 작은사람을 함부로 싸잡을 일이 아니다. 예나 이제나 껍데기를 걷어치우는 길을 어질게 바라봐야 한다. 이미 우라나라에서 〈껍데기는 가라〉처럼 놀랍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박정희 사슬나라에서 나즈막이 외친 작은사람이 있다. 또한 이 작은사람 신동엽 님은 〈산문시 1〉라는 놀라운 노래도 남겼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지킴이(경호원)가 없이 두바퀴(자전거)를 털레털레 밟는 작은일꾼(권력자 아닌 대통령과 공무원)”일 노릇이다. 이런 일꾼을 뽑을 줄 아는 눈길을 가꿔야지. 우리 스스로 이런 일꾼으로 살아가는 하루를 그리면서 오늘을 노래해야지 싶다. 그루(주식)를 안 하는 사람만 나라일을 맡을 노릇이다. 걸어다니는 사람만, 좋은책이 아닌 ‘그저 책’을 읽는 사람만 벼슬을 맡아야 한다. 2026.5.2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