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등급 等級


 신체 등급 → 몸길 / 몸자리

 등급을 매기다 → 눈금을 매기다 / 몫을 매기다

 등급을 정하다 → 자리를 잡다 / 몫을 잡다

 세 등급으로 구분한다 → 세 걸음으로 가른다 / 세 갈래로 나눈다

 일 등급 품질 → 첫손 / 첫자리 / 첫째

 일 등급으로 분류된다 → 첫째로 꼽는다


  ‘등급(等級)’은 “1. 높고 낮음이나 좋고 나쁨 따위의 차이를 여러 층으로 구분한 단계. ≒ 등·등위·반위 2. 여러 층으로 구분한 단계를 세는 단위 3. [천문] 별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 ≒ 등성”을 가리킨다지요. ‘ㄱㄴㄷ·가나다·가나다라’나 ‘길·길새·길꼴’로 다듬습니다. ‘걸음·걸음결·걸음새·걸음꽃·걸음빛’이나 ‘위아래·앞뒤’로 다듬어요. ‘높이·높낮이·높고낮음·높고낮다’나 ‘눈·눈금·눈꽃·눈깔·눈줄’로 다듬을 수 있어요. ‘바 1·바 3·밧줄·줄·줄서다·줄세우다’로 다듬고, ‘칸·켜·몫·모가치·갈래’로 다듬지요. ‘자리·자리값·자릿삯’이나 ‘-째·-째칸·-째판’으로 다듬으며, ‘춤·틀·틀거리·크고작다·크기’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높이거나 낮추는 말의 등급이 많은 것이 문제가 되어 있다

→ 높이거나 낮추는 말길이 많아 골칫거리이다

→ 높이거나 낮추는 말눈금이 많아 말썽이다

《어린이책 이야기》(이오덕, 소년한길, 2002) 29쪽


나는 1등급 한우마냥 거들먹거리는 ‘진짜 좌파’들이 싫다

→ 나는 첫자리 한소마냥 거들먹거리는 ‘순 왼쪽’이 싫다

→ 나는 첫줄 누렁소마냥 거들먹거리는 ‘참 왼켠’이 싫다

《대한민국 표류기》(허지웅, 수다, 2009) 218쪽


상대방에 대한 친소의 등급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 서로 가까운지 아닌지 또렷이 드러내는 말이다

→ 서로 동무인지 아닌지 똑똑히 드러내는 말이다

《우리 음식의 언어》(한성우, 어크로스, 2016) 314쪽


1등급 한우만 취급해

→ 으뜸 한소만 다뤄

→ 첫째 누렁소만 팔아

《나는 고딩 아빠다》(정덕재, 창비교육, 2018) 30쪽


이 F등급 대학의 F등급 학과에서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은 노다뿐이다

→ 이 바닥 배움터 바닥 갈래에서 차분하게 배우는 사람은 노다뿐이다

→ 이 엉터리 터전 엉터리 칸에서 살뜰하게 배우는 사람은 노다뿐이다

《노다라고 합니다 1》(츠케 아야/강동욱 옮김, 미우, 2019) 31쪽


1등급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한 사회적인, 문화적인, 윤리적인 사람인 건 아닐까요

→ 첫눈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큼 너르고 멋스럽고 곧은 사람이진 않나요

→ 첫째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큼 트이고 빛나고 바른 사람이진 않나요

《우리 그런 말 안 써요》(권창섭, 창비교육, 202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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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분유 粉乳


 분유를 물에 타다 → 가루젖을 물에 타다

 모유가 부족해 분유를 먹였다 → 엄마젖이 모자라 젖가루를 먹였다


  ‘분유(粉乳)’는 “우유 속의 수분을 증발시키고 농축하여 가루로 만든 것 ≒ 가루우유·가루젖”을 가리킨다지요. ‘가루젖’이나 ‘젖가루’로 고쳐씁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분유’를 다섯 가지 더 실으나 몽땅 털어냅니다. ㅍㄹㄴ



분유(分有) : 나누어 가짐

분유(分喩) : [불교] 비유되는 사물의 부분적 특징만으로써 하는 비유

분유(?楡) : 1. [식물] 느릅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높이는 15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으로 톱니가 있다. 3월에 종 모양의 푸른 자주색 꽃이 피고 열매는 날개가 있는 시과(翅果)로 5∼6월에 익으며 전혀 털이 없다. 어린잎은 식용하거나 사료로 쓰고 나무는 기구재나 땔감으로 쓰며, 나무껍질은 약용 또는 식용한다. 한국, 만주, 사할린,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느릅나무 2. ‘고향’을 달리 이르는 말. 중국의 한고조가 고향인 풍(?)에서 느릅나무를 심어 토지의 신으로 삼은 데서 유래한다

분유(紛?) : 혼잡하게 뒤섞임

분유(噴油) : 1. 간격을 두고 기름을 내뿜음. 또는 그렇게 내뿜는 기름 2. [광업] 지하의 유전에서, 석유가 천연가스의 압력에 의하여 땅 위로 높이 분출하는 일



은지에게 분유를 먹이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 은지한테 가루젖 먹이겠다고 ‘내려보냈’습니다

→ 은지한테 젖가루 먹이겠다고 ‘알립’니다

《아빠가 되었습니다》(신동섭, 나무수, 2011) 26쪽


분유를 타 줬을 리도 없는데, 밤엔 애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 가루젖 타 줬을 일도 없는데, 밤엔 애를 참말 어떻게 했어!

《천재 유교수의 생활 34》(야마시타 카즈미/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3) 88쪽


그도 그런 것이 분윳값은 한웃값과 맞먹는다

→ 그럴 까닭이 가루젖값은 한소값과 맞먹는다

《셋이서 쑥》(주호민, 애니북스, 2014)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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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 韓牛


 한우를 사육하는 농장 → 한소를 기르는 들밭

 한우로 유명한 지역 → 누렁소로 이름난 고을


  ‘한우(韓牛)’는 “[동물] 소의 한 품종. 암소는 600kg, 황소는 650kg 정도이며, 누런 갈색이다. 체질이 강하고 성질이 온순하며, 고기 맛이 좋다. 우리나라 재래종으로 농경, 운반 따위의 일에도 이용한다 ≒ 조선소·한국소”를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한’이라는 우리말을 붙여서 ‘한소’라 하면 됩니다. ‘힘소·힘찬소’라 할 만하고, ‘큰소’라 해도 돼요. ‘누런소·누렁소·누렁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한우’를 둘 더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한우(汗?) : [한의] ‘땀띠’를 한방에서 이르는 말

한우(寒雨) : 1. 차갑게 느껴지는 비 = 찬비 2. 겨울에 내리는 비



한우 고기를 생산하는 소와 그 주인은 교감 따위가 필요없다

→ 고기를 내놓는 한소와 소임자는 함께할 일 따위가 없다

→ 고기를 내는 누렁소와 소지기는 마주할 따위가 없다

《시간의 빛》(강운구, 문학동네, 2004) 137쪽


나는 1등급 한우마냥 거들먹거리는 ‘진짜 좌파’들이 싫다

→ 나는 첫자리 한소마냥 거들먹거리는 ‘순 왼쪽’이 싫다

→ 나는 첫줄 누렁소마냥 거들먹거리는 ‘참 왼켠’이 싫다

《대한민국 표류기》(허지웅, 수다, 2009) 218쪽


누런색을 제외한 다른 색깔 한우가 사라지게 된 것은

→ 누런빛 아닌 다른 빛깔 우리 소가 사라진 까닭은

→ 누렁소 아닌 다른 빛깔 우리 소가 사라진 까닭은

《내 이름은 왜?》(이주희, 자연과생태, 2011) 18쪽


그도 그런 것이 분윳값은 한웃값과 맞먹는다

→ 그럴 까닭이 가루젖값은 한소값과 맞먹는다

《셋이서 쑥》(주호민, 애니북스, 2014) 136쪽


1등급 한우만 취급해

→ 으뜸 한소만 다뤄

→ 첫째 누렁소만 팔아

《나는 고딩 아빠다》(정덕재, 창비교육, 2018)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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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사치 奢侈


 사치 풍조 → 겉멋바람 / 치레바람 / 흥청망청

 사치 성향 → 멋부리다 / 멋내기 / 헤프다 / 흔전만전

 사치를 부리다 → 흘러넘치다 / 멋부리다 / 꼴값하다 / 너무 쓰다

 멋과 사치를 즐기다 → 멋과 치레를 하다 / 멋과 돈잔치이다

 사치와 허영에 빠지다 → 겉멋과 거품에 빠지다

 사치하는 것보다 낫다 → 내버리기보다 낫다

 사치한 생활 → 헤픈 삶 / 돈지랄 / 돈잔치

 사치스러운 여행이었다 → 넘치는 마실이었다

 최고급으로 사치스러운 것이었고 → 가장 값져 지나쳤고

 측량할 수 없이 사치스러웠다 → 헤아릴 길 없이 주제넘었다


  ‘사치(奢侈)’는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 ≒ 사미”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헤프다·헤픈짓·헤픔질·휘두르다’나 ‘흔전만전·흥청망청·흥청질·흥청흥청·흥청거리다’로 손질합니다. ‘흘러넘치다·흘리다·흘려보내다’나 ‘꼴값하다·주제넘다·주제모르다·주제없다’로 손질하고, ‘버리다·내버리다·내다버리다·내버려두다·냅두다·내비두다’로 손질해요. ‘너무 쓰다·넘치다·넘쳐나다·지나치다’나 ‘돈잔치·돈지랄’로 손질할 만합니다. ‘겉멋·겉멋스럽다·겉멋쟁이·겉멋꾼·겉발림·겉발리다’나 ‘겉치레·겉으로·겉질·겉짓·겉꾼·겉사랑’으로 손질하면 되고요. ‘멋·멋나다·멋내다·멋내기·멋스럽다·멋길·멋꽃·멋빛·멋살림·멋부리다·멋부림’이나 ‘치레·치레하다·치레질·치렛감’으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마음껏먹다·맘껏먹기·마음껏받다·맘껏받기·실컷먹기·실컷받기’나 ‘배부르다·배불리·배가 부르다·배불뚝이·배뚱뚱이·배부장나리’로 손질하지요. ‘우습다·우스개·우스꽝스럽다·웃기다’나 ‘있다·있음·있는집·있는집안·있는꽃·있는빛’으로도 손질해요. ‘잔뜩밥·잔뜩먹다·잘먹다·잘먹이다’로 손질하며, ‘지랄·지랄잔치·지랄판·지랄맞다·지랄하다·지랄버릇’이나 ‘탕·탕탕·팡·팡팡·펑·펑펑·펑펑 쓰다·펑펑 놀다·펑펑질·펑펑판·퐁·퐁퐁’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사치(邪侈)’를 “사악하고 사치스러움”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이제야 사치스런 생활에 질린 모양이군

→ 이제야 마구 쓰는 삶에 질린 듯하군

→ 이제야 펑펑 쓰는 삶에 질린 듯하군

→ 이제야 막쓰는 살림에 질린 듯하군

《코》(아쿠타가와 류노스케/전아현 옮김, 계수나무, 2007) 70쪽


한 끼에 거한 사치를 부릴 때가 있다

→ 한 끼에 대단히 쓸 때가 있다

→ 한 끼에 대단히 돈쓸 때가 있다

→ 한 끼를 실컷 누릴 때가 있다

→ 한 끼를 신나게 즐길 때가 있다

《우물밖 여고생》(슬구, 푸른향기, 2016) 143쪽


거품 넘치는 버블 시기에 거품 돈으로 사치하고 즐긴 것은 나도 알지만

→ 거품 넘치는 때에 거품돈으로 펑펑 쓰고 즐긴 줄은 나도 알지만

→ 거품 넘치는 무렵에 거품돈으로 펑펑대고 즐긴 줄은 나도 알지만

《여행하는 말들》(다와다 요코/유라주 옮김, 돌베개, 2018) 29쪽


그야말로 사치스럽고 후안무치한 잡생각이다

→ 그야말로 꼴값에 뻔뻔하고 부질없다

→ 그야말로 배부르고 창피하고 덧없다

→ 그야말로 흔전만전 건방지고 못났다

《인월 4》(김혜린, 대원씨아이, 2018) 36쪽


안 팔린다고 걱정하는 것은 하나의 사치일 것이다

→ 안 팔린다고 걱정하면 배부른 소리일 듯하다

→ 안 팔린다고 걱정하면 좀 지나치다

→ 안 팔린다고 걱정하는 소리는 퍽 너무한다

《변명과 취향》(김영건, 최측의농간, 2019) 45쪽


이렇게 맛있는 것을 일반 시민이 먹는 것은 사치라며

→ 이렇게 맛있는데 누구나 먹으면 꼴값이라며

→ 이렇게 맛있으니 여느사람이 먹기엔 배부르다며

《요리조리 세계사》(손주현·여희은, 책과함께어린이, 2019) 132쪽


우리 형편에는 당치도 않은 사치였기에

→ 우리 살림에는 어림도 없었기에

→ 우리 집에서는 꿈도 못 꾸었기에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 15쪽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마저도 사치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 틈이 없는 사람한테는 이마저도 배부를 수 있는 줄 안다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이혜미, 톰캣, 2024) 81쪽


언어가 낭비이다 못해 사치네 사치

→ 말이 헤프다 못해 주제넘네 주제

→ 말을 막쓰다 못해 꼴값이네 꼴값

《우리 그런 말 안 써요》(권창섭, 창비교육, 2024)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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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8 넋나간 짓

책벌레수다 : 넋찾는 길에 읽고쓰기



   우리 삶자락에 깃들 만하구나 싶은 낱말이라면 이제 붙여쓰기를 할 노릇이라고 본다. 국립국어원이나 국어학자가 새 낱말을 알려줄 때에만 붙여쓰기를 할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짓는 이 삶에서 스스로 느끼고 배우고 깨닫고 익히는 대로 새말을 지으면 된다. ‘새말’을 아무나 지으면 안 된다고 여기는 마음은 맞다. 참으로 ‘아무나’ 지으면 안 될 새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지으면 될 새말이다. ‘새말 = 사투리’이다. 예부터 모든 곳 모든 사람이 저마다 스스로 새롭게 말을 지었다.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한테 이름을 붙이고, 손수 가꾸며 지내는 집에도 이름을 붙이고, 새와 풀과 나비를 바라보다가 이름을 붙인다. ‘이름 = 이르는 소리 = 말’이다. ‘이르다’란 저곳에서 이곳으로 잇는다는 뜻이다. ‘말·이름’을 붙일 적에는, 아직 우리한테 스미거나 녹아들지 않던 저곳에 있는 삶과 살림을, 이제는 이곳에 있는 우리한테 풀어내거나 품는 하루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리하여, 오늘은 문득 ‘읽고쓰다’라는 낱말을 붙여서 적어 본다. 오늘날 숱한 사람은 두 가지를 나란히 한다. 읽기만 하거나 쓰기만 한다고 여기기 어렵다. 읽기에 쓰고, 쓰기에 읽는다. ‘읽고쓰기’하고 ‘쓰고읽기’는 함께 흐른다.


참새가 입원하면 먼저 지렁이를 찾고, 나비의 애벌레를 모으는 것도 우리가 할 일입니다. 지빠귀는 나방이 주식이에요. 이들이 입원하면 의료진 모두 곤충 채집하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갑니다. 물총새가 입원하면 다들 어부가 된 듯 뜰채를 들고 강으로 나서고, 눈토끼가 오면 농부로 변신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 55쪽


  나는 아무래도 넋나간 듯 책을 읽고 글을 쓰는구나 싶다. ‘닥치는’ 대로 읽지는 않으나, 손에 닿는 모든 책을 읽으려고 한다. 한 사람이 읽어낼 만한 책은 그리 안 많다지만, 온갖 책을 안 가리면서 읽으려고 한다. 온갖 사람을 딱히 안 가리고 싶기에 책도 그저 모두 집어들어서 줄거리를 짚고 이야기를 느끼려고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 그루(주식)가 껑충 뛴다고 말이 많은데, 난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그루에 돈을 놓을 뜻이 아주 없다. 나는 읽고쓰기에 돈과 품과 마음을 들이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요즈음이라면 씨앗돈이 있으면 얼른 그루에 돈을 놓아서 돈벼락을 맞을 수 있을 텐데, 돈벼락을 등진 채 책벌레에 글벌레로 살아가려고 하니, 참으로 넋나간 짓일 만하다.


트리혼은 《머리 없는 괴물》에 대해 독서 감상문을 쓸 생각이었다. 선생님이 만화책에 대한 독서 감상문을 써도 된다고 한 적은 없지만, 쓰면 안 된다고 한 적도 없었다. 《트리혼의 보물 나무》 29쪽


  일본 훗카이도 두멧골에서 ‘이웃돌봄터(동물병원)’를 꾸리는 집이 있다지. 이웃인 들짐승은 돌봐준들 값(치료비)을 치르지 않는다. 숲짐승이나 들짐승이 무슨 돈을 건사하겠는가. 돈나라(자본주의)로 친다면 넋나간 짓이다. 그렇지만 훗카이도 이웃돌봄터 사람들은 넋나간 짓을 웃고 노래하면서 즐겁게 온몸을 바쳐서 한다. 나는 어느 터(회사·직장·기관·연구소·학원·재단)에 몸두지 않으면서 낱말책을 쓴다. 어느 터에 몸두면 다달이 일삯이 나올 뿐 아니라, 심부름꾼을 두면서 수월하게 낱말책을 쓸 테지. 자잘한 모든 일을 남한테 맡기고서 뜻풀이만 해도 될 텐데, 심부름꾼이 여럿이면 뜻풀이마저 맡길 수 있다. 그런데 밑글을 모으고 살피고 추스르는 자잘한 일부터, 말밑을 캐고 찾고 알아내면서, 이 모든 줄거리를 이야기로 묶어서 글로 쓰는 데까지 오롯이 혼자 한다. 이러며 집일과 집살림을 고스란히 맡는다. 이러며 아이들하고 놀고 수다를 떤다. 이러며 두바퀴를 달려서 저잣마실을 하고, 곧잘 시골버스로 읍내로 가서 저잣마실을 하지.


“있지,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 지금 멀리 간 거지?” “응, 이젠 안 돌아와.” “많은 엄마들 중에서 우리 엄마한테 온 거니까, 다시 올 거야.” “엄마, 아가 얼른 돌아오라고 내가 편지 썼다? 여기, 받으세요♡” 《투명한 요람 2》 73쪽


  둘레(사회)에서 바라보는 “넋나간 짓”이라면, 겉돈하고 담쌓은 삶이라 할 만하다. 느닷없이 돈벼락에 올라앉을 오늘날 이 나라하고 엇나간다면 넋나간 짓이다. 어느 터에든 슬그머니 올라타서 목돈을 만지거나 이름값을 높이려는 길을 손사래칠 적에도 넋나간 짓이다. 그렇지만 우리집 아이뿐 아니라 이웃집 아이를 보더라도 ‘어른으로서’ 살아가려 하는 마음에다가 ‘사람으로서’ 일하려는 마음이기에, 둘레가 아닌 ‘나너우리’를 바라보려고 한다. 나너우리로 맺고 품는 푸른별이라는 곳에서는 ‘어른으로서 + 사람으로서’라는 길을 잊는 모습이야말로 “넋나간 짓”이라고 느낀다. 나는 넋찾기를 하려고 읽고쓴다. 나는 뭇이웃 누구나 넋찾기를 스스럼없이 너끈히 하기를 바라며 읽고쓴다. 우리가 함께 누리고 나눌 아름책과 아름글을 헤아리면서 읽고쓴다.


“용신은 믿지 않으면서 그런 건 믿으시네요.” “다 그런 거야.” 용이 있었다고 해도 이미 옛날 일이에요.” 《드래곤 키워 주세요 1》 113쪽


  ‘집’이란, 지으면서 즐겁게 지내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는 ‘집’이라는 낱말이 왜 ‘집’인 줄 까맣게 잊거나 안 쳐다보기 일쑤이다. ‘밥’이란, 바다와 바람한테서 오는 바탕을 받아들이는 길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밥’이라는 낱말이 왜 ‘밥’인 줄 아예 잊거나 안 바라보곤 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수수한 낱말·이름을 깡그리 잊다가 잃는 굴레라고 할 만하다. 그야말로 ‘문해력·어휘력’ 같은 일본말씨가 춤출 뿐 아니라, 이런 일본말씨를 붙이는 글장사와 말장사가 판치는데, 정작 ‘글눈·말눈’을 저마다 스스로 익히면서 삶을 가꾸는 길하고 어울리는 읽고쓰기는 좀처럼 날개를 못 편다고 느낀다. 그루에 돈을 놓아서 벼락돈을 맞는 데에 넋이 팔린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남이 좋게 보아주기를 비느라, 막상 “내가 나를 바라보며 받아들이는 바람이 되고 바다로 서는 길”을 등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넌 그게 나아. 쓸데없는 건 보지 마. 하나만 보면 돼.” 106쪽


  ‘지기’란 어떤 사람일까? ‘지기’란 “집을 일구고 돌보며 지키는 일꾼”을 가리키는 이름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고을지기(지자체장)라든지 벼슬지기(국회의원·기초의원)를 맡는 무리를 보자. 이 나라에서 어떤 고을지기나 벼슬지기가 “집을 지키는 어진 일꾼”으로 서는 삶일는지 아리송하다. 집을 일구려면 집일을 맡을 노릇이다. 집을 돌보려면 집살림을 할 노릇이다. 집을 아끼고 사랑하려면 몸소 아이를 품으면서 가르치고 이끌며 함께 걸어야 할 노릇이다. 아이랑 손잡고 눈을 마주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넉차린’ 몸짓이라고 느낀다. 아이랑 손을 안 잡고서 눈도 마주보지 않는 몸짓이라면 ‘넋나간’ 하루라고 느낀다. 아이곁에서 읽고쓰기를 하는 수수한 매무새일 적에만 ‘어른’이지 싶다.


ㅍㄹ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다케타쓰 미노루/안수경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2.20.)

《트리혼의 보물 나무》(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글·에드워드 고리 그림/이주희 옮김, 논장, 2009.9.5.)

#TreehornsTreasure #FlorenceParryHeide #EdwardStJohnGorey

《투명한 요람 2》(오키타 밧카/서현아 옮김, 문학동네, 2022.12.2.)

#透明なゆりかご #沖田×華

《드래곤 키워 주세요 1》(마키세 쇼운 글·히가시우라 유키 그림/김동욱 옮김, 재담, 2024.12.31.)

#ドラゴン養やしなってください #牧瀨初雲 #東裏友希

《안녕, 아름다운 날 8》(아카네다 유키/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5.5.15.)

#さらば佳き日 #?田千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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