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화기애애



 화기애애한 속에서 → 밝은 곳에서 / 환한 곳에서 / 오붓한 곳에서

 시종 화기애애하였다 → 내내 따뜻했다 / 내내 오붓했다 / 내내 포근했다

 화기애애 인증샷 → 밝게 찰칵 / 즐겁게 찰칵꽃 / 까르르 찰칵꽃 / 오순도순 찰칵

 그 멤버들과 화기애애 → 그 사람들과 도란도란 / 그들과 서로 오순도순


화기애애(和氣靄靄) : 온화하고 화목한 분위기가 넘쳐흐르다

화기(和氣) : 1. 따스하고 화창한 기온 2. 온화한 기색. 또는 화목한 분위기 3. 생기 있는 기색

애애(靄靄) : 1. 안개나 구름, 아지랑이 따위가 짙게 끼어 자욱하다 2. 분위기가 부드럽고 포근하여 평화롭다

온화하다(溫和-) : 1. 날씨가 맑고 따뜻하며 바람이 부드럽다 2. 성격, 태도 따위가 온순하고 부드럽다

화목하다(和睦-) : 서로 뜻이 맞고 정답다

정답다(情-) : 따뜻한 정이 있다

정(情) : 1.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2.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



  ‘화기 + 애애’인 ‘화기애애’일 텐데, 뜻은 ‘온화 + 화목’이라지요. ‘정답다·정’까지 잇는 갖은 한자말을 두루 살피면 ‘따스하다·따뜻하다·포근하다·푸근하다·폭신하다·푹신하다’나 ‘아늑하다·부드럽다·보드랍다·살갑다·사랑스럽다’로 손볼 만합니다. ‘맑다·밝다·환하다·후덥다’나 ‘산들바람·산뜻하다·사근사근’으로 손보고요. ‘오붓하다·오순도순·구수하다·도란도란’이나 ‘달갑다·신나다·신바람·어깻바람·어화둥둥’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즐겁다·흐뭇하다·좋다·즈믄·자분자분’이나 ‘해밝다·해낙낙하다·싹싹하다·알콩달콩’으로도 손봅니다. ㅍㄹㄴ



혼인 예식을 시작하자 신랑이 코미디언처럼 실수를 연발해서 예식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 사랑마당을 펴자 곁짝이 광대처럼 잇달아 넘어지면서 잔치마당이 오붓하다

→ 꽃자리를 열자 곁벗이 익살꾼처럼 잇달아 뒤뚱거리면서 잔치마당이 밝다

→ 사랑자리를 펴자 꽃짝이 어릿광대처럼 잇달아 고꾸라지면서 잔치판이 즐겁다

《안흥산골에서 띄우는 편지》(박도, 지식산업사, 2005) 273쪽


다들 화기애애하고 밝아

→ 다들 밝아

→ 다들 오순도순 밝아

→ 다들 도란도란 밝아

→ 다들 따뜻하고 밝아

→ 다들 오붓해

→ 다들 살갑고 즐거워

《거짓말풀이 수사학 1》(미야코 리츠/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 23쪽


동네서점에서는 북토크 형식으로 많이 진행되고 단골 고객들이 많이 참여하므로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 작은책집에서는 책수다로 꾸리고 단골이 많이 함께하므로 거의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 작은책숲에서는 책마당으로 열고 단골이 많이 함께하니 으레 도란도란 즐겁다

→ 작은책밭에서는 책잔치로 하고 단골이 많이 함께하니 참 포근하다

→ 작은책터에서는 책뜨락을 차리고 단골이 많이 함께하니 늘 따스한 자리이다

《책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김건숙, 바이북스, 2017) 64쪽


즐겁고 화기애애한 상태에서 발전해 간다

→ 즐겁고 따뜻하게 발돋움한다

→ 즐겁고 따스하게 발돋움한다

→ 한결 즐겁게 발돋움한다

《나무》(고다 아야/차주연 옮김, 달팽이, 2017) 26쪽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 웃음소리가 즐겁게 여기저기서

→ 신나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 웃음소리가 밝게 여기저기서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정은혜, 샨티, 2017) 48쪽


조금 화기애애해졌나

→ 조금 밝나

→ 조금 부드럽나

→ 조금 따뜻하나

《가면 여고생 하나코 1》(오다 료/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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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4.10. 잎물 한 모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둘레에서는 늘 건드립니다. 우리말 ‘건드리다’는 가볍게 대거나 살짝 닿는 몸짓도 가리키지만, 일부러 긁거나 할퀴려고 자꾸자꾸 부아를 일으키려는 몸짓도 가리킵니다. 한자말 ‘자극(刺戟)’도 매한가지입니다. 더구나 우리말 ‘건드리다’는 이웃이나 동무를 함부로 괴롭히는 짓까지 담아내요.


  누가 우리를 ‘건드릴’ 적에는 반가울 수 있되, 서운하거나 싫거나 끔찍할 수 있습니다. ‘건드리’는 손짓은 좋거나 나쁘지 않아요. 그저 우리가 늘 새롭게 배우는 길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인 ‘건드리기’입니다.


  저는 늘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노라니, 둘레에서 저를 일부러 건드리려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반갑게 다가와서 말을 섞거나 노래하려고 어깨를 톡톡 건드립니다. 그리고 “아무리 최종규 씨라고 해도, 이런 말까지는 못 고치고 못 바꾸겠지?” 하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건드리는 분이 있습니다. “네깟놈이 뭔데 내 글을 그렇게 고쳐쓰라고 해?” 하면서 건드리려는 분도 있고요.


  열 해쯤 앞서 어느 날 어느 이웃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다른 말은 다 우리말로 바꾸더라도 ‘차·다(茶)’는 어쩌시렵니까? ‘차’와 ‘다’는 못 바꾸겠지요? 바꾸더라도 ‘차’와 ‘다’라 하는 맛을 못 살리겠지요?” 하고 한마디를 하시더군요. 이웃님 말을 가만히 듣고서 헤아려 보았습니다. 이러고서 “저는 물을 그냥 물로 마실 뿐, 따로 끓이거나 달여서 마시기를 즐기지는 않습니다. 물부터 제대로 알고 느끼고 받아들여야 우리 몸을 이루는 수수께끼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숨결을 이루는 몸에 깃든 실마리를 풀거든요. 사람은 따로 끓이거나 달여서 물을 마시기는 하지만, 사람을 뺀 어느 짐승도 물을 안 끓이고 안 달여요. 게다가 풀꽃나무한테 끓인 물을 조금이라도 주면 그만 타죽거나 시들거나 괴로워서 몸부림을 쳐요. 사람은 참 유난하지요. 그냥 마시면 될 물을 굳이 끓이니까요. 그런데 국이나 찌개는 끌인 물이고, 밥도 끓여서 먹는 낟알인데요, 임금님이나 벼슬아치나 나리는, 집안일이나 집살림을 안 하는 채, 또 논밭을 일구지 않으면서, 심부름꾼이 바치는 ‘끓인물’과 ‘달인물’을 마셨을 텐데, 수수하게 논밭을 일구고 살림을 짓는 흙사람과 들숲사람이라면 ‘차·다’를 어떻게 여기고 풀어낼는지 헤아려 볼 만하구나 싶습니다.” 하고만 말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말을 맺고서 여러 해 헤아렸어요. 이때 뒤로 곧잘 ‘끓인물·달인물·우린물’을 곰곰이 즐기고 돌아보았습니다. 이러던 어느 날, 쑥잎과 감잎을 그만 ‘덖’기로 하면서, 그냥 햇볕말림으로 ‘쑥내림물’과 ‘감잎우림물’을 마시기로 하면서 문득 눈을 반짝였습니다. “옳구나, 모든 ‘차·다(茶)’는 잎이로구나. 잎을 나물로 안 삼고 물로 삼는 ‘차·다(茶)’라면, ‘잎으로 내린 물’이야. 그러니까 ‘잎내림물’이고, 단출히 ‘잎물’이라 하면 어울리구나. ‘내림물’이나 ‘꽃물’이나 ‘꽃내림물’이라 할 때도 있을 테고.” 하고 혼잣말이 터졌습니다.


  길은 하루아침에 찾아내어도 즐겁습니다. 삶길을 여러 해에 걸쳐서 찾아보아도 기쁩니다. 말길을 열 몇 해나 서른 몇 해 만에 풀어도 새롭습니다. 이리하여 저는 ‘잎물’을 마시고, ‘잎물그릇’을 받아들입니다. ‘잎’을 떠올리면서 물을 끓이거나 달여서 우리거나 내리면, 나무 한 그루가 베푸는 푸른숨빛에 서리는 햇볕과 바람결을 살랑살랑 느끼고 누릴 수 있습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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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 님 책이 새로 한글판으로 나왔네. 어제까지 책을 실컷 샀고, 곧 집에서 받을 책꾸러미가 큼직하게 한 덩이 더 있다. 그렇지만 아룬다티 로이를 지나갈 수는 없는 노릇. 바지런히 읽고서 곧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일본영어(재패니쉬)인 '북토크'인 줄 알아채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펴냄터도 마을책집도 책벌레도 으레 '북토크'라는 일본말(일본영어)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 평론가도 기자도 똑같다.


우리는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일까? 일본말이어도 영어로 멋스러워 보이니 그냥 쓰는가? 아니면, 우리말로는 책으로 이야기나 수다나 꽃밭이나 뜨락이나 한마당이나 바다나 판이나 마당이나 어느 하나도 할 수 없다고, 지레 잘라버리는 셈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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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북토크book talk



북토크 : x

book talk : x

ブック·ト-ク (일본 조어 book+talk) : 도서관 사서가 초등학교에 나가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사업



어느 낱말책에도 ‘북토크·book talk’는 없습니다. 아직 낱말책에 안 실린 낱말이라기보다는, 일본에서 흔히 쓰는 말씨를 고스란히 들여온 얼거리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책으로 마주하면서 즐겁게 자리를 펴고 마당을 마련합니다. 서로서로 책으로 꽃밭을 이루고 노래를 부릅니다. 다같이 책을 사이에 놓고서 두런두런 수다를 하고, 이야기를 펴면서 한마당을 즐깁니다. ‘책노래·책꽃노래·책빛노래’라 할 만합니다. ‘책마당·책뜨락·책뜰’이고, ‘책말꽃·말잔치·책한마당·책꽃마당·책한마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밭·책꽃밭·책꽃뜰·책꽃뜨락’이라 해도 되어요. ‘책빛밭·책빛뜰·책빛뜨락’이나 ‘책바다·책꽃바다·책빛바다’라 해도 어울립니다. ‘책빛·책판·책눈’이나 ‘책수다·책저자·책저잣마당·책저잣판’이라 할 만하고요. ㅍㄹㄴ



동네서점에서는 북토크 형식으로 많이 진행되고 단골 고객들이 많이 참여하므로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 작은책집에서는 책수다로 꾸리고 단골이 많이 함께하므로 거의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 작은책숲에서는 책마당으로 열고 단골이 많이 함께하니 으레 도란도란 즐겁다

→ 작은책밭에서는 책잔치로 하고 단골이 많이 함께하니 참 포근하다

→ 작은책터에서는 책뜨락을 차리고 단골이 많이 함께하니 늘 따스한 자리이다

《책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김건숙, 바이북스, 2017) 64쪽


작가와 의기투합해 특별한 북토크를 열기로 했다

→ 글쓴이와 한뜻으로 재미나게 책밭을 열기로 했다

→ 글님과 손잡고서 멋지게 책수다를 열기로 했다

→ 지은이와 한마음으로 책말꽃을 새로 열기로 했다

→ 지음이와 하나되어 반짝이는 책뜰을 열기로 했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송은정, 효형출판, 2018) 114쪽


박원순 시장과 북토크를 나누었다

→ 박원순 지기와 책수다를 했다

→ 박원순 님과 책얘기를 했다

→ 박원순 씨와 책으로 얘기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정모, 바틀비, 2018) 48쪽


북토크를 해달라는 제안을 담은 장문의 편지였다

→ 책마당을 바란다고 길게 여쭌 글이다

→ 책수다를 여쭌다고 길게 쓴 글월이다

→ 책꽃뜰을 물어보며 길게 쓴 글이다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김영건, 어크로스, 2022) 104쪽


우리가 꾸준히 해온 방식으로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늘 깊은 통찰을 전해주는 분들을 모셔서 시리즈 강연과 북토크를 여는 걸로요

→ 우리가 꾸준히 해온 대로 기리기로 했습니다. 늘 깊이 이야기하는 분을 모셔서 잇달아 모임과 책수다를 열기로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해냄, 2023) 151쪽


부산 북토크 현장이었습니다

→ 부산 책노래 자리였습니다

→ 부산 책꽃밭에서였습니다

→ 부산 책바다였습니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조승리, 세미콜론, 20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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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집에 있으면



밖에 있으면

겨울이 몹시 춥고

여름이 아주 덥다

어쩐지 갈수록

시골도 서울도 나무가 줄고

가지치기로 시달리더라


집에 있으면

겨울이 고즈넉이 포근하고

여름은 땀나더라도 시원하다

날이 갈수록

우리 보금자리는 나무가 굵고

가지를 죽죽 뻗으며 새가 는다


2025.8.24.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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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조금 산 책



  어제는 부산에 닿아서 세 군데 마을책집을 들러서 책을 조금 샀다. 어제 산 책을 오늘 04시부터 09시까지 읽다가 주섬주섬 짐을 꾸린다. 10:50에 부산 사상나루에서 순천으로 건너가는 버스를 타려고 한다. 등과 가슴에 책짐을 묵직하게 지고 안으며 한참 걷는다. 2000길(m) 남짓일까. 서면에서 갈아타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조금 헤매고 빙그르르 돈다. 살짝 땀방울이 돋고, 등허리랑 팔뚝이 조금 결린다. 밖으로 나오니 햇볕이 뜨끈하고 햇살이 눈부시고 햇빛이 환하다. 맞이칸에 등짐과 책짐을 부린다. 종이를 끊는다. 숨을 돌리고서 발바닥과 발가락을 천천히 푼다. 어깨를 토닥이고 옆구리를 주무른다. 목과 머리를 꾹꾹 누르고, 눈 언저리도 살살 꼬집는다. 이제 순천버스가 들어온다. 짐칸에 싣고서 버스일꾼한테 꾸벅 허리를 숙인다. 자리에 앉는다. 가늘게 한숨이 나온다. 여기까지 잘 날랐다. 시외버스 짐칸에 톡 실은 짐은 아늑히 쉬겠지. 나도 글붓짐하고 책 석 자락만 챙겼다. 그런데 첫 책을 펼치려 하니 바로 졸립다. 앉자마자 졸린 셈인가. 책을 좀더 읽고, 노래도 한두 꼭지 새로 쓰고, 하루글도 몇 쪽 쓰려고 했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졸음꽃이 흐드러진다. 아, 아, 아, 왼손에 쥔 책을 옆으로 밀친다. 오른손에 쥔 붓을 제자리에 꽂는다. 왼손을 명치에 대고, 오른손을 배에 댄다. 두 손으로 속을 포근히 토닥이면서 숨부터 돌리자. 한숨 자고 나서 뭘 하든지 하자. 까무룩 꿈길로 가려는데 손전화가 덜덜덜 춤춘다. 이웃님이 물어볼 말이 있다고 하신다. 가만히 듣고 들려준다. 다시 눈을 감는데 어느새 졸음꽃이 모두 졌다. 그런가? 그렇다면 무엇부터 할까. 노래부터 한 꼭지 쓴다. 하루글을 두 꼭지 쓴다. 책을 한 자락 읽는다. 책을 한 자락 더 읽는다. 새로 쓸 노래 한 꼭지는 밑틀만 짚어 놓는다. 하루글을 한 꼭지 더 쓴다. 석 자락째 책을 쥐다가 덮는다. 이제 순천에 닿는구나.


  순천에 닿아서 고흥 가는 종이를 끊는다. 바로 옆에 선 고흥버스에 짐을 싣는다. 자리를 잡는다. 옆 너머에 앉은 아재가 발바닥을 긁으면서 쩌렁쩌렁 소리에 걸쭉한 고약말을 섞어서 한참 떠든다. 귀에 꽂아서 노래를 듣는데 눈금을 둘 키운다. 아까 읽다가 덮은 《학교는 죽었다》(에버레트 라이머)를 뒤부터 다시 읽는다. 1994해에 처음 만나셔 여태껏 이미 여러 벌 읽은 책인데, 새로 쥐어서 읽을 때마다 그야말로 새롭다. “School is Dead.” 이 책이 이웃나라에서 처음 나올 때뿐 아니라, 한글판이 처음 나온 1982해에도, 또 올해 2026해에도, 아직 우리나라는 “배움터가 죽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집 두 아이는 8살부터 ‘졸업장학교’를 다니지 않는데, ‘집에서 스스로 살림길을 익히며 배움길을 걷는 아이’한테는 이 나라가 1원조차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집은 꼬박꼬박 낛(세금)을 다 낸다. 두 아이는 어린이집도 안 다녔기에, ‘아동장려금’하고 먼 채로 지냈다. 한때에는 우리집 아이들처럼 집에서 스스로 배우는 어린이와 푸름이를 ‘비행청소년’이나 ‘학교부적응자’나 ‘학교밖 청소년’이라 하더니, 요새는 ‘위기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쓰더라. 아이들은 여덟 살에도 열아홉 살에도 똑같은 ‘사람’인데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가리키는 이름은 늘 널뛰기를 한다. 그들은 이 아이들한테 1원조차 쓴 바가 없지만, 이 아이들을 가리키는 이름은 언제나 사납다.


  어제 부산책집 세 곳에서 책을 조금 샀다. 조금 산 책이 얼추 일흔 자락 남짓이지 싶다. 지난달까지 신나게 사들인 책이 꽤 많아서, 이달 한봄에는 어제하고 그제까지 딱 120자락 책을 샀다. 사읽고 싶은 책은 500자락이 넘는데, 눈에 밟히는 책을 참고 못 본 척하고 눈감으면서 견딘다. 그래도 어제는 부산에서, 그제는 누리책집에서 이럭저럭 120자락을 장만했으니 조용히 읽자. 시외버스는 어느덧 고흥읍에 닿는다. 저잣마실을 가볍게 한다. 모처럼 택시를 부른다. 택시에 타고서 하루글을 한 꼭지 더 쓴다. 집 앞에 닿는다. 짐을 내린다. 큰아이가 해놓은 빨래를 뒤집는다. 햇볕을 고루 먹여야지. 발바닥과 고무신을 헹군다. 짐을 다 들이고서 씻는다. 씻고 나서 드디어 오늘 밥 한 그릇을 누려 본다. 구름 한 조각조차 없이 새파란 하늘을 가르는 제비가 노래한다. 제비뿐 아니라 크고작은 뭇새가 노래숲을 편다. 한봄 한낮볕이 꽤 뜨끈한 탓인지 개구리는 조용하다. 개구리는 아무래도 저물녘부터 노래가락을 펴겠지. 2026.4.13.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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