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나는 내가 너는 네가



  내가 쓴 책에서 되새길 대목을 짚어 달라고 묻는 분이 늘 있어서 “왜 책쓴이가 고갱이까지 알려주어야 하나?” 싶었다. 누구나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보고 즐겨보면 되는 삶이니까. 어느 날 어느 이웃님한테서 “책쓴이로서 스스로 눈물짓고 웃음짓는 밑줄”을 손수 적바림하는 일이 새록새록 즐거울 수 있구나 하고 배웠다. 나는 나대로 읽고, 너는 너로서 읽으며 “마음으로 읽고 만나기”라는 책놀이를 하는 새길이 있더라.


  누가 고갱이를 짚어 달라 하기에 밑줄을 그을 마음은 아예 없다. 우리집 아이랑 이웃집 아이랑 말놀이랑 소꿉놀이랑 생각놀이랑 하루놀이랑 숲놀이를 누리는 길을 그리면서 밑줄긋기에 빛입히기를 해본다. 글쓴이나 책쓴이라면 스스로 쓴 모든 글에 밑줄을 그어야 할는지 모른다만, 몇 곳만 뽑아서 읽는다는 마음으로 “내가 스스로 더 되읽는 대목”을 헤아릴 만하다.


  서로서로 바라보며 새롭다. 나란나란 걸으며 노래한다. 두런두런 오가며 배운다. 느긋느긋 주고받아 알뜰하다. 이러고서 홀로 고요히 촛불보기와 동틀녘보기를 하며 눈결을 추스른다. 밤빛을 품으려고 촛불을 바라본다. 낮빛을 안으려고 동틀녘에 아침해를 바라본다. 밤낮 사이에 별빛과 풀빛을 바라보고, 새가 들려주는 노래빛을 마주한다.


  밑줄긋기란, ‘같이읽기’랑 ‘함께읽기’랑 ‘서로읽기’랑 ‘새로읽기’를 하나씩 되새기는 길일 만하다. 나는 이미 책이 나오기까지 숱하게 되읽은 대목이지만, 아이랑 이웃로서는 이제 처음 마주하는 두근두근 콩닥콩닥 첫글이요 첫씨이다. 그러니 즐겁게 밑줄을 그어 본다. 이른바 “저는 이 책이 태어나기 앞서 글손질을 한창 할 적에, 저부터 이 대목을 되읽으며 웃고 울었습니다.” 하고 속삭일 곳을 하나하나 짚는다. 2025.10.27.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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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기적적


 살아난 것은 정말 기적적이다 → 살아났다니 참말 거짓말같다

 기적적으로 면하게 되었다 → 놀랍게도 벗어났다 / 뜻밖에 벗어났다

 기적적으로 경제가 성장했다 → 꿈처럼 살림이 자라났다


  ‘기적적(奇跡的/奇迹的)’은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이 기이한 것”을 가리킨다지요. ‘꿈·꿈꾸다·꿈같다·꿈결·꿈결같다·꿈처럼’이나 ‘놀랍다·대단하다·수수께끼’로 손봅니다. ‘뜬금없다·뜬금짓·뜬금질·뜬금말·뜬금소리’나 ‘뜻밖·뜻밖에·뜻밖일·뜻하지 않다’로 손봐요. ‘생각밖·생각도 못하다·생각지 못하다·생각하지 못하다’나 ‘거짓같다·거짓말같다·가짓같다·가짓말같다’로 손볼 만하며, ‘거짓말·거짓부렁·가짓부렁·거짓부리·가짓부리·거짓소리·가짓소리’로 손봅니다. “말이 안 되다·말이 다르다·말이 안 맞다·말도 안 되다”나 “믿기지 않다·믿지 않다·믿을 수 없다·믿을 길 없다·못 믿다·못 믿겠다”로 손보면 돼요. “안 믿다·안 믿기다·알 길 없다·알 수 없다”나 ‘어마어마하다·엄청나다·어안·어안벙벙·어안이 막히다’로 손봐도 어울립니다. ‘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얼척없다·터무니없다·턱없다’나 ‘빛·빛꽃·빛다발·빛보따리·빛꾸러미’로 손볼 만하고요. ‘빛나다·빛내다·빛빛·빛바르다·빛있다·빛접다’나 ‘빛나리·빛눈·빛눈길·빛마루·빛살·빛발·빛줄·빛줄기’로 손보고요. ‘꽃·사랑·사랑하다·사랑스럽다’나 ‘아름답다·아름다움·아름치·아리땁다·윤슬·지지리’로 손볼 수 있습니다. ‘하늘·하늘같다·하늘꽃·하늘손’이나 ‘하늘빛·하늘빛살·하늘솜씨·하늘힘’으로 손보면 되고요. ㅍㄹㄴ



인간이란 위기에 빠지게 되면 평소에는 예상도 못했던 기적적인 힘이 나오는 수가 있다

→ 사람이란 벼랑끝에서는 이제껏 생각도 못하던 힘이 나오는 수가 있다

→ 사람이란 구석에 몰리면 여태 어림도 못하던 하늘힘이 나오는 수가 있다

→ 사람이란 고빗사위에서 그동안 모르던 빛나는 힘이 나오는 수가 있다

→ 사람이란 가시밭길에서 여태까지 모르던 엄청난 힘이 나오는 수가 있다

《새와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쇼지 사부로/정필화 옮김, 특수교육, 1990) 165쪽


의사는 각오하고 있으라고 했다는데,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얼마나 입원해 있었을까

→ 돌봄이는 마음을 다지라 했다는데, 뜻밖에 목숨을 건졌다. 얼마나 드러누웠을까

→ 돌봄지기는 마음을 잡으라 했다는데, 놀랍게 목숨을 건졌다. 얼마나 누웠을까

《물가의 요람》(유미리/김난주 옮김, 고려원, 1998) 22쪽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 거짓말처럼 살아남는다

→ 뜻밖에 살아남는다

→ 놀랍게 살아남는다

《개미》(베르나르 베르베르·파트리스 세르/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0) 45 B쪽


기적적으로 태어난 아이가

→ 뜻밖에 태어난 아이가

→ 꿈처럼 태어난 아이가

→ 놀랍게 태어난 아이가

→ 하늘이 내린 아이가

《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 눌민, 2015) 95쪽


미와의 밑바닥 인생에서는 결코 쌓을 길이 없었던 기적적인 인간관계였다

→ 밑바닥으로 살던 미와는 끝내 만날 길이 없던 꿈같은 이웃이다

→ 밑바닥이던 미와는 도무지 어울릴 길이 없던 대단한 사람들이다

《미와 씨 행세를 합니다 7》(아오키 유헤이/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6)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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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719 : 게 많 나의 부모 가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나의 부모는 왜 나와 다른 눈을 가졌는가

→ 늘 묻고 싶었다. 어버이는 왜 눈빛이 다른가

→ 다 묻고 싶었다. 엄마아빠는 왜 눈이 다른가

《갈등하는 눈동자》(이슬아·이훤, 먼곳프레스, 2026) 184쪽


‘것’을 잘못 넣은 “묻고 싶은 게 많았다”는 “늘 묻고 싶었다”나 “다 묻고 싶었다”나 “언제나 묻고 싶었다”나 “모두 묻고 싶었다”나 “이모저모 묻고 싶었다”로 손봅니다. 일본옮김말씨인 “나의 부모”는 “어버이는”이나 “엄마아빠는”으로 고쳐씁니다. “다른 눈을 가졌는가” 같은 옮김말씨는 “다른 눈인가”나 “눈이 다른가”로 고쳐써요. ㅍㄹㄴ


부모(父母) :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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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718 : 화관 종류의 식물 -일


화관에는 어떤 종류의 식물이 자주 쓰일까요

→ 꽃갓에는 어떤 풀꽃을 자주 쓸까요

→ 족두리는 어떤 풀꽃으로 자주 삼을까요

→ 꽃족두리는 어떤 풀꽃으로 자주 꾸밀까요

《식물의 책》(이소영, 책읽는수요일, 2019) 68쪽


꽃으로 엮은 갓이라면 ‘꽃갓’입니다. 곱게 꾸민 갓이라면 ‘족두리’입니다. 꽃으로 여미었거나 꽃처럼 곱게 꾸몄다고 여겨 ‘꽃족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옮김말씨인 “어떤 종류의 + 식물이 + 쓰일까요”는 “어떤 + 풀꽃을 + 쓸까요”로 바로잡습니다. 우리말 ‘어떤’은 이미 갈래(종류)를 나타냅니다. “어떤 종류”는 겹말이요, ‘-의’는 군더더기입니다. ‘쓰이다’처럼 쓸 수 있되, 이 보기글은 입음꼴로 안 써야 어울립니다. 풀꽃으로 꽃갓을 여밉니다. 풀꽃으로 족두리를 삼습니다. 풀꽃으로 꽃족두리를 꾸밉니다. ㅍㄹㄴ


화관(花冠) : 1. 아름답게 장식한 관 2. 칠보로 꾸민 여자의 관. 예장(禮裝)할 때에 쓴다 ≒ 화관족두리

종류(種類) : 1. 사물의 부문을 나누는 갈래 2. 갈래의 수를 세는 단위

식물(植物) : [식물] 생물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 대체로 이동력이 없고 체제가 비교적 간단하여 신경과 감각이 없고 셀룰로스를 포함한 세포벽과 세포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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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717 : -에 대한 나를 끌어당긴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끌어당긴다

→ 나는 죽음 이야기에 끌린다

→ 난 죽는 이야기가 끌린다

→ 난 죽음 이야기가 재밌다

→ 난 죽는 이야기를 눈여겨본다

《갈등하는 눈동자》(이슬아·이훤, 먼곳프레스, 2026) 41쪽


우리말씨가 아닌 옮김말씨인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 나를 끌어당긴다”입니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잘못 배우고 가르치느라, 이런 옮김말씨를 함부로 쓰고 맙니다. 영어라면 이처럼 입음꼴을 쓰지만, 우리말씨는 ‘나는’을 앞에 놓고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나는 + 죽음 이야기에 + 끌린다”나 “난 + 죽음 이야기가 + 끌린다” 같은 얼개로 고쳐씁니다. 또는 “난 죽음 이야기가 재밌다”처럼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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