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ㅂㅁㅅ (빈모습)



바다는 마를 일 없이 속삭인다

바람은 말갛게 솟아난다

밤은 모두 살리고


봄을 맞이하는 숲은

보드랍게 마음부터 살피고

밭에서 마을에서 서울에서

바라보고 마주보며 생각한다


밝게 맑게 새롭게

붉게 묽게 산뜻이

받고 모아서 심으니


바로 만나고서 싱긋싱긋


2026.4.15.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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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해 주시겠어요? 8
핫토리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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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4.16.

책으로 삶읽기 1105


《깨끗하게 해주시겠어요? 8》

 하토리 미츠루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2.9.30.



《깨끗하게 해주시겠어요? 8》(하토리 미츠루/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2)을 돌아본다. 마무리로 나아가면서 줄거리도 이럭저럭 자리잡는구나 싶다. 진작에 이렇게 짜면 될 텐데, 군말 같은 그림을 너무 늘였다. 일본에서 으레 ‘서비스컷’이라 이름을 붙이는 ‘매끈한 몸매를 드러내며 몸을 씻는 그림’을 자꾸 끼워넣는 대목은 언제 보아도 얄궂다. 열걸음에 이르는 동안 ‘서비스컷’만으로도 낱책 하나만큼 나올 듯싶다. 아다치 미츠루 같은 이도 ‘서비스컷’으로 자리를 채우는데, 부디 샛길로 빠지지 말고, 차분히 줄거리를 들려줄 노릇이다. 손끝이 닿기에 티끌도 부스러기도 치운다. 손길이 닿으면서 새삼스레 정갈하다. 바야흐로 손빛으로 피어나기에 스스로 오늘 하루를 새롭게 일으킨다.


ㅍㄹㄴ


“춤 잘 추시네요. 혹시 프로인가요?” “이쪽 춤은 취미∼. 근데 언니는 세탁소 일한 지 오래됐어?” 19쪽


“세탁소에 맡기면 이렇게 되는구나∼.” “세탁은 물론 마무리 건조도 꼼꼼하게 작업하고 있답니다.” 23쪽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요?” “으음― 난 들어온 거로 치면 2년쯤 됐나.” 44쪽


#綺麗にしてもらえますか #はっとりみつる #服部充


+


이렇게 색이 진한 아우터의 경우엔

→ 이렇게 짙은빛 마고자라면

→ 이렇게 짙은물 겉옷은

13쪽


하지만 견습이 아니어도 별 상관이 없어

→ 그렇지만 곁일꾼이 아니어도 돼

→ 그런데 도움지기가 아니어도 돼

42쪽


의류와 마찬가지로 땀과 피지로 오염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빨아주는 게 좋아요

→ 옷과 마찬가지로 땀과 살기름이 묻기 때문에 꾸준히 빨아야 해요

→ 옷과 마찬가지로 땀과 살갗기름이 타기 때문에 틈틈이 빨아야 해요

66쪽


사람들한테 의외로 많은 축하를 받았네

→ 뜻밖에 다들 몹시 기뻐해

→ 오히려 둘레에서 반겨 주셨네

→ 되레 이웃들이 고맙게 베푸셨네

→ 거꾸로 이모저모 잔뜩 받았네

9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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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4.11.


《딸아이의 언어생활탐구》

 박진명 글, 호밀밭, 2020.10.9.



비는 가셨되 구름이 짙다. 뭇새가 우리집을 모임터이자 놀이터이자 집으로 삼는다. 큰아이하고 곁님이 뱁새가 마당에 내려앉아 노는 모습을 한참 지켜본다. 사람이 마당으로 내려서면 어느새 호도독 달아나고, 다시 사람이 집으로 들어가면 토도독 날아앉는다. 이제 개구리소리가 낮부터 저녁에 이어 밤까지 번진다. 바야흐로 개구리밤으로 접어드는구나. 《딸아이의 언어생활탐구》을 읽었다. 바깥일을 하는 몸이라서 아이를 늘 마주하지는 못 하더라도, 아이하고 어울리는 동안 아이 말씨를 귀담아듣고서 차근차근 새기는 이야기가 반갑다. 아이는 언제나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는지 지켜본다. 아이 말씨를 귀여겨들을 적에는 언제나 “내가 늘 읊는 말씨를 아이가 모조리 받아들인다”는 마음으로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밝히는 빛나는 씨앗을 이룰 말결로 가다듬으며 날마다 어버이부터 말을 새로 배우는 눈망울”로 설 노릇이다. 아이 곁에서 살아갈 적에는 아이를 가르치거나 이끌 뿐 아니라, 아이한테서 배우는 몫이 크다. ‘언어생활탐구’보다는 ‘아이하고 우리말을 새롭고 즐겁게 배우는 보금자리’로 나아가면 되지. 아이는 엄마아빠랑 놀고픈 마음이요, 엄마아빠랑 말놀이를 펴고 싶은 꿈을 그리니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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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5배' 내면 1년만에 해외 졸업장...학위 장사 의혹

https://n.news.naver.com/article/660/0000107104


트럼프 "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안하는게 좋을것" 경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013325?rc=N&ntype=RANKING


이란 최고지도자 "호르무즈 관리 수준 새로운 차원 격상"(종합)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013285?rc=N&ntype=RANKING


“중3 아들이 안 간대요”…60만 원 수학여행비에 ‘발칵’ [잇슈#태그]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2159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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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발 불량하다"며 군무원 감봉 2개월‥재심사서 '1개월' 감경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491918


김창민 감독 가해자, '소주병 폭행' 집유 중 또 범행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6254286?sid=102


“저는 김창민 감독 살해범입니다” 유튜브 방송 한 가해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70021?sid=102


“만취女 도와줬더니 변태 취급”… 분노의 글 올린 입주민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23/0003969933?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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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추경'의 불편한 진실…25조 넘는 세수 오차가 자랑이라니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126523


[단독] 인권위, 김예지 의원 겨냥 '장애 비하' 박민영 대변인 발언 진정 각하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436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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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날리면



  사흘 앞서 거의 다 쓴 글을 단추 하나 잘못 눌러서 날렸다. 늘 글을 쓰노라면 즐겁게 맺기도 하지만 뜬금없이 날리기도 한다. 날린 글을 문득 돌아본다. 처음부터 아예 새롭게 쓰라는 뜻이지 싶다. 어찌저찌 살리려고 용쓰지 말고, 새마음 새눈 새손길로 차분히 쓰라는 뜻일 테지.


  모두가 반기는 글이 있을 테고, 웬만하면 안 반기는 글이 있다. 숱한 사람이 챙겨읽는다지만 누구한테 이바지하는지 모를 글이 있고, 찾아읽는 사람이 적으나 더없이 알찬 글이 있다. 누구는 ㅈㅈㄷ에 실린 글이라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누구는 ㅎㄱㅇ에 실렸으니 그냥 젖히고, 누구는 어느 종이에도 안 실렸으니 값어치없다고 여긴다.


  어제아침에 텃노랑(토종노랑민들레) 씨공을 하나 끊고서 집 곳곳에 새로 심었다. 오늘도 씨공 하나를 끊으려다가 그대로 놓았다. 아이들한테도 맡겨야지. 혼자 다하지 말자. 혼자 씨묻기를 누리지 말자. 동그란 민들레씨공을 손바닥으로 살며시 감싸면 몹시 따뜻하다. 흰공을 이룬 민들레씨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손바닥을 거쳐서 온몸으로 훅 퍼뜨린다. 민들레씨를 한 톨씩 톡 뽑아서 흙바닥에 살살 놓으면 “아! 아! 이곳이 내가 깃들어서 새롭게 살아갈 터전인가!” 하면서 기뻐한다.


  오늘은 고흥읍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16:40 버스가 없는 줄 엊그제 ‘읍내 버스나루 종이 알림쪽 잔글씨’로 보았다. 이런 일이야말로 마을알림을 할 노릇이지만, 버스길을 알리는 마을알림은 지난 열여섯 해 동안 아예 없다. 이 알림글을 못 봤으면 오늘 14:05나 15:05 시골버스로 읍내마실을 갔다가 “왜 또 버스가 안 와?” 하다가 하염없이 기다리며 지칠 뻔했다. 아무튼 오늘은 옆마을로 달려가서 12:20 시골버스를 잡는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는다. 돌아올 버스는 14:40이다.


  숨돌리고서, 거닐면서, 볼일을 마치고서, 저잣마실을 보고서, 스웨덴 어린이책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 한 자락을 다 읽는다. 아름답네. 아름다워. 이렇게 아름다이 이야기를 여미는 손끝이 반갑고, 퍽 깔끔이 한글로 옮긴 손길이 고맙다. 이다음으로 읽을 책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당신을 위한 기후 학교》도 손에 쥔다. 이야기꽃(인문강의)을 편 글인데, ‘나라한테 외칠 일거리’가 아닌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몸소 할 작은일’이 무엇인지 짚는다면 한결 나으리라고 본다.


  바람이 싱그럽다.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칠 듯하지만 좀처럼 얼굴을 안 내민다. 읍내에서 제비를 세 마리 만난다. 아직 세 마리뿐이지만, 올해에 읍내제비를 세 마리 보았으니 고마운 노릇이다. 묵직한 등짐을 이고서 뚜벅뚜벅 걷는다. 버스를 탄다. 마을앞에 내린다. 새바람과 새소리를 맞이한다. 박새가 꽁지를 까딱이며 노래한다. 직박구리가 후두둑 크게 소리내며 날아간다. 슬슬 논삶이에 모내기를 하는 철인데, 사람소리는 하나도 없이 흙수레(농기계)하고 삽차 소리만 커다랗다. 2026.4.13.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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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10 서로 길잡이

책벌레수다 : 보임꽃 〈모아나〉를 읽기



  길만 잡는다고 해서 ‘길잡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길을 잡거나 알리는 몫이라면 ‘길알림’이다. ‘길찾기’처럼 길을 돕는 연장에서 그치면 ‘길알림’이다. ‘길잡이’는 꼭 길만 찾거나 알리지 않을 뿐 아니라, 길을 못 찾거나 함께 헤매거나 어디로 가야 할는지 못 알릴 수 있다. 길잡이라는 이름일 적에는 언제나 스스럼없이 먼저 나서서 이슬을 받는 몫이다. ‘길잡이 = 이슬받이·이슬떨이’인데, 제아무리 먼저 이슬을 받으면서 어두운 새벽길을 앞장선다고 하더라도 뜬금없거나 엉뚱한 샛길에 빠질 수 있다. 길잡이란 옹근 사람이지 않다. 길잡이는 어수룩하거나 모자란 사람이게 마련이다. 함께 헤매고 함께 살피고 함께 걸으면서 함께 배울 줄 알되, 걱정하거나 두려운 사람들 앞에서 빙그레 웃으며 먼저 가시밭에 발을 내딛기에 길잡이라고 한다.


“우리 지금은 이렇게 서로 얘기하고 있지만, 반도 다르고 해서, 이런 일이 없었다면 평생 서로 얘기할 일도 없었을 것 같아.” 《조난입니까? 2》 152쪽


  우리는 일본말씨를 받아들여서 ‘교사·선생’ 같은 이름을 쓰는데, ‘가르침이’나 ‘앞사람(먼저 태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만으로는 어린이와 푸름이를 이끌기 어렵다고 느낀다. 배움터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라면 ‘길잡이’일 노릇이라고 본다. 길잡이 스스로 늘 헤매게 마련이고, 참으로 아직 잘 모르기 일쑤이기에,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되묻고 스스로 돌아보면서 길풀이를 여미는 몫이면 된다. 이리하여 길잡이는 어느 쪽에도 안 서는 사람이다. 길은 하나가 아닌 터라, “이쪽 길잡이”나 “저쪽 길잡이”가 아닌, “어린이 길잡이”나 “푸름이 길잡이”이면 된다. 예부터 모든 어버이는 처음부터 “빈틈없으면서 다 깨달은 사람”이지 않다. 어버이는 아기를 밸 무렵부터 삶을 배우고, 아기를 낳을 즈음부터 살림을 익히고, 아기가 자라나는 동안 사랑을 나누고 누리는 하루를 짓는다. 어른과 어버이와 길잡이는 나란하다. 셋 모두 ‘빈틈있는’ 사람이요 자리에 삶길이다. 빈틈이 있기에 허술하거나 모자라고, 허술하기에 차분히 가다듬으며, 모자라기에 차근차근 북돋운다.


“더 이상은 무리야. 이제 끝이구나.” “괜찮아. 그 어떤 상황에서든 뭔가 방법은 있는 거니까, 시온.” 《조난입니까? 3》 87쪽


  보임꽃 〈모아나〉가 있다. 대단히 잘 나온 보임꽃이다. 모아나 할머니는 이미 다 알지만 굳이 다 물려주지 않는다. 모아나 할머니는 넌지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할머니 꿈’을 아이한테 밝힌다. 그리고 할머니 스스로 이룬 꿈을 너른바다에서 몸소 보여주면서 다시 길잡이 노릇을 하는데, 귀띔만 할 뿐 실마리를 다 알려주지 않는다. 모아나 어버이는 이미 바닷길을 잊고 잃었다. 모아나뿐 아니라 모아나 어버이나 섬사람 모두 바닷살림을 못 한다. 그렇지만 모아나는 목숨을 걸고서 바닷길을 열려고 나선다. 다만 바닷길로 나서는 첫고비부터 못 넘고서 끝없이 자빠지고 넘어지고 부딪히는데, 마침내 스스로 부딪혀서 온몸으로 배운 끝에 너른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모르기에 배우려고 하는 아이가 모아나요, 모르는데 모르는 줄 잊어버린 어른이 ‘모아나 엄마아빠’이며, 이미 알지만 ‘아이 스스로 몸으로 부딪히고 마음으로 익히기를 바라는 뜻’을 꿈씨앗으로 물려준 할머니이다. 옛날 옛적에 바닷길을 연 먼먼 어버이도 처음에는 자빠지고 부딪히면서 바닷길을 익혔기에, 모아나도 옛사람과 나란히 ‘자빠지고 부딪히는 온몸과 온마음’으로 처음부터 새로 익혀야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아나〉라고 하겠다.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모아나는 내가 기대하던 그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그 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섬을 구하겠다며 뛰쳐나온 주제에 배 하나 다룰 줄 모르는 게 말이나 되는가?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98쪽


  사람은 누구나 처음 태어날 적에 아름답다. 아름다운데 참으로 조그마한 몸을 입고서 아기부터 다시 삶을 연다. 우리가 아름다운 빛이 아니라면 아기로 안 태어난다고 느낀다. 우리가 아름다운 빛살인 터라 언제나 처음으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새롭게 한다. 한겨레는 열둘쨋달인 첫겨울을 ‘섣달’이라고 이름을 따로 붙인다. 열두달 가운데 끝달한테만 이름이 따로 있다. 새해로 접어드는 한겨울은 첫쨋달 가운데 첫날에는 따로 ‘설날’이라는 이름이 있다. 그리고 가을걷이를 하고서 갈무리까지 마친 한복판에 ‘한가위’라는 이름이 있다. 한겨레는 한 해 가운데 꼭 두 날에만 이름을 따로 붙이는데, ‘섣달·설날’은 끝이자 처음인 얼개요, 즐겁게 맞물리면서 새롭게 잇는 길목을 나타낸다. 서기에(멈춰서기에) 선다(일어선다)는 뜻을 담고, ‘선’을 보인다고 하듯 새롭게 보이는 봄으로 나아간다는 수수께끼를 들려준다.


그럼 산소나 질소를 포함한 많은 원자들은 왜 혼자 고독을 즐기지 않고 다른 원자들과 만나 결합하여 분자나 고체를 만드는 걸까? 그건 바로 서로 연결되어 결합을 해야만 더 안정적인 상태로 바뀌기 때문이지. 《양자역학 쫌 아는 10대》 108쪽


  섣불리 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느끼니, ‘값있’거나 ‘뜻있’다고 여기는 일만큼은 안 해야지 싶다. 값있거나 뜻있다고 여기면 그만 금(계급·등수)을 긋고 만다. 더 값있고 뜻있는 일부터 해야 마땅하다고 여기느라 그만 덜 값있거나 그리 뜻없다고 여기는 일은 꼬랑지로 밀리거나 아예 잊히거나 팽개치고 만다. 작은뜻(소수의견·소수자)을 아끼고 북돋우려면 ‘값·뜻·금’이 아닌 ‘빛·씨·말’을 바라볼 노릇이다. 이쪽에서 작은뜻이 값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저쪽에서 큰뜻이야말로 값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싸운다. 죽도록 피튀기며 싸우지. 이쪽에서 작은목소리를 아끼자고 외치면, 저쪽에서 큰목소리를 왜 안 듣느냐며 다툰다. 물어뜯고 치고받고야 만다. 함께 나설 일이 아니라, 먼저 해야 한다고 금을 긋는 터라, 줄줄이 밀리는 일이 수두룩한데, 끝으로 밀리는 일이란 으레 ‘들숲메바다’를 푸르게 돌보는 길이기 일쑤이다. ‘어린이 목소리’를 나라지기가 받아들이는 일은 아주 못 본다. ‘푸름이 목소리’를 고을지기나 벼슬아치가 먼저 찾아가서 챙기는 일도 아주 못 본다.


얘들아, 많이 먹고 똥 누거라. 그래도 돼. 그게 너희 일이니까. 내일도 모레도 밥 줄게. 나는 소치기니까.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여기 있을 거란다.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희망의 목장》 32쪽


  우리는 서로 길잡이로 설 노릇이다. 아이어른이 함께 배우면서 함께 자라듯, 우리는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어깨동무를 하면 된다. 이를테면 ‘차별금지법’이 아닌 ‘아름길’과 ‘사랑길’을 이야기하면 된다. “이렇게 하니까 따돌림짓이고, 이때에는 값을 톡톡히 치르시오!” 하고 윽박지르면 불싸움이 붙는다. 이와 달리 “이렇게 하기에 아름답고 사랑입니다. 이렇게 하면 서로 즐겁게 어울립니다.” 하고 들려주고 북돋우면 어느새 모든 ‘불씨’가 누그러들면서 ‘풀씨’로 바뀐다.


《조난입니까? 2》(사가라 리리·오카모토 켄타로/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19.1.17.)

《조난입니까? 3》(사가라 리리·오카모토 켄타로/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19.3.12.)

#ソウナンですか? #岡本健太郞 #さがら梨?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홍혜은과 아홉 사람, 동녘, 2017.12.20.)

《양자역학 쫌 아는 10대》(고재현, 풀빛, 2023.5.10.)

《희망의 목장》(모리 에토 글·요시다 히사노리 그림/고향옥 옮김, 해와나무, 2016.2.24.)

#希望の牧場 #森繪都 #吉田尙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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