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쥐구멍찾기



  우리집 어디에 쥐구멍이 있나 하고 한참 두리번했다. 처마밑 빈틈은 메웠으나 간밤에 또 들어오더라. 아침에 보니 처마밑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어디일까? 곰곰이 하나씩 짚자니 집 뒤쪽에 큰 구멍이, 아니 큰 바람길이 둘 있다. 꽤 예전에 ‘다른 아궁이’로 삼아 불을 때던 데에 바람길이 멀쩡히 둘이나 있구나. 이 큼직한 바람길을 왜 여태 못 알아보았을까.


  작은아이더러 길이를 재라고 이른다. 나는 못을 사러 읍내로 나온다. 언제나처럼 걸으면서 읽는다. 손이 얼면 입김으로 녹인다. 녹이고서 읽고 다시 얼고, 거듭 녹이고 새로 얼고, 책벌레 손가락은 여름내 땀으로 젖더니 겨우내 꽁꽁 차갑다. 《생명의 여자들에게 : 엉망인 여성해방론》(다나카 미쓰/조승미 옮김, 두번째테제, 2019)을 어제부터 읽는다. “いのちの女たちへ: とり亂しウ-マン·リブ論(1972)”을 옮긴 책이다. 이런 책을 옮기는 펴냄터가 있으니 놀랍고, 판끊기지 않아서 고맙고, 겨울바람을 녹이는 줄거리가 반갑다.


  암꽃도 숨빛이요 수꽃도 숨빛이다. 암수는 모두 꽃이면서 숨결이다. 둘은 참 다르기에 늘 만나서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 멀리하거나 등지거나 말을 안 섞을수록 서로 모르고 갇히고 휩쓸린다. 스스로 꽃인 줄 모르기에 함부로 굴고 얼뜬짓을 한다. 몸소 꽃인 줄 안 바라보니까 서로 할퀴고 괴롭히고 등치고 미워하고 밟는다. 스스로 꽃인 줄 알기에 온나날을 반짝이며 향긋이 노래하지. 몸소 꽃이라고 알아보니 벌나비를 부르면서 언제나 웃음짓고 노래하는 오늘을 사랑한다.


  작지도 얇지도 않은 책을 왼손에 쥐고서 오른손에는 붓을 잡는다. 걸으며 읽으면 왼팔이 저린다. 이때에는 오른손으로 바꿔쥔다. 두 손을 갈마들며 글씨를 쓴다. 두 손으로 쓰고 빚고 짓고 돌본다. 두 손으로 가꾸듯 두 발로 걷고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는다.


  시골 읍내 버스나루는 시끄럽다. 워, 서울도 시끄럽지. 온나라가 다 시끄럽다. 한겨울 찬바람이 노랫가락으로 흐르고 까마귀떼가 신나게 웃으나. 겨울노래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잘 안 보인다. 다만, 어깨동무하는 글을 쓰는 이웃이 있으니, 틀림없이 겨울가락을 기다리고 반기는 살뜰한 이웃도 곳곳에 있으리라. 오늘 나는 이 겨울에 겨울빛을 바라본다. 봄에는 봄잎을 보고, 여름에는 여름새를 보고, 가을에는 가을풀벌레를 본다. 오늘 이곳에서는 나를 보면서, 나를 마주보는 너를 본다. 이제 우리 마을로 돌아가는 시골버스가 들어온다. 사뿐사뿐 올라탄다. 등짐을 내려놓고서 하루글을 쓴다. 2026.1.12.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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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12. 동시를 영어로 옮기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올해(2026)에 드디어 첫 그림책이 태어납니다. 제가 그림을 맡지는 않았고, 우리집 두 아이가 그림을 맡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글만 맡았고, 미국에 계신 먼 이웃님이 그림을 맡아 주었습니다. 글그림을 놓고서 펴냄터와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영어로도 슬쩍 붙여 주면 어떨까요?” 하고 여쭈면서, 섣달 이야기 한 꼭지를 영어로 옮긴 글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펴냄터에서는 한글과 영어가 나란한 그림책이 꽤 즐거우리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이웃님이 영어로 옮긴 노래(동시)를 읽다가, 어쩐지 가락이나 결이나 이야기하고 많이 안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지난 사흘 동안 끙끙끙 힘을 내어 한글노래를 영어노래로 옮겨 보았고, 이제 펴냄터로 영어노래를 보냅니다.


  우리는 한글로 말을 옮길 적에 누구나 다릅니다. 우리말을 영어로 옮길 적에도 모든 사람이 다르게 옮길 테지요. 또한 미국책이나 일본책을 우리글로 옮길 적에는 옮김이마다 다 다르게 풀어내게 마련입니다. 손수 쓴 글이라면, 영어로 옮기는 일도 손수 해야 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나중에 일본글로 옮길 일이 있다면, 그때에도 여러 날 끙끙 앓으면서 손수 옮겨야 하겠지요.


  모든 나라 모든 말은 다르되, 담는 마음은 나란합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영어나 일본글로 옮길 적에 다르고, 거꾸로 영어나 일본글을 우리글로 옮길 적에 다릅니다. 똑같다면 바보스러운 장난이라고 느껴요. 이렇게 옮길 적하고 저렇게 옮길 적이 왜 다른가 하면,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거든요. 저마다 다른 사람이기에 옮김말은 마땅히 다 달라야 맞습니다. 에이아이(AI)한테 옮기기를 맡기면 된다고 터무니없이 외치는 분이 제법 있는 듯한데, 에이아이는 ‘10%’ 쯤은 그럭저럭 ‘뜻만 얼핏 알 만큼’ 옮길 수는 있되 ‘90%’는 아예 못 옮기거나 엉뚱하게 잡는다고 느낍니다. 사람이 할 일은 사람이 할 노릇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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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Winter (December)

You think, the End
But, this is the First
You think, a Beginning of the Cold
But, this is a First Road of the Dream

It teach, the White is Twinkle
It teach, the Calm is Beautiful
It teach, this Time is Sharing
It teach, a Past-Walk and New-Walk

The Sun is Very Small
But, We See a Big New Year
The Dark is a Very Deep
But, We See a New Light

The Seed of Dream is to Relax
Wake up in the Morning
Kiteflying, Skating, Flutter
Just the Thought of it, this Time

처음 쓴 한글노래는 어떠할까요?
이 영어노래를 보면서
한글로 어떻게 적었는지
헤아려 볼 수 있을는지요?
또는 이 영어를 우리말로 옮겨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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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백덤블링back tumbling·백턴back turn



백덤블링 : x

back tumbling : x

back turn : 1. 역권선(逆捲線) 2. (갔던 길을) 되돌아오다/~을 되돌리다[되돌려 보내다]

バク-轉 : 백턴. 백덤블링

バック·タ-ン : x



영어 ‘tumbling’을 ‘덤블링’으로 소리낸다면 일본말씨입니다. 영어 낱말책에 없는 ‘백덤블링’은 그냥 일본말씨요, 영어로는 ‘back turn’쯤 될 테지요. 우리말로 하자면 ‘뒤돌아뛰기·뒤돌아뛰다’나 ‘뒤돌뜀·뒤돌뛰기’입니다. ‘뒤로 뛰다·뒤뛰다·뒤뜀·뒤뛰기’라 할 만해요. ‘뒤로 빙글·뒤로 뱅글·뒷빙글·뒷뱅글’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그 공연에서 처음으로 백덤블링을 성공했어

→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뒤돌아뛰기를 해냈어

→ 그 판에서 처음으로 뒤로 빙글 돌았어

《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후쿠야마 료코/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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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시대정신



 시대정신의 흐름 → 가는 흐름 / 삶흐름 / 살림흐름 / 흐름빛 / 물결흐름

 시대정신에 역행하다 → 길빛을 거스르다 / 바람을 뒤엎다


시대정신(時代精神) : 한 시대의 사회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거나 특징짓는 정신



  따로 낱말책에까지 싣는 ‘시대정신’입니다만, 이런 일본말씨를 쓰기보다는 우리말을 하나씩 짚으면서 때와 곳을 살릴 만합니다. ‘가는곳·가는길·가는데·가려는 곳·가려는 길’이나 ‘지나다·지나가다·지나오다’나 ‘가다·갈곳·갈길·가리키다’로 손질합니다. ‘흐르다·흐름·흐름결·흐름길·흐름물·흐름빛’이나 ‘흐름판·흘러흘러·흘러가다·흘러들다’로 손질하고요. ‘걷다·걸어다니다·걸어가다·걸어오다’나 ‘걸음·걸음걸이·걸음결·걸음새·걸음나비·걸음꽃·걸음빛·걸음보’로 손질해요. ‘길불·길불빛·길빛’이나 ‘길잡이·길라잡이·길앞잡이·길잡님·길님’이나 ‘길잡이불·길잡이빛·길눈이·건널불’로 손질할 만합니다. ‘거리너울·거리물결·길너울·길물결’이나 ‘녘·쪽·켠·단추·뜻·실마리·-에게·-한테’로 손질해도 되어요. ‘생각·생각꽃·생각꽃씨·생각씨·생각씨앗·생각그림’이나 ‘들려주다·밝히다·알려주다·알리다·아뢰다’로 손질할 만해요. ‘뚜벅이·뚜벅·뚜벅뚜벅·뚜벅꽃’이나 ‘마음길님·마음길지기·마음꽃님·마음꽃지기·마음밭님·마음밭지기’로 손질하지요. ‘발·발걸음·발길·발씨’나 ‘발자국·발자취·발짝·발짓·발결·발소리’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바람·바람길·바람꽃·물결·물꽃·물살’로 손질하고, ‘빛살·빛발·빛줄기’나 ‘살림·살림길·살림소리’로 손질합니다. ‘삶·삶길·사는길·삶꽃·삶소리’나 ‘삶맛·삶멋·살아갈 길·살아온 길’로 손질하고, ‘일·일꽃·일길·일꽃길·일살림·일품’으로 손질하지요. ‘있다·자국·자리·자취’나 ‘키·키잡이·키를 잡다·키질’로 손질하고, ‘풀이·풀이하다·풀이꾼·풀이님·풀이꽃’으로도 손질하고요. ㅍㄹㄴ



소비가 미덕인 시대 정신에는 역행하는 것일지 모르나, 이름뿐인 생태주의보다 삶의 내용이 훨씬 알차다

→ 많이 써야 좋다는 물결을 거스를는지 모르나, 이름뿐인 들꽃길보다 훨씬 알차다

→ 많이 써야 한다는 바람과 다를는지 모르나, 이름뿐인 푸른길보다 훨씬 알차다

《농부의 밥상》(안혜령, 소나무, 2007) 116쪽


이른바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다면

→ 이른바 삶길이라고 있다면

→ 이른바 삶꽃이 있다면

→ 이른바 흐름빛이 있다면

→ 이른바 길잡이가 있다면

《안철수의 힘》(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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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블루칼라blue-collar



블루칼라(blue-collar) : 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 노동자. 푸른 작업복을 입는 데서 유래한다

blue-collar : 1. 블루칼라[육체노동자]의 2. 육체 노동자

ブル-カラ-(blue-collar) : 1. 블루칼라 2. 생산직 노동자. 현장 노동자



깃이 푸르다고 해서 ‘blue-collar’라 합니다. 이러한 옷을 차려입고서 일한다면 ‘푸른옷·풀빛옷’이나 ‘푸른깃·풀빛깃’이라 하면 됩니다. ‘푸른옷일꾼·풀빛옷일꾼’이나 ‘푸른옷꾼·풀빛옷꾼’이라 할 수 있어요. ‘푸른깃꾼·풀빛깃꾼’이라 해도 어울려요. ㅍㄹㄴ



케루악의 블루칼라 성향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 푸른옷 자리에 서는 케루악을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 풀빛옷꾼 쪽에 있는 케루악을 다뤄 보고 싶은데요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애덤 바일스/정혜윤 옮김, 열린책들, 2025)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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