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분단 分斷


 국토 분단 → 나뉜 나라 / 갈린 땅

 민족 분단의 시련 → 겨레가 조각난 아픔

 분단된 나라 → 잘린 나라 / 끊긴 나라 / 동강난 나라

 남북으로 분단하다 → 마높으로 가르다 / 둘로 떨어지다


  ‘분단(分斷)’은 “동강이 나게 끊어 가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르다·가름·가르기·가름길’이나 ‘갈라내다·갈라놓다·갈라치다·갈라서다·갈라지다·갈리다’로 다듬습니다. ‘골깊다·골이 깊다·구멍·구멍나다·구녁·구녁나다’나 ‘끊다·끊기·끊음·끊기다·끊어내다·끊어지다·끊긴끈’으로 다듬어요. ‘금긋다·금긋기·금을 긋다·동강나다·두 동강이 나다’나 ‘나누다·나눔·나누기·나뉘다·나뉜곳·나뉜나라·나뉜길’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동떨어지다·떨어지다·떨구다·떨어뜨리다·떨어트리다’나 ‘둘·두·두빛·둘씨·둘쨋씨·모둠’으로 다듬어도 되어요. ‘뒤틀다·뒤틀리다·비틀다·비틀리다’나 ‘멀다·멀디멀다·머나멀다·멀어지다·벌어지다·벌이다’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자르다·잘라내다·잘리다·쪼개다·쪼개지다’나 ‘조각나다·조각내다·조각조각·조각나라’로 다듬지요. ‘조각누리·조각몸·조각보·조각보자기’나 ‘짜개다·짜개·째다·쩍·쩍쩍’으로 다듬으면 됩니다. ‘빼내다·빼돌리다·빼다·빼놓다·빼먹다·뺄셈’이나 ‘사이·틈·틈바구니·틈새’로 다듬고, “사이가 나쁘다·사이가 안 좋다·나쁜 사이”로 다듬습니다. ‘솎다·솎아내다·어그러지다·어긋나다·팔랑거리다·펄렁거리다’나 ‘틀리다·틀림·틀려먹다·틀어지다’로 다듬기도 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분단’을 둘 더 싣지만 다 털어냅니다. 나누면 ‘나누다’라 하면 되고, 모으거나 묶는 칸은 ‘모둠’이나 ‘무리’나 ‘동아리’라 하면 됩니다. ㅍㄹㄴ



분단(分段) : 1. 사물을 여러 단계로 나눔. 또는 그 단계 2. 내용에 따라 문단을 몇 단락으로 나눔. 또는 그 단락 3. [불교] 육도(六道)에 윤회하는 범부가 각기 업인(業因)에 따라서 받게 되는 목숨의 길고 짧음의 분한(分限)과 신체의 크고 작음, 가늘고 굵음의 형단(形段)

분단(分團) : 1. 하나의 단체를 몇 개의 작은 단위로 나눔. 또는 그 집단 2. [교육] 한 학급을 보다 작은 단위로 나누는 일. 또는 그 단위



6·25 전쟁으로 말미암아 우리 민족의 분단이 굳어졌어요

→ 6·25 싸움으로 말미암아 우리 겨레는 아주 쪼개졌어요

→ 6·25 싸움으로 말미암아 우리 겨레는 둘로 갈라섰어요

→ 6·25 싸움으로 말미암아 우리 겨레는 그만 갈라졌어요

《참 좋다! 통일 세상》(임수경, 황소걸음, 2003) 47쪽


첫째는 분단국가 중심의 국가주의적 이해가 민족주의적 이해인 것처럼 혼동된 점이며

→ 첫째는 조각나라에서 나라먼저를 외쳐야 겨레한테도 좋은 듯 헷갈렸으며

→ 첫째는 갈린터에서 나라를 앞장세워야 겨레한테도 이바지한다고 잘못 알았으며

《한국민족운동사론》(강만길, 서해문집, 2008) 34쪽


정부 수립 과정이 곧 분단 수립 과정이었다는 엄연한 사실

→ 나라를 세운 길이 곧 끊어낸 길이라는 대목

→ 나라를 세운 얼개가 그야말로 잘라냈다는 대목

《10대와 통하는 사회 이야기》(손석춘, 철수와영희, 2015) 35쪽


우리나라의 해방과 분단 과정을 제대로만 다뤄 준다면

→ 우리나라가 풀려나고 동강난 길을 제대로만 다룬다면

→ 우리나라가 빗장풀고 잘린 얼개를 제대로만 다룬다면

《통일 교육 어떻게 할까?》(김현희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16) 42쪽


해안도로에는 분단의 비극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 바닷가길에는 갈라진 설움이 아직도 있다

→ 바닷가길에는 갈린 눈물이 아직 남았다

《50대 청년, 대한민국을 걷다》(김종건, 책미래, 2018) 285쪽


분단의 장벽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었군요

→ 가르는 금은 사람들 마음에 있군요

→ 금긋는 담은 우리 마음에 있군요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문익환, 사계절, 2018) 149쪽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공식 국가(國歌)로 사용됨을 알게 되고

→ 동강난 우리나라에서 널리 나라노래로 삼는 줄 알아차리고

→ 조각난 이곳에서 두루 나라가락으로 받아들인 줄 알아채고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임진택,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 239쪽


많은 사람들은 분단이 일시적이고 이런 갈등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사람들은 한때 갈라설 뿐이고 이런 다툼질도 만나서 말로 풀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사람들은 살짝 쪼갤 뿐이고 이렇게 다퉈도 만나서 얘기로 풀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김한종, 책과함께어린이, 2021) 10쪽


분단된 땅에 살던 그는

→ 나뉜 땅에 살던 그는

→ 그는 갈린 땅에 살다가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고선주, 걷는사람, 2023) 81쪽


나는 금방 그녀를 잊었고 내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망각했다

→ 나는 곧 그사람을 잊고 내가 두나라에 사는 줄 잊었다

→ 나는 이내 그분을 잊고 내가 조각나라에 사는 줄 잊었다

→ 나는 벌써 그이를 잊고 내가 나뉜나라에 사는 줄 잊었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조승리, 세미콜론, 2025)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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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로켓rocket



로켓(locket) : 여자 장신구의 하나. 사진이나 기념품, 머리카락 따위를 넣어 목걸이에 다는 작은 갑으로, 모양이 여러 가지이며 보통 금이나 백금으로 만든다

로켓(rocket) : 고온 고압의 가스를 발생·분출시켜 그 반동으로 추진하는 장치. 또는 그런 힘을 이용한 비행물. 연료의 연소에 필요한 산소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기상 관측, 우주 개발, 무기 따위에 이용한다

rocket : 1. 로켓 2. 로켓탄, 로켓 추진 미사일 3. 치솟다, 급증[급등]하다

ロケット(rocket) : 1. 로켓. 연료의 연소에 의하여 가스를 분출하여 그 반동으로 추진하는 비행 물체. 또 그 추진 기관 2. (샐러드용의) 십자화과의 식물 3. 나도냉이



영어 ‘로켓’을 우리 낱말책에 두 가지 싣는데, ‘locket’은 그냥 털어낼 노릇이고, ‘rocket’은 몇 가지 쓰임새를 살펴서 ‘누리배·하늘배·하늘날개·하늘나래’나 ‘별나래·별날개·별배’로 손봅니다. ‘쏘다·쏘아대다·쏘아붙이다’나 ‘쏜살·쏜살같다·쏜살같이·쏜살로·쏜살처럼’으로 손보지요. ‘화살·화살꽃·화살금·화살말’이나 ‘꽝·꽝꽝·펑·펑펑’으로 손봐도 됩니다. ‘불·불나다·불내다·불붙다·불지르다’나 ‘불덩이·불더미·불공·불화살·불살’로도 손봐요. ‘빨리·빨리빨리·얼른·얼른얼른’으로 손볼 수 있고, ‘재빠르다·재빨리·잽싸다’나 ‘튀다·튀어오르다·튀어나가다·튀는씨·튀는이’로 손보면 됩니다. ㅍㄹㄴ



하늘을 나는 로켓을 만들 거야

→ 하늘을 나는 배를 짓겠어

→ 하늘배를 지을 테야

《숲을 그냥 내버려 둬!》(다비드 모리송/편집부 옮김, 크레용하우스, 1998) 19쪽


로켓이나 인터넷을 개발하려고 전쟁을 벌인 건 아니잖아

→ 쏜살이나 누리그물을 하려고 싸우진 않았잖아

→ 불화살이나 누리길을 열려고 싸우진 않았잖아

《10대와 통하는 윤리학》(함규진, 철수와영희, 2012) 130쪽


그럼 왜 로켓에 타려고 그래?

→ 그럼 왜 별배에 타려고 그래?

→ 그럼 왜 누리배에 타려고 해?

《트윈 스피카 3》(야기누마 고/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3) 64쪽


그리고 시소는 로켓 발사대, 그네는 정글의 나무덩굴

→ 그리고 널방아는 불살틀, 그네는 숲에서 나무덩굴

→ 그리고 널틀은 쏜살틀, 그네는 푸른숲 나무덩굴

《유리가면 49》(미우치 스즈에/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3) 10쪽


그나저나 TV 뉴스에선 원시적인 로켓과 아이돌 이야기만 나오더군

→ 그나저나 새뜸에선 낡은 하늘배와 샛별 이야기만 나오더군

→ 그나저나 새뜸에선 케케묵은 별배와 샛별 이야기만 나오더군

《은하패트롤 쟈코》(토리야마 아키라/정은서 옮김, 서울문화사, 2015) 33쪽


우리 셋은 또 발사된 로켓처럼 튀어 나갔다

→ 우리 셋은 또 펑 튀어나갔다

→ 우리 셋은 또 잽싸게 튀어나갔다

→ 우리 셋은 또 얼른 튀어나갔다

→ 우리 셋은 또 쏜살같이 갔다

→ 우리 셋은 또 튀어나갔다

《운동장은 사라졌지만》(박효미, 여름꽃, 2026)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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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부침 浮沈


 마지막 부침을 보고 있는 것 같다 → 마지막 물결을 보는 듯하다

 부침하는 작은 배처럼 → 오르내리는 작은배처럼 / 찰랑이는 작은배처럼

 당쟁으로 인한 세력의 부침 → 무리다툼 탓에 너울대는 힘

 부침을 거듭하다 → 거듭 춤추다 / 거듭 출렁이다 / 거듭 널뛰다

 인간사의 부침도 아랑곳않고 → 굽이치는 사람살이도 아랑곳않고


  ‘부침(浮沈)’은 “1. 물 위에 떠올랐다 물속에 잠겼다 함 2. 세력 따위가 성하고 쇠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편지가 받아 볼 사람에게 이르지 못하고 도중에서 없어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뜨고 지다·지고 뜨다·들고나다·들길날길·들쑥날쑥·들쭉날쭉’이나 ‘널뛰다·널뛰기·널뛰기하다·널뜀질’로 다듬습니다. “있고 없고·있다 없다·있든 없든·있느냐 없느냐·있는지 없는지”나 ‘엎치락뒤치락·엎치락잦히락·엎어치나 메치나’로 다듬고요. ‘굽이치다·물결치다·갈마들다·갈마보다·섞다·섞이다’나 ‘오르내리다·오르락내리락·오르내리막’으로 다듬을 만합니다. ‘찰랑이다·찰랑거리다·찰랑찰랑·철렁하다·철렁철렁’이나 ‘출렁이다·출렁거리다·출렁출렁’으로 다듬고, ‘춤·춤추다·춤사위·춤짓·춤꽃·춤빛’으로 다듬을 수 있어요. ‘다투다·다툼다툼질·다툼판·다툼밭·다툼터·티격태격’이나 ‘나불거리다·나발·나불대다·나풀거리다·나팔·나풀길·너펄거리다’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너울거리다·너울너울·나울거리다·나울나울’이나 ‘너울길·너울판·너울바람·너울결·너울날·너울빛·너울꽃’으로 다듬어도 되고요. ‘넘실거리다·넘물결·넘실넘실·남실거리다·남실남실·넘실길·넘실판’이나 ‘바꾸다·바뀌다·뒤바뀌다·뒤바꾸다’로 다듬어요. ‘구름·구름떼·구름밭·구름무리·구름물결·구름바다·구름같다·구름처럼’이나 ‘비뚤다·비뚤배뚤·비뚤거리다·삐뚤다·삐뚤빼뚤·삐뚤거리다’로 다듬습니다. ‘오돌·오돌토돌·우둘투둘·오목볼록·우묵불룩’이나 ‘올록볼록·울룩불룩·울퉁불퉁·올통볼통’으로도 다듬고, ‘흐르다·흐름·흐름결·흐름길·흐름물·흐름빛·흐름판·흘러흘러’로 다듬으면 됩니다. ㅍㄹㄴ



계급의 부침과 더불어 선수교체를 겪을 따름이다

→ 오르내리는 자리마냥 사람갈이를 겪는다

→ 뒤바뀌는 자리처럼 판갈이를 겪는다

《한국문학의 갈래 이론》(조동일, 집문당, 1992) 333쪽


부침 많은 인간사의 흐름에 휩쓸리다 보면

→ 물결치는 사람살이에 휩쓸리다 보면

→ 너울대는 사람살이에 휩쓸리다 보면

《불새 11》(데즈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11쪽


비록 라살레의 결점들로 인해 그 관계는 부침을 거듭했지만

→ 비록 라살레가 틈이 많아서 거듭 만나고 헤어졌지만

→ 비록 라살레가 모자라서 둘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 비록 라살레가 엉성해서 둘 사이는 기우뚱했지만

→ 비록 라살레가 못 미쳐서 둘은 다투곤 했지만

→ 비록 라살레가 잘못해서 둘은 티격태격했지만

《공부하는 혁명가》(체 게바라/한형식 옮김, 오월의봄, 2013) 53쪽


돈의 부침에 따라 집안 분위기는 민감하게 변했다

→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집안 흐름은 바로 바뀌었다

→ 돈이 들고나고에 따라 집안 흐름은 휙휙 바뀌었다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미시마 쿠니히로/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 41쪽


오랜 역사의 부침과 함께 동네 여기저기에는

→ 오랜 삶이 흐르며 마을 여기저기에는

→ 오랜 나날이 섞이며 마을 여기저기에는

→ 오래도록 굽이치며 마을 여기저기에는

《깡깡이 마을 100년의 울림·역사》(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 호밀밭, 2017) 9쪽


‘농(農)’이라는 글자도 많은 부침을 겪었다

→ ‘흙’이라는 글씨도 많이 오르내렸다

→ ‘시골’이라는 글도 숱하게 너울거렸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김탁환, 해냄, 2020) 51쪽


혼란한 시기에 벼슬길에 나와 많은 부침을 겪었다

→ 어지럼판에 벼슬길에 나와 크게 너울거렸다

→ 북새통에 벼슬길에 나와 자꾸 뜨고 졌다

《마음챙김의 인문학》(임자헌, 포르체, 202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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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4 ‘행간읽기’는 언제?

글벌레수다 : ‘팬클럽·팬덤’에 휩쓸린 나라



  모든 글은 글쓴이 삶 그대로이다. 글과 글쓴이는 남남일 수 없다. “글이 좋다”고 여긴다면 “꾸며서 쓴 글을 좋아한다”는 뜻이기 쉽다. ‘친일부역 + 독재부역’으로 기나긴 삶을 누린 서정주 같은 사람을 놓고서 “글이 좋다”고 여긴다면 “조선총독부와 군사독재정권 입맛에 맞추어 배불리 먹고살고 술에 절어서 살아가는 나날이면서, 글만 멋스러이 꾸며서 사람들을 홀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여태 ‘서정주·김동인·이광수·최남선’처럼 후줄그레한 ‘자칭 천재 붓꾼’한테 얼마나 휘둘려 왔는가. 이들은 붓을 드날리려고 하면서 “사람들을 억누르는 끔찍한 수렁(군국주의·독재정치)에 이바지”했고, 이들이 붓질로 돈을 벌고 이름을 얻고 힘을 펴는 동안 그야말로 온나라 숱한 사람들을 차갑게 얼어붙고 굶어죽을 뿐 아니라, 먼나라로 끌려가서 갈기갈기 찢기거나 목숨을 빼앗겨야 했다.


  2026년뿐 아니라 2016년과 2006년도, 또한 1996년도 ‘사람다움’이라는 길을 건사하지 않았다면 ‘성인지감수성’뿐 아니라 다른 ‘마음’도 매한가지인 채 “글을 꾸며서 사람들을 홀려왔다”는 뜻이다. 올해에 황석희 민낯이 드러났다지만, 이 민낯을 스무 해 가까이 숨겼다니 더욱 놀랍다. 게다가 우리 스스로 글꾼 민낯을 읽어내지 않거나 못한 셈이다. 글이건 책이건 “행간을 읽으라”고들 하면서 막상 ‘글에 담은 삶’이 아니라 ‘글이라는 껍데기’에 붙잡히고 사로잡힌 민낯이기도 하지 않나?


  “좋은글로 꾸며서 사람들을 홀려온 글쓴이와 펴냄터”를 여태껏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은 나(우리 스스로)’부터 곰곰이 되새기고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말썽꾼 아무개뿐 아니라 ‘책벌레(독자이자 편집자이자 책집지기이자 교사이자 어른이자 사람)’로서도 뉘우칠 노릇이다. ‘허울질·글치레·눈속임(이미지 프레임 + 이미지 메이킹)’에 고스란히 휩쓸려서 글을 읽거나 책을 읽어 오지 않았는가 하고 뉘우치는 책벌레가 이제부터라도 늘어나야 하지 않나? 말썽꾼도 나무랄 일이되, 말썽꾼을 못 알아채거나 안 알아챈 ‘나부터’ 나무랄 수 있을 때에, ‘좋은글 꾸밈짓’은 자취를 감출 수 있다. 겉이름에 휩쓸리려고 하지 않으면서 오직 ‘글에 담는 삶이 얼마나 사람과 같은가’ 하고 들여다보려고 할 때에, ‘삶과 살림과 사랑을 고스란히 녹여내는 빛글’을 눈여겨보는 하루로 거듭나겠지.


  ‘사랑매’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눈속임인 주먹질(폭력)을 그냥그냥 받아들이던 우리나라이다. 그러니까 ‘좋은글로 꾸민 거짓말과 눈속임’이 무척 오래도록 들통나지 않으면서 알음알이로 펴져서 ‘팬클럽·팬덤’을 두텁게 이룰 만큼 허술하고 초라한 우리나라이다. 글읽기와 글쓰기는 ‘팬클럽·팬덤’이 아닌, 오직 ‘삶읽기와 삶쓰기’를 일구는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말과 삶이 다르다면 ‘거짓꾼(이중인격·언행불일치)’일 뿐이다. 말과 삶이 나란한 책을 읽고 나누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 말과 삶이 다른 데에도 ‘좋아하’다 보면, 글과 삶이 다른 데에도 그만 휩쓸려서 ‘팬’으로 사로잡혀서 눈을 못 뜨고 만다.


  고은, 신경숙, 정지돈, 료, 이밖에도 숱한 이들은 ‘좋은글’이라는 허울로 사람들을 홀려서 돈장사와 이름팔이와 힘자랑을 해왔다. 그들 혼자서 이런 짓을 할 수 없다. ‘작가·편집자·영업자·대표·기자·평론가·책집·독자’가 나란히 팬덤을 부추기고 퍼뜨려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허깨비(괴물)일 뿐이다.


ㅍㄹㄴ


《어느 망명작가의 참인생》(블라디미르 나보코프/권택영 옮김, 청하, 1988)


그녀는 막 거리의 이쪽 편에서 반대쪽 보도로 건너려는 참이었다

→ 그이는 막 거리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려는 참이다

→ 그사람은 막 이쪽 거리에서 저쪽 거님길로 건너려 한다

97쪽


윗방에서 누군가가 이른 아침 식사를 밝게 만들려고 틀어놓은 운율이 흩어진 음악의 잡동사니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려니 끔찍스런 격정으로 쑤시는 듯한 한기가 내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 윗칸에서 누가 이른 아침밥을 밝게 지으려고 틀어놓은 자잘한 노랫가락에 귀를 기울이려니 끔찍스레 쑤시듯 추워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233쪽


《나미다코 님이 말하는 대로 3》(야마모토 룬룬/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6)


지혈하겠습니다

→ 피를 막습니다

→ 막겠습니다

175쪽


위원회의 선두에 서서 백방으로 손을 써 주고 있어요

→ 모둠에서 앞장서며 여러모로 손을 써 주셔요

→ 일두레에서 앞장서며 널리 손을 써 주셔요

190쪽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조승리, 세미콜론, 2025)


부산 북토크 현장이었습니다

→ 부산 책노래 자리였습니다

→ 부산 책꽃밭에서였습니다

→ 부산 책바다였습니다

9쪽


저는 눈동자 속에 푸른 하늘과 하늘빛으로 빛나는 호수를 그립니다

→ 저는 눈망울에 파란하늘과 파란못물을 그립니다

→ 저는 눈에 파랗게 빛나는 하늘과 못을 그립니다

10쪽


우리의 대화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 우리 이야기에 웃음바다입니다

→ 우리 말을 듣고 다들 웃습니다

11쪽


그녀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 그사람 말이 옳다고 받아들였다

→ 그분 말이 옳다고 여겼다

→ 그이 말이 옳다

21쪽


생목숨이 묻힌 둔덕으로

→ 산목숨이 묻힌 둔덕으로

→ 목숨이 묻힌 둔덕으로

29쪽


사실 고백하자면 그때 나는 점자를 읽지 못했다

→ 그런데 그때 나는 무늬글을 읽지 못했다

→ 그렇지만 그때 나는 빛글을 읽지 못했다

39쪽


아무리 강한 고통이라 해도 일상이 되어버리면 무뎌지기 마련이고 어느 순간 통증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

→ 아무리 아파도 익숙하면 무디게 마련이고 어느덧 아픈 줄 못 느끼며 살아간다

→ 아무리 괴로워도 길들면 무디어 가고 바야흐로 괴로운 줄 모르며 살아간다

47쪽


요추가 어긋나 있었고 팔이며 다리에 상흔이

→ 허리뼈가 어긋났고 팔이며 다리에 생채기가

48쪽


나는 금방 그녀를 잊었고 내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망각했다

→ 나는 곧 그사람을 잊고 내가 두나라에 사는 줄 잊었다

→ 나는 이내 그분을 잊고 내가 조각나라에 사는 줄 잊었다

→ 나는 벌써 그이를 잊고 내가 나뉜나라에 사는 줄 잊었다 

50쪽


일행 모두가 무사히 하산했다

→ 모두 잘 내려왔다

→ 모두 그대로 내려왔다

60쪽


시간이 있을 때마다 마카오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모으기 시작했다

→ 틈날 때마다 마카오 이야기를 찾아보고 모았다

→ 짬날 때마다 마카오를 알아보고 살펴보았다

74쪽


내가 묻자 그녀가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 내가 묻자 빙그레 웃는다

→ 내가 묻자 싱긋 웃는다

→ 내가 묻자 가만히 웃는다

82쪽


나는 흔쾌히 그녀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 나는 기꺼이 그분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나는 즐겁게 그사람 말대로 한다

→ 나는 스스럼없이 따른다

98쪽


54개의 소수민족이 있지만 큰 분쟁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 작은겨레가 쉰넷이지만 그리 다투지 않고 살아간다고 들려준다

→ 작은이웃이 쉰넷이지만 크게 다투지 않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99쪽


그녀는 자신의 박수에 맞춰 악기 없이 노래를 불렀다

→ 그분은 손수 손뼉치며 그냥 노래를 부른다

→ 손뼉을 치면서 맨몸으로 노래를 부른다

135쪽


분명 다섯 마리의 새끼가 있어야 하는데

→ 새끼가 다섯 마리여야 하는데

→ 새끼는 꼭 다섯 마리일 텐데

155쪽


글쓰기 소재를 찾아 갈팡질팡할 때면

→ 글감을 찾아 갈팡질팡할 때면

→ 글거리를 찾아 갈팡질팡할 때면

209쪽


언니는 습관적으로 신세 한탄을 해댔다. 시각장애가 자신의 인생을 다 망쳤다고 억울해했다. 그녀는 흰 지팡이 없이 보행할 수 있는 경증 장애인이었다

→ 언니는 으레 한숨이다. 눈이 멀어 삶이 다 망가졌다고 슬퍼한다. 언니는 흰 지팡이 없이 가볍게 걸을 수 있다

→ 언니는 툭하면 탓한다. 장님이라 삶을 다 망쳤다고 아쉬워한다. 언니는 흰 지팡이 없이고 걸을 수 있다

234쪽


엄마의 돌발 행동에 순간 정지되었다가 온몸을 떨며 웃었다

→ 엄마가 갑작스러워 멈칫하다가 온몸을 떨며 웃는다

→ 엄마가 느닷없어서 멈췄다가 온몸을 떨며 웃는다

2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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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하산 下山


 하산은 다른 길로 해 보자더니 → 다른 길로 내려가자더니

 하산을 너무 늦게 하다 → 너무 늦게 내려오다

 산세를 살피며 하산하기 시작했다 → 멧결을 살피며 내려간다

 스승님께서 하산을 명하셨다 → 스승님이 물러가라 하셨다

 이제 하산하도록 해라 → 이제 떠나라


  ‘하산(下山)’은 “1. 산에서 내려오거나 내려감 2. 깨달음을 얻거나 생활할 수 없어 산에서의 생활을 그만둠 3. 땔나무, 숯, 재목 따위를 산에서 날라 내려가거나 내려옴”을 가리킨다지요. ‘내려가다·내려놓다·내려서다·내려오다’나 ‘그만두다·그만하다’로 고쳐씁니다. ‘떠나다·떠나가다·떠나오다’나 ‘떠남·떠나기·떠남길·떠남꽃’으로 고쳐쓰고요. ‘가다·오다’나 ‘물러가다·물러나다·박차다·차다’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협곡을 따라서 하산한다

→ 고랑을 따라서 내려간다

→ 골짝을 따라서 내려온다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실뱅 테송/임호경 옮김, 까치, 2012) 208쪽


도시에 하산한 재래종 산비둘기

→ 서울에 온 오랜 멧비둘기

→ 서울로 간 오랜 멧비둘기

《도시에서 만난 야생동물 이야기》(정병길/안경자, 철수와영희, 2019) 56쪽


일행 모두가 무사히 하산했다

→ 모두 잘 내려왔다

→ 모두 그대로 내려왔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조승리, 세미콜론, 2025)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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