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2.16. 설날은 집에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누구나 마찬가지일 텐데, 저는 설날이며 한가위를 집에서 보냅니다. 2015년 무렵까지는 어버이집에도 다녀왔으나, 그즈음부터 ‘우리집’에서 조용히 고즈넉이 차분히 가만히 누립니다. 해가 갈수록 설쉼(설 앞뒤로 쉼날)이 긴 터라, 미리 든든히 저잣마실을 해놓습니다. 다섯 해쯤 앞서만 해도 해날이나 쉼날에도 시골버스는 다녔는데, 이제는 아예 안 다니다시피 합니다. 마침 지난가을에 두바퀴 뒤쪽이 망가져서 고쳐야 하는데, 첫봄을 코앞에 둘 무렵까지 안 고치느라, 면소재지로 저잣마실을 다녀오지도 못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광주·대구로 떠나기도 하는 설이되, 으레 서울·부산·광주에서 시골로 가는 사람이 더 많은 설입니다. ‘우리집은 시골집인 터라, 그저 이곳에 얌전히 머물기만 해도 ‘시골빛을 누리는 설날’입니다. 옛날로 치면 저랑 곁님은 한어버이 나이일 수 있기에, 그냥그냥 고만고만 시골집에 깃들어 늦겨울이 저무는 빛을 바라보면서 느긋합니다. 나날이 높아가는 해를 바라봅니다. 빨래를 한 짐 합니다. 두 아이가 나눠서 집안을 쓸고닦습니다.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밥을 차립니다. 서로 일손을 나눠서 느슨히 하면 됩니다.


  겨우내 지켜보노라면, 귤은 껍질을 까서 내놓아야 새가 잘 쪼는데, ‘새를 길들이는 셈’이라고 느껴서 껍질을 안 깐 채 내놓습니다. 이러면 이틀사흘쯤 그냥 있으나, 나흘쯤 되면 “쳇! 네(사람)가 까서 내놓으면 좀 좋아?” 하고 툴툴거리면서 부리로 콕콕 쪼아서 알뜰히 먹습니다.


  누구나 설에 집에서 보냅니다. 어버이집에서 보내기도 하고 ‘우리집’에서 보내기도 합니다. 설이며 한가위에도 일손이 바쁘면 그냥 ‘우리집’에 머물면서 일하는 분도 많습니다. 저도 이 시골집에서 하루 내내 바지런히 일합니다. 낱말책을 여미는 일꾼은 한 해 가운데 하루도 안 쉽니다. 모두 일날입니다. 이른바 ‘이레일(주7일근무)’입니다. 이레일을 하면서 집일을 도맡습니다. 뭐, 예부터 모든 어버이와 어른은 언제나 이레일에 집일을 기꺼이 맡으면서 도란도란 아이를 돌보는 하루를 빚었습니다. 1995년부터 이레일로 살았고, 더 들여다보면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 배움길을 걸을 적에도 하루조차 “배우기를 쉰 날이 없”으니 여덟 살이던 1982년부터 늘 이레일인 셈입니다.


  설에 할 일이 수북수북 있되, 설쉼에 나긋나긋 읽으려고 장만한 책이 200쯤 있어서, 바깥마루에 집 곳곳에 더미를 이룹니다. 늦겨울볕을 쬐면서 천천히 펴서 읽습니다. 빨래가 햇볕에 마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솥에 앉힌 밥이 끓는 소리를 들으면서, 뭇새가 날아들어 빗물에 몸을 씻고 목을 축이다가 나무로 뽀로롱 날아가서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설날을 찬찬히 누립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문선명 사진책도

재미있어 보여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곧 이 사진책 이야기도 남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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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2.12.


《우리는 지금 모험 중》

 이도이아 이리베르테기 글/성초림 옮김, 키다리, 2023.1.16.



공주에서 새벽을 맞이한다. 길손집에 04시에 깃드는 사람들이 있네. 여태껏 놀다가 자러 들어오나 보다. 소리막이(방음)가 하나도 안 되어 다 들린다. 긴긴 하루가 저물면, 새롭게 긴긴 오늘이 흐른다. 아침에 시내버스 200이나 207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알림판에는 곧 온다고 뜨더니 갑자기 35분 뒤에 들어온다고 바뀌면서 안 온다. 두 버스는 공주에서 시골길을 도는데, 둘 다 그냥 안 오면 시골 할매할배는 어찌 될까. 어찌저찌 칙폭길을 타고서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온다. 설을 앞두고 빈자리가 없이 들어찬다. 포근히 쬐는 볕을 느끼며 보금자리에 닿는다. 나는 늘 맨발로 걸어다니니 종아리와 허벅지는 그대로 굵어간다. 몸쓰기(운동)를 돈들여 할 까닭이 없다. 집일과 책일이 언제나 몸쓰기인걸. 《우리는 지금 모험 중》은 “Regla nº 1”을 옮겼다. 에스파냐책에 붙은 이름을 곱씹는다면 “첫째로!”나 “무엇보다!”쯤으로 옮길 만했지 싶다. 푸른별 한켠을 차지하는 순이가 맞이할 달꽃을 놓고서 찬찬히 풀어내는 줄거리는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함께 배울 일이면서, 푸른터 어느 곳에서나 헤아리고 돌아보는 길을 가꿔야지 싶다. “네 몸이니 네가 알아서 하기”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네 몸이니, 너와 함께 보금자리와 마을과 나라를 가꿀 일”로 바라볼 때에 비로소 바꿀 수 있다. 아기 기저귀와 순이 달꽃천을 돌이가 삶는빨래로 맡으면서 집일을 건사하는 앞길을 그려 본다.


#Regla nº 1 #IdoiaIribertegui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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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무근"이라더니... 김병기 아들 '이재명 대선 캠프' 출근, 사실로 확인

https://n.news.naver.com/article/607/0000003178


비매너는 기본? 한두 번 아닌 중국 민폐사 [밀라노 동계올림픽]

https://m.sports.naver.com/milanocortina2026/article/119/0003059389


"24년 만에 신기록 날아갔다" 英·佛·獨 모두 격앙…베네마르스의 가장 잔인한 올림픽 데뷔→중국은 억울함 호소

https://m.sports.naver.com/milanocortina2026/article/477/000059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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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큰 거 한 장 하겠다" 강선우 "자리 만들라"…공천헌금 1억 '전세금 사용'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3768321


“영어유치원 안 보내도 된다” 이지혜 발언에...맘카페서 갑론을박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58995


“본인은 보냈으면서”…이지혜, ‘영어유치원 안보내도 된다’ 발언, 시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35848?sid=102


'학비 1200만원' 사립초 이지혜 딸, 등교 거부…"학교 보면 눈물 난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21/0008221703


"학비 7억"…국제학교 이시영·영유→사립초 이지혜…스타들의 교육열 [엑's 이슈]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311/0001798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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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대법, '민주당 돈봉투 의혹' 이성만 무죄 확정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90270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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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2.11.


《가불 선진국》

 조국 글, 메디치, 2022.3.25.



봄맞이비는 그친다. 한밤까지 쌀쌀하다가 새벽부터 풀린다.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논둑길을 걷는다. 이제 참새떼에 큰새에 작은새 모두 부쩍부쩍 마을을 덮는다. 누그러든 날씨에 다들 기운을 차린다. 간밤에는 별이 쏟아지는 빛줄기를 누렸다. 오늘 발걸음을 디디는 모든 자리에 별빛을 한 톨씩 드리우자고 생각한다. 순천-공주 사이를 칙칙폭폭 달린다. 언제 이 길이 뚫렸을까. 공주나루에서 시골버스 닮은 시내버스를 탄다. 내가 사는 고흥 시골집에서 읍내 사이는 16km 20분인데, 공주나루부터 공주시청 사이는 18km 32분이다. 〈책공방북아트센터〉를 돌아본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책빛에 마음쓰는 고을이 있으니 반갑다. 다섯 해 만에 〈느리게, 책방〉으로 마실한다. 모처럼 공주마실이기에 발바닥에 불이 날 만큼 신나게 걸은 하루이다. 《가불 선진국》을 돌아본다. 여러 셈값(통계)을 많이 붙이기는 하지만, 알맹이는 비었지 싶다. 발바닥을 땅바닥에 붙이는 삶길이 아닌, 구름 너머에서 밑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살아온 눈길로 엮는 책은 이와 같구나 싶다. 손수 저잣마실을 하고, 손수 집살림과 집안일을 하고, 손수 아기와 아이를 돌보고, 손수 마을길을 걷지 않는 글바치는 으레 ‘달콤발림’으로 글을 깁더라. “손바닥과 발바닥이 땅바닥하고 멀 적에는 이웃사람”을 못 느끼고 모르는 채 붓끝만 휘두르고 춤춘다. 바른살림과 바른마음이지 않은 채, 겉으로만 바른 척하면 ‘바른말’이 아닌 ‘바랜말’과 ‘발림말’이다. 사람(민중) 사이에 있지 않거나, 사람(백성)이 아닌 자리에 있는 터라 ‘민중 속으로’를 외친 이들은 벼슬을 거머쥘 줄은 알지만 ‘사람살이’를 모르고 ‘사람살림’에는 뜻이 없을 뿐인 줄 다시금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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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야권 인사 대거 체포…미국과 핵협상 재개 후 내부 통제 강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35131?sid=104


이란, 시위 통제 인터넷 차단·안면 인식 등 中 기술 활용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3760903?sid=104


“김어준·유시민 움직여도 안 쏠려”…합당 무산 수순에 범여권 ‘빅스피커’ 지형 변화 왔나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27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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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안희정 등장하자 "고맙고 눈물난다"…정치권 발칵

https://n.news.naver.com/article/088/0000996478


“올림픽 때문에 깜빡”…캐니다 피겨 쉬자스, 과제 연장 읍소 메일 화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695827?sid=104


“승무원 30여명 몰려와 짐 놓고가”…광화문 스벅 민폐 논란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20/0003696397?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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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대통령, 반정부시위 유혈진압 첫 대국민사과 "부끄럽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901232?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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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2.10.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장재연 글, 동아시아, 2019.5.14.



어제는 잎샘바람이 누그러들고, 오늘은 봄맞이비가 촉촉하다. 부드럽게 차분하게 철갈이로 접어든다. 우리집 뒤꼍으로 참새떼가 날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대단하다. 가만히 기지개를 켜면서 봄소리를 맞이들인다. 눈을 감고서 오롯이 봄내음을 맡는다. 늦겨울이기에 봄빛을 맞는다. 석 달 뒤에 늦봄에는 여름빛을 맞을 테고, 여섯 달 뒤에 늦여름에는 가을빛을 맞이하겠지.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를 되새긴다. 이미 온누리는 ‘바람(공기)’을 사고판다. 서울이며 큰고장은 숨조차 쉬기 어려운 터전으로 망가뜨리면서 바람갈이(환풍기·공기청정기)를 비싸게 팔아치운다. 또한 깨끗하고 맑은 시골이나 멧골이나 바다로 놀러가라고 부추기면서 ‘맑바람’을 팔아치운다. 모든 관광상품은 ‘바람장사’라 할 만하다. 이미 서울과 큰고장은 물조차 사다먹는다. “플라스틱 나빠!” 하고 외치지만, 막상 “플라스틱 샘물”을 돈으로 사마셔야 한다. 길풀이는 매우 쉽다. 서울사람부터 서울을 떠나면 된다. 이제 서울을 안 늘리면 된다. 그러나 서울로 잇는 길(고속도로·기차)은 자꾸 늘어난다. 사라지려는 시골과 작은고을뿐 아니라 부산·대구·광주 같은 큰고장조차 해마다 엄청나게 서울로 젊은이를 빼앗긴다. 서울에 몰릴수록 ‘바람장사’가 판치지만, 다들 그냥그냥 돈을 잘 벌면서 먹고산다.


ㅍㄹㄴ


【겉바속톡ep2】동계올림픽 씹어 먹던 선수들이 찾아왔다! 걸스나잇~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Ur7xjh705pk


이란, 노벨평화상 모하마디에 추가로 징역 7년6개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893353?sid=104


[올림픽] 실력도 연애도 최고!…네덜란드에 '1호 금메달' 선물한 레이르담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01/0015895848?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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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9살 어린이, 2.76초에 큐브 완성…'마의 3초' 깨졌다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01/0015895787?ntype=RANKING


외교장관 "美대표, 비관세장벽 진척 없으면 관세인상하겠다 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895313?sid=100


문재인 “우리가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 퇴임 4년 만에 시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9/0003010052?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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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금에 강남역도 '텅텅'…10년 만에 '초유의 상황'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49056


천국이 아니라 김밥지옥…"4000원에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현장+]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15/0005249069?ntype=RANKING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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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 드래곤 4
신도 마사오키 지음, 이루다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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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2.16.

귀엽고 성가신 아이


《루리 드래곤 4》

 신도 마사오키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1.30.



  우리는 아직 ‘귀엽다’하고 ‘귀찮다’가 어떻게 얼키고설키는지 잘 모르거나 다 잊어버립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귀를 잡고서 온갖 겨울소리와 봄노래를 귀여겨들으려 한다면, 두 가지 ‘귀엽다·귀찮다’가 맞물리는 길을 다시 알아챕니다. 다만, 둘을 하나로 묶으려고 해야 비로소 둘이 다른 줄 알아봅니다.


  마냥 귀엽게 볼 수 있고, 그저 귀찮아 멀리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 두면서 늘 보고 싶기에 ‘귀엽다’라면, 가까이에 안 두면서 늘 안 보고 싶기에 ‘귀찮다’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귀’는 매우 조그맣지만, 모든 소리와 말과 가락을 이 귀를 거쳐서 받아들입니다. 다만, 귀는 가려서 듣습니다.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무턱대고 받아들이려 하면 귀가 찢어질 듯하다고 여깁니다.


  가려듣는 곳이기에 커야 하지 않습니다. 가까이에 두고서 좋아할 만하니까 커다랗거나 대단해야 하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귀엽다’는 작은일이나 작은사람이나 작은것을 좋아하면서 곁에 두려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귀찮다’는 큰일을 가리키지 않아요. 작은일이나 작은사람이나 작은것이 영 못마땅하거나 싫거나 미워서 곁에 안 두려 하기에 ‘귀찮다’입니다.


  《루리 드래곤 4》이 갑작스레 널리 팔린다고 하기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첫걸음부터 넉걸음에 이르는 동안 거의 억지스럽게 줄거리를 짜맞추면서 어영부영 이은 매무새인데, 무슨 날벼락이라도 맞았나 싶도록 아리송합니다. 듣자 하니, 일본에서는 이 그림꽃이 여러모로 엉성하거나 뜬금없이 짜맞추는 줄거리가 참으로 얄궂다고 여기면서 쓰는 글을 펴냄터에서 모조리 쳐내거나 지운다고 하는군요.


  하나부터 열까지 빈틈없도록 알찰 수 있습니다. 열 가지 가운데 여덟 가지가 허술하지만, 두 가지가 마음에 들어서 귀엽게 여길 수 있습니다. 《루리 드래곤》에 나오는 ‘루리’라는 아이를 놓고도, 이 아이가 하는 짓이나 말씨가 모두 귀엽다고 여길 수 있지만, 한두 가지만 귀여워도 좋아할 수 있습니다. 또는 여덟 가지가 마음에 들지만 두 가지가 못마땅해서 멀리하거나 귀찮다고 삼을 만합니다.


  풋풋한 아이를 둘러싼 다른 사람도 매한가지입니다. 서로 열 가지가 다 마음에 들기에 가까이하거나 사귀거나 어울리지 않습니다. 못마땅한 데는 잊거나 치우기로 하면서, 다같이 ‘귀엽게’ 어울리거나 놀기로 합니다. ‘귀찮은’ 곳은 어쨌든 해치워서 넘기기로 합니다. ‘귀찮다’하고 ‘성가시다’는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입니다. 곱게 여길 만하지 않아서 안 하고 싶은 ‘귀찮다’라면, 자꾸 들러붙는 듯해서 이제는 성나듯 싫은 ‘성가시다’입니다.


  한창 자라나는 여러 아이는 귀찮은 일은 얼른 마치고서 귀여운 일을 내내 쳐다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삶이라는 길에서는 모두 배움살림인 터라, 귀찮다고 여길수록 더 자주 맞닥뜨립니다. 귀엽다고 여길수록 외려 드물거나 적습니다. 속으로 깊이 마주하는 동무로 동글동글 어울리려는 길이라면, 귀엽다거나 귀찮다는 마음부터 걷어낼 노릇입니다. 줄거리를 짜맞추고 늘이면서 어찌저찌 잇는들, 성글게 엮는 틀은 매한가지입니다. 들려줄 이야기를 성가셔 하지 않으면서 차분히 바라볼 때라야, 붓끝이 제대로 살아날 텐데요.


ㅍㄹㄴ


“즉, 엄청 팔팔하다는 뜻입니다. 딱히 무슨 의미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오늘 운동회로 잔뜩 신이 나 있습니다.” (12쪽)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거야 … 앞으로 그 모습으로 집단생활을 해야 한다는 거지. 그에 관해서 아오키는 어떻게 생각해?” (113쪽)


“앞으로도 나 때문에 사람들이 휘둘리는 건 마음이 안 좋아.” “뭐? 주변에는 자신을 배려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넌 주변을 배려하는 거야? 이상하잖아.” “난 그래야지. 사람이 아니니까.” “아아아니, 사람이 아니면 사람다운 짓을 할 필요 없잖아!” “배려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내가 할 말이거든!” (120쪽)


“사실은 귀찮단 말이야. 친구가 늘어나는 것도, 배려하는 것도. 애초에 살갑게 구는 건 잘하지도 못하고. 즐거웠지만,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 계속 느끼고는 있었지. 나는 성가신 애라는 걸.” (139쪽)


“나한텐 드래곤이라서 친하게 지내는 거라고 했었잖아.”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드래곤이라는 게 뭐가 나빠? 눈에 띄는 특징은 특권인걸. 그러니 잔뜩 재밌어하자. 귀여우니까.” (145쪽)


#ルリドラゴン #眞藤雅興


+


《루리 드래곤 4》(신도 마사오키/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


선생님께 말씀드려! 감시자니까

→ 샘님한테 말해! 지켜보니까

→ 길잡이한테 말해! 눈이니까

9쪽


아까 준비하던 와중에요

→ 아까 꾸리다가요

→ 아까 챙기다가요

→ 아까 건사하다가요

10쪽


딱히 무슨 의미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 딱히 뜻은 없는 듯합니다

→ 무슨 뜻은 없다고 합니다

12쪽


굳이 말하자면, 오늘 운동회로 잔뜩 신이 나 있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놀이판에 잔뜩 신났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들마당에 잔뜩 신났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놀이꽃에 잔뜩 신났습니다

12쪽


너무 싫어서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어

→ 너무 싫어서 아예 잊었어

→ 너무 싫어서 그냥 잊었어

→ 너무 싫어서 잊었어

18쪽


첫 번째 주자,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사람,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째,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자리,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34쪽


마지막은 약간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마지막은 조금 가시밭입니다

→ 마지막은 살짝 어렵습니다

→ 마지막은 조금 고비입니다

→ 마지막은 살짝 힘듭니다

45쪽


뿔녀, 이쪽에서 같이 먹자

→ 뿔순이, 이쪽서 같이 먹자

→ 뿔님, 이쪽에서 같이 먹자

72쪽


하지만 누군가가 제어하지 않으면 세계가 끝나버리니까요

→ 그러나 누가 막지 않으면 온누리가 끝나버리니까요

→ 그런데 누가 손대지 않으면 모두 끝나버리니까요

89


앞으로 그 모습으로 집단생활을 해야 한다는 거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함께살아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같이살아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어울려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모둠살이를 해야 하지

113쪽


엄마적 관점으로는 어떠신가요

→ 엄마는 어떻게 보시나요

→ 엄마는 어떠신가요

→ 엄마가 보기에는요

115


속행이야? 루리는?

→ 이어해? 루리는?

→ 이어가? 루리는?

→ 그대로? 루리는?

12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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