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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 - 후쿠야마 료코 단편집
후쿠야마 료코 지음, 김서은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11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1.13.
만화책시렁 799
《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
후쿠야마 료코
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11.30.
갈수록 ‘학원물’이라는 이름을 붙인 글이나 그림은 ‘푸른나이에 짓는 살림길’이 아닌 ‘더 어린 나이에 처음 좋아하는 사이’로 줄거리를 잡는 틀에 갇히거나 고인다고 느낍니다. 왜 이렇게 ‘사랑’도 아니고 ‘살림’도 아닌 ‘짝맺기(연애)’에 얽매이나 하고 돌아보면,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배우는 터전’이 아니라 ‘불늪(입시지옥·취업지옥)’을 곧 앞두었다고 여기는 탓이지 싶습니다. 불늪에 발을 담그면 이미 맛가고 폭삭 늙기에,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짝맺는 노닥질에 온힘을 기울이는 굴레라고 할까요. 《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를 읽으며 ‘배움터지기’라는 분치고 참말로 말이 짧은 사람은 보기 힘든 대목을 새삼스레 되새기되, 이 그림꽃에 나오는 모든 아이는 짝맺기 말고는 아예 안 쳐다봅니다. 손수 도시락을 싸지도 않고, 손수 빨래를 하지도 않고, 손수 집안일이나 집살림 어느 하나에도 마음이 없어요. 그냥 나이가 들어 몸이 크면서 ‘좋아하고 이쁨받을’ 길만 쳐다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짝을 맺는 줄거리를 그려야 팔리고 눈길받아요. 어린이가 어린살림을 짓는다거나 푸름이가 푸른살림을 짓는 줄거리를 그려서는 안 팔리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살림짓기와 사랑짓기가 없는 채 짝만 맺어서 아기를 낳으면 누가 어떻게 돌볼까요?
ㅍㄹㄴ
“사랑에 빠진 시선은 어떤 보석보다 아름답군.” (16쪽)
“나도 만들 수 있다면, 그런 옷을.” “할 수 있잖아. 바늘 귀신이라면. 그런 걸 만들려고 학교에 들어가는 거 아냐?” (37쪽)
‘검은고양이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 일주일을 써버렸어. 멋진 고백은 대체 어디로 간 거냐.’ (69쪽)
“굽힐 줄을 모르네. 지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 거가. 니가 딱 교칙 위반이지, 핑크 머리.” “아니, 내는 이너 컬러니까 아무리 봐도 내가 낫제, 금발.” “시끄럽다, 핑크!” “누구보다 핑크라 하나, 금발.” (99쪽)
“지금이라면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보다 간단명료하게 말할 수 있어.” (161쪽)
#校長の話が長い #福山リョウ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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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후쿠야마 료코/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그 공연에서 처음으로 백덤블링을 성공했어
→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뒤돌아뛰기를 해냈어
→ 그 판에서 처음으로 뒤로 빙글 돌았어
36쪽
검은고양이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 일주일을 써버렸어
→ 검은고양이 입맛을 읽느라 이레를 써버렸어
→ 검은고양이 마음을 살피느라 이레를 써버렸어
69쪽
멋진 고백은 대체 어디로 간 거냐
→ 아니 멋진 말은 어디로 갔느냐
→ 왜 멋지게 털어놓지 못 하느냐
→ 어쩜 멋지게 못 밝히느냐
69쪽
지금이라면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보다 간단명료하게 말할 수 있어
→ 여기서라면 배움터지기 말씀보다 깔끔하게 말할 수 있어
→ 오늘이라면 배움어른 말마디보다 단출하게 말할 수 있어
16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