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64 : -의 시작 굵은 장대비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 장마를 알리는 장대비가 온다

→ 장마를 알리며 굵게 비가 쏟아진다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159쪽


“-의 시작”은 오롯이 일본말씨입니다.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은 “장마를 알리는”으로 바로잡습니다. 장대비는 이미 빗방울이 굵어요. “굵은 장대비”는 틀린말씨입니다. ‘장대비’라고만 하거나 “굵은 빗방울”이나 “굵게 비가”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장대비 : 빗줄기가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 ≒ 작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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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63 : 별다른 공통점 대화 계속 이어 피로 -지기도


별다른 공통점 없는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 가는 일이 조금 피로하게 여겨지기도 해서였다

→ 딱히 닿지도 않는 말을 이어가는 일이 조금 지치기도 했다

→ 썩 뜻이 같지도 않는데 얘기하자니 조금 힘들기도 했다

→ 그리 안 어울리는 얘기를 하자니 조금 버겁기도 했다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97쪽


와닿을 때에 서로 말을 잇습니다. 안 닿고 안 어울리는 말을 자꾸 이으려면 지치고 고단하고 괴롭고 힘들고 버겁고 나른합니다. “잇는 말”이라서 ‘이야기’라 하는데, 이 보기글처럼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 가는 일”이라 하면 겹겹겹말인 굴레입니다. “말을 이어가는 일”이나 “얘기하다”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별다르다(別-) : 다른 것과 특별히 다르다

공통점(共通點) : 둘 또는 그 이상의 여럿 사이에 두루 통하는 점

대화(對話) :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피로(疲勞) :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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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62 : 안온 위해 기이 상흔


안온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이한 상흔을 남긴

→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뒤틀린 자국을 남긴

→ 오붓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바보처럼 흉을 남긴

→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뒤엉킨 멍울을 남긴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77쪽


아늑한 곳은 조용합니다. 조용하게 돌보니 따뜻합니다. 따뜻하게 돌보는 곳은 오붓하지요. 오붓한 곳에서 오순도순 쉽니다. 우리가 돌아갈 집이란 모든 뒤틀린 자국을 다독일 수 있는 보금자리입니다. 우리가 돌아가는 집은 바보처럼 남긴 흉을 가만히 달래는 돌봄터예요. 이리 엉키고 저리 꼬인 멍울도 둥글둥글 둥지에서 부드럽게 어루만져서 풀어냅니다.


안온(安穩) : 1. 조용하고 편안함 ≒ 안화(安和) 2. 날씨가 바람이 없고 따뜻함 ≒ 안화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기이(奇異) : 기묘하고 이상함 ≒ 기하다

상흔(傷痕) : 상처를 입은 자리에 남은 흔적 ≒ 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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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61 : 음악 온전 결합된 그랬으면 좋겠


음악과 그림이 온전히 하나로 결합된 책, 이 책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이 노래와 그림을 오롯이 하나로 담았기를 바랍니다

→ 노래하고 그림이 그저 하나이기를 바라며 이 책을 그립니다

→ 노래랑 그림을 하나로 여기며 이 책을 그립니다

《첼로, 노래하는 나무》(이세 히데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 36쪽


어울리는 이야기로 여미기에 책을 꾸리는구나 싶습니다. 노래와 그림을 오롯이 하나로 담아 봅니다. 노래하고 그림이 그저 하나이기를 바라면서 묶습니다. 노래랑 그림을 하나로 여기면서 빚습니다. 잘못 쓰는 옮김말씨인 “(무엇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는 “(나는 무엇을) 바랍니다” 얼거리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음악(音樂) : [음악]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

온전하다(穩全-) : 1.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하다 2. 잘못된 것이 없이 바르거나 옳다

결합(結合) : 둘 이상의 사물이나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어 하나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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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빛

라이터 동냥



  버스나루는 담배 피우지 않을 곳이 된 지 오래이다. 얼추 스무 해쯤 된다. 누구한테는 고작 스무 해일 테지만, 새로 태어나서 자란 어린씨랑 푸른씨한테는 그저 마땅한 일이다. 서른 해쯤 앞서는 시내버스와 시외버스에 재떨이가 있었고, 담배쟁이는 버스(시내버스·시외버스 모두)로 움직이다가 미닫이를 확 열고서 꽁초를 밖으로 휙휙 던지곤 했다. 이들이 함부로 던진 꽁초에 맞는 뚜벅이가 숱했다. 고작 서른 해밖에 안 지난, 또는 이제 서른 해나 껑충 지난, 아스라하거나 가까운 지난날 우리 민낯이다.


  전남 고흥에서 2011년부터 열다섯 해를 살며 돌아보면, 버스나루를 둘러싸고서 ‘금연시설’ 글씨가 서른 곳 즈음 붙어도 담배쟁이는 아예 아랑곳않는다. 늙은이도 군인도 젊은이도 똑같다. 시골내기도 서울내기도 마찬가지이더라. 사내도 가시내도 똑같다. 다들 ‘금연’ 글씨가 큼지막한 곳 코앞에서 담배를 태운다.


  오늘은 고흥버스나루에서 이른아침부터 담배랑 불(라이터)을 동냥하는 젊은이가 있다. 이이는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다가가서 굽신굽신하며 볘풀어 주십사 여쭈는데, 없다고 하는 사람마다 뒤돌아서며 궁시렁궁시렁 막말을 한다. 이 작은 시골자락 버스나루에서 이 젊은이가 하는 꼬라지를 둘레에서 다 지켜보는데, 담배동냥이 될까? 저런 꼬라지라면 ‘나한테 담배나 불이 있어’도 안 빌려줘야지 하고 마음먹지 않겠나. 없다고 손사래치는 사람한테 말 걸어서 잘못했다고, 너그러이 봐주십사 하면서 조용히 지나가면, 이 시골자락쯤 되면 어떤 할매나 할배는 이 젊은이한테 돈을 쥐어주고서, 얼른 가서 사다 피우라고 할 만하다.


  그나저나 담배가 마려워서 이른아침에 버스나루까지 나온다면, 이 바지런한 매무새로 일하면 된다. 일하고서 가게에서 사다가 이녁 집에서 조용히 피우면 된다. 피우고픈 담배를 실컷 피울 수 있을 만큼 신나게 일하면 된다. 책벌레는 책을 실컷 사읽으려고 신나게 일한다. 아이곁에서 보금숲을 그리는 사람은 푸르게 우거질 우리집을 그리면서 기쁘게 일한다.


  새로 태어난 사람은 새로 배우는 길이다. 태어난 지 오래라고 하더라도 늘 새로 배우는 사람이 있고, 배움터(초·중·고·대)를 다니면서도 안 배우려 하는 사람이 있다. 대학교에 가며 그만 배운다든지, 대학교를 마치며 굳이 안 배우는 사람이 있다. 나이들면 눈이 어둡다는 핑계로 안 배우는 채 유튜브만 들여다보는 사람(이를테면 이해찬)도 있는데, 어느 나이에 이르든 아이곁을 지키면서 스스럼없이 배우는 사람이 있다.


  어제는 큰아이하고 바깥길을 다녀오며 시외버스에서 나란히 노래 한 자락을 썼다. 오늘은 혼자 바깥길을 나서며 시골버스에서 천천히 노래를 쓴다. 모두 노래이다. 모두 노래로 피어난다. 모두 노래로 어울린다. 여름바람도 겨울바람도 노래이다. 봄볕과 가을별도 노래이다. 걷는 길과 짊어지는 길 모두 노래이다. 동냥도 베풂손도 노래이다. 책읽기도 책쓰기도 노래이다. ‘책 안 읽기’랑 ‘글 안 쓰기’도, 아무렴 노래이다. 2025.12.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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