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뜻의 성급한 적용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카레닌을 낙원의 아담과 비교하는 대목.
“낙원에서 샘물을 들여다보던 아담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
[......]
[...] 그 낙원의 아담은 샘물을 들여다보는데, 나르키소스와 달리, 물 위에 나타난 창백하고 노란 흔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480쪽)
마지막 문장의 핵심을 정리해 보자.
① 아담: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사실을 안다.
② 나르키소스: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첫 번째 문장의 진술과 모순되고, 또 고대 신화의 나르키소스와 다르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고, 그것을 사랑한 게 나르키소스.
따라서 위 핵심은 뒤바뀌어야 한다.
→ “낙원에서 샘물을 들여다보던 아담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
[......]
[...] 그 낙원의 아담은 샘물을 들여다보는데, 나르키소스와 달리, 물 위에 나타난 창백하고 노란 흔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다.”
프랑스어 원문: se douter는 ‘짐작하다’는 뜻이고, 마지막 문장은 이것의 부정.
“의심치 않는다”는 번역은 se douter에 douter의 ‘의심하다’를 바로 적용했기 때문.